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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장  님 ,     나  빠  요   :





 



끼니를 굶는다는 즐거움 2편



https://blog.naver.com/unheimlich1/221312166660 1편




 


                                                                  사람들은 자신이 하루에 세 끼만 먹는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먹거리가 풍부한 환경에 노출된 현대인은 화려한 스끼다시의 유혹에 노출되어 있다. 아침에는 모닝커피, 심심할 땐 땅콩이 쵝오,  점심 후에 커피 한 잔, 콜 ?   간식으로 삶은 고구마.  갈증엔 탄산음료, 퇴근 후에 회식, 집 현관문 닫고 나면 냉장고 문 열기. " 여보, 배가 출출한 데 뭐 먹을 거 없어 ? "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솔크 연구소에서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서  하루 일과 속 음식 섭취 패턴을 조사해보니, 사람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무언가를 계속 (질리도록) 먹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하루 세 끼만 먹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솔크 연구소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과체중(혹은 비만)이면서 하루에 14시간 이상 음식을 섭취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루에 10~12시간 이내에서만 음식을 먹도록 했다. 예를 들어 아침 8시에 아침 식사를 하는 사람은 최대 저녁 8시까지만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한 대상이 식사량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데 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실험군 중에는 7㎏까지 체중이 줄었다(4개월 후).  이 행동 교정을 꾸준히 지킨 사람은 1년 후에도 그 체중을 그대로 유지했다.  요요현상이 없다는 얘기다. 이것이 바로 12  : 12 단식법이다.  공복을 12시간 유지하면 그때부터는 몸속 체지방을 태우기 시작한다고 한다.  16 : 8 단식법, 20 : 4 단식법, 1일1일 단식도 이 사실을 바탕으로 한다.  16 : 8 단식은 12 : 12 원리를 바탕으로 세 끼 중 한 끼를 줄이는 방법이고, 1일1식은 12 : 12 원리를 바탕으로 세 끼 중 두 끼를 굶는 것이다.  뒤로 갈수록 체중 감량에 효과가 높다는 사실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러니까 1212 단식 방법은 지방을 태울 수 있는 최소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원리를 이해하면 그동안 저잣거리에서 떠돌던 다이어트 통설을 이해할 수 있다.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말도 따지고 보면 일찍 먹고 일찍 자라는 소리가 아닌가.  어때요. 참, 쉽죠잉 ?                        만약에 당신이 내가 출처도 불분명한 자료를 가지고 신소리한다고 타박한다면 나는 할 수 없이 졸라 아는 척을 할 수밖에 없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셰일러는 이런 신소리를 했다. " 뭘 먹든지 잔소리 안 할 테니깐, 12시간 이내로만 드셔셔셔셔셔셔셔셔셔 ! "  음식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제한하라는 소리이다. 그리고 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제프리 홀(Jeffrey C. Hall) 미국 메인대학 교수, 마이클 로스배시(Micheal Rosbash) 브랜다이스대학 교수, 마이클 영(Michael W. Young) 록펠러대학 교수는 모델 동물인 초파리를 통해 낮과 밤의 24시간 주기로 나타나는 일주기성 유전자들의 작동 메커니즘을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 수상의 영예를 얻었다. 그들은 이런 주장을 한다.

" 먹고 자는 것은 몸속 생체시계의 하루 리듬에 맞춰야 건강합니다. 낮에 깨어 움직일 때만 먹으면 살 안 찝니다. 나.... 노벨의학상 받은 사람입니다. 허허허 ! "  병에 걸린 환자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두메산골에 흙집을 지어 살다 보니 나중에 건강을 되찾았다는 서사의 행간은 자연과 인간의 생체시계를 동조화시켜야 건강한 삶을 획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기가 없다 보니 해 뜨면 아침 먹고, 해 지기 전에 저녁 먹고, 일찍 잠을 자는 습관이 병을 치유한 것이다.





이 도표를 쉽게 설명하자면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몸속 오장육부가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저녁 6시부터 아침 6시까지는 오장육부에게 휴식을 줘야 한다는 소리'다. 건강한 고용주 밑에서 일하는 오장육부는 저녁 6시에 퇴근해서 아침 6시에 출근하는 몸속 노동자'다. 노동자인 내가 주장하는 것은 간단하다. " 오장육부에게도 저녁이 있는 삶을 ! "  만약에, 고용주인 당신이 고용인인 오장육부 노동자를 저녁 6시가 지났는데도 퇴근시키지 않은 채 날마다 밤 12시까지 일을 시킨다면 당신은 악덕 사장이다.  성인병 증상은 당신이 오장육부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악덕 사장이라는 증거'이다. " 사장님, 나빠요 ! "

그런데 21세기에 유행하기 시작한 간헐적 단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옛사람들이 실천하는 식습관이었다. < 끼니를 굶는다는 것 - 1편 > 에서 지적했듯이 우리 조상은 하루에 두 끼'만 먹었는데 시간은 주로 해 뜨면 아침식사를 하고 해지는 즈음에 저녁을 먹었다. 그러니까 여름에는 아침 6시 ~ 저녁 6시 사이에 두 끼를 해결하고 저녁에는 아침 8시 ~ 저녁 8시 사이에 두 끼를 해결했다는 소리'다. 12 : 12 단식법인 셈이다. 이것이야말로 자연의 생체주기와 인간의 생체주기를 일치시키는 방법인 것이다.  반면 서양에서는 주로 아침은 거르고 점심과 저녁을 먹었다. 이 식사법은 16 : 8 단식법에 가까웠다.

