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와 붉은 악마

 

 

 

 

 

 

월드컵 시즌이라 축구에 대한 책 2권이 출간되었다. 신간평가단 도서로 추천할 생각이다. 축구란 무엇일까 ? 이 자리에서 고백하련다. 나는 축구를 즐겨 보는 편이 아니다. 기껏해야 월드컵 경기 할 때나 본다. 그렇다고 새벽에 일어나 월드컵 중계를 챙겨 보는 것도 아니다. 동시간대에 메이저리그 월드 시리즈 경기와 월드컵 결승 경기 중계가 서로 겹친다면 일말의 주저없이 야구를 선택하는 쪽이다. 두 말 하지 않으련다. 나는 축구보다는 야구가 좋다. 관중 동원수'만 가지고 평가하자면 한국 축구는 국민 스포츠이기는커녕 비인기 종목'에 가깝다.  의아해 할 필요 없다. K리그 축구 경기 관객수와 한국 프로야구 관객수를 비교하면 답은 나온다.  국내 프로 축구 평균 관중수가 고작 7000명 남짓'이다. 대규모 야외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야구와 축구에 비해 규모가 작은 실내 경기장을 갖춘 국내 프로 배구 평균 관중수가 3000 ~ 4000명이고,

 

프로 농구 관중수가 4000~ 5000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프로 축구 평균 관중수가 고작 7000명 정도라는 것은 초라한 성적이다. 한국인은 철저하게 국내 축구를 외면했다. 관심이 없다 보니 국내 리그 축구 경기를 중계하는 지상파 방송사도 별로 없다. 스포츠 방송 시청률'을 놓고 보면 축구 중계 방송 시청률( 국내 클럽대항전 )은 다른 스포츠 종목 시청률에 비하면 애국가 시청률 수준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월드컵 시즌'만 되면 축구장 한번 간 적 없는 사람들이 붉은 옷을 입고 광장으로 모인다. " 붉은 악마 티셔츠 준비하셔셔셔여여여 ? 뿔 달린 소품도 준비하셔셔셔셔 !  " 이기면 < 파우스트 > 처럼 영혼이라도 팔 자세로 기뻐하고, 지면 < 베르테르 > 처럼 슬픔에 젖어서 박연폭포 같은 눈물을 흘린다. 

 

2002년 올림픽 때 한국 지식인 사회는 붉은 악마 응원 문화를 " 민주적 열망이 투영된 광장 문화의 빛나는 얼 " 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지만 내가 보기에 붉은 악마 응원단'은 " 한철에만 반짝하는 양극성장애 " 환자 같았다. 축구는 내셔널리즘이 강한 스포츠로 대리전 양상을 띤다. 축구는 곧 국가'요, 선수는 병사'이며, 승리는 승전'이다. 한국인이 국내 클럽 축구 대항전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반면에 국가 대항전만 되면 흥분하는 이유는 축구가 다른 스포츠 종목에 비해  내셔널리즘 성격이 강한 스포츠로 인식하는 데 있다. 나는 모든 스포츠를 개인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장소'로 이해하기 때문에 " 국가 승리 " 를 위해 목숨을 내놓겠다는 애국적 으름장과 응원단 후원이라는 이름으로 대기업 마케팅'에 동참하는 붉은 악마 응원단의 순수를 믿지 않는다.

 

박세리는 출세를 위해 양말을 벗었을 뿐이고, 김연아는 꿈을 위해 돌았을 뿐이고,  박찬호와 류현진 또한 부와 명예를 위해 공을 던졌을 뿐이다. 그들은 < 애국자 > 라기보다는 그저 성실하고 실력 있는 < 운동선수 > 일 뿐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애국심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축구선수 박주영이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후 인터뷰를 한 적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 군 면제'라는 목표를 위해서 선수들이 모두 하나된 마음으로 열심히 뛰었습니다 ! "  말실수인가 ? 아니다, 솔직한 속내'다. 그는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은 것이다. 올림픽 경기에서 메달을 따면 군 면제'가 이루어지니 한국 선수들은 다른 나라 선수들에 비해 동기 부여'가 뚜렸했기에, 좆빠지게 뛰었고, 결국 동메달을 땄다. 하지만 박주영의 솔직한 인터뷰는 나중에 낙인으로 작용했다.

 

그가 국가 대항전 경기'에서 부진할 때마다 사람들은 < 대한민국을 위해서... > 가 아니라 < 군 면제를 받기 위해서... > 열심히 뛰었다는 박주영이 한 말을 기억하며 비난하기 시작했다.  제사에는 관심 없고 젯밥에나 관심 있는, 사리사욕에 눈 먼 놈이라는 비난이다.  한국인이 듣고 싶었던 말은 " 애국심 " 이지 " 사적 욕망 " 이 아니었다. 그런 그들에게 묻고 싶다. 운동선수가 독립운동가냐고 말이다.  오, 불쌍한 박주영 ! 나는 영동대로 한복판에서 두 팔 벌려 외치리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아아아아아 ~ 나는 축구'가 따분한 스포츠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 11명의 축구선수 " 를 " 11척의 거북선 " 으로 생각하는 대리전 양상은 불편하다. 리우 데 자네이로'는 명량 해협이 아니다. 거북이처럼 뛰다가는 욕 먹기 딱이다. 콩트는 콩트일 뿐이고,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다.

 

매미의 생애주기는 소수로 이루어져 있다. 3, 5, 7, 13, 17년마다 지상으로 나와 열흘(혹은 길게는 한달) 남짓 신나게 울다가 생을 마감한다. 그래서 3년 주기 매미, 7년 주기 매미, 17년 주기 매미'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니깐 매미는 소수를 좋아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

 

 

이를 설명하는 가장 그럴듯한 수학이론에 따르면, 이 매미들의 생애 주기는 매미들이 출현하는 때에 맞춰 나타나 양껏 매미들을 포식하는 그들의 천적과 관련이 있다. 생애 주기가 ‘소수’인 매미는 ‘합성수’ 주기의 매미보다 포식자를 만날 확률이 훨씬 낮다. 말하자면 소수 생애 주기를 지닌 매미들이 살아남고 합성수 주기 매미들은 도태될 확률이 높다. 예컨대 100년 동안 생애 주기 7년인 매미와 생애 주기 6년인 포식자가 같은 해에 마주칠 확률은, 7의 배수와 6의 배수가 만나는 42년째와 84년째 단 두 번뿐이다. 그러나 생애 주기 8년인 매미와 6년 주기의 포식자는 24년마다 마주치며, 생애 주기가 9년인 매미들은 6년 주기의 포식자들과 18년마다 마주친다. 결국 오랜 세월 동안 매미들은 포식자들과 마주치는 확률을 낮추기 위한 경쟁을 벌여왔고 거기서 진 쪽은 도태당했다.

