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콜드 블러드 트루먼 커포티 선집 4
트루먼 커포티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사람은 체온이 35도 밑으로 떨어지면 위험하고 30도 밑으로 떨어지면 죽을 수 있다. 죽은 이의 몸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차갑다. 


평소에는 인간적이고 해롭지 않을 것만 같은 인간으로 묘사된 페리는 어떤 인물일까. 작가인 트루먼 커포티는 '사실'이라고 확언하는 이 소설 속에서 페리를 향한 마음을 절절하게 드러냈다. 페리의 진술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그가 진짜 선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쩌다 친구를 잘못 만나 이런 범죄에 휘말린 것 뿐이었다고. 하지만 트루먼 커포티의 그 콩깍지를 좀 걷어내면 어쩌면 내 편견이 작동하는 '사실'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작은 키에 거대한 상체, 짧은 다리를 가진 페리를 보며 겁을 내는 내 모습 말이다. 


인간이란 어쩜 이리도 이중적이고 자기중심적인지 모르겠다. 그가 살아 온 모습을 보지 않은 이상 그 사람을 어떻게 알겠는가. 하지만 좋은 평판을 가지고 평화롭게 살던 한 가족을 잔인하게 살해 한 사실을 본다면 어떻게 또 그 사람에게 손가락질을 안 할 수 있겠는가. 


이 이야기는 살해당한 한 가족의 마지막 날을 너무나 자세하게 보여 준 다음 그들이 살해당한 충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 가족의 죽음은 이미 드러나 있었고 누가 범인인지도 알 수 있었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이 사건을 접한 사람들의 반응이 적나라했으니, 나 역시 다를 바 없겠다 싶었다. 낸시와 연인이었던 보비와 절친이었던 수전의 충격과 슬픔은 가슴 아팠고,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했다. 어느 정도는 비극적이었고 어느 정도는 가십이었다. 그 와중에 클러터 씨의 농장은 팔리게 될 것이고, 낸시가 사랑한 말 베이브 역시 팔려갈 것이다. 그렇게 사랑으로 만들어진 사람들과 동물들, 추억이 깃든 집은 모두 파괴되었다. 


페리에게 온정을 베풀길 바라는 사람들은 그가 딕과 함께 한 짓보다 그 일 이후 보여진 그의 모습에서 그의 좋은 모습을 보았다. 그가 부숴버린 일가족 네 명의 삶과 마을 사람들의 신뢰, 흩어진 동물들, 농장에서 쫓겨 난 사람들의 삶은 보지 않는 듯 했다. 나는 계속 평화롭던 그날의 풍경이 마음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성실하게 농장을 운영하던 클러터 씨, 아픈 몸이 좋아질 거란 기대를 가진 클러터 부인인 보니, 보비와 나름 아픈 사랑을 하는 낸시, 활발하고 귀여운 케니언의 모습이 말이다. 그들이 베이브와 물장난을 치고 늙은 개인 테디와 산책을 하고 보물 2호인 고양이 에빈루드를 귀여워 하는 모습들이 다 타버린 재처럼 흩어지자 깊은 상실감이 닥쳤다.


과거에 학대 당한 일이, 지금 차별당하는 일이 한 사람의 인생을 뿌리채 흔들고 좌절하게 만든다는 걸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선택의 기로에서 모두 하나의 선택만을 하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더 선한 일을 하려 하고, 누군가는 과거에 겪었던 일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니 페리의 사정과 페리의 과거와 페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말에 할애된 책의 낱장들이, 딕의 사정을 적은 글들이 끔찍한 살인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을 테다.


그리고 어쩌면 딕이 모든 것을 주동했고 페리는 작은 역할만 하지 않았을까 약간 기대했던 나 자신이 바보 같았다. 커포티는 페리를 너무 사랑한 것 같다.


히치하이커들을 태워 준 그 외판원 벨 씨는 진짜 운 좋은 사람이었다. 기적이란 게 있다면 바로 이 일이 아닐까. 누군가가 기적을 만날 때, 누군가는 사신을 만났다. 불운한 인연이란 이런 것일까. 결국 세상은 다 우연이 겹쳐 필연을 만들어가는 것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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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8-07 04: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을 다 알기는 어려울 것 같기도 합니다 그 사람이 왜 그렇게 됐는지도 모르겠지요 작가가 알아보고 썼다 해도 그게 정말일지 믿을 수 있을지... 이런 생각을 하는군요


희선

꼬마요정 2025-08-08 11:03   좋아요 1 | URL
작가가 페리에게 감정이입된 것 같았어요. 어쩜 그게 노림수였을까요. 어쨌든 읽으면서 좀 불편했습니다ㅜㅜ 저도 페리에게 호감이 갔거든요.

