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착한 복수

 

 

 

 

쨍한 사랑 노래

 

게처럼 꽉 물고 놓지 않으려는 마음을

게 발처럼 뚝뚝 끊어버리고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조용히, 방금 스쳐간 구름보다도 조용히,

마음 비우고가 아니라

그냥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저물녘, 마음속 흐르던 강물들 서로 얽혀

온 길 갈 길 잃고 헤맬 때

어떤 강물은 가슴 답답해 둔치에 기어올랐다가

할 수 없이 흘러내린다.

그 흘러내린 자리를

마음 사라진 자리로 삼고 싶다.

내림 줄 쳐진 시간 본 적이 있는가 ?

 

- 황동규, 시집 [ 우주에 기댈 때도 있었다 ] 중에서

 

 

하루에도 열두 번,  마음 속에 그 여자 이름을 썼다 지웠다. " 게처럼 꽉 물고 놓지 않으려는 마음 " 과 " 게 발처럼 뚝뚝 끊어버리고 " 싶은 마음이 썰물과 밀물이 되어 서로 뒤엉켰다.  한때 내 전화만 기다렸던 여자는 어느새 내 전화만 받지 않는 사이가 되었다. 미워할수록 보다 간절한 마음이 자랐고,  간절할수록 지독한 미움'이 자랐다. 잊어야 한다는 다짐과 잊을 수 없다는 고집이 싸웠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뿌리를 뽑진 못하고 애꿎은 이파리만 잘랐다.  지옥에서 보낸 한철이었다.  천국이라 해도 사랑을 잃으면 지옥이 되니까. 말하자면 사랑은 지옥에서도 천국을 경험하게 만들고, 말하자면 이별은 천국에서도 지옥을 경험하게 만드니까. 쨍쨍 해 뜬 날에도 우레 우는 날이 되고, 봄바람 불어도 칼바람 되어 추운 날이 된다. 내가 유독 그 여자와의 이별 앞에서 힘들었던 이유는 착한 여자'였기 때문이었다. 착한 여자가 아니었다면 냉정한 얼굴로 돌아서는 떠돌이 개처럼 미련 없이 그녀를 잊었을 것이다. 낡았지만 오래 입어서 편안한, 몸에 맞는 외투를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지지난해 봄날. 종로 3가 옛 피카디리 극장 터 거리에서 그녀와 우연히 마주쳤다. 행복한 얼굴이었다. 그녀 옆에는 새로 사귄 애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서 있었다. 영화를 보려던 마음이 사라졌다. 좋지 않은 진찰 결과를 통보받고 식욕을 잃은 위암 환자처럼 말이다. 계획을 접고 둘둘치킨에서 술을 마셨다. 같이 영화를 보기로 했던 동료가 나를 위로하자, 겨우내 얼었던 수도가 이른 봄볕에 녹아 요란한 소리를 내며 녹물을 쏟아내듯, 눈물이 터졌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겨우내 꽁꽁 얼었던 수도였고 여자는 빨래감을 들고 수돗가에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이내 떠났다는 사실을 !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젖은 빨래가 쥐새끼보다 빨리 마르던 가을 초입의 늦은 여름 오후, 등골을 타고 또르르 굴러 엉덩이 골에 땀이 고이던 날을 기억한다. 여자가 말했다. " 어쩌면 내가 지금 당신에게 보내는 헌신은 훗날 당신을 향한 복수일지도 몰라 ! "  착한 여자가 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말 속에 칼이 숨겨져 있었다는 사실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착한 여자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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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ter 2014-09-21 2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소라의 노래 중에선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를 가장 좋아합니다. 그게 언제였더라. 한 이 년 전쯤이었을까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무렵이었던 것 같네요. 나에 대해 별로 자신이라는 게 없었는데, 사랑에 서투른 사람이란 게 으레 그렇듯이 누군가의 친절이 그렇게 좋을 수밖에 없었던 때가 그런 때였는데...

맥주를 주고 받으며 대화를 몇 마디 나눴던 게 전부였던 게 첫 만남이었고, 바람처럼 쓸데없이 휘발될 것 같은 풋내기 사랑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 이건 안 되는 사랑이다, 싶어서, 좋다는 말 한 마디 못하고, 사람들이 거의 없는 길 한복판에서 멍하니 서 있던 적이 있었네요. 외로움이란 게 짐승이 달려드는 것보다 더 무섭도 괴롭구나, 싶기도 하고... 그렇게 혼자 서 있던 날 우연히 술자리가 있어서 거기서 눈치없게 소주에 푹 취했던 적 기억이 있네요.

지금도 가끔씩 얼굴을 마주치곤 하지만 남자 대 여자로서가 아니라 학생과 학생으로서... 사심이 없는 척.

그 무렵에 듣게 된 데 이소라의 그 곡인데... 들으면 들을수록 우울해지더군요 :)...

말하자면 사랑 같은 것은... 처음 듣는 이소라의 노래인데 무척 좋네요. 페루애님이 문득 부럽기도 하구요. 짧은 문단 그 사이사이에 많은 흔적들이 보여서.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1 20:46   좋아요 1 | URL
사랑 때문에 술에 취하면 대책이 없죠. 사실 이 노래 저도 처음 들었습니다. 라디오 이 노래 나오는데... 아, 시발... 뭔가 콕 찌르더군요. 이소라 노래 가사말이 좋잖아요. 노래 듣다 보니 쨍한사랑노래 라는 시가 생각나더군요. 마음속 설물과 밀물이 온 길가 갈 길이 되어 서도 부딪다보면 격랑이 일기 마련이죠.

저는 일종의 고백 공포증이라고나 할까요. 먼저 사랑 고백을 한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거절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누가 나 먼저 사랑한다는 고백을 해주길 바랐죠.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댕에게.. 이 노래도 참 좋죠. 제가 좋아하는 곡입니다. 고백이란 늘 힘들죠. 용기를 한번 내보시기 바랍니다. 단 한번도 사랑 고백을 먼저 하지 않았던 사람의 후회이니 말입니다.

heter 2014-09-22 00:25   좋아요 1 | URL
맞아요. 사랑 때문에 술에 취하면 대책이 없는데... 역시나 고백하지 않는 것은 후회만 남는 일이죠. 알면서도, 역시나 거절에 대한 공포가 남아 있는 건 사실이네요. 아직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2 15:23   좋아요 1 | URL
고백하지 않아도 아마 그분도 알고 계실 겁니다. 괜히 토리 님 댓글에 울컥해서 모르는 새`란 글을 쓰게 되었네요. 고백하지 못함... 말하지 못함.... 이거 참... 힘들죠. 짝사랑은 정말 힘든 겁니다. 힘내십사, 주문을 외우겠습니다.

heter 2014-09-22 20:5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새로 쓴 그 글 역시 일독했습니다.

풀무 2014-09-21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아침에 이런 글을... 곰발님의 독한 가을감성-!

그러고 보면 이소라가 오히려 요즘 여류시인들보다 낫다는 생각을 종종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1 23:15   좋아요 1 | URL
가을 하면 시를 읽는 계절 아니겠습니까.
이소라 노래는 확실히 시적이에요. 가사말이 좋습니다.
바람이 분다 같은 경우는 시보다 더 시 같고 말이죠.....