 

- 한겨레 2012.6.29일 기사 내용에서 발췌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했던가 ? 그렇다면 매미도 한때'다. 4년마다 나와서 열흘 남짓 울다가 사라지는 붉은 악마를 볼 때마다 매미가 생각난다. 2003년 미 코네티컷주에 출몰해서 1조 마리의 알을 까고 죽은 17년 주기 매미는 죽은 듯이 지내다가 2020년에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테고, 4년 주기 붉은 악마 매미'도 심드렁하게 일상을 조용히 보내다가, 국내 클럽 경기에는 관심도 없다가 2018년 6월이 오면 슬슬 깨어나 시끄럽게 울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매미는 나무에 매달려 울고, 붉은 악마 응원단은 광장에서 베르테르처럼 운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대기업 홍보 수단으로 전락한 붉은 악마 응원단이여, 이젠 흩어져라 ! 그냥 동네 닭집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닭다리나 뜯으며 소박하게 대한민국을 응원하자. 어설픈 훌리건 흉내는 이제 그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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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6-26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야구보다 축구를 좋아합니다. (좋아하지만 하지도 보지도 않습니다만.) 축구의 매력은 1) 전쟁을 대신한 스포츠라는 것, 2) 달리기와 같은 기본 기술이 주된 기술이라는 것.

축구를 보지 않게된 계기가 언젠가 차범근이 선수로 뛴 아시아 예선전에서 3패를 한 후입니다. (중앙선만 넘으면 공을 빼꼈었죠.) 정말 베르테르처럼 처참했죠.

메뚜기 한철은 논할 것도 없고 ; 내셔날리즘과 분리할 수 없는 축구 - 부도덕하다고 해야 할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6 12:52   좋아요 0 | URL
저도 축구 좋아합니다. 월드컵 경기 네이버 다시 보기로 꼬박꼬박 다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서포터즈가 아닌 붉은악마 응원단이 싫습니다. 전 국가 대항전보다는 클럽대항전이 재미있더군요. 다국적 팀 경기가 흥미진진합니다. 애국심에 대해 개인적으로 좋게 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죠.

엄동 2014-06-26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축구에 그닥 관심이 없어요.
축구란 스포츠 자체에 대해서도 무지하지요
그래도 우리나라가 잘해주었다. 이겼다.란 소릴 들으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긴 해요 ㅋ

그치만
전국민이 들고 일어나 열광하는 붉은 앙마가 되지 않음
비애국자 취급받는 이 상황은 정말 별로예요

"그냥 동네 닭집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닭다리나 뜯으며 소박하게 대한민국을 응원하자."란 말에
공감! 백퍼!!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6 17:30   좋아요 0 | URL
새벽 5시에 경기하는데 저녁 8시부터 교통 통제한다고 하는데 미친 거 아닙니까... 한번 버릇 잘못 길들여났더니 요즘 막나갑니다. 월드컵 경기는 그냥 동네 호프집에서 빔 틀어놓고 닭다리 뜯으면서 몇몇과 관람하는 게 최고입니닷. 나는 왜 거리 응원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봄밤 2014-06-29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미와 소수에서 눈이 커집니다. 축구요, 잘 모르겠습니다. 전혀 보질 않으니.,열한대의 거북선이라는 비유는 정말이지, 이보다 적절할 수 없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6-30 09:50   좋아요 0 | URL
매미 소수 관계 재미있죠 ? 무척 재미있습니다. 신기하기도 하죠. 이 녀석들이 도대체 어떻게 안 것일까 ? 인간은 소수를 이해하기 위해서 몇 천 년ㅇㄹ을 걸쳐 발견한 건데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이 세상 모든 생명체는 완전체입니다. 미물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 거죠.... 만약에 벌레 따위를 퇴화된 것으로 인식한다면 그건 인간의 오만이 ㅏ 아닐가 싶습니다.

봄밤 2014-06-30 10:33   좋아요 0 | URL
벌레 말씀하시니 서민 마태우스 님 기생충 같은 이야기가 생각나요ㅎㅎ 기생충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볼 수 있는 책이겠더라고요 여전히 무섭기는 하지만 하하.
그렇지요, 저마다 완전한 모습이지요. 사람이 벌레에게 놀라는 것처럼 벌레도 비명이 있다면 세상에 소리가 가득찼겠지요. 매미, 땅속에서 꿈꾸는 듯한 시간을 우리는 결코 이해할 수 없을거라는 거. 위안이 돼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6-30 14:00   좋아요 0 | URL
이번에 기생이란 책이 나오더군요. 요거 추천 도서로 밀어볼 생각입니다.
유투브에 보면 이비에스 다큐 치고 기생 치면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존나 재미있어요. 이 다큐 존나 재미있으니 꼭 보시기 바랍니다.
 
여자들
찰스 부코스키 지음, 박현주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수색수색수색수색수색수색수색.......