곰돌이 2025-08-07 06: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평소에는 인간적이고 해롭지 않을 것만 같은 인간’ 이라는 문장이 정말 오싹하게 다가오네요. 이런 감정을 숱하게 느끼고 살아가는 그 자체가 비극이면서도 조금 무력감이 들기도 해요. 잘 읽었습니다 꼬마요정님.

꼬마요정 2025-08-08 11:06   좋아요 1 | URL
사실 평소에는 해롭지 않을 것 같지는 않아요. 작가가 하도 페리는 나쁘지 않은 것처럼 굴어서요. 그런 콩깍지 떼면 편견이 생길만한 외모인 듯 합니다. 어쨌든 그 결정적인 372쪽 전까진 저도 페리에게 어느 정도 호감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배신감이 더 드나봐요. 댓글 고맙습니다^^

새파랑 2025-08-07 0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책 읽으려고 준비중이었는데~ 리뷰보니 흥미진진해서 빨리 읽고 싶네요~!!

꼬마요정 2025-08-08 11:07   좋아요 1 | URL
오옷 새파랑 님 리뷰 너무 궁금해요!! 저는 읽고 감정에 휘둘렸지만 새파랑 님은 냉철하게 잘 써 주실 듯해요. 기다릴게요~^^

페크pek0501 2025-08-13 16: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티파니에서 아침을, 의 작가죠? 영화부터 보려고 찾았으나 넷플릭스에 없더라고요.
할 수 없이 그의 책을 봐야 하나 봐요.ㅋㅋ 선집이군요...

꼬마요정 2025-08-14 02:07   좋아요 1 | URL
넷플릭스에 영화가 없군요. 티파니에서의 아침을 은 짧아서 금방 읽히려나요. 저는 차가운 벽 이제 읽으려구요. 인 콜드 블러드와 차가운 벽 은 한참 전에 사두고 이제 차례가 온 나름 비운의 책입니다. ㅋㅋㅋ

유부만두 2025-09-10 0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몇년째 벼르고만 있는 책이에요. 여름마다 잡았다 놓는...
날이 선선해 지고 있으니 아마 또 내년으로 넘기겠군요.

꼬마요정 2025-09-10 10:33   좋아요 1 | URL
그런 책들이 있더라구요. 읽어야지 하면서 계속 미루게 되는... 저도 이 책이 좀 그랬는데 이번에 해치웠습니다!!
 


어제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을 봤다. 원작을 재미있게 본 터라 영화화 된다는 소식에 무척이나 기대했었다. 마침 부산에 무대인사도 온다고 해서 무인 있는 날로 예매를 했으니, 어제였다.


개봉하자마자 보고 싶었지만 신고기간이 25일까지니까 그 전엔 영화는 꿈도 못 꿨으니 차라리 무인할 때 가자 싶기도 했다. 그리고 온갖 악평과 쓴소리를 무시하고 영화를 봤다.


일단 나는 가끔 읭? 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아주 재미있게 봤다. 특히 정희원(나나)과 유중혁(이민호)의 액션씬이 너무 멋져서 정말 놀랐더랬다. 특히 유중혁이 무기를 고르고 스킬을 시전하는 장면은 진짜 괜찮다고 느꼈다. 그리고 정희원은 대사는 적지만 온몸으로 분노를 발산하는데 너무너무 멋진거다. 저 작은 체구에서 저런 액션이 나올 수 있구나 싶었다. 아무래도 대천사 우리엘이 배후성이니만큼 악인과의 싸움에선 절대적으로 강할 수밖에. 특별출연으로 나온 정성일 배우님 진짜 비열했다. 


처음 김독자(안효섭)가 멸살법 마지막회를 보고 작가에게 메일을 쓰는 장면에서 이게 뭐지? 싶었다. 작가가 누구인지, 왜 이 소설이 나왔는지 알고 있는 상황에서 처음 장면은 좀 충격이었다. 원작에서 김독자는 작가에게 보내는 글에 그동안 정말 감사했다, 에필로그도 기대한다 등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김독자는 작가에게 결말에 동의할 수 없다며 작가에게 쓴소리를 했는데... 자기만 읽은 소설의 작가에게 그러기는 쉽지 않을텐데 싶었다. 아마 작가가 원하는 결말을 써보라고 하는 말을 하게 하기 위한 장치가 아닌가 싶다. 문자든 메일이든 글로 보는 문장은 가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데, 작가가 보낸 메시지는 딱 그런 느낌이었다.


