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보다 Vol. 1 얼음 SF 보다 1
곽재식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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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고 서늘한 바람이 부는 밤이 되면, 넷째 고양이 카프가 배 위로 올라와 자리를 잡는다. 골골거리면서 눈을 꿈벅꿈벅하면 얼마나 귀여운지 나도 모르게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제법 오랜 시간 배 위에서 편안하게 자리 잡고 졸다가 다른 냥이들이 오거나 배가 고프면 내 어깨에 팔을 뻗어 꾹꾹이를 조금 하다가 가 버린다. 이 녀석이 6키로가 넘는데 그 무게감이 좋다. 세상에서 이만큼이나 자리를 차지하고 예쁨을 뽐내고 있으니까.


하지만 세상이 다 뒤집어져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기후위기 등으로 이미 세상은 갈피를 잡을 수 없을만큼 이상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SF 속 세상이 마냥 낯설지만은 않다. 정말로 이렇게 올 것만 같은 세상이라는 생각이 짙어져서일까. 그래서 과학이 판타지마냥 작동하던 세상이 이제는 그럴싸한 미래가 되어 우리 앞에 던져진다. 그 속에서 인간은 더 이상 주인공이 아니기도 하다.


첫 번째 이야기인 <얼어붙은 이야기>는 곽재식 작가의 이야기이다. 사실 이 이야기는 미래의 세상이나 먼 우주의 어느 별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의 이야기이지만 또 아니기도 하다. '생사귀'도 '제 6조사실'도 왠지 있을 것만 같다. 이야기의 전개 및 내용이 모두 정해져 있다는 것을 '얼어붙은 이야기' 라고 표현한 것도 재미있다. 게다가 정부 부처가 일을 처리하는 방식도 현실이랑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여 웃기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나'란 인간이 살기 위해서는 내 몸을 이루는 세포 수만큼의 별들이 사라져야 한다는 말은 그럴싸하다. 우리 개개인이 하나의 우주라면 우리를 이루는 세포들은 그 우주를 구성하는 별들일테니. 그렇기에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나'의 말을 믿어야 할 지 , 우스개소리로 치부해야 할 지 고민이다. 이 모순 속에서 해피엔딩만 믿으면 안 될까....


두 번째 이야기는 구병모 작가의 <채빙>이다.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을 냉동시켜 보존할 수 있게 된 사회부터 모든 것이 무너지고 얼어버리고 불타버린 더 먼 미래의 어느 날까지의 이야기이다. 더 정확히 이야기한다면 멸망해버린 지구의 인간들이 다시 원시시대부터 거쳐 '나'가 어째서 거기 있는지 알아내는 단계까지 발전한 시대까지의 이야기라고나 할까. 말을 알아듣고 눈높이의 시야까지는 볼 수 있는 '나'는 열기 가득한 세상에 남아있는 얼음산에서, 어떤 부족에게는 '사한'이고 어떤 부족에게는 '현명'이다. 그들은 '신'에게 불가능한 것을 바라지만, 그 중에도 어떤 이는 그저 '얼음새꽃'을 두고 '나'는 그런 그를 '다르게' 본다. 본디 신이 아니기에, 신이 된 적도 없었기에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나'는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존재한다. 죽음마저 얼려버린 그 과학 기술이라는 것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어쩌면 죽음은 안식보다 더 소중한 무엇일지도 모른다. '전멸과 폐허의 터전'에서도 생명이 태어나고 이어져가는 것만큼이나 말이다. 


세 번째 이야기는 남유하 작가의 <얼음을 씹다> 이다. 세상은 온통 얼어붙었고, 암울하다. 영하 50도가 일상인 세계. 그 곳에는 먹을 것도 따뜻한 기운도 부족하다. 그렇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가족을 이루고, 사회를 이루고, 빈부 격차를 감수하며 살아간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어디서 시작하든 무리를 짓고, 규범을 만들고, 누군가는 군림하게 되는가보다. 이 사회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가족들은 그 죽은 이의 살과 내장을 먹는다. 그것이 법이고 어길 시에는 처참한 벌을 받게 된다. 


