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마더 : 일반판
봉준호 감독, 김혜자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마더 ㅣ 식물은 무섭다 ?

 

 

 

 

예리한 눈썰미‘를 가진 관객이라면 봉준호가 감독한 영화 마더‘라는 제목이 머더’의 숨은 뜻이라는 사실을 쉽게 간파했을 것이다. 이 은유는 은유라고 하기에는 너무 노골적으로 속보이는 직유이다. 그러니깐 영화 속 어머니는 살인하는/머더 어머니/마더‘이다. 동시에 양육과 사냥을 겸하는 암수한몸’이다. 아니다, 정정하겠다. 사냥 영역으로 확장하는 모호한 암컷‘이라고 쓰겠다. 각자의 성-역활'은 탈영토화와 재영토화'를 겪으면서 서로 섞인다. 사실 김혜자'라는 배우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선 배우이다. 신경쇠약직전의 배우' 이다. 다만 우리가 그 사실을 몰랐을 뿐이다. 영화 마요네즈'에서 보여준 김혜자의 연기'는 불안한 눈빛, 신경질적인 얼굴 근육의 떨림, 그리고 병적으로 연약한 목소리'는 뭔가 폭발할 것 같은 에너지'를 관객에게 전이시켰다. 전무후무한 배우였다. 어쩌면 전설적인 베티 데이비스'의 악녀 역'을 능가할지도 모른다, 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던 그녀가 영화 마더'에서 기괴한 - 엄마 역을 연기했다. 봉준호, 그는 늘 탁월하다.

 

그녀가 일하는 곳'은 약재상'이다. 각 식물의 뿌리, 열매, 잎을 분류하고 보관하는 곳으로 그녀는 온전히 식물의 영역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이다. 그러니깐 이곳은 식물의 서지학'이라 불릴 만한 곳이다. 하지만 동시에 식물의 시체안치소이기도 하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식물의 사생활'은 뒤집어 보면 놀라울 정도'로 폭력적이다. 자신의 몸에 치명적인 독'을 품은 것은 동물이 아니라 식물의 독성이다. 흔히 우리가 잿물이라고 하는 독 ( 마시면 죽는다. ) 은 식물의 죽은 몸인 재에서 추출된 성분이 아니었던가 ?

 

입 구에서, 뿌리 근' 까지 : 김혜자는 아들 원빈의 섭취에서 배설까지의 전 과정을 관찰, 기록, 처방한다. 이 장면에서 아들은 보약'을 마시면서 담벼락에 소변'을 본다. 그러자 여자는 아들의 배설되는 구멍'을 유심히 바라본다. 口에서 根 ( 아무래도 이 글을 읽는 당신, 이 한자 모를 것 같다. 뿌리 근‘이다. ) 까지 ! 어머니는 순환의 이상 유무’를 체크한다. 이 지점에서 관객은 수상한 모자‘의 관계를 의심하게 된다. 은밀한 부분을 볼 수 있는 시선의 자유는 곧 우월적 신체 소유권자-들이다. 우리가 아우슈비츠 와 미 포로수용서에서의 이라크 포로 학대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권력자는 노예의 벌거벗은 신체'를 마음대로 볼 수 있는 특권을 가지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녀는 그동안 헌신적으로 남편 없이 외아들'을 돌본다. 어화둥둥, 내 새끼. 어화둥둥, 내 새끼 ! 엄마에게 있어서 아들 도준은 온실 속 화초다. 아들에게 물을 주자 물은 곧바로 뿌리'를 통과한다. 아들의 뿌리 ( 아들의 뿌리'를 곧이곧대로 한자로 표기하자면 남근/男根이다. ) 가, 촉촉하게 물에 젖는다 !! ! 입에서 똥구멍까지, 섭취에서 배설까지 신속하게 진행되는 이 순환은 동물의 소화 기관'이 없을 때에만 가능한 설정이다. 말 그대로 아들은 온실 속 화초이다. 어쩌면 그녀는 아들의 소화 기관을 제거했는지도 모른다. ( 아들의 고백으로 밝혀지지만 어머니'는 아들에게 독초제'를 먹여서 장기를 불태운다. 28살의 아들이 5세의 지적 수준에서 성장이 멈추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 수상하다. 이들의 관계. 바로, 이 지점. 라캉을 인용하자면 얼룩'이다. 틈이며 균열이다. 뭔가 꼬였다는 뜻'이다 !

 

빗금 친 아버지 A , 아버지의 자리'를 대신하는 아들 : 남편 역'을 담당하는 28세의 아들'은 사실 5세 전후로 성장'을 멈춘 상태'이다. 구순기와 항문기 사이에 놓여있는 존재'이며 발기하지 않는 페니스를 가진 존재이다. 딱딱한 존재가 아니라 물컹한 존재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 마더에서의 모자 관계는 성관계는 없다, 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보면 어느 순간 서편제의 플롯과 얽힌다. 서편제에서는 아버지가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딸을 눈을 멀게 하지만 영화 마더'에서의 어머니'는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아들의 성장을 멈추게 한다. 여기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어머니는 강제로 아들의 성장'을 멈추게 했을까 ?

 

 

프로이트는 욕망의 삼각형'에서 그 관계망'을 아버지 - 어머니 - 아들'로 설정했다. 처음부터 딸'은 배제되었고 프로이트 스스로 말했듯이 그는 여성 섹슈얼리티'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에게 있어 여성은 알 수 없는 nothing'이었다. 그러니깐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처음부터 여성이 배제된 텍스트'였다. 어머니'라는 지위, 즉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 안에서만 여성은 분석되어졌다. 완전하지 않은 텍스트였던 셈이다. 하지만 영화 마더'는 오히려 위의 욕망의 삼각형'에서 아버지'를 빗금 친다. 아버지의 자리를 부재 중'으로 남겨놓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자 모자 관계'는 기괴하게 엮인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원빈은 엄마와 떡친 아들이고 그 역도 마찬가지다. 수상한 관계'다. 김혜자는 남편의 자리'에 원빈을 놓고, 원빈은 애인의 자리에 김혜자를 놓는다. 성-관계'가 있었는가, 없었는가'는 의미가 없다. 서로 빈 자리를 채웠다는 그 사실 만으로도 그들은 서로의 욕망을 채운 것이나 다름없다. 여기서 성 관계의 유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렇듯 관계의 지정학이 오류를 범하자 문제는 심각해진다.

 

▷ 죽음의 저장소 , 건초 약재상 : 이곳은 죽은 식물/여성-들의 집합소다. 다만 피비린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다른 살육장과는 다를 뿐이다. 빅-마더 김혜자는 작두로 식물의 목을 자른다. 울대 없는 성대'에서 소리 없는 아우성이 쏟아진다. 그러니깐 김혜자는 식물들의 목을 자르는 도살업자 - 괴물‘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동종 살인’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그녀는 사냥 영역으로까지 확장하는 모호한 여성‘이다. 어쩌면 그녀는 자신의 동물 가면'을 숨긴 채 식물-되기'를 재현하고 있거나 식물성을 버리고 동물-되기'를 준비하는 길짐승'이다. 하, 수상하다. 처음부터 그녀는 알 수 없는 존재’였다.

 

▷ 영화 에이리언과 괴물' : 이 영화에서 가장 공포스러웠던 것은 디자이너 기거가 창조한 남근을 닮은 에이리언'이 아니라, 그 알'들을 품은 저 거대한 동굴'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두려움의 본질은 날뛰는 괴물의 실체'가 아니라 장소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괴물'이 아니라 괴물을 품은 한강 철교의 내부'다. 그렇다면 이 동굴/내부'의 은유는 무엇일까 ? 정답은 여성의 거대한 자궁'이다. 불임에 대한 남성 컴플렉스'는 생산의 공간인 자궁'에 대한 두려움을 낳았다. 사실 세상의 모든 괴물은 여성형'이다. 거대한 자궁에 대한 경외'다. ( 위의 이미지와 이 스틸사진은 기분 나쁘도록 닮았다. )

 

 

 

리플리 ! 당신, 배 배배배배배 배신이야. " : 지금까지의 영화이론은 공포영화에서의 괴물의 실체'를 남성'이라고 규정지었다. 하지만 나는 이 생각'에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공포영화는 괴물-남성'이 여성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괴물-여성'이 사회 전체'를 상대로 히스테릭을 부리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괴물 영화 혹은 난도질 영화에 나오는 공격자의 공통점은 가면이다. 이들은 모두 가면을 쓰고 등장하는데 이 가면'은 모두 자신의 얼굴과는 다른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러니깐 가장 무시무시한 가면을 쓴 괴물일수록 가면 속의 얼굴은 선량한 얼굴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을 공격하는 괴물 / 공포영화 속 남성'은 사실 남성이 아니라 남성이라는 가면을 쓴 여성이다. 그러므로 영화 속 모든 괴물은 여성이다. 에이리언3'에서 시고니 위버'를 공격하는 퀸 에이리언의 행위는 여성 주인공을 공격한다기보다는 여성성을 스스로 거세한 주인공을 응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머리를 삭발하는 행위'는 곧 남자와 섹스하지 않겠다는 맹세이며, 생산 주체의 포기 선언'이다. 퀸 에이리언'이 리플리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 당신 배. 배,배,배,배, 배신이야 ! "

 

 

 

 

