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이 빨라서 좋아요 !

 

 

( 옛날옛적 아주 오랜 옛날... ) 알라딘에서 배송되는 책을 받기 위해서 약속을 연기한 적 있다. 일주일 전부터 잡아놓은 약속인데 말이다. 부재 시 관리실에 보관되기에, 굳이 약속을 미룰 필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종종 약속을 어기고 책'을 기다리고는 했다. 소년다운 고집'이었다. 배달된 책을 그 자리에서 확인하는 것과 집에 왔더니 책상 위에 놓인 택배 상자'를 발견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었다. 전자가 냉장고에서 막 꺼낸 차가운 코카콜라'라면 후자는 냉장고에서 꺼낸 지 오래된 미지근한 코카콜라'였다. 택배를 직접 받아서 그 자리에서 책을 확인하는 행위,  톡... 쏘는 맛이 좋았다.

 

하지만 배송일'은 정확히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겨울에는 특히 심했다. 왜냐하면 당시 내가 살던 곳은 강원도 속초'였기 때문이었다. 폭설이 내리면 한계령'은 차량들이 넘어오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나는 배송 도착 예정일'에는 항상 약속을 잡지 않거나 밤 10시 이후로 술 약속을 잡고는 했다. 사정이 그러하니 예정일'이 하루 미루어졌다고 해서 항의'를 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그런데 나를 화나게 하는 것이 딱 하나 있었다.

 

미배송 이유가 < 고객 부재에 따른 미배송 > 으로 찍힐 때였다. 환장할 노릇이 아닌가 ? 나는 책 때문에 약속을 잡지 않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약속까지 미뤄가며 텅 빈 방에서 온종일 기다렸는데 말이다. < 고객 부재에 따른 미배송 > 이란 메시지가 몇 번 반복되자, 나는 그만 이성을 잃고 고객 상담실에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고객을 1,3,5,7,9로 봅니까 ?  1,2,3,4,5,6으로 보아주십시요 ! ( 띄엄띄엄 보지 말란 소리다. )

 

항의 때문이었을까 ? 그다음부터는 " 고객 부재에 따른 미배송 " 대신 " 배송 지연으로 인한 미배송 " 이란 메시지가 떴고, 책들은 되도록이면 예정일에 맞춰 도착했다. 아, 착한 알라딘 !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편치 않았다. 왜냐하면 내 관할 지역을 담당하시던 택배 기사님이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일자리를 잃은 것은 아니겠지만, 이 변화가 꼭 내 탓인 거 같아서 꽤나 괴로웠다. 새로 오신 후임 기사 분에게 전임 기사 분의 근황을 물었으나 방그레 웃을 뿐 답이 없으셨다. 문득 형 친구'가 생각났다.

 

그 형은 공고 졸업해서 별다른 기술을 배우지 못한 채 온갖 배달 일을 했다. 처음에는 잠시 먹고 살기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던데 배운 기술 없이 나이를 먹다보니 배달 일이 직업이 되었다. 나는 그 형을 잘 따랐다. 사람을 재지 않을 뿐더라 잰 척하는 구석도 없었고, 윗사람이라고 으시대지도 않았다. 내가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도 우리는 종종 만나서 술을 같이 마셨다. 어느 날, 친형'은 잠시 한숨을 쉬더니 내게 말했다.

 

" 그 녀석 지금 병원에 있다. 배달하다가 교통사고 당해서 대가리 박살나 병원에 누워 있더라. 썩을 놈 ! 정신 차려야지. 언제까지 배달이냐. 배달은. 면 뽑는 기술을 배우던가...... "  다음날 나는 병문안을 갔다. 형 친구는 병실에 누워 있었다. 나를 보더니 방긋. 으하하하, 웃다가 이내 어디가 아픈지 으아아아, 했다. 그는 내내 으하하'와 으아아' 사이를 왔다갔다 했다. 중심을 잃고 갈팡질팡하는 쌍엽기처럼.  환자를 돌보는 가족은 아무도 없었다. 가족은 모두 사이비 종교에 빠져서 전 재산을 헌납한 후 모 기도원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모양이었다. 형 친구는 그래도 방긋 ! 

 

" 내... 내, 내..가 벌써 사고만 4번 째'다. 배에에에.. 으아아아. 아프다. 배달이란 게 그런 거야. 제일 바쁠 때가 언제인 줄 아니 ? 내가 일하기 싫어할 때야. 비가 억, 억수로 내리는 여름날이거나 눈이 환장하게 내리는 겨울날. 그럴 때가 제일 바, 바쁘고, 힘들고, 위험해. 그래서 난 꽃 피는 봄이 좋았어. 제일 한가하거든. 다들 놀러 가잖냐.  가끔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에서 오토바이를 몰다 보면 이러다가 교통사고 당해서 죽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 늦게 도착하면 주문을 취소하거나 면발이 불었다고 욕을 하거든.... 무섭지만 그냥 전속력으로 달, 달린다. 장대비 내릴 때 달려봐. 하나도 안 보여. 그냥 눈 감고 달리는 것과 같어.....  "

 

듣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나는 수술 때문에 밀어버린 그 형의 머리'를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 사회'는 < 속도 > 가 전부인 세상이 되었다. 전세계에서 인터넷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가 되었고, 해외거주자는 대한민국의 당일 배송 시스템이 얼마나 놀라운 현상인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쇼핑몰 감상 후기에는 늘 배송이 빨라서 좋아요, 라는 기이한 리뷰가 올라오고는 한다. 어디 그뿐인가 ! 슬로우 푸드인 한식은 사실 페스트푸드인 맥도날드 햄버거보다 더 빠르게 나온다. 이 정도면 한식은 슬로우 푸드가 아니라 패스트 푸드보다 빠른 퀵 푸드'라 할 만하다.

 

 

 

 

 

 

 

 

 

 

 

 

 

 

 

 

 

▶ 오늘 구매한 책'이다. 모두 중고로 샀다. 차일드 44'는 워낙 명성이 자자한 터라 보자마자 골랐다. < 돈키호테 > 는 축약본으로 읽은 기억은 있으나 완역'은 읽지 못했다. 피로도 때문일까 ? 김훈의 문장이 서서히 지겨워진다. 그래서 < 공무도하 > 는 읽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읽어야 할 소설'이다. 끝으로 < 호모 코레아니쿠스 > 는 그냥 구매했다. 아무 생각 없이......

 

 

사실 오늘 당일 배송으로 책을 받았다. 오후 2시에 주문장을 제출했는데도 불구하고 당일 배송이라는 메시지에 깜짝 놀랐다. 개인 퀵 서비스'도 아닌데 어떻게 당일 배송이 가능한 것일까 ? 배송 현황을 살펴보니 담당 택배기사의 동선이 표시되어 있었다. 내가 받아야 할 지점에는 210'이란 숫자가 찍혔다. 무엇인가 하고 자세히 들여다보았더니 내게 책이 도착하기 전까지 들려야 하는 곳이 무려 209곳이라는 뜻이었다. 갑자기 울컥 했다. 형 친구가 병상에 누워서 했던 넋두리가 생각났다.

 

책은 밤 10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그는 다시 211번째 고객을 향해 달릴 것이다. 사탕을 준비했었는데 늦은 밤에 개가 하도 크게 짖어 정신이 없어서 못 전했다. 이 자리를 빌려 한 마디 하자. " 택배 기사님 ! 앞으로 피곤하시거든 저에게 도착할 책은 건너뛰셔도 좋습니다. 그냥 부재에 따른 미배송으로 신고해 주십시요. 다음날 받겠습니다. 농담 아닙니다. 하하하. " 오늘.. 자꾸 형 친구'가 생각난다. 소식이 끊긴 지 오래되었다. 앞으로 나는 배송이 빨라서 좋아요, 라는 병신같은 리뷰는 작성하지 않을 작정이다. 언젠가 대한민국도 배송이 느려터져서 씐난다요, 라는 리뷰가 올라오기를 기대해 본다.