 

 

수색 [ 水色驛 ]    :  은평구 증산동 223-27번지에 있는 지하철 6호선 역 이름이다. 이 지역은 한강 하류로 수색'이란 동명에 따라 지하철 개통 때 역 이름을 붙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크누트 함순 소설 << 굶주림 >> 을 읽는다. 이 책은 알라디너 수다맨 님(이하 존칭 생략)이 선물한 책이다. 우리는 허름한 종로3가 고깃집에서 낮술이라 하기에는 애매모호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가 불쑥 책을 내밀었다. " 읽어보세요. 찰스 부코스키가 << 여자들 >> 에서 크누트 함순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였다고 말했잖아요 ! "  그는 내게 동의를 구하듯 나를 바라보았다. < 여자들 >에서 찰스 부코스키가 그런 말을 했던가 ?!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의뭉스럽게 웃었다. 이 웃음은 " 나도 알고 있어, 짜샤 ! " 이런 메시지'였다. 우리는 문학판에 대해서 쪼잔한 " 뒤따마 " 를 쉴 새 없이 날렸다. 생각해 보니 지난번 술자리에서도 했던 험담'이었다. 1차에서 끝날 분위기는 아니었다.

 

2차는 근처 호프집으로 향했다. 2차는 김연수 작가도 참석했다. 술이 얼추 들어가자 내 앞에 앉은 수다맨이 자꾸 김연수로 보였던 까닭이다(실제로 그는 김연수 작가와 많이 닮았다). 술자리에서 오고간 말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때 나는 피곤했고 꽤 취했으니깐 말이다. 한때 술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던 주량이었으나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 우리는 각자 막차를 타고 헤어졌다. 지금 나는 찰스 부코스키 소설 << 여자들 >> 을 읽고 있다. << 굶주림 >> 을 읽다가 수다맨이 했던 말이 자꾸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나는 읽던 책(굶주림)을 덮고 << 여자들 >> 이란 책을 펼쳐 치나스키가 말했다는 " 크누트 함순이 최고 ! " 라는 구절을 찾기 시작했다.

 

확인 절차만 끝나면 덮을 생각이었다. " 이 노인이 도대체 어느 구석에다 그 문장을 싸지른 거야 ? " 노란 색연필로 밑줄 친 부분을 중심으로 페이지를 넘기다가 다음과 같은 문장을 읽었다.

 

 

리디아는 종이에 그리기 시작했다. " 자, 이게 여자 보지예요. 여기 당신이 모르는 게 있을 거야. 음핵. 느끼는 데가 여기거든요. 보다시피 음핵은 숨어 있어. 그렇지만 가끔 나오지. 분홍색이고 아주 민감해요. 숨어 있을 때도 있을 테니까 찾아야 해. 그저 혀끝으로 건드리기만 하면 돼요 ( 30쪽)

 

 

나는 낄낄거리며 웃었다. 리디아, 아.... 리디아 ! 이 책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에 새록새록 났다. 어느덧, 나는 " 문장 찾기 " 따위를 멈추고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수다맨이 지적한 문장은 95쪽에 박혀 있었다. " 그녀는 이태리에서의 헉슬리와 로렌스 이야기를 했다. 무슨 똥 같은 소린가. 나는 크누트 함순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였다고 말했다. 그녀가 나를 보더니 내가 그 사람 이름을 알고 있다는 데 경탄하며 동의했다. (95쪽) " 찰스 부코스키의 분신 치나스키는 크누트 함순이 가장 위대한 작가'라고 말했지만 내가 보기엔 찰스 부코스키도 만만치 않은 내공을 가진 작가'다. 부코스키에게 경배를 ! 하급 노동자 출신으로 술고래이자 섹스중독자였던 찰스 부코스키는 내게 작은 위안을 준 작가'다.

 

그는 그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소녀에게나 어울릴 법한,  " 백혈병 " 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술을 퍼마시고도 간은 멀쩡했던 것이다. 만약에 당신이 스스로를 우아하며 고상한 독자'라고 생각한다면 이 책은 안 읽는 것이 좋다. " 본격 성애 소설 " 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는 문학적 정제 작업을 거치게 마련인데, 찰스 부크스키 소설에는 그런 게 없다. 무슨 말인가 하면 " 촉촉하고 검은 동굴 " 이라는 표현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말이다. 그냥 보지, 자지, 털, 똥구멍 따위가 페이지마다 등장한다. << 여자들 >> 은 그 정점에 위치한다. 섹스, 섹스, 섹스, 섹스, 섹스, 섹스, 섹스, 섹스, 섹스, 섹스.... 온통 섹스뿐이다. 하지만 이 소설을 성애 소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부코스키 소설에서 섹스 판타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섹스는 낭만적이지 않다. 후끈 달아오르기는커녕 오히려 슬프다. 그가 " 천한 여자일수록 더 좋다. 그렇지만 여자들, 좋은 여자들만 보면 겁이 났다(109쪽) " 라고 고백하는 부분에서는 이상하게 울컥하게 만든다. 문학이 세상을 바꾸는 시대는 지났다. 문학은 위대하지도 않고 천박하지도 않다. 내가 정성일이라는 영화평론가를 혐오하는 까닭은 그가 가지고 있는 고상한 열정 때문이다. 그는 영화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현대 예술은 실패했다. 

 

작가들에게는 문제가 있다. 작가는 자기 글이 출판되어 많이 팔리면 자기가 위대한 사람인 줄 안다. 자기가 쓴 글이 출판되어 중간 정도 팔려도 자기가 위대한 줄 안다. 자기가 쓴 글이 출판되어 아주 조금 팔려도 자기가 위대한 줄 안다. 자기가 쓴 글이 출판되지 않고 자가 출판할 돈도 없으면, 자기가 진정으로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위대함이라고는 거의 없다. 존재가 너무도 미미해서 보이지도 않을 정도다. 하지만 가장 최악의 작가는 자신감은 철철 넘치되 자기 의심은 전혀 없는 사람이다. 어쨌든 작가들은 피해야 할 존재고 나는 그들을 피하려고 노력하지만 당최 가능하지가 않았다. 작가들은 일종의 형제애, 어떤 친교를 원했다. 그런 감정 중 어느 것도 글쓰기와 관련이 없고 타자 치는 데 도움이 안 됐다. (199쪽)

 

 

