문제는 언제나 ‘그 사소함‘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점



며칠째 '도서정가제 강화'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쇼펜하우어는 "
강을 거슬러 헤엄치는 사람만이 물결의 세기를 알 수 있다."고 말했지만, 나는 수영 실력조차 갖추지 못한 채 '도서정가제'라는 이상하고도 낯선 강물에 뛰어든 꼴이다.

책값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도서정가제 강화' 추진 움직임은 여러 이해관계와 복잡한 문제들이 서로 얽혀 있어서 생각보다 쉽게 헤쳐나갈 '출구'가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뜨거운 찬반논쟁이 그걸 반증한다고도 볼 수 있겠다.

그렇지만 와류가 소용돌이치는 듯한 강물 속에서 허우적거리면서도 머리 속에 떠오르는 '한 가지 생각'은 쉽게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책'은 '다른 물건'과는 다르다는 것이고, 그래서 단순히 '가격'에 따라 책이 더 많이 만들어지고 더 많이 팔리고 또 더 많이 읽혀져서는 안 되겠다 싶다. 무엇보다도 책은 그 책이 지니는 '고유한 가치'에 따라 만들어지고 팔리고 읽혀져야 맞겠다 싶다.

어서 빨리 문제 해결의 당사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쳐 '도서정가제'라는 강물을 보기좋게 함께 건넜으면 좋겠다. 더이상 끌다가는 누군가 힘도 딸리고 물(?)도 너무 많이 먹게 될 듯싶다.


 * * *


① 알라딘 애용자들 입장에서는 매우 당황스럽겠지만 그래도 읽어볼 필요가 있는 글

알라딘의 도서정가제 반대 서명에 참여하기 전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 
http://blog.naver.com/rhl1234/40177975337


② 오늘도 계속 이어지는 뉴스들

"출판시장 황폐화 막는 길" 출판계 찬성, 알라딘 "가격할인은 독자 서비스" 반대 2013.01.24 21:57
'출판연구소' 백원근, "도서정가제, 고래·새우 '공존' 위한 제도"  2013.01.24 21:01

김영사·창비 등 출판사, 알라딘과 거래 정지 이유는? 2013.01.2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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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1.24 15:15:39 | 최종수정 2013.01.24 15:15:39 

 


도서정가제 논란으로 김영사 등 주요 출판사 10여 곳이 온라인 서점 알라딘과 거래를 중단하고 있다.


김영사와 창비, 해냄사, 돌베개, 마음산책 등 출판사 10여 곳은 최근 추진되고 있는 도서정가제 강화에 반대 입장을 보인 알라딘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이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


김영사 관계자는 24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23일 알라딘 측에 거래 정지 통보를 했다"며 "통보 다음날인 오늘(24일)부터 알라딘에 출고가 정지됐다"고 말했다.


그는 "출판사들의 숙원사업이던 도서정가제 정립을 위해 대의에 동참하기로 했다"며 "출판시장의 불황으로 도서의 경쟁력이 책의 '질'이 아닌 '가격'으로 결정되고 있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책의 질로 서로가 경쟁하는 문화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돌베개 관계자 역시 "도서정가제는 10여 년 넘게 출판계가 공들인 일이다"며 "도서 할인경쟁으로 양질의 출판사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서정가제가 입법화돼 가는 과정에 출판계와 한 마디 상의 없이 알라딘 측이 반대 성명을 내는 등의 행동을 한 것에 의아함을 느낀다"며 "도서정가제에 반대하는 알라딘에 출판계 측의 강력한 의지를 전하고자 거래 정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출판사들의 '거래정지' 조치에 알라딘 측은 우선 "출판사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며 "우선 고객이 주문한 서적을 받는 것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알라딘은 지난 17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도서정가제 대폭 확대를 골자로 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성명을 게재하고 누리꾼들의 서명을 받았다.


성명을 통해 알라딘은 "책 판매가를 올려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도서정가제에는 찬성할 수 없다"며 "판매가격 통제로 출판시장을 보호하려는 시도는 산업의 혁신을 저해하는 과보호가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알라딘은 또 "출간 18개월이 지난 구간에 대해서도 신간처럼 할인율을 10%로 제한하겠다는 도서정가제 대폭 강화법안이 지난 9일 국회에 상정됐다"며 "이번 개정안에는 '10% 할인에 마일리지까지 포함한다'는 사실상 마일리지를 금지하는 조항까지 포함됐다"고 전했다.


알라딘 측은 "신간에 대한 할인 제한을 구간에까지 확대하면 독자의 손해는 물론이고 판매 권수 감소로 저자의 인세수입도 감소한다"며 "독자와 저자에게 돌아갈 피해는 명백한 것에 비해 일부 대형서점을 제외한 소형서점과 출판사에 돌아갈 이득은 불확실하다"고 주장했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출간 18개월 미만인 신간에만 할인율을 10%까지 제한하고, 18개월이 지나면 할인율에 제한을 두지 않았으나 개정안은 기간에 상관없이 신간과 구간 모두에 할인율을 10%로 제한하도록 했으며 도서관에 판매하는 책도 정가제 적용 대상에 포함했다.


출판사와 온라인 서점과의 이같은 갈등에 대해 백원근 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도서정가제 논란이 20여 년 넘게 계속되는 동안 출판사들은 당사자이면서도 방관자적인 자세를 취해왔었다"며 "그러나 근래들어 전체 출판 시장의 매출이 감소하자 출판사들이 행동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 책임연구원은 "도서정가제는 고래와 새우가 함께 숨쉬는 바다, 즉 소형서점과 대형 서점의 공존을 위한 것"이라며 "도서자유가격제는 소수의 승자 독식 구조를 만들 뿐이다"고 밝혔다. 그는 또 "독자들은 일반적으로 도서정가제로 도서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오해를 한다""그러나 정가제로 판매하면 도서의 거품 가격이 빠지기 때문에 오히려 가격경쟁력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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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책임연구원은 "한국처럼 시장규모가 작고 해외에 책을 수출할 여지가 없는 경우에는 더욱 도서정가제가 필요하다"며 "비영미권 대부분의 국가들은 도서정가제를 특별법으로 정해 자국의 출판 시장 유통 질서를 보호한다"고 말했다.


또 "도서정가제는 출판사와 서점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독자가 다양한 책을 다양한 경로로 접할 수 있게 하는 제도"라며 "국민이 향유할 수 있는 '독서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도서정가제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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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도서정가제'를 가장 강력하게 주장하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의 글

왜 도서정가제여야 하는가? MBC 라디오 인터뷰 (2) 2013.01.24
도서정가제, 독자에게 손해인가? 이득인가?  (1) 2013.01.24
지나치게 싼 데는 다 이유가 있다  (8) 2013.01.24
완전도서정가제를 안착시킬 사회운동이 필요하다 -좌담 (8) 2013.01.23
70여 출판사, 이미 줄줄이 알라딘과 거래 정지 결정  (4) 2013.01.23
알라딘의 회원을 탈퇴한 사람들의 격려 덕분에 마음이 진정되다  (26) 2013.01.22
도서정가제에 매달리는 내 인생이 정말 서럽다  (25) 2013.01.22
도서정가제 확립을 위한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개정(안) 공청회  (4) 2013.01.21
도서정가제는 1석 10조의 좋은 정책  (6) 2013.01.21
격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작가들은 도서정가제를 지지한다  (8) 2013.01.20

외톨이가 되어가는 알라딘  (27) 2013.01.20
알라딘에 대한 출판인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14) 2013. 19.19




④ [도서정가제 찬반을 묻습니다]에 올라온 <찬성 의견> 가운데 일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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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01-25 0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작에 알라딘이나 교보문고하고 거래정지를 한 '작은 출판사'가 꽤 있습니다. 그래도 이들 출판사 책은 도매상을 거쳐 알라딘이나 교보문고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들 작은 출판사 책은 알라딘이나 교보문고에 소개되는 일이 거의 없거나 아예 없습니다. 구간할인이 되어야 '독자도 책을 사'고 '작가 인세 수입이 늘어난다'는 주장은 참으로 터무니없어요.

읽을 만하기에 살 만한 책이기에 사는 책이지, 값이 싸대서 사들이는 책이란 없으니까요. 더구나, 반값할인을 해서 두 권을 판들, 작가 인세 수입이 늘어나지 않아요. 이렇게 되면, 출판사는 인터넷책방이랑 작가한테 두 차례 제살깎기를 해야 하는데, 출판사 스스로 문닫을 생각이 아니라면, 작가 인세를 깎거나 인터넷책방 출고율을 높이거나 해야겠지요.

반값할인으로 책을 판대서 유통비라든지 창고비 또한 반값으로 줄어들지 않거든요.

그런데, 무엇보다 궁금한 대목이 있어요. 반값할인을 해서 책을 사는 독자들은, 이렇게 해서 사들인 책으로 '스스로 사서 읽는 책'을 쓴 작가와 이 책을 낸 출판사가 제살깎기를 하면서 굶주리더라도 '즐겁게 책읽기'를 할 수 있을까 궁금해요. 독자는 그저 '책만 사서 보면 그만'인 사람일까요. 작가는 굶고 출판사는 문을 닫아도, 독자는 그저 '책을 싸게 살 수 있으면 그만'일까요.

우리들이 정작 나눌 이야기는 '책을 사랑하는 길'일 텐데, 자꾸자꾸 엉뚱한 데로 끄달리도록 하는 요즈음 흐름 아닌가 하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oren 2013-01-25 10:29   좋아요 0 | URL
'책의 가치'와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음에 비해, '가격'이라는 또다른 잣대 앞에 그 '가치'가 한없이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마는 현실이 참 어이가 없고 딱한 것 같아요.

교묘한 편법을 통해 '반값'에 쏟아지는 세계문학전집들은 '차마' 도저히 살 맘이 내키지 않던데, 그런 책들을 열광적으로 사들이는 사람들이 그토록 많았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고 새삼 놀라고 있습니다. '싼게 비지떡'이라는 걸 사람들은 왜 모르는 걸까요?

이번 '도서정가제 강화'를 둘러싸고 알라딘이 '말도 안되는 근거들'을 내세워 알라딘 사용자들에게 '반대 서명'을 유도한 것도 속상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책만 사서 보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거기에 동조하는 모습들도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가격'을 무기로 '무한경쟁'을 벌인 결과 '생태계'가 복원하기 힘들 정도로까지 무너져 가고 있는데, 그걸 되살려 보자는 최소한의 장치마저 거부하겠다는 '알라딘의 주장'은 너무 '자멸적'인 듯해요.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문명의 붕괴>를 통해 '환경 파괴'는 결국 '자멸'로 귀결될 수밖에 없음을 그토록 강조했는데도 말이지요.

'무한경쟁'을 신봉하는 미국과 영국등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 독일, 프랑스, 일본 등 많은 국가들이 '가격 경쟁'과 '시장 원리'에만 맡기기에는 너무나 중차대한 '책값 문제'에 대해 엄격한 '정부 통제'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도 되살펴 봤으면 좋겠어요.