이 영화에서 주인공 마더'는 얼핏보기엔 자신의 모성 역활'을 모범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세상에나 ! 이 영화를 지극한 모성애'로 이해하다니, 내가 보기엔 그 정반대'다. 이 영화는 여성 섹슈얼리티'에 대한 도발적인 질문이며 영역 가로지르기'에 대한 재미있는 보고서다. 그녀는 아들과의 오이디푸스적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식물에서 동물-되기'를 이행 중에 있는 괴물'이다. 퀸-에일리언'이라 할 만하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김혜자의 성 역활 바꾸기'다. 아들을 지키기 위해서 그녀는 식물성을 버리고 동물성'을 연기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알레고리'가 바로 초원이다. 여기서 초원은 일종의 경계'이다. 자아와 이드'의 경계이며, 문명과 금기의 경계이고, 식물과 동물의 경계, 생과 사의 경계 그리고 이곳과 저곳의 경계이다. 그녀가 이 초원을 가로지른다는 행위는 넘어서면 안 되는 영역으로의 월담 행위'를 범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넘어서면 절대 안 되는 영역이다. 김혜자는 이 영역을 가로지름' 으로써 동물이 된다.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의 영화 " 캐리 " 는 여성 생산성/ 거대- 자궁 '에 대한 남성의 두려움'을 잘 묘사한 영화다. 이 영화의 오프닝'은 사춘기 소녀의 생리'로 시작해서 돼지 피를 뒤집어쓴 소녀의 모습으로 끝난다. 캐리의 몸이 생산의 주체'( 생리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몸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뭐, 다 아는 이야기지만 ! ) 가 되자 남성 사회는 생리를 시작한 사춘기 소녀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그때가 가장 건강한 자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돼지 피'를 뒤집어쓴 캐리의 얼굴은 생리하는 오프닝 이미지와 겹치면서 생리하는 여성 성기'를 떠오르게 한다. 캐리는 이빨 달린 여성 성기, 바기나 덴타타'이며 메두사의 얼굴이다. 생리혈이 흘러 넘친다는 측면에서 캐리는 대-생산자'이며 초월자'이다. 메두사 신화의 핵심은 메두사의 얼굴을 보면 딱딱하게 굳는다는 점이다. 프로이트'는 메두사의 얼굴'을 여성 성기'로 보았다. 왜냐하면 남성들은 메두사의 얼굴을 보자마자 딱딱하게 굳어 돌덩이'가 되기 때문이다. 프로이트'는 딱딱하게 굳는 현상'을 페니스의 발기'로 보았고, 메두사의 얼굴을 여성 성기'로 이해했다. 캐리의 얼굴을 본 순간 수컷인 당신은 죽는다.

 

 

피 흘리는 여성 얼굴 이미지'는 마더'에서도 차용된다. 피 묻은 얼굴'은 폐경이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는 증거와 함께 섹스 할 수 있는 여자, 나아가 생산의 주체자'임을 나타낸다. 그렇다, 그녀는 아직 생리하는 여자'이다. 설명했다시피, 피흘리는 얼굴 혹은 생리하는 메두사'는 불완전한 여성의 몸이 생산-주체'가 되어 완전한 몸으로 재탄생되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김혜자는 아들의 누명을 벗기기 위하여 문아정'의 흔적을 찾아나선다. 이 행위'는 일종의 과거로의 여행처럼 보인다. 생각해보라. 21 세기 대한민국에서 쌀을 얻기 위해 몸을 판다는 것, 상당히 오래된 매춘 아닌가 ? 화폐 거래가 아닌 곡물 물물교환이라는 점이 오래전 과거형임을 암시한다.

 

감독은 동시대성으로 두 이야기'를 끌고 가지만 사실은 옛날옛적 이야기'를 재현하는 것이다. 자, 여기서 이야기는 재미있어진다. 김혜자가 마주친 것은 바로 어린 시절의 자기 자신이다. 그러니깐 문아정'은 김혜자의 과거형'이다. 이쯤에서 영리한 독자'는 김혜자의 정체'를 간파했을 수도 있다. 김혜자 그 여자는 문아정 이 여자의 유령이다. 그러니깐 김혜자는 누명 쓴 아들의 진짜 범인을 찾아나서는 게 아니라, 자신을 죽인 진짜 범인'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내가 누누이 말하지 않았는가 ? 그녀는 nothing 이다. 영화 마더'는 남성사회가 창조해낸 모성 신화'의 허구를 폭로한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김혜자는 자상한 어머니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아들과 성관계를 맺는 어머니, 나아가 가짜 아들-들과 관계'를 맺는 어머니'를 연기한다.

 

그녀는 자신의 성적 욕망을 위해서 폐경'을 미룬 여자이며, 동시에 유사 아들-들의 욕망을 위해서 자리에 눕는 퍼블릭 우먼'이다. 어머니'라는 존재를 아들과 섹스하는-여자, 나아가 창녀'로 명명하는 순간 가부장 사회'는 혼란에 빠진다. 그러자 빗금 친 존재인 대상 A는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복귀한다. 감독은 교묘하게 현재와 과거의 영역'을 하나의 공간 속에 가두어두고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 7박8일 : 눈물겨운 어머니의 모험담 " 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 한 여자의 일생 " 을 보고 있는 것이다. 사실 마더'를 연기하는 김혜자'는 문아정의 다른 이름'이다. 그녀는 지금 문아정을 죽인 사람은 누구인가'를 찾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범한 사람이 누구인가'를 찾는 중이다. 김혜자의 어릴 적 이야기가 바로 문아정'이기 때문이다.


남편의 귀환, " 아버지 씹새끼 너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어 ! " : 고물상은 고장난 기계들의 무덤이다. 오이디푸스의 아버지 라이오스'는 돌아와서 오이디푸스 욕망-기계'를 다시 가동하려고 한다. 이 기계'가 작동되면 아버지의 자리'를 넘보던 어머니와 아들'은 응징되리라. (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고장난 보일러 기계'는 오이디푸스 욕망 기계이다. 이제 그가 이 기계를 작동시키면 혼돈은 질서를 찾을 것이다. ) 그가 전화를 거는 순간 여자'는 남자의 머리'를 둔기로 내리친다. 순간 그녀의 표정이 견고해진다. " 씹새끼, 너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어 ! "


 

약재상과 고물상'은 죽은 것들을 저장하는 곳'이란 측면에서 서로 닮았다. 어머니의 영역으로 대표되는 약재상이 죽은 식물들의 저장고라면, 아버지의 영역으로 상징되는 낡은 기계-들'은 고장 난 기표들의 저장고'다. ( 시작 글, 서두를 보라 ! ) 그리고 버려진 잡동사니를 쌓아둔다는 의미에서 이 두 영역은 모두 의식 너머의 영토에 속한다. 문아정의 핸드폰 또한 같은 의미에서 동일하다. 핸드폰은 부모와 성관계를 맺는 ' 아이의 은밀한 영역 ' 이다.

 

 

약재상의 약초, 고물상의 고장 난 기계, 주인을 잃은 핸드폰 속에 저장된 죽은 메모리'는 모두 자아와 충동하는 이드'이다. 이들은 ( 죽은 식물/ 죽은 기계/ 정지된 핸드폰 ) 모두 the old 이지만 다시 재생될 수 있는 질긴 생명력을 가진 존재이다. 죽었지만 다시 재활용되는 존재'이다. 프로이트가 말하지 않았던가 ? 억압된 자'는 반드시 돌아온다고 말이다. 아버지 라이오스의 생환'은 아들을 범한 이오카테스'의 목을 조여온다. 그녀가 고물상 주인으로 변신한 라이오스 왕'을 죽인 이유는 아들이자 애인인 오이디푸스'를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지속하기 위해서였다. 어찌 되었든, 김혜자'는 아들과 관계 맺는 어머니이면서, 남편을 죽인 아내이고, 마을 남정네들과 관계 맺는 행실이 좋지 못한 여자'다. 그녀는 팜므파탈이며, 바기나 덴타타이고, 메두사의 얼굴'이다. 이 영화'는 어머니의 성에 대한 도발적 질문이다.여자는 어머니'가 되는 순간 여성에서 무성'으로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다. 자발적 선택이기보다는 아버지의 법이 정한 강제성'에 가깝다.

 

 

 

 

 

 


 

 

 

 

번외 ㅣ

 

 

1. 식물은 무섭다.

 

잿물'을 먹은 짐승은 죽는다. 사람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마시면 식도'가 타서 죽는다. 매우 신속하게 진행되는 독약이다. 옛날에는 자살을 할 때 크기가 넓은 잎에 양잿물 가루'를 넣어서 쌈'처럼 먹었다고 한다. 목구멍이 타는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 말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어머니에게서 들었다. 어머니와는 먼 친척이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놀라움보다는 묘하게 슬펐다. 무서운 독이다. 그런 잿물'은 식물을 태워서 만든 재'로 우려낸 물'이란다. 어쩌면 식물은 동물보다 무섭다. 사실 알고보면 성대 없는 꽃대'는 무시무시하다. 영화 마더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 약재상'은 그녀 고유의 영역'이다. 김혜자는 죽은 식물'을 우려서 만든 즙/보약'으로 아들을 키운다. 이 행위는 아들을 짐승에서 식물-되기'로의 변신을 바라는 마더의 욕망이다. 공교롭게도 그녀는 식물의 뿌리'를 태우는 제초제'로 아들의 소화 기관을 모두 태운다. 그러자 아들'은 물을 마시자마자 바로 뿌리( 말 그대로 남근'이다. )로 흡수되어 배출된다. 그러자 아들은 온전히 어머니의 영역에 속한다.