위 도표를 보면 오후 12시 ~ 오후 6시 사이가 최적의 몸 상태'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때는 오장육부가 철근도 씹어먹을 만큼 힘이 왕성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16시간 간헐적 단식과 24시간 간헐적 단식은 이 시간 안에 진행되어야 효과가 높다. 들어가는 입말이 길었다. 요리로 치자면 지금까지의 글은 스끼다시인 셈이다. 메인요리는 강렬하고 단순한 문장 맛으로 끝내겠다. 결론은 이렇다 : 낮술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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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6 16: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06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7-06 2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잡곡밥을 먹으면 점심에 밥 생각이 나지 않아요. 쌀밥을 먹었던 시절에는 아침에 많이 먹어도 점심이 오기 전부터 허기를 느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7-06 21:57   좋아요 0 | URL
1212단식법은 체중 감량은 할 수 없습니다. 12시간 공복부터 서서히 체지방을 없애는데 12시간 공복 후에 식사를 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더이상 살을 찌게 만들지는 않는, 가장 기본적인 공복 상태입니다. 그러니까 1212만 잘 지켜도 요요현상은 없다는 결론.. 입니다.

syo 2018-07-07 1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발님의 열정적이고도 과학적잉 1일1식 전도는 정말 읽을 때마다 실제로 전도가 되는데도 불구하고 전 왜 막상 실행을 못할까요.....

아, 눈물 살짝 났어. -_ㅜ

곰곰생각하는발 2018-07-07 16:07   좋아요 0 | URL
이건 정말 제 자랑을 좀 하자면 100% 이타적 마음으로 쓴 글입니다. 시민들이 하루빨리 다이어트의 고통에서 해방되었으면 합니다..


쓱쓱( 눈물 닦아주며 ).. 울지 마, 울지 마 !, 울지 마 !
 

 

 

 

 

 

 

 

 

 

 

 

 


 

​                                        

 

그녀에게  몽테뉴를  권한다  :



 


 



끼니를 굶는다는 즐거움





 

                                                                                                        몽테뉴는 16세기 인간이었지만 사실은 " 인류 최초의 20세기 인간 " 에 가까웠다. 그는 신이나 왕(권력)에게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가진 " 관종 " 이었다. 몽테뉴는 몽테뉴를 메뉴(글감) 삼아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 라이프 스타일 " 을 창조한 최초의 현대인이었다. 그의 라이프 스타일을 살짝 엿보기로 하자.




    나는 낮에는 잘 수가 없다. 식사시간 사이에는 아무런 간식도 먹지 않으며, 새벽에는 조반을 먹지 않는다. 저녁을 먹은 후에 어느 정도의 시간―약 세 시간―이 지나지 않으면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 나는 단지 밤 휴식시간 전에만 동침을 하며, 서서는 하지 않는다. 나는 땀이 잘 배는 물건은 쓰지 않는다. 나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순수한 물과 순수한 포도주는 마시지 않는다. 나는 모자를 쓰지 않고는 외출하지 않는다. 그리고 식사 후에는 머리를 깎지 않는다. 장갑을 끼지 않는 것은 속옷을 입지 않고 나가는 것처럼 곤란한 일이고, 식사 후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씻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이며, 침대 위와 앞의 휘장이 없어도 그럴 것이다. 마치 이 모든 것들이 꼭 필요한 물건인 것처럼.

 

보셨는가 ?  위대한 몽 씨는 이토록 시시콜콜한 인간이었다. 독자 입장에서는 그가 간식을 먹든 안 먹든 " 안물안궁 " 이지만, 이 시시콜콜해서 쓸데없는 소리처럼 들리는 것들이 모여서 최초의 " 라이프 스타일 " 이 만들어졌다. 내가 << 수상록 >> 에서 주목한 대목은 " 새벽에는 조반을 먹지 않는다 " 는 문장이다.  서양에서는 원래 아침을 먹지 않았다. 물론 예외는 있었다. 힘든 농사일을 하기 위해 칼로리를 충분히 섭취해야 하는 빈민층은 농사철에는 아침을 먹곤 했다. 그렇기에 조반(아침 식사)은 몸이 허약하여 영양 공급이 필요한 어린이, 노인, 병자나 육체노동자들이나 먹는 것

이라는 생각 때문에 일반인은 아침을 먹지 않았다(설령, 먹는다 해도 사람들에게 아침을 먹는다는 사실을 털어놓지 않았다. 왜 ? 쪽팔리니까). 헤더 안트 앤더슨의 << 아침식사의 문화사 >> 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아침을 먹는 것은 힘든 농사일을 하기 위해 칼로리를 충분히 섭취해야 하는 빈민층을 의미하기도 했다. 이는 아침식사를 일부에게나마 허락할 수 있는 근거였다. 하위층 농민과 육체노동자들은 고된 노동의 첫 몇 시간을 버텨 낼 에너지가 필요했으므로, 이들에게는 아침식사가 허락되었다. 또 어린이나 노인, 병자처럼 몸이 약해서 한낮의 식사 때까지 참고 기다리기 힘든 사람들은 죽 한 그릇으로 속을 채울 수 있었다. 결국 이유가 무엇이든 아침을 먹는다는 것은 비웃음을 사는 일이었다.