북극곰 2013-01-25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오렌님!
알라딘에서도 반대글들이 많아서 의외이기도 하고,
좀 서운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

oren 2013-01-25 11:13   좋아요 0 | URL
북극곰님 반갑습니다~
알라딘의 주장이 아무리 살펴봐도 좀처럼 '당위성'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아서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사마천 2013-01-25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제민주화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여기서 보듯.. 작은 관심과 배려에서 이루어지리라 생각됩니다 ^^

oren 2013-01-25 14:35   좋아요 0 | URL
'상생'이나 '공정한 사회'나 '경제 민주화'나 모두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보자는 얘기겠지요.

감은빛 2013-01-25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융감독원에서 재무제표까지 찾아보시다니!
대단하시네요.
여러가지 글들을 모아주셔서 읽기도 편하네요.
고맙습니다!

oren 2013-01-28 13:39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반갑습니다. 그리고 댓글이 너무 늦어 죄송하구요.

사실 온라인 서점들의 재무제표를 모두 들여다봤으면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교보문고와 인터파크는 '온·오프라인 서점'을 겸업하거나 '다른 상품'까지도 취급하는 회사들이어서 비교가능한 '온라인 서점 부문'만 따로 떼어낸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산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또 지금 현재는 2012년 재무제표에 대한 '결산'이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결산을 마친 재무제표는 4월 내지 5월쯤은 되어야 확인 가능) 부득불 2011년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할 수밖에 없는 등의 여러 한계점이 있어서 포기했습니다. 또 굳이 그렇게까지 멀리 나아가봐야 무슨 소득이 있겠나 싶기도 하구요. ㅎㅎ

페크pek0501 2013-01-28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 님의 댓글 - 여러가지 글들을 모아주셔서 읽기도 편하네요. - 에 저도 동의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 여러분들이 글을 썼더군요. 많아서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읽어 본 글들은
다 옳은 생각 같았어요. ^^

저는 개인적으로 영세한 출판사와 영세한 서점, 그리고 책 인세만으로 생활하는 가난한 작가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책값은 다른 물건들에 비해 그 가치를 따지면 비싸지 않은 편이라 생각합니다.



oren 2013-01-28 16:37   좋아요 0 | URL
저 또한 페크님의 생각과 같아요. '책'을 다른 일반 상품들과 똑같이 취급하더라도 많은 분들이 다함께 '공감'할 수 있는 '유통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요. 그렇지 못할 때 '법'이 필요한 것이고, 그 '법'이 유명무실하여 강화하는 쪽으로 개정하자는 움직임에 대해 알라딘이 덥썩 '반대 서명'부터 추진한 건 너무 '졸속'이 아니었나 싶어요.

알라딘 스스로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 좀 더 좋은 '대안'을 내놓으려는 시도조차 보인 적도 없고, 또 처음엔 '법 개정'에 찬성하는 의견들조차 외면한 채 '반대'부터 외쳤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아요. 뒤늦게 '엎질러진 물'을 쓸어담으려 애쓰고 있는 형국이지만, 사면초가에 다름 아닌 처지가 되고 말았지요. 알라딘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니 누구에게 하소연조차 하기 힘들게 되었고요. 참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어요.
 
문제는 언제나 ‘그 사소함‘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점



김영사.창비 등 줄줄이
알라딘과 거래 정지(종합)
  연합뉴스 57분전

주요 출판사들, 줄줄이 알라딘과 거래 정지  연합뉴스 2시간전

도서정가제 전쟁! 창비, 알라딘에 “책 못 줘!”  미디어오늘 5시간전

출판계-인터넷서점, 도서정가제 둘러싸고 대립 격화  전자신문 2일전

"도서정가제 강화 반대" 알라딘의 반란  한국일보 2일전

 

 * * *


'도서정가제 강화'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들을 보며 자꾸만 여러가지 생각들이 스친다. 그 가운데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은 아무래도 '알라딘의 안위'에 관한 문제이다. 나는 이번 문제로 인해 알라딘이 알라딘 사용자들에게 좀처럼 회복하기 어려울 듯한 '대형 사고'를 쳤다고 생각한다. 알라딘을 다소 거칠게 성토하는 분위기는 밖에서부터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알라딘 사용자들로까지 빠르게 번져가는 듯하다. [도서정가제법 강화에 대한 의견을 듣습니다]에 마련된 <찬성 의견> 가운데 벌써부터 '알라딘을 탈퇴하겠다'는 의견들도 적지 않게 올라오고 있다.

알라딘이 '자사의 입장'에 유리하도록 자신의 고객들에게 직접 '도서정가제 강화에 반대하는 서명'을 촉구한 일만 가지고 탓하는 게 아니다. '이윤의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영리법인으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방식이었다. 알라딘이 처음부터 자신의 고객들인 알라딘 사용자들에게 '어느 한 쪽 편만을 위한 서명'을 호소한 게 결정적인 잘못이었다. 알라딘 사용자라고 해서 반드시 알라딘의 입장만을 옹호해 주길 바랐다면 알라딘이 너무 순진했던 것이고, 그 반대 입장을 고의적으로든 미필적 고의로든 아예 외면하기로 작정한 것이었다면 아무리 욕을 먹어도 별로 할 말이 없지 싶다.

뒤늦게 [반대의견] [찬성의견] [기타의견]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발빠르게 대처한 것은 옳았으나, 그래도 역시 개운치 않은 뒷맛이 남는다. 알라딘에서 뒤늦게나마 손수 제공한 '찬성 관련자료'를 살펴보면 굳이 알라딘이 온갖 욕을 먹으면서까지 반대할 뚜렷한 이유도 찾기 어려워 보인다. '도서정가제'가 이번에 처음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동안 법을 시행해 오다 보니 여러 문제점들이 드러났기 때문에 이번에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정'하자는 게 '찬성 관련자료'의 주요 내용임에 비춰보면 뭔가 이번 '강화 법안'이 알라딘에 '여간 불리한 게 아닌' 속사정이 있음을 미뤄 짐작케 한다.



※ 알라딘에서 제공한 도서정가제 찬성 관련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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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확립 위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 발의
도서정가제 유명무실로 신간출간 감소, 출판사 경영악화, 동네서점 폐업
최재천 의원 대표발의, 민주·새누리·진보당 문방위원 등 공동발의
 


최재천 의원이 유명무실화된 도서정가제를 확립하기 위해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소속 최재천 의원(민주통합당)은 9일 도서정가제를 규정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이하 ‘출판법’) 제22조를 일부 개정하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 법률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도종환, 윤관석, 신경민, 남경필, 강동원 의원 등 민주통합당, 새누리당, 진보신당 문방위원 등이 공동발의했다.

현행법상 도서정가제는 입법취지와 다르게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규정에 의해 재판매가격유지 대상저작물의 종류와 유통범위를 제한하고 있고, 예외가 지나치게 넓게 인정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발행일로부터 18개월 미만 도서(신간도서)는 19%까지 할인이 가능하고, 발행일로부터 18개월이 경과한 도서(구간도서)와 실용서·초등학습참고서 및 국가기관 등에서 구입하는 도서는 무제한 할인이 가능함으로써 도서정가제가 유명무실해진 실정이다.

지난해 신간출간 종수는 2008년에 비해 23% 감소했고, 2012년 8월까지 출판사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1%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소형서점과 유통사 폐업도 속출하고 있다. 최근 8년간 서점 수는 29.3%가 줄었고, 대교 리브로가 지난해 말 폐업을 선언하는 등 온라인서점의 경영도 악화되고 있다.

개정 법률안은 제22조 제3항에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9조 제2항과 관련된 부분을 삭제하고, 간행물을 판매하는 자는 정가의 10퍼센트 이내에서만 할인해 판매할 수 있도록 바꿨다. 또한 현행법 제22조 제4항에서 도서정가제의 예외로 정하고 있는 간행물 가운데 ①발행일부터 18개월이 지난 간행물, ②도서관에 판매하는 간행물, ③발행일로부터 18개월이 지난 종이 간행물과 내용이 같은 전자출판물을 삭제하여 이들에도 도서정가제가 적용되도록 했다.

최재천 의원은 “정가제 대상이 아닌 도서와 할인율이 높은 도서만이 판매되면서 신간도서 시장이 위축되고 출판사는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 그 결과 출판의 다양성이 제한되고 구매접근성이 저하되면서 독자는 값싸고 잘 팔리는 책에 편향되는 악순환이 초래되고 있다”면서 “문화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출판산업을 진흥하기 위해서 불합리한 예외조항을 개정할 필요성이 크다”고 개정 법률안을 발의하게 된 취지를 밝혔다.

최재천 의원은 또한 최근 국회 예결위 심의과정에서 전액 삭감된 출판진흥기금을 조성하기 위한 법률 개정에도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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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서는 알라딘의 그 '속깊은 속사정'까지 알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다. 다만 나는 알라딘이 참 좋은 '인터넷 서점'인 줄만 알고 11년째 변함없이 이용해 온 '애용자' 입장에서 이번 일이 몹시도 서운하고 또 속이 상한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여태껏 애용해 온 알라딘이 고작 이런 회사였나 싶은 것이다.(나는 2011년 12월에 지역도서관에 기증하기 위해 429권의 책을 한꺼번에 '신간'으로 구매할 때조차 굳이 출판사를 외면하고 알라딘을 이용했다.) 

자사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고객의 입장'은 얼마든지 무시해도 좋다는 모습을 그동안 한두 번 봐온 게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때마다 사태는 무사히 수습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번엔 나도 좀 생각을 달리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알라딘이 언제나 제일 좋은 인터넷 서점인 줄만 알고 열심히 애용해 온 나는 어쩌면 '알라딘이 끼친 해악(?)'을 위해 매우 적극적으로 협력해 온 셈이 아니었는지 반성해 보게 된다.

내가 알라딘을 포기해야 옳은지, 아니면 혹시라도 알라딘이 '도서정가제 강화 반대 입장'에서 한발 물러날 가능성은 없는지 나는 그게 궁금하다. 이와 같은 모든 결정들은 도박에 가깝다. '기존의 핵심 가치를 고수하면 파멸에 이르게 될 것인지, 반대로 기존의
핵심 가치를 포기하면 생존할 수 있을 것인지를 확신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알라딘을 떠나갔다. 그런데 그들은 대개 '자신의 입장 또는 소신'이 문제가 되었던 듯싶다. 그런데 이번에 내가 알라딘과의 관계를 고민하는 이유는 '알라딘의 입장'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개별성 보다는 개연성을 띤 측면도 있다고 본다. 이번 일로 알라딘을 탈퇴하시는 분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 분들의 신속한 결단력이 부럽다. 나는 좀 더 꾸물거릴 것 같다. '일단 행동을 하고 나면 우리는 새로운 정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선택권을 상실할' 수밖에 없으니까.