엄동 2014-09-22 1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곰발님 블로그는
앞으로도 쭈욱.
가을이었으면 좋겠어요
시도, 글도, 음악과 가사마저도 참 좋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2 15:21   좋아요 1 | URL
글은 모르겠으나 시도 음악도 참 좋죠. 제가 황동규 시를 좋아하는데
특히 이 시 1연 2연 은 딱 그 마음이더군요.
이 모순된 집착과 떨침...

가을 되니 시가 읽힙니다.
역시 가을에는 시를 읽어야 함니다.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394
박형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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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바닥이 잘 보인다

 

 

 

 

 

 

서울에서 돈 3000만 원 가지고 전세를 얻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복덕방     부동산 중계소'라는 이름보다 복덕방'이란 명칭이 좋다     에 들어가 3000만 원 전세 있냐고 물으면 대꾸도 안한다. 자꾸 물으면 오히려 화를 낸다. " 아니 요즘 3000짜리 전세가 어디 있수 ! " 결국에는 서울살이를 포기하고 꾀죄죄한 변두리'로 향하게 된다. 직장은 서울이지만 집은 경기도 거주자가 되는 것이다.  만원 버스를 천 원'만 내고 탔다는 기쁨도 잠시     구천 원 번 건가 ?     서서 두 시간 동안 사과 궤짝 속 사과처럼 사람들과 맞닿다 보면 짜증이 올라온다. 마르지 않은 머리는 헤어드라이 대신 창문 바람으로 말리고 숨을 쉬면 어제 먹은 삽겹살에 소주 냄새 날까 봐 숨을 삼켜 항문 쪽에 가둔다. 내려서 쏟아내야지 !

 

순간, 왜 사나 싶다. 버스에서 내렸다고 해방된 것은 아니다. 지각하지 않으려면 뛰어야 한다. 퇴근은 역순이다. 내가 살던 집은 안양 충훈부 버스 종점 근처였다. 반지하'였다. 쪽창 하나가 있었는데 창문을 열면 길바닥이 보였다. 방은 늘 캄캄했고 볕은 2시에서 3시 사이에 머물다 떠났다. 이 시절, 나는 바닥'이었다. 애인은 떠났고, 마음은 무너졌고, 헛것은 자주 출몰했다. 투명인간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때 걱정스러운 마음에 나를 잊지 않고 찾아온 이가 이었으니 그가 바로 은하철 씨'였다. 올 때는 항상 빈손이었으나 그 마음이 고마워 타박하지는 않았다.

 

- 괜찮아 ?

- 응, 괜찮아 !

- 긍정적 생각을 가져. 부정적인 것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좋은 결실이 이루어질 거야.

- 뭔 개소리야 !

- 좆됐어 열 번 외쳐 봐.

- 왜 ?

- 하라면 해 !

- 좆됐어, 좆됐어, 좆됐어, 좆됐어, 좆됐어, 좆됐어, 좆됐어, 좆됐어, 좆됐어, 좋겠어 !

- 봐, < 좆됐어 > 를 열 번 외치면 < 좋겠어 >가 되잖아.

- 음... " 좆됐어 " 의 동의어는 결국 " 좋겠어 " 네. 감동적이다. 시발.

 

 

 

 

쪽창을 열고 밖을 보면 길바닥이 잘 보인다. 당시 내가 벽에 그린 벽화를 보면 답답한 심정이 잘 나타난다. 커다란 창문을 그렸고 환한 볕을 넣었다. 내가 간절히 원한 것은 넓은 창문과 환한 볕이었다. 나는 쪽창을 열어 몇 시간씩 밖을 내다보고는 했다. 반지하 쪽창이다 보니 사람 얼굴이나 상반신은 보이지 않고 다리와 신발만 보였다. 하지만 걸음걸이와 신발만 보고도 생김새를 대충 알 수 있었다. 특히 신발 뒷굽은 많은 정보를 제공했다. 뒷굽이 많이 닳은 사람은 보통 두 부류였다. 가난한 사람이거나 성실한 사람. 나는 쪽창을 열고 방에 앉아서 무수히 지나가는 신발을 보며 그 사람을 상상했다. 어느 날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쪽창을 열고 지나가는 신발을 구경하다가 낯익은 운동화를 발견했다. 낡은 운동화였다. 낡은 운동화는 머뭇거리며 창문 주위를 맴돌다가 사라졌다. 내 애인의 운동화'였다. 뒷굽이 닳았다.

 

신발 모양'만 보면 그녀는 심성이 곱고 느긋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여자가 내 곁을 떠났다. 생각해 보니, 그토록 오랫동안 그녀를 만났으나 단 한번도 그녀가 걸어온 길을 기억하는 신발 뒷굽을 본 적이 없었다. 부끄러워서 울었다. 그녀는 왜 집 앞에서 서성이다가 떠났을까 ? 캄캄한 밤이 찾아왔다. 뜬눈으로 밤을 샜다. 아침 7시 정각이 되자 은하철 씨가 찾아왔다. 언제나 빈손이었다. 그는 괜찮아로 시작해서 좆됐다 열 번만 외치라는 주문으로 하루 방문을 매조지했다. 은하철 씨는 아침 7시만 되면 내가 사는 집 창문 앞에 날아와 잠시 집구석을 관찰한 후 날아가는 비둘기 이름이었다. 은하철 씨는 쪽창 너머에서 내 방을 들여다보며 나에게 안부를 묻고는 했다.

 

쪽창으로 바닥만 보다가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하니 감동적이었다. 물론 은하철 씨가 사람 말을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비둘기 소리를 내며 말했다. 구구구 ! 그러자 은하철도 구구구, 했다. 나는 장난 삼아 << 은하철도 999 >>  만화 주제가를 부르고는 했다.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우주 정거장에 햇빛이 쏟아지네 행복찾는 나그네의 눈동자는 불타오르고 엄마 잃은 소년의 가슴엔 그리움이 솟아오르네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999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999 은하철도999 기차는 은하수를 건너서 밝은 빛의 바다로 끝없는 레일 위에 햇빛이 부서지네 꿈을 쫓는 방랑자의 가슴에선 찬바람 일고 엄마 잃은 소년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 있네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999 힘차게달려라 은하철도999 은하철도999~

 

저, 어둡고 캄캄한 행성에서도 햇빛이 쏟아지고, 은하수를 건너 밝은 빛의 바다로 끝없이 레일 위에 햇빛이 부서진다는 데 내 방은 언제 볕이 드냐 ? 그렇게 혼잣말을 하면서 말이다. 그립다. 은하철 ! 옛 애인의 낡은 운동화와 은하철 씨에게 이 시를 바친다. 내 시는 아니다.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박형준

 

그 젊은이는 맨방바닥에서 잠을 잤다

창문으로 사과나무의 꼭대기만 보였다

 

가을에 간신히 작은 열매가 맺혔다

그 젊은이에게 그렇게 사랑이 찾아왔다

 

그녀가 지나가는 말로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그는 그때까지 맨방바닥에서 사랑을 나눴다

 

지하 방의 창문으로 때 이른 낙과가 지나갔다

하지만 젊은이는 여자를 기다렸다

 

그녀의 옷에 묻은 찬 냄새를 기억하며

그 젊은이는 가을밤에 맨방바닥에서 잤다

 

서리가 입속에서 부서지는 날들이 지나갔다

창틀에 낙과가 쌓인 어느 날

 

물론 그 여자가 왔다 그 젊은이는 그때까지

사두고 한 번도 깔지 않은 요를 깔았다

 

지하 방을 가득 채우는 요의 끝을 만지며

그 젊은이는 천진하게 여자에게 웃었다

 

맨방바닥에 꽃무늬 요가 펴졌다 생생한 요의 그림자가

여자는 그 젊은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사과나무의 꼭대기,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 박형준 시집,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전문

 

 

 

가을에는 바닥이 잘 보인다.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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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 2014-09-20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생각날때마다 울었다 라는 제목이 참좋네요
서리가 입속에서 부서지는 날들이라..