사실 이 리뷰 제목은 " 수색수색수색수색수색수색수색... " 이 아니라 " 섹스,섹스,섹스,섹스,섹스,섹스... " 였다. 온통 섹스 이야기뿐이니 이 책에 어울리는 리뷰 제목으로는 손색이 없다. 제목을 작성하고 나서 낮게 읊조렸다. 섹스, 섹스, 섹스, 섹스, 섹스, 섹스, 섹스..... 그런데 어느 순간 섹스, 섹, 스섹, 스섹, 스섹, 스섹, 수색, 수색, 수색이 되었다. 하아, 이것 참 ! 수박수박수박'을 연속적으로 발음하면 나중에 박수박수박수가 되는 꼴이다. 지하철 6호선에는 수색역이 있다. 물 수(水) 빛 색(色) 이다. 물빛, 속초에 있을 때 한 여자를 오랫동안 기다렸다. 그 여자는 오지 않았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644930 : << 팩토텀 >> 치나스키, 놀이하는 인간.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44583 : << 우체국 >> 이 세상 모든 똥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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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혁 2014-06-22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This is 페루애. 이것이 바로 페루애님의 글이군요.

3년전 리즈 시절의 필력을 보게되어 즐겁게 읽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2 13:4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언제 호수집에서 한잔 합시다..

수다맨 2014-06-22 14: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드 같은 이들을 제하면 부코스키 소설만큼 섹스 얘기 많이 나오는 소설도 드문데, 이게 조금도 음란하지가 않고 오히려 슬퍼요. 섹스를 하면 할수록 욕구가 채워지는 게 아니라 더욱더 고독의 늪으로 빠진다고 해얄까요....
이런 터프하고, 겉멋 없고, 비타협적이고, 반노동주의적인 작가는 아마 둘도 없을 겁니다. 한국은 아직도 문학적 고상이 남아서 그런지 노벨상 작가는 우대해도, 셀린느나 부코스키 같은 작가에 대해선 냉연한 태도를 보이죠. 이게 참 문젭니다. 저는 김연수의 모든 소설들을 준다고 해도 부코스키 "여자들"과 바꾸지 않을 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2 14:05   좋아요 0 | URL
아니 어떠게 김연수와 부코스키를 비교합니까. ㅎㅎㅎㅎ김연수에게는 영광이겠으나 부코스키 팬들에게는 경멸입니다. 다시 읽어도 재미있더군요. 그냥 인용문만 찾을까 하고 읽다가 읽다 보니 재미있어서 끝까지 다시 읽었네요. 역시 부코스키'란 생각이 듭니다.

르미에르 2014-06-22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수색역 잘 알죠.
한때 은평구 살았음.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2 21:33   좋아요 0 | URL
수색은 막상 물이 없어요. 저도 은평구에서 자랐습니다. 반갑군요..

수다맨 2014-06-22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일이 켄 로치의 "스위트 16"에 관한 평을 썼던 적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제 생각일지 모르지만) 그 글이 정성일이 썼던 글 중에서 무척 쉬웠던 것 같아요. 본인이 켄 로치 팬클럽의 회원(?!)이라는 속내를 밝히기도 했고, 그에 대한 비판적 의견(영화적 기교가 없고 새로운 미학과 우리가 알지 못한 세계를 보여주지도 않는다)도 물론 있었죠.
그런데 정성일의 그 쉬운 글을 보면서 느낀 게, 이런 평론가들은 남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을 좋아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렵고 복잡한 작품들을 만나야, 자기가 아는 지식들을 동원해서 꿈보다 해몽이 화사한(?) 글을 쓰거든요. 오히려 말하고자 하는 바가 강하고 명확한 작품을 만나면, 자기가 할 말이 없어서 쩔쩔매는 꼴이라고 해얄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2 21:43   좋아요 0 | URL
제가 늘 하는 소리가 평론가들은 데이빗 린치 영화를 분석할 때는 쉽게 작업하지만 디워 같은 영화를 분석할 때는 애를 먹습니다. 할 말이 없거등요.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작품을 써야 그럴싸하고, 그걸 또 영화 감독이나 소설가가 이용하기도 합니다. 내가 보기엔 정성일이야말로 속물근성의 전형처럼 보입니다. 인명사전식으로 주구장창 서양 철학자 이름을 나열합니다. 복수는나의힘에서 보여준 그 나열은 전설이 되었습니다만.... ㅎㅎㅎㅎ

만화애니비평 2014-06-22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색수색 섹스섹스 오덕오덕!!!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2 21:44   좋아요 0 | URL
댓글 내용이 불분명하군요... ㅎㅎㅎ

todd 2014-06-23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람의 몸이나 섹스라는 것에 어떠한 판타지가 끼어들지 않을때 야하게 느껴지지 않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더라구요. ㅎㅎ 이 책 재미있을거 같네요~~ 얼마전에 님포매니악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남성 성기가 아주 클로즈업으로 나열되는데..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어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4 12:25   좋아요 0 | URL
저도 로망스'라는 영화를 봤는데 그게 신기하게도 하나도 야하지 않더란 말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성기 노출 따위가 아니란 거죠.
무엇을 보여주는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왜 감추느냐가 중요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구한말 사진 보니 그때 우리 조상들은 가슴을 다 드러내놓고 거리를 다녔더라고요.......

행인 1 2014-06-24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네이버로 얼른 돌아오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5 01:14   좋아요 0 | URL
허어,,, 술 한 잔 사시면 돌아가리다 1.

행인 2 2014-06-24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네이버로 얼릉 돌아오시욧! 2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5 01:15   좋아요 0 | URL
허어,,, 술 한 잔 사시면 돌아가리다 2.

봄밤 2014-06-25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보겠습니다. 잘 모르고 지나쳤었는데 말예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6 12:09   좋아요 0 | URL
찾아보려다가 아예 읽기 모드로 바꾸면 안 됩니다...
 