 

 

 

 

 

 

+

그동안 나는 티브이'를 항상 티븨'라고 적었다. 브이'를 븨'라고 하면 뭔가 귀족적인 느낌이 든다. 백작이 된 기분이랄까 ? 그래서 태권 브이'는 항상 태권 븨' 라고... 으하하, 좋다. 그런데 고집이 지나쳐서 이젠 < 비 /rain >마저도 븨'라고 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한편 웅이네 가족은......     " 창밖을 봐. 븨'가 내린다. " 으하하, 좋다. 하여튼 < 븨 > 는 곰곰생각하는발이 개발한 문장이니 굳이 쓰시려거든 허락을 받고 쓰십시요.

 

지금 창밖에는 븨'가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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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na 2013-04-26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한국을 떠나고 나서야
한국이 왜 배달의 민족인지 깨닫게 되었어요. ㅋㅋ (그 '배달'이 그 '배달'인진 모르지만..ㅋ)
여긴 배송도 느리고, 인터넷도 느리고, 배달음식은 피자, 중국음식 빼곤 없고.. (그래서 왠만한건 다 제 손으로 직접 만들어먹어야 해요 ㅠㅠ)
하지만 다 적응하기 나름이더군요. 그거 몇시간 빠르게 받아서 뭐 한다고
사람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도록 촉박하게 강요하는지.. 택배 기사님들이 목숨을 걸 정도로 고액을 받는것도 아니고요.
게다가 한국은 도로 사정도 안 좋고 오르락 내리락이 많은 지형이라 배달하기 더 어려울거예요.
예전에 무슨 피자를 30분 이내에 배송 못하면 돈을 안 받겠다는 광고를 보고 욕이 나왔어요. 결국 어떤 배달원이 아마 배달중에 오토바이 사고로 운명을 달리했다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6 01:38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젊은 친구 한 명이 겨울에 오토바이 몰다가, 30분 보상제 때문에, 교통사고로 사망한 적이 있었죠.

사실 한국인'은 원래 빨리 빨리 민족이전혀 아니었어요.

일본 놈들이 한국 침략하고 나서 했던 가장 대표적인 말이 " 느려터졌다 " 는 말이었거든요.

한국인은 절대 빠르지 않았어요. 농경사회이다보니 빠를 필요가 없었죠. 때 되면 나가고, 비오면 쉬고....

일본이 착취를 하기 위해서는 빨리 빨리를 가르쳐야 했어요. 그래서 게으름은 죄'인 것처럼 교육을 시켰고

그게 지금에 이른 겁니다. 이 빠름 중독은 일본의 잔재'예요...




Nina 2013-04-26 01:5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화투'도 그렇고 많은 나쁜 관습들이 일본의 잔재다 란 얘기를 저도 어디서 들은 기억이 있는데
참, 일본 무섭네요. 일본 지배하에 있던게 언제적 얘기인데 아직도 우리가 그 잔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악습을 계속 유지해오다니..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몰아치려다 보니 빨리빨리~ 가 입에 붙었나봐요. 지배하는 입장에서 아랫것이 생각을 한다는건 참 두려운 일일테니까요.
천천히 여유있게 하는건 결코 나쁜게 아니예요. 이노무 냄비근성을 없애줄지도. 게으름과는 다른데 말이죠.
제가 여기 와서 제일 많이 들은 말이 '넌 너무 빠르다. 말도 행동도. 좀더 여유있게 해라. 즐겨라.'였어요. 남들은 큰 수레바퀴 굴러가듯이 천천히, 하지만 스케일도 크게 여유로히 굴러가고 있는데 저 혼자 다람쥐 챗바퀴 돌리듯 작은 바퀴를 숨차게 굴려가면서 살고 있더라고요. 하지만 결과는? 다른 사람들이 저보다 더 많은걸 담을 그릇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더 앞서나갔다는거죠. 바퀴 자체가 크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6 01:57   좋아요 0 | URL
사실 제가 손이 무지막지하게 빠른 놈입니다.

군대 있을 때 k2소총 분해결합 시간 사단 신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분해에서 결합까지 1분이 안 걸렸거든요. 이걸 엄청나게 자랑스럽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미친 생각 같아요. 그거 빨라서 뭐합니까 ? 아니 총 분해 결합 하는 시간 빠르다고 뭐에 씁니까..ㅎㅎㅎㅎㅎ. 노동시간에 쥐20에서는 가장 많을 겁니다.

일하는 시간도 천문학적인데, 또 빨리빨리 일을 해야 해요...
과연 누가 제일 좋을까요 ? 저 기업주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 생활의 달인 > 에 나오는 속도의 달인'을 경이롭게 보면 안 됩니다.
비판저 시선으로 보아야 해요...

빠른 기술이 좋은 기술이 아니며, 그것이 노동의 미덕이 아니란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끝으로 말죽거리잔혹사에나온 권상우의 그 유명한 말을...


대한민국 다 족구하라그래, 씨이..

Nina 2013-04-26 02:0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니, 권상우가 그런 명언을 남겼단 말이죠? 그 영화 봤었는데도 기억이.. ㅋㅋㅋ
페루애님이 손이 빠르시다니 의외예요. '곰곰 생각하는 발'이라 해서 이미지가 침착하고 글씨도 막 공책에 연필로 꾹꾹 눌러가면서 곰곰 생각하면서 천천히 쓰실거 같은데, 막상 글도 정말 빠른시간에 휘날리듯 쓰시고 말예요 ㅎㅎ

생활의 달인은 많아져도, 장인은 나올수 없는 구조가 되어가고 있어 안타까워요 ..
달인이 보여주는 빠른 기술은 기계가 대신할수 있으니, 많은 부분이 다 기계화 되어가는거 아니겠어요. 그만큼 사람들의 입지는 좁아지고..

근데 전 알라딘 회원이 아니라 댓글이 달려도 표시가 안되니 불편하군요. 이건 뭐 회원가입해야 되는건지요. 저 누군지 알아보시겠어요?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6 02:23   좋아요 0 | URL
니나 님 아니세요... 아 비로긘으로 댓글 다시니 알림창이 안 뜨는군요. 허허...
새로 하나 가입하셥셔. ㅎㅎㅎㅎ.
농담이고요.. 왜 권상우가 싸울 때 이런 말 하잖아요.

대한민국 교육 다 좆까라 그래. 시발...

이걸 김애란은

대한민국 교육 다 족구하라 그래. 시발...

로 적었더라고요. 아마, 김애란도 우스개 어디서 주워들었을 겁니다. ㅎㅎㅎ


아.. 블로그 댓글창 닫아드었군... ㅎㅎ 열어두겠습니ㅏ.


metro318 2013-04-26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은 택배아저씨께 박카스라도 한병 드려야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6 01:41   좋아요 0 | URL
ㅎㅎ. 좋은 생각이죠. 제가 주문한 시간이 오후 2시였는데 만나야 할 고객이 210대가 너었습니다. 거리를 보니 동네 갯수만 70개는 되더군요... 힘든 일이에요. 늦게 배달되었다고 짜증을 내거나 신고하거나 그런 건 진짜 찌질한 짓인 것 같습니다... 반갑스비다요.

잇힝.. 메트로 님 누군가해더니 *** 님이었구나..ㅎㅎㅎㅎㅎㅎ 깜빡했네요..