 * * *

 

 

 

생존과 양립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될 때

누구나 오랫동안 소중하게 간직하던 핵심 가치가 이제 생존과 양립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될 때 그 가치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고통스런 일이다. 그렇다면 과연 현실과 타협해 살기보다는 차라리 죽기를 원하는 때는 언제인가? ...... 이와 같은 모든 결정들은 도박에 가깝다. 기존의 핵심 가치를 고수하면 파멸에 이르게 될 것인지, 반대로 기존의 핵심 가치를 포기하면 생존할 수 있을 것인지를 확신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592쪽)

 

 

 

 

분노와 졸속

 

생각건대 분노와 졸속은 깊고 신중한 생각과 전혀 상반된 것으로, 분노는 어리석음을 동반하기 쉽고, 졸속은 조잡함과 짧은 생각을 낳기 쉽습니다. 또 토론이 실제 행동의 지침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어리석은 사람들이나, 혹은 뭔가 개인적인 이익을 노리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들이 어리석은 사람들이라는 것은, 장래에 대해 확고한 생각을 갖지 않은 채 뭔가 다른 방법으로 장래의 지침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며, 또 그들이 사리사욕을 노리고 있다는 것은, 그들이 불명예스런 일을 설득하려 하며, 좋지 않은 일에 관해 교묘하게 잘 둘러댈 수 없다고 생각해서 자신들의 반대자나 청중을 놀라게 하거나 위협하기 때문입니다.(271쪽)

 

 

 

 

햄릿(Hamlet)은 불확실한 결과 앞에서 너무 많이 주저하는 것은 나쁘다고 투덜거렸다. 그 이유를 들어보자.

『결심의 본질적 색조가 사고의 희미한 색조로 흐려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극히 중요한 실행욕이 행위의 명분을 잃게 된다.』

그러나 일단 행동을 하고 나면 우리는 새로운 정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선택권을 상실한다. 결과적으로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결과가 불확실할수록 그만큼 지연(꾸물거림)의 가치는 커진다는 뜻이다. 햄릿은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주저하는 자는 목표달성에 그만큼 가까워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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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의는 어디에 있을까?
    from Value Investing 2013-01-30 01:10 
    파괴적이 되어라. 다만 세상을 좀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든다는 대의는 지켜져야 한다. (니클라스 젠스트롬 스카이프 공동 창업자) * * * (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 * * *① 출판사 사장들의 얘기 도서정가제에 대한 어느 소형출판사 사장의 고민“도서정가제 안하면 작은 출판사 죽고 책 다양성 사라져”② '피라미 한 마리'로 변신한 알라딘? 혹은 여전히 불편한 진실?피라미 한 마리 살리려고 출판이 망할 수는 없다③ 음모론에 이어
  2. 빌어먹을~~
    from Value Investing 2015-12-24 23:28 
    주식시장을 오래 관찰하다 보면 가끔씩 '불안한 징후들'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런 실마리들은 기업들마다 각양각색이어서 일일이 열거하기가 너무 힘들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 하나를 꼽으라면 '경영진의 엉뚱한 짓'을 포함하는 '느닷없는 변화'다. 그런 변화들 가운데 가끔 긍정적인 변화도 없진 않지만 대개는 '부정적인 변화'로 귀결되는 경우가 훨씬 더 흔하다. 예측 가능한 변화는 좋지만 예측하기조차 어려운 급작스런 변화는 대개 '나쁜 조짐'으로 해석된다.
 
 
사마천 2013-01-23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효율도 좋지만 많은 동네서점의 몰락을 보면 안타까운 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구글의 모토가 don't be evil이라고 하는데 기업이 커질수록 사회적 책임을 의식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경제민주화는 아주 거창한 이야기는 아니죠. 그냥 함께 가기 위해 고민해야 할 것을 거론했을 뿐입니다.
네이버를 보면 원망스러울 때가 많고 그러다가 카카오의 돌출에 환호하게 되었습니다
초창기 인터넷 산업이 태동할 때 사정과는 다르게 이제 몇 안남은 서점으로서 무언가 자신의 위치를 고민해주기를 바라게 됩니다.. .

oren 2013-01-24 14:34   좋아요 0 | URL
'상생'이 참 어려운가 봅니다. 특히나 좀 더 멀리 내다보며 오래도록 함께 가는 일 말입니다.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애'를 강조한 말도 생각납니다. "기업은 그 제품과 서비스로 곧바로 평가된다. 하지만 그 기업이 가진 인간애로 더 엄격하게 평가된다."

파란놀 2013-01-24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서재에서 여러 사람이 이래저래 따지고 하니, 비로소 '여러 자료'를 알라딘에서 걸친 듯하기는 하지만, 정작 제대로 된 자료를 걸쳐 주지도 않았어요. 이렇게 되면, '참과 거짓을 아는' 사람들은 알라딘책방 행태를 더 속속들이 깨달으며, 조용히 떠나겠지요.

장사를 하는 일이 나쁠 까닭 없어요. 누군가를 속이면서 장사를 한다든지, 다른 이웃장사꾼을 등친다든지, 혼자만 살아남고 어깨동무할 마음이 없다든지, 이렇게 나아가면 스스로 무너지겠지요.

oren 2013-01-24 11:41   좋아요 0 | URL
구구절절 옳은 말씀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알라딘'에 속는 기분 또는 속았다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요?
'가장 위험한 CEO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라는 말도 떠오르고, "앞이 안 보일수록 더욱 더 멀리 내다봐야 한다. 먼 곳을 보면 경치가 선명하고 가까운 곳을 보려고 하면 배멀미가 심해진다. 나는 300년 앞을 내다보면서 사업을 해왔다."고 말했던 손정의씨의 말도 떠오릅니다.
 


알라딘 서재를 들락거리면서 최근에 저절로 듣고 보게 되는 글들은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여러 측면에서의 찬반 논쟁들이다. 이들 가운데 어느날 갑자기 툭 불거져 나온 듯한 '알라딘의 반대서명 동참 호소'를 바라보는 일은 여러 감정들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해 완전히 무관심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우리의 역량에 속하지 않는 문제에서 어떤 명백한 입장을 취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애매한 일반성에 머물러 있을 수도 없고. 아무튼 알라디너 입장에서는 이게 단순히 '강건너 불구경'으로만 머물지는 않을 듯한 다소 불길한 예감도 조금은 든다.

나는 '책값'에 관해서라면 오로지 '좋은 책을 적당한 값을 주고 사서 읽을 수 있기만 하다면' 충분한 줄로만 알고 지내왔다. 더군다나 나는 책을 비교적 매우 신중하게 골라 사들이는 편이라고 나 스스로 여기기 때문에 '책값'을 크게 따지지도 않는 편이다. 대개의 경우 꼭 사서 읽고 싶은 책들은 그 값이 그리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간혹 책값이 부담스러울 때가 없을 순 없다. 그럴땐 항상 '다른 재화 또는 서비스'의 가격과 비교해 보곤 한다. 그럴 경우 대개의 가치있는 책들은 사실상 그 책이 지니는 '엄청난 가치'에 비해 '책값'은 그저나 다름없다고 생각할 때조차 적지 않다.

사실을 말하자면, 나에게 책값이 싸냐 비싸냐 하는 '체감물가'는 거의 언제나 정작 '책값'의 문제라기보다는 오히려 나의 '주머니 사정'에 따라 오르내렸던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니 책값이 '정가제'가 되든 말든 현재의 '나의 한가한(?) 독서생활'에 직접적으로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일은 별로 없으리라고 여겼다. 나는 책을 사들이기 위해 그리 많은 돈을 쓰는 사람이 결코 아니므로.

더군다나 여태껏 책 한 권 쓰거나 번역해 본 일도 없으며 내 주위 사람들 가운데서도 '책의 출판과 유통'에 종사하는 분들이 몹시도 드문 형편이기 때문에 나는 솔직히 '도서정가제'의 입법 취지나 그에 대해 반대서명을 호소하는 어떤 종류의 도서 유통업체의 입장조차도 그 자세한 배경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래서 나로서는 알라딘의 난데없는 '반대서명에 동참해 달라'는 호소를 더욱 의아한 눈길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내가 흥미와 우려를 동시에 느끼는 대목은 '반대서명 운동을 호소한 알라딘의 입장'이 과연 '알라딘 사용자'에게 적정했느냐는 점이다. 혹시라도 알라딘의 '반대서명 동참 호소'가 알라딘 사용자들에게 다소간 '우월적 지위 남용'과 같은 모습을 띄지는 않았는지 그게 궁금한 것이다. 거기에 더해 자칫 알라딘이 이번 일로 인해 '예상치 못한 타격'을 받는다면 그것도 또한 예사로운 일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의 하나라도 '알라딘이 잘못될 경우' 나처럼 알라딘을 '매우 소중한 인터넷 공간'으로 여겨 미우나 고우나 이곳에 둥지를 틀고 '서재'를 꾸려온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길거리로 나앉게 될지도 모를 일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지나친 기우이길 바라지만 늘 사태는 예상치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알라딘을 십 년쯤 이용하면서 느끼게 되는 건 '알게 모르게' 알라딘도 많이 변해 왔다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방향성을 뚜렷이 보여준 것은 아닐지라도 몇 가지 생각나는 건 있다. 좋은 점은 더욱 좋아졌으나 좀처럼 쉽게 나아지지 않는 점들은 여전히 미해결인 채로 남아 있다는 점. 가끔씩은 '기본을 심각하게 벗어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사고를 친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매번 '사소한 것'으로 보일지라도 문제는 언제나 '그 사소함'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점이 문제인 것 같다. 『문명의 붕괴』를 쓴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매일 댐을 바라보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댐이 무너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인하는 것뿐이다.'라고 했는데, 매일 알라딘을 들락거리는 나같은 사람의 입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듯싶다.

 * * *

 

매우 천천히 악화되고 있을 경우

불규칙한 변동으로 인해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 변화가 잘 드러나지 않는 현상을 정치학자들은 '잠행성 정상 상태(creeping normalcy)'라고 부른다. 경제 문제, 교육 문제, 교통 체증 문제, 혹은 그 어떤 문제가 매우 천천히 악화되고 있을 경우 한 해의 평균 수준이 그 전 해에 비해 아주 약간 낮아졌다는 사실을 깨닫기 힘들며, 따라서 미세하지만 한 사람이 정상(normalcy)이라고 생각하는 기준도 매년 조금씩 변동하게 된다. 이와 같은 변화는 사람들이 깨닫는 순간까지 수십 년간 계속 진행되어 어느 순간 몇십 년 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나은 상태였으며, 현재 정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태가 사실은 악화된 상태임을 알게 되고는 갑자기 놀라게 되는 것이다.

 

'잠행성 정상 상태'와 관련 있는 또 다른 용어는 '풍경 기억 상실(landscape amnesia)'이다. 이는 변화가 매년 매우 느리게 진행됨으로써 50년 전의 풍경이 지금과는 얼마나 달랐는지 깨닫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몬태나 빙하 및 설원의 용해 현상을 그 예로 들 수 있다.(581쪽)


 

 

내부의 척력(斥力)와 외부의 인력(引力)

바이킹이 고향을 떠나 목숨을 걸고 전쟁을 벌이거나 그린란드처럼 가혹한 환경의 땅에서 살았던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수천 년을 살았던 스칸디나비아 땅을 떠나서 793년 이후에 해외로 내달린 이유는 무엇이고, 그로부터 3세기도 지나지 않아 갑자기 중단한 이유는 또 무엇일까? 그 역사를 어떤 식으로 설명하더라도 그 이유가 내부의 '척력'(斥力, 인구 압력과 기회의 부족)이었는지 아니면 외부의 '인력'(引力, 무한한 기회와 빈 땅)이었는지, 아니면 둘 모두였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인류의 역사에서 영토 확장에는 인력과 척력이 동시에 작용해 왔다.