힘내라 브론토사우루스 ㅣ 스티븐 제이 굴드 자연학 에세이 선집 3
스티븐 제이 굴드 지음, 김동광 옮김 / 현암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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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와 함께 피어싱'

 

 

그녀는 어딘지 모르게 깊고 어두운 구석이 있었다. 청순가련한 여자이기보다는 스모키 화장과 피어싱이 잘 어울리는 팜므파탈에 가까웠다. 매력 있는 여자였다. 손창섭의 단편 << 인간 동물원 초(抄) >> 를 읽어보라고 한 이도 그녀'였다.  어느 날. 그녀는 툭, 지나가는 말을 내게 던졌다. " 매미는 5년 동안 땅속에 살다가 세상 밖으로 나오면 고작 열흘 남짓 살다 죽잖아요 ? 매미는 땅속에 있을 때가 행복했을까요 ? 아니면 나무에 매달려 있을 때가 행복했을까요 ? "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또래끼리 사소한 논쟁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 짧고 굵게 : 빛나는 태양 아래서 죽느냐 > 아니면 < 길고 가늘게 : 어둠 속에서 사느냐 > 가운데 어느 삶이 더 가치있는가, 라는 질문이었다.

 

나는 곰곰 생각하다가 땅속에서 산다고 해서 불행한 삶은 아닐 거라고 두리뭉실하게 말했다. 성의 없는 답변이었다. 성의가 없었다, 라기 보다는 대답이 궁했다는 편이 맞을 것이다.  스티븐 제이 굴드의 과학 에세이 모음집 << 힘내라, 브론토사우르스 >> 에 삽입된 " 밝게 빛나는 커다란 땅반딧불 애벌레 " 라는 긴 제목을 단 에세이를 읽다가 문득 그녀가 지나가는 말로 툭, 던진 그 질문이 생각났다. 

 

 

인간 존재의 여러 측면 중에서, 성장과 발생이라는 생명 주기보다 더 기본적인 것은 거의 없다. 많은 사람이 어린 시절을 찬미하지만, 서양인들은 일반적으로 아이들을 덜 발달한 불완전한 성인으로 간주한다. 성인보다 작고 연약하고 무지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성인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고, 어린 시절은 위를 향한 경로일 뿐이다. ( 360쪽 )

 

 

 

그 짦음은 성충에게만 따라다니는 속성일 뿐 그보다 훨씬 오래 사는 애벌레 역시 전체 생명 주기에 포함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17년을 사는 매미는 어떤가 ? 매미의 애벌레가 영광스러운 며칠을 끈기 있게 기다리며 오랜 기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지내는 것은 아니다. 애벌레는 지하에서 활동적인 삶을 영위한다. 물론 그중에는 긴 수면기도있지만, 여러 차례 허물을 벗으며 왕성하게 성장하는 기간도 포함된다. (366쪽)

 

 

17년 매미'는 말 그대로 17년 동안 땅속에서 굼벵이로 있다가 세상 밖으로 나와 매미 성충으로써 열흘 남짓 살다가 죽는다. 무엇보다도 곤충류에 속하는 매미가 개나 고양이 같은 포유류'보다 더 오래 산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런데 17년 매미에 대한 놀라움'은 애매모호한 구석이 있다.  그것은 곤충이 17년이나 살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상에서 열흘 밖에 살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다. 17년이라는 " 지난한 세월 " 에 놀라고,  10일이라는 " 허무한 세월 " 에도 놀라게 된다. 전자는 굼벵이에 방점을 찍은 것이고, 후자는 매미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만약에 당신이라면 어느 쪽에 방점을 찍을 것인가 ?

  

아마도 그녀는 굼벵이'보다는 매미'가 되고 싶었을 것이다. 젊었을 때에는 불꽃처럼 살다가 허무하게 사라지는 生을 동경하게 되는 법이니까 ! 어느 날, 그녀는 날카로운 " 무엇 " 으로 온몸을 자해했다. 살은 부풀어올랐고, 핏방울이 맺혔다. 음각으로 판 상처는 공교롭게도 양각으로 이루어진 흉터가 되었다. 신기하게도 나는 그 무수한 상처를 보며 안도했다. 그 상처는 죽음에 대한 욕망보다는 생에 대한 의지'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때 내가 이 책을 읽었더라면 그녀에게 논리정연한 대답을 했을 것이다. 굼벵이의 최종 목표는 매미'가 아니라고, 굼벵이는 매미에 비해 덜 발달한 존재가 아니라고, 날개는 진화의 최종 목표가 아니라고.

 

날개를 가진다는 것이 진화의 최종 목표라면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는 조류보다 덜 진화한 존재'가 된다. 진화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 반드시 날개가 필요하지는 않다. " 매미는 날개를 얻기 위해, 독수리도 아니면서, 17년 동안 땅속에서 " 독수공방 " 했을까 ? 17년 매미는 개나 고양이보다 오래 사는 곤충이다. 그러므로 열흘 살다가 죽는다, 라는 말은 잘못된 표현이다. 매미는 17년을 살았다. 매미가 완전체'라면 굼벵이도 완전체'다. 스모키 화장과 피어싱이 잘 어울리는 그녀는 어느덧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었다. 나는 그녀가 쓴 우울한 문장을 매우 좋아했다. 좋은 작가'가 되리라 믿는다.

 

" 힘내라, 팜므파탈이여 ! " 검은 터널은 끝에 가서야 환해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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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4-06-21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벌레의 삶도 삶의 일부라는 걸 예전엔 전혀 인지조차 하지 못했는데.. 이젠 오히려 애벌레에게 더 공감을 하게 된다는건 나의 젊음도 스러져간다는 걸까요 ㅎㅎㅎ

그것의 삶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건 그렇게까지 두루뭉실한 대답은 아니었던 것 같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2 09:26   좋아요 0 | URL
저도 항상 매미와 굼벵이를 따로 따로 구분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매미는 열흘 밖에 못사는 녀석이라며 안타까워하고는했습니단ㄷ.ㄷ
생각해 보니 곤충치고는 정말 장수하는 짐승 아닙니까. 17년을 살다니...

마립간 2014-06-21 1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굼벵이의 목표가 매미라면, 삶의 목표는 죽음이죠. 이런 시각이 어떤 이에게는 굼벵이와 삶을 긍정하게 만들고, 어떤 이에게는 굼벵이와 삶을 부정하게 만듭니다.