 

 

 

 

2. 동물은 우습다.

 

이 세상에서 제일 웃긴 동물은 남자'다. 독서에 대한 수다' 를 진행하는 스누피 님의 ( 온북 티븨 팟캐스트 진행자 ) 말에 의하면 남자는 두 가지 중 하나란다. 개새끼이거나 애새끼'이거나 !  전적으로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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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aladin.co.kr/749915104/6245646 올드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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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2013-06-16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프로이드의 메두사의 얼굴에 대한 정의는 상당히 흥미롭네요.

물에서 거품은 물입니까? 아닙니까?
부싯돌의 불은,
선풍기의 바람은,
.
.
.
아들은?
엄마 가라사대
이것들아! 내 살점 떨어진거여.
이것이 며느리와 동지가 될 수 없는 모성입니다.
불안하면 자기몸을 움쳐려 껴안듯이 아들(자신)을 품는거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6 09:08   좋아요 0 | URL
프로이트 전집 사놓고 ( 다 낱개로 구매했음.. ) 읽긴 다 읽었느데, 다른 책 읽다가 프로이트 인용 글 나오면 다시 그 논문만 다시 읽고 합니다. 역시 잘 구매했어요. 책은 이런 책을 돈 주고 사야 해요.
제가 요즘 심각하게 고민하는게 딱 한번 읽을 거 굳이 사야 하나 라는 겁니다.
하여튼... 방긋.

물거품이나 거품은 물입니다.
나머지는 몰것습니다..

히히 2013-06-16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올드보이'로 글 적으시면 윗글과 비교되어 재미있겠네요. 혹시라도...

그나저나 우리집 애새끼는 밖에서 개새낄라나?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6 14:44   좋아요 0 | URL
본문에 올드보이 첨부했습니다.

히히 2013-06-16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대수가 혀(언어)를 자른다 = 항문기
그래서 마지막장면 눈밭에서 그의 얼굴이 남근기에 불가능한 표정이였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6 15:55   좋아요 0 | URL
남근기는 곧 언어를 습득하는 단계입니다. 오대수가 혀를 자른다는 행위는 곧 거세'를 의미하는 거죠...
상징적 거세인 것입니다.
 

 

 

 

 

 

 

 

 

 

 

 

 

 

 

 

 

" 하지만 생각해 보라. 헨젤과 그레텔 이야기는 계획적인 어린이 유기로 시작하더니만 어린이 납치로 발전하고, 노예 만들기, 불법 감금까지 더해지더니, 마지막에는 정당화된 살인과 시체 소각까지 나온다. 대부분의 어머니와 아버지라면, 안데스 산맥에 비행기가 추락하자 비행기에 타고 있던 럭비 선수들이 죽은 동료 선수를 먹음으로써 살아남았다는 내용을 극단적으로 선정적으로 다른 멕시코 날림 영화 < 생존하라 > 를 결코 자녀들이 보지 못하게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부모들도 마녀가 아이들을 살찌워서 잡아먹으려고 하는 헨젤과 그레텔에서는 반대할 명분을 거의 발견하지 못한다. 우리는 이런 막돼먹은 동화를 꼬마들에게 선사하면서도, 어쩌면 더욱 깊은 마음 속에서는 이러한 동화들이 꼬마들의 두려움과 반항심을 구체화시키는 완벽한 구심점이 된다는 것을 거의 본능적으로 이해할 것이다. "

 

 

- 죽음의 무도 中, 스티븐 킹

 

 

 

 

 

 

미녀는 마녀다, 라는 명제는 틀리다. 하지만 마녀는 미녀다, 라는 말은 맞는 명제'다. 왜냐하면 마녀는 둔갑술의 천재이기 때문이다. 늙은 마녀는 사람들 앞에서는 미녀로 둔갑한다. 영화 < 양들의 침묵 > 에 나오는 연쇄살인마인 가죽 재단사'는 남성화된 여성 마녀'다. 성형 중독인 그(녀)는 탱탱한 젊은 피부를 찢고, 이어붙이고, 재단한다. 그(녀)는 백 번째 피부 조각으로 꿰맨 옷을 입고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 시늉을 할 것이다. 흉물이란 늘 그런 존재'다. .

 

작품 속에서 버펄로 빌의 직업은 재단사‘다. 그는 희생자들의 피부에서 벗겨낸 여성 인피로 가죽 옷을 만든다. 그의 욕망은 여성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여성 피부로 만든 옷으로 몸을 감싸서 자신의 남성 육체’를 감추고자 하는 것이다. 고치 속에 몸을 숨긴 좀나방 유충처럼 말이다. 드라큘라의 송곳니'가 보톡스 주사바늘의 은유라면, 재단은 몸매 성형의 은유다. 현대의 성형 여성은 드라큘라와 마녀'의 후손들이다. 그들은 송곳니처럼 날카로운 주사바늘에 의지해서 젊음을 유지하거나 clothes moth'를 욕망한다. 주름이 없는 탱탱한 피부를 갖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것이다. 그러한 욕망은 그로테스크하다.

 

공포영화나 공포소설을 좋아한다고 하면 대뜸 이런 반응이 날라온다. 왜 <그따구 >영화/소설을 보세요 ? 더군다나 소설이 토막 살해'된 시체 중 일부는 어디에 숨겨두었을까, 라는 내용을 다루면 < 그따구 > 라는 비표준어는 깔따구'처럼 수십 마리'가 하늘을 날며 나에게 공격을 가한다. 고상한 척하더니 변태로군요 ! 그런데 이 공격적 비아냥거림'에 대한 답을 제대로 한 적이 없다. 늘 궁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스티븐 킹이 말한 헨젤과 그레텔의 비유를 들어서 설명하리라. 알맞은 답변이다.

 

 

 


 

 

 

 

 


 

 

 

세기의 마녀들.

 

 

 

영화 < 양들의 침묵 > 에 나오는 연쇄살인마인 가죽 재단사'는 남성화된 여성 마녀'다. 괴물'은 여성 피부 거죽'을 자기 몸에 착용함으로써 상징적 여성화'를 꾀한다. 자신이 가장 탐나는 피부'를 찢고, 이어붙이고, 재단한다는 측면에서 이 행위'는 성형과 직결된다. 그'는 성형을 통해서 여성'이 되고 싶어 한다. 이 영화를 비틀면 < 백설 공주 > 코드'가 나온다.  백설공주에서 마녀의 정체는 젊은 척하는 흉물이다. 마녀는 젊음이라는 피부 거적때기'를 몸에 두른 코스튬 플레이어'다. 하지만 이 피부 거적때기'는 가죽과는 달리 영원한 것이 아니라 쉽게 낡고, 썩고, 해지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피부 가죽 원단을 교체해야 한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젊은 여자'의 심장이 아니라 피부'이다.

 

 

< 양들의 침묵 > 에서 조디 포스터'는 안소니 홉킨스의 딸이며 렉터 박사는 노심초사 딸의 안위를 걱정하는 왕'이다. 그리고 살인 재단사'는 최종적으로 딸을 죽임으로써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왕비다. 왕비'는 말랑말랑한 젤라틴'을 원한다. " 거울아, 거울아 ! 이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사람은 누구니 ? " 거울은 과연 누구를 호명할 것인가 ? 거울은 명쾌하게 쏟아낸다. 

 

 " 삐리리리... 곰곰생각하는발'입니다. 그는 웃으면서 코 팔 때 매력적입니다 ! 섹시한 새끼손가락을 콧구멍에 걸며 조심스럽게 목표를 향해 움직일 때는 마치 꼬리를 흔들며 먹이를 유인하는 아일랜드 살무사처럼 우아합지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는 곰곰생각하는발'입니다. 그는...... 똥구멍까지 아름다울 위인입니다. 국화 무늬 괄약근이라니.  "  그 말에 마녀, 웃으면서... 코 판다. 부숴버리겠...... 어.

 

현대 성형 여성은 마녀'의 후손들이다. 그들은 모두 요술 거울 앞에서 " 거울아, 거울아 !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 " 라고 묻는 마녀와 같다. < 백설공주 >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 향숙이는 예쁘다 > 가 아니라 < 왜 왕비는 날마다 거울을 들여다보며 질문을 던지는가 > 에 있다. 그것은 자신의 육체에 대한 지속적인 불안 때문이 아니었을까 ? 백설공주에 나오는 왕비'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부정하는 " 자기 존재 부정 환자 " 이다. 성형중독은 본질적으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끊임없이 불만을 제기하는 현상이다. 성형 미인'은 죽어서도 썩지 않는다. 몸은 썩어서 사리지지만 가슴에 넣은 실리콘과 철심은 그대로 남는다.

