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언제나 '그 사소함'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점



김영사.창비 등 줄줄이
알라딘과 거래 정지(종합)
  연합뉴스 57분전

주요 출판사들, 줄줄이 알라딘과 거래 정지  연합뉴스 2시간전

도서정가제 전쟁! 창비, 알라딘에 “책 못 줘!”  미디어오늘 5시간전

출판계-인터넷서점, 도서정가제 둘러싸고 대립 격화  전자신문 2일전

"도서정가제 강화 반대" 알라딘의 반란  한국일보 2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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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강화'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들을 보며 자꾸만 여러가지 생각들이 스친다. 그 가운데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은 아무래도 '알라딘의 안위'에 관한 문제이다. 나는 이번 문제로 인해 알라딘이 알라딘 사용자들에게 좀처럼 회복하기 어려울 듯한 '대형 사고'를 쳤다고 생각한다. 알라딘을 다소 거칠게 성토하는 분위기는 밖에서부터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알라딘 사용자들로까지 빠르게 번져가는 듯하다. [도서정가제법 강화에 대한 의견을 듣습니다]에 마련된 <찬성 의견> 가운데 벌써부터 '알라딘을 탈퇴하겠다'는 의견들도 적지 않게 올라오고 있다.

알라딘이 '자사의 입장'에 유리하도록 자신의 고객들에게 직접 '도서정가제 강화에 반대하는 서명'을 촉구한 일만 가지고 탓하는 게 아니다. '이윤의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영리법인으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방식이었다. 알라딘이 처음부터 자신의 고객들인 알라딘 사용자들에게 '어느 한 쪽 편만을 위한 서명'을 호소한 게 결정적인 잘못이었다. 알라딘 사용자라고 해서 반드시 알라딘의 입장만을 옹호해 주길 바랐다면 알라딘이 너무 순진했던 것이고, 그 반대 입장을 고의적으로든 미필적 고의로든 아예 외면하기로 작정한 것이었다면 아무리 욕을 먹어도 별로 할 말이 없지 싶다.

뒤늦게 [반대의견] [찬성의견] [기타의견]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발빠르게 대처한 것은 옳았으나, 그래도 역시 개운치 않은 뒷맛이 남는다. 알라딘에서 뒤늦게나마 손수 제공한 '찬성 관련자료'를 살펴보면 굳이 알라딘이 온갖 욕을 먹으면서까지 반대할 뚜렷한 이유도 찾기 어려워 보인다. '도서정가제'가 이번에 처음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동안 법을 시행해 오다 보니 여러 문제점들이 드러났기 때문에 이번에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정'하자는 게 '찬성 관련자료'의 주요 내용임에 비춰보면 뭔가 이번 '강화 법안'이 알라딘에 '여간 불리한 게 아닌' 속사정이 있음을 미뤄 짐작케 한다.



※ 알라딘에서 제공한 도서정가제 찬성 관련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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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확립 위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 발의
도서정가제 유명무실로 신간출간 감소, 출판사 경영악화, 동네서점 폐업
최재천 의원 대표발의, 민주·새누리·진보당 문방위원 등 공동발의
 


최재천 의원이 유명무실화된 도서정가제를 확립하기 위해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소속 최재천 의원(민주통합당)은 9일 도서정가제를 규정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이하 ‘출판법’) 제22조를 일부 개정하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 법률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도종환, 윤관석, 신경민, 남경필, 강동원 의원 등 민주통합당, 새누리당, 진보신당 문방위원 등이 공동발의했다.

현행법상 도서정가제는 입법취지와 다르게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규정에 의해 재판매가격유지 대상저작물의 종류와 유통범위를 제한하고 있고, 예외가 지나치게 넓게 인정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발행일로부터 18개월 미만 도서(신간도서)는 19%까지 할인이 가능하고, 발행일로부터 18개월이 경과한 도서(구간도서)와 실용서·초등학습참고서 및 국가기관 등에서 구입하는 도서는 무제한 할인이 가능함으로써 도서정가제가 유명무실해진 실정이다.

지난해 신간출간 종수는 2008년에 비해 23% 감소했고, 2012년 8월까지 출판사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1%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소형서점과 유통사 폐업도 속출하고 있다. 최근 8년간 서점 수는 29.3%가 줄었고, 대교 리브로가 지난해 말 폐업을 선언하는 등 온라인서점의 경영도 악화되고 있다.