"인간은 다른 이의 살을 영양분으로 섭취하며 생존해야 할 만큼 고귀한 존재가 아니다."(p.81)란 말이 어설프게 들리지 않는 건, 굶주림과 목마름이 너무 고통스러워 사랑하는 이의 살점마저 달콤하게 느껴지는 게 무섭기 때문이다. 아이의 시체만큼은 훼손당하기 싫었으나, 결국 시어머니는 유리아를 신고한다. 하지만 왜? 그렇게 한들 손녀를 먹을 수 없을텐데... 


네 번째 이야기는 박문영 작가의 <귓 속의 세입자>이다. 앞 이야기가 영하 50도의 세상 이야기였다면, 이 이야기는 지나치게 열정적인 세상의 이야기이다. 가까운 미래의 어느 날, 월드컵이 열렸고, 한국은 4강에 진출했다. 말만 들어도 그 열기가 느껴지지 않는가. 이 열기는 고통스러운 열기가 아니다. 하지만 주인공인 해빈에게는 고통이었다.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이 없다는 건 지극히 피곤한 일이니까. 모두가 스포츠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 열기에 휩싸이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그 '세입자'는 해빈을 선택했을 것이다. 사람과 거리를 두고 싶어하기에. 그 세입자는 지나치게 친밀한 이들 때문에 파멸한 세상의 우주에서 왔으니까. 무리 짓지 않고 완벽히 홀로 지내는 존재는 존재할 수 있을까? 이 세입자마저 무엇이든 누군가이든 함께 지내야 하는데 말이다. 어쩌면 생존하기 위해 거리를 두지만, 외롭기에 어느 정도의 '온기'를 자기도 모르게 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해빈이 사람과의 거리를 좁히려 하자, 그 '온기'에 휩싸일까 가 버린 것일지도. 다시 한 번 따뜻함을 느끼면 금세 뜨거워지길 바랄테니.


인간은 지성체가 아니고, 사람과 가까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다는 말과 혼자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은 모두 사실이다. 사람마다 그 거리와 시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섯 번째 이야기는 연여름 작가의 <차가운 파수꾼>이다. 이 이야기까지 오면, 앞 이야기의 '세입자'가 왜 온기(情)를 거부했는지 알 것도 같다. 이 세상은 얼음이 사라진 세상이다. 그리하여 얼음이 얼어 대지를 이루었던 곳에 있는 건물들은, 얼음이 녹아버리자 하나 둘씩 무너지기 시작한다. 노이는 그런 건물이 무너져 이모를 잃었다. 그리고 자신이 사는 아파트 지하에 사는 '선샤인'을 돌보는 일을 물려 받았다. '선샤인'은 한기를 뿜어내고 한기 속에 살아가는 생명체이다. 그런 존재가 이 아파트에 있으니 아파트는 한동안은 무너지지 않고 버틸 것이다. 하지만 그런 '선샤인'도 힘이 약해져 가고 있었다. 열기 가득한 곳에서 혼자 살아가기 버거워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노이는 이제트를 만났다. 둘은 다르면서도 같았다. 이런 가혹한 세상에서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주고 서로가 살아남기를 바랐다. 그래서 이제트는 그런 선택을 한 것이겠지. 햇빛 속에서는 살아갈 수 없는 노이를 위해. 아파트가 무너지면 노이는 움직일 수 없을테니. 


온기가 한기로 완성되다니...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가진 모든 것을 내놓는 건 숭고한 희생일까, 무모한 열정일까. 이렇게 둘은 고통스럽지만 함께 할 수 있으니 행복할까... 


여섯 번째 이야기는 천선란 작가의 <운조를 위한>이다. 죽이지 않아도, 얼리지 않아도 되는 삶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얼음처럼 차가운 세상에서 운조는 기계처럼 살아간다. 오직 인간의 필요를 위해 불임인 소, 무지는 한 살이 갓 지나서 죽임을 당하고, 17년을 산 고양이 메리는 마지막 숨을 남겨두고 순전히 주인이 함께 죽길 원해서 얼려진다. 어느 새 생명은 물건처럼 취급당하고, 운조 역시 수의사지만 동물병원의 부품 취급을 받는다. 선택할 수 없는 선택 속에서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던 운조는 마거릿의 연구소에 갔다가 알 수 없는 시간대에 떨어진다. 