Forgettable. 2013-04-26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은 거의 매번 보고 있었는데 댓글은 처음인것 같은데.. 아니가; 여튼 술치매라 잘 모르겠습니당ㅋ 빠른 배송에 집착한 날도 없었던 건 아니건만, 아득하네요. 보내준다 해놓고는 날짜를 바꿔버리는 알라딘에 실망해서 갈아타놓고서는 이젠 배송날짜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약간 아이러니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6 02:18   좋아요 0 | URL
술 치매'란 것도 있군요 ? ㅎㅎㅎ.
저도 처음엔 배송일 집착했는데 이젠 아예 거들떠도 안 봅니다.
저번에는 다른 곳에서 받을 택배가 열흘이 지났는데도 그냥 생깠습니다.
당뇨 환자라면 인슐린 주가 택배가 당장 필요하겠지만
뭐 책이나 옷... 바로 필요하진 않잖아요. ㅎㅎㅎ
아예 신경 안 쓰니깐 훨 좋도라고요..ㅎㅎㅎ.
반갑습니다. 포님 !!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6 0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고 보니 내가 마치 굉장히 착한 놈 코스프레를 했네...ㅎㅎㅎㅎㅎㅎㅎㅎ. 시부랄.. 이러면 안 되는데..ㅎㅎ.

Nina 2013-04-26 03:3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븨가와서 감상적이 되셔서 그런가봐요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6 13:44   좋아요 0 | URL
오늘도 븨'가 오면 좋겠어요. 봄븨

나를 울려주는 봄븨. 언제까지 내리려나 봄븨.

밤비도 밤비' 구여운 밤븨...


뭔가 낭만적임...

마립간 2013-04-26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거의 (초기에 잊어버릴 때를 제외하면) 항상 익일 배송을 클릭합니다. 음... 다른 알라디너도 그래 주었으면 하고 기대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6 12:55   좋아요 0 | URL
음.. 그런게 있나요 익일'을 사전으로 찾아보았쓰니다..ㅎㅎㅎㅎ-_-
익일은 어느 날 뒤에 오는 날이군요. 그런 게 있었나요 ?
사실 제가 오래전에 알라딘하다가 한 달 전에 다시 알라딘에 터를 잡아서..
시스템이 좀 바뀌었더락요.... 그니깐 당일 배송하고 익일 배송이 있다는 말씀이시네요...'흠흠 다음에 참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아이리시스 2013-04-26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수도권에도 당일 배송은 잘 안되고 있었나보네요. 저는 지방이라 언제나, 익일도 아니고 다다음날.. 거의 받게 되어서 급한 주문은 알라딘에 하면(그런 게 있을리가 없지만) 안온다는 걸 알고 있고, 그러다보니 한 번 더 망설이고.. 빨리 안받아도 되는데 빨리 온다고 하니까 기다리게 되는 그 믿음이 배반당하면 싫은 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6 16:59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ㅎㅎㅎ. 배송일 잘 지킵니다. 제가 한때 속초에 있었습니다. 눈이 오면 모든 차량은 미시령이나 한계령 넘기 힘들잖아요.
서울은 그래도 제때이지만 사실 속초 같은 지방은 교통사정상 어쩔 수 없이 지연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지금은 서울에 삽니다만... ㅎㅎ. 서울은 당일배송이더라고요. 놀랍기도 하고, 좀 씁쓸하기도 합니다.

봄밤 2013-04-30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언젠가 태풍이 왔을 때 오늘 배송예정 입니다. 라는 문자를 받고 날씨가 험하니 다음에 오시라고 답장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전화가 왔어요. 그래도 그날 오셨어야 했나봐요. 그래도 그것이 위로였을까? 물으면 다시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 대답이 돌아와요. 배송이 빠르다는 건 자랑할 만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딘가, 무엇이 잘못되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4-30 12:53   좋아요 0 | URL
아주 크게 잘못된 거죠. 택배가 밤 10시 넘어 오다니요. 그분 얼마나 피곤하시겠습니까.
솔직히 책 바로 오면 바로 읽나요 ? 겉표지만 보다가..
전 읽을 책을 아직 백 권은 넘은 것 같아요. 욕심인 것 같습니다.
이젠 배송 늦는다고 항의하거나 그러지 않습니다. 부끄럽더군요...
 
조용필 - 19집 Hello
조용필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영원하라, 가왕이여 !

 

 

내 후배의 꿈은 뮤지션이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기도 했었다. 미련이 남았던지 가난한 무대 생활을 하다가, 먹고 살 길이 막막하면 다시 직장에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어느 날  그 녀석이 사는 방에 가보니 온갖 악기들로 가득했다. 뭐냐고 물었더니 밀린 1,2년치 월급 대신 받아온 악기들이라고 했다. 그 말투에는 뭔가 쓸쓸함이 묻어 있었다. 그날 그 녀석은 자신이 만든 곡들을 연주했다. 그 음악을 듣고 있자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따위의 오열은 아니었지만 마음이 4월의 무처럼 아렸다. 그 친구는 꿈을 접고 의료기기 세일즈맨이 되었다. 전국 곳곳을 찾아다니며 의료 기기'를 팔았다. " 이 기계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뼈를 자를 때 살점이 안 튀깁니다요, 헤헤헤헤... "

 

 

그 친구에게서 오늘 연락이 왔다. " 형 ! 조용필 들었어 ? 아, 시발... 좋더라. 내가 그래도 한때 엔지니어였잖아. 내가 마스터링한 가수 중 유명한 사람 많다. 아, 시발... 형 같은 까막귀들은 잘 못 들어. 마스터링 끝내주더라. 듣는데 눈물이 다 나더라. 시발... " 그 녀석은 하루 종일 시발, 시발, 시발을 외쳤다. 마음이 짠 했다. 술 한 잔 하자는 걸, 나는 냉정하게 거절했다. " 형... 피, 똥, 싸, 잖, 니 ! 의사 선상님이 음주는 치질에 안 좋다고 당분간 자제하라고 하더라. " 그러자 후배가 소리쳤다. " 아우, 시발... 형 ! 그놈의 피똥, 피똥... 지금 피똥이 문제야? 개떡같이 왜 그래 ?   대한민국 다 족구하라 그래. 시발...  형,  조용필이잖아. 조용필 !!! " 후배는 강원도에서 서울로 내려오는 어디 즈음에서 차를 세워 전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전화를 끊고 나서 곰곰 생각해보았다. 그래... 내가 피똥 싸는 게 무슨 대수냐. 조용필이잖아. 그 녀석에게 전화를 걸어서 술은 다음에 하기로 하고 우선 서로 실황 중계를 보자는 선에서 대충 마무리를 지었다. 그리고 나서 이 글을 쓴다. 울컥 했다. 정말 울컥 했다. 까막귀인 내가 무엇을 알겠는가마는... 뭔가, 괄약근을 타고 전립선을 건드린 슬픔이 솟구쳐오르는 느낌이었다. 그는 노래를 하는 게 아니라  우리를 위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슬퍼하지 말라고 말이다.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 페루애 씨 ? 피똥 싸는 군요. 하하. 슬퍼하지 말아요. 이 늙은 가수가 보기엔 세상은 아직 살 만합니다. 피똥이 무슨 대수요. 친구 만나 소주 한 잔 해요. "

 

 

설레발이 아니다. 노래가 좋아서 감동한 것도 아니다. 조용필 쇼케이스는 오직 조용필이란 존재 자체만으로 감동을 주는 무대였다. 이 슬픔은 어떤 근심 때문이다. 이제는 사라져버릴 존재들에 대한, 그런 막연한 근심과 막막한 두려움들. 조용필이 세상을 떠나면 슬플 것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를 볼 때마다 같은 생각 때문에 슬픔이 몰려오는 것처럼.  오래오래 사시라. 내 비록 피똥 싸나, 오늘은 당신을 위해 잔을 높이 들리라. 영원하라, 가왕이여 !!!!