 

 

 

 

 

세월을 긍정할 때‘가 온다. 그것은 타협도 아니고 포기’도 아니다. 세계의 사물에 관대해지는 법을 깨닫는 것, 늙는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말랑말랑한 무른 몸‘은 잘 익은, 곰삭은, 관대한 여유에 대한 은유일 것이다. 생생한 복숭아보다 썩은 복숭아’가 더 향기로운 향내‘를 간직하듯이 나이든 몸’은 무저항을 향한 하얀 백기‘다. 누구나 " 회춘 " 을 욕망하지만, 회춘'이란 기본적으로 영혼을 팔아야지만 얻을 수 있는 머스트 헤브 아이템'이다. 파우스트는메피스토 펠레스'에게 영혼이라는 심장을 팔아서 탱탱한 피부'를 얻는다.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이름 없는 괴물을 창조한 이유’도 늙은 몸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늑대인간은 ? 캣피플은 ? 드라큘라 백작의 여인들은 ?

 

 

 

그들은 처지지 않은 탱탱한 젖가슴과 주름 없는 피부를 얻기 위해서 드라큘라 백작이나 메피스토 펠레스에게 매혈을 한다. 드라큘라 백작의 날카로운 송곳니‘는 현대판 성형 주사바늘이다. 보톡스 주사’다. 피를 판 대가로 얻은 것은 젊은 척하는 늙은 몸이다.

 

40대 여배우가 성형으로 20대의 얼굴과 몸매를 유지하는 것을 보면, 나는 그들이 괴물 같다는 생각을 한다. 보톡스 주사로 마비된 얼굴은 마치 " 살아 있는 척하는 죽은 자의 얼굴 " 을 보고 있는 것 같아서 불쾌하다. 그들은 Undead/ 죽지 않은 몸'이 아니라 Living dead/ 살아 있는 시체 같다. 늙은 색욕이다.

 

배우란 얼굴 근육'을 써서 표정을 연기하는 직업이다. 투수가 팔 근육을 써서 공을 던지듯이 말이다. 그런데 보톡스'란 얼굴 근육을 마비시키는 독'이다. 웃고 있는데 얼굴 근육이 마비되어서 웃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젊음이라는 불멸을 얻기 위해 표정을 잃는다.

 

주름이야말로 표정을 연기하기 위한 가장 훌륭한 도구임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그렇게 ! 그것은 마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곡을 연주해야 하는 피아니스트가 미용을 위해서 손톱을 길게 기르는 것과 같다. 나는 나이 든 여배우의 깊은 주름을 보고 있으면 숭고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깊은 주름이 매력인 수전 새런든은 별다른 연기 없이도 그녀가 살았던 삶에 대한 고집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녀는 굳이 대사를 읊지 않아도, 우리는 그녀의 얼굴에서 진정성을 느낀다. 그것이 바로 주름의 놀라운 효능이다. 자연스럽게 늙는 것이 중요하다. 비록 젖가슴은 처지더라도, 젖꼭지가 점점 진한 색깔을 보이더라도, 머리가 희끗희끗 흰머리‘가 관목처럼 밑동에서 가지’를 치며 올라오더라도, 그 세월을 순응하고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누누이 말하지만 " 성한 복숭아보다는 상한 복숭아가 맛이 좋다. 그리고 성한 복숭아보다는 상한 복숭아가 더 달콤한 몸내를 풍긴다. " 시인의 말이다. 이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홍상수처럼 말하자면 적어도 괴물은 되지 말아야 한다. 회춘‘은 역설적이게도 괴물이 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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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06-14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들의 침묵의 살인마가 남성화된 여성마녀!란 표현 기막히다!
드라큘라의 이빨이랑 보톡스 주사 바늘의 비유도 정말 그럴듯 해!
(대체 이런 생각은 어떠케 나나 몰라~ㅎㅎㅎㅎ)
한국에서 이젠 남자들 포경수술처럼 보편화된 쌍까플 수술..
내게는 정!말! 의아한 얘긴데.. 그런 나를 보고 "왜 쌍꺼플 안 해?" 이러는
여러 친구 보면... ㅠㅠ 나의 두터운 외꺼플이 막.. 씁쓸해진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4 14:26   좋아요 0 | URL
남자의 포경수술 사랑을 매도하지 망 !!

( 전에 올린 포스팅인데 수정 보완해서 다시 올린다.. 욕하지 마라.. )

Forgettable. 2013-06-14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선가 봤는데 아름다음을 유지하기 위해 늙고 싶지 않아하는 욕망은 곧 썩지 않고 싶어하는 욕망이고, 썩지 않는 인간은 상당히 흉하기 때문에 결국은 추하게 된다는 ㅎㅎ (여기서 읽은건가?)
암튼. 늙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겠다는 이상한 결론으로 귀결되네요 ㅋㅋㅋ

(쓰다보니 말이 짧아져서 다시 존대말로.)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4 14:50   좋아요 0 | URL
전... 하나로 통일 주의자'입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 반말해도 좋도 모두 존대말해도 좋습니다.
반말한다고 화내는 성격은 아님요.. 전 가끔 50대 여배우들이 보톡스 잔뜩 맞고 와서 연기할 때 보면..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옛날에 ( 실화임 !! ) 자식 살해범으로 어머니가 용의선상에 오른 적이 있씁니다. 범인은 따로 있었으나 형사들이 이 여자를 용의자라고 생각한 이유는 합당했어요.
무표정 !!!!!!!!!!!!!! 자식이 죽었는데 무표정한 겁니다. 운다고는하는데 무표정한 얼굴로 우니 연기하는 것처럼 느낀 겁니다. 알고 보니 보톡스 때문이라고 ....


하물며 배우가 얼굴에 보톡스라니요.

마립간 2013-06-14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월을 긍정하기가 쉽지 않지만 제가 추구하는 가치관, 보편성(불멸)을 위해서는 세월도 긍정해야... ; 의도하는 의미의 문장이 안 써지네요.

http://blog.aladin.co.kr/maripkahn/433794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4 23:21   좋아요 0 | URL
의도하신 바대로 덧글을 다셨습니다.

히히 2013-06-14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초등학교 교문에서 눈 좀 보자는 어른들이 많았는데
까만 피부에 상대적으로 쌍거풀 진한 눈이 선명하였겠지요.
당시 동네 또래 중에서 눈거풀에 풀칠놀이를 즐기지 못한 홍일점이였습죠.
지금은 20세 이상 무쌍거풀녀를 찾을 수가 없으니...
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자연산인가요? 랍니다.
이놈의 깜놀할 성형술의 발달.
고마 이마에 뽕넣고 실리콘으로 코를 정복할까 보다.
이젠 얼굴에서 디밀게 없어요.

I am from Vietnam 혀짧은 소리를 하면 모두가 믿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4 23:22   좋아요 0 | URL
히히 님 까만콩이란 별명도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자주 느끼지만 히히 님 뭔가 고수란 느낌이....
혹시 작가 아니십니까 ?

소나기 2013-06-15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관대해지는 법을 깨닫지 못해서인지 세월을 긍정하기가 힘이 듭니다.
마녀의 속성을 갖고 있는 소나기...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5 04:08   좋아요 0 | URL
전에 50대 여성분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분은 염색을 안하셨더라고요. 거의 백발인...
아.. 그런데 이분 정말 멋있더라고요.... 대단하신 분이었습니다.
왜 염색 안 하녀고 누가 물었더니... 자기는 나이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서 염색을 안한다고 하시더라고요...

iforte 2013-06-15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지젝의 글을 읽고 뿅(?) 빠져든적이 있었는데, 곰발님 글을 읽다보니 갑자기 지젝 생각이 나네요. 영화와 현실을 참으로 적절히 버무려 공감버튼을 꾸욱꾹 누르게하는 힘. 그래도 제가 읽었던 책에서 지젝은 동화까지는 건들지 않았던듯.. (소설은 많이 인용했지만..). 그래서 지젝의 글은 여린 감성과 시적 감흥이 떨어지는 거여요. 그런 의미에서 곰발님이 한수위...?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5 04:07   좋아요 0 | URL
동화까지 건드린 분 많습니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 이엉돈 피디 목소리로..) 지첵 한 번 먹어볼까요 ? 맛있는데요.... 킹의 죽음의 무도 추천합니다. 무척 재미있어요. 킹은 참... 소설도 잘 쓰지만 이런 에세이도 두각을 나타냅니다. 그의 < 유혹하는 글쓰기 > 는 제가 읽은 역대 가장 재미있는 비소설 분야' 중 킹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 제첵도 있었구나... ㅎㅎㅎㅎㅎ. 지책 하니 로쟈 님 생각부터 먼저 드네요..ㅎㅎㅎㅎㅎ 지첵이 나온 다큐 본 적 있는데... 아이고... 이분 친절한 이웃집 아저씨 같습니다.

iforte 2013-06-15 07:43   좋아요 0 | URL
오홋..꼭 킹의 에세이 함 봐야겠어요. 추천 감사요. 방학이 아니면 전공외 서적 볼 시간도 잘 없다죠... 지젝은 유튭에 떠도는 강연 본 적이 있는데 영어 액센트가 넘 강해서 저같은 비영어권자가 보기에는 무지하게 인내를 요한다는요. 잠잘때 틀어놓으면 수면제가 따로 없어요. 그나저나, 이 아자씨, 대중 강연할때 쫌 옷좀 잘 입고 나오시지... 막 막노동하다 온 아자씨같아요, 패션이요. ㅎㅎ 머, 그게 지젝 아자씨의 매력이겠구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5 08:07   좋아요 0 | URL
그게 매력입니다. 지첵 아저씨는 늘어진 라운드티 입고 나와야지 지첵 같아요.
이웃집 아저씨 같아서 전 좋더라고요.
이번에 전주영화제였나요 ? 그때 상영했다고 하는데... 흠흠...
 

