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전 세계의 도서관이 불타고 있다면 나는 뛰어 들어가 『셰익스피어 전집』과 『플라톤 전집』 그리고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구해낼 것이다”

 - 랄프 왈도 에머슨

 

 * * *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각자 나름대로 얼마쯤의 '독서 목표'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목표들은 처음엔 대체로 소박하게 시작하는 게 보통인 듯하다. 왜냐하면 읽어야 할 책들이 얼마만큼 많은지를 처음부터 자세히 가늠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누가 처음부터 무턱대고 '1만 권의 독서'를 목표로 하겠으며, 어느 누가 처음부터 '플라톤 전집'과 '셰익스피어 전집' 완독을 목표로 하겠는가.

 

그런데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더 많은 읽을거리를 자꾸만 더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이건 마치 먹으면 먹을수록 더욱 공복감을 느끼는 고대 서양 신화의 에뤼식톤을 닮았다.

 

 

그자는 더 많이 뱃속으로 내려보낼수록 더 많이 요구했소.

마치 바다가 전 대지로부터 강물을 받아들여도

그 물로는 성에 차지 않아 멀리서 흘러 온 강물들까지 들이키듯이,

마치 모든 것을 삼키는 불이 영양분을 거절하는 일 없이

무수한 통나무들을 불태우고 더 많이 받을수록 더 많이 요구하고

많을수록 그로 인하여 더욱더 탐욕스러워지듯이,

꼭 그처럼 불경한 에뤼식톤의 입은 그 모든 음식을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더 많은 것을 요구했소. 그에게는 음식이 곧 음식을

먹게 되는 원인이 되었고, 먹을수록 늘 공복감을 느낄 뿐이었소.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8권 834∼878행

 

 

뒤늦게 셰익스피어에 입문했을 때, 나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만이라도 천천히 한번 읽어 봐야지 했었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어느새 '셰익스피어 전집'을 모조리 다 읽는 쪽으로 '독서 목표'가 바뀐 걸 알고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있었다. 내가 언제부터 이토록 거창한(?) 욕심을 겁도 없이 품게 되었을까 싶었던 것이다.

 

아무튼 내가 셰익스피어를 만나자 말자 내처 읽었던 작품들이 결코 적지는 않았다. 비록 한꺼번에 전집을 끝까지 다 읽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그걸 세어보니 정확히 21편이었다. 읽은 차례대로 그걸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

『로미오와 줄리엣』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줄리어스 시저』

『한여름 밤의 꿈』

『베니스의 상인』

『좋으실 대로』

『십이야』

『잣대엔 잣대로』

『겨울 이야기』

『태풍』

『헨리 4세 1부』

『헨리 4세 2부』

『헨리 5세』

『헨리 8세』

『리처드 2세』

『리처드 3세』

『말괄량이 길들이기』

 

보시다시피 여기서 딱 맘췄다. 더 이상 진척이 없었다. 셰익스피어의 나머지 작품을 다 읽기까지는 아직도 16 작품이 더 남았다. 그의 희곡 작품이 무려 37개나 되니 말이다. 미처 6할도 못 읽은 셈이다. 셰익스피어 전집 읽기가 여기서 멈춘 데는 출판사의 사정도 얼마간 영향을 미쳤다. 나는 민음사에서 '전 10권'을 목표로 새롭게 내놓은 <셰익스피어 전집>으로 셰익스피어 읽기를 시작했는데, 그 전집이 아직까지도 후속작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종철 교수가 '전10권'을 목표로 출간한 『셰익스피어 전집』시리즈. 전집 1권, 4권, 5권 , 7권에 담긴 작품들(모두 16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에서도 특히 뛰어난 걸작들이다. 이 시리즈의 장점은 무엇보다 셰익스피어 전공 교수의 '운율을 살린 운문 번역'이면서 '가장 최신의 번역'이라는 점이다. 작품마다에 딸린 '풍부한 작품 해설'과 '충실한 주석' 등도 돋보인다. 간혹 지나친 '운문 번역'이 드라마틱한 극중 대사의 묘미를 반감시키는 면도 없지는 않다.)