 

 

 

+

 

후배'는 지금 강원도 모 병원에서 의료기기 하나를 계약하고 내려오는 길이란다. 울고 싶다고, 울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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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운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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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즈음'에......

 

 

버릇이 하나 있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그런 것은 아니다. 하다 보니 그리 되었다. ( 습관을 ) 탓할 일은 아니다. 시집을 읽을 때는 랜덤' 순으로 읽고, 소설집을 읽을 때는 반드시 단편 하나는 빼놓고 읽는다. 이제는 아예 읽지 않을 < 단편 하나 > 를 미리 고른 후 독서를 시작한다. 기준은 없다. 김애란이 쓴 소설집 < 비행운 > 에서 내가 읽지 않기로 결심한 작품은 표제작인 " 비행운 " 이라는 단편이다. 그렇다면 이 글은 < 비행운 > 을 제외한 서평일까 ? 아니다,  지금 이 글은 내가 읽지 않은 < 비행운 > 에 대한 서평이다. 가능하냐고 ? 가능하다 !

 

김애란'을 관통하는 것은 집/home' 이 아니라 방/room' 이다. 이 거처는 대부분 평균값보다 낮거나 높다. 반지하이거나 옥탑이며, 고시원이거나 원룸'이다. 여기서 room은 a room 이 아니라 one room'이다. 1인용 방'이라는 표현이 더 적확할 것'이다. 김애란이 이십대 (초)중반에 쓴 소설집 < 침이 고인다 > 와 < 달려라, 아비 > 는 대부분 1인용 방'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주거 공간은 곁'을 허용할 수 없는 공간 구조'이다. 그러니깐, 그러니깐, 그러니깐 말이다. 소설 속 주인공들이 느끼는 외로움은 생래적 고독이기보다는 (사회) 환경적 구조 탓이다. 옥탑 혹은 반지하에서 시작된 아비와 어미의 자식들은 고스란히 그 공간을 이어받는다. 한번 乙 은 영원하다 !

 

이 주거 공간은 < 비행운 > 에서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얼핏 보기엔 집'이지만 가족 간 소통이 단절되었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집 한 채는  단칸방이 확장된 버전'에 지나지 않는다. 두 칸짜리 방이 있는 아파트는 벼랑 끝에 있거나 홍수에 잠기고,  하나 밖에 없는 외아들은 달랑 " 사식을 넣어달라 " 는 편지만을 집으로 보낸다. 남편은 외박하고, 아빠는 실족사했으며 외아들은 교도소에 있다.  이처럼 방은 one room에서 two room'으로 늘었지만 결국은 혼자'다. 단칸이다. 오히려 텅 빈 방'은 고립감'을 강조할 뿐이다.

 

이러한 < 1인용 방 > 이미지는 여행용 가방'으로 변형이 되기도 한다. 방 = 가방'이다.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뜻하는  캐리어 / carrier 는 까막귀인 내게는 커리어/career 처럼 들린다. 그것은 가방이 아니라  < 이동용 조립식 1인용 방 > 이자 < 계급 상승에 대한 욕망 상품 > 이다.  백화점 직원들은 여자는 손톱과 가방으로 남자는 안경테와 시계로 소비 수준과 구매력을 판단한다고 말한다. 

 

" 여자 나이 스물일곱이면 알바 자리도 쉽게 나지 않는 "  취업준비생인 서윤과 이제 갓 취업에 성공한 직장 초년생인 나'가 욕망하는 것은  화려한 " 커리어(우먼) " 이다.  그런데 이상과 현실은 엇박자'가 난다.  캐리어는 크기가 크면 클수록 불편한 가방이다.  여행할 때 커다란 가방은 짐이다. 호텔 니약 따'에서 서윤이 은지가 가지고 다니는 커다란 캐리어'를 보며 불편해하는 이유는 은지와 맺는 계급 갈등/커리어 때문이다. 그것은 종종 불화한다.

 

전작에 등장했던 옥탑이거나, 반지하이거나, 고시원, 자취방'에 거주하던 주인공들은 < 비행운 > 에서는 확장된 주거 공간을 얻는 데는 성공했지만 결과는 오히려 더 큰 고립과 상실로 다가온다. 그들이 원한 것은 독립이 아니라 한 줌의 체온이었다. 사실 단편집 < 비행운 > 에서 " 비행운 " 이란 단편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지금까지 말했던 것들은 이 소설집에 수록된 < 너의 여름은 어떠니 > , < 벌레들 > , < 물속 골리앗 > , < 하루의 축> , < 큐티클 > , < 호텔 니약 따 > , < 서른 > 에 대한 단상이었다. 내가 도사도 아니고 무슨 수로 읽지 않은 소설에 대한 서평을 쓸 수 있는가 말이다. 하, 하, 하.  나는 삐에르 바야르'가 아니다.

 

이 소설의 백미는 < 서른 > 이라는 단편이다. 편지 형식을 빌린 독백은 르포처럼 사회 고발적 측면이 강하여 자칫 잘못하면 선동적 성격이 두드러질 수 있었으나, 김애란은 솜씨 좋게 문학적으로 다듬는다. 촌스럽게 말하자면 기똥차다 !  그녀는 독한 마음으로 이 힘겨운 편지를 써내려갔을 것이다. 어쩌면 이 편지는 성공한 작가가 벼랑 끝에 몰린 동시대 친구들에게 보내는 부채 의식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연민이기보다는 살아남은 자가 느끼는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분노이리라.  끝으로 < 서른 > 에 나오는 내용으로 이 글을 끝낼까 한다.

 

" 그때 저를 위로해준 건, 제가 직접 손을 뻗어 만질 수 있는 누군가의 체온이었어요. 욕망이나 쾌락은 그다음 문제였지요. 어쩌면 사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온기는 그리 많은 양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이만하면,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아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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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애리’는 나쁜 계집애’다. 캔디는 좋은 계집애다. 하니는 나애리 때문에 종종 울지만, 캔디는 이라이자 때문에 울지는 않는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다. 오히려 캔디는 우리에게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우냐 ?참치냐 ?라고 당돌하게 반문한다. 어라?! 이쯤되면 우리는 씩씩한 명랑’에 홀린다. 김애란 소설이 좋은 점’은 아버지의 부재’를 자신의 트라우마’로 설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애란 소설 속 주인공들은 아버지가 있으나 없으나 똑같다. 캔디가 등장하는 김애란’식 가족 서사에서 아버지’는 주인공이 아니라 < 지나가는 행인 3> 에 불과하다. 김애란 소설이 빛나는 점은 바로 그것이다. 그녀가 선보인 문장은 신경숙처럼 지지리 궁상’도 아니고, 은희경처럼 맹랑하지도 않다. 김애란은 명랑하다. 나는 그 점이 좋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 두근두근 내 인생 > 은 실패작이었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밉다고 했던가 ? 모든 평단이 이 소설에 대해 찬사를 쏟아낼 때, 나는 그들이 존나 재수없었다. 한국 문단의 병폐를 명징하게 보여준 사례가 아닐까 ? 아, 이 지긋지긋한 정실 비평과 주례사 비평 !!!  하지만 김애란은 힘이 있는 소설가'다. 그 사실을 의심해 본 적은 없다. < 비행운 > 을 읽었을 때 무엇보다도 반가웠던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두근두근내인생) 한계와 실패를 무엇보다도 정확히 인식했다는 점 때문이었다. 비행운'은 그동안 그녀가 선보인 단편 분량보다 호흡이 길고 분량도 많다. 그것은 마라토너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처럼 보였다. 하여튼, 아무튼...... 김애란 씨, 영광 있으라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46847 : 두근두근 내 인생, 지나치게 뷰티풀 마인드'하다.

