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흥미롭다. 제주 신화는 설문대할망이 하늘과 땅을 가르면서 시작된다. 물론 여신은 남신으로 대체되지만 설문대할망은 제주의 대지모신으로 남아있다. 서천꽃밭 역시 매혹적인 곳이다. 연약하고 하늘거리기만 할 것 같은 꽃들은 때론 멸망을 가져오기도 하고 때론 환생을 돕기도 한다. ‘영등’은 마치 르 귄의 소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옛날이든 지금이든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어떤 상황이 되면 얼마나 잔인해지는지, 혹은 얼마나 상상력이 풍부해지는지 알 수 있다.
능력자들… 전우치의 도교적 술법은 유교의 논리 앞에 작아지지만 그래도 도술로 탐관오리나 사대주의자들을 혼내는 건 신난다. 최치원은 유교와 도교의 절묘한 조합으로 중국의 황제마저 꾸짖나니 조선시대 조상들이 중국을 극복하려는 모습이 보여서 좋았다. 다만 여인의 도움으로 문들을 지나갈 때 분명 세 번째 문은 흰 주머니를 던지라고 했는데 뒤에 파란 주머니를 던져서 뭔가 오류가 있는 게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