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시대를 함께 한 분의 글이라는 건 참 놀랍다. 내가 살면서 느끼는 아름다움이 보이기도 하지만 또한 그릇됨 역시 드러난다. 그래서 저 먼나라에 있는 또 다른 멋진 작가가 쓴 글이 때론 더 이상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있는 이 땅, 이 시대를 조금 먼저 겪으신 분의 글은 내 영혼에 진실하게 스미는 것 같다. ‘나는 누구일까’ 에피소드에서, 그래서 무사히 집에 가셨겠지요…
일본어를 할 줄 몰라서인지 언어의 아름다움은 잘 모르겠다. 다만 번역을 최대한 고다 로한의 글에 맞추려고 했다는 걸 보면 수식어가 많고 고어를 많이 쓰는 듯 하다. 중국 역사나 일본 고대사를 알면 더 재미있을거고. 그런데 일본 술법은 저주 쪽으로 발달한걸까? 이 이야기가 공포 쪽이라 그런가… 식신이든 텐구든 이즈나든 여우 괴롭히지 말자ㅠㅠ낚시를 좋아하지 않아서 낚시 관련 설명은 좀 힘들었다. 하지만 뭔가 설명을 쭉 하다가 갑자기 이야기를 치고 나가니 빨려들어가는 듯 했다. 고즈넉하면서 옛스러운 분위기가 좋구나. ‘다리가 흐르고 물은 흐르지 않는다.’
내가 아는 영화나 시는 거의 나오지 않는데 읽혔다. 놀랍게도. 그리고 여전히 기억에 남는 건 ‘코듀로이 바지를 입은 시인’? 난 코듀로이 바지 그닥 안 좋아하지만.
사소한 일화지만 나는 이것이 매우 절대적이고 드문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흐마토바도 그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밤늦은 시간, 피곤함과 귀찮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거리낌 없이 친구를 만나러 가는 일은 삶에서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영웅적인 결단보다 사소한 일을 실행하고 만끽하는 일이 더 힘들며 지금 이 - P95
순간이 지나가버리면 다시 찾을 수 없는 순간이라는사실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것이 그녀가 시에서 구제하려고 했던 일상이었다. - P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