완연한 가을임을 알려주는
스산한 새벽바람이 좋은 지금이에요

전....출근했습니다
조ㅈ.... 좋겠죠?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0 09:18   좋아요 0 | URL
시 좋죠 ? 출근하실 때 시집 하나 넣어두십시요. 시 읽은 좋은 계절입니다.
토요일 출근이라 그나마 만원 버스는 아니었겠군요. 한 삼천 원 버스했나요 ?

umunym 2014-09-20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피식피식 하다가 아- 하고 길게 육성으로 내뱉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0 15:0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그 육성이 자주 터졌으면 좋겠네요. 봄날 꽃봉오리 터지듯이...

heter 2014-09-20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읽다가 문득 김종삼 시인의 시집이 생각나서 몇 장 읽고 있습니다...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참 좋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0 15:08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참에 김종삼 시인 시를 읽어보아야겠군요. 짧지만 늘 강렬했던 시로 기억합니다...

레베랑스 2014-09-21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글 너무 가슴이 아프네요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1 09:08   좋아요 0 | URL
이 댓글 읽고 본문을 다시 읽으니 슬프군요...
 

 

 

쩨쩨하게 살겠다

 

 

 

 

 

때는 바야흐로 2048년 대한민국.  한때 뾰족했던 어깨가 닳아서 둥근 어깨가 된 노인이 이웃집 소년에게 말한다. " 내가 말이다. 이 할애비가 옛날에 어느 가난하고 꾀죄죄하며 쪼콤한 녀석을 하나 알고 있었단다. 하고 다니는 꼴은 롹커'인데 노래방 가면 뽕짝만 부르던 놈이었지. 겉과 속이 다른 녀석이었어. 첫날, 라운드티를 입고 왔는데 목 둘레가 닳고 닳았더구나. 남들이 보면 빈티지'라 생각했을 거야. 오래 입어서 너덜너덜해진 건데 말이다. 비루한 인생이었지. 어느 날, 이 사람이 작정하고 블로그에 글을 하나 올렸단다. 너는 모르겠지만 옛날에는 블로그라는 인터넷 상호소통창구가 있었단다. 호기롭게 썼으나 오랜 고민 끝에 썼다는 티가 확 나서 읽는 내내 짠했지. 구걸이었어. 이대로는 못 살겠다. 돈 좀 보태달라, 뭐 이런 내용이었지.

 

꼴에 자존심은 있어서 꽤 유창하게 자기 변명을 했더랬다.  속는 셈치고 이 작자에게 펀딩을 했지. 그리 비싼 건 아니었어. 10만 원짜리 일일티켓이었거든. 그는 그 돈으로 책을 자비 출간했단다. 300부만 찍었지. 지금 그는 이 세상에 없지만 난 여전히 그 친구를 생각한단다. 이 책을 너에게 주마.  "   소년은 책을 받아 이리저리 살핀다. 요즘은 종이 책을 구경하기 힘든 시대다. 모든 책은 전자책으로 바뀐 지 오래되었다.  "  오쉬프만젤쉬땀 할아버지, 그가 누군데요 ? " " 페루애'란다 ? " " 누구요 ??! " " 노벨문학상 수상자 페루애 말이다 ! " " 네에?!!! 페루애요 ? 할아버지처럼 넙데데하고 두리뭉실한 분이 어떻게 그렇게 위대하고, 위대하고, 위대한 분을 아세요 ?  "

 

어깨가 둥근 노인은 한때 어깨가 뾰족했을 때 알게 된 페루애'라는 사내를 떠올렸다.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 35년 전이었지...... "  이야기를 듣는 동안 소년은 쉴 새 없이 마른 기침을 쏟아냈다. 얼굴은 창백했지만 눈은 밤 하늘 높이 뜬 인공위성처럼 반짝거렸다.

 

 ■

 

 

 

 

 

 

안녕하십니까 ? 곰곰생각하는발 페루애'입니다.  소식 하나 알려드립니다. 그동안 절찬리에 방영되었던 < 새빨간활 > 이 2014년 10월 1일부터 < 새빨간활 시즌 2 > 로 새롭게 문을 엽니다. 희소식이 아니라 개 소식'이라고요 ? 맞습니다.  개  소식이면서 동시에 개소식'입니다. 여러분이 채찍을 휘두른다면 기꺼이 가터벨트 입고 엉덩이를 내밀 생각입니다. 그동안 생선 가게에서 카운터를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책을 써야 겠다고 말이죠. 말이 좋아 월급이지 늙은 노모가 용돈 주기 거시기해서 월급 주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여러 출판사에서 책을 내자는 제의를 받았습니다만 모두 거절했습니다. 겁이 났다고나 할까요 ?

 

날것 그대로를 보여준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누에처럼 고치 속에서 살아야 하겠습니까. 용기를 내서 밖으로 나올 생각입니다. 일단 자비로 책을 300부 정도만 찍을 생각입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여러분들에게 염치없는 소리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자비 출간이 저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일입니다. 팔순 기념 저서도 아니고 말이죠. 제가 알기로는 니체도 자비로 책을 300권만 찍었다고 하더군요. 10권 정도 팔렸다나 ?! 염치 없는 부탁이어서 자꾸 말이 길어지내요. 툭 까놓고 말하겠습니다. 펀딩입니다. 저를 보고 투자하십시요. 일일찻집 티켓이라 생각하시면 편하실 겁니다. 한 장당 10만 원입니다. 30장이 팔리면 얼추 자비 출간을 할 수 있겠더군요.

 

그동안 네이버 블로그와 알라딘에 쓴 글 가운데 재미있는 글을 엄선하여 추릴 생각입니다. 알라딘 통계를 보니 제가 2013년 알라딘에 올린 글은 신경숙의 < 엄마를 부탁해 > 10권을 만들 수 있는 원고지 분량이라고 하더군요. 2014년에도 꾸준히 올렸으니 합이 20권입니다. 참새처럼 꾸준히 제 블로그를 찾아오셔서 글을 읽으셨다면 당신은 엄마를 부탁해 20권을 읽은 셈이 됩니다. 셈법이 이상한가요 ? 사실이랍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은 돈 한푼 안 내고 책 20권을 읽은 게 되는 거지요. 책값으로 따지자면 20만 원어치 읽은 셈입니다. 그러므로 티켓 한 장에 10만 원은 그리 큰 금액이 아닙니다. 티켓을 사신 분에 한하여 저자 사인과 함께 술을 마실 수 있는 미팅권을 부여하도록 하겠습니다.      술값은 당신이 내세요 !     