동양에서는 태어나자마자 1살입니다. 0이라는 숫자개념이 없어 만들어진 오류이지만, 어머니의 뱃속의 1년을 삶으로 인정하지 않은 오류와 상쇄되어 ; 어머니 뱃속에서 1년을 살고 나오는 개념으로 재해석될 수 있게 되었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2 09:28   좋아요 0 | URL
그르네요.... 굼벵이 목표가 매미'라면 결국 죽음에 목적이네요.
0이라는 숫자는 알고 보니 인도에서 나왔더라고요. 반면 서양은 0이라는 숫자를 끝끝내 반대하다가
결국 받아들였다라고 하더군요... 근데 태어나자마자 1살인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아이 뱃속에 있는 것을 포함하니깐 말이죠..

곰곰손 2014-06-21 16: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 음각으로 판 상처는 공교롭게도 양각으로 이루어진 흉터가 되었다. ]



아바보ㅡ
이런 문장은 대략 너밖에못쓴다는ㅡ

짜증난다ㅡ ㅎㅎ

넘좋아서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2 09:29   좋아요 0 | URL
허어, 낮부끄럽게 이게 무슨 칭찬이냐.... 근데 문장이 나쁘지는 않네..ㅎㅎ

만화애니비평 2014-06-21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즐거운 주말 되세용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2 09:29   좋아요 0 | URL
뜬금없이 갑자기 웬 인사입니까..ㅎㅎ 만애비 님도 ....

엄동 2014-06-23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말 좋아해요
터널은 끝에 가서야 환해진다는.

..
그치만
인생도 때론
매미의 그것과 비슷하죠

아 환해진지 얼마다 됐다고
다시 터널 속으로 진입합니까. 허무하게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4 12:26   좋아요 0 | URL
엄동 님 오랜만이군요. 교통사고 후 별탈 없으십니까 ?
앞으로 비만 오면 허리가 쑤실 겁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터널은 끝에 가서야 한해진다는 말은 최승자 시에서 읽었습니다.
갑자기 최승자 시인 괜찮은지 궁금하네요.
현대 시인 중 독보적 자리를 갖는 분이기도 한데 말입니다.
 

 

 

 

 

나도 잘 몰라 

 

 

 

 

우스꽝스러운 남자가 무대에 등장한다. 그는 연신 손으로 " 마빡(이마) " 을 친다. 사내는 자신을 골목대장 마빡이'라고 소개한다. 아하, 그래서 손으로 연신 마빡을 치는구나 ! 마빡이가 자기 마빡을 치는 행위는 자기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다. 연상 작용을 활용한 자기 PR, 영리한 셈법이다. 다음은 얼빡이'가 등장한다. 그는 팔을 힘껏 휘둘며 자기 이마를 때린다. 마빡이보다 얼빡이(김시덕 분) 행동이 더 힘들어 보인다. 그런데 얼빡이는 왜 손으로 마빡을 치며 등장하는 것일까 ? 자기 이름을 알리려면 마빡'보다는 얼굴 뺨을 때려야 하는 것 아닌가  ? 뭐, 이마도 얼굴에 속하니 그리 생뚱맞지는 않다만 !  이때 대빡이가 등장한다. 그 또한 다른 동료와는 달리 팔을 위아래로 흔들며 등장한다.

 

팔을 휘젖는 품새'가 힘차서 노동 강도로 보자면 가장 힘든 자세'다. < ~빡이 3형제 > 는 투렛증후군 환자처럼 특정 행위'를 쉬지 않고 반복하다 보니 힘들어서 쓰러지기 일보직전이다. 무대 위 바보(들)은 콩트고 나발이고 빨리 끝났으면 싶다는 속내를 솔직하게 고백한다. 관객이 박수치며 박장대소하는 것도 반갑지 않다. 시간만 연장될 뿐이니깐 말이다. 하지만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갈빡이'가 등장한다. 그 또한 의미를 알 수 없는 반복 행위를 하며 쓸데없는 말을 쏟아낸다. 관객은 웃는데 왜 웃는지는 모른다.  그냥 웃기니까 웃는다. 개그콘서트 코너 << 마빡이 >> 는 " 내용 " 이 없는 콩트'다. 상황극이 아니다 보니 줄거리'도 없다. 줄거리가 없다 보니 메시지도 없다. 하지만 관객은 빵, 터진다. 바보는 관객인가 마빡이인가 ?

 

나는 누구인가 ? 이러한 형이상학적 질문은 예수, 부처, 마호메트'만 하는 게 아니다. 달동네 골목길에서 해 질 때까지 놀던 아들이 아버지에게 묻는다. " 아버지, 나는 누구예요 ? " 아버지는 웃으며 아들에게 말한다. " 몰라서 물어 ? 나도 잘 몰라 ! 아행행해ㅎ허허햏ㅎ히햏힣ㅎ해히힣해햏ㅎ.... " 하지만 아들은 알고 있다. 나는 " 공짜/空- " 다. 이동통신 016 Na 광고다. 한국 방송 광고 역사상 가장 심오한 철학적 질문을 담고 있는 < 016 - Na > 는 (당시 한국 사회가 받아들이기엔) 지나치게 심오하고 오묘했다. 아버지가 웃자 시청자도 웃었다. 왜 ? 나도, 너도, 바둑이도, 고양이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난들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 ? 아들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던지며 놀다 오겠다고 말한다.

 

아마, 아들은 " 동쪽 " 으로 갔을 것이 분명하다. 왜 ?!  " 몰라서 물어. 사실 나도 잘 몰라 ! " 아햏햏 아버지는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냐며 아햏햏, 웃으셨지만 세상은 공짜/空자가 지배하는 세계'다. < 마빡이 > 나 < 016 광고 > 속 na는 모두 空이다. 지금 관객은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반복 행위'를 본다. 그동안 우리가 무의미'를 보거나 의식하지 못한 이유는 무의미를 볼 기회(무의미를 인식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프로이트가 위대한 점은 무의식을 발견한 것이다.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는 것은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이다. 의식은 무의식에 비하면 " 빙산의 일각 " 이다. ( 빙산의 일각'이라는 관용구 대신 남산의 팔각(정)이라는 표현은 어떨까 ? ) 인간은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의식이 통제한다고 믿지만 사실 일상 대부분은 무의식이 통제한 결과'다.  