 

 

민음사판 『셰익스피어 전집 시리즈』<전10권>(예정)  가운데 5권까지는 비교적 순조롭게 출간된 듯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딱 거기까지 진행되고 감감무소식이다. 이제나 저제나 하고 틈날 때마다 후속작들이 나온 게 없나 하고 살펴보지만 맨날 그 모양이다. <셰익스피어 전집 10 : 소네트.시>가 마지막으로 출간된 이후로 꼬박 3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후속작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완전히 도외시했던 건 아니었다. 그런데 출판사마다 번역의 품질(?)이 꽤나 들쭉날쭉이었다. 그래서 또다시 브레이크가 걸렸다. 기왕지사 민음사의 최종철 번역본으로 읽기 시작했으니 후속편들이 출간되면 그 때 다시 '이어서' 읽어야지 싶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딱히 '이어서' 읽는 느낌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사극들이라면 인물들 사이에 어느 정도의 연관성이라도 있겠지만 다른 작품들이야 그런 연관성조차도 전혀 없으니 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떤 특정한 셰익스피어 전집 시리즈의 깔끔한 완독을 내심 더 바랐는지도 모른다.

 

(민음사 판 <셰익스피어 전집 시리즈>로는 미출간된 작품들 가운데 다른 번역자의 판본으로 읽은 책들. 신정옥 교수가 '전작품'을 완역한 '전예원' 판은 번역된지 너무 오래된 상태여서 '외국어 표기'가 눈에 거슬리는 경우가 많고, 산문체 번역이어서 '시적인 대사'를 감상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았다. 이성일 교수가 번역한 '나남'의 『리처드 2세』는 '감정을 격동시키는 대사'에 관한 번역이 특히 뛰어나다는 느낌을 받았다. 동서문화사의 번역들도 대체로 무난했다.)

 

 

오늘도 심심하던 차에 알라딘에 들어왔다가 혹시나 하고 살펴 봤다. <민음사판 셰익스피어 전집 시리즈>가 새로 나온게 없나 하고. 그랬더니 뜻밖에도 전혀 새로운 <셰익스피어 전집>이 한꺼번에 완간된 게 있어서 깜짝 놀랐다. <동서문화사판 셰익스피어 전집 시리즈>가 무려 <전8권>으로 떡 하니 나와 있는 게 아닌가!

 

이걸 보는 순간 갑자기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동서문화사판 셰익스피어 전집>을 한꺼번에 몽땅 사들이자니 <민음사판 셰익스피어 전집>으로 이미 읽은 작품들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었다. 이미 읽은 작품들까지 새로 사들일 필요는 없겠다 싶어서 이리저리 살펴 봤더니, 내가 읽은 작품들이 여기저기 뒤죽박죽 섞여 있는 게 문제였다. 셰익스피어 전집을 '동서문화사판'과 '민음사판'으로 각각 한 번씩 완독하겠다는 거창한 야심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동서문화사판 셰익스피어 전집>을 한꺼번에 몽땅 사들일 수 있겠는가. 그래서 한번 정리해 봤다. <민음사판 시리즈>로 일부를 읽은 나 같은 사람은 <동서문화사판 시리즈>에서는 어떤 책을 골라 사야 좋은지를 한번쯤 따져봐야 했기 때문이다.

 

 

* 세 종류의 판본에 실린 작품들의 제목은 대체로 큰 차이가 없는데, 유독 한 작품에서는 크나큰 편차가 엿보인다. <잣대엔 잣대로>, <말은 말로 되는 되로>,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로 번역된 작품이다. 원제는 ‘Measure for measure’이다. 이 작품의 제목을 <이척보척(以尺報尺)>으로 번역해 놓은 경우도 있었다.

 

원래 measure for measure란 성경에 나오는 표현으로 “너희가 심판하는 그대로 너희도 심판받고,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로 너희도 받을 것이다.”(마태복음 7장 1절-5절)에서 따온 제목이라고 한다. ‘함부로 남을 심판하지 마라’는 메시지를 담은 이 구절을 제목으로 삼은 이 극은 이른바 문제극이다. 결말은 해피엔딩으로 맺지만 분위기는 사뭇 어둡기 때문이다. 권력자를 대신해서 임시로 권한대행을 맡은 인물이 감옥에 갇힌 죄수를 풀어주는 댓가로 성 상납을 강요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법과 정의, 용서와 화해, 권력과 자비, 법과 도덕의 판단 문제 등이 다각도로 날카롭게 조명되는 작품이다.