즉, 옛날 서양인은 가벼운 점심과 그보다 조금 더 충실한 저녁 만찬을 즐겼으니 요샛말로 " 16시간 간헐적 단식 16시간 금식 후 8시간은 먹는 방법(아침을 굶고 점심과 저녁만 먹는 방법)  " 을 생활화한 부류였던 것이다. 몽테뉴가 식사 시간 이외에는 아무런 간식도 먹지 않는다고 말한 것을 보면 그는 간헐적 단식을 철저하게 지킨 21세기 간헐적 단식 전도사였다. 몽테뉴라는 위대한 간헐적 단식 전도사'가 있다고 해서 프랑스를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는 조선시대 간서치 이덕무가 있었으니까 !   도서관에서 책 구경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 청장관전서, 13권 >> 은 금은보화'였다.

이덕무는 조선의 몽테뉴이자 스티븐 킹'이며 빅토르 위고, 루쉰, 도스토옙스키였다. 그의 문장과 내용은 배운 자와 (권력을) 가진 자'만이 쓰고 해독할 수 있는 문체에서 벗어나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잡문이었다.  또한 계룡산에서 뜬구름이나 잡는 공자, 맹자'가 아니라 꽃, 지네, 빵 얘기를 하니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뒤늦은 후회이지만 지금은 절판되어 품절된,  솔출판사에서 출간한 13권짜리 << 청장관전서 >> 를 사두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는 중이다. 내가 이 책에 대해 흥미를 가지기 시작한 이유는 " 쓸데없는 소리 " 를 잘한다는 데 있다.

지네가 닭을 산 채로 잡아먹는 방법과 카스테라 빵 만드는 요령도 나온다. 나는 이 쓸데없는 소리'가 좋다. 이덕무는 << 청장관전서 >> 에서 백성들은 하루에 평소 두 끼만 먹는다고 적는다. 내가 이 문장을 또렷이 기억하는 이유는 삼시 세 끼 신화에 어긋난다는 데 있다. 곰곰 생각하면 삼시 세 끼 신화는 허구다. 식사를 뜻하는 " 조석 " 이라는 단어가 朝 : 아침 조와 夕 : 저녁 석'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옛 조상은 오래전부터 두 끼만 먹었던 것이다. 생명사상가 다석(多夕) 유영모는 " 하루 세 끼 음식을 먹는 것은 짐승의 식사법이요, 두 끼는 사람의 식사이고, 한 끼 음식이 신선의 식사법이다. " 라고 말했다. 그의 호 다석(多夕)은 세 끼를 한 끼에 몰아서 먹는다는 뜻이다. 폭식의, 과식의, 몰빵의 선구자인 셈이다. 이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날에는 하루에 두 끼만 먹었다. 거칠게 말하자면   :   삼시 세 끼가 영양학적으로 건강한 식습관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비만을 조장하는 산업(먹거리, 의료, 다이어트 분야)에 봉사하는 좆문가1)다. 소비가 중심이 된 자본주의 체제에서 desire가 곧  needs이자 goods이다.