어쩌면 감독의 의도는 작가가 독자에게 독자만의 결말을 써보라고 기회를 주려한 걸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 원작에서도 중간 중간 독자는 유중혁의 선택이 아닌 자신의 선택을 고집하고 또 해냈으니까.


하지만 독자의 과거를 그렇게 만든 건 좀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런 과거는 이지혜(지수)만으로도 충분할텐데... 독자의 엄마가 삭제된 걸까... 워낙 방대한 내용이라 5부작 안에 모든 걸 담을 수 없는 건 사실이긴 하다.... 배후성이 나오지 않는 것도 좀 아쉬웠다. 하지만 유중혁이든 공필두든 정희원이든 뒤에 두둥 하고 드리우는 배후성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원래 독자는 모두를 구하고자 하는 인물은 아니었는데, 영상화를 하면서 서서히 성격이 변모하는 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린존 내용은 그럴 수 있다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다음 편도 영화화 되길 바랐는데, 될 지는 모르겠다. 거대한 스크린으로 보는 전지적 독자 시점 재밌었는데... 




이길영(권은성) 진짜 귀여웠고, 김독자(안효섭) 거절 못하고 순응하는 성격이 어떻게 변할 지 그 성장이 기대되고, 유상아(채수빈) 딱 부러지게 독자를 이끌어 줄 걸 생각하니 흐뭇하고, 정희원(나나)은 그냥 멋지고 또 멋지고, 이현성(신승호) 강철검제 완전 잘 어울리고, 유중혁(이민호) 그냥 진짜 주인공처럼 멋진 거 다 해먹고, 이지혜(지수) 칼도 함 써보면 어떨지.... 공필두(박산호), 한명오(최영준) 두 배우님 활약도 기대된다. 천인호 역으로 특별출연한 정성일 배우님도 연기 정말 좋았다.


한수영 역할을 맡을 배우님은 누구일까 궁금했는데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한명오 출산도.... ㅋㅋ


할인도 많이 하던데 극장에서 보면 괜찮을 영화라고 생각했다. 


저는 참 재미있게 봤어요.... 재미없으셨다면 취향이 저랑 다른가 봅니다. 어쩔 수 없지요. 


 원작도 참 재미있습니다. 지금 외전 연재 하는데... 외전도 참 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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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8-04 2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좋으셨겠어요. 무대인사 챙겨 가시다니 찐팬이십니나. 저는 웹툰 좀 보다가 취향이 좀 아니라서 그만뒀어요. ㅎㅎ 평이 어떻든 또 이런 영화는 팬심으로 보는거죠.

꼬마요정 2025-08-04 23:17   좋아요 1 | URL
찐팬은 아니구요. 원작 찐팬들은 난리가 났던데 저는 괜찮았어요.
저는 웹툰은 안 봤고 소설을 봤거든요. 재미있어서 끝까지 봤고, 그게 끝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죠. 외전이 본편만큼이나 나오고 있는 중이라 ㅋㅋ
희생에 대해 생각하게 한 소설입니다. 그리고 선별된 생존자들에 대한 생각도... 여튼 그 거대한 세계를 영화로 구현한 게 신기했어요. ㅎㅎㅎ

글고 기다리던 영화라서 무인 잡힌 걸 알게 된 거죠 뭐 ㅎㅎ 이왕 보는 거 그런 이벤트 좋잖아요. ㅎㅎㅎ 예전에 공조 2도 무인 하는 거 보러갔거든요. 우와 현빈, 윤아 진짜 잘 생기고 예쁘더라구요 ㅎㅎㅎ 전,란은 GV하는 거 봤는데 강동원 우와 ㅋㅋㅋ

바람돌이 2025-08-04 23:19   좋아요 1 | URL
꼬마요정님 부지런한거 인정요. ㅎㅎ 저는 무인본거 100만년 전쯤인거 같습니다. ㅎㅎ

꼬마요정 2025-08-04 23:50   좋아요 1 | URL
아 맞아요 표 예매하기가 진짜… 인내심이 좀 필요하죠ㅜㅜ 전 제 자리는 하나 꼭 잡긴 해서요 ㅎㅎ

페넬로페 2025-08-04 2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효섭 배우 팬입니다 ㅎㅎ
저는 원작을 읽지 않았는데
워낙 영화에 대한 악평이 많아
패스할 생각이거든요.
갈등 생기네요.
근데 원작 읽지 않고 영화만 보면 이해가 잘 될까요?