 

 

이렇게 표를 만들어 놓고 비교해 봐도 난감한 건 마찬가지였다. <동서문화사 전집> 가운데 구입할 필요가 없는 책은 <전집 3>과 <전집 5> 정도에 불과했고, 나머지 여섯 권에는 내가 못 읽은 작품들이 최소 1작품에서 최대 5작품까지 골고루 흩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동서문화사 셰익스피어 전집> 가운데 대충 서너 권만 더 사들이면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모조리 구비할 줄 알았는데 실제 사정은 영 딴판이었다.

 

게다가 <동서문화사 전집 시리즈>의 책값도 책의 분량만큼이나 만만치 않았다. <전8권>은 반양장본 4,572쪽에 152*223mm (A5신), 무게는 6,401g, 가격은 108,000원이었다. 전집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낱권의 표지는 다음과 같다. 표지 그림도 독특하고 책의 제목도 몹시 복잡하다.

 

 

 

 

 

 

 

 

 

 

 

 

 

 

 

 

 

 

 

 

 

 

 

 

 

 

 

이만한 분량과 이만한 책값을 보니 문득 예전에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 셰익스피어 전집이 생각났다. 단 한 권에 셰익스피어를 몽땅 다 담아낸 그 엄청난 책은 1,808쪽에 240*308mm, 무게는 4,516g, 가격은 108,000원이다. 그 책이 아무리 번역이 좋다 해도 무려 4.5Kg이나 되는 책을 사서 읽을 엄두는 나지 않는다. 예전에 <생각의 나무>에서 나온 <율리시스>에서 이미 한번 곤욕을 치러봤기 때문이다. 그 책의 사양은 지금 다시 봐도 겁부터 난다.

 

 

 

 

 

 

 

 

 

 

 

 

 

 

 

이렇게 다시금 셰익스피어 전집을 다시금 찬찬히 살펴 보노라니 문득 마크 트웨인이 했다는 말이 다시금 생각난다.

 

“설마 이 모든 것을 윌리엄이 썼다고 믿습니까?”

 

아무튼 셰익스피어는 20여 년간 무려 37편의 극작품과 154편의 소네트를 썼다. 그는 무려 1,100여 명의 캐릭터를 창조하였고, 등장 인물들이 느꼈던 수만 가지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2만여 개의 단어를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알았다. 우리가 그에게 압도되는 건 비단 작품의 분량 때문만은 아니다. 비록 톨스토이는 '셰익스피어의 대사'가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혹독한 비판을 가하기도 했지만, 수많은 작가와 비평가들은 '천재가 빚은 예술작품'에 여전히 경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 많은 작품들이 골고루 걸작이기 때문이다.

 

대 그리스 시인들조차도 각자 서사시, 비극시, 희극시 등으로 그 분야를 나눠 작품을 썼지만 이 인물에게만은 그런 '영역 구분'조차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했다. 그는 희극 · 비극 · 사극 · 로맨스 · 소네트 · 시 등에 전방위적으로 두루 걸출했다. 또한 모든 작품들이 고유의 색깔과 독특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심지어 10편의 사극에서조차 인물의 성격 뿐만 아니라 작품의 분위기와 구성 등이 모두 다르다고 한다.

 

셰익스피어는 소년 시절 문법학교에 다닌 게 교육의 전부로 알려져 있다. 소년 셰익스피어는 이 단계에서 로마의 희극 작가 테렌티우스나 웅변가 키케로뿐 아니라 오비디우스, 베르길리우스, 호라티우스 등 로마 시인들의 작품을 두루 접했다. 나중에 런던으로 진출하여 극작품을 쓰기 시작하면서 그는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와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 몽테뉴의 『수상록』등으로부터 특히 많은 영향을 받았다. 문학의 천재답게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아는' 놀라운 재능 덕분에 그는 '원전'과는 또다른 온갖 독창적인 작품을 쏟아낼 수 있었다. 

 

셰익스피어가 느닷없이 나타나 걸작들을 한꺼번에 마구 쏟아내자 어떤 작가는 시샘이 나서 셰익스피어를 두고 "벼락출세한 까마귀"로 비하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 작자의 판단이 얼마나 못난 것이었는지를 증명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 없었다. 셰익스피어는 자신의 작품 제사(題詞)에서 그런 인물들을 노골적으로 비꼬았다.

 

속물들은 잡것에 혹하게 놔두고

금빛 머리 아폴로여, 저에게는
영감이 가득한 샘물 잔 내리소서.