자기촉매적 확장력이 힘을 잃고 고갈될 때까지, 요컨대 획득한 이점으로 그들에게 가능한 모든 땅을 차지할 때까지 이런 연쇄 반응은 계속된다. ...... 전리품을 안고, 새로운 섬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온 바이킹들은 고향 사람들의 상상력에 불을 지폈다. 따라서 더 많은 바이킹들이 더 많은 전리품을 노리고 더 많은 무인도를 찾아서 고향을 떠났다.(263쪽)

 


 

공유의 비극

이해 충돌의 한 가지 특별한 형태는 '공유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란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는 '죄수의 딜레마(the prisoner's dilemma)' 혹은 '집단 행동의 논리(the logic of collective action)'와 유사하다.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나 공동 목초지에서 양을 방목하는 목동들처럼 공동으로 소유한 자원을 많은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상황을 가정해보기로 하자. 만약 모든 이들이 자원을 과다하게 소비한다면, 즉 어부가 남획을 하거나 목동들이 너무 많은 풀을 양에게 뜯게 한다면 해당 자원이 고갈되어 결국 사라져버릴지도 모르며, 이는 모든 소비자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각 소비자가 절제를 발휘하여 과다 사용을 억제하는 것이 모든 소비자들에게 이익을 안겨준다. 하지만 각 소비자가 가져갈 수 있는 자원의 최대량을 제한하는 등 효과적인 규제가 없다면 각 소비자는 당연히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내가 물고기를 잡지 않거나, 내 양에게 풀을 뜯어 먹게 하지 않는다면 다른 어부나 목동이 나 대신 가져갈 것이다. 그러므로 자제심을 발휘해봤자 내겐 아무런 의미가 없다." 따라서 비록 결과적으로 공유 자원이 파괴되어 모든 소비자에게 해가 될지라도, 다른 소비자가 가져가기 전에 자원을 소비하는 것이 합리적인 행위가 된다. (585쪽)


 

 

공유의 비극을 막는 마지막 해결책

공유의 비극을 막는 마지막 해결책은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공동 이익을 인식해 스스로 현명한 자원 채취량을 설정하고, 준수하고, 강제하는 방법이다. 이런 방법은 다음과 같은 일련의 조건이 충족될 때 가능하다. 1) 소비자들이 동질적인 집단을 형성하고 있을 것, 2) 그 구성원들 사이에 신뢰가 있어 의사소통이 원활할 것, 3) 구성원 간에 공통의 미래를 공유할 수 있고 후계자에게 자원을 물려줄 수 있다고 예측할 수 있을 것, 4) 스스로 치안 조직을 구성할 수 있는 능력과 권한이 있을 것, 5) 소비자가 공유하는 자원의 경계가 잘 정의되어 있을 것.(587쪽)


 

 

생존과 양립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될 때

누구나 오랫동안 소중하게 간직하던 핵심 가치가 이제 생존과 양립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될 때 그 가치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고통스런 일이다. 그렇다면 과연 현실과 타협해 살기보다는 차라리 죽기를 원하는 때는 언제인가? ...... 이와 같은 모든 결정들은 도박에 가깝다. 기존의 핵심 가치를 고수하면 파멸에 이르게 될 것인지, 반대로 기존의 핵심 가치를 포기하면 생존할 수 있을 것인지를 확신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592쪽)


 

심리적 부인

상류 지역에 댐이 건설되어 있어 만약 댐이 무너질 경우 상당히 먼 거리의 하류에 있는 사람들까지 익사할 수 있는 좁은 강 계곡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여론조사원이 댐 아래에 사는 사람들에게 댐이 무너질까봐 걱정되지 않느냐고 질문했을 때 댐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 느끼는 두려움의 정도가 가장 낮았고, 위로 올라갈수록 두려움이 커져간다면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댐에서 단 몇 킬로미터 정도만 떨어져 있는 사람들, 즉 유사시 가장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심리적 부인에 있다. 매일 댐을 바라보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댐이 무너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인하는 것뿐이다. (596쪽)



 * * *

 

도덕적 감정들 : 좋아함, 노여움, 감사, 동정, 죄의식, 수치

트리버스는 도덕적 감정들을 호혜주의 게임의 전략으로 보고 그것을 다음과 같이 역설계했다. ·····

'노여움anger'은 친절함의 대가로 사기를 당하는 경우를 막아 준다. 착취 행위가 발견되면 당사자는 그 불쾌한 행동을 불공정한 것으로 분류하고 분노와 도덕적 공격의 욕구-관계를 단절함으로써, 그리고 때때로 사기꾼에게 고통을 줌으로써 벌을 주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많은 심리학자들이 노여움에는 도덕적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거의 모든 노여움이 정당한 노여움, 즉 의분이라는 것이다. 격노한 사람은 자신이 손해를 입었고, 그래서 부당함을 시정해야 한다고 느낀다.(621쪽)


 

 

 

신뢰의 경제적 비용

현대세계에서 거의 모든 경제활동은 개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높은 수준의 사회적 협동을 필요로 하는 조직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재산권, 계약, 상법 등은 시장지향적인 현대 경제체제를 이룩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제도이지만, 이런 제도가 '사회적 자본'과 '신뢰'로 보완된다면 경제활동 비용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다.

한편 신뢰는 공유되는 도덕규범이나 가치를 지닌, 그 전부터 있어 온 공동체의 산물이다. ...... 이런 공동체는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의미에서의 합리적 선택의 산물이 아니다. 

필자는 지난 번 책『역사의 종언과 최후의 인간』에서 일반적으로 경제적인 동기라고 받아들여지는 것이 실제로는 합리적인 욕망의 문제가 아니라 인정받으려는 욕망의 구체화임을 다소 장황하게 주장한 바 있다. ......

경제생활이 가능한 한 최상의 물질적인 풍요를 얻는 것뿐만 아니라 승인과 인정을 얻기 위해서 추구되는 것이라면,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상호 의존성은 더욱 명백해진다. ......

경제학자 알베르트 히르쉬만은 근대 부르주아의 등장을 귀족사회의 특징인 명예에 대한 '열정'을 신흥 부르주아지의 특징인 물질적인 '이해관계'로 대치시킨 '윤리적 혁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실상 이런 대체는 최초의 자유주의적 정치이론가 토마스 홉스의 마음속에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 홉스가 보기에 시민사회란 종교적인 열정에서든 귀족적인 허영심에서든 간에 합리적인 부의 축적에 명예에 대한 욕망을 의식적으로 종속시킨 것이라고 생각했다.

- 프랜시스 후쿠야마,『트러스트』 中에서


 

 

실수와 신뢰

펩시사의 회장인 크레이그 웨더는 "사람들은 실수를 너그럽게 보아 넘길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그들의 신뢰를 망가뜨린다면 그들로부터 신뢰를 다시 얻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신뢰를 가장 귀중한 재산으로 여겨야 하는 이유다."라고 말한 바 있다. 노르만 슈바르츠코프 장군은 이에 대해 더욱 날카롭게 지적한 바 있다. "지휘란 전략과 신뢰를 견고하게 혼합시켜 놓은 것이다. 하지만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만 한다면 전략을 포기하라."



 

 

 

정당함과 부정

사기꾼, 겁장이, 군중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하여 빠른 두뇌와 미래에 대한 안목을 지닌 사람은 그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정직이 최선의 방안이었기에 나는 무허가 증권거래소를 제외하고는 심한 거짓에 대하여 상대하지 않았다. 큰 돈은 정당함에 있지 부정에 있지 않다.
              

 

 

 

'합리적이지만 잘못된 나쁜 행위'

'합리적이지만 잘못된 나쁜 행위(rational bad behavior)'란 '나에겐 좋지만 너,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는 해로운' 행위를 말한다. 쉽게 말해 '이기적'인 행위다.(584쪽)


 

 

양심, 가슴 속의 동거인(同居人), 내부 인간, 우리 행위의 재판관 및 조정자(調整者)

그것은 이성(理性), 천성(天性), 양심, 가슴 속의 동거인(同居人), 내부 인간, 우리 행위의 재판관 및 조정자(調整者)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행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할 때마다 우리 내심의 가장 몰염치한 격정을 향하여 깜짝 놀랄 정도의 큰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소리치는 것은 바로 이 사람이다. 즉, 우리는 대중 속의 한 사람에 불과하고, 어떠한 점에 있어서도 그 속의 다른 어떠한 사람보다 나을 것이 없으며, 우리가 그처럼 수치(羞恥)를 모르고 맹목적으로 우리 자신을 다른 사람들보다 우선시킨다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분개와 혐오와 저주의 정당한 대상이 될 것이라고, 우리가 우리 자신들에 관련된 모든 것이 실제로는 사소한 것이라는 사실을 배우는 것은 오직 이 중립적 방관자로부터이고, 이 중립적 방관자의 눈에 의해서만 자애(自愛)가 빠지기 쉬운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을 수 있다. 관용의 적정성과 부정(不正)의 추악성, 우리 자신의 큰 이익보다 다른 사람들의 더 큰 이익을 위하여 우리 자신의 그것을 양보하는 것의 적정성과, 우리 자신의 최대의 이익을 얻기 위하여 다른 사람의 가장 사소한 이익까지 침해하는 행위의 추악성을 우리에게 보여 주는 것은 바로 이 공평무사한 중립적 방관자이다.(253쪽)


 

 

기본에 충실하라는 말

결론적으로 초우량 기업에 있어 경영의 핵심은 다른 경쟁 기업과 비교해서 그저 어딘가 모르게 다르다는 정도가 아닌 것이다. 그들의 차별성은 경영학에서 상식으로 통하지만 모든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기본에 충실하라는 말을, 실제 현장에서 충실히 지키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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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라딘의 '안위'가 걱정이다
    from Value Investing 2013-01-23 19:46 
    김영사.창비 등 줄줄이 알라딘과 거래 정지(종합) 연합뉴스 57분전 주요 출판사들, 줄줄이 알라딘과 거래 정지 연합뉴스 2시간전 도서정가제 전쟁! 창비, 알라딘에 “책 못 줘!” 미디어오늘 5시간전 출판계-인터넷서점, 도서정가제 둘러싸고 대립 격화 전자신문 2일전 "도서정가제 강화 반대" 알라딘의 반란 한국일보 2일전 * * *'도서정가제 강화'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들을 보며 자꾸만 여러가지 생각들이 스친다. 그 가운데 가장 신경쓰이는
  2. 아무리 생각해도 책은 '가격'보다는 '가치'에 따라 움직여야......
    from Value Investing 2013-01-25 10:38 
    며칠째 '도서정가제 강화'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쇼펜하우어는 "강을 거슬러 헤엄치는 사람만이 물결의 세기를 알 수 있다."고 말했지만, 나는 수영 실력조차 갖추지 못한 채 '도서정가제'라는 이상하고도 낯선 강물에 뛰어든 꼴이다. 책값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도서정가제 강화' 추진 움직임은 여러 이해관계와 복잡한 문제들이 서로 얽혀 있어서 생각보다 쉽게 헤쳐나갈 '출구'가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뜨거운 찬반논쟁이 그걸 반증한다고도 볼 수
 
 
파란놀 2013-01-21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마음'이라든지 '밑마음'을
으레 정치꾼한테만 바라지만,
알라딘책방 또한 스스로
'책을 다루는 일'을 하는 줄
깨달아야 하지 않느냐 싶어요.

