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생각해 보라. 헨젤과 그레텔 이야기는 계획적인 어린이 유기로 시작하더니만 어린이 납치로 발전하고, 노예 만들기, 불법 감금까지 더해지더니, 마지막에는 정당화된 살인과 시체 소각까지 나온다. 대부분의 어머니와 아버지라면, 안데스 산맥에 비행기가 추락하자 비행기에 타고 있던 럭비 선수들이 죽은 동료 선수를 먹음으로써 살아남았다는 내용을 극단적으로 선정적으로 다른 멕시코 날림 영화 < 생존하라 > 를 결코 자녀들이 보지 못하게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부모들도 마녀가 아이들을 살찌워서 잡아먹으려고 하는 헨젤과 그레텔에서는 반대할 명분을 거의 발견하지 못한다. 우리는 이런 막돼먹은 동화를 꼬마들에게 선사하면서도, 어쩌면 더욱 깊은 마음 속에서는 이러한 동화들이 꼬마들의 두려움과 반항심을 구체화시키는 완벽한 구심점이 된다는 것을 거의 본능적으로 이해할 것이다. "
- 죽음의 무도 中, 스티븐 킹
미녀는 마녀다, 라는 명제는 틀리다. 하지만 마녀는 미녀다, 라는 말은 맞는 명제'다. 왜냐하면 마녀는 둔갑술의 천재이기 때문이다. 늙은 마녀는 사람들 앞에서는 미녀로 둔갑한다. 영화 < 양들의 침묵 > 에 나오는 연쇄살인마인 가죽 재단사'는 남성화된 여성 마녀'다. 성형 중독인 그(녀)는 탱탱한 젊은 피부를 찢고, 이어붙이고, 재단한다. 그(녀)는 백 번째 피부 조각으로 꿰맨 옷을 입고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 시늉을 할 것이다. 흉물이란 늘 그런 존재'다. .
작품 속에서 버펄로 빌의 직업은 재단사‘다. 그는 희생자들의 피부에서 벗겨낸 여성 인피로 가죽 옷을 만든다. 그의 욕망은 여성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여성 피부로 만든 옷으로 몸을 감싸서 자신의 남성 육체’를 감추고자 하는 것이다. 고치 속에 몸을 숨긴 좀나방 유충처럼 말이다. 드라큘라의 송곳니'가 보톡스 주사바늘의 은유라면, 재단은 몸매 성형의 은유다. 현대의 성형 여성은 드라큘라와 마녀'의 후손들이다. 그들은 송곳니처럼 날카로운 주사바늘에 의지해서 젊음을 유지하거나 clothes moth'를 욕망한다. 주름이 없는 탱탱한 피부를 갖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것이다. 그러한 욕망은 그로테스크하다.
공포영화나 공포소설을 좋아한다고 하면 대뜸 이런 반응이 날라온다. 왜 <그따구 >영화/소설을 보세요 ? 더군다나 소설이 토막 살해'된 시체 중 일부는 어디에 숨겨두었을까, 라는 내용을 다루면 < 그따구 > 라는 비표준어는 깔따구'처럼 수십 마리'가 하늘을 날며 나에게 공격을 가한다. 고상한 척하더니 변태로군요 ! 그런데 이 공격적 비아냥거림'에 대한 답을 제대로 한 적이 없다. 늘 궁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스티븐 킹이 말한 헨젤과 그레텔의 비유를 들어서 설명하리라. 알맞은 답변이다.

세기의 마녀들.
영화 < 양들의 침묵 > 에 나오는 연쇄살인마인 가죽 재단사'는 남성화된 여성 마녀'다. 괴물'은 여성 피부 거죽'을 자기 몸에 착용함으로써 상징적 여성화'를 꾀한다. 자신이 가장 탐나는 피부'를 찢고, 이어붙이고, 재단한다는 측면에서 이 행위'는 성형과 직결된다. 그'는 성형을 통해서 여성'이 되고 싶어 한다. 이 영화를 비틀면 < 백설 공주 > 코드'가 나온다. 백설공주에서 마녀의 정체는 젊은 척하는 흉물이다. 마녀는 젊음이라는 피부 거적때기'를 몸에 두른 코스튬 플레이어'다. 하지만 이 피부 거적때기'는 가죽과는 달리 영원한 것이 아니라 쉽게 낡고, 썩고, 해지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피부 가죽 원단을 교체해야 한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젊은 여자'의 심장이 아니라 피부'이다.

