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잘 몰라 

 

 

 

 

우스꽝스러운 남자가 무대에 등장한다. 그는 연신 손으로 " 마빡(이마) " 을 친다. 사내는 자신을 골목대장 마빡이'라고 소개한다. 아하, 그래서 손으로 연신 마빡을 치는구나 ! 마빡이가 자기 마빡을 치는 행위는 자기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다. 연상 작용을 활용한 자기 PR, 영리한 셈법이다. 다음은 얼빡이'가 등장한다. 그는 팔을 힘껏 휘둘며 자기 이마를 때린다. 마빡이보다 얼빡이(김시덕 분) 행동이 더 힘들어 보인다. 그런데 얼빡이는 왜 손으로 마빡을 치며 등장하는 것일까 ? 자기 이름을 알리려면 마빡'보다는 얼굴 뺨을 때려야 하는 것 아닌가  ? 뭐, 이마도 얼굴에 속하니 그리 생뚱맞지는 않다만 !  이때 대빡이가 등장한다. 그 또한 다른 동료와는 달리 팔을 위아래로 흔들며 등장한다.

 

팔을 휘젖는 품새'가 힘차서 노동 강도로 보자면 가장 힘든 자세'다. < ~빡이 3형제 > 는 투렛증후군 환자처럼 특정 행위'를 쉬지 않고 반복하다 보니 힘들어서 쓰러지기 일보직전이다. 무대 위 바보(들)은 콩트고 나발이고 빨리 끝났으면 싶다는 속내를 솔직하게 고백한다. 관객이 박수치며 박장대소하는 것도 반갑지 않다. 시간만 연장될 뿐이니깐 말이다. 하지만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갈빡이'가 등장한다. 그 또한 의미를 알 수 없는 반복 행위를 하며 쓸데없는 말을 쏟아낸다. 관객은 웃는데 왜 웃는지는 모른다.  그냥 웃기니까 웃는다. 개그콘서트 코너 << 마빡이 >> 는 " 내용 " 이 없는 콩트'다. 상황극이 아니다 보니 줄거리'도 없다. 줄거리가 없다 보니 메시지도 없다. 하지만 관객은 빵, 터진다. 바보는 관객인가 마빡이인가 ?

 

나는 누구인가 ? 이러한 형이상학적 질문은 예수, 부처, 마호메트'만 하는 게 아니다. 달동네 골목길에서 해 질 때까지 놀던 아들이 아버지에게 묻는다. " 아버지, 나는 누구예요 ? " 아버지는 웃으며 아들에게 말한다. " 몰라서 물어 ? 나도 잘 몰라 ! 아행행해ㅎ허허햏ㅎ히햏힣ㅎ해히힣해햏ㅎ.... " 하지만 아들은 알고 있다. 나는 " 공짜/空- " 다. 이동통신 016 Na 광고다. 한국 방송 광고 역사상 가장 심오한 철학적 질문을 담고 있는 < 016 - Na > 는 (당시 한국 사회가 받아들이기엔) 지나치게 심오하고 오묘했다. 아버지가 웃자 시청자도 웃었다. 왜 ? 나도, 너도, 바둑이도, 고양이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난들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 ? 아들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던지며 놀다 오겠다고 말한다.

 

아마, 아들은 " 동쪽 " 으로 갔을 것이 분명하다. 왜 ?!  " 몰라서 물어. 사실 나도 잘 몰라 ! " 아햏햏 아버지는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냐며 아햏햏, 웃으셨지만 세상은 공짜/空자가 지배하는 세계'다. < 마빡이 > 나 < 016 광고 > 속 na는 모두 空이다. 지금 관객은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반복 행위'를 본다. 그동안 우리가 무의미'를 보거나 의식하지 못한 이유는 무의미를 볼 기회(무의미를 인식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프로이트가 위대한 점은 무의식을 발견한 것이다.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는 것은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이다. 의식은 무의식에 비하면 " 빙산의 일각 " 이다. ( 빙산의 일각'이라는 관용구 대신 남산의 팔각(정)이라는 표현은 어떨까 ? ) 인간은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의식이 통제한다고 믿지만 사실 일상 대부분은 무의식이 통제한 결과'다.  