어제 유튜브에서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의 일상 다이어트 식단을 엿보았다. 아침은 다이어트 저칼로리 식단, 아침 먹고 후식으로 과일, 아침과 점심 사이에 견과류로 간식, 점심은 다이어트 저칼로리 식단, 후식으로 과일, 점심과 저녁 사이에 저칼로리 간식, 저녁은 다이어트 저칼로리 식단, 후식은 과일 몇 점, 저녁 간식은 없어요. 저녁 늦게 먹으면 살찌니까요. 호호호.                  맙소사 !  나는 그 영상 밑에 댓글을 달았다. 당신에게 몽테뉴의 수상록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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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개척사를 보면 미국은 19세기까지도 두 끼 문화가 정석이었다. 두 끼 문화에서 세 끼 문화로 발전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담당한 것은 켈로그'였다.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드라이 시리얼 문화가 본격적으로 정착한 50년대부터 미국 비만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  영양학의 전문가들은 항상 결식이 과식의 주범이라며 비만의 원흉이라고 지적하지만 < 두 끼 시대 > 와 < 세 끼 시대 > 중 비만 인구가 더 많았던 시절은 언제였나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소비 사회의 핵심은 과소비'다. 먹거리 산업 입장에서 보면 두 끼'보다는 세 끼가 유리한 시장'이다. 다이어트 산업도 마찬가지다. 다이어트 산업은 고객의 체중을 감량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비만 인구가 증가해야 먹고 살 수 있는 산업이다. 세 끼로 몸을 불리고 헬스로 살을 빼십시오. 의료 산업은 ?  영양 과잉으로 인해 생기는 성인병이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세 끼로 병을 키우고 약으로 치료하십시오. 이들은 모두 세 끼 문화가 정착되어야지만 번성할 수 있는 산업이다. 현대인의 피곤은 결국 굶주림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많이 먹었을 때 발생한다. 굶으면 기운이 없다는 소리는 거짓말이다. 배가 부를수록 기운이 없다. 오히려 허기는 힘을 돋운다. 살찐 사람과 날씬한 사람 중에 누가 더 기운 없다는 소리를 자주 하는가. 권투선수는 링 위에 오를 때 살인적인 감량 과정을 거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평생 일일일식을 실천했던 유영모, 함석헌, 칸트는 모두 장수했다. 유영모는 91세, 함석헌는 90세, 칸트는 80세까지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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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7-04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에이모 토울스의
<모스크바의 신사> 주인공 로스토프 백작이
대부가 남긴 몽테뉴의 수상록을 고군분투하며
읽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7-04 11:07   좋아요 0 | URL
작가가 몽테뉴 수상록을 비중 있는 소품으로 사용합니다. 재미있어요..

2018-07-04 1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7-04 12:23   좋아요 1 | URL
어제 본 다이어트 일상 영상 보니 그분은 자신이 너무 적게 먹고 있다고 생각하더군요. 깜놀했습니다... ㅎㅎㅎ

전세환 2018-07-04 15: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아침 점심만 먹고 굶고 있었는데 이글보니 점심 저녁이 더 괜찮은 것 같네요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8-07-04 15:36   좋아요 0 | URL
서양에서 삼시세끼를 먹기 시작한 때는 산업혁명 때문입니다. 그전에는 점심, 저녁이었으니 16시간 간헐적 단식을 주우우우욱 해왔던 거죠.

수다맨 2018-07-06 1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흔히 정조는 오늘날 개혁군주로 알려져 있지만 문예 분야에 있어서는 수구적이고도 반동적인 면모(문체반정)를 보여주었던 위정자였지요.
위에서 이덕무 얘기가 나와서 생각나는 일화인데, 이덕무는 외적에 대비하는 실무적 방도들을 설명한 상소를 정조에게 올렸던 적이 있다고 합니다. 정조는 이덕무의 상소를 읽고 내용은 호평하나, 연암 박지원의 영향을 받은 불순한 문체(곰곰발님께서 말씀하신 잡문)를 쓰고 있다면서 크게 책망을 하지요. 결국 이덕무는 패관체의 문장을 썼다는 이유로 정조에게 자송문自訟文을 지어서 바치게 되는 곤욕을 치릅니다.
그러나 좋은 글들은 결국 시대의 억압에서 벗어나, 시간의 지층을 뚫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그 진가를 발휘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조의 통치 하에서 집필된 복고적/반시대적인 글들은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것이 별로 없지만, 박지원과 이덕무의 글들은 여전히 널리 읽히고 있으니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7-06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체반정 아시는군요. 저도 이거 알면서 좀 웃기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유교 사회에서는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참견했구나 싶습니다..이덕무 시간나시면 꼭 읽어보십시오. 훌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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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전 ,    두   번 째     리 뷰   :




 



쪽은 팔 수 없습니다 !


                                                                                                        서당 개 삼 년에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이 있다. 마찬가지로 극장에서 삼십 년 영화를 보다 보면 자막 없이도 대충 영화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장르의 법칙에 익숙해지다 보면 돌아가는 꼴을 대충 지레짐작할 수도 있다. 궁예의 후예가 되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수준에 다다르게 되는 것이다. 남들이 주먹 불끈 쥐고 괄약근 꽉 조이며 영화 속으로 빠져들 때 당신은 웃으면서 코를 판다면....... 진정한 달인'이다. 앗, 블루스 윌리스가 귀신이었어 !                            경악, 충격, 공포에 술렁거릴 때 당신은 방귀 뀌며 hahaha !  극장에서 괄약근을 조이는 짓은 하수나 하는 일, 고수는 항상 괄약근을 푼 채 영화를 즐긴다. 영화 << 독전, 2018 >> 에서 감독이 관객에게 이선생, 누구게 ? _ 라는 떡밥을 던졌을 때 어느 정도 느와르라는

