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논란으로 김영사 등 주요 출판사 10여 곳이 온라인 서점 알라딘과 거래를 중단하고 있다.
김영사와 창비, 해냄사, 돌베개, 마음산책 등 출판사 10여 곳은 최근 추진되고 있는 도서정가제 강화에 반대 입장을 보인 알라딘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이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
김영사 관계자는 24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23일 알라딘 측에 거래 정지 통보를 했다"며 "통보 다음날인 오늘(24일)부터 알라딘에 출고가 정지됐다"고 말했다.
그는 "출판사들의 숙원사업이던 도서정가제 정립을 위해 대의에 동참하기로 했다"며 "출판시장의 불황으로 도서의 경쟁력이 책의 '질'이 아닌 '가격'으로 결정되고 있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책의 질로 서로가 경쟁하는 문화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돌베개 관계자 역시 "도서정가제는 10여 년 넘게 출판계가 공들인 일이다"며 "도서 할인경쟁으로 양질의 출판사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서정가제가 입법화돼 가는 과정에 출판계와 한 마디 상의 없이 알라딘 측이 반대 성명을 내는 등의 행동을 한 것에 의아함을 느낀다"며 "도서정가제에 반대하는 알라딘에 출판계 측의 강력한 의지를 전하고자 거래 정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출판사들의 '거래정지' 조치에 알라딘 측은 우선 "출판사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며 "우선 고객이 주문한 서적을 받는 것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알라딘은 지난 17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도서정가제 대폭 확대를 골자로 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성명을 게재하고 누리꾼들의 서명을 받았다.
성명을 통해 알라딘은 "책 판매가를 올려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도서정가제에는 찬성할 수 없다"며 "판매가격 통제로 출판시장을 보호하려는 시도는 산업의 혁신을 저해하는 과보호가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알라딘은 또 "출간 18개월이 지난 구간에 대해서도 신간처럼 할인율을 10%로 제한하겠다는 도서정가제 대폭 강화법안이 지난 9일 국회에 상정됐다"며 "이번 개정안에는 '10% 할인에 마일리지까지 포함한다'는 사실상 마일리지를 금지하는 조항까지 포함됐다"고 전했다.
알라딘 측은 "신간에 대한 할인 제한을 구간에까지 확대하면 독자의 손해는 물론이고 판매 권수 감소로 저자의 인세수입도 감소한다"며 "독자와 저자에게 돌아갈 피해는 명백한 것에 비해 일부 대형서점을 제외한 소형서점과 출판사에 돌아갈 이득은 불확실하다"고 주장했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출간 18개월 미만인 신간에만 할인율을 10%까지 제한하고, 18개월이 지나면 할인율에 제한을 두지 않았으나 개정안은 기간에 상관없이 신간과 구간 모두에 할인율을 10%로 제한하도록 했으며 도서관에 판매하는 책도 정가제 적용 대상에 포함했다.
출판사와 온라인 서점과의 이같은 갈등에 대해 백원근 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도서정가제 논란이 20여 년 넘게 계속되는 동안 출판사들은 당사자이면서도 방관자적인 자세를 취해왔었다"며 "그러나 근래들어 전체 출판 시장의 매출이 감소하자 출판사들이 행동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 책임연구원은 "도서정가제는 고래와 새우가 함께 숨쉬는 바다, 즉 소형서점과 대형 서점의 공존을 위한 것"이라며 "도서자유가격제는 소수의 승자 독식 구조를 만들 뿐이다"고 밝혔다. 그는 또 "독자들은 일반적으로 도서정가제로 도서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오해를 한다"며 "그러나 정가제로 판매하면 도서의 거품 가격이 빠지기 때문에 오히려 가격경쟁력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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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책임연구원은 "한국처럼 시장규모가 작고 해외에 책을 수출할 여지가 없는 경우에는 더욱 도서정가제가 필요하다"며 "비영미권 대부분의 국가들은 도서정가제를 특별법으로 정해 자국의 출판 시장 유통 질서를 보호한다"고 말했다.
또 "도서정가제는 출판사와 서점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독자가 다양한 책을 다양한 경로로 접할 수 있게 하는 제도"라며 "국민이 향유할 수 있는 '독서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도서정가제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