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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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스 크 바 의   신 사   : 



 

킹스맨의 이토록 미니멀한 라이프 스타일



 

정오까지 잠을 잔 다음에 누군가를 시켜 쟁반에 받친 아침 식사를 가져오는 것. 약속 시간 직전에 약속을 취소해버리는 것. 한 파티장의 문 앞에 마차를 대기시킴으로써 얘기만 하면 즉시 다른 파티장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것. 젊었을 때 결혼을 피하고 아이 갖기를 미루는 것. 이런 것들이야말로 최고의 편리함이에요. 안나. 한때 난 그 모든 걸 누렸었죠. 그런데 결국 나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불편함이었어요(555쪽)

 

- 모스크바의 신사 中, 에이모 토올스​ 

 






 

 





에이모 토올스 장편소설, 모스크바의 신사. 2016, 2017, 2018년 가장 많은 미국 독자를 사로잡은 책. << 뉴욕타임즈 >> 58주 베스트셀러, 버럭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추천 도서, 아마존 굿리즈 선정 올해의 책 !  책을 두른 띠지 광고 문고'다. 띠지 특성을 고려하면 반은 믿고 반은 의심하라. 하지만 이 소설을 끝까지 다 읽고 나면 띠지의 과장 광고를 어느 정도 신뢰하게 된다( 경고 : 새끈빠끈하며 하드바디적인 프리즌 브레이크를 상상한다면 번지수가 틀렸다).

소설은 우아하고 정중하며 깊이 있다. 읽던 책을 잠시 덮고 나서 강원도 소녀 집에 전화를 걸었다. 그녀 이름은 오제미 씨'다. 재미네죠. 재미있나요 ?  재미있다고요 ?!  오, 재미있네.                    그렇다. 이 소설은 재미도 있다. 독자 여러분을 위해 잠시 소설 속 주인공 이름 정도는 소개하고 가자. 이분이 누구시냐면 " 성 안드레이 훈장 수훈자이며 경마 클럽 회원이고 사냥의 명인이시며 << 그것은 지금 어디 있는가 ? >> 라는 프롤레타리아를 고무 찬양한 위대한 시집을 낸 시인인 일렉산드로 일리치 로스토프 러시아 백작 " 이다. 굳이 백작이라는 작위와 칭호를 뺀다 해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통성명만으로도 그의 신분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수식이 길다는 것은 향기 나는 족속이란 뜻이다. " 통성명 합시다. 나, 황만근이오 ! " 밑도 끝도 없이 잘라낸, 시적 간결함을 유지한 이 통성명에 비하면 로스토프 백작의 통성명은 얼마나 화려하고 고상한가. 하지만 볼셰비키는 혁명에 성공했고 왕의 목은 땅에 떨어졌다. 시대가 바뀐 것이다. 인민이 주인인 세상이 열린 것이다. 로스토프 백작은 그가 머물고 있던 메트로폴 호텔에 갇히게 되는 < 호텔 연금 종신형 선고 > 를 받는다. " ...... 살려는 줄게. " 이런 뉘앙스'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 절대 착각하지 마시오. 만약 당신이 한 걸음이라도 메트로폴 호텔 바깥으로 나간다면 당신은 총살될 테니까. "  

소설은 그 후( 1922 ~ 1954 ) 를 다룬다. 화려한 호텔에 갇힌 종신 연금 생활자의 수감 기록인 셈이다. 이쯤 되면 우리는 성 안드레이 훈장 수훈자이시며 경마 클럽 회원이시고 사냥의 명인인 일렉산드로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이 감쪽같이 호텔을 탈출하는 탈옥극 서사를 예상하지만 " 성안드레이훈장수훈자이시며경마클럽회원이시고사냥의명인이며프롤레타리아를고무찬양한위대한시집을낸시인이신 일렉산드로일리치로스토프백작 " 은 예상을 뒤집고 이 몰락에 대해 순응한다. 만연체를 사용하던 작가가 말년에 간결체를 받아들이듯이,  스위트룸에서 쫒겨나 좁디좁은 다락방으로 옮긴 백작은 생활하는 데 꼭 필요한 물건 몇 개만 챙긴다.