 

 

셰익스피어가 위대한 점은 당대의 독특한 시대적 배경을 '훨씬 뛰어넘는' 작품들을 썼다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셰익스피어는 언제나 '살아 있으면서 고민하거나 괴로워하거나 기뻐하는 인간 그 자체'에 흥미를 느꼈다. 그의 비극이 고대 그리스 비극시인들의 '운명적 비극'과 달리 '성격적 비극'으로 불리는 이유 또한 지극히 현대적이다. 『햄릿』을 비롯한 그의 수많은 희곡 작품들이 현대에 와서도 활발하게 연극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는 자체가 셰익스피어 작품의 탁월한 예술성을 증명하는 셈이다.

 

그의 희곡이 빛나는 또다른 이유는 문장이 너무나 절묘하고도 아름답다는 점이다. 그는 음악처럼 그 다음이 듣고 싶어지는 대사를 쓰기 위해 '운문' 형식을 특히 많이 사용했다. 또한 리듬이 넘치는 말을 사용해서 극적 효과를 높였다. 가령 '적의 아들인 로미오를 사랑하다니 어찌된 일인가'라고 말할 상황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아아, 로미오, 로미오, 어째서 당신의 이름은 로미오인가." 

 

뒷날 『리어 왕』을 썼을 때, 그는 짧은 한 문장을 주인공에게 말하게 했다. "부탁하네, 이 단추를 풀어주지 않겠는가?" 이 글은 겨우 5단어로 되어 있으면서 적어도 3가지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실제로 옷의 단추를 풀라는 의미와 현세의 허영의 상징인 의복을 벗어버린다는 의미, 그리고 이 삶의 고뇌를 벗고 떠나고 싶다, 즉 죽고 싶다는 주인공의 비통한 소망을 포함한 의미이다. 등장인물의 성격과 상황에 대응한, 유연한 살아있는 말을 쓰는 능력을 셰익스피어는 긴 세월 동안 창작 활동을 통해 습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뛰어난 시란 어떤 것일까? 간결한 말에 여러 의미를 포함시킨다. 말에서 각각의 이미지가 넓어진다. 읽는 이가 분명 그러하다고 납득하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저마다 나름대로 해석하는 자유를 방해하지 않는다. 이런 시가 있다면 그것은 뛰어난 시라고 평가될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그러한 작품을 썼다. 그의 희곡작품은 극이면서 동시에 시인 극시인 것이다. 결국 셰익스피어는 시인이었고, 그가 시성(詩聖)이라고 불리는 이유와 작품의 끝없는 깊이도 거기에서 나온다.(571쪽)

 - 동서문화사,『햄릿/오델로/리어 왕/맥베드/로미오와 줄리엣』, <셰익스피어의 생애와 사상> 중에서


이토록 온갖 분야에 두루 영향을 끼친 셰익스피어는 과연 자신의 작품들을 통해 어떤 '사상이나 철학'을 설파하고자 했을까. 놀랍게도 셰익스피어는 어떤 문제에 대해서든 '항상 열린 자세로' 독자들의 판단에 맡길 뿐 자기 스스로 '결론'을 내리는 법이 없었다. 달리 말하자면, 그의 작품에 제시된 세계는 '모색(摸索)으로 가득 찬 세계'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서 어떤 사상을 배우려고 하는 건 헛된 노력일지도 모른다.
 

셰익스피어에게는 논리에 맞지 않는 것이 인간의 진짜 모습이다. 그는 'Philosophy(철학=논리적인 것)'이라는 말을 그의 모든 작품을 통틀어 14번 사용했는데, 모두 부정적인 의미로 쓰고 있다.

 

예를 들어,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자. 줄리엣의 사촌을 죽여 베로나에서 추방당한 로미오는 자신을 위로하려고 논리로 설득하는 로렌스 신부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직도 '추방' 얘깁니까? 철학 따윈 개나 줘버려요! 철학으로 줄리엣을 만들 수 있나요, 마을 전체를 뒤집어엎을 수 있나요, 아니면 영주님의 판결이 뒤바뀔 수 있게 하나요. 철학 따윈 아무 필요 없어요, 그러니 더 말씀 말아 주세요."

그리고 햄릿은 아버지의 망령에게서 친동생이 자신의 목숨과 왕관과 부인까지도 빼앗아갔다는 말을 듣는다. 그때까지 갖고 있던 인간관이 모두 무너진 그는 친구 호레이쇼에게 이렇게 말한다.