 

사람 일이란 건 모르는 일입니다. 제가 만약에 대한민국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탄다면 어떻게 될까요 ? 그렇게 된다면 여러분은 노벨 문학상을 탄 작가가 최초로 만든 책을 가지고 있게 됩니다. 더구나 사인이 적힌 300권은 전무후무한 희귀본이 되죠.  두 세대만 건너뛰면 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을 겁니다. 이 책 한 권이면 은마 아파트 한 채 가지고 있는 것과 동일한 가치를 얻을 겁니다. 농담이라고요 ? 허어, 이 양반들 참.... 아, 그리고 한 가지 약속을 하죠. 제가 노벨 문학상을 탄다고 해서 펀딩에 참여했던 당신을 모르는 척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1년에 한 번씩 만찬에 초대하겠습니다. 산다는 거 얼마나 지겹습니까 ? 다람쥐 첫바퀴 도는 생이죠.

 

하지만 펀딩에 참여하게 된다면 당신은 평생 가장 위대한 이야깃거리를 간직한 행복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일단 참가 의향이 있는 분은 비밀글로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인정에 끌려서 억지로 참여하는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내가 작가로써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투자를 하시라는 말입니다. 참여자가 30명이 넘으면 교정 후 바로 제작에 들어갈 생각입니다.

 

 

 

- 사진 출처, 감성공작소 마담의 일상

 

번외로 개소식 기념 모임을 갖기로 했습니다. 참여 의사가 있으신 분은  10월 4일 토요일 오후 5시 낙원동 유진식당으로 오십시요. ( 자세한 약도는 낙원동 유진식당'이라고 치면 자세히 나옵니다. ) 노상에서 막걸리 한 잔 합시다. 이 식당 음식이 맛있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지만 가을에 술 마시기 좋은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펀딩 의사가 있으신 분은 비밀댓글로,   술 모임에 참석할 의사가 있으신 분은 공개 댓글로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기껏 모여야 대여섯 명 모일 겁니다.

 

■

 

이야기가 다 끝나자 소년은 감동하여 눈물을 흘렸다. " 이 할애비가 줄 수 있는 건 이것 밖에는 없구나 ! 전 세계에서 이와 똑같은 판본은 300권뿐이지. 더군다나 페루애 사인이 들어간 책은 30권이지만 현재 남아 있는 책은 이 책을 포함해서 세 권이 전부란다. 이 책을 팔아서 네 병원비로 쓰거라. 책 수집가에게는 꽤 비싼 보물에 해당되거든. 이제 내게 이 책은 필요 없단다.  성격은 괴팍해도 꽤 정이 있는 친구였다. 지금 내 아내를 만난 것도 사실 알고 보면 페루애 때문이었지. 그 자리에서 처음 엄동이란 아가씨를 보게 되었단다. 난 보자마자 심장이 뛰었지. 강남 호박 나이트 성능 좋은 JBL 스피커처럼 말이다. 심장이 너무 뛰는 바람에 스피커 막이 찢어지기도 했지.

 

그게 사랑이란다. 꼬마야, 몸속에 무엇인가가 찢어지는 아픔이 들 때 비로소 사랑이 시작된다는 점을 명심하렴. 오래 전 일이 생각나는구나. 우린 낙원동 유진식당이라는 술집에서 술을 마셨단다. 그때 페루애가 취해서 옆에 앉은 여자에게 들이대다가 따귀를 맞기도 했지. 그래도 계속 깐죽거리길래 내가 가서 그 녀석애개 죽빵'을 날렸단다. 그 자리에 있던 여자가 지금의 내 아내란다. 그때가 좋았다. 지나가버린 것은 다 그리움이 되니깐 말이다. 페루애가 그렇게 허망하게 죽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명성을 얻었다 싶었는데 이내 아내를 권총으로 살해해서 감옥에 갈 줄이야, 사랑하는 페루애가 쏜 총에 죽은 불쌍한 눈미. 박복한 년......   "

 

 

 

 

 

후일담

 

소년은 이 책을 팔아서 병을 고쳤다. 훗날 그는 31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쩨쩨하게 살겠다, 고 대답했다. 화들짝 놀란 기자가 되물었다. " 쩨쩨하게 살겠다고요 ? " 대통령 당선자가 웃으면서 말했다. " 네에, 쩨쩨하게 살겠습니다. " 다음 날, 헤드라인 뉴스 제목은 " 쩨쩨한 대통령 당선 ! " 이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페루애가 가난하던 시절 이웃 도움으로 출간한 잡문 제목이 << 쩨쩨하게 살겠다 >> 였다. 페루애는 이 책에서 화려한 삶을 꿈꿀 필요 없다고 말했다. 쩨쩨하게 살아도 된다고. 예수도 쩨쩨하게 살다가 갔고, 부처도 쩨쩨하게 살다가 갔다고 ! 대한민국의 자유, 평화, 정의 따위에 목숨 걸지 말고, 동네 난방비 비리에 쩨쩨하게 시비를 걸라고 ! 역설적이게도 그는 이 책을 발판으로 화려한 삶을 살게 된다.

 

소쉬르의 언어학과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를 차용한 << 깻잎오소리입말사전 >> 은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눈 뜨자 돈방석에 앉았다. 개새끼, 이중인격자. 아침에는 철갑 상어알 요리를 먹고 저녁에는 바늘로 거위 간을 108번 찌른 푸아그라 요리를 즐겼다. 하지만 마지막은 비극이었다. 그는 아내를 살해한 죄로 안양 교도소에 수감되었다가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사인은 질식사'였다. 화장실에서 동료 몰래 초코파이를 급하게 삼키다가 음식물이 식도에 걸려 사망했다. 쩨쩨한 죽음이었다. 이로서 그의 철학은 완성되었다. 쩨쩨하게 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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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미 2014-09-20 0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씌 머야! 글 읽다 넘 길어서 맨 마지막 줄만 읽었는데
나 권총맞고주금ㅋㅋㅋㅋ

야 자비출판이건 정식출판이건 다 찬성! 좋다만
책을 낼거면 새글을 써서 내라!
무슨 언젯적 글을 다시 모아 내냐?!
새로운글을 새로 써서 내삼~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0 08:55   좋아요 0 | URL
새 글을 쓰라는 건 새로운 시선이군... 좋은 생각이야...
원래 여주인공은 비련의 죽음으로 끝나야 빛이 나는 법이다.
얼마나낭만적이나냐 권총 맞아 죽다니...

레베랑스 2014-09-20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건 제 생각인데...펀드를 받는것 보다는 책 판매 부수에 대한 예약을 받는 건 어떠세요? 책이 출간될 경우 몇 권을 구입할지 약속을 받고..300권까지만 찍어서 선착순으로 예약자들에게만 파는 걸로. 물론 다 팔릴테니 다시 인쇄하시고...
이렇게 되면 이웃들과 페루애님 상호간 신뢰라는 연결고리가 생기고 작가들에게는 좋은 선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저도 페루애님 출간하시면 10권 구매예약해서 지인들에게 선물할 예정이니 저 같은 사람 30명 모우시는 게 더 의미있지 않을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0 08:54   좋아요 0 | URL
이 생각은 미쳐 하지못했네요. 고거 쏠쏠합니다. 전략을 바꿔야겠군요. 일단 여러 의견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푸르푸르 2014-09-20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글 쓰시오 내가 대출 받아 반 투자할테니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0 08:54   좋아요 0 | URL
출판사 하나 차리시겠다는 말씀이오 ?