 


 

 

 

 

김애란 씨'에 대한 사소한 복수.

 

- 애타게 으하하 씨를 찾아서

 

몇몇과 술을 마셨다. 처음에는 각하에 대한 사소한 농담으로 시작했다. 우리는 각하보다는 허각'이 인기가 더 많았다는 데 동의했다. " 허걱 ! " 낄낄, 으하하하. 각하'가 망명하면 ? " 튀각 !!! " 으하하하하하하하하.  잔이 몇 순 돌자 누군가가 < 며칠' > 이라는 맞춤법으로 딴지를 걸기 시작했다. 몇 년'은 되는데 몇 일'은 왜 안되는 것이냐 ? 코에 걸면 코걸이고 입이 걸면 막걸리냐 ? 그러다가 문학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흘렀다. A는 < 와와 / 우우 > 라는 의성어는 김애란의 것이고, < 으하하 > 는 이제 박민규의 것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나는 그 말에 웃으면서 코 팠다. 잇힝 ! " 이봐, 와와 / 우우'는 박민규가 즐겨 쓰는 단어야 ! 그리고 김애란은 으하하, 를 즐겨 사용했지! 한 페이지 건너 으하하, 가 나온다고 !  " 으하하하 ! 우린 으하하와 와와'를 가지고 술값 내기'를 했다. 공교롭게도 술값을 낸 사람은 나였다. 왜냐하면 나머지 놈들이 모두 김애란 소설 속에 으하하, 란 단어를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금시초문이란다 ! 내가 술값을 계산하자, 계산대 뒤에서 친구들이 으하하하, 웃었다. 나도 웃었다. " 시부랄, 니미 뽕이닷 ! "

 

집에 돌아와 곰곰 생각했다. 억울한 것이다. 내, 이것들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리라 !  김애란 씨 책을 뒤져서 으하하'를 찾아내 몇 페이지, 몇 번째 줄까지 기록한 후 쪽지를 보내리라. 으하하하하 !  서울에서 김서방 찾는 꼴이었지만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 달려라 아비 > 를 꺼내서 으하하 씨'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만 찾는 것은 뒷전이 되고  재미가 붙어서 단편들을 하나하나 읽기 시작했다. 으하하, 으하하하. 입에서는 쉴새없이 으하하, 란 의성어가 쏟아졌지만 정작 으하하 씨'는 못 찾았다. 어쩌면 소설 읽는 재미에 푹 빠져서 깜빡 잊어버린 것인지도......

 

으하하 씨'는 < 침이 고인다 > 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으하하 씨'를 만난 것은 < 두근두근 내 인생 > 에서였다. 무려 10시간 만에 만난 것이다. 어찌나 반갑던지 으하하 씨'가 의성어라는 사실을 잊은 채 얼싸안고 울었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밥......... 은 먹고 다녔냐 ? 으아아아 !  내친김에 < 비행운 > 도 읽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제 혀 짧은 의성어'는 버린 듯했다. 맹랑을 가장한 명랑도 보이지 않았다. " 물속골리앗 " 은 독하게 아렸다. 풀빵 같던 문장은 어느새 마늘처럼 독해졌다. 그녀는 이제 곪아터지는 것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가 이젠 더 이상 " 으하하 " 나 " 으아아 " 따위는 사용하지 않으리라는 불길한 생각이 들어서 조금 슬펐다. 다음날 나는 늦잠을 잤고, 지각을 했다. 욕을 바기지로 먹었다. 이게 다...... 김애란, 당신 탓이다 ! ( 나는 김애란 씨에게 복수를 하기로 다짐했다. )

 

삼천포로 빠졌지만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따로 있다. 김애란 씨가 이 글을 본다면 처음엔 웃으면서 코 팔 것이다. " 호호... 내가 으하하, 란 의성어'를 사용한 적이 별로 없었나 ? 곰곰생각하는발, 웃기는 사람이네. 으하하하. " 그러다가 이내 " 아니지..... < 도도한 생활 > 에서 으하하, 를 사용했던 것 같아. 아닌가 ?! 으하하하. 내가 왜 이런 사소한 궁금증'에 혹하지 ? " 하지만 사소했던 것 " 쯔으으으으음 " 으로 생각했던 궁금증은  공기 풍선처럼 부풀어질 것이다. 그리고는 새벽에 책을 꺼내서 으하하 씨를 열심히 찾을 것이다. 닭이 울고 해가 떠오를 때까지.....

 

나는 지고는 못 산다. 잇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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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르 2013-04-22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근두근..을 읽고나서는 내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지요. 김애란은 단편으로만 끝나는건가..아쉬운데..이럼서요.
비행운..읽으면서믄 김애란 팟팅! 계속 응원할게요~~로 말할 수 있어서 저는 '어머어머'를 남발하며 읽었답니다.

으하하하, 는 김애란 에게서 못 본 것 같은데, 저도 찾아봐야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2 18:53   좋아요 0 | URL
그렇죠 ? 전 제 주변의 김애란 팬'들이 거의 다 김애란 장편에 실망을 했어요.
그런데 어찌 된 것이.... 정작 평단의 반응은 뭐 열광적이란 말입니다.
두근두근은 헛점이 많은 작품이었어요. 그걸 왜 평단은 모르느냔 말이죠.
하지만 비행운에서 보여준 실력은 명불허전이덕ㄴ요.. 역시나 했습니다.
전 두그두근에 보여준 평단의주례사 비평이 정말 싫더군요....
출판사 눈치를 보는 게 역력해서 마이죠..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는 셰익스피어 !

 

 

 

1. 당신은 이 고백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 < 나 > 는 셰익스피어'가 싫다. 섹스-피어'라는 야시시한 이름이 부끄러워서 < 섹 ~ > 도 아니고 < 세익스~ > 도 아니고 < 셰익스~ > 라는 표기법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차라리 < 새싹 피어라 씨' > 라고 해라 ! 문광부가 내린 판단인지, 아니면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 결정인지는 모르겠으나.... 하여튼, 아무튼,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 !

 

< 베니스의 상인 > 에 나오는 판결'은 좋은 예가 아니라 나쁜 예'다. 그것은 명판결이 아니라 법 해석 남용이다.  살 1파운드를 도려내되 피는 흘리지 마라, 는 요구는 마치 결혼은 하되 섹스는 하지 마라, 라는 요구와 다르지 않다. < 베다 > 라는 동사에는 이미 " 날이 있는 물건으로 상처를 내다 " 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내가 만약에 샤일록이었다면 기꺼이 그들이 내린 판결을 받아들이겠다. 칼로 살 1파운드를 도려내겠다. 피를 보았으니 태형 백 대와 재산 몰수'라는 벌을 받겠지만, 나는 당당하게 말하리라.

 

“ 단, 몽둥이로 내 엉덩이를 때리시되 피멍이 들면 안 됩니다. 멍이 들어도 안 됩니다. 저는 태형에는 동의했으나 내 엉덩이에 피멍이 들어도 좋다고 말한 적은 없습니다. < 칼로 살을 베다 > 라는 말에는 이미 < 피를 흘리다 > 라는 내용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 치도곤을 먹이다 > 라는 말에도 <피멍이 든다 > 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피를 흘리지 마라, 라는 요구와 피멍이 들면 절대 안된다는 요구는 같은 말입니다. 억지라구요 ? 그렇습니다. 모두 다 억지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억지를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같은 논리로 저도 당신에게 요구합니다.