 

"호레이쇼, 이 세상에는 우리들의 철학으로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많다네." (58∼59쪽)

 

 - 오다시마 유시, 『셰익스피어가 내가 찾아왔다』, <셰익스피어의 인간관·역사관의 형성>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은 연구할수록 더욱 심해질 뿐이다. 그리고 셰익스피어는 여전히 문학의 최고봉으로 우뚝 솟아 있다. 셰익스피어 이후에 활동한 수많은 작가들은 그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그에게 영향을 받은 작가들과 작품들은 일일이 나열하기조차 힘들 정도다. 오죽하면 괴테가 이런 말을 남겼을까.

 

"셰익스피어를 연구하면 그가 인간의 본성 전체를 모든 면에서, 그리고 모든 깊이와 모든 높이에서 철저히 연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결국, 그 이후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이제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괴테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해서 작가들이 모두 펜을 접을 리는 없다. 이미 셰익스피어 스스로도 다른 사람이 쓴 책을 여럿 참고해서 자신의 작품을 썼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괴테가 쓴 『햄릿』이라고 평가받는다. 체호프의 <갈매기> 역시 마찬가지라고 한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햄릿』을 다시 쓸 수 있는 자유마저 박탈당한 건 아닌 셈이다.

 

글이 자꾸만 옆으로 새고 있다. 여기서 그만 멈추고 다시 나만의 문제로 되돌아 오자.

 

기다릴 것이냐, 지를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민음사판 전집이냐, 동서문화사판 전집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전부 다 살 것이냐, 일부만 살 것이냐, 그것도 문제로다!

 

뜻대로 하세요?

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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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9-04-14 1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기 위에, 읽은 차례대로 그걸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에서 리스트를 보니 거기에서 제가 읽은 게 반 이상이네요.
셰익스피어를 저는 세로 줄 전집으로 읽었어요. 나중에 가로 줄로 나온 책을 사 놨지만 사 놓기만 하고 이미 읽었다고
안 봤어요. 물론 살 때는 다시 읽으려고 샀는데 말이죠. 희곡은 읽기가 좀 불편해요.

저도 서머싯 몸의 유명한 작품을 거의 읽었고 딱 하나 <과자와 맥주>만 못 읽었어요. 이건 동서문화사 것만 있는데
제가 읽은 <달과 6펜스>와 함께 있더군요. <달과 6펜스>는 이미 두 번이나 읽었고 각기 다른 출판사로 두 권이나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또 사기가 망설여지더군요. 과자와 맥주가 단독으로 출간되는 출판사가 있다면 앞으로 사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과자와 맥주는 고 마광수 교수가 극찬한 작품인데 좋은 작품은 단독으로 나온 책으로 갖고 싶거든요.

oren 2019-04-14 12:10   좋아요 1 | URL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세로로 쓰인 책들로 읽으셨다면 까마득한 옛날에 나온 책들로 읽으셨다는 말씀이군요. 옛날엔 그런 책들이 조금도 아상할 게 없었는데, 요즘 그런 책들을 보면 너무 낯설어서 ‘이런 책들을 어떻게 읽었지‘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더군요.

서머싯 몸의 작품 가운데 <과자와 맥주>라는 작품도 있었군요. 저는 금시초문이어서요. 고전 작가들의 작품을 찾아 읽다 보면 ‘주요 작품‘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한글 번역본‘이 나온 게 아예 없어서 아쉬울 때가 많더라구요. 그럴 때 가끔씩 동서문화사에서 ‘국내 유일의 번역본‘을 발견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어찌나 반가운지 번역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찾아 읽게 되더라구요.

Angela 2019-05-30 0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는 동서와 민음을 섞어서 구입했는데 일목요연한 설명 감사합니다~

oren 2019-05-30 12:05   좋아요 1 | URL
저는 아직까지도 민음사 전집 시리즈의 나머지 출간 예정작들을 계속 기다리고 있습니다만,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전집 시리즈도 일부는 사서 읽어볼 계획입니다.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gasina 2019-07-24 1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정말 저도 민음사 책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 답답하던 차에, 이렇게 정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동서문화사 책도 고려해봐야겠어요~~

oren 2019-07-24 18:39   좋아요 0 | URL
민음사 책이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네요.
저도 기다리다 지치면 동서문화사 책을 슬슬 사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