그리고 모습은 인간과 다르지만 다정한 '로타'를 만난다. 빨간 눈을 가진, 운조의 첫 반려동물이었던 토끼를 닮은 로타. 운조는 그 세상에서 아무도 죽이지 않고, 아무도 얼리지 않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며 위안을 얻는다. 말이 통하던 세계보다 말이 통하지 않는 세계가 더 말이 되는 것 같은 세상에서 말이다. 하지만, 그 세상은 운조의 세상이 아닌 것을... 얼음이 아무리 꽁꽁 얼어도, 약간의 온기로도 균열을 가져올 수 있듯이 운조를 이 시간대로 데려온 무언가는 운조를 다시 다른 시간대로 데려간다. 운조는 과연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이 여섯 가지 이야기의 처음과 끝에는 문지혁 작가의 <하이퍼-링크>와 심완선 평론가의 <크리틱>이 함께 한다. '얼음'을 클릭하면 각각의 여섯 가지 이야기로 날아갈 수 있을 것이고, SF 소설의 전반을 아우르는 글을 볼 수 있다. 


이상기후 등으로 지구는 결국 '디스토피아'라고 불리는 그런 미래에 도달하게 되는 것일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와 단절된 것만 같은 그 세계는 더 이상 내가 모르는 세계가 아니다. 올 것만 같은 그럴싸한 세계... 메타 버스니 가상 현실이니 하는 것보다 더 생생하게 잡힐 것만 같은 세계다. 

"그런데, 정말로 그렇게 사람 목숨이 중요한가요? 그 많은 별과 은하계가 생기는 데도 몇십억 년의 세월이 필요한데요. 그것들을 모조리 다 없애도 기분이 언짢지 않으세요?" - P20

미래를 불쏘시개 삼아 오늘을 눈부시게 밝히는 날들로 일관하던 어느 날, 세상에 존재하던 대부분의 얼움이 녹았다 한다. - P49

누군가는 이런 유서를 남겼다. "인간은 다른 이의 살을 영양분으로 섭취하며 생존해야 할 만큼 고귀한 존재가 아니다." - P81

"인간은 지성체가 아니에요. 사람은 사람을 가까이에서 보고 만져야 살아갈 수 있어요. 죽기 전까지 그렇게 살아요."(p.127, p.130) - P127

"네가 오늘 하루를 무사히 지냈다면, 노이. 너는 벌써 그걸로 나를 도운거야." - P155

운조는 그날 낮에 소를 죽이고 밤에 고양이를 얼렸다. 어떤 것은 기묘하게 빨리 죽여버렸고, 어떤 것은 불필요하게 오래 살렸다.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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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5-24 2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정 님^^
저 얼마 전에 <환혼> 시즌2까지 다 봤어요.ㅋㅋ
리뷰 읽다가 갑자기 뜬금없이 <환혼>이 떠올라서 알려드립니다^^
재밌더군요.
울 막내가 한동안 자꾸 ~해유. 그러더군요.
그냥 그런가보다. 생각했었는데 그게 전소민 말투를 흉내낸 거였두만유?
<환혼>을 안봤음 모르고 지나갈 뻔했었네요.ㅋㅋㅋ
감사해유~^^

꼬마요정 2023-05-24 22:58   좋아요 1 | URL
보셨군요 ㅎㅎ 전 시즌1에서 무덕이랑 도련님이랑 세자저하랑 셋이 나오는 장면이 참 좋았어요. 너무 좋았는데 무덕이를 그렇게 해서, 세자가 그런 선택을 해서, 장욱이 그런 대가를 치르게 해서 아팠답니다. 흑흑
이제 다음 드라마는 뭐 보시나유~~?

책읽는나무 2023-05-24 23:12   좋아요 1 | URL
시즌 1에서 갑자기 무덕이를 그리 만들어 버리고 시즌 2에서 살수가 나오니까 고윤정이 참 이쁘긴한데 무덕이에게 미련이 남았던지 3화까지 보는데도 적응이 안되는 거에요ㅜㅜ
무덕이 캐릭터가 참 예뻤던 것 같아요.^^
<환혼>을 마스터하고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1,2 를 보고 <나쁜 엄마>를 보고 있거든요.
제가 이 두 드라마를 보고 빵 터졌다 아닙니까!
환혼의 대사님? 스승님? 있잖습니까? 그 분은 <낭만닥터 김사부>시즌 2에서 깡패로 나오구요. 순이 역을 맡은 배우는 간호사로 나오구요.
환혼의 세자는 <나쁜 엄마>에서 구청 축산과 직원으로 나오더군요?
그리고 박당구 걔는 주인공 강호 친구로 나오는데 좀도둑으로 감옥갔다 온 친구로 나와요ㅋㅋㅋ
<환혼>이 꽤 유명했었나 봅니다.
환혼에 이어 두 드라마를 보는데 아는 얼굴들이 쏙쏙!!^^
지금은 <닥터 차정숙> 보고 있어요.
요정님은 뭘 보시나요?^^