그는 이 호텔에서 대부분을 " 웨이터 로스토프 씨 " 로 생활한다.  화려한 수식을 버리고 시적 간결함을 획득한 것이다. 이 과정이 이 소설을 흥미롭게 만드는 대목이다. 이 소설에는 매우 상징적인 행위가 등장한다. 로스토프 백작은 몽테뉴의 수상록을 탁자 수평을 맞추기 위한 받침대 따위로 사용한다. 이 행위가 상징하는 것은 명백하다. 로스토프 백작은 " 몽테뉴적 인간 " 이 아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그는 몽테뉴 대신 톨스토이 책을 받침대로 사용한다. 그리고는 << 수상록 >> 을 다시 읽는다. 그것은 로스토프 씨가 이제는 몽테뉴적 인간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테뉴는 우리 시대 최초의 동시대인'이다. 인간은 몽테뉴 이전과 몽테뉴 이후로 나뉜다. 전자가 중세적 인간이라면 후자는 현대의 정신적 인간이다. << 수상록 >> 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몽테뉴가 " 라이프 스타일(life style) " 을 창조(혹은 발명)한 최초의 유럽인'이라는 사실이다. 주인공은 귀족에서 인민으로, 그리고 백작에서 웨이터로 항로를 변경했으나 그는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버리지는 않는다. 에티켓(매너)은 한때 귀족이었던 그의 훌륭한 무기'가 되었다.   Manners maketh man.  매너가 신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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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7-01 2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읽어 보려고 금요일 오밤중에 서둘러서
주문장을 날렸지만, 당일배송 90% 확률이라던
책배송은 터미널 어딘가에서 오후 1시 36분에 멈춰
버렸습니다. 책을 주말에 못 받아 보게 된다는 사실
에 빡쳐 램프의 요정에 항의를 해볼까도 싶었지만,
애먼 택배 기사님을 잡을까봐 그만 두었습니다.

그렇게 가는 거죠 뭐. 당일배송 따위는 기대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순 거짓말이니깐요. 그런 거짓말
에 속은 사람은 빙신이지요.

그리하여 대신 하는 수 없이 크리스티안 크라흐트
를 읽었는데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그나저나 로스토프 백작의 연금과 호의호식은 히
틀러의 졸개들이 볼셰비키들의 적도를 위협하던
1941년 겨울에도 여전히 유효했는지 궁금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7-01 23:56   좋아요 1 | URL
네에. 역사소설에 방점을 둔 영화는 아니기에 간단하게 묘사하고 지나갑니다.
소설 속에서 친구가 말하죠. 자네는 호텔에 갇힌 것을 두고 비극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밖은 지옥이고 여기가 천국이라네.. 뭐, 이런 뉘앙스로 말을 합니다.
이 호텔은 지금도 모스크바에 있다고 합니다..
호텔에 생각보다 굉장히 커요...

배송이 늦어지는 까닭은 아마도 날씨 때문이겠죠. 책은 역시 주말에 도착해야 제맛인데 말입니다..ㅎㅎㅎ

라로 2018-07-02 1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럭 오바마~~ㅎㅎㅎㅎㅎㅎㅎㅎㅎ 하튼 곰발님은 기발하셔!!ㅎㅎㅎㅎ
저도 이책 읽었는데 번역이 되었나봐요???
전 좋았어요. 이정도면 곰발님도 좋았다는 거죠???(꼭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단순녀;;;;)

곰곰생각하는발 2018-07-02 13:45   좋아요 0 | URL
네에. 저는 좋았습니다. 그나저나 라로 님 저의 깨알 같은 위트를 정확히 아시는군요.. ㅎㅎㅎ

2018-07-02 1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8-07-02 14:14   좋아요 0 | URL
당근이죠~~~제가 자칭 곰발님 왕팬인데 그정도는 되어야죵~~~.^^;;;

2018-07-02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