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애리’는 나쁜 계집애’다. 캔디는 좋은 계집애다. 하니는 나애리 때문에 종종 울지만, 캔디는 이라이자 때문에 울지는 않는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다. 오히려 캔디는 우리에게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우냐 ?참치냐 ?라고 당돌하게 반문한다. 어라?! 이쯤되면 우리는 씩씩한 명랑’에 홀린다. 김애란 소설이 좋은 점’은 아버지의 부재’를 자신의 트라우마’로 설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애란 소설 속 주인공들은 아버지가 있으나 없으나 똑같다. 캔디가 등장하는 김애란’식 가족 서사에서 아버지’는 주인공이 아니라 < 지나가는 행인 3> 에 불과하다. 김애란 소설이 빛나는 점은 바로 그것이다. 그녀가 선보인 문장은 신경숙처럼 지지리 궁상’도 아니고, 은희경처럼 맹랑하지도 않다. 김애란은 명랑하다. 나는 그 점이 좋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 두근두근 내 인생 > 은 실패작이었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밉다고 했던가 ? 모든 평단이 이 소설에 대해 찬사를 쏟아낼 때, 나는 그들이 존나 재수없었다. 한국 문단의 병폐를 명징하게 보여준 사례가 아닐까 ? 아, 이 지긋지긋한 정실 비평과 주례사 비평 !!! 하지만 김애란은 힘이 있는 소설가'다. 그 사실을 의심해 본 적은 없다. < 비행운 > 을 읽었을 때 무엇보다도 반가웠던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두근두근내인생) 한계와 실패를 무엇보다도 정확히 인식했다는 점 때문이었다. 비행운'은 그동안 그녀가 선보인 단편 분량보다 호흡이 길고 분량도 많다. 그것은 마라토너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처럼 보였다. 하여튼, 아무튼...... 김애란 씨, 영광 있으라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46847 : 두근두근 내 인생, 지나치게 뷰티풀 마인드'하다.
김애란 씨'에 대한 사소한 복수.
- 애타게 으하하 씨를 찾아서
몇몇과 술을 마셨다. 처음에는 각하에 대한 사소한 농담으로 시작했다. 우리는 각하보다는 허각'이 인기가 더 많았다는 데 동의했다. " 허걱 ! " 낄낄, 으하하하. 각하'가 망명하면 ? " 튀각 !!! " 으하하하하하하하하. 잔이 몇 순 돌자 누군가가 < 며칠' > 이라는 맞춤법으로 딴지를 걸기 시작했다. 몇 년'은 되는데 몇 일'은 왜 안되는 것이냐 ? 코에 걸면 코걸이고 입이 걸면 막걸리냐 ? 그러다가 문학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흘렀다. A는 < 와와 / 우우 > 라는 의성어는 김애란의 것이고, < 으하하 > 는 이제 박민규의 것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나는 그 말에 웃으면서 코 팠다. 잇힝 ! " 이봐, 와와 / 우우'는 박민규가 즐겨 쓰는 단어야 ! 그리고 김애란은 으하하, 를 즐겨 사용했지! 한 페이지 건너 으하하, 가 나온다고 ! " 으하하하 ! 우린 으하하와 와와'를 가지고 술값 내기'를 했다. 공교롭게도 술값을 낸 사람은 나였다. 왜냐하면 나머지 놈들이 모두 김애란 소설 속에 으하하, 란 단어를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금시초문이란다 ! 내가 술값을 계산하자, 계산대 뒤에서 친구들이 으하하하, 웃었다. 나도 웃었다. " 시부랄, 니미 뽕이닷 ! "
집에 돌아와 곰곰 생각했다. 억울한 것이다. 내, 이것들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리라 ! 김애란 씨 책을 뒤져서 으하하'를 찾아내 몇 페이지, 몇 번째 줄까지 기록한 후 쪽지를 보내리라. 으하하하하 ! 서울에서 김서방 찾는 꼴이었지만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 달려라 아비 > 를 꺼내서 으하하 씨'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만 찾는 것은 뒷전이 되고 재미가 붙어서 단편들을 하나하나 읽기 시작했다. 으하하, 으하하하. 입에서는 쉴새없이 으하하, 란 의성어가 쏟아졌지만 정작 으하하 씨'는 못 찾았다. 어쩌면 소설 읽는 재미에 푹 빠져서 깜빡 잊어버린 것인지도......
으하하 씨'는 < 침이 고인다 > 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으하하 씨'를 만난 것은 < 두근두근 내 인생 > 에서였다. 무려 10시간 만에 만난 것이다. 어찌나 반갑던지 으하하 씨'가 의성어라는 사실을 잊은 채 얼싸안고 울었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밥......... 은 먹고 다녔냐 ? 으아아아 ! 내친김에 < 비행운 > 도 읽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제 혀 짧은 의성어'는 버린 듯했다. 맹랑을 가장한 명랑도 보이지 않았다. " 물속골리앗 " 은 독하게 아렸다. 풀빵 같던 문장은 어느새 마늘처럼 독해졌다. 그녀는 이제 곪아터지는 것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가 이젠 더 이상 " 으하하 " 나 " 으아아 " 따위는 사용하지 않으리라는 불길한 생각이 들어서 조금 슬펐다. 다음날 나는 늦잠을 잤고, 지각을 했다. 욕을 바기지로 먹었다. 이게 다...... 김애란, 당신 탓이다 ! ( 나는 김애란 씨에게 복수를 하기로 다짐했다. )
삼천포로 빠졌지만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따로 있다. 김애란 씨가 이 글을 본다면 처음엔 웃으면서 코 팔 것이다. " 호호... 내가 으하하, 란 의성어'를 사용한 적이 별로 없었나 ? 곰곰생각하는발, 웃기는 사람이네. 으하하하. " 그러다가 이내 " 아니지..... < 도도한 생활 > 에서 으하하, 를 사용했던 것 같아. 아닌가 ?! 으하하하. 내가 왜 이런 사소한 궁금증'에 혹하지 ? " 하지만 사소했던 것 " 쯔으으으으음 " 으로 생각했던 궁금증은 공기 풍선처럼 부풀어질 것이다. 그리고는 새벽에 책을 꺼내서 으하하 씨를 열심히 찾을 것이다. 닭이 울고 해가 떠오를 때까지.....
나는 지고는 못 산다. 잇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