꼬마요정 2023-05-24 23:45   좋아요 1 | URL
아, 전 <구미호뎐1938> 보고 있어요 ㅎㅎ 바빠서 요거 하나만 챙겨 봅니다 5월만 지나면 <닥터 차정숙> 시작하려구요.
저 작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신승호 배우 봤어요. 세자요!! 어찌나 반갑던지요 ㅋㅋㅋ 전 환혼 때문에 황민현이나 아린도 좋아졌답니다. 서율이랑 진초연이요. 아이돌인데 호감이었어요. 근데 당구가 <나쁜 엄마>에 나오나요? 잘 어울릴 것 같아요!!

감은빛 2023-05-27 06:03   좋아요 2 | URL
저도 얼마전에 뒤늦게 환혼 시즌1을 보고 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시즌2에서 여 주인공이 바뀐다는 걸 알아버렸어요. 그래서 조금 맥이 빠져버려서 이상하게 그 다음 이야기에 집중이 안 되어 잠시 멈춘 상황입니다.

전소민의 말투가 정말 그대로 생각나네요. 일부러 신분을 속이려고 능청스럽게 말하는 모습이요.

책읽는나무 2023-05-27 20:11   좋아요 1 | URL
감은빛 님도 <환혼> 드라마를 보셨나요?
조금 신기합니다^^
전소민 배우의 연기에 쏙 빠져 익숙하다 보니 시즌 2에서는 한동안 적응키 어렵긴 합니다.
저는 전소민 배우가 확 잡아끄는 역을 연기를 했었던 기억이 없어서인지 그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지 잘 못느꼈었는데 이번에 <환혼> 시즌제를 보면서 전소민 배우의 존재를 확 깨닫게 되었습니다.
능청스럽고 귀여운 이미지인데도 표정 연기 하나로 두 사람의 역할을 미세하게 잘 표현해서 조금 놀랐네요. 그래서 전소민 배우를 이번에 다시 보았습니다.^^
시즌 2는 아마도 시간이 좀더 지난 후 보신다면 또 나름대로 재미가 있으실 거에요. 살수와 진부연의 철학적 세계관이 조금 펼쳐지거든요. 그리고 전 박진의 유준상 배우와 김도주의 오나라 배우의 애정씬들도 재밌었어요.^^

꼬마요정 2023-05-27 22:30   좋아요 1 | URL
감은빛 님도 <환혼> 보시는군요 ㅎㅎ 전소민 배우 정말 맛깔나지 않나요? 똥무더기랑 낙수랑 진부연이랑 오가는 것이 참으로 매력적이더라구요. 장욱이랑 케미도, 세자랑 케미도 너무 좋구요. 시즌 2도 보시면 왜 진부연이 낙수를 찜했는지 알 수 있게 되구요, 나름 떡밥 회수 거의 다 해서 재미있으실 듯요.^^

꼬마요정 2023-05-27 22:31   좋아요 1 | URL
책나무 님!! 찌찌뽕이요!! 저도 유준상 배우랑 오나라 배우 잘 되길 얼마나 바랐다구요 ㅋㅋㅋ 마지막에 진짜, 작가 욕 한바가지 할 뻔... ㅋㅋ 앗, 너무 스포일라나요? ㅋㅋ 오랜만에 <환혼> 이야기 하니까 좋아요.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ㅎㅎㅎ

희선 2023-05-25 02: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갈수록 지구는 안 좋아지겠네요 이번 여름엔 비가 많이 온다는 말이 있던데, 그것부터 걱정이 되는군요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건 없을지... 없겠습니다 남극 북극 빠르게 빙하와 얼음이 녹으니... 얼음과 빙하가 녹은 세상은 뜨겁겠네요 그때 살아 남을 사람이 있을지...