개정 법률안은 제22조 제3항에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9조 제2항과 관련된 부분을 삭제하고, 간행물을 판매하는 자는 정가의 10퍼센트 이내에서만 할인해 판매할 수 있도록 바꿨다. 또한 현행법 제22조 제4항에서 도서정가제의 예외로 정하고 있는 간행물 가운데 ①발행일부터 18개월이 지난 간행물, ②도서관에 판매하는 간행물, ③발행일로부터 18개월이 지난 종이 간행물과 내용이 같은 전자출판물을 삭제하여 이들에도 도서정가제가 적용되도록 했다.

최재천 의원은 “정가제 대상이 아닌 도서와 할인율이 높은 도서만이 판매되면서 신간도서 시장이 위축되고 출판사는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 그 결과 출판의 다양성이 제한되고 구매접근성이 저하되면서 독자는 값싸고 잘 팔리는 책에 편향되는 악순환이 초래되고 있다”면서 “문화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출판산업을 진흥하기 위해서 불합리한 예외조항을 개정할 필요성이 크다”고 개정 법률안을 발의하게 된 취지를 밝혔다.

최재천 의원은 또한 최근 국회 예결위 심의과정에서 전액 삭감된 출판진흥기금을 조성하기 위한 법률 개정에도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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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서는 알라딘의 그 '속깊은 속사정'까지 알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다. 다만 나는 알라딘이 참 좋은 '인터넷 서점'인 줄만 알고 11년째 변함없이 이용해 온 '애용자' 입장에서 이번 일이 몹시도 서운하고 또 속이 상한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여태껏 애용해 온 알라딘이 고작 이런 회사였나 싶은 것이다.(나는 2011년 12월에 지역도서관에 기증하기 위해 429권의 책을 한꺼번에 '신간'으로 구매할 때조차 굳이 출판사를 외면하고 알라딘을 이용했다.) 

자사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고객의 입장'은 얼마든지 무시해도 좋다는 모습을 그동안 한두 번 봐온 게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때마다 사태는 무사히 수습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번엔 나도 좀 생각을 달리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알라딘이 언제나 제일 좋은 인터넷 서점인 줄만 알고 열심히 애용해 온 나는 어쩌면 '알라딘이 끼친 해악(?)'을 위해 매우 적극적으로 협력해 온 셈이 아니었는지 반성해 보게 된다.

내가 알라딘을 포기해야 옳은지, 아니면 혹시라도 알라딘이 '도서정가제 강화 반대 입장'에서 한발 물러날 가능성은 없는지 나는 그게 궁금하다. 이와 같은 모든 결정들은 도박에 가깝다. '기존의 핵심 가치를 고수하면 파멸에 이르게 될 것인지, 반대로 기존의
핵심 가치를 포기하면 생존할 수 있을 것인지를 확신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알라딘을 떠나갔다. 그런데 그들은 대개 '자신의 입장 또는 소신'이 문제가 되었던 듯싶다. 그런데 이번에 내가 알라딘과의 관계를 고민하는 이유는 '알라딘의 입장'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개별성 보다는 개연성을 띤 측면도 있다고 본다. 이번 일로 알라딘을 탈퇴하시는 분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 분들의 신속한 결단력이 부럽다. 나는 좀 더 꾸물거릴 것 같다. '일단 행동을 하고 나면 우리는 새로운 정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선택권을 상실할' 수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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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과 양립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될 때

누구나 오랫동안 소중하게 간직하던 핵심 가치가 이제 생존과 양립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될 때 그 가치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고통스런 일이다. 그렇다면 과연 현실과 타협해 살기보다는 차라리 죽기를 원하는 때는 언제인가? ...... 이와 같은 모든 결정들은 도박에 가깝다. 기존의 핵심 가치를 고수하면 파멸에 이르게 될 것인지, 반대로 기존의 핵심 가치를 포기하면 생존할 수 있을 것인지를 확신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592쪽)

 

 

 

 

분노와 졸속

 

생각건대 분노와 졸속은 깊고 신중한 생각과 전혀 상반된 것으로, 분노는 어리석음을 동반하기 쉽고, 졸속은 조잡함과 짧은 생각을 낳기 쉽습니다. 또 토론이 실제 행동의 지침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어리석은 사람들이나, 혹은 뭔가 개인적인 이익을 노리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들이 어리석은 사람들이라는 것은, 장래에 대해 확고한 생각을 갖지 않은 채 뭔가 다른 방법으로 장래의 지침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며, 또 그들이 사리사욕을 노리고 있다는 것은, 그들이 불명예스런 일을 설득하려 하며, 좋지 않은 일에 관해 교묘하게 잘 둘러댈 수 없다고 생각해서 자신들의 반대자나 청중을 놀라게 하거나 위협하기 때문입니다.(271쪽)

 

 

 

 

햄릿(Hamlet)은 불확실한 결과 앞에서 너무 많이 주저하는 것은 나쁘다고 투덜거렸다. 그 이유를 들어보자.