푸르푸르 2014-09-22 12:23   좋아요 0 | URL
아니 무슨 출판사씩이나
그저 3,4백은 내 뭐라도 잡히고 대출받아 투자할 수 있단 얘기고
여태 글 정리해서 하신다면 딱 10만원만 내겠지만
새 글 작업하실 의향 있으시다면 급전 3,4백 투자할 의향이 있단 소리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2 15:19   좋아요 0 | URL
ㅎㅎㅎ 알고 있습니다.

봄밤 2014-09-20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글로 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어떤 목차가 나올 것인지 궁금합니다. 응원하고 기다려요! 저는 지금부터 리뷰를 짜야 할지요..ㅎㅎ모쪼록 구체화 되기를 바랍니다. 신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0 15:09   좋아요 0 | URL
봄밥 님 리뷰집 내면 제가 꼭 사서 보겠습니다.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매력있습니다.

봄밤 2014-09-22 14:42   좋아요 0 | URL
저 또한 분명히 이 펀딩에 참여할겁니다. 이 말을 박아두려고 왔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2 15:17   좋아요 0 | URL
아이구야.. 고맙습니다. 힘을 좀 내야 할 듯합니다.

MQ 2014-09-20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 그리 째째한 놈 아닙니다. 강제로 하는 거 아님. 그 정도야 투자하죠. 새글 또 언제 씀. 그냥 옛글로 하나 내심. 그거 추리는데만 해도 수개월은 걸릴 거 같은데 ..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1 09:09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티켓 2장 발부하겠습니다.

3시 2014-09-23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좌번호 올려주세요!!!
써 논 글 추리는 일도 몇 달 걸릴거임
새 글은 또 다음 책에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3 09:20   좋아요 0 | URL
아니, 왜 이리 오랜동안 걸음이 뜸하셨습니까. 일은 잘 되시나요 ?
현재는 의견 추렴 중입니다....

3시 2014-09-23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일 올 때도있고 바빠서 여러 날 못 올 때도 있고 . 요
십 마넌은 저렴해요. 예전에 시집을 주문하면서
형편없이 싼 가격에 깜놀 !!!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3 20:31   좋아요 0 | URL
오, 세 시 님 자주 오셨군요. 아, 전 그런 줄도 모르고요...
오시면 답글 남겨주세요. 장사는 잘 되시나 모르겠네요.
전 3시 님 팬입니다. 새벽 3시 되면 늘 생각이 납니다...

사무아 2014-10-05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제 5시에 가려고 했는데, 갑작스레 일이 생겨서 못 갔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10-05 21:02   좋아요 0 | URL
아, 그랬군요. 아 이거 절호의 기회를 놓쳤네요. 다음에는 꼭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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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은 쩨쩨한데 문장은 짱짱하다

 

 

 

 

 

[ 글의 종류 ] 에는 네 가지'가 있다. 기행문, 논설문, 기록문, 전기문 따위라고 지레짐작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그런 분류는 사지선다형 중고교 시험 문제를 출제할 때나 쓰이는 갈래'다. 트루먼 카포티의 << 인 콜드 블러드 >> 는  기록문인가 아니면 문학인가 ?  경계가 모호하다. 소설인 듯 소설 아닌 소설 같은 소설도 있고, 전기인 듯 전기 아닌 소설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 글의 종류 >> 는 다음과 같다.

 

ㄱ. 재미없는 내용을 재미없게 쓴 글

ㄴ. 재미없는 내용을 재미있게 쓴 글

ㄷ. 재미있는 내용을 재미없게 쓴 글

ㄹ. 재미있는 내용을 재미있게 쓴 글

 

재미     [ 명사 ] 아기자기하게 즐기운 기분이나 느낌    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희노애락'이다. 너무 슬퍼서 눈물이 앞을 가리는 " 눈가리고 아웅하는 소설 " 이나 불합리한 현실을 고발하여 독자를 분노하게 만드는 " 불쏘시개로 들쑤시는 소설 " 을 읽고 나서 " 이 소설 재미있어 ! " 라고 표현하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이상한 표현처럼 들리지만  한국인은 이 복잡다단한 감정을 < 재미 > 라는 단어 하나로 퉁치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     한식이 세계화에 실패하게 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언어 습관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서양 음식은 계량화된 레시피'가 바탕이 된다. 소금 몇 그램, 설탕 몇 그램, 맛술 두 스푼 따위로 말이다. 하지만 한식은 이 모든 것을 " 적당히 " 로 퉁친다.  소금 얼마나 넣을까요 ? - 적당히 ! , 설탕 얼마나 넣을까요 ? - 적당히 ! , 맛술 얼마나 넣을까요 ! - 적당히 ! 여기에 더하여 " 맛의 비결은 손맛 " 이라고 하면 게임은 끝난다. 한식이 세계화가 될 수 없는 이유다.

 

청개구리 언어 습관이라고 할까 ? " 시원하다 " 라는 표현도 " 재미있다 " 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다. 뜨거운 열탕 속에 몸을 담그거나 뜨거운 국물을 삼킬 때 나도 모르게 나오는 소리는 상황과는 정반대'다.   " 시원하다 ! "   대한민국 청소년이 기성 세대에 대해 불신하는 이유는 어릴 때부터 이어져 온 학습 효과 때문이다 -     라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같은 맥락으로 " 죽다 " 도 있다.  사랑 앞에 죽도록이 붙으면 그 사랑은 다른 사랑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밉다 뒤에 죽다가 결합된 " 미워 죽겠어 ! " 도, 맛과 죽다가 결합된 " 맛, 죽인다 ! " 도 모두 ! 이처럼 한국인은 포지티브를 말할 때 자주 네거티브를 사용한다.         글쟁이는 재미있는 내용을 재미있게 쓸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글쟁이가 재미있는 내용을 재미있게 쓸 수 있다고 해서

 

그것을 자랑으로 내놓을 수는 없다. 작가에게 그것은 기본에 해당되니깐 말이다.    야구 선수가 공을 잘 잡는다고 훌륭한 선수가 될 수는 없다. 공도 잘 쳐야 한다.     여기에 재미없는 내용을 재미있게 쓸 수 있는 옵션을 갖추어야 밥 먹고 살 수 있는 작가로 태어난다. 반면 보통 사람들은 재미있는 내용을 재미없게 쓰거나 재미없는 내용을 재미없게 쓴다. 재미없는 내용을 재미없게 쓴다고 해서 절망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정직한 태도'다. 재미없는 내용을 재미없게 쓴다는 데 그 누가 손가락질을 할 것인가 ? 작문 실력이 형편없는 자에게 돌 던질 자 앞으로 나와라, 시댕아 ! 하지만 글쟁이가 재미없는 내용을 재미없게 쓰거나 재미있는 내용을 재미없게 쓰면 욕을 먹어야 한다. 그런 작가는 자격 미달'이다.