꼬마요정 2025-08-04 23:52   좋아요 1 | URL
안효섭 배우님 팬이시라니!! 그럼 꼭 보셔야죠!! 진짜 실물 너무 분위기 있고 멋지던데요. ㅎㅎ 분량 많아요. 연기도 좋아요. 제가 남편이랑 같이 보러 갔는데 남편은 내용 하나도 모르고 봤거든요. 저보다 더 좋아하던데요 너무 재밌대요!!! 원작 안 보셔도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페넬로페 2025-08-05 00:05   좋아요 1 | URL

고고~~

보슬비 2025-08-06 2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독시 처음엔 웹툰을 너무 재미있게 보다가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웹소설 읽다가
종이책으로 읽었어요. 제가 종이책이 아닌 웹소설로 빠지게 한 소설이랍니다. 결국 그러다보니 알라딘가 점점 멀어졌지만. ㅠㅠ ㅋㅋㅋㅋ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영화는 안봤는데 꼬마요정님 때문에 궁금해지네요

꼬마요정 2025-08-06 23:58   좋아요 1 | URL
저도 참 재미있게 봤어요. 작가의 상상력이 참 멋지더라구요. 결국 유중혁과는 다른 선택을 한 독자지만 그런 독자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또 그를 구하려고 하잖아요. 희생은 반드시 상실과 아픔을 가져오더라구요.

영화 재밌습니다. 꼭 극장에서 보세요. 큰 화면에서 봐야 더 멋질 거예요. ㅎㅎㅎ 왜 그렇게 악평이 많은지 모르겠는데, 소설을 그대로 영화로 구현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판타지를 말이에요ㅠㅠ

서니데이 2025-08-07 2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지적독자시점, 연재할 때 읽었는데, 외전부터는 잘 모르겠어요. 영화로 나온다는 소식 들었는데, 개봉했네요. 영화가 재미있다고 하시니 찾아봐야겠어요. 원작 자체를 좋아하는 분들도 있지만, 영화나 드라마로 나오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꼬마요정님, 날씨가 많이 덥습니다. 시원한 하루 보내세요.^^

꼬마요정 2025-08-08 11:09   좋아요 1 | URL
영화 개봉했습니다. 인터넷에 목소리 큰 사람들이 많아서 아예 영화를 안 보려는 사람들이 많더군요ㅠㅠ 원작과 다를 수 있어도 저는 재밌게 봤습니다. 서니데이 님도 큰 스크린으로 보시면 좋을 듯 해요. 8/17까지인가 할인도 한대요!!
 
강남 형사 : chapter 1. 쌍둥이 수표 강남 형사
알레스 K 지음 / 더스토리정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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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내용이나 수사과정은 흥미진진하나 로맨스는 별로. 굳이 범죄자의 딸과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나 이상한 불륜 스캔들을 넣어야 했을까. 연애가 주는 충격에 비해 지혜라는 인물의 성격은 뭔가 흐릿하여 어떤 인물인지 알기도 힘들다. 순수하게 범죄수사 때문에 별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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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손님들 마티니클럽 2
테스 게리첸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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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니를 마시며 독서 모임을 하려는 '마티니 클럽'에게 사건이 생겼다. 아픈 과거를 지닌 가족들이 모이고 한 소녀가 사라졌다. 그 소녀를 찾기 위해 모두가 고군분투하는 상황에서 놀라운 진실이 드러난다. 최소한 내 한 몸 지키려면 역시 운동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티니 클럽의 매기나 일원들처럼 그런 능력자까지는 아니더라도 패닉에 빠지지 않고 도망칠 수 있도록 말이다. 


전작인 <스파이 코스트>에서 안면을 튼 조 티보튜와의 공조도 좋았다. 누군가가 저지른 잘못을 밝혀내고 단죄할 증거마저 찾은 은퇴한 스파이들은 나이가 들어도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그들의 능력은 조를 더 좋은 경찰로 만들어줄 것이다. 그렇게 매기는 자신의 일을 다하고 조까지 키워낼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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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7-30 1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핫한 책이네요. 별 5개 기억하고 있을게요
아 그리고 요정님 강력 추천해주셨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드디어 읽었습니다. 너무 좋았어요. 감사해요. ^^

꼬마요정 2025-07-30 20:02   좋아요 1 | URL
나오자마자 사서 읽었는데 이제 리뷰를 쓰네요. 미리 써야 하는데 흑흑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너무 재밌게 봤던터라 좋다고 하시니 너무 기쁩니다. ㅎㅎㅎ 여기든 저기든 로체스터 좀 별로에요 ㅎㅎㅎ
 
기기묘묘 방랑길
박혜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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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판 셜록과 왓슨이라기에 냉큼 집어들었다. 기이한 이야기들을 어떤 식으로 풀어갈까 싶었는데, 묘한 인연이 함께였다.