 

불교는 無와 空을 발견한 종교'다. 아라비아숫자 < 0 > 이 인도에서 발견되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 zero " 라는 말의 어원도 인도어'에서 비롯됐다. < 0 > 은 인도어로 空을 뜻하는 " 수냐(sunya) " 다. 이 말이 아랍으로 건너오면서 시프르(sifr)가 되었고, 서양으로 건너오면서 라틴어 제피루스(zephirus) 가 되었다. 또한 숫자를 뜻하는 프랑스어 시프르(chiffre)는 0을 뜻하는 수냐'에서 따왔다. 이 정도면 숫자의 아버지는 1,2,3,4,5,6,7,8,9가 아니라 0이다. 우우, 하지 마라. 와와, 해라. 무는 힘이 세'다. 영화 << 배트맨 >> 에서 악당으로 나오는 " 조커 " 는 카드놀이에서 무소속'이다. 그는 스페이스 군단도 아니고, 다이아몬드 군단'도 아니다. 물론 하, 하하하하트 군단 소속도 아니다. 그는 독자/獨自이며 고아/孤兒다.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되고 싶었으리라. 소속이 없다 보니 계급도 없다. 스페이드 1보다 낮은 숫자'다.

 

결국 조커는 0에 가까운 존재'다. 하지만 0은 무시무시한 증식과 동시에 완벽한 소멸을 보여준다. 1 더하기 1은 2이지만, 1이라는 숫자 옆에 0이 놓이면 10이 된다.  반면 10 x 10 = 100이지만 1000000000000000000 x 0 = 0이다. " 오, 한순간에 새됐어 ! " 0은 상대가 어마무시한 골리앗이라 해도 단번에 쓰러뜨리는 힘과 지략을 겸비한 다윗이다. 블랙홀과 빅뱅 현상도 특정 대상을 0으로 나눈 결과'다. 왜냐고 묻지 마라. 우주 물리 과학자들이 그렇다면 그런 거다. 우주를 지배하는 것은 0이다. 0은 無이면서 無限( ∞ ) 이다. 영화 속 조커는, 그런 존재'다 ! 조커는 무의식'이며 무소속이고 무의미하면서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다. 나는 공짜'다. 정종철이 << 골목대장 마빡이 >> 에서 주장하듯이 na는 무서운 놈이다. 웃지 마라, 이 콩트는 무서워야 끝난다.

 

끝으로 오세훈에게 한마디 하련다. 공짜 점심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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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4-06-15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 광고 다시 보니 정말 웃깁니다. 요즘은 저런 광고가 못 나올 것 같아요.
나오게 되면 이병헌 같은 배우가 나와서 각 잡고 "단언컨대 0은 가장 완벽한 숫자입니다.." 그럴 거 가틈.

곰곰생각하는발 2014-06-16 19:02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에 남는 광고였습니다. 이 광고가 언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마빡이 유행해서 이 광고가 나왔나 ?! ㅎㅎㅎㅎ.
0은 정말 신기합니다. 두고두고 생각할 숫자입니다.

엄동 2014-06-16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폰으로는 동영상이 안보이는군요
잘계셨지요?
출근길 신호대기중에
뒤에서 받히는 바람에 일주일간 병원 신세를 졌어요
아직도 등허리가 뻐근뻐근하네요
차조심하세요 몰때도 거닐때도.

곰곰생각하는발 2014-06-17 10:40   좋아요 0 | URL
교통사고는 후유증 조심해야 한다 하는데
조심하십시요. 앞뒤 범퍼에 스프링을 달아농으세요.
튕겨나가게... 그래도 댓글 다시는 거 보니
다행이군요....

만화애니비평 2014-06-18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세훈씨 잘 있습니까? ㅎㅎㅎ

살인의 추억 송강호 씨의 대사가 생각나는군여

밥은 먹고 다니냐?

아마 밥 대신 고기를 먹지 않을까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6-18 18:38   좋아요 0 | URL
5세 아마, 어디서 대학 강의하고 있을 겁니다. 요즘 추세가 국회 떨어지면 대학으로 빠지더라고요...
보고 싶네요. 5세 훈이의 하얗고 고른 이,빨 !!!! 스마일'에 꿈뻑 죽던 유권자들......

2014-06-18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18 1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편하게 있어도 되지만......

 

 

 

http://youtu.be/uW-sjI2wB6k

 

 

사내(社內) 인트라넷'에 < 익명 자유 게시판 > 이 도입된 적이 있다. 보스는 낮에는 진보요, 밤에는 보수 꼴통 마초'가 되는 " 지킬 박사와 하이드 " 형 인간이었다. 많은 참모진이 " 익명 게시판 " 을 반대했지만, 보스는 직원이 익명으로 글을 쓸 수 있는 권리와 자유를 옹호하며 " 익명게시판 " 을 " 직장 내 신문고 " 로 육성하겠다는 야심 찬 결의를 했다. 직접 백성(평직원)의 말을 듣겠다는 소리'다.  " 사내 직원들이여, 눈치 보지 말고 편안하게 글을 올리쇼 ! " 당시 사내 커뮤니티 관계망은 오로지 실명 인증을 통해서만 글을 쓸 수 있다 보니 불만 사항이 있어도 불만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그런데 직원들은 생각보다 익명게시판에 불만을 쏟아내지 않았다. 오히려 아부가 늘었다.