장르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5분 안에 이선생이 누구인지 인지했을 것이 분명하다. 이 영화가 때깔은 훌륭하나 개성 있는 색깔을 선보이는 데에는 실패한 이유이다. 만약에 당신이 영화 결말부에 이선생 정체가 폭로되었을 때 경악, 충격, 공포에 휩싸였다면...... 진정한 쪼다'다. " 이선생 " 은 누가 봐도 << 유주얼 서스펙트,1995 >> 의 카이저 소제'다. 영화 << 유주얼 서스펙트 >> 에서 " 카이저 소제 " 가 관객을 속이기 위한 맥거핀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을 계산한다면,  << 독전 >> 에서 케빈 스페이시 역할을 누가 담당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답은 나온다. 이런 영화는 서술보다는 진술(자)을 유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그렇기에 이 영화 시나리오는 시나브로 산으로 간다.  선장이 산 정상에 올라 " 이 산이 아닌가벼 ! " 라고 넋두리하는 것은 배부른 소리다. 다만, 이 영화의 때깔만큼은 죽여준다. 미술, 편집, 음악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다. 무엇보다도 이 때깔에서 6할 정도는 영화음악을 담당한 달파란 몫으로 돌려도 좋다. OST, 죽여준다. 누군가는 줄거리는 허접한데 지나치게 " 가오 " 만 잡는 영화라고 비판하는 이도 있으나,  나는 이 때깔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이 영화는 느와르라는 형식을 빌렸으나 사실은 조폭영화의 변용에 가깝다. << 넘버 쓰리 >> 가 코미디라는 형식을 빌려 세태를 풍자한 이후

한국영화에 특화된 장르로 발전한 조폭영화는 코미디와 가족 드라마를 껴안으면서 한때 번성했으나 지금은 쇠락을 거듭한 결과 느와르라는 장르를 끌어들여서 다시 한 번 재기에 성공한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느와르 영화이면서 동시에 조폭영화 장르이다. 양아치에게 " 가오 " 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이다.   양아치는 짝은 팔아도 쪽은 함부로 안 판다. 그렇기에 << 신세계, 2013 >> 에서 정철(황정민)은 칼빵에 몸부림치면서도 호기롭게 외친다. " 드루와, 드루와 ! "  가오'란 그런 것이여, 브라더.    그 맛에 불알후드들은 조폭영화를 보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조폭영화가 느와

르라는 장르를 선택하면서 BL(BOY LOVE)를 끌어들인다는 점이다. 그 정점이 바로 밤꽃 향기 작렬하는 << 불한당, 2017 >> 이다. 이 영화는 밤꽃 냄새도 밤꽃 향기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리고 성소수자였던 감독이 만든 << 독전 >> 도 불알후드들의 멜랑꼴리한 핏빛 서정을 담고 있다. 끝으로 << 독전 >> 에서 흘러나왔던 곡, 하나 걸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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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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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 스 크 바 의   신 사   : 



 

킹스맨의 이토록 미니멀한 라이프 스타일



 

정오까지 잠을 잔 다음에 누군가를 시켜 쟁반에 받친 아침 식사를 가져오는 것. 약속 시간 직전에 약속을 취소해버리는 것. 한 파티장의 문 앞에 마차를 대기시킴으로써 얘기만 하면 즉시 다른 파티장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것. 젊었을 때 결혼을 피하고 아이 갖기를 미루는 것. 이런 것들이야말로 최고의 편리함이에요. 안나. 한때 난 그 모든 걸 누렸었죠. 그런데 결국 나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불편함이었어요(555쪽)

 

- 모스크바의 신사 中, 에이모 토올스​ 

 






 

 





에이모 토올스 장편소설, 모스크바의 신사. 2016, 2017, 2018년 가장 많은 미국 독자를 사로잡은 책. << 뉴욕타임즈 >> 58주 베스트셀러, 버럭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추천 도서, 아마존 굿리즈 선정 올해의 책 !  책을 두른 띠지 광고 문고'다. 띠지 특성을 고려하면 반은 믿고 반은 의심하라. 하지만 이 소설을 끝까지 다 읽고 나면 띠지의 과장 광고를 어느 정도 신뢰하게 된다( 경고 : 새끈빠끈하며 하드바디적인 프리즌 브레이크를 상상한다면 번지수가 틀렸다).

소설은 우아하고 정중하며 깊이 있다. 읽던 책을 잠시 덮고 나서 강원도 소녀 집에 전화를 걸었다. 그녀 이름은 오제미 씨'다. 재미네죠. 재미있나요 ?  재미있다고요 ?!  오, 재미있네.                    그렇다. 이 소설은 재미도 있다. 독자 여러분을 위해 잠시 소설 속 주인공 이름 정도는 소개하고 가자. 이분이 누구시냐면 " 성 안드레이 훈장 수훈자이며 경마 클럽 회원이고 사냥의 명인이시며 << 그것은 지금 어디 있는가 ? >> 라는 프롤레타리아를 고무 찬양한 위대한 시집을 낸 시인인 일렉산드로 일리치 로스토프 러시아 백작 " 이다. 굳이 백작이라는 작위와 칭호를 뺀다 해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통성명만으로도 그의 신분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수식이 길다는 것은 향기 나는 족속이란 뜻이다. " 통성명 합시다. 나, 황만근이오 ! " 밑도 끝도 없이 잘라낸, 시적 간결함을 유지한 이 통성명에 비하면 로스토프 백작의 통성명은 얼마나 화려하고 고상한가. 하지만 볼셰비키는 혁명에 성공했고 왕의 목은 땅에 떨어졌다. 시대가 바뀐 것이다. 인민이 주인인 세상이 열린 것이다. 로스토프 백작은 그가 머물고 있던 메트로폴 호텔에 갇히게 되는 < 호텔 연금 종신형 선고 > 를 받는다. " ...... 살려는 줄게. " 이런 뉘앙스'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 절대 착각하지 마시오. 만약 당신이 한 걸음이라도 메트로폴 호텔 바깥으로 나간다면 당신은 총살될 테니까. "  