 

 

 

 

 

 

 

 

그녀 옆에 앉다

 

정호승 시인은 외로우니깐 사람이라 말하고 시인 침연은 외로우니깐 귀신'이라고 말했다 외로운 존재를 전제로 하자면 사람이나 귀신이나 모두 한통속이지만 나는 인간은 외로운 존재라는 신파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귀신을 본 적이 있다, 홀로 서 있었다, 그에게 말을 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왜 내 눈 앞에 나타났는지는 모르겠으나 쓸쓸해 보였다 귀신은 눈을 마주친 사람도 없었고, 대화를 나눈 사람도 없었고, 어깨를 토닥여준 사람도 없었다 귀신은 온종일 혼자 말없이 서 있었다, 쓸쓸해 보였다, 외로워 보였다 그에 비하면 인간의 고독은 외로운 축에도 들지 못한다 인간이란 잠시 외로울 뿐이다 정말 외로운 사람은 미친 사람'이다 오래전 버스 안에서 미친 여자를 본 적이 있다 형색이 초라한 여자는 맨 뒷좌석에 앉아서 허공에 삿대질을 하며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녀와 눈을 마주치려고 하지 않았고, 말을 걸지도 않았으며, 옆에 앉아 그녀를 위로하지도 않았다 아, 저 외로운 짐승 귀신처럼 외로운 존재! 옆에 가서 앉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게 전부였다 외로우면 광인이 된다 외로우면 귀신이 된다 당신은 외로운 사람이 아니다.

 

 

 

 

페루는 곳곳이 토말/土末'이다.

 

페루'는 곳곳이 땅끝이다. 국경선도 땅끝이며, 해발 높은 고지도 땅끝이며, 벼랑도 땅끝이며, 마추픽추 돌벽도 땅끝이다. 심지어 페루의 중심인 수도 리마'도 땅끝이다. 그러므로 페루'에는 중심이 없다. 오직 끝만 있다. 그래서였을까 ? 로맹가리는 단편소설에서 < 리마에서 북동쪽으로 10킬로미터'에 위치한 작은 해안가 > 를 새들이 와서 죽는 무덤이라고 이야기한다. 그곳은 새(들)의 끝'이다. 한때 홀려서 그곳에 간 적'이 있다. 해바라기 군락'을 보았다. 해바라기'가 피었다가, 졌다. 그곳도 끝이었다. 꽃대는 초식동물인 라마의 아킬레스'보다 질겨서 쉽게 꺾이지 않았고, 하늘에는 듬성듬성 새들이 수련처럼 떠 있었다. 문득 저 새는 새가 아니라 부레로 숨을 쉬는 물고기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늘은 푸른 바다이고, 지금 내가 발 디디고 있는 이 검은 땅은 심해 밑바닥 끝'이다. 페루는 모든 것이 온통 끝이다, 무덤이다, 죽음이다. 하지만 끝이란 절망 끝에 주는 작은 위로. 터널은 끝이 보일 때 환해지듯이, 종종 지긋지긋한 사랑의 끝이 보일 때 위로'를 얻는다. 페루라는 이상한 나라, 이 지독한 짝사랑.

.

 

 

 

편지를 쓴다 1 : 소설에 대하여...

 

새 편지지'에 글'을 쓴다. 종이가 구겨질까, 더러워질까 조심스럽다. 문장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글씨체'가 예쁘지 않다고 생각되면 다시 쓴다. 그러니깐 당신에게 보낸 편지는 늘 몇 번의 실패 후에 보낸 편지'이다. 다시 편지를 쓴다. 구겨질까, 더러워질까 조심스럽다. 문장이 마음에 들거나 글씨체'가 예쁘더라도 틀린 문장을 발견하면 다시 쓴다. 조사의 쓰임에도 신경을 쓴다. < - 이 > 대신에 < - 은 > 으로 고쳐 쓴다. 이제 다 쓴 편지'를 편지봉투에 담아야 한다. 그때서야, 깨닫는다. 편지봉투에 담기 위해서는 애절한 사연이 담긴 편지지를 접어야 한다는 사실을 ! 접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선명하게 접는다. 이 연서'가 당신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편지지'를 칼날처럼 선명하게 접어야만 한다. 접힌, 흔적. 그것이 바로 얼굴의 주름'이다. 접히는 아픔 없이 누군가를 사랑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름'은 누군가를 향해 편지를 띄운 흔적(들)이다. 이 세상 모든 연서'는 선명하게 접힌 종이'이다.

 

 

 

 

편지를 쓴다 2 : 시에 대하여...

 

손 편지를 써서 보내던 날들이 있었다. 편지를 쓰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편의점 영수증처럼 구겨서 버리고 다시 쓰기를 반복했다. " 가을비가 내리니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구나 " 라는 문장은 " 어젠 가을비가 따스하게 내렸다 " 라고 고쳐 쓰다가, 다시 " 가을비가 내렸으니 이제 곧 겨울이 올 것이다 " 라고 수정했다. 하지만 이내 편지지를 찢고는 다시 " 가을비가 내리니 낙엽이 우수수 떨어진다. " 라고 보내고는 했다. 얼마나 많은 편지를 썼는지 당신은 모른다. 사실, 그해 가을에 당신에게 보낸 한 장의 편지'는 한 권의 노트였다. 찢어서 버리고, 찢어서 버리고, 찢어서 버리고 남은 노트의 한 페이지'만을 당신에게 보낸 것이다. 그러므로 그 편지 한 장의 무게는 노트 한 권의 무게와 같았다. 가슴이 마른 여자를 보았을 때 오래전'에 당신에게 보냈던 편지'가 생각났다. 저 사람도 한때는 풍성한 가슴이었을 것이다. 찢고, 찢고, 찢고 남은 한 장의 가슴이리라. 파랗게 멍든 가슴이리라.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말라비틀어진 가슴이 아니라 마지막 남은 한 장의 편지이다. 소설가는 열 장의 종이를 찢어버리고 남은 한 장으로 소설을 쓰고, 시인은 백 장의 종이를 찢어버리고 남은 한 장으로 시를 쓴다.

 

 

 

 

당신이라는 여자, 밑줄을 그었다.

 

오래 전에 읽은 책을 다시 읽는다. 10년 전에 처음 읽고, 4년 전에 다시 읽었다. 그리고 지금 또다시 펼친다. 그러니까 나는 십 년 동안 이 책을 세 번째 읽는 중이다. 곳곳에 밑줄이 그어진 문장이 보인다. 밑줄을 그은 것으로 보아 그 문장들이 < 의미심장 > 하다고 생각한 모양인데, 그때 그은 문장들은 모두 평범한 것(들)뿐이었다. 내가 왜 그 문장 밑에 밑줄을 그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책 속엔 10년 전에 그은 밑줄과 4년 전에 그은 밑줄과 오늘의 밑줄이 전봇대에 걸친 전선줄'처럼 엉켜 있다. 오늘도 나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낱말과 문장에 밑줄을 긋는다. 오늘은 중요한 것이었으나 먼 훗날에는 지극히 평범한 것이 되는 글 밑에 말이다. 내가 오늘 그은 문장은 4년 전에는 평범하다고 생각한 문장이었으며, 10년 전에도 모르고 지나친 것들이었다. 인생도 같은 순리'가 아닐까 싶다. 한때 한 여자를 사랑했다. 그 여자 밑에 밑줄을 그었다. 헤어지면 못 살 것 같아서 목놓아 운 적도 있다. 고래처럼 오래, 망망해서 울었다. 그 여자는 내 삶의 전부였으나 돌이켜보니, 그때 내가 그은 밑줄은 어쩌면 평범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당신 없이는 못 살 것 같아서 손목을 밑줄처럼 그었으나 부질없는 짓.  이렇게 살아서 누군가의 위로를 받는다. 그때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밑줄을 긋지 않는 사람에게서 위로를 받는다. 그러므로 살아 있으라. 그때 당신이 밑줄 친 미문은 그저 평범한 문장이었는지도 모른다. 먼 훗날 깨닫게 된다. 밑줄을 긋는다는 것은 잊기 위한 것이란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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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06-14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곳이 온통 끝이라니..
페루라는 곳에 가보고 싶어진다.
내년 쯤 페루나 갈까?

나도 밑줄긋듯 사랑을 하고 싶은데 그게 안돼.
결국 내 사랑들은 그때 그때 활활 타서는
돌아보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어서 떠올릴래야 떠올릴수가 없음.
난 왜이렇게 소모적인 인생 뿐이 못사는 걸까.. 답답하다..곰발동생.
오늘 글들 참 멋지다. 일년만에 다시보는 글도 있어 새록새록 그러네..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4 04:44   좋아요 0 | URL
김신용의 시 중 가시'란 시가 있다. 아주 섬뜩한 시인데...
어제 이러저리 글을 모으고 정리하다가 문득 나란 인간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관계를 가시'로 정의하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그래서 몹시

웃으면서 코 팠지. 울면서 코 파면 추잡스럽잖냐..

