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두 분 토론

 

   

 

개그콘서트 < 두 분 토론 > 에서 남하당 박영진과 여당당 김영희'는 날마다 싸운다. 말이 좋아 토론이지, 자기 할 말'만 한다는 특면에서 보면 < 2분 발언대 > 나 다름없다. 그들은 서로 상대방이 내뱉은 말 가운데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을 취사선택한 후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결과는 뻔하다. 박영진은 뜬금없이 대한민국 축산업의 미래에 대해 걱정을 하고 ( 소는 누가 키울 것인가 ? ) 김영희는 대한민국 의료계 산하 이비인후과의 미래에 대해서만 걱정을 한다. ( 귀(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죠 ? )

 

그러니깐 남하당 박영진은 축산업 이익 교섭 단체 대표일 가능성이 높고, 여당당 김영희는 이비인후과 이익 교섭 단체 대표'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마, 당신은 이 글을 읽기 전까지는 남하당과 여당당'이 어떤 정치 세력인가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소수 이익 단체를 대변하는 어용 정치인들이었던 것이다. 겉으로는 남성 권익을 위한다거나 여성 신장을 위한다는 구실을 앞에 내세우지만,  사실은 돈 받고 특정 이익 단체를 대변하는 로비스트'였던,      것이다 !!!

 

 

이처럼 어떤 주장이나 메시지'를 무작정 곧이 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 박영진은 겉으로는 " 소는 누가 키울 것인가 ? " 라며 웃으면서 농담처럼 말했으나 속으로는 자신이 속한 이익 단체'가 주장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주말'마다 쏟아냈던 것이다. 김영희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한국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쫀쫀한 마초 근성에 대해 똥침을 날리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이비인후과 광고를 하고 있던 것이다. 감쪽시청자들은 속고 있는 것이다. 웃자고 든 예'이지만 신문'도 이와 다르지 않다. 기사 내용을 곧이 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 겉과 속'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제 언론은 박근혜 대통령이 작심하고 쏟아낸 말을 전송했다. 다음과 같다 :  “얼마 전 언론에서 실시한 청소년 역사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고교생 응답자의 69%가 6.25를 ‘북침(北侵)’이라고 응답한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역사는 민족의 혼이라고 할 수 있는데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데 있어 각자의 철학에 따라 교육방법에 차이가 있을 수 있고 교사의 특징이나 갖고 있는 장점에 따라 다양하게 가르치는 것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서 진실을 왜곡하거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선 안된다. 이것은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 가져야 할 기본 가치와 애국심을 흔들고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분들의 희생을 왜곡시킨 것으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말'을 전하는 것까지는 좋았다. 말을 옮기는 것은 언론이 해야 할 중요한 임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 악의적 취사선택 > 이라는 계략이 숨겨져 있다. 언론사들은 여론 조사 기관과 조사 방식'에 대한 내용은 생략한 것이다. 그냥 대통령이 모 언론사가 조사한 조사 결과에 대해 한마디 했다는 식'이다. 하지만 언론사가 설문 조사 내용을 인용할 때 조사 기관과 방식, 표본 집단'을 밝히는 것은 기본이 아니라 기초'에 해당된다. 그런데 몇몇 언론은 왜 이부분을 과감하게 생략한 것일까 ? 실상을 알고 보면 골때린다. 설문 조사 문구를 보니 " 6.25는 북침입니까 ? " 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북침이 " 북한의 침공 " 을 줄여서 북침'이라고 한 줄 알았다. 요즘 10대들은 줄임말에 익숙한 세대들이다. " 본 방송 시청 사수 " 는 " 본방사수 " 가 되고, " 닥치고 공격 " 은 " 닥공 " 으로 소비된다. 그러니깐 40자 전송에 익숙한 10대들은 조금이라도 길다 싶으면 가로를 쳐 생략한다. " 닥치고 공격 " 은 (치고)()이 되는 식이다.

 

북침'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를 했을 것이다. 그들은 북침을 (한의 남한)()'으로 이해한 것은 아닐까 ? 진중권이 지적한 것처럼 69%라는 결과는 역사 문제가 아니라 국어 문제'에서 비롯된 값이다. 하지만 형편없는 국어 실력'을 조롱하기에 앞서 먼저 여론 조사 기관과 언론에게 화살을 돌려야 한다. 설문 조사 문장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운 < 북침 > 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 자체가 실수라는 말이다.

 

여론 조사 문장은 표본 집단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단어'를 이해하는 능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 10대의 성적자기결정권은 존중되어야 합니까 ? > 라는 문장에서 성적자기결정권은 30대 이상 전문직 종사자와 저학력 70대 노인'들이 다르게 받아들인다. 30대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는 성적을 섹스'로 이해하지만 저학력 70대 노인들은 학업 성적'으로 이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처럼 설문 조사 내용은 표본 집단에 따라 최소한 알기 쉽게 풀어야 한다. < 북침 > 이라는 단어는 과연 적절한 단어 선택이었을까 ?

 

설상가상 이 조사'는 여론 조사 전문 기관이 한 것이 아니라 입시 학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한 결과이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하나부터 열까지 잘못된 것이다. 이 사실을 보수 언론들은 과연 모르고 있었을까 ? 그럴 일'은 없다. 내가 봐도 말도 안 되는 결과인데 깐깐한 언론사를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결론은 취사선택이다. 신문사 입맛에 맞게 전체에서 부분만을 발췌해서 왜곡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언론 편집의 묘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히 대통령의 말'을 무미건조하게 전달하는 기사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종북 세력 척결이 목적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른 것. 이러한 왜곡을 부추기는 기사'는 곧 전교조와 종북 정치 세