소설은 그 후( 1922 ~ 1954 ) 를 다룬다. 화려한 호텔에 갇힌 종신 연금 생활자의 수감 기록인 셈이다. 이쯤 되면 우리는 성 안드레이 훈장 수훈자이시며 경마 클럽 회원이시고 사냥의 명인인 일렉산드로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이 감쪽같이 호텔을 탈출하는 탈옥극 서사를 예상하지만 " 성안드레이훈장수훈자이시며경마클럽회원이시고사냥의명인이며프롤레타리아를고무찬양한위대한시집을낸시인이신 일렉산드로일리치로스토프백작 " 은 예상을 뒤집고 이 몰락에 대해 순응한다. 만연체를 사용하던 작가가 말년에 간결체를 받아들이듯이,  스위트룸에서 쫒겨나 좁디좁은 다락방으로 옮긴 백작은 생활하는 데 꼭 필요한 물건 몇 개만 챙긴다.

그는 이 호텔에서 대부분을 " 웨이터 로스토프 씨 " 로 생활한다.  화려한 수식을 버리고 시적 간결함을 획득한 것이다. 이 과정이 이 소설을 흥미롭게 만드는 대목이다. 이 소설에는 매우 상징적인 행위가 등장한다. 로스토프 백작은 몽테뉴의 수상록을 탁자 수평을 맞추기 위한 받침대 따위로 사용한다. 이 행위가 상징하는 것은 명백하다. 로스토프 백작은 " 몽테뉴적 인간 " 이 아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그는 몽테뉴 대신 톨스토이 책을 받침대로 사용한다. 그리고는 << 수상록 >> 을 다시 읽는다. 그것은 로스토프 씨가 이제는 몽테뉴적 인간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테뉴는 우리 시대 최초의 동시대인'이다. 인간은 몽테뉴 이전과 몽테뉴 이후로 나뉜다. 전자가 중세적 인간이라면 후자는 현대의 정신적 인간이다. << 수상록 >> 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몽테뉴가 " 라이프 스타일(life style) " 을 창조(혹은 발명)한 최초의 유럽인'이라는 사실이다. 주인공은 귀족에서 인민으로, 그리고 백작에서 웨이터로 항로를 변경했으나 그는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버리지는 않는다. 에티켓(매너)은 한때 귀족이었던 그의 훌륭한 무기'가 되었다.   Manners maketh man.  매너가 신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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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7-01 2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읽어 보려고 금요일 오밤중에 서둘러서
주문장을 날렸지만, 당일배송 90% 확률이라던
책배송은 터미널 어딘가에서 오후 1시 36분에 멈춰
버렸습니다. 책을 주말에 못 받아 보게 된다는 사실
에 빡쳐 램프의 요정에 항의를 해볼까도 싶었지만,
애먼 택배 기사님을 잡을까봐 그만 두었습니다.

그렇게 가는 거죠 뭐. 당일배송 따위는 기대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순 거짓말이니깐요. 그런 거짓말
에 속은 사람은 빙신이지요.

그리하여 대신 하는 수 없이 크리스티안 크라흐트
를 읽었는데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그나저나 로스토프 백작의 연금과 호의호식은 히
틀러의 졸개들이 볼셰비키들의 적도를 위협하던
1941년 겨울에도 여전히 유효했는지 궁금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7-01 23:56   좋아요 1 | URL
네에. 역사소설에 방점을 둔 영화는 아니기에 간단하게 묘사하고 지나갑니다.
소설 속에서 친구가 말하죠. 자네는 호텔에 갇힌 것을 두고 비극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밖은 지옥이고 여기가 천국이라네.. 뭐, 이런 뉘앙스로 말을 합니다.
이 호텔은 지금도 모스크바에 있다고 합니다..
호텔에 생각보다 굉장히 커요...