2013-06-14 0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4 0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4 0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4 0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4 1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4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히히 2013-06-14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등 뒤에 주름을 데리고 있다 하여 반기지 못할 사랑이 어디 있겠습니까?
차라리 움푹 패인 흔적을 인내하지 보톡스 한 방으로 해결되는 잔주름은 손사래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4 14:52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등 뒤에 주름이라.. 흠흠... 생각할거리'를 주시는군요. 전 등과 주름은 미쳐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히히 님... 그나저나 히히 님도 알라딘 하나 만드십셔 ~

소나기 2013-06-14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굴 주름은 그가 마주쳤던 많은 사건들과 타자들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씨실과 날실의 얽힘으로 서로의 얼굴에 주름으로 남을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 아닐까 싶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5 04:19   좋아요 0 | URL
전 이상하게 주름이 많은 사람에 대해 호의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남자이건 여자이건 말이죠...
깊은 주름은 늘 현자에 대한 상징'이었어요. 내가 만난 사람은 교양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인간적 매력 자체만으로 보았을 때 멋진 주름은 인간적인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상처적 체질 문학과지성 시인선 375
류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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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힘

 

 

 

                                                                         류근

 

 

 

애인에게 버림받고 돌아온 밤에

아내를 부둥켜안고 엉엉 운다 아내는 속 깊은 보호자답게

모든 걸 안다는 듯 등 두들기며 내 울음을 다 들어주고

세상에 좋은 여자가 얼마나 많은지

세월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따뜻한 위로를 잊지 않는다

나는 더 용기를 내서 울고

아내는 술상까지 봐주며 내게 응원의 술잔을 건넨다

이 모처럼 화목한 풍경에 잔뜩 고무된 어린것조차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노래와 율동을 아끼지 않고

나는 애인에게 버림받은 것이 다시 서러워

밤늦도록 울음에 겨워 술잔을 높이 드는 것이다

다시 새로운 연애에 대한 희망을 갖자고

술병을 세우며 굳게 다짐해보는 것이다

 

 

 

 

 

 


 

 

 

 

 

 

 

 

 

 

 

 

 

 

 

 

 

가죽의 힘 : 죽으러 갑니다.

 

 

무악재 오르는,  인적이 드문 곳에 수상한 가게가 달랑 하나 있었다. 이곳은 상가 밀집 지역도 아니였고 주거 지역도 아니었다. 무악재'라는 이름이 정보를 제공하듯이 가파른 언덕 길 위에 조그마한 건물 하나가 전부였다. 지나가는 사람도 없을 뿐더라 그 근처에 사는 사람도 없는 그런 황량한 곳이었다. 그런 곳에 가게 하나가 생긴 것이다. 나는 이른 아침이면 날품을 팔러 버스를 타고 도시로 떠날 때마다 그 가게를 지나쳐 갔는데,  가계 이름이 " 모두가  죽으러 " 였다. 모두가 죽으러? 모두가 죽음으로 ? 모두가 죽으러 간다?!

■ 재 : 길이 나 있어서 넘어 다닐 수 있는, 높은 산의 고개 [ 비슷한 말 ] 영(嶺)

 

가게 유리 창은 검은 선팅을 했기 때문에 그 안을 들여다 볼 수도 없을 뿐더라, 버스가 이 가게가 있는 도로를 지날 때면 워낙 빠르게 질주했기 때문에 얼핏 스치듯이 보는 것이 전부였다. 장의사인가 ? 그러다가 어느 날 자세히 보니 모두가 죽으러'가 아니라 모두가 죽으로'였다. 아하 ! 그래. 죽 전문점이야. 죽 전문점 ! 버스 안에서 자세히 볼 틈도 없이 버스는 휑 하니 달리고는 했다.

 

하지만 그것도 이치에 맞지 않았다. " 죽 한 번 먹으려고 이 꼭대기까지 오르다간 먹고 내려가는 데 배가 다 꺼지겠군. 흠흠. "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 가게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다. 홍제역에 내려서 걸어서 무악재 꼭대기까지 갔다. 자세히 보니 공방'이었다. 가죽 공예 공방 ! 그러니깐 이 가게의 간판 이름은 < 모두가 죽으러' > 도 아니고 < 모두가  죽으로' > 도 아니고 < 모두  가죽으로' > 였다. " 손님, 여기 있는 제품은 모두 소가죽입니다. 시중에 나도는 가죽 제품과는 달리 여기 가죽은 천 번의 무두질로 완성된 제품입니다. " 공방 주인인 듯한 젊은 분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 아, 네에....... " 빈 손으로 나오기 뻘쭘해서 작은 동전지갑'을 하나 샀다.

 

 

-

 

바람피우던 남편이 애인에게 차이고 돌아온다. 서러워서 펑펑 울자 아내가 남편의 둥근 어깨를 토닥거리며 술상을 차린다. " 여보, 이 세상에 널린 게 그런 년들이라오. 하루 정 품고 떠나는 하루살이'들이에요. 다음에는 차차'를 배워보아요. 슬로우 슬로우 퀵 퀵. 끌어당길 땐 젖가슴이 빠개지도록 젊은 년 허리를 확 당기라구요. " 아내가 술을 따르며 바람난 남편을, 그것도 떠난 여자'를 잊지 못하는 남편을 위로한다. " 향숙이, 그년.... 빠개질 젖이라도 있습디까 ? 다이어트 하네, 뭐 하네.... 축 쳐진 당신 가슴보다 볼륨 없다요. " 아내는 남편의 쪼그라진 번데기'를 보며 속상해 한다. 한때는 단단했던, 딱딱했던...

 

설상가상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배운 아빠 힘내세요, 를 부르면서 하트 빵 빵'을 열심히 날린다. 속사정을 모르는 " 지나가는 관객 1,2,3 " 은 가족의 화목에 허허허 웃는다. 좋구나, 가족의 힘이란다. 밖에서 보면 화목이요,  안에서 보면 수목(드라마)이다. 막장이란 뜻이다. 이게 다 오해에서 비롯된 풍경이다. 시 < 가족의 힘' > 은 바로 착각이 만들어내는 넉넉한 풍경을 다루고 있다.  잘 알지도 못 하면서 잘난 척하는 세상에, 가족은 잘 알면서도 모르는 척 뻔데기'를 응원한다. 아내는 남편의 삑사리'를 눈 감아 주고, 아이들은 아버지가 부르다가 만 삑사리를 대신 부른다. 그것도 러브 하트 핑크 에코 빵 빵'을 날리면서 말이다. 태진아 노래방 연주기'라도 있었더라면 " 어디서 좀 놀아보셨군요 ! " 라는 극찬을 받았을 법하다. 

 

가족과 가죽의 공통점은 질기다는 것이다.  천으로 만든 옷은 찢어지면 버리게 되지만, 가죽으로 만든 제품은 지겨워서 버리게 된다. 기타노 다케시의 말을 빌리면 가족이란 남들이 보지 않으면 내다버리고 싶은 구성원'이다. 지긋지긋한 것이다. 이처럼 가족과 가죽은 의외로 닮은 구석이 있다. 다만 가죽은 지겨우면 버릴 수 있지만 가족은 지겹다고 버릴 수는 없는 존재다. 신파나 통속이라는 말도 사실은 가죽'처럼 질긴 것에 대한 조롱이 아니었던가. 질기다는 것은 지겹다는 말이다. 뻔하다는 말이다.

 

시집 < 상처적 체질 > 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지만 상투적이며 통속적인 이미지로 꾸며진 시집이다. 시인은 의도적으로 " 상처的 " 이라는 번역투를 과감하게 끌여들여서 시에 통속성을 부여한다. ( 상처적 체질'이라는 표현은 비문이다. 문법적 오류라는 말이다. 시인이 이 사실을 모를 리는 없다. 의도적인 배치이다. ) 가장 흔한 먹물 어투 가운데 하나가 < ~ 的 > 의 남발이 아니었던가. 꼰대에 대한 체질적 혐오'가 엿보인다. 가볍게 읽기에 좋은 시다. 그렇다고 가벼운 시집'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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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06-13 0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와는 그렇게 직접적인 관계는 없는데 전에 읽은 글이 생각난다.
사카구치 안고의 에세이에선데 (다자이와 함께 무지 좋아하는 사람)
가정이 '창녀'들의 세계에 의해 간단하게 파괴될 수 있음은 당연한 이치라고.. ㅎㅎ
창녀들의 세계의 건전함에 가정의 불건전함은 질 수 밖에 없다고..
(이 사람은 이걸 또 문학의 불건전함이랑도 빗대어 얘기 하는데..)
남녀의 진실된 생활은 창녀들의 세계에 있다며,
서로 속이고 보다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보이려 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자신의 매력 안에서 상대를 생활시키고자 하는..그런 게 건전한 것이라고..
건전한 문학 또한 그런 것이라고..? 뭐 이런 식의.내용인데..

어째 저 시를 읽으니 안고의 이 글귀가 생각이 났어.
가정이란 세계가 갖는 불건전함.
가정,은 인간적인 취지 위에 만들어진 제도일텐데..
오히려 그 취지에는 상반되는 인간의 비인간성들이
더욱 두드러지게 되는 제도란 생각이 요즘 들어 부쩍 든다.