희선

꼬마요정 2023-05-27 22:37   좋아요 1 | URL
그렇죠ㅠㅠ 지구가 좋아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더 나빠지지만 않아도 다행일테지만, 사실 이미 늦은 것 같아요ㅠㅠ 남극이나 북극의 빙하가 녹는다는 게 생각보다 더 심각한 일이더라구요. 모르던 나쁜 일들을 하나씩 더 알아가는 기분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런 황페한 세상에서도 살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하고, 자손을 남기는 것을 보니 좀 무섭더라구요.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요...?

감은빛 2023-05-27 05: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을 제가 놓치고 있었군요. 바로 담아갑니다. 한국 SF 작가들도 최근에 정말 양적, 질적 발전을 이루고 있다고 느껴요.

넷째 고양이가 6킬로그램이 넘는군요. 고양이가 많네요. 우리 애들이 키우는 고양이가 둘인데, 제가 보기엔 둘 만으로도 많다고 느꼈거든요. 사료 그릇과 물 그릇과 화장실 통을 각각 2개씩 놓아야해서 집이 정신이 없다고 해야할까? 캣타워와 잠자리 등도 각각 있어야하고 말이죠. 근데 더 많으면 더 귀여운 고양이가 많아지는 거니까 더 정신이 없더라도 괜찮을 것 같네요. ㅎㅎㅎㅎ

꼬마요정 2023-05-27 22:47   좋아요 0 | URL
이 책 재밌게 읽었어요. 얇은데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작가들 정말 대단해요!!!

고양이는 한 마리 더하기 한 마리가 두 마리가 아니지요? ㅋㅋㅋ 그리고 두 마리부터는 마릿수가 줄지 않는다고 하네요. 저는 그 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분명 처음엔 한 마리였는데 어느 순간 두 마리가 되고 어느 순간 네 마리가 되고 어느 순간 여섯이 되었어요 ㅋㅋㅋㅋㅋ 점점 집사의 물건은 없어지고 그 자리에 고양이 물건이 떡 하니 있더라구요. 정신 없어도 사랑하니까 괜찮아요^^
 
리스본행 야간열차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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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예기치 않은 순간을 선사하기도 한다. 선물 같은 그 순간은 우연일 뿐, 그 선물을 잡을 지 말 지 또한 우연일 뿐.

’인생은 우리가 사는 그것이 아니라,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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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5-13 17: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 넘 멋진데요?
그리 생각하면 좀 힘든 일도 버텨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꼬마요정 2023-05-13 19:08   좋아요 1 | URL
이 책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정말 멋지죠? 이 책을 덮을 때 저 말이 정말 와 닿더라구요^^
 
[eBook] 패키지 - 정해연 장편 스릴러
정해연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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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애고 부성애고 다 상관없이 인류애가 필요하다. 하다못해 나보다 약한 존재를 좀 봐주면 안 될까. 그 핏줄이 무엇이길래 어린 아이들을 괴롭히나. 이야기는 재미있게 풀어가지만, 이야기 전체에 깔린 학대당한 아이들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누군가의 악의와 누군가의 방관과 누군가의 절망이 약한 존재부터 먹어치워 끔찍한 사건을 만들어낸다. 이런 잘못으로부터 자유로울 어른은 과연 있을까? 싸구려 패키지 여행이라도 즐기는 사람이 행복하면 값진 여행이 될테고, 호화로운 여객선을 타고 세계일주를 한들 불행한 사람에게는 그 값을 다하지 못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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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5-08 0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른은 아이를 지켜야 할 텐데, 때론 아이를 이용하기도 하는군요 제대로 알아보기라도 했다면 좋았을 텐데... 죽은 아이만 불쌍합니다

꼬마요정 님 오월 즐겁게 건강하게 보내세요


희선

꼬마요정 2023-05-08 15:31   좋아요 1 | URL
어른들이 참 나빠요. 자기 억울하고 자기 힘든 것만 생각하고 말입니다.ㅠㅠ 정말 죽은 아이만 불쌍하죠... 희선 님도 즐겁고 건강하고 행복한 5월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05-14 17: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류애. 좋은 말씀입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꼬마요정 2023-05-14 19:52   좋아요 1 | URL
인류애 저도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아일랜드 소장판 1부 1~4 박스판 세트 - 전4권
윤인완 지음, 양경일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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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은 거랑 느낌이 다르다. 소장판 너무 예쁘다. 반과 미호의 좌충우돌 제주도 생존기라고 하기에는 너무 가볍지만, 그 가벼움이 그들이 가진 삶의 무게를 좀 덜어줬으면 좋겠다. 1부 마지막은 일본의 반성인데, 현실에서도 반성 좀 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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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영원의 시계방 초월 2
김희선 지음 / 허블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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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속도로 계속 간다면, 그래도 어딘가 닿지 못한다면, '그것'은 영원이라 불릴만할까? 더 이상 '시간'이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그 어떤 것, 영원. 어쩌면 그것은 찰나를 가리킬 수도 있고 영겁을 가리킬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환상을 노래하는 이야기가 있다. 