 

작문 실력이 형편없는 작가에게 돌 던질 자 앞으로 나와라 ! 라고 말한다면 나는 짱돌 들고 앞으로 나가겠다. 모 시인이 있다. 내가 이름을 말하면 모두 " 아 ! " 라고 대답할 것이다. 꽤 알려진 시인'이다. 블로그 이웃 가운데 한 분이 그 시인이 쓴 글을 발췌해서 인용했다. 물론 출처를 밝혔다. 그런데 그 시인으로부터 경고성 메일이 도착했다고 한다. 저자 동의 없이 글을 올리면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되므로 당장 글을 삭제하라는 메시지'였다. 삭제하지 않을 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단다. 전문을 옮겨 적은 것도 아니고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도 아니며, 출판을 목적으로 쓴 글도 아닌데 한 줄 인용했다고 저작권 위반 운운하니 화딱지가 난 거라 ! 이웃은 포털 사이트 고객 센터에 위법 여부를 문의했다.

 

메시지가 도착했다. 포털 사이트 고객 응대팀이었다. "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 문의하신 내용에 대한 답변입니다. 고객님은 출판을 목적으로 쓴 글이 아니며 출처를 밝혔으므로 저작권법 위반이 되지 않습니다. 이 사실을 알려드립니다. 여담입니다만, 그 작가에게 당당하게 이렇게 말씀하십시요. 개똥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 청양고추 먹고 똥구멍에 불 나라 ! 라고 말이죠. 이상 ○○○ 포털 사이트 고객 응대 팀이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 그런 이유로 이름 석 자 알게 된 시인'이었다. 가끔 이 시인 이름을 거론하며 글을 쓰면 30분 안에 다녀간 흔적을 남긴다. 그러니깐 하루 종일 자기 이름으로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다. 신문 칼럼에 이 시인 이름을 자주 본다. 칼럼 내용은 늘 거창하다.

 

불의에 주먹 불끈 쥐게 된다거나, 작은 사랑에 감동을 받았다거나, 민주주의의 위기 앞에서 고개를 외면하지 않으리 따위를 말한다. 인성은 째째한데 문장은 거창하다. 차라리 " 고기 앞에서 고개를 외면하지 않으리 ! " 라고 말했다면 비난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재미없는 내용을 재미없게 써서 고민인 평범한 이웃이 좋은 글이라 생각하고 한 줄 따온 것을 가지고도 저작권 위반 운운하며 째째하게 굴던 인정머리 없던 시인은 어느새 만주 벌판에서 말 달리는 선구자가 되어 목에 핏대를 세운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글을 잘 쓴다는 게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작가에 대한 선망이 없다. 모든 인간은 다 거기서 거기'다. 

 

짱짱한 담론을 가지고 싸우는 놈보다는 째째한 담론을 가지고 싸우는 김부선이 더 멋있어 보인다.   아파트 문화는 대한민국 사회의 축소판이다. 나라를 구한다는 이름으로 목숨 걸고 싸우지 말고 아파트 난방비 비리 같은 째째하지만 중요한 싸움을 해라     글 잘 쓰는 놈 믿지 마라 ! 팔 할이 꾀죄죄한 오징어'일 뿐이리......

 

 

 

+

" 팔 할이 꾀죄죄한 오징어일 뿐이리.... " 라는 문장은 사실 내가 만든 말장난'이다. 팔 할 = 8할, 일 뿐 = 1푼, 이리 = 2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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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 2014-09-18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 시인이 누구입니까. 살짝 귀띔에 주심 안됩니까.
제가 네이버에 종종 시 하나 통째로 옮기곤 하잖습니까.. 이거원 무서워서.. ㄷㄷㄷ

2014-09-18 1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18 1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18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손 2014-09-18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는 한국사람들 아파트 못살어 환장한거 보면 진짜 이해가 안됨.
내가 한국물정을 몰라서 그런건지.. 한국에 있을때 (형편이 안되어?)아파트 살어본 경험이 없어 그런건지..
그주택형태나 구조에 어떤 장점이 있고 이득이 있는지 당췌모르겠음.
언제함 형편피면 한국아파트에서 한 두달정도 월세로 살아보고싶으네..(진심)



+어젠진짜미안 ㅠㅠㅠㅠㅠ
어느새취해잠듬..

ㅎ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8 21:32   좋아요 0 | URL
아파트 주민이 어느새 한국 정치를 따라하더구나...
부녀회장과 동대표 될려고 발악을 하지. 몇몇 소수지만 말이다.
대다수는 관심도 없잖아. 그런데 부녀회장과 동대표가
꽤 쏠쏠하게 뒷돈을 챙긴단 말이지...
만날 정치권 욕하지만 한국인은
이렇게 모이기만 하면 뒷돈부터 챙길 생각을 해.
한국은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 자세가 없는 거지...
부선 씨 사건처럼 문제 제기하면 폭력으로 일관하고 말이지...
나도 아파트 안 산다......



깐돌이 2014-09-18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김수영 시인이 생각나는군요..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8 21:56   좋아요 0 | URL
앗 !!!!!!!!!!!!!! 진짜 깐돌이로 바꾸셨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수영 시인이 문인의 위선을 아주 적나라하게 고발하고는 했죠. 자아 비판도 얼마나 했습니까.... 큰 거에는 눈 감고 작은 거에만 분누한다고...

깐돌이 2014-09-18 21:5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유아틱하고 어딘가 강아지 이름스럽긴 하지만 달리 쓸 이름이 없어서 말입니다...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8 21:59   좋아요 0 | URL
깐돌이 얼마나 좋습니까. 확 와닿잖아요...

그렇게혜윰 2014-09-19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앞으로 조심하며 그 시인의 시를 거론하는 일이 없게 저도 알려주세요^^ 본인이 싫으면 피해야죠 뭐^^
사실 시는 Ctrl C Ctrl V가 워낙 쉬우니 조심해드리긴 해야할 것 같아요^^
그래도 시를 옮기는 사람의 마음은 그 시를 알리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주셨으면 더 좋았을텐데요^^

2014-09-19 1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부학 교실

 

 

 

 

 

 

 

 

 

내가 네이버 블로그를 닫은 이유는 조카 때문이었다. 조카가 놀러왔을 때, 로그인 한 상태에서 컴퓨터를 켜 놓고 나간 게 화근이었다.  프로필 사진에 내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걸려 있으니 빼도 박도 못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누구는 블로그를 " 과시용 " 으로 사용했으나 나는 주로 " 치료용 " 이었다. 내 블로그는 개인 일기장이나 다름없었다. 불편했다. 내 폐부를 낱낱이 드러낸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 스무 살 무렵 알콜치료소에 갈 뻔했던 일이나 정신과 치료를 오랫동안 받았던 경험 그리고 포르노는 주로 CUM 계열을 즐겨 본다는 것까지 적나라하게 적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네이버 블로그를 접고 알라딘에 터를 잡았다. 네이버에서는 하지 못했던 말을 이곳 페이퍼에다 하련다.