근데 머냐 저인간, 만일 내 남편이
저 시 속의, ..같은 찌질한 바람둥이 새키면
난 당장에 찌르거나 버리겠움! 쯧.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3 04:53   좋아요 0 | URL
시인의 마초적 성향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찌질한 수컷에 대한 조롱으로도 읽힌다.
난, 이 시집에 에세이처럼 읽혀...
아마, 시인은 한국 시 문단에 대한 아주 강렬한 혐오를 가지고 있는 듯해.
가만 보면 온통 깐다.
사실 시인이 상처적 체질' 따위의 문장은 잘 안 쓰거든..
이런 문장 쓰면 바로 한소리듣지..
비문이거든... 그런데 일부러 시집 제목으로 쓰잖냐...
아마, 조까라.. 이런 뜻인듯....

iforte 2013-06-13 0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악재와 가죽과 가족이 또 이렇게 엮이는군요. 정말 뜬금없이 엮고 들어가는데에는 천재적인 곰.발.님이셔...
어제(였나요? 요새 낮잠을 시도 없이 자는 바람에 시간이 어찌 가는줄 모른다는..)에 이어서, 웬지 또 슬퍼져요. 잠잘 시간도 안되고.. 공부도 안되고.. PGA 시합 뛰러나 가야겠네요.. 아, 제가 말안했지요? 현 PGA 상금랭킹 1위입니다. Wii에서..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3 05:06   좋아요 0 | URL
제가 원래 막 억지로 밀어넣는 스타일이비다. 저 일화는 실제 제가 겪은 일화예요. 궁금해서 미치겠더라고요.
산꼳대기에 있는 가게였는데맘 먹고 찾아갔습니다.
공방일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말입니다..ㅎㅎㅎㅎㅎㅎㅎ
전 진짜 pga 골프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피쥐에이'는 남자들이 하는 거죵? 아닌가 ? ㅎㅎㅎㅎ. 이상하네.. 하다가 게임이었군요.. 하하..

iforte 2013-06-13 05:32   좋아요 0 | URL
어? 어찌 제 성별을 아셨을까? 췟, 젠더 이슈에서 초연하려고 쉴레의 초상권까지 도용했는데... 샐쭉. 어서 들켰을까놔...
흠... 역시 예술적 감성이 풍부하셔서 그런거....라고...
Anyway, '모두가 죽으러'가 그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은..하하.. 완전 뿜게만들었읍니다. 뭐, 저도 한번 뿜게해드리죠. 원래 제 학부 전공이 신방과인데, 이게 신문방송의 줄임말인지 모르고 신방 꾸미는거랑 관계된건줄 알고서 인테리어관련 전공이겠거니하고 지원했더란 전설이... 실제로... 그만큼 별 목적없이 대학 갔다는 씁쓸한 얘기죠. 흑흑....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3 05:44   좋아요 0 | URL
농담이죠 ?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만약에 진짜면 이거 대박입니다.

iforte 2013-06-13 07:10   좋아요 0 | URL
농담 아녀요. 진짜루... 원래 미술전공하다가 잘 안되서 전공 바꾸려는데 관심이 워낙 없이 선택하려다보니.... 에효... 첫단추를 그렇게 잘못 낀것이 여지껏..... 에효... 인생이란게 그런것 같아요. 넘어지고 엉뚱한데 코 박고...다시 일어나서 열심히 뛴다고 한참 뛰고 돌아보니 뒤로 뛰어가고있고... ㅠㅡㅠ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3 08:47   좋아요 0 | URL
신방과 만큼 좋은 매력 있는 확과도 없습니다.
헛다리 짚으셨지만, 오히려 전화위복 아니겠습니깡....
9시뉴스 메인 앵커는 포르테 님 몫입니다.

마립간 2013-06-13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가족이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어떤 가족은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3 08:50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세상에는 행복한 가족과 행복하지 않은 가족도 있죠... ㅎㅎㅎㅎㅎ.
마립간 님은 행복한 가족에 속할 것 같습니다..

마립간 2013-06-13 09:00   좋아요 0 | URL
한가지 더, 어떤 사람이 행복한 가족을 가져 행복했다는 것이 다른 사람이 행복한 가족이 없다고 불행한 것은 아닙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곰곰생각하는발님을 모르지만, 곰곰생각하는발님도 행복한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3 09:0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꾸벅 ~ 전 그냥 행복과 불행 중간을 살았으면 합니다.

새벽 2013-06-13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이 시의 아내가 남편이 사회생활에 치여 우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여겼었어요. ^^;
애인에게 차인 애같은 남편은 집에 와서도 울고
그걸 식구들은 우리 가장님 밖에서 얼마나 고생 많으셔~ 하면서 토닥토닥..

그나저나 전 저 노래가 그렇게 싫더라구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좀 무섭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3 09:06   좋아요 0 | URL
그렇죠 ? 저도 저 노래가 좀 웃기다고 생각해요. 어린이 노래이니 동요인데... 동요란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입니다. 그런데 저 노래는 어른을 향한 노래예요. 마치 어른이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뭐, 삐딱하게 보는 시선 탓이겠죠 ? ㅎㅎㅎ.

프레이야 2013-06-13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집 이 시인, 우연히 발견하여 읽은 적이 있어요. 재미난 사람이구나 생각했더랬지요. 좋아하는 알라디너에게 선물할 정도로요. 시를 쓴다면 이런 시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3 10:06   좋아요 0 | URL
그렇죠 ? 저도 그냥 우연히 서점 가서 신간 시집 구경하다가 < 상처적 체질 > 이란 제목을 보고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 어이구. 시부럴... 시인이 무슨 비문법적 오류냐... 상처적'이란 말은 처음 듣네... 말세다, 말세... " 이러고 시집을 읽는데... 아이콩 요거 재미있더라고요. 시집 제목도 통속미를 가미해서 일부러 그리 지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덥니다. 그래서 이 시집이 좋아졌습니다. ㅎㅎ

라로 2013-06-13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과 가죽의 공통점은 질기다는 것이었군요!!! ㅎㅎㅎ 언제나 기발한 곰발 님의 관점에 또 한 번 감동했어요, 덕분에 시에 문외한인 저도 시를 읽어보게 되었고요,,,,,,,,,,,,,,언제나 건필하시길!!! ^^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3 12:00   좋아요 0 | URL
곰곰 생각해 보면.... 문장 강화 수업 중 최고는 시를 읽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시에는 운율적 요소와 상징을 세련되게 포장하는 기술, 그리고... 음... 음.. -_-

하여튼 기타등등등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시를 읽어야 함 !!!!

히히 2013-06-13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가죽은 지겨우면 버릴 수 있군요......?
아무리 내다 버려도 회귀하는 것이 가족입니다.

파릇파릇하다가 집에만 들어가면 시든적이 있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3 12:03   좋아요 0 | URL
가죽이 이게 안 쓰면 망가집니다. 자주 만지고 손질하고 기름칠해야지 가죽은 제품으로서 오래 쓰는데
그냥 방치하고 나몰라라 하면 쭈글쭈글해져서 못 씁니다. 묘하게 가족이랑 닮은 구석이 있어요....
가족도 방치하면 굳어져서 못 쓰게 되죠. 가족은 가죽과 비슷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요...

오홋.. 요거 생각없이 그냥 댓글 달았는데 내용이 맘에 드네요. 봄문에 추가해야겠어요....

비로그인 2013-06-13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이 이렇게 쫙 달린 곳에는 왠지 맥이 빠져서 차마 달고 싶지도 않은데...그래도.

가족수선 해드립니다, 라는 문구를 본 적 있어요. 원하신다면(?) 인증샷도 가능.

류근을 직접 본 사람 있다고 들었는데, 아주 미남이라고.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의 노랫말을 쓴 장본인이기도 하구요.
유부남으로서, 안할 말, 못할 말 다하고 사는 '글쓰기' 라는 직업의 치사함과 뻔뻔함이 결국 문학의 힘이라고 다들 그러니.

뭐 그래도 지루하지 않아서 좋네요. 곰발님 페이퍼처럼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3 23:45   좋아요 0 | URL
가족 수선해주시는 분이 계시면 진짜 대박이겠습니다. 가족 수선이라... 후훗...
전, 글구 보니 못 봤네요. 봤다 생각하고 댓글 달려다가 가만 보니 본 적이 없네요...
그분 시에도 너무 아픈 사랑은.. 이거 나옵니다. ㅎㅎㅎㅎㅎㅎㅎ. 자기가 쓴 가사라고 말이죠...
이 시집은 통속의 발견이었습니다. 읽기 매우 유쾌했습니다.
 
환상통 시작시인선 49
김신용 지음 / 천년의시작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환상통

                                                                                              김 신용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 가지가 가늘게 흔들리고 있다

나무도 환상통을 앓는 것일까?
몸의 수족들 중 어느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간 듯한, 그 상처에서
끊임없이 통증이 베어나오는 그 환상통,
살을 꼬집으면 멍이 들 듯 아픈데도, 갑자기 없어져 버린 듯한 날

한때,
지게는, 내 등에 접골된
뼈였다
木質의 단단한 이질감으로, 내 몸의 일부가 된
등뼈.

언젠가
그 지게를 부수어버렸을 때, 다시는 지지 않겠다고 돌로 내리치고 뒤돌아섰을 때
내 등은,
텅 빈 공터처럼 변해 있었다
그 공터에서는 쉬임없이 바람이 불어왔다

그런 상실감일까? 새가 떠난 자리, 가지가 가늘게 떨리는 것은?