책을 쓴 작가,
책을 낸 출판사,
책을 읽는 사람,
알라딘책방은 이 세 갈래 사람들한테
얼마나 이야기를 듣거나 귀를 기울이면서
스스로 목소리를 낼까 참말 궁금해요...

oren 2013-01-21 22:41   좋아요 0 | URL
알라딘이 이번 일을 둘러싸고 밖으로부터든 안으로부터든 왜 비난을 불필요하게 스스로 불러일으켰는지부터 솔직하게 되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처럼 심하게 꼬인 매듭들이 여간해선 쉽게 풀리기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는 걱정도 좀 드네요.

페크pek0501 2013-01-22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일 댐을 바라보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댐이 무너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인하는 것뿐이다. (596쪽)
이 글을 보니 <악령>의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인간이란 늘 남에게 속기보다 스스로 자신에게 거짓말을 시키고 싶어하는 존재지요. 그리고 물론 남의 거짓말보다는 자신의 거짓말에 더욱 잘 넘어가고요. - 도스토예프스키 저, <악령>에서.

각 책에서 뽑으신 글들을 보며 감탄하는 중입니다. ^^

oren 2013-01-23 11:31   좋아요 0 | URL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은 워낙 유명해서 저도 여러번 봤는데 여기서도 또 보네요. ㅎㅎ

카스피 2013-01-22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중요한것은 알라딘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는 점이죠.독자들을 입장에서 생각한다고는 하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알라딘 입장에선 당연히 반대하는 것이겠지요.

oren 2013-01-23 11:36   좋아요 0 | URL
알라딘의 '이윤 추구'를 무작정 나무랄 순 없겠지요.
다만 이번 일로 알라딘이 너무 쉽게 빠져 들었던 '자애(自愛)가 빠지기 쉬운 잘못된 생각'을 한번쯤 되돌아봤으면 좋겠고, 더 나아가 '신뢰'라는 가장 소중한 가치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리산 종주 산행기

 

 

지난 주말, 오랜만에 들뜬 마음으로 '눈꽃열차'를 타고 태백산으로 향했었다. 겨울산으로 달려가는 야간열차 안에서 친구들과 막걸리며 맥주를 나눠 마시는 기분은 정말 요즘 어린애들 말로 킹왕짱이었다. 함께 여행을 나선 친구들과는 대학 1학년때 같은 과 동기생들로 처음 만났으니 벌써 30년 이상을 동고동락해 온 사이가 되었다.

이 친구들과 결정적으로 뭉치게 된 건 아무래도 대학 1학년 여름방학때 난생 처음으로 함께 나섰던 '지리산 종주 산행'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당시는 우리 모두 지리산을 처음 가보는 터여서 여러 차례의 예비 모임을 통해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를 갖추기 위해 무척이나 애를 썼다. 함께 등산에 나설 여덟 명이 야영을 할 수 있는 대형 텐트 2개와 여러 개의 코펠·버너를 구하는 한편 4박 5일 동안 종주하기에 충분한 '식량들'을 끼니별로 부족하지 않도록 잔뜩 챙겨간 덕분에 우리 모두는 정말 엄청난 고생을 했었더랬다. 매일 아침 텐트를 걷고 식사를 하고 설거지까지 다 끝낸 다음 '무거운 짐들'을 배낭에 꾸역꾸역 챙겨넣고 나설 때마다 우린 주먹을 불끈 쥔 채로 빙 둘러서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힘차게 부르며 산행을 시작했다.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는 굳은 결의가 없이는 도대체 그 먼 산길을 온전히 완주해 내기 여려울 듯싶었기 때문이었다.

천왕봉의 일출까지도 빼놓지 않고 챙겨 보았던 우리의 종주산행은 마지막 하산하던 때에 이르러 잊을 수 없는 여러 순간들 가운데 결정적인 장면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오랜(?) 야영생활로 배터리가 다 닳아 '희미한 손전등' 하나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후미에 뒤쳐진 우리 친구들이 밤늦도록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텐트조'에 속했기 때문에 서둘러 하산하여 맞춤한 곳에 터를 잡고 텐트를 치고 저녁을 준비하느라 바빴다. 제법 시간이 흐르고 '밥 다 되었고' 찌게마저도 떠먹을 시간이 지났지만 뒤에 처진 우리 친구들은 밤 9시가 넘도록 좀처럼 나타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인적이 끊긴 지도 한참이나 지나서 거의 9시 반이 다 될 무렵에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드디어 우리 친구들이 나타났다. 우린 너나 할것없이 서로 얼싸안으며 재회의 기쁨과 감격을 만끽했다. 그때 저절로 다져진 말로 표현하기 힘든 끈끈한 우정들이 결국은 평생의 친구가 되게 한 원동력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아무튼 그렇게 기분좋게 달려간 태백산이었지만 날씨가 문제였다. 출발 전까지만 해도 매섭기만 하던 강추위가 잠시나마 주춤한 것은 다행이었으나 '산행 내내' 눈이 그치질 않았다. 우리 일행은 눈보라와 강추위가 걱정스러워 단단히 무장한 채 이른 새벽부터 야간산행에 나섰다. 혹시라도 날씨가 좋아지면 '하얀 눈으로 뒤덮인 겨울산'을 배경으로 힘차게 떠오르는 멋진 '해돋이'를 담아 볼 수도 있겠다는 야무진 생각을 품은 나는 배낭 속에 무거운 카메라와 망원렌즈까지 챙겨 갔으나 안타깝게도 '태양'은 빛과 온기를 한꺼번에 다 내던지고 구름 뒷편으로 꽁무니를 감추고야 말았다.

그래서 사진은 찍는 둥 마는 둥 했고 그저 눈쌓인 겨울산을 '체력단련' 삼아 다녀온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한가지 소득이 있었다면 뒤늦게 서울에 도착해서 뒷풀이를 위해 찾은 음식점의 아구찜과 해물탕 맛이 정말 짱이었다는 점이다. 오후 다섯시에 시작된 저녁겸 술자리는 뜻밖으로 '열기'가 고조되어 많은 얘기들과 술잔들이 오고간 끝에 숱한 빈병들을 탁자위에 줄을 세우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정말 '멋드러진 친구, 내 오랜 친구야' 싶은 분위기였고, '이왕이면 더 큰 잔에 술을 따르고, 그렇게 마주 앉아서 그렇게 잔을 부딪쳐' 보는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우리도 쌓아놓은 회비가 적잖은 만큼 그 돈으로 적금 타듯이 '히말라야를 함께 가자'는 얘기들도 빼놓지 않았다.


이번 산행에서 마지 못해 찍었던 사진들은 현장에서 카메라에 달린 LCD창으로 확인한 결과 대부분 '꽝'이었다. 그래서 아예 사진을 꺼내 보기조차 싫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뒤늦게 사진을 업로드해 보니 맙소사! 컬러모드로 찍은 사진들이 거의 대부분 흑백사진처럼 보일 지경이다.(아래 사진들은 일부러 '흑백'으로 후보정한 사진이 결코 아니다.)

어쩌면 2월 중순쯤 다시 한번 태백산을 다녀올 지도 모르겠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저렇게 버티고 선 주목의 그 늠름하고 멋진 자태를 다시 만나 카메라에 담아 보고도 싶고, 또 아마도 4월 하순쯤 떠나게 될 '히말라야 트레킹'을 위한 준비운동 차원에서라도 당분간 산을 자주 오르내릴 필요도 생겼기 때문이다. 제발 그땐 날씨가 좋아서 '눈이 부시도록 푸르른 겨울하늘'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 *


1. 겨울나무 사이로 어둠을 뚫고 산을 오르는 사람들  Shooting Date/Time 2013-01-12 오전 6:14:07


(스트로보(외장 플래시)를 깜빡 까먹은 덕분에 이런 사진이...)


2. 흐린 날씨 때문에 일출은 커녕...... Shooting Date/Time 2013-01-12 오전 8:18:23





3. 生과 死의 경계는 어디에......  Shooting Date/Time 2013-01-12 오전 8:21:05 





4. 생은 무엇인가요 삶은 무엇인가요 


 


5. 내가 숨 쉬고 내가 있는 곳 기쁨으로 밝히리라 

 

 

 

6. 세상 어딘가 마음줄 곳을 집시되어 찾으리라  

 

 


7. 이제는 아무것도 그리워말자




8. 세월이 묻어둔 길목에 서서......

 

 

 

9. 이대로 또다시 천년을 더 살아보리라

 

 


10. 장군봉(1,567m)에 오른 사람들

 

 


11. 매서운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천제단 Shooting Date/Time 2013-01-12 오전 8: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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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3-01-20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녕 저 고사목 설경을 오렌님이 찍으셨단 말이지요?
찬찬히 즐감하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고맙습니다.

oren 2013-01-21 10:49   좋아요 0 | URL
산행 내내 눈이 내려 기대했던 아름다운 장면들을 마주하지도 못했고, 정상 부근의 세찬 눈보라 때문에 정말 얼어 죽는 줄 알았지만 그래도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눈길을 걷는 느낌이 참 좋았어요.

파란놀 2013-01-21 0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부러 이런 사진 찍으러 다니는 사람도 많은데,
다른 이들은 쉬 못 만나는 풍경을 만나셨으니
이 또한 즐거운 마실이었으리라 느껴요

oren 2013-01-21 10:57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의 말씀이 맞아요. 눈발이 흩날리는 어둑어둑한 날씨 때문에 쉽게 만나지 못하는 풍경이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해요.

새해를 맞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무거운 제사떡'을 가득 등지고 오르는 분들도 여럿 봤고, 천제단에서는 정말 발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가득 모여 다들 정성껏 제를 올리는 모습들이어서 적잖이 놀랐어요.

페크pek0501 2013-01-22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은 사진대로, 사진의 제목은 제목대로 보는 재미가 있네요.
어떻게 저런 나무를 발견하셨나요?
어떻게 저런 눈 풍경을 발견하셨나요?
감탄할 밖에요. 멋진 페이퍼에요.^^

oren 2013-01-23 11:59   좋아요 0 | URL
그동안 태백산에 너댓번 갔었는데 이번에 봤던 '주목 군락지'가 제일 환상적이었어요.^^
 
인생이라는 모험에 찬 여행


인생의 대상隊商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라,
매 순간 환희를 맛보라!
오, 사키여, 내일의 양식을 걱정하지 마라,
잔을 돌려 포도주를 붓고, 내 말을 들어라, 밤이 가고 있다.

- 오마르 하이얌

 * * *

"더 늦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 여행이라도 한번 다녀옵시다."