 

내 블로그 이웃과 얽힌 끔찍했던 일 때문에 그동안 네이버 블로그에서는 그 일을 차마 말하지 못했었다. 4년 전 일이었다. 경희대 근처 술집에서 떡이 되도록 술을 마신 적이 있었다. 지갑을 열어보니 택시비는커녕 동전 몇 개와 버스카드 하나가 전부였다. 여름이 갓 지난 이른 가을'이었지만 밤이 되니 제법 쌀쌀했다.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 트럭이 눈에 띄었다. 파란 방수포를 덮고 자면 따스할 것 같았다. 잠시 눈만 붙이자 !   방수포를 올렸을 때 소스라치게 놀랐다. 남자 셋이 취해서 방수포 밑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놀랐던 마음은 이내 웃음으로 바뀌었다. 요실금 환자처럼 비실비실 웃음이 새어나왔다. 이 혹독한 밤에 나와 똑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마치 새벽 세 시에 불 켜진 창문을 보았을 때 느끼게 되는 동료애'라고 할까 ? 너 - 깨어 있고, 나 - 깨어 있다.  나는 조심스럽게 트럭에 올라 그들 옆에 누워 함께 잠을 잤다. 꿀 같은 단잠이었다. 트럭 안은 따스하고 평화로웠다. 얼마나 지났을까 ? 눈을 떴다. 붕 떠 있는 듯한 느낌, 비행기를 탈 때 느꼈던 멀미를 느꼈다. 조심스럽게  방수포를 걷었다. 맙소사, 놀랍게도 새파란 하늘이 보였다. 그것도 벌건 대낮이었다. 나는 달리는 트럭 안에 있었다.  트럭은 남해를 향해 토끼를 쫓는 굶주린 늑대처럼 달리고 있었다.  여러 사실을 종합하니 답은 나왔다. 아, 내가 잠든 사이에 트럭 운전수는 그 사실을 모른 채 남쪽을 향해 밤새 달린 것이었다. 영화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황당하기는 했으나 기분은 좋았다.

 

먼 훗날, 낄낄거리면서 오늘을 추억하리라. 좋은 이야깃거리 하나 생긴 것에 감사한 마음마저 들었다. 옆을 보니 간밤에 정신줄 놓고 잠을 자고 있던 사내들은 여전히 세상 모르고 잠을 자고 있었다. 아이구야. 다시 웃음이 나왔다.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생각하니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내 옆에서 자고 있는 사내를 흔들어 깨웠다. 잠을 방해하지 말라는 뜻인가 ? 사내는 팔을 휙 돌렸다. 어쩌면 아닐 수도 있었다. 왜냐하면 그때 트럭이 급하게 좌회전을 했기에 팔이 젖혀졌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다시 그를 흔들어 깨웠다. 하지만 아무리 흔들어 깨워도 사내는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지나친 음주로 인해 사망한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급하게 다른 사람을 흔들어 깨웠으나 반응은 마찬가지였다. 구석에서 죽은 듯 잠을 자는 사람도 같은 반응이었다. " 뭐지 ?!  " 순간, 나는 깨닫게 되었다. 그들은 잠을 자고 있는 게 아니라 죽은 시체였던 것이다. 이 트럭은 시체를 싣고 달라는 차였다. 나는 두려움에 덜덜 떨었지만 달리 뾰족한 대책이 없었다. 트럭은 시속 200KM로 달리고 있었으니깐 말이다. 여기서 뛰어내렸다가는 즉사할 것이 뻔했다. 트럭이 휴게소로 진입하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트럭은 멈추지 않고  더욱 속력을 내며 달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 드디어 트럭이 멈췄다. 이때다 싶어서 뛰어내릴려고 했으나 조수석에서 사람이 내리는 소리가 들려서 포기했다. 일단 시체들과 함께 죽은 척해야 했다. 방수포를 살짝 걷어 밖을 보니 하얀 건물이 보였다.

 

건물 구조로 보아 병원인 듯했으나 이미 오래 전에 버려진 병동'처럼 보였다. 그때였다. 누군가 다가오더니 방수포를 천천히 열어젖혔다. 나는 잽싸게 눈을 감고 죽은 척했다. 방수포를 올린 사내가 낮게 말했다. " 형님, 우리가 어제 얼라들 작업한 게 네 놈이었단가 ? 세 놈이었나 ?! 잘 모르것네.  약빨에 취해서 무덤에서 한 놈 더 건진 것 갔소. "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나는 지금 소설을 쓰고 있는 게 아니다. 낄낄거리고 웃는다면 당장 웃음을 멈추라고 말하고 싶다. 타인의 불행 앞에서 웃는 거 아냐 ~  나는 내가 겪은 내용을 말할 뿐이다. 거짓말이라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 나는 할 수 없이 죽은 척하며 기회를 노릴 수밖에 없었다. 죽은 척하는 살아있는 생태처럼 말이다. 

 

시체 3구와 함께 내가 실려간 곳은 텅 빈 방이었다. 지난 밤, 시체를 운반했던 운전수와 조수는 네 개의 거치대에 우리를 각각 내려놓았다.  수술실에서나 볼 수 있는 거치대가 있는 것으로 보아 옛날에 병원이었던 건물이 확실했다.  여기서 도대체 무엇을 하자는 것일까 ? 불안감이 엄습했다. 지금이라도 벌떡 일어나 살려달라고 애원할까 ? 애원하면 살려줄까 ? 그럴 가능성은 없다. 나는 유일한 목격자이자 생존자이니 말이다. 고릴라처럼 생긴 운전수가 첫 번째 거치대에 올려진 사내 옷 주머니를 뒤졌다. " 양아치 새끼 ! "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운전수는 사내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쩽그랑 !  바지를 벗기면서 주머니에서 떨어진 동전이 소리를 냈다. 먼 훗날, 시체가 발견되더라고 신분을 숨기기 위해 옷을 벗기는 것 같았다.

 

옷은 죽은 자의 신분을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되니깐 말이다. 두려웠으나 떨면 안 됐다. 조수라는 사내가 와서 내 옷을 벗겼다. 수치심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 조수가 말했다. " 음마, 이 놈의 새끼 ! 토실토실하요. " 사내는 내 다리를 올려 엉덩이를 손으로 벌렸다. 뭐하는 거지 ? 나는 초조한 마음으로 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설마, 설마, 설마.......    사내가 운전수에게 외쳤다. " 아따, 성님 ! 성님은 첫 번째 놈이 맘에 든다요 ? 난, 요놈으로 하것소. 음마... 희멀건 게 통통하니 ! 아따, 요놈 똥구멍이 국화무늬일세. " 그렇다, 그놈들은 시간屍姦을 즐기는 악마였다.  아, 아아. 어쩌란 말이냐. 저 놈이 내 몸을 뚫고 들어올 것이다. 나는 결정을 해야 했다. 괄약근에 힘을 주어 공격을 방어할 것이냐,

 

아니면 힘을 풀어 받아들여야 할 것이냐. 사람은 죽으면 괄약근이 풀어진다. 그 사실을 이 녀석들이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괄약근에 힘을 주는 순간 내 정체는 발각될 것이 분명했다. 풀자.....  그때 느닷없이 엉덩이 쪽에서 묵직한 통증이 몰려왔다. 야마떼 구다사이.....      내 몸을 파고드는 아픔. 얼마나 지났을까 ? 별로 말이 없던 운전수가 낮게 소리쳤다. " 동상, 이제 그만하오 ! 이제 곧 고객들 올 시간이오 " 고객? 고객들 ?! 누가 여기에 더 온다는 말인가 ? " 네크로필리아 " 가 떼거지로 몰려온다는 뜻일까 ? 그렇게 죽음 같은 시간이 흐르자 한 무리가 시끄럽게 떠들며 수술실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실눈을 떠 상황을 주시했다.  그들은 흰 가운을 입고 있었다. 남녀가 섞여 있었다.  