 

더러운 유대인인 저를 때리시되 피멍이 들면 안됩니다. 당신은 곤장을 때리겠다고만 말했지 멍이 생긴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채무자의 살을 도려낼 때 피를 흘린 것이 약속 위반이라면, 당신 또한 내 엉덩이에 피멍이 들게 만든다면그것 또한 약속 위반입니다. 빚을 담보로 1파운드의 살을 요구하는 저 같은 악덕 고리대금업자’도 나쁘지만, 궤변으로 법 해석을 농락한 당신은 더 나쁜 범죄자입니다. 이 판결은 판례로 남아서 백 년, 이백 년, 삼백 년 동안 악용될 소지가 있습니다. 저는 한 사람'에게 피를 흘리게 만들었지만 이 판결은 앞으로 수백 명'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만들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존경하는 배심원 여러분 !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배웠습니다. 저 같은 고리대금업자에게도 법은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현명한 판단을 하시리라 믿습니다.

 

 

 

 

2. < 로미오와 줄리엣 > 을 읽었을 때도, 나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24시간 동안 잠드는 약'을 먹고 죽은 척한다는 설정이 기가 찼다. 죽은 척하는 생태도 아니고, 얼어죽을 동태도 아니며, 고래도 아니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고주망태처럼 이 무슨 해괴한 지랄인가 ! 장난하냐 ? 밥은 먹고 다니냐 ? 슬프고, 비통하기는커녕 쓴웃음만 나와서 웃으면서 코 팠다. 좌절하면서 오열했다. 그렇다고 새싹피어라 씨'가 쓴 모든 희곡이 재미없다는 소리'는 아니다. < 햄릿 > 을 읽었을 때는 황홀했다. 사실 햄릿'은 등장인물들이 모두 죽어서 급하게 막을 내리는 연극'이었다.

 

거트루드도 죽고, 오필리아도 죽고, 클로디어스도 죽고, 폴로니어스도 죽고, 레어티즈도 죽고, 햄릿도 죽은 마당에 누가 연기를 할 것인가 ? 농담이 아니라 이 연극은 등장 인물 모두가 죽어서 어쩔 수 없이 막을 내리는 연극이다. 하지만 이 불완전성은 때로는 걸작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영화 촬영에 꼭 필요한 바람이 우연히 불어올 때, 촬영장에 있던 고다르는 그 바람을 신이 예술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라고 했다.  햄릿도 마찬가지다.  실패는 종종 걸작으로 남는다.

 

 

 

 

 

3. 내가 < 햄릿 >에 대하여 흥미를 가지는 이유는 이 문학 작품이 " 퀴어 " 처럼 읽히기 때문에 그렇다. 몇 번을 읽어도 햄릿'은 동성애자'처럼 보였다. 영미문학사에 정통하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으나, 어쩌면 < 햄릿 > 은 동성애'를 다룬 최초이자 가장 유명한 고전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햄릿이 사랑하는 대상은 오필리어가 아니라 남성이다. 라캉의 그 유명한 지적질'을 인용하자면 오필리어 ( Ophelia )는 오, 팰러스 ( O phallos ) 다. 여기서 팰러스'는 남근'을 의미한다. 

 

햄릿이 사랑했던 대상은 오필리어 오빠인 레이티즈'가 아니었을까 ? 비극을 향해 치닫던,  레어티즈와 벌인 마지막 결투 장면은 마치 격렬한 섹스 장면처럼 느껴진다. 칼은 남근이다. 그것도 단단하게, 딱딱하게 발기한 날카로운 페니스'다. 찌른다는 것은 삽입을 뜻한다. 칼들은 서로 오고가고, 맥박은 뛴다. 심장이 뛴다. 너의 몸을 뚫고 싶어 ! 거친 숨을 내뱉고.......  햄릿이 가진 남근이 레어티즈를 깊게 찔렀을 때, 햄릿의 품에 안긴 레어티즈는 친절한 얼굴로 햄릿을 용서하며 죽는다. 아, < 햄릿 > 은 죽음으로 끝나는 BL 소설이다 !  

 

뭐, 해석은 자유 아니던가 ! 읽으면 읽을수록 이 작품은 퀴어'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는 농담처럼 보이겠지만 내가 햄릿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47488  : 섹스피어냐, 스티븐 킹이냐 !

 


 

 

 

 

 

+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는 수다 1.

 

햄릿은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있고 놀라운 고전'이란 생각이 든다. 사실 햄릿'은 굉장히 외설적이다. 셰익스피어 작품은 대부분 성적 은유들로 이루어져 있다. 민음사 판 3막 2장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햄릿 : 나 당신과 당신 애인 사이를 설명할 수 있다고, 지지 보쥐 노는 꼴을 볼 수만 있다면.

오필리어 : 잔인하시군요, 저하, 날카로워요.

햄릿 : 내 칼날이 들어갈 땐 신음께나 할 거요.

 

햄릿은 오필리어와 대화하면서 거의 막말 수준에 가까운 말들을 쏟아낸다. 그는 페니스를 칼날에 비유하여 오필리아를 성적 조롱을 한다.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보자면 햄릿은 지독한 여성혐오자'이다. 그가 증오한 사람은 클로디어스가 아니라 어머니 거트루드'다. 내가 햄릿을 동성애자로 보는 이유이다. 궁금한 것은 " 지지 보쥐 " 인데, 이것은 민음사가 낯 부끄러워서 일부러 오타를 낸 것인지, 아니면 혀 짧은 소리를 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 지지 보쥐 " 가 " 자지 보지 " 에 대한 말인 것 같은데, 아닌가 ?! 혹시 아시는 분 계시면 자세한 내막 부탁드립니다.

 

 

 

+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는 수다 2.

 

민음사에 전화'를 건다 : " 따르르릉, 따르르릉, 따르르릉. 아 ! 민음사'죠 ? 햄릿'을 읽다가 궁금한 점이 있어 문의 드립니다. 어, 그러니깐.... 흠흠. 네에 ? 아뇨. 그게 말씀드리기가...... 3막 2장에 보면 지지 보쥐'라고 인쇄된 문장이 있는데요... 음, 에헴 ! 날은 좋은데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힘이 드네요. 여기서 지지가 거, 뭐냐. 에헴 ! 이리 오너라 !! 거.. 거시기가 있잖습니까. 거 자..........................지 ! 네에 !!!!!!!!!!!!!!!!!!  무슨 말씀입니까요 ?  음란 전화라니요 ?! 천부당만부당한 소리입니다요. 좋아요. 그건 그냥 넘어갑시다. 그렇다면 보쥐'에서.... 네에 ? 아뇨. 보직이 아니라, 지... 네에.... 그러니깐. 보쥐가... 음, 거, 에헴, 꿀꺽, 보...... 흠흠... 보... 흠흠.... 보...........지의 오타인가요 ? 네에 ? 경찰서에 절 신고했다고요 ?!  아이고, 미치고 환장하것다 !!! "

 

이런 사연으로 인하여, 나는 여태껏 민음사에 문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낯 부끄럽기도 하거니와 상황이 자칫 잘못하면 변태로 몰릴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예날에 콘돔을 사러 약국에 갔다가 1시간 넘게 동네 약국을 몽유병 환자처럼 돌아다는 경험이 있다. 모두 다 여성 약사였던 것이다. 태어나서 여성을 이토록 미워했던 적은 그때가 유일했다. 그것은 내가 치질 검사를 위해 종합병원에서 정유미 대장항문과 전문의 대신 김태현 대장항문과 전문의'와 예약을 마치고,  검사 당일 진료실에 들어갔더니 여의사 김태현 씨가 방긋 웃으면 누우라고 할 때의 야속함과 비슷했다. 김태현이 여자 이름이었다니 !!!  나는 여성 약사 앞에서 콘, 돔, 주, 세, 요 ! 스, 킨, 레, 스, 최고급 사가미'로 말이죠. 착용감이 좋더라고요. 하하하 ! 라는 말을 못하는 남자다.  