내가 늘 '여행에 미온적일 때마다' 아내한테 어김없이 듣는 말이다. 더 늦을 게 별로 없었을 것 같았던 2001년 가을에도 그랬다. '아이들이 둘 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장기간 여행하기 힘들테니 대뜸 '유럽'을 한번 가보자고 했다. 여행 출발을 불과 3주 앞두고 9.11 테러가 터졌다. 각 나라마다 '추가적인 테러'에 대비해 공항마다 삼엄한 경비와 검색이 진행됐지만 네 식구가 여행을 다녀오는 데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두 아이가 중3, 중2에 올라갔던 2009년 봄에도 똑같은 말을 들었다. 나는 그 당시 2008년 하반기에 터진 금융위기 때문에 '지옥을 헤쳐 나오는 기분'이 들 정도로 힘든 시련을 겪은 직후였다. 어쨌든 그때는 심신을 좀 추스릴 필요가 있었다. '그래, 열일 제쳐두고 일단 갔다 오지 뭐' 싶어서 선뜻 동의했다. 그런데 출발을 코앞에 두고 '신종 플루'가 뉴욕을 비롯한 미국 동부지역에 급속도로 퍼지고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여행사에 알아보니 함께 떠나기로 했던 수십명이 모조리 취소를 했고, 우리 가족만 남았으니 알아서 결정을 하란다. 가이드 없이 '단독'으로 출발하여 뉴욕에 내려 현지에서 모집한 다른 여행객들과 합류하면 여행은 가능하단다. 그렇게 해서 우리 네 가족은 '신종 플루'가 창궐하고 있다는 미국 동부지역을 다녀왔다.

우리 식구들에게 여행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다녀와야만 하는, 어쩌면 '입대한 병사의 휴가'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라는 주장에 맞선 '다음 기회에'라는 유행가 가사와도 같은 나약한 반박은 언제나 무위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마침 그 2009년 봄에 여행을 다니던 중 잊지 못할 명언을 하나 들었다. 현지 가이드가 했던 말은 매우 간단명료했다. '다리 떨릴 때 여행 다니지 말고 가슴 떨릴 때 열심히 여행다녀라.' 그당시 함께 여행을 다니던 나이 많은 분들은 그말을 들은 이후로 '다리 아프다'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했다. 속으로 꽤나 '찔끔'했던 모양이다.


  

여행 의욕

물론 오래오래 살아서 차비라도 벌어놓은 사람은 언젠가는 기차를 타게 되겠지만 그때는 활동력과 여행 의욕을 잃고 난 다음일 것이다. 이처럼 쓸모없는 노년기에 미심쩍은 자유를 누리기 위하여 인생의 황금 시절을 돈 버는 일로 보내는 사람들을 보면, 고국에 돌아와 시인 생활을 하기 위하여 먼저 인도로 건너가서 돈을 벌려고 했던 어떤 영국 사람이 생각난다. 그는 당장 다락방에 올라가 시를 쓰기 시작했어야 했다.(P78)




'너 늦기 전에'라는 말의 중요성을 깨달았던 사람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있었다. 까마득한 옛날 당나라의 선승이었던 임제선사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가 한 말은 그후 오래도록 여러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卽是現今 更無時節" (지금이 할 때이고, 그 때는 다시 없는 법)
 

 

가장 심각하고 흔히 저지르는 어리석음

가장 심각하고 흔히 저지르는 어리석음은 '삶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하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준비하든 마찬가지다. 이런 준비를 시작하며 사람들은 완벽한 삶이 가능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완벽한 삶에 이르는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이 아무리 오래 산다 해도 그 계획에 비하면 삶은 너무나 짧다. 그런 계획을 실행하는 데는 짐작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또 그런 계획은 모든 인간사가 그렇듯 자주 좌절을 겪고 장벽에 부딪혀 목표한 대로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게 이루어진다 할지라도, 사람들은 미처 생각지 못한 결말을 맞이한다. 사람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고 무엇인가를 하거나 즐길 수 있는 능력도 전과 달라지게 된다. 따라서 온 생애를 바쳐 정성을 기울여 얻은 것을 노년에 이르러 즐기지 못하게 된다. 또는 그토록 어렵게 다다른 지위인데 감당할 처지가 못되는 것이다. 요컨대 그런 것들은 너무 늦게 사람을 찾아온다. 아니면 반대로 뭔가 특별한 일을 해서 특별한 성과를 거두려 했을 때는, 사람이 그 목표에 너무 늦게 도달한다. 시대의 취향과 기호는 이미 달라졌으며, 새로운 세대는 관심을 나타내지 않고 다른 이들은 더 빠른 길로 앞질러 와 있다.

 


세상은 넓고 가보고 싶은 데는 너무나 많다. 나에게 여행을 통해 맛본 가슴벅찼던 순간은 단연 이탈리아의 로마에 도착했을 때가 아닌가 싶다. 내가 파리와 런던을 거쳐 로마에 도착한 시간은 밤 12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는데, 로마에 도착할 시간이 점점 가까워 오는 동안에도 나는 계속 '로마'에 대한 기대로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그리고 틈틈이 로마를 비롯한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을 건성으로 읽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순간 비행기 창문 밖으로 '보석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로마의 야경이 마침내 내 눈에 들어왔다. 오! 여기가 바로 그 로마라는 곳이구나. 나는 정말 너무나 벅찬 감동을 억누를 길이 없었다.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로마에 대해서 강렬한 감명을 받았는지 나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내가 로마 땅을 밟게 된 그날이야말로 나의 제2의 탄생일이자 나의 진정한 삶이 다시 시작된 날이라고 생각한다.
 - 괴테,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中에서

"베네치아와 피렌체에도 고대가 그림자를 떨구고는 있지만, 고대에 신경을 쓰지 않고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로마는 다릅니다."
 - 시오노 나나미, 《
황금빛 로마》 中에서





내가 앞으로 좀 더 '현실적인 여러 예속으로부터' 자유롭게 된다면 나는 이 지구상의 여러 오지들을 둘러보고 싶다. 젊어서 한 때 암벽등반을 배운 적이 있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나는 이미 너무 늦은 나이에 입문을 한 셈이었지만, 어쨌든 나는 에베레스트까지는 몰라도 히말라야는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금방 가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생각만큼 쉽게 현실화되지 못했다. 오래전에 거길 다녀온 친구가 내게 한 말은 아직도 내 귀에 생생하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지. 히말라야를 다녀온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그래서 오래전에 봤던 영화 <버킷리스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히말라야를 오르는 모습은 내게 정말 특별하게 다가왔었다. 그 친구의 목소리와 함께.

어느날 문득 '이 세상으로의 여행'이 그리 멀지 않았음을 우리가 알게 되었을 때, 그때 우리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일'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래서 나도 '여행'이라면 예전보다 조금 더 욕심을 내게 된다.



티베트 팡 라 고개에서 초모룽마가 있는 북쪽을 바라보면서 - 세상 끝 천 개의 얼굴 中에서


 

  

내 여행은 대체로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되었다

안데스 산계를 종주하게 된 것은 잉카인들이 불멸의 성스러운 잎으로 알고 있는 식물인 코카에 관해 연구하고 싶은 의도 때문이었다. 아마존 북서부에서 여러 달 체류한 것은 샤먼의 치료술에 관해서 알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덩치 큰 고양이과 동물들 중에서 가장 희귀종인 구름무늬 표범의 사진을 찍고 싶다는 마음은 나를 히말라야 산맥과 에베레스트 산의 캉슘 사면으로 끌여들였다. 주로 카누 위에서 거주하기 때문에 마른 땅에 거의 발을 딛지 않고 사는 위니키나 와라오 족은 나를 베네수엘라의 오리노코 강 삼각주로 이끌었다. 나는 북서항로의 관문에서 자정의 햇빛을 받고 싶다는 갈망에 이끌려 유럽인들의 기억 속에 자주 출몰하는 북극지방과 빙하 섬들을 찾았다.


 

여러 해 전에 어떤 블로그에서 내 눈에 확 띄는 글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 해외의 어느 방송사에서 '죽기 전에 가야할 50군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리스트'였는데 첫 눈에 '바로 이거다' 싶었다. 마침 그때 나는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를 붙들고 온갖 부문별 목표들을 '거창하게' 세울 때였는데, 나의 '여행 목표'는 그 '50곳'을 모조리 가보는 것으로 깔끔하게 정해졌다. 목표는 가능한 크게 세우는 게 좋다는 저자의 가르침에 따라 나는 거기에 더해 '우주 여행'까지도 포함시켰다. 계힉을 세웠다고 해서 훗날 무슨 청구서가 날아들 일은 없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었다. 설사 그런 계획을 이루기 위해 많은 돈이 들더라도 그건 또다른 '경제 목표'가 나서서 해결해 주리라 믿었다. 일종의 꿈의 선순환이라고나 할까. '꿈도 참 야무지지'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만큼 거창한 계획들을 세울 때였다.
 

 

접힌 부분 펼치기 ▼

 

 

2003년 11월 BBC 에서 '죽기 전에 가야 할 50군데' 라는 방송에서 추천한 세계의 여행지.

1 The Grand Canyon - 미국
2 Great Barrier Reef - 호주
3 Florida (디즈니 월드) - 미국
4 South Island - 뉴질랜드
5 Cape Town - 남아프리카 공화국
6 Golden Temple - 인도
7 Las Vegas - 미국
8 Sydney - 호주
9 New York - 미국
10 Taj Mahal - 인도
11 Canadian Rockies - 카나다
12 Uluru - 호주
13 Chichen Itza - 멕시코
14 Machu Picchu - 페루
15 Niagara Falls - 미국, 캐나다 어느쪽이었지?
16 Petra - 요르단
17 The Pyramids - 이집트
18 Venice - 이탈리아
19 Maldives - 몰디브 공화국
20 Great Wall of China - 중국
21 Victoria Falls - 짐바브웨
22 Hong Kong - 중국
23 Yosemite National Park - 미국
24 Hawaii - 미국
25 Auckland - 뉴질랜드
26 Iguassu Falls - 브라질
27 Paris - 프랑스
28 Alaska - 미국
29 Angkor Wat - 캄보디아
30 Himalayas - 네팔
31 Rio de Janeiro - 브라질
32 Masai Mara - 케냐
33 Galapagos Islands - 에쿠아도르
34 Luxor - 이집트
35 Rome - 이탈리아
36 San Francisco - 미국
37 Barcelona - 스페인
38 Dubai - 아랍 에미리트 연방(?)
39 Singapore - 싱가폴
40 La Digue - 세이셸 공화국
41 Sri Lanka - 스리랑카
42 Bangkok - 태국
43 Barbados - 바바도스 공화국
44 Iceland - 아이슬란드
45 Terracotta Army(진시황 병마용) - 중국
46 Zermatt - 스위스
47 Angel Falls - 베네수엘라
48 Abu Simbel - 이집트
49 Bali - 인도네시아
50 French Polynesia -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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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본 곳 : 15 ....