<공간 서점>은 내가 의뢰인으로부터 '천금당' 지금은 '공간서점'으로 바뀐 곳의 지하에 대해 알아봐달라는 부탁을 받고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아주 오래 전 의뢰인의 아버지가 읽었고, 의뢰인이 언뜻 스쳐갔던 그 책 <공기를 이용하여 우편물과 화물을 빠르고 확실하게 전달하는 방법>은 아주 신기하고 묘했다. 5.18을 떠올리게 하는 그 사건을 겪은 아버지는 마음에 빚이 있었고, 엉뚱하고 기발한 방법으로 자신의 죄책감을 덜어냈다. 그 책으로 만든 터널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아버지의 자취를 찾아가는 아들은 어쩌면 아버지와 함께할 때 아버지를 더 알지 못했던 것에 늦은 후회를 하는 것은 아닌지. 시간을 거슬러 갈 수 있다면, 어느 때로 갈까? 누군가는 뒤늦게 깨달은 사랑을 전하러 갈 수도 있고, 누군가는 행동하지 못한 죄책감의 무게를 덜어내러 갈 수도 있겠지. 그렇게 사람은 언제나 선택을 하고, 그 선택들이 모여 무엇을 만들까?


<오리진>은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물건인 핸드폰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세상은 가끔 아주 평범하거나 오히려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에게 세상을 바꿀 기회를 주곤 한다. 그리고 지금 이 이야기는 그 수단으로 핸드폰을 선택했다. 가장 신성한 곳에 있던 그것이 가장 천한 곳에서 어떻게 쓰일까.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달을 멈추다>... 제목부터 좋지 아니한가. 내가 이 책의 이야기들 중 가장 아름답다고 여긴 이야기이다. 왜냐하면 월명사의 향가가 나오니까. 우리가 익히 아는 <도솔가>, <제망매가>가 현재와 과거를 이어준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경덕왕 재위 시절, 기이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고 한다. 우박이 내리고, 혜성이 나타나고, 지진이 일어나고, 샘과 우물이 마르고, 호랑이가 궁에 들고, 바람이 크게 불어 나무가 뽑히는 등 재해가 끊이지 않았다. 멀리 당나라에서는 안국산의 난이 일어나 현종이 도망다니기도 했고. 그런 시대에 월명사는 해가 둘 나타나자, <도솔가>를 지어 모두를 감동시켰고, 누이가 죽자 <제망매가>를 지어 심금을 울렸다. 그는 언제나 사천왕사에 살면서 피리를 잘 불었는데, 일찍이 달밤에 피리를 불며 문 앞의 큰 길을 지나가자 달이 그를 위해 움직임을 멈추었다. 


군나르는 만날 사람이 있다고 했다. 그 사람이 누구일까. 그리운 누이일까, 그 자신일까, 아니면 '나'일까?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면,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하지만 '나'가 일으킨 날개짓이 통한다면 새로운 평행세계 혹은 세상이 열릴까? 어쩌면 그것은, 전생의 업보를 끊어내는 일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전생, 현생, 내생은 하나이니까. 육체나 자연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라는 게 단순히 육신에서 벗어나 영혼이 혹은 정신이 자유롭게 떠도는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형태든 어떤 상태든 깨달은 자는 그 자체로 평정하고 자유로운 것을... 그래서 <도솔가>의 꽃 한 송이가 세상을 바꾸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해진 일이 정해진 대로 일어난다 하더라도, 그저 일어난 것은 아님을. 미타찰에서 만날 '나'는 정해진 수순일지라도 내가 선택한 결과이니까.


<꿈의 귀환>은 상상을 풀어낸 이야기이다. 누구나 생각해 본 적 있을 것이다. 세상이 그저 누군가의 꿈은 아닐까? 장자가 한 말도 있지 않은가. 나비의 꿈인지 나의 꿈인지 라고. 그저 생각만 하던 이야기를 환상적으로 풀어냈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영화 <매트릭스>의 한 단면일지도 모른다. 깨달으면 알게 되리니.