허리 굽은 할머니가 재활용 폐품을 담은 리어카를 끌고 골목길 끝으로 사라진다
발자국은 없고, 바퀴 자국만 선명한 골목길이 흔들린다

사는 일이, 저렇게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라면 얼마나 가벼울까?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창 밖,

몸에 붙어 있는 것은 분명 팔과 다리이고, 또 그것은 분명 몸에 붙어 있는데
사라져 버린 듯한 그 상처에서, 끝없이 통증이 스며 나오는 것 같은 바람이 지나가고

새가 앉았다 떠난자리, 가지가 가늘게 흔들리고 있다

 

 

 

 


 

 


 

 

 

 

" 저기, 소금장수 지나간다 ! "

 

 

 

 

 

 

 

어리거나 여린 놈에게서는 젖비린내'가 난다. 간사한 놈에게서는 생선 비린내가 나고, 깡패처럼 독한 놈에게서는 피비린내가 난다. 하지만 정말 독한 놈은 단내'가 난다. 하혈을 하듯 눈물을 쏟아낸 자'만이 안다. 눈물은 짠 게 아니라 달다. 진한 꿀은 종종 쓰다. 김신용의 < 환상통 > 을 읽으면 입에서 단내'가 난다. 현대 시인들이 관념으로 허세를 부릴 때, 김신용은 독하게 쏜다. 누군가는 총천연색 칼라 같은 삶을 사는가 하면, 또 누군가는 칼날 같은 삶을 살아가는 것. 그의 시는 김연주의 시와 닮았다. 날것이다. 손톱 밑에 박힌 가시'다. 그들에게 시는 통증이다.

 

시인 김신용은 실제로 시장 지게꾼'이었다. 지게에 원단을 싣고 나르는 노동자'였다. ( 10대는 서울역 양동에서 앵벌이 생활을 했다. 아리랑치기'도 했다. 이 단어를 알고 있다면 당신은 거칠게 산 사람이다. 늦은 밤 어슬렁거리는 취객을 따라가 벽돌로 내리쳐 기절을 시킨 후, 지갑을 훔치는 일이다. ) 그런 그가 지게를 부수고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전과 5범이었다. 내가 이 시를 읽었을 때 느꼈던 전율은 기시감'이었다. 대학 교단에서 심심풀이로 시를 쓰는 시인과는 달리 그의 시에서는 아주 지독한 달디 단 몸내'가 났다.

 

나 또한 서울역 양동에서 20대 초반을 보냈다. 내 친구는 아리랑치기범'이었다. 저녁에는 술을 마셨고, 밤에는 벽돌을 들었다. 주변엔 온통 앵벌이들뿐이었다. 러미날 먹고 환각 상태에서 지하철을 탔다. 문어처럼 흐느적거리며 바닥을 기어다니면 벌이가 쏠쏠했다. 누가 더 문어 연기를 잘하느냐에 따라서 그날 벌이'가 정해졌다. 아이들은 스스로를 문어 새끼'이라고 조롱하고는 했다. 러미날은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했다. 뼈가 녹았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경찰이 아니라 적십자 구호 단체'였다. 잡히면 그들은 다리를 자르거나 팔을 자르거나 했으니깐 말이다. 그래서 앵벌이들은 경찰보다 적십자를 무서워했다.

 

내가 아는 앵벌이'는 종종 말하고는 했다. " 형, 우리 행불되진 말자 ! " 그들은 거리에서 쓸쓸히 죽어가는 것을 행불이라고 했다. 행불이란 " 행방(행적)불분명 "의 약자였다. 거리에서 죽은 노숙자들은 대부분 행불 처리' 되었다. 경찰은 사건 기록지에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대신 < 행불 > 이라고 적었다. 행불되지 말자고 말했던 그 친구는 동료 칼에 찔려 죽었고 그의 단짝 떠벌이 친구는 적십자에 끌려가서 다리가 잘렸다. 지하철에서 우연히 그 친구를 만났다.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 다리 하나 없으니 장사가 더 잘 돼 !!! "

 

그리 먼 과거의 일이 아니다. 늙고 병든 창녀들이 모이고, 그 창녀의 아이들이 자라고, 러미널을 먹고 쓰러지고.......  김신용의 시'는 그런 양동의 풍경을 시로 썼다. 그것은 나만이 알 수 있는 사인'이었다. 우리는 남대문 지게꾼을 소금장수'라고 부르거나 밀가루 부대'라고 놀렸다. 한여름 땀을 흘리고 나면 등짝에는 땀이 마르고 난 허연 백태 같은 소금기'가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 소태를 보며 깨달았다. 노동은 신성한 것이,  아니다. 통증이다.

 

저기... 소금장수 지나간다.

 

 

 

 

 

 

■  http://myperu.blog.me/20168576423  : 옛날 신문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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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06-11 0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단 눈물.. 노동의 땀을 백태로 지고 가는 소금장수.. 부족한 잠에 몽롱하던 정신머리가 퍼뜩 듭니다.
이 글은 모셔두지 않을 수 없네요.
아 정말이지 누구 표현 빌어서 눈알에서 비늘이 벗겨져 나가는 듯하군요. 아프게 깹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1 13:24   좋아요 0 | URL
정말 힘들면 단내와 짠내가 배출됩니다.
뭐 워낙 헬스로 다져진 분이니 그 고통은... 비유가 좀 이상한가요.. 으하하하...
생각해도 제 비유가 좀 이상합니다.

새벽 2013-06-11 14:4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육체에 가해지는 고통이야 웨이트 트레이닝 따라올 것이 없을 만도 하지만..
생계형 보디빌더 몇몇 분을 제외하곤 감히 제 멋으로, 취미로 헬스하는 사람이 소금장수이겠습니까. ^^;
암튼, 요즘 시 읽어주는 남자 곰곰발님 글 읽는 맛에 삽니다. (읭?)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2 20:1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다시 시에 대한 열정을 불태워야 할 것 같습니다..

iforte 2013-06-11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심지어 링크된 글까지 슬퍼요. 굉장히 유쾌하고 밝아만 보이던 곰.발.님이 오늘은 좀.... 그냥 슬퍼요. 이런.. 공부해야 하는데.. 오늘은 그냥 일찍 자야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1 13:25   좋아요 0 | URL
아니 무슨 아침에 잠을 잡니까, 라고 쓰다가.. 아하, 한국이 아니었지... 하고
수정합니다. 어서 공부하다가 주무십셔..

봄밤 2013-06-11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시, 가 가시 같아요. 찔려서 살아 있는 걸 느끼는 아침입니다. '통'인줄 모르고 죽어 사는 이들에게 눈에 가시를 박아요. 떨다가, 지나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1 13:26   좋아요 0 | URL
이 시인 중에 가시란 시도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이 시인은 문태준 시인과 비견될 만한 분인데
아마... 문단과는 친하지 않으신가 봅니다.
문단과 친하지 않으면 뜨기 힘들거든요...

안나 2013-06-11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감성쩌는 글인데 (눈물흘림) 소스가 전부 재탕이잖아여-!

페루애에게는 먼가 새로운 사건이 필요하다. 스펙타클한 먼가...
아리랑치기, 퍽치기 이런거 말고... 새로운 아이템.
양치기, 가지치기, 피아노치기, 딱지치기, 초치기, 비석치기, 골프 싸게 치기... 이런거 읍나여?

(도망)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1 13:28   좋아요 0 | URL
이곳에서 배운 게 아리랑치기와 퍽치기'인데 여기서 어떻게 더 재탕을 합니까.
그건 거짓말을 하라는 거밖에 더 됩니까 ? 거짓말은 못 하겠소..

안나 2013-06-11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작가는 몸으로 뛰어야 합니다. 새로운 글감을 위해서라면 조폭세계라도 뛰어들어서- 새로운 뭔가를 경험해보도록 하십쇼.
이를테면...흠. 장기매매 이런 거 좋지 않습니까???

+영퀴 출제했으니 그거나 언능와서 맞쳐주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2 20:11   좋아요 0 | URL
점점 영퀴 달인들이 넘쳐나서 한때 달인이며 창조자였던 ( 포스터 문제 ) 전 3류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심히 부끄럽습니다.... 장기매매하고 나서 글을 다시 쓰리다...

히히 2013-06-11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통증은 뱉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더욱 찌르니까요.
아마도 친구분들은 자신의 과거를 절대 발설하지 못할겁니다.
곰...발님은 단내는 나지 않은 듯 하여 다행입니다.(엥, 다행인가요? )
김신용님은 주저리주저리 달린 열매들을 바구니에 담고
우리는 그것을 '시'라고 부를 뿐이구요.

안구를 내 안으로 돌립니다.
비 날릴 때 나도 날리면 너무 신파적이잖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2 20:13   좋아요 0 | URL
전 단내 안 납니다... 하하하...
사실 전 김신용이 작가지망생인 줄 알았어요. 누가 이 시를 링크 걸고 나서
신춘문예 응모작'이라고 했더라고요...
젊은 사람이 쓴 시인가보다 했는데 예사롭지 않은 겁니다.
아니 시부랄 이런 수준이면 현대시는 정말 출중하구나 이런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이건 딱 읽으면 체험시입니다.
전 요즘 관념시'에 아주 질려버린 상태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