배송이 늦어지는 까닭은 아마도 날씨 때문이겠죠. 책은 역시 주말에 도착해야 제맛인데 말입니다..ㅎㅎㅎ

라로 2018-07-02 1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럭 오바마~~ㅎㅎㅎㅎㅎㅎㅎㅎㅎ 하튼 곰발님은 기발하셔!!ㅎㅎㅎㅎ
저도 이책 읽었는데 번역이 되었나봐요???
전 좋았어요. 이정도면 곰발님도 좋았다는 거죠???(꼭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단순녀;;;;)

곰곰생각하는발 2018-07-02 13:45   좋아요 0 | URL
네에. 저는 좋았습니다. 그나저나 라로 님 저의 깨알 같은 위트를 정확히 아시는군요.. ㅎㅎㅎ

2018-07-02 1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8-07-02 14:14   좋아요 0 | URL
당근이죠~~~제가 자칭 곰발님 왕팬인데 그정도는 되어야죵~~~.^^;;;

2018-07-02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 가 가 는   주 먹 질 에    불 타 는   사 랑   :




 



    영화, 독전 2018







 


                       

 < 거울 앞에 선 당신 > 이라는 제목으로 영화 << 달콤한 인생 >> 에 대한 리뷰를 작성한 적이 있다. 코미디를 중심으로 한 한국형 조폭 영화 장르가 흥이 쇠하자 그 대안으로 느와르를 끌어들인 영화'다. 외형은 느와르이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코미디로 우려먹은 조폭영화'를 느와르라는 장르로 변용한 것이다.  내가 이 영화에서 주목한 대목은 보스(김영철)과 선우(이병헌)의 동성애 코드'였다. 하드코어 러브 라인'이라고나 할까 ?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감정은 사랑에 눈이 먼 " 질투 " 다. 여자 희수(신민아)는 두 남자를 파괴하게 만드는 팜므 파탈 역'이다. 느와르 장르에서는 검열을 피하기 위해서 동성애를 의리(믿음), 충성심, 복수심 따위로 치환하는 경우가 많다. 불알후드는 사랑이라는 말을 하지 못해 의리, 의리, 의리를 외친다. 사실, 남녀를 불문하고 모든 사랑은 싸움에서 싹트는 것이 아닌가. 로맨틱 코미디가 서로 꼴도 보기 싫은 두 남녀가 티격태격 싸우다가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는 장르라면, 현대 느와르는 두 남자가 주먹질을 하다가 성감대에 눈뜨는 장르다. 이들에게는 주먹이 성감대요, 주먹질이 섹스'다.

내가 한국형 느와르 조폭 장르 영화 << 달콤한 인생 >> 이 동성애 코드를 숨기고 있다고 주장했을 때, 그 말을 제대로 듣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최근의 느와르 영화인 << 불한당 >> 과 << 독전 >> 에 흐르는 야리꾸리하고 멜랑꼴리하며 제대로 어쭈구리한 분위기를 경험한 관객들은 내 주장이 꽤나 설득력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간파했을 것이다. 느와르 장르는 밤꽃 향기 작렬하는 다 큰 수컷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라캉의 거울단계를 통해서 자아를 인식하고 난 후, 이제 막 남근기에 접어든 얼라들의 판타지'다. 얼라(♂)는..... 고추에 관심이 아주 많답니다아.

그래서 느와르 장르 영화는 유독 자기 모습을 반사하는 거울 이미지에 집착한다. << 달콤한 인생 >> 은 온통 반사되는 것투성이'다. 선우는 밤 유리창 앞에서, 대리석으로 장식한 기둥 앞에서, 바닥에 깔린 반짝거리는 물성 앞에서 항상 자신의 모습을 본다. 그것은 프로이트가 말한 " 근원적 나르시시즘 " 이요, 라캉이 재해석한 " 거울단계 " 이다. 선우는 사방이 거울인 공간에 갇힌 주인공이다. 그들이 반짝거리는 것투성이 앞에서 응시하게 되는 것은 블랙 아르마니 슬림핏 수트 입은 남근이다. 매혹된다. 아따, 좆나 멋져부러.  그렇다면 왜 매혹과 남근은 떼래야 뗄 수 없는 젖은 땔감과 같은 관계일까 ?





아아, 거울 앞에 선 당신


 


                                                                                                 드라큘라는 목이 잘리거나 가슴에 말뚝이 박히지 않는다면 불로불사하는 존재'다. 때가 되면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진 인간이 보기에 때가 되도 죽지 않는 운명을 가진 드라큘라는 이상한 존재가 아니라 이상적 존재'다. 그가 불로불사하는 데에는 거울에 자기 모습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드라큘라는 거울 - 이미지가 없다.

그는 단 한번도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한 자'다. 혹은 볼 수 없는 자'다.      볼 수 없음, 이 가혹한 맹목이 그에게 영생을 준다. 드라큘라는 눈먼 자'다. 그리스 신화에서 거울 - 이미지는 " 대상과 정면으로 마주할 때 " 발생하게 되는데 < 보는 행위 > 는 상실이나 죽음의 오브제로 작동한다. 주신(酒神)인 디오니소스(바쿠스)는 " 다시 태어난 자 " 라는 뜻이다.  다시 태어났다는 말은 곧 죽은 적이 있다는 의미이다.  디오니소스가 거울에 반영된 자기 모습에 홀려 방심한 사이,  티탄이 그를 갈가리 찢어 죽이게 된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디오니소스는 거울 - 이미지 때문에  죽었다.