『결심의 본질적 색조가 사고의 희미한 색조로 흐려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극히 중요한 실행욕이 행위의 명분을 잃게 된다.』

그러나 일단 행동을 하고 나면 우리는 새로운 정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선택권을 상실한다. 결과적으로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결과가 불확실할수록 그만큼 지연(꾸물거림)의 가치는 커진다는 뜻이다. 햄릿은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주저하는 자는 목표달성에 그만큼 가까워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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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의는 어디에 있을까?
    from Value Investing 2013-01-30 01:10 
    파괴적이 되어라. 다만 세상을 좀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든다는 대의는 지켜져야 한다. (니클라스 젠스트롬 스카이프 공동 창업자) * * * (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 * * *① 출판사 사장들의 얘기 도서정가제에 대한 어느 소형출판사 사장의 고민“도서정가제 안하면 작은 출판사 죽고 책 다양성 사라져”② '피라미 한 마리'로 변신한 알라딘? 혹은 여전히 불편한 진실?피라미 한 마리 살리려고 출판이 망할 수는 없다③ 음모론에 이어
  2. 빌어먹을~~
    from Value Investing 2015-12-24 23:28 
    주식시장을 오래 관찰하다 보면 가끔씩 '불안한 징후들'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런 실마리들은 기업들마다 각양각색이어서 일일이 열거하기가 너무 힘들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 하나를 꼽으라면 '경영진의 엉뚱한 짓'을 포함하는 '느닷없는 변화'다. 그런 변화들 가운데 가끔 긍정적인 변화도 없진 않지만 대개는 '부정적인 변화'로 귀결되는 경우가 훨씬 더 흔하다. 예측 가능한 변화는 좋지만 예측하기조차 어려운 급작스런 변화는 대개 '나쁜 조짐'으로 해석된다.
 
 
사마천 2013-01-23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효율도 좋지만 많은 동네서점의 몰락을 보면 안타까운 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구글의 모토가 don't be evil이라고 하는데 기업이 커질수록 사회적 책임을 의식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경제민주화는 아주 거창한 이야기는 아니죠. 그냥 함께 가기 위해 고민해야 할 것을 거론했을 뿐입니다.
네이버를 보면 원망스러울 때가 많고 그러다가 카카오의 돌출에 환호하게 되었습니다
초창기 인터넷 산업이 태동할 때 사정과는 다르게 이제 몇 안남은 서점으로서 무언가 자신의 위치를 고민해주기를 바라게 됩니다.. .

oren 2013-01-24 14:34   좋아요 0 | URL
'상생'이 참 어려운가 봅니다. 특히나 좀 더 멀리 내다보며 오래도록 함께 가는 일 말입니다.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애'를 강조한 말도 생각납니다. "기업은 그 제품과 서비스로 곧바로 평가된다. 하지만 그 기업이 가진 인간애로 더 엄격하게 평가된다."

숲노래 2013-01-24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서재에서 여러 사람이 이래저래 따지고 하니, 비로소 '여러 자료'를 알라딘에서 걸친 듯하기는 하지만, 정작 제대로 된 자료를 걸쳐 주지도 않았어요. 이렇게 되면, '참과 거짓을 아는' 사람들은 알라딘책방 행태를 더 속속들이 깨달으며, 조용히 떠나겠지요.

장사를 하는 일이 나쁠 까닭 없어요. 누군가를 속이면서 장사를 한다든지, 다른 이웃장사꾼을 등친다든지, 혼자만 살아남고 어깨동무할 마음이 없다든지, 이렇게 나아가면 스스로 무너지겠지요.

oren 2013-01-24 11:41   좋아요 0 | URL
구구절절 옳은 말씀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알라딘'에 속는 기분 또는 속았다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요?
'가장 위험한 CEO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라는 말도 떠오르고, "앞이 안 보일수록 더욱 더 멀리 내다봐야 한다. 먼 곳을 보면 경치가 선명하고 가까운 곳을 보려고 하면 배멀미가 심해진다. 나는 300년 앞을 내다보면서 사업을 해왔다."고 말했던 손정의씨의 말도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