< 양들의 침묵 > 에서 조디 포스터'는 안소니 홉킨스의 딸이며 렉터 박사는 노심초사 딸의 안위를 걱정하는 왕'이다. 그리고 살인 재단사'는 최종적으로 딸을 죽임으로써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왕비다. 왕비'는 말랑말랑한 젤라틴'을 원한다. " 거울아, 거울아 ! 이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사람은 누구니 ? " 거울은 과연 누구를 호명할 것인가 ? 거울은 명쾌하게 쏟아낸다.
" 삐리리리... 곰곰생각하는발'입니다. 그는 웃으면서 코 팔 때 매력적입니다 ! 섹시한 새끼손가락을 콧구멍에 걸며 조심스럽게 목표를 향해 움직일 때는 마치 꼬리를 흔들며 먹이를 유인하는 아일랜드 살무사처럼 우아합지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는 곰곰생각하는발'입니다. 그는...... 똥구멍까지 아름다울 위인입니다. 국화 무늬 괄약근이라니. " 그 말에 마녀, 웃으면서... 코 판다. 부숴버리겠...... 어.
현대 성형 여성은 마녀'의 후손들이다. 그들은 모두 요술 거울 앞에서 " 거울아, 거울아 !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 " 라고 묻는 마녀와 같다. < 백설공주 >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 향숙이는 예쁘다 > 가 아니라 < 왜 왕비는 날마다 거울을 들여다보며 질문을 던지는가 > 에 있다. 그것은 자신의 육체에 대한 지속적인 불안 때문이 아니었을까 ? 백설공주에 나오는 왕비'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부정하는 " 자기 존재 부정 환자 " 이다. 성형중독은 본질적으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끊임없이 불만을 제기하는 현상이다. 성형 미인'은 죽어서도 썩지 않는다. 몸은 썩어서 사리지지만 가슴에 넣은 실리콘과 철심은 그대로 남는다.

세월을 긍정할 때‘가 온다. 그것은 타협도 아니고 포기’도 아니다. 세계의 사물에 관대해지는 법을 깨닫는 것, 늙는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말랑말랑한 무른 몸‘은 잘 익은, 곰삭은, 관대한 여유에 대한 은유일 것이다. 생생한 복숭아보다 썩은 복숭아’가 더 향기로운 향내‘를 간직하듯이 나이든 몸’은 무저항을 향한 하얀 백기‘다. 누구나 " 회춘 " 을 욕망하지만, 회춘'이란 기본적으로 영혼을 팔아야지만 얻을 수 있는 머스트 헤브 아이템'이다. 파우스트는메피스토 펠레스'에게 영혼이라는 심장을 팔아서 탱탱한 피부'를 얻는다.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이름 없는 괴물을 창조한 이유’도 늙은 몸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늑대인간은 ? 캣피플은 ? 드라큘라 백작의 여인들은 ?

그들은 처지지 않은 탱탱한 젖가슴과 주름 없는 피부를 얻기 위해서 드라큘라 백작이나 메피스토 펠레스에게 매혈을 한다. 드라큘라 백작의 날카로운 송곳니‘는 현대판 성형 주사바늘이다. 보톡스 주사’다. 피를 판 대가로 얻은 것은 젊은 척하는 늙은 몸이다.
40대 여배우가 성형으로 20대의 얼굴과 몸매를 유지하는 것을 보면, 나는 그들이 괴물 같다는 생각을 한다. 보톡스 주사로 마비된 얼굴은 마치 " 살아 있는 척하는 죽은 자의 얼굴 " 을 보고 있는 것 같아서 불쾌하다. 그들은 Undead/ 죽지 않은 몸'이 아니라 Living dead/ 살아 있는 시체 같다. 늙은 색욕이다.
배우란 얼굴 근육'을 써서 표정을 연기하는 직업이다. 투수가 팔 근육을 써서 공을 던지듯이 말이다. 그런데 보톡스'란 얼굴 근육을 마비시키는 독'이다. 웃고 있는데 얼굴 근육이 마비되어서 웃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젊음이라는 불멸을 얻기 위해 표정을 잃는다.
주름이야말로 표정을 연기하기 위한 가장 훌륭한 도구임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그렇게 ! 그것은 마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곡을 연주해야 하는 피아니스트가 미용을 위해서 손톱을 길게 기르는 것과 같다. 나는 나이 든 여배우의 깊은 주름을 보고 있으면 숭고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깊은 주름이 매력인 수전 새런든은 별다른 연기 없이도 그녀가 살았던 삶에 대한 고집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녀는 굳이 대사를 읊지 않아도, 우리는 그녀의 얼굴에서 진정성을 느낀다. 그것이 바로 주름의 놀라운 효능이다. 자연스럽게 늙는 것이 중요하다. 비록 젖가슴은 처지더라도, 젖꼭지가 점점 진한 색깔을 보이더라도, 머리가 희끗희끗 흰머리‘가 관목처럼 밑동에서 가지’를 치며 올라오더라도, 그 세월을 순응하고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누누이 말하지만 " 성한 복숭아보다는 상한 복숭아가 맛이 좋다. 그리고 성한 복숭아보다는 상한 복숭아가 더 달콤한 몸내를 풍긴다. " 시인의 말이다. 이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홍상수처럼 말하자면 적어도 괴물은 되지 말아야 한다. 회춘‘은 역설적이게도 괴물이 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