디오니소스와 똑같은 운명을 가진 자가 바로 나르키소스와 메두사'다. 나르키소스는 물에 비친 반영을 보다가, 메두사는 페르세우스의 방패에 비친 반영을 보다가 죽는다. 셋은 모두 거울 - 이미지에 반사된 상(象)에 매혹된 자들이다. 그들은 거울을 통해 자신의 정면을 응시한다.  매혹을 뜻하는 fascination이라는 단어는 라틴어 fascinus와 관련이 있는데 fascinus는 발기된 음경'이라는 의미이다.  그들이 거울을 통해 본 것은 모든 성감대로 몰려있는 쾌락-몸'인 성기'다. 소크라테스는 " 너 자신을 알라 " 고 말하지만,  그리스 신화 - 서사'는 " 너 자신을 알면(보면) " 죽는다고 경고한다.

거울 속에 비친 상(象)은 위험한 욕망이다. 라캉은 디오니소스의, 나르키소시의, 메두사의 자기 환시'를 대상 소문자 a 로 해석한다. 인간은 a를 얻기 위해 다가가지만 막상 움켜쥐는 순간 죽음에 이르게 된다.  김지훈 감독이 연출한 << 달콤한 인생, A Bittersweet Life, 2005 >> 은 자신을 정면에서 응시한 자의 몰락을 다룬 영화'다. 조폭 사회는 불알후드(brotherhood)의 세계'다. 그곳은 동성애적 공간이기도 하다. 거칠게 다루는 하드코어 러브인 셈이다.  강 사장(김영철 분)과 선우(이병헌 분)는 유사 부자 관계이며 사제 관계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연인 관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연인 관계라기보다는 선우가 강 사장을 짝사랑하는 것처럼 보인다. 혹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권력을 향한 " 자리싸움 " 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 사랑싸움 " 인 것이다. 선우가 자신의 동성애를 인식하게 되는 시점은 희수가 방송국에서 첼로를 연주하는 장면에서다. 그는 방송국 녹음실 안에서 유리 부스(booth) 너머 희수가 연주하는 모습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그동안 대상(희수)을 흘깃 곁눈질로 쳐다보기만 했던 그가 희수를 정면에서 오랫동안 응시하는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내가 주목한 부분은 선우와 희수 사이에 놓인 유리라는 " 거울 - 이미지 " 로써의 물성(物性)이다. 이 장면은 선우가 타자를 응시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디오니소스처럼, 나르키소스처럼, 메두사처럼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응시하고 있다. 

선우는 비로소 깨닫는다.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은 희수가 아니라 강 사장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는  자신이 여성성을 가진 " 바텀(bottom) " 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희수는 선우의 욕망이 투사된 거울 - 이미지이다.  바텀인 선우는 희수처럼 탑인 강 사장에게 사랑을 받고 싶은 것이다.  영화 << 달콤한 인생 >> 은 거울(자기 모습을 반사하는 것)에 대한 집착을 보여준다.  호텔 바 내부는 " 거울  이미지 " 로 이루어져 있다.  내부는 온통 반사되는 것투성이'다. 선우는 호텔 바 어디에 서 있어도 반사된 자신을 볼 수 있다. 그는 밤이 스며든 유리창에 비친 자신을 보며 황홀해 한다.

이 자기애'는 영화의 주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가 사랑하는 대상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다. 자기애의 본질은 동성애'이니까.  이처럼 이 영화는 자기 반영에 대한 황홀경을 다룬다.  선우가 늦은 밤, 어둠이 깃든 유리 벽을 보며 샤도우 복싱을 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거울을 보는 자,  죽는다.   영화 << 달콤한 인생 >> 은 잘 만든 느와르이면서 동시에 잘 만든 동성애 영화'다 ■

 



영화 << 독전 >> 은 원호(조진웅)와 락(류준열)의 러브라인을 다룬다. 주먹은 거친 사내들의 성감대요, 주먹질은 섹스'다. 오고가는 주먹질에 싹트는 사랑. 이 영화에서 유심히 살펴보아야 하는 대목은 프로덕션 디자인(미술디자인)이다. 이 영화는 << 달콤한 인생 >> 과 마찬가지로 반짝거리는 것투성이로 구성되어 있다. 거울 단계에서 벗어나 남근기에 다다른 주요 관객층을 겨냥한 서비스'다. 사춘기와 거울,  떼래야 뗄 수 없는 젖은 땔감 같은 관계가 아니던가. 이런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은 모두 멋진 갑바'로 관객을 매혹시킨다. 봤냐, 내 갑바 !  영화 << 독전, 2018 >> 은 외양은 훌륭하나 아쉽게도 깊이는 없다.

삐까뻔쩍, 반짝거리기는 하나 깊게 파고드는 통점은 부족하다. 그것은 불알후드의 불꽃 튀는 케미'가 실패한 탓이다. 하지만 어떠랴.  이제 막 남근기에 접어든 얼라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에는 성공한 영화'다. 훌륭한 연기라고는 할 수 없으나 비주얼만큼은 훌륭한 류준열의 날카로운 턱선이 당신의 심장을 베어버리리리. 독전의 영어 제목 << Believer >> 는 마치 << Belover(beloved) >> 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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