<악몽>은 <맥베스>의 세 마녀와 영화 <이터널 선샤인>이 떠오르는 이야기였다. 감당할 수 없는 일을 감당하지 않아도 되게 하는 전극 장치는 과연 축복일까, 저주일까. 살아가며 시간이 지워주고 재구성하는 '기억'과 전극 장치에 의해 가공되고 지워지는 '기억'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이 역시 스스로 깨어나야 할 일이겠지.


<가깝게 우리는>은 미래의 우리에게 묻게 되는 윤리 도덕 같은 이야기이다. 인형이든 사이보그든 인간은 어디까지 인간이고 로봇은 어디까지 로봇일까. 로봇에게도 권리가 있을까. 얼마 전 물류 배달 로봇이 넘어지는 영상을 봤다. 사람들은 그 로봇에게 감정을 이입하여 로봇도 오래 일하니까 과로해서 쓰러진 것이라고 측은해했다. 로봇에게 '과로'해서 '힘들다'는 감정이 있을까. 완벽한 시계를 만들기 위해 완벽한 태엽 인형을 만드는 건 인간의 일을 대체하는 것일까. 미래에는 순수 인간이 과연 존재하기는 할까.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하는 이야기이다. 어떤 거대한 힘에 의해 통제되는 세상은 한 개인을 지워버릴 수도,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 거대한 힘은 정부이거나 AI이거나 아니면 둘 다 이거나. 기술이 발달할수록 인간은 행복해질까. 기술은 중립적이라 사용하는 사람의 의도에 달라진다고 하지만, 원래 힘을 가진 이들이 그 기술을 가지는 것이 더 쉬운 일이니까 우리는 그들의 의도가 선하기를 바랄 수 밖에 없는 걸까. 하지만 한 개인이 치는 발버둥이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될지언정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어쩌면 바깥이 아닌 내 안을 보아야 하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내가 가둬 둔 나의 진짜 모습은 석탄 광부이지만 바깥에 보이고 싶은 모습은 슈퍼스타 축구 선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짜가 아니기에 축구 스타는 몰락하고,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게 되는 것일지도. 하루 일을 마치고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사실 가장 원하는 일이었을텐데. 삶은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여정일지도 모른다.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을까.


<끝없는 우편배달부>는 인공지능의 한계를 말하는 것일까, 어처구니없는 오류를 말하는 것일까. 우연히 떨어진 케찹 때문에 감정을 갖게 된 로봇(바이센테니얼 맨)처럼 세상은 아주 작고 사소한 이유로 급격하게 바뀌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차리는 건 극소수, 깨달은 자라고 불리는 이들일지도. 그리고 또 다시 선택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빨간 약과 파란 약을 선택하는 것처럼 말이다. 진실을 알게 되는 건 가혹한 일이고, 선택을 강요하는 일이다. 우리 개개인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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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3-04-16 2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별 다섯 개라는 말씀이지요? 좋습니다. 기대하겠습니다. 전 이이가 쓴 <무한의 책>을 정말 재미나게 읽었거든요. 기대가 큽니다. ^^

꼬마요정 2023-04-16 22:41   좋아요 1 | URL
저는 참말로 좋았습니다. 특히 <달을 멈추다>가 참 좋았어요. 골드문트 님께도 좋아야 할텐데 말입니다. <무한의 책> 좋으셨단 말이지요? 저도 냉큼 집으러 갑니다. 기대 되네요!!^^

희선 2023-04-17 0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젊은작가상에 실린 단편 한편밖에 못 봤어요 그 뒤에는 못 봤네요 이 책 괜찮다는 말 보기도 했습니다 핀 에세이 첫번째로 나오기도 했더군요 처음엔 소설인가 했는데, 에세이더군요 김희선 작가는 약사인가 봐요 약과 책 비슷하기도 하죠 읽지 않았지만, 어떤 책에서 약을 처방하기도 하더군요


희선

꼬마요정 2023-04-17 14:44   좋아요 1 | URL
네 김희선 작가는 약사라고 하더라구요. 이 책 저는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재미있게 봤어요. 그러고보니 희선 님과 이름이 같아요. 앞으로 이 책을 보면 희선 님이 먼저 떠오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