 

난... 그런 남자다.

 

 

 

+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는 수다 3.

 

적어도 비뇨기과 혹은 대장항문과는 담당 의사의 성별 정도는 밝힙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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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04-20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베니스의 상인,은 정말 허를 찌르신 듯... 셰익스피어 버전보다 훨 와닿습니다.
저 아이디어로 여러 작품들 모으고 다듬어서 책 쓰시면 저 꼭 사서 읽지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0 11:48   좋아요 0 | URL
사실 제가 섹스피어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ㅎㅎㅎㅎ.
그런데 베니스와 로미오'는 정말 왜 좋은지 모르겠더라고요.
오히려 오셀로, 리어왕, 핸리6세 이런 거 정말 끝내줍니다.
워낙 얕은 지식이라 섹스피어 원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서 그런 탓이겠지만
뭐.. 저도 돈 주고 책 사서 읽었으니 충분히 불만을 쏟아내도 되나고 생각합니다.....

비로그인 2013-04-20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지 보쥐 저거 제가 출판사에 전화해서 확인해 봐야겠네요.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0 14:39   좋아요 0 | URL
근데 이건 전화하기가 좀 애매모호합니다.
이런 건 가능하죠. < 녹두장군 >을 < 녹색장군 > 이라고 오타가 난 것 같습니다. 187페이지 7줄이요. 네, 아.. 네에... 그러니깐 " 녹색이 아니라 녹두 맞죠 ? 아, 하하하... 다음 판에는 반영하시겠다고요 ? 아하하.. 네, 감사합니다. 수고하십시요.... " 이러 건 자연스러운데 저 문장을 문의를 하려면 이렇게 해야 해요. 만약에 여성분이라면 더욱 좀 그렇습니다. " 흠... 흠흠.... 아, 네에.. 민음사죠. 어... 그게... 에헴... 저 혹시 3막 2장에.. 에... 그... 그게.. 흠흠.... 지지..... 네에 ? 아니요. 음.... 지지 보쥐. 네에 ? 뭐라구요 ? 성희롱 장난 전화냐구요 ? 아니.. 그게 아니라....
지지 보쥐... 아니요. 지가 아니라 쥐'요. 각하할 때 그 쥐 말입니니다. 보쥐... 네... 음... 그 지지 보쥐'가 ㄱ러니깐... 거... 거시기 뭐냐.. 음... 콜록콜록... 지지는 거... 거시기... 그러니깐 자지를 말하는 건가요 ? 그리고 보쥐는... 음.... " 이런 게 예상이 됩니다요.. 어찌해야됩니까 ?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0 14:54   좋아요 0 | URL
저 대신 꼭 물어봐 주십시요.. 흑흑흑... 궁금해서 미치겠습니다 !!!!!!!!!!!!!!!!!!!!!!!!!!!
도대체 지지 보쥐가 무슨 뜻입니까 ? 혹시나 해서 네이버에 지지 보쥐 검색했는데 궁굼해햐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아니 이 책을 읽은 사람이 10만 명은 될 터인데 왜 이걸 궁금해하지 않는 것일까요 ?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포스트잇 2013-04-20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음사 편집자도 번역자인 최종철님께 물어보지 못한거 아닐까요? ㅎㅎ
섹스피어는 민음사걸로 본적이 없어서 몰랐네요..,열린책들의 박우수 선생은 "꼭두각시 놀음"이라고 했어요..흠..민음사판이 훨 적 나라^^하나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0 16:38   좋아요 0 | URL
꼭두각시 놀음은 좀 심했네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제가 알기로는 섹스피어가 성적인 상징을 워낙 많이 사용해서
섹스피어 섹스 상징 사전'이 따로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청소년 필독서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좀 솔직하게 번역해주셨으면 하네요.
지금도 궁금해요. 지지 보쥐가 무슨 뜻인지 말입니다. 이거 저만 궁금한 건가 봅니다.

포스트잇 2013-04-20 16:53   좋아요 0 | URL
전 민음사판이 청소년용이라 생각하고 일부러 안보게된건데...이리 심각한 착각을 했네요, 김정환역은 잘 모르겠습니다, 영국사극도 사놓했는데...영 잘 안힑혀서 읽다뒀네요. 신정옥판이 더 재밌게 읽히는거 같긴 하구요, 나남의 이성일역은 리처드2세를 재밌게 읽어서 기대되기도 하고요. 섹스피어는 이래서 더 어려운거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0 17:03   좋아요 0 | URL
제가 여기 알라디너들 보고 깜짝 놀란 게 다야한 번역가들의 책을 비교 평가하면서 읽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보통 내공이 아니다 싶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그냥 한 책으로 한두 번 읽어도 뿌듯하거든요..ㅎㅎㅎㅎㅎ
하여튼... 전 이 햄릿이라는 작품이 읽을때마다 묘하게 다르게 읽혀요.
그래서 좋은 작품 같습니다.

구경꾼 2013-05-12 23:3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곰곰생각하는발님, '꼭두각시 놀음'은 심한게 아니라, 그게 맞는 번역입니다. ;;
문제의 부분 원문을 보면

Hamlet :
I could interpret between you and your love, if I could see the puppets dallying.
Ophelia :
You are keen, my lord, you are keen.
Hamlet :
It would cost you a groaning to take off my edge.

이라고 되어있습니다. 즉 'the puppets dallying'을 '지지 보쥐 노는 꼴'로 옮긴 것인데, 원문은 말그대로 인형이 우쭐거리는, 꿈틀대며 서로 어울리는 동작을 표현하는 말이고, 따라서 '꼭두각시 놀음'이 옳으면 옳았지 '지지 보쥐'는 너무도 터무니없는 번역입니다. 물론 성적인 비유로 쓰인 건 맞습니다만, 셰익스피어가 뛰어난 시인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외설스런 단어를 그냥 막 사용해서가 아니라, 적절히 드러내고 적절히 감추는 메타포로서의 용어 사용에 능하기 때문입니다. (즉 인형 놀이를 가지고 섹스 행위를 비유한 것이죠. 남자 성기를 'edge'로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이고요)
원문에서 그대로 확인되는 것처럼, 어디에도 성기 명칭을 대놓고 사용하는 부분은 없습니다. 셰익스피어가 무슨 야설작가도 아니고...;; 도대체 최종철씨는 뭔 생각을 가지고 이런 번역을 한 것일까요? (그리고 '지지 보쥐'는 도대체 어느 나라 말입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3-05-13 00:3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하하... 감사합니다. 구경꾼 님.. 맙소사...
전 원문을 못 읽어서. 지지 보쥐가 그런 뜻인 줄 알았습니다.
아니... 이거 전혀 다르군요. 맙소사. 아니. 왜 이렇게 명확한 뜻을
이런 해괴망측한 번역으로 옮겼을까요 ?
더 궁금해지네요... 이거 뭐냐.. 흠흠...
항의를 좀 해야겠군요...