권세 있는 윤 대감댁 막내아들 효원은 호기심도 많고 혈기왕성한 젊은이다. 그가 사는 마을에 역시 마찬가지로 권세가 있는 최 대감댁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최 대감댁 가문의 가보인 금두꺼비가 제발로 도망쳤다는 것이다. 효원은 친구인 지형의 집안에 일어난 일이라 더더욱 관심을 가지며 해결하려고 노력하는데... 그러면서 알게 된 여우의 아들이라는 묘한 사내인 사로를 알게 되고 그와 함께 사건들을 해결하기 시작한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도 사람이고 가장 힘이 되는 것도 사람인 듯 하다. 증오도 사랑도 모두 숨기지 못하고 드러내니 말이다. 금두꺼비 사건은 믿었던 친우의 본모습을 까발렸다. 인간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더군다나 권력을 가진 인간의 진면목을 알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았다.


효원은 사로와 함께 여행길에 올랐고, 아기장수 설화를 떠올리게 하는 사건을 만났다. 아기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달렸으니 부모는 그 날개를 지져야만 살 수 있다 여기는 설화인데, 민중영웅의 실패라는 비참한 결말이 예견된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 책은 그리 험악하지 않았다. 날개를 지지면 아기가 죽을 수 있다 생각한 엄마는 결국 날개를 없애지 않았다. 그들은 어떤 사건에 휘말리고 어떻게 되었을까. 여우의 자식이라 손가락질 당한 사로만이 이해할 수 있을까. "저들이 사람 취급을 해줘야 사람인게지요..."라고 말이다.


목각 어멈 이야기는 슬펐다. 기이한 이야기로 출발하였으나 엄마 잃은 아이의 눈가림과 배고픈 가족을 둔 남자의 합작이었으니, 더 욕심을 부린 이가 결국 파멸을 가져왔다. 진실에 눈을 감은 채 그리운 이가 살아있다 믿도록 두는 게 나았을까, 진실에 눈을 뜨고 인연을 정리하는 게 나았을까. 인연이 다하여 헤어지는 일은 언제 어디서라도 가슴 아픈 일이다.


차오르는 술잔은 손톱 발톱을 아무데나 버리면 안 된다는 설화에서 따왔다. 이 이야기를 이렇게 풍성하게 만들어서 더 재미있었다. 역시 손발톱을 깎은 뒤 아무데나 버리면 안 된다. 아, 나는 괜찮을까. 우리 집엔 고양이가 잔뜩 있으니 말이다.


열리지 않는 문은 너무 귀여운 이야기였다. 주인의 뜻을 받들어 열리지 않는 문이 감춘 진실은 무엇일까. 무시무시한 사건 뒤에 끔찍한 과거가 있을까 무섭기도 했으니, 역시 사람은 의심과 비교에 짓눌리면 험한 일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해버린다. 일이 끝난 뒤에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게 되는 것이다. 비록 황 대감과 행랑아범이 서로 거짓을 사실이라고 알고 있지만 그로 인해 행랑아범이 더 큰 죄를 짓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었고, 황 대감은 대가를 치르게 되니 또 다행이었다. 괜히 덕춘만 맘 졸인 셈이다. 


푸른 불꽃과 여우 구슬은 사로의 과거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효원과 사로가 어떻게 만났는지, 효원이 어떻게 목숨을 건졌는지 말이다. 정(情)을 나눌 수 있는 존재는 매우 드물지만 반드시 필요하다. 그들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사건을 해결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세상은 각박하지만 그 속에서도 인정은 피어나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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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8-02 0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담에 가까운 이야기군요 바탕이 되는 이야기가 있기도 한가 봅니다 손톱 발톱 이야기... 잘 생각나지 않지만 XXX홀릭에서는 밤에 손톱이나 발톱을 깎으면 부모 죽음을 지키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지금 찾아보니 그걸 올린 사람이 있군요 손톱 발톱 아무데나 버리면 안 된다는 것만 알아요


희선

꼬마요정 2025-08-02 09:22   좋아요 0 | URL
xx홀릭에 그런 내용이 나오는군요. 완결은 되었을까나요. 한때 클램프 만화 참 좋아했는데… 동경바빌론이랑 x는 진짜 여전히 좋더라구요.

손톱 발톱 깎고 아무데나 버리면 쥐가 먹고 그 사람 행세를 한다는 전래동화 내지는 설화가 있죠. 고양이가 그 쥐를 잡아서 다행히 사람은 자기를 찾았다거나 하는 이야기죠. 저는 고양이를 키워서 쥐가 제 행세는 못하지 않을까 해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