1 The Grand Canyon - 미국
3 Florida (디즈니 월드) - 미국
7 Las Vegas - 미국
8 Sydney - 호주
 

9 New York - 미국
15 Niagara Falls - 미국, 캐나다 어느쪽이었지?
17 The Pyramids - 이집트
18 Venice - 이탈리아
20 Great Wall of China - 중국
27 Paris - 프랑스
34 Luxor - 이집트
35 Rome - 이탈리아
42 Bangkok - 태국
45 Terracotta Army(진시황 병마용) - 중국
48 Abu Simbel - 이집트


■ 가보고 싶은 곳  : 나머지 전부, 그래도 여러번 생각해 본 곳은 ... 10

5 Cape Town - 남아프리카 공화국
10 Taj Mahal - 인도
14 Machu Picchu - 페루
19 Maldives - 몰디브 공화국
23 Yosemite National Park - 미국
24 Hawaii - 미국
29 Angkor Wat - 캄보디아
30 Himalayas - 네팔
31 Rio de Janeiro - 브라질
33 Galapagos Islands - 에쿠아도르

 


 * * *


그랜드 캐년, 1995-07-27



베네치아, 2001-10-05




이집트 리비아 사막에서의 일출, 2008-02-24



사막에서의 하룻밤은 정말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우리 일행은 저기에서 하룻밤을 묵기 위해 이집트 시내에서 하루 온종일을 끝도 없이 이어지는 '사막'을 가로 지르며 달렸다. 우리는 오후가 되어서는 모두들 '신기루'를 보았다. 사막 한가운데 정말 '오아시스'가 펼쳐져 있었다. 정말 우리 모두는 각자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옛날 어린이신문 만화코너를 통해 숱하게 보았단 그 신기루가 실제 상황으로 내 눈앞에 펼쳐지다니...

그러나 그것 말고도 사막은 너무나 매혹적인 곳이었다. 사막에서 사는 배두인족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준비하며 함께 술잔을 나누고 모닥불을 피워놓고 배두인족들의 전통 타악기들을 두드려가며 춤을 추며 놀았던 일은 천상 '늑대와 함께 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사막의 새벽은 상상할 수 없을만큼 추웠지만 나는 추위 때문이 아니라 '그곳'에 와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였다. 깊은 밤 홀로 텐트 밖으로 나와 봤더니 수많은 별들이 쏟아져 내릴듯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밀리언 스타즈 호텔에서의 1박'이 결코 빈 말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황량한 사막에서 먹을 것을 찾아 헤매던 '여우'도 실제로 만났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따로 없었다.

사막에서의 일몰도 아름다웠으나 일출은 더더욱 장관이었다. 우리는 마치 '우주에 내던져진 기분' 같은 걸 느낄 수 있었다. 이튿날 오전의 주요 프로그램은 '지프로 모래사막을 질주하기'였다. 바람이 만들어낸 높다란 모래구릉을 아슬아슬하게 오르내리는 게 그렇게 신날 수가 없었다. 비록 몇 차례나 자동차 바퀴가 모래속에 깊숙하게 빠져 고생도 좀 했지만......


  

도시의 "떠들썩한 세상"의 차량들 한가운데서 마음이 헛헛해지거나 수심에 잠기게 될 때, 우리 역시 자연을 여행할 때 만났던 이미지들, 냇가의 나무들이나 호숫가에 펼쳐진 수선화들에 의지하며, 그 덕분에 "노여움과 천박한 욕망"의 힘들을 약간은 무디게 할 수 있다.(178쪽)

만일 세상이 불공정하거나 우리의 이해를 넘어설 때, 숭고한 장소들은 일이 그렇게 풀리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바다를 놓고 산을 깎은 힘들의 장난감이다. 숭고한 장소들은 부드럽게 우리를 다독여 한계를 인정하게 한다.(216쪽)

아름다움을 만나면 그것을 붙들고, 소유하고, 삶 속에서 거기에 무게를 부여하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된다. "왔노라, 보았노라, 의미가 있었노라"라고 외치고 싶어진다.(292쪽)


 

 

이집트 룩소르 대신전, 2008-02-25 




 낙타위에 올라탔으니 사막이라도 건너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2008-02-29 



 

카프라 왕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2008-02-29 



아스완에서 카이로로...... 나일강의 푸른 물줄기를 빼고는 전부 사막......  2008-02-29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는 찾기 힘들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과 우리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 사이에는 기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나간다.(46쪽)







실크로드의 중심지_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구르 아미르(지배자의 묘, 티무르의 무덤) 전경

Shooting Date/Time 2011-05-08 오후 5:35:48


유약을 발라놓아 유난히 빛나는 푸른 돔, Shooting Date/Time 2011-05-08 오후 6:2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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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 천 개의 얼굴>의 저자 웨이드 데이비스는 하버드 대학에서 인류학, 생물학 학위와 아울러 민속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과학자, 인문학자, 시인'일 뿐만 아니라, '인류학자, 민속식물학자, 민속지학자, 모험적 여행자, 베스트셀러 작가, 사진작가, 영화제작자'이기도 하다. 이쯤되면 입이 딱 벌어진다. 그런데도 그는 '해마다 여름철이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의 스티킨 황야에서 지내곤 한단다. "결국 이런 여행을 하게 만든 것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가고 싶은 갈망, 보들레르가 "크나큰 병"이라고 부른 것, 곧 안주하는 것에 대한 혐오감이었다. 요컨대 나는 다채로운 빛깔을 지닌 다양성의 세계에서 인간됨의 매혹적인 면들을 재발견하고 찬미할 수 있는 수단을 찾아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무채색의 단조롭고 따분한 세계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단조롭고 따분한 세계에서 벗어나고자' 우리가 무턱대고 '여행이 직업'인 사람들처럼 쏘다닐 수는 없다. 어쨌든 우리는 우리를 옭아매는 여러가지 '현실적인 삶의 예속'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늘 끊임없이 마음속으로나마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는 게 좋다고 본다.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을 쓴 헬렌 켈러는 "인생은 대담무쌍한 모험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녀가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놀라우리만치 아름다운 풍경들'이 우리의 주변에 널려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그리 너무 멀리까지 여행을 갈 필요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더 늦기 전에 어디로든 떠나는 일은 언제나 가슴 설레는 일이다.

마침 이 글을 쓰다보니 어느덧 오늘 밤이면 야간열차를 타고 겨울산으로 여행을 떠나야 한다. 대학 1학년때 만나 어느덧 '30년'이 넘도록 동고동락해 온 친구들이 작년 11월에 만나 약속한 날짜가 벌써 코앞에 닥친 것이다. 그때 어느 친구가 문득 '새해에는 가족들끼리 태백산 눈꽃축제라도 한번 다녀오자'는 제안을 했고 모두들 선뜻 그러자고 했다. 그러고 보니 까마득한 옛날 이맘때 태백산을 찾았던 '등산학교 동기들' 생각이 난다. 혹시 나만 빼고 그 친구들은 모두 다 히말라야를 다녀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짐작도 해본다. 그때 에베레스트 원정에서 막 돌아오신 선생님이 네팔에서 직접 사다주신 총천연색의 에베레스트 사진은 아직도 내 방 벽에 걸려 있는데, 이젠 태백산을 이 추운 겨울에 간다는 것조차 망설여지는 걸 보니 참 세월이 많이도 흘렀다 싶다.

선생님(우측 두번째)과 함께 태백산을 오른 등산학교 동기들, 1995-01-08



나는 최근에 읽은 베르그송의 <창조적 진화>라는 책 속에서 '잠든 의식과 무감각'에 대한 흥미로운 얘기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는 동물을 감수성과 깨어난 의식으로, 식물을 잠든 의식과 무감각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리고 다른 한편 동물계의 진화는 식물적 삶에 보존되어 있는 경향에 의해 끊임없이 지연되거나 멈추거나 아니면 뒤로 돌아가기도 한다. 실제로 한 동물 종의 활동이 아무리 충만하고 넘치는 것처럼 보여도 마비나 무의식이 언제나 노리고 있다. 동물의 활동은 노력에 의해 피로를 대가로 해서만 그 역할을 유지할 수 있다. 동물이 진화한 길을 따라 수없는 쇠퇴와 퇴락이 일어났는데 그것은 대부분 기생적 습관들과 관련이 있다. 그것은 그만큼의 식물적 삶을 향한 방향전환들이다."

우리들 역시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이런 저런 불가피한 방향전환들을 맞을 수도 있겠다. 그게 꼭 식물적 삶을 향한 방향전환들은 아니더라도. 또한 우리가 유년기의 '약속으로 충만한 불확실성'에서 어느덧 자꾸만 '어떤 잔해들을 쌓아가는 삶의 확실성'으로 다가선다 하더라도 아직은 '무릎이 풀어질 때'가 멀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을 통해 그 속도를 좀 늦출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아직도 여러모로 늦지 않았다고 믿는다. 

 

'무릎이 풀어지는 공포'의 기미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아는 것

위대한 절벽과 광막한 침묵의 설원에 의해 솟구쳐오르는 독립과 자신의 감정은 그 무엇 전적으로 기쁘기만 한 것이다. 한걸음 한걸음이 건강이요, 재미요, 즐거움이다. 인생의 근심걱정은 금권주의, 사회의 본질적 속악함과 함께-김이 솟아 오르는 골짜기의 가장 낮은 밑바닥에 달라붙는 추악한 독기처럼-아득히 저 아래쪽에 남는다. 위쪽에서 우리는 맑은 공기와 날카로운 햇빛 속에서 신들과 함께 걷고, 인간은 서로를 알며 자신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를 안다. 어떤 감정도 '우리 종족의 시조들처럼 충실한 동지들'과 더불어, 어느 냉혹한 절벽을 공격하러 전진하는 감정보다 영광스러울 수는 없다. 설령 바깥쪽으로 툭 튀어나간 기울어진 바위 선반 위에서 오로지 구두징 한 개의 마찰만으로 육체가 희박한 공기 속에 떨어져 내리는 것과, 영혼이 저 위 천국으로(그렇게 희망하자) 날아 오르는 것을 막고 있을 뿐일지라도 한 손의 손가락에 아직도 한 파티의 생명을 맡길 수 있고, 아랫도리에 '무릎이 풀어지는 공포'의 기미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아는 것보다 통쾌한 일은 없다.
 - 알버트 머메리, <
알프스에서 카프카스로>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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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보르작이 가족과 함께 뉴욕을 향해 출발한 것은 1892년 9월 15일의 일이었다. 그의 나이가 만 51세 되던 해였다. 그가 느꼈던 '신세계'의 감동과는 비교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나의 느낌은 '미약'했지만, 내가 2009년 봄에 만났던 '미국 동부 / 캐나다'의 풍경도 이 기회에 덧붙여 본다.)


타임스퀘어 광장(브로드웨이 7번가와 42번가가 교차하는 곳)



뉴저지주 농촌의 모습




헬기에 탑승해서 촬영, 왼쪽이 미국, 오른쪽이 캐나다
(대부분의 관광객은 캐나다에서 숙박)



헬기 조종사가 너무나 능숙하게 조종했던 탓으로 다소간의 롤러 코스터를 기대했던 나로서는 실망.




가까이서 오래 보고 있으면 빨려들어갈 것같은 착각이 들 정도...... 




