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이야기들이 가득이다. 그리고 어느 하나 가슴 아프지 않는 이야기가 없다. ‘로부전’은… 나도 뒷 이야기가 매우 궁금하니 정조가 유배 보낸 이유에 지극히 공감한다. 그러면 안되는데 하하. 결국 사람은 선택을 하고 그 선택 때문에 괴롭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알든 모르든 그렇다. 그래서 내 마음이 아프다.
흔들리는 세상에 네 어미를 던져 놓고 네 어미가 흔들었다 하였다. 자신들의 마음이 동하여 네 어미를 희롱하고서는 네 어미를 요부라 하였다. - P187
이제 시작인 듯 한데 이야기는 끝났다. 크라신스키와 부딪친 페초린, 공작의 소송 때문에 베라와 연결된 크라신스키, 페초린이 이용한 네구로바… 이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이어질까. 이들의 사연이 어떠했기에, <우리 시대의 영웅>에서 페초린은 한 쪽 발을 죽음에 담근 채 살았을까. 예민하지 않은 다부지고 강한 성격이지만 조심스럽고, 나태함과무심함이 깃들었지만 절도가 있다고 설명하는데. 결코 잘 생기지는 않았지만 오만해 보이는 태도와 군복이 잘 어울리는 냉소적인 남자라는 거겠지. 어떤 인물인지 궁금해진다. 페초린은 어떤 선택을 할까. 그의 연인이었던 베라는 어떻게 될까. 저 시대, 재산이 없다면 결혼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삶이란 정말 슬프다.
‘인류의 오래된 마음이 빚어낸 서른 개의 수수께끼를 찾아서’란 머릿말부터 ‘신화 속 수수께끼의 수수께끼’까지 다채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우리 신화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웅녀, 제주의 대지모신 설문대할망, 신화라 불릴만한 바리데기, 멋진 농경신 자청비… 그리고 서천꽃밭. 알면 알수록 빠져들어 여기저기 기웃거리게 만드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내가 발 디디고 사는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토대를 알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과 잊혀지고 대체된 여신들의 이야기를 되새기며 보다 ‘삶’자체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는걸까. 흥미진진하고 신비로운 신화들은 여기 수록된 서른 개보다 훨씬 많이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