달사르 2013-04-20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멋진 포스터. 곰발님 포스팅은 글 읽다 포스터 보고, 포스터 보다가 글 보는 맛이 쏠쏠하죠. 범선의 뽀족함이 괴물의 부드러운 분홍빛 혀를 찌를지. 범선이 괴물에게 먹힐지 과연..

섹스피어 작품은 들어만 보고 읽은 건 없는데, 저런 시각이라면 읽을 맛 나겠습니다! 민음사 편으루다. ㅎㅎ
민음사가 의외로 오타가 많더라구요. 아니, 오타 없는 문학전집이 없다랄까..칫..(근데 내가 읽은 건 다섯 권 안쪽이라서 신뢰도는 5%내외.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0 22:15   좋아요 0 | URL
전 오타 전혀 신경 안 쓰고 솔직히 번역도 거의 신경 안 쓰는 편입니다. 아무리 욕해도 전 영어 까막눈이니 그저 감지덕지죠....ㅎㅎㅎㅎㅎ. 그런데 제가 말한 그 오타는 아무래도 실수가 아니라 일부러 그렇게 찍은 것 같다는 거죠. 청소년권장도서이다보니 오타를 낸 것 같은데, 만약에 일부러 오타를 냈다면 정말 괘씸한 것아니겠습니까 ?


+

제가 영화 포스터를 모읍니다. 어디슬데 있을까 하다가 이런 데 막 써먹게 되는군요...ㅎㅎㅎ
그래도 나름 고민합니다. 베니스으 상인 하니 배가 생각나서..ㅎㅎㅎㅎㅎ.

달사르 2013-04-20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해서? 사가미를 찾아보았네요.
오..유명한 회사 이름이었군요. 포장도 근사하고 말이죠. 무슨 일회용렌즈케이스 같은데요.
스킨리스라고 해서 뭔말인가 했더니 초박형 말씀이지요?
ㅎㅎ 하나 배웠습니닷.


글코..수다 3번에 왕공감!
거기에다 산부인과도 추가해주셔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4-20 22:17   좋아요 0 | URL
사가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본에서는 꽤 명품으로 잘찬리에 판매 중엔 제품입니다.
명성만 들었어요..ㅎㅎ.


+

3번 공감요... 진짜 의사의 성별을 알 수 있게 해야 해요...
제가 남자 이름만 보고 예약했다가 알고 보니 항문과 의사가 미모의 여의사'라고 생각해 보세요.
끔찍합니다...

구경꾼 2013-05-12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최종철 역본에는 이 희안한 단어(보쥐)가 등장하는 다른 부분이 또 있죠. 109페이지를 보면

오필리아 : 이 무언극이 무슨 뜻인지도 말할까요?
햄릿 : 그럼요. 혹은 당신이 그에게 보여주는 어떤 보쥐라도.
당신이 부끄럼없이 보쥐를 보여주면, 그도 부끄럼없이 그게 무슨 뜻인지 말할 거요.
오필리아 : 나쁜 분이셔요, 나쁜 분. 연극을 지켜보겠어요.

라고 되어있는데, 이 부분의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Ophelia :
Will he tell us what this show meant?
Hamlet :
Ay, or any show that you'll show him: be not you ashamed to show, he'll not shame to tell you what it means.
Ophelia :
You are naught, you are naught: I'll mark the play.

정말 눈을 까뒤집고 들여다봐도, 원문 어디에서도 '보쥐'라고 번역할만한 문구나 단어를 발견할 수 없습니다. 'naught'를 '나쁜 분'이라고 번역한건 그냥 넘어간다 쳐도('naught'는 그냥 짖궂은 사람, 장난꾸러기 정도의 의미지 나쁜 뜻의 단어가 아닙니다), 도대체 의역과 상상력을 어느정도로 발휘해야 원문에도 없고 한국어도 아닌 '보쥐'라는 용어가 출현할 수 있는 건지 어안이 벙벙할 뿐입니다.
별로 어려운 구문도 아니기에, 저처럼 영어가 딸리는 사람도 대충 해석할 수 있는 문장인데, 굳이 번역해보자면 "아, 당신이 그에게 보여줄 아무 거라도 보여줘요. 부끄러워하지 말고 보여주면, 그도 부끄러움 없이 그게 뭔지 말해줄거요." 정도겠네요.
사실 최종철 역본의 전반적인 퀄리티가 그리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한걸로 아는데, 그래도 가장 대중적으로 많이 읽히는 햄릿의 한국어 역본인 이상 번역상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좀도 많은 지적과 얘기가 필요할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던 참이었는데(그리고 그동안 까먹고 있었는데;;), 마침 적절한 페이퍼를 우연히 읽게 돼서 실례 무릅쓰고 긴 댓글을 달아봤습니다.
그나저나 정말 궁금하긴 하네요. '지지 보쥐'는 도대체 뭔지,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번역을 한 건지, 진짜 어느 나라 말인지 --;;;

곰곰생각하는발 2013-05-13 00:4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감사합니다. 적극적으지 않은 관계여서 원본을 찾아 읽거나 하니는 않고 그냥,, 지지 보쥐'가 대체 뭐냐...
이런 생각만 했거든요. 섹스피어가 워낙 성적 은유를 기막히게 쓰는 양반이라고 들었는데
지지 보쥐는 은유가 아니고 직유도 아니잖아요. 그냥 직설이어서...
이게 굉장히 궁그했습니다. 구경꾼 님 말씀 듣고 보니 이젠 궁금한 것은
이 번역가의 마음이군요. 아니 왜 이렇게 번역을 했지 ?
흠흠... ㅎㅎㅎㅎㅎㅎㅎ.
전 민음사를 믿었습니다. 이럴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그냥 최신 소설이면 그냥 현대적 언어놀이로 의역을 했다고 생각하겠는데
아니 이런 고전을 이런 식으로 해석하다니 이상하네요...

호연지기 2014-07-17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최종철님이 왜 "지지", "보쥐"라고 번역했는지 이해가 갑니다. 그리고 이렇게 번역함으로서 우리는 이 작품을 정확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원문 해당부분 "the puppets dallying"을 "꼭두각시 놀음"이라고 번역했다면 앞뒤 내용의 관계에서 애매하게 될 뿐만 아니라 재미가 하나도 없게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최종철님이 이 부분을 "지지 보쥐"로 번역한 것을 대단한 번역 천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이 고민하지 않고서는 이런 번역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_- 2015-03-28 00:1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최종철씨,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soda 2014-07-19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햄릿을 읽던 중에 문제의 지지보쥐 뭔가해서 검색하다 들어오게 됐습니다. 앞의 분이 지적해주신대로 보쥐가 이전에도 등장하는데요 제가 모르는 단어인가 해서 국어사전까지 뒤졌습니다;; 미흡하지만 영어번역에 대해 공부한 사람으로서 정말 이해되지 않는 번역입니다. 전체적으로 번역자분이 직역을 위주로 하는 것이 보이던데 또 의역하는데서는 비약적으로 하시니 읽는 입장에서는 속이 터지네요. 차라리 원본을 사전들고 보는 게 이해가 빠르겠습니다. 저는 문학번역이란 독자입장도 저자입장못잖게 고려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면에서 최종철 번역자분의 번역은 이도저도 살리지 못한 경우라고 생각되네요. 지지 보쥐는 우리말도 아닐 뿐더러 셰익스피어를 저질이 아닌가 의심케할만한 문구입니다. 역자의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으나 이전의 '있음이냐 없음이냐'번역처럼 최소한 뭐 때문에 저런 번역이 나왔는지 설명해줬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솔직히 이분 번역본은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 아직 햄릿을 안 본 분은 다른 분 번역본을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