전망대에서 바라본 모습




폭포 가까이에서 망원랜즈로 잡아당긴 모습




'안개속의 숙녀호'를 타고 폭포 가까이 다가가는 중......
(먹거리가 많아서인지 갈매기들이 엄청 많음)




다정한 연인

 




온타리오호 호숫가에 자리잡고 있는 '아이스와인' 포도밭 




토론토 시내




1827년에 설립된 토론토 대학
(세계 최초로 백신을 발견한 것으로 유명하다고)




천개의 섬이 있다는 천섬
(실제로는 1856개의 섬이 있고, 섬마다 동화속 같은 모습의 집을 짓고 살고 있다고)




수도 오타와(빅토리아 여왕이 영국계의 토론토와 프랑스계의 퀘벡을 아우르기 위해 딱 중간지점에 수도를 정함)




퀘벡 시내
_프랑스풍의 노천까페




5월 초순이었지만 손이 얼얼할 정도로 추운 날씨 때문에 '핫초코'가 마냥 반가운 모습




퀘벡의 명물 가운데 하나인 '샤또 프롱트낙 호텔'




하버드대 캠퍼스
(미국 고교 약 20,000개에 Ivy리그 입학정원은 약 16,000명. 전미 고교 1등 가운데 2명 중 1명 꼴로 Ivy리그에 입학)




MIT 공과대학교 




보스톤 퀸시마켓에 나온 귀여운 꼬맹이




예일대 도서관 장서




예일대 캠퍼스




뉴욕 양키 스타디움




미국 워싱턴, 연방 국회의사당




국회의사당을 찾아 수학여행을 온 듯한 미국 학생들




스미소니언 박물관(
1846년 설립, 세계최대인 45캐럿 호프다이아몬드를 포함하여 약 1억 4,000만점이 전시)




링컨기념관 앞.
바닥에 새겨진 글은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shall not perish from the earth."




백악관
(세계를 지배하는 국가의 심장이라 부를 만한 곳인데, 대포를 먼저 앞세우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뉴욕 한인타운 근처
(뒷 배경 건물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전세계 자본시장의 심장인 월스트리트의 뉴욕증권거래소




자유의 여신상
(가시면류관 전망대는 수리중이어서 당분간 못올라 간다고...)




브룩클린 브릿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서 본 맨해튼




성요한 성당
(1892년에 초석 시공, 2050년 완공되면 세계 최대규모가 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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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겨우 7%......
    from Value Investing 2013-10-04 09:26 
    Visited Countriesvisited 16 countries (7%) * * *여행의 재미나는 저축하는 버릇을 버렸다. 큰 돈을 쓰며 하는 여행의 재미가 이 어리석은 생각을 뒤집었다. 여기서 나는 세 번째의 생활로 들어갔다. 실로 더 재미나고 절도 있는 생활로 끌려갔다. 그것은 소비가 수입과 맞아 가게 하는 방식이다. 때로는 한편이 더하고 어느 때는 다른 한편이 더하다. 그러나 두 가지 사이가 떨어지는 일은 매우 드물다.내가 돈을 모을 때는 머지
 
 
사마천 2013-01-11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로,, 여행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시네요.. 갑자기 가슴이 뜁니다.
여행가기 전도 여행, 여행 다녀와서도 여행..
잘 하면 보통의 <여행의 기술>과 같은 걸작이 나오겠네요.. ^^

oren 2013-01-14 11:07   좋아요 0 | URL

사마천님께서 가슴이 뛴다고 말씀해 주시니 저로서도 여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네요. ㅎㅎ
<여행의 기술>을 쓴 보통처럼, 우리의 일상적인 삶이 진행되는 장소가 '극동의 반도 끝'이 아니라 좀 더 나은 위치에 있었더라면 주변의 여러 이웃나라들을 좀 더 수월하게 다녀볼 수도 있었겠다 싶은 아쉬움을 자주 느낍니다. 언젠가는 남미 대륙을 쭈욱 한번 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데, 막상 지난달에 브라질을 다녀온 친구의 얘기를 들어봤더니 '거기까지' 갔다 오는 비행시간만 하더라도 여간 많이 걸리는 게 아니더군요.

프레이야 2013-01-11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찜해두고 여러번 와서 보고 싶은 페이퍼에요. ~~ 이번에 대학간 아들도 보이고요. ^^ 15곳이나 이미 다녀오신 것도 부럽습니다. 다리 떨릴 때가 아니라 심장이 떨릴 때 많이 다녀야하는군요.ㅎㅎ 절묘한 말이네요.

oren 2013-01-14 11:14   좋아요 0 | URL
세월이 흐를수록 '가슴뛰는 순간'은 줄어드는 대신 다리가 떨리고 무릎이 쉽게 풀린다는 게 우리의 고민이겠지요. '젊은이의 활력'이야말로 '약동하는 생의 에너지' 그 자체에 다름 아니겠지요.
* * *
40세가 지나면 활기가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육체와 정신의 힘은 여전히 활동적인 삶을 이끌기에 충분하다. 탐욕, 분노, 고집, 야망 같은 젊은이의 충동은 중년이 되어서 모두 사라지지는 않으나, 더 잘 통제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중년의 삶은 점진적이거나 급격한 정체의 과정이 된다.
- 찰스 P. 킨들버거,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中에서

다크아이즈 2013-01-12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떠난 여행,앞으로 떠날 여행을 생각케 하는 페이퍼네요.
근데 저렇게 어려운 책을 읽어도 힘들거나 지루하지 않는 비법이 뭘까요?
전 우선 독해력이 딸려서리... 이해할 수 있는데까지만 이해하고,그게 재밌을 경우엔 폭 빠지는데
철학은 저처럼 읽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오랜님, 자주와서 감각을 익힐게요.

oren 2013-01-14 11:22   좋아요 0 | URL
저는 높고 험한 산을 올라봐야 좀 더 멋진 장관들을 볼 수 있듯이, 독서에서도 어려운 책을 붙잡고 읽어야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장엄한 풍경들'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와 더불어 독해력도 저절로 늘어난다고 보고요. 그래서 저는 여러 난관들에 부딪치더라도 '좀 더 어려운' 책을 찾아서 붙들고 씨름해 보고 싶은 생각을 늘 갖고 있답니다. 그런 책들이 주는 묘미도 있으니까요.
* * *
"단순히 책을 더 잘 읽고 싶어서 책을 읽는다면, 책은커녕 글 한 줄도 제대로 읽을 수 없다." 자신의 능력 안에 있는 책은 읽어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 능력 박에 있는 책, 당신의 머리를 넘어서는 책을 붙잡아야 한다. 그래야만 정신을 확장시킬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배울 수 없다."
- 모티머 J. 애들러,『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중에서

마녀고양이 2013-01-13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눈꽃여행을 하고 계시겠네요....

'더 늦기 전에...', 저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데다, 추위와 더위를 잘 참지 못해요.
체력도 약한 편이구요. 그래서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와 인터뷰 시리즈를 읽으면서 제일 가까이 와닿은 부분이
수백년동안 인간으로서는 갈 수 없는 오지에서 살고 있는 독특한 뱀파이어였어요. 그게 제 바람이었나봐요.

지금은 더 큰 목표가 있으니 여행을 잠시 미루지만,
딱 두해만 참고, 다시 가기 시작하려구요. 사진 너무 좋습니다. 감사드려요.

oren 2013-01-14 11:29   좋아요 0 | URL
그 '명백한 불유쾌함'에도 불구하고, '욕망과 만족 사이의 격차에서 오는 고통'을 많이 겪을수록 훗날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 준다는 알랭 드 보통의 말(『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을 저도 여러차례 경험해 봤기 때문에 전적으로 옳다고 믿어요.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여행은 사실 그다지 큰 만족감을 안겨주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봐요. 사진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페크pek0501 2013-01-14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포 사진에 반했어요. 아주 멋지군요.

다정한 연인(두 남녀의 뒷모습)의 사진보다 가족 네 분이 찍힌 '다정한 가족'의 사진이 더 아름답습니다. ㅋ
잘 보고 갑니다. 많은 분들이 이 페이퍼를 보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ㅋ

oren 2013-01-14 14:32   좋아요 0 | URL
우리가 갔을 땐 '폭포 위에 거대한 무지개'가 뜬 것도 봤답니다. 물론 사진도 찍었구요.

비옷을 입고 터널을 통과해서 '폭포수'가 떨어지는 코 앞까지 가 봤을 때, 폭포수를 직접 맞아보기도 하고 그 거대하고도 웅장한 소리에 새삼 놀라기도 했구요.

계절마다 각각 다른 장관들을 연출하기 때문에 '여러번씩' 다녀가는 사람들도 많다고 들었어요. 페크님께서도 언제 한번 꼭 가보세요~

파란놀 2013-01-16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차를 타고 순천까지 간 다음, 순천부터 시외버스를 타고 작은 시골 읍내까지 가서, 시골 읍내부터는 군내버스를 타고 남녘땅 작은 마을 돌아보는 여행도 아이들과 누려 보셔요.

아마,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이 같은 '작은 국내 여행'을 누린 사람이 너무 적어, 이 나라에 어떤 이웃이 있는 줄 잘 모르지 않으랴 싶어요.

시골 군내버스를 타고 작은 시골마을 한 바퀴를 빙 돌면, 멀리 비행기 타고 나가지 않아도, 아름다움을 느끼시리라 믿어요.

oren 2013-01-16 17:01   좋아요 0 | URL
네.. 그러고 보니 저도 여태껏 순천까지도 못 가봤네요.
언제 기회가 되면 함께살기님께서 일러주신 대로 남녘땅 작은 마을까지도 한번 여행을 가보고 싶습니다.
기차를 타고 가다가 시외버스를 갈아타고 또 군내버스를 갈아타고 여행을 다니다 보면 또다른 많은 새로운 풍경들과 이웃분들도 구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파란놀 2013-01-16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보금자리요,
서재도서관이 고흥에 있거든요 ^^

꼭 한국도 여행하고 외국도 여행해야 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한국부터 제대로 모르면서
외국에만 너무 푹 빠지지 않나 싶기도 해요~

oren 2013-01-17 11:36   좋아요 0 | URL
전라남도 쪽으로는 최근 몇 년간 예닐곱 번쯤 가본 듯해요. 언젠가 작정하고 4박5일 일정으로 '남도기행'을 다녀봤을 때 참 좋았던 기억도 납니다. 목포, 영암, 강진을 거쳐 해남 땅끝마을과 보길도, 완도를 거쳐 다시 보성, 낙안, 구례를 둘러본 적도 있었고, 2011년에도 목포,영암,해남,진도를 다녀온 적이 있었어요. 그러고 보니 요 근래에 무주와 진안, 장수 방면으로 두 번, 곡성과 남원, 구례와 하동, 광양으로도 두세 번 다녀온 적이 있었네요. 기억을 되살려보니 하필이면 순천과 고흥만 속 빼고 나닌 듯싶기도 합니다. ㅎㅎ

함께살기님의 서재도서관은 '사진'으로 여러번 구경했는데 실제모습도 몹시 궁금합니다. 언제 기회가 닿으면 서재도서관도 구경하고 함께살기님도 꼭 만나뵙고 싶어요^^

샘물 2013-03-03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태백산을 오르시다니...ㅠ 저는 어제 하도 오랜만에 뛰었더니 다리가 반 실신상태인데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