 

어떤 놈은 안으로는 자주 독립을, 밖으로난 민주 번영에 이바지하겠다는 소리와 함께 조직의 강성대국을 위해서 이 한 몸 바치겠다는 말로 매조지하는  습자기 같은 간신도 있었다. 형광등 백한 개를 켜놓은 듯한 아부'는 나중에 술자리 안주가 되어 조롱을 받곤 했다.  가끔 술자리 뒷담화 타임에 불콰하던 얼굴이 불쾌한 표정으로 바뀌는 이도 있었다. 익명이다 보니 누가 누구인지 그 누가 알겠는가 ? 다음날 익명 게시판에는 " 회사 험담이나 하는 족속들 " 이라는 글이 올라오고는 했다. 우리는 불콰했던 얼굴이 불쾌한 표정으로 변했던 김 대리'를 의심했다. 어느 날이었다. 익명 게시판에 평소 마초 꼴통 면모를 보였던 닉네임 뽀로로 님이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우기는 일본을 " 쪽빠리 " 운운하며 맹렬히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당시, 한국과 일본은 독도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나는 그 글에 댓글을 달았다. " 뽀로로 님, 흥분하지 마십시요. 밑도 끝도 없이 무조건 비난하기에 앞서 독도 역사를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 뽀로로가 반론을 제기했다. " 곰곰생각하는발 님, 친일파 근성은 버리시죠 ? " 나 또한 반박 댓글을 달았다. " 뽀로로 님, 잘하면 대나무 깎아 죽창 만들 기세로군요 ! " 오고가는말풍선이 길어지자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며칠 후, 총무부로부터 메일이 하나 도착했다. 익명 게시판을 소란스럽게 만들지 말라는 경고였다. 익명 게시판'이라더니 사실은 거짓말이었다. 추적하면 다 나오는 시스템이었다. 이런, 슈발 ! 추측컨대, 나와 말싸움을 벌렸던 이는 사장이었던 모양이다. 몇 달 후 익명 게시판'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개그콘서트 << 편하게 있어 >> 는 " 공적 영역에서 사적 영역으로 이동했을 때. 송대리가 겪게 되는 곤경 " 에 대한 이야기'다.  콩트 설정을 살펴보니 김과장은 고래도 아니면서 고래인 척 고래 흉내를 내는 술고래'다. 그에게 송대리'는 일 잘하는 쎈쓰쟁이요, 믿고 의지하는 아랫사람이다. 3차는 자기 집'이다. 그는 송대리에게 말한다. " (내 집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있어 ! " 송대리 입장에서 보면 편할 리 없다. 김과장이 편하게 있어, 라고 말하는 순간 그곳은 불편한 장소가 된다. 왜냐하면 송대리와 김과장은 공적 영역에서 맺어진 관계이기 때문이다. 공적 관계인 송대리가 사적 공간인 김과장 집에 침범하는 순간 사회적 거리'는 무너진다. 윗사람과 아랫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거리'가 존재한다.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은 << 상호작용 의례 >> 에서 " 중간 계급이 사는 도심 지역에서 하위 계급이 사는 농촌 지역으로 갈수록 좌석 사이의 간격이 좁아진다 (73쪽, 아카네) " 고 지적한다. " 상위 계급일수록 접촉 금기의 범위가 더 넓고 정교하다 " 권력과 자리가 높을수록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거리'가 탄생한다. 권력과 거리는 비례한다. 백악관 청소부가 오바마와 아무리 친하다 한들 오바마에게 다가가 팔짱을 낄 수는 없다. 하지만 오바마는 청소부에게 다가가 팔짱을 낄 수 있다. 거리를 침범했으니 무례한 태도일까 ? 그렇지 않다, 오히려 오바마는 수평적 마인드를 가진 지도자'라는 칭찬을 받을 것이다. 문제는 윗사람은 아랫사람에게 허락없이 친밀감을 표현할 권리가 있지만 아랫사람은 그럴 권리가 없다는 점이다. 그게 바로 권력의 맛, 아니겠습니까 ?

 

김과장(윗사람)이 송대리(아랫사람)을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간 태도는 송대리에 대한 민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친밀감 표현이지만, 송대리 입장에서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편하게 있어, 라고 말하는 관계는 대부분 불편한 관계'다. 편한 사이는 결코 편하게 있어, 라는 말 따위는 하지 않는다. 마치 사랑하는 사이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과 같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이 존재한다. 설정에 따라 공적 공간에서는 편하지만 사적 공간 안으로 들어가면 불편해지는 관계가 있다. 개그콘서트 << 편하게 있어 >> 는 서로 친한 사이'라고 해도 공적 공간에서 느끼는 친밀도와 사적 공간에서 느끼는 친밀도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나와 말싸움을 했던 뽀로로 님은 익명게시판을 통해 온라인 야자 타임'을 도입하여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자유를 도입했지만 한계에 봉착했다. 그는 아랫사람에게 다가가 팔짱을 끼는 몸짓을 근사한 태도라 생각했지만, 막상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다가가 팔짱을 끼는 것은 용서할 수 없었던, 없었던, 없었던 것이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예의상 던지는 " 편하게 있어 ! " 라는 말에는 생략된 부분이 있다. " 편하게 있어,   도 되지만 예의는 반드시 지켜야지 ? " 인간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입 밖으로 나온 말이 아니라 입 속으로 삼긴 말(생략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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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6-14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글을 읽고 곰곰발님과 같은(?) 결론에, 같지 않은(?) 결론이군요.

저는 이와 같은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 인간 사회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입 속으로 삼긴 말(생략된 말)이 아니라 입 밖으로 나온 말이다.

저도 이 글에도 동의 합니다. ; 인간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입 밖으로 나온 말이 아니라 입 속으로 삼긴 말(생략된 말)이다.

인간 사회 관계 - 공적 영역, 인간 관계 - 사적 영역, 또는 양자를 포괄한 영역 ; 위 글의 인간 관계가 공적, 사적을 포괄한 의미라면 그것은 개인의 가치관 선택이 아닐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6-14 22:04   좋아요 0 | URL
저는 좀 프로이트적으로 생각해서 쓴 문장입니다. 물론 프로이트 이론 중 프로이트는 " 말실수 " 가 갖는 의미를 크게 보았지만, 프로이트 정신분석은 대체로 발화된 의미보다는 생략된 언어'를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이트가 이런 말을 했죠. 당신을 증오한다는 당신을 사랑한다, 라는 말이다... 이런 비스무리한 말 말이죠. 입 밖ㅇ로 나온 말은 증오한다인데, 사실 여기서 생략된 말은 사랑한다는 말이었죠. 그런 의미입니다.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