 

불교는 無와 空을 발견한 종교'다. 아라비아숫자 < 0 > 이 인도에서 발견되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 zero " 라는 말의 어원도 인도어'에서 비롯됐다. < 0 > 은 인도어로 空을 뜻하는 " 수냐(sunya) " 다. 이 말이 아랍으로 건너오면서 시프르(sifr)가 되었고, 서양으로 건너오면서 라틴어 제피루스(zephirus) 가 되었다. 또한 숫자를 뜻하는 프랑스어 시프르(chiffre)는 0을 뜻하는 수냐'에서 따왔다. 이 정도면 숫자의 아버지는 1,2,3,4,5,6,7,8,9가 아니라 0이다. 우우, 하지 마라. 와와, 해라. 무는 힘이 세'다. 영화 << 배트맨 >> 에서 악당으로 나오는 " 조커 " 는 카드놀이에서 무소속'이다. 그는 스페이스 군단도 아니고, 다이아몬드 군단'도 아니다. 물론 하, 하하하하트 군단 소속도 아니다. 그는 독자/獨自이며 고아/孤兒다.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되고 싶었으리라. 소속이 없다 보니 계급도 없다. 스페이드 1보다 낮은 숫자'다.

 

결국 조커는 0에 가까운 존재'다. 하지만 0은 무시무시한 증식과 동시에 완벽한 소멸을 보여준다. 1 더하기 1은 2이지만, 1이라는 숫자 옆에 0이 놓이면 10이 된다.  반면 10 x 10 = 100이지만 1000000000000000000 x 0 = 0이다. " 오, 한순간에 새됐어 ! " 0은 상대가 어마무시한 골리앗이라 해도 단번에 쓰러뜨리는 힘과 지략을 겸비한 다윗이다. 블랙홀과 빅뱅 현상도 특정 대상을 0으로 나눈 결과'다. 왜냐고 묻지 마라. 우주 물리 과학자들이 그렇다면 그런 거다. 우주를 지배하는 것은 0이다. 0은 無이면서 無限( ∞ ) 이다. 영화 속 조커는, 그런 존재'다 ! 조커는 무의식'이며 무소속이고 무의미하면서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다. 나는 공짜'다. 정종철이 << 골목대장 마빡이 >> 에서 주장하듯이 na는 무서운 놈이다. 웃지 마라, 이 콩트는 무서워야 끝난다.

 

끝으로 오세훈에게 한마디 하련다. 공짜 점심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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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4-06-15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 광고 다시 보니 정말 웃깁니다. 요즘은 저런 광고가 못 나올 것 같아요.
나오게 되면 이병헌 같은 배우가 나와서 각 잡고 "단언컨대 0은 가장 완벽한 숫자입니다.." 그럴 거 가틈.

곰곰생각하는발 2014-06-16 19:02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에 남는 광고였습니다. 이 광고가 언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마빡이 유행해서 이 광고가 나왔나 ?! ㅎㅎㅎㅎ.
0은 정말 신기합니다. 두고두고 생각할 숫자입니다.

엄동 2014-06-16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폰으로는 동영상이 안보이는군요
잘계셨지요?
출근길 신호대기중에
뒤에서 받히는 바람에 일주일간 병원 신세를 졌어요
아직도 등허리가 뻐근뻐근하네요
차조심하세요 몰때도 거닐때도.

곰곰생각하는발 2014-06-17 10:40   좋아요 0 | URL
교통사고는 후유증 조심해야 한다 하는데
조심하십시요. 앞뒤 범퍼에 스프링을 달아농으세요.
튕겨나가게... 그래도 댓글 다시는 거 보니
다행이군요....

만화애니비평 2014-06-18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세훈씨 잘 있습니까? ㅎㅎㅎ

살인의 추억 송강호 씨의 대사가 생각나는군여

밥은 먹고 다니냐?

아마 밥 대신 고기를 먹지 않을까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6-18 18:38   좋아요 0 | URL
5세 아마, 어디서 대학 강의하고 있을 겁니다. 요즘 추세가 국회 떨어지면 대학으로 빠지더라고요...
보고 싶네요. 5세 훈이의 하얗고 고른 이,빨 !!!! 스마일'에 꿈뻑 죽던 유권자들......

2014-06-18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18 1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