 

오고가는 말을 종합하니 그들은 의대생인데 성적이 좋지 않아 낙제를 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돈을 내고 불법으로 유통되는 시체를 가지고 해부 실습 과외를 하는 것이었다. 운전수와 조수는 시체 장사꾼이었다. 그들은 불법으로 해부용 시체를 납품하면서 납품 전에 성욕을 해소했던 것이다. 맙소사, 첩첩산중이라더니......  살아 있지만 죽은 듯 살아 있는 내 몸을 저주했다. 내 죄는 술 마시고 한뎃잠을 잔 것밖에는 없다. 이제 곧 산 채로 해부용 사체가 될 팔자였다. 눈을 떠 살려달라고 해도 살려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때였다. 흰 가운을 입은 여자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녀는 핀셋으로 내 양물을 툭툭 건드리기도 했다. 아, 아아. 그럴 순 없어. 생사가 오락가락하는 와중에서 내 성욕은 강렬하게 타올랐다.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강하게 발기했다 ! " 어머 !!! " 여자가 외마디소리를 질렀다. 나는 발딱 일어나 모든 일을 고백하고 살려달라고 빌 생각이었다. 그때 무리 가운데 나이가 많은 듯한 남성이 잘난 척하기 시작했다. " 사체의 혈관 속에 방부액을 주입하며 발기세포가 확장되지. 그래서 해부실습실 남자 사체 성기는 살아 있을 때보다 우람해. 박테리아가 많이 모이는 부분이 바로 입과 성기 부분이거든. 남자의 경우 페니스와 음.... 불알이 대단히 커져 ! 놀랄 일이 아니야. " 이 말에 여자가 되물었다. " 얼마나 큰데요 ? " " 불알이 멜론 크기 정도 돼 ! " # 여자는 낮게 신음했다.  " 잠시만 ! 이 사람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 어디서 보았더라 ? 맞다, 곰곰발 !

 

나, 이 사람과 네이버 블로그 이웃이야. 근데....  왜 여기에 누워 있지 ? " 여자는 의대생답게 맥을 짚기 시작했다. 뛰고 있었다. 당연하다, 난 살아 있는 시체니까. 여자가 손으로 내 눈꺼풀을 열어젖혔다. 우리는 서로 눈이 마주쳤다. 둘이서 눈싸움 하고 있으니 죽을 맛이었다. 여자가 웃었다. 여자가 웃자 나도 따라 웃고 싶어졌다. 하지만 나는 연기를 해야 했다. 동공이 흔들리면 안된다. 눈물을 흘려서도 안된다.  시간이 흘렀다.   31초쯤 ?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박근혜가 흘린 눈물이나 내가 흘린 눈물이나 모두 똑같았다. 슬퍼서 운 것도 아니요, 무서워서 흘린 눈물도 아니었다. 단순히 " 눈깔 " 이 아파서 흘린 눈물이었다.  여자가 소리쳤다. " 곰곰발, 살아 있네. 살아 있어 ! " 한순간 수술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결국 나는 발각되고 말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불행은 발생하지 않았다. 침묵 서약을 하는 조건으로 나는 지옥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여자 의대생이 말했다. " 곰곰발 씨, 내가 당신 블로그 예의주시할 거예요. 허튼소리 끄적이다가는......    호호호. "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아직도 저 끝,  괄약근 밑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공포를 잊을 수가 없다. 이 고백은 오늘 처음한다. 믿어 줄 이도 없을 것이다. 믿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 모든 정황이 사실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술 마시고 아무 데서나 잠을 자지 마라. 한뎃잠에 골병든다.  경험자로서 당신에게 충고한다. 지옥을 맛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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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시가 된 부분은 메리 로취의 << 스티프 >> 에서 인용 발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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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 2014-09-17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낄낄낄낄
나오는 웃음은 어쩔 수가 없군요
괄약근에 힘주고 감정이입해서 읽었음 ㅋㅋㅋㅋ

아 한번쯤은.
숙취로 깨질듯한 머릴 부여잡고 눈떴을때 보이는 것이
누런 내집 천장이 아닌,
새파란 하늘이었으면.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7 18:53   좋아요 0 | URL
웃긴 웃는데 이 글이 100% 사실이라는, 리얼 다큐라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군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100% 사실입니다. 아직도 그때 악몽이 떠오릅니다.
수술실, 네크로필리아, 시간, 시체장사꾼, 해부학실습.......

정말 끔찍했습니다. 다음에 자세히 말해드리죠...

풀무 2014-09-18 0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프 진실입니다. 저도 그 해부학실에 있었죠.

음. 멜론만한 알, 얘길 읽으니 알이 그 정도까진 아니어도
바가 멜론바 정도만 됐으면 인생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은 엄한 생각을.
역시 이 꿈을 이루려면 시체가 될 수밖에 없는 건가효.

아.. 멜론바가 아니라 메로나구나..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8 15:49   좋아요 0 | URL
그때 새벽 님은 여자였었죠. 지금은 성전환 수술을 하셔서 남자가 되었지만.....
그때 수술실에서의 인연이 여기까지.. 후훗...
그나저나 시체장사꾼들은 요즘 뭐하고 지냅니까 ?

풀무 2014-09-18 16:58   좋아요 0 | URL
그 장사치들, 그때 얻어 걸린 곰발님만한 사체가 없다며 곰발님 사무치게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녀석들이 시술을 잘못하는 바람에 저는 자웅동체.. 아수라 백작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기왕에 달아주려면 메로나를 달아줄 것이지 어디서 먹다 만 누가바를.. 하하 ;;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8 17:2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메로나가 그렇게 큽니까 ? 누가바 무시하지 마십시요. 한국인 평균 페니스 길이가 세계 109위, 전세계 꼴찌라메요 ? 좌절하고 있습니다. 전 제법 메로나 사이즈이지만 어디 가서 자랑하지 않으렵니다. 특히 콩고 같은 나라 가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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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응응한 그 조수 만나면 복수할 거라 전해주십시요. 새벽 양 !

풀무 2014-09-18 17:27   좋아요 0 | URL
물론 맛은 누가바가 꿀맛입니다만!
거짓부렁 마시오! 해부할 때 제가 본 바로는 비비빅 내지 빵빠레였습니다만!
콩고..ㅎㅎㅎ 진짜 압권이죠? 킹콩들만 있나봅니다.

소녀가 꼭 전해드리겠사와~요. 하하 ;;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8 17:42   좋아요 0 | URL
빵빠레라.... 비비빅이라....
목숨 걸고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습니다.
내 페니스를 심히 모욕한 죄로.....
법정에서 지퍼 내리겠습니다.

풀무 2014-09-18 18:15   좋아요 0 | URL
아, 아니 되옵니다. 어찌 그런 흉기를.. 여튼 법정 출두날 네이버에 이웃 공지 올리고 모두 응원(?) 가겠습니다. 하하 ;;

만화애니비평 2014-09-18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체능욕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도 무방한 것인가!!!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8 15:50   좋아요 0 | URL
그렇답니다. 물불가리지 않습니다. 네크로필리아 무서운 놈들임...

에피큐리언 2014-09-19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우, 구라쟁이.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9 11:04   좋아요 0 | URL
이래서 항상 진실을 말할 땐 용기가 필요한 법입니다.

백혜정 2014-10-05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해부학교실볼려고했지만결국엔착신아리1편봤어요.^^* 그래서깜놀하고무서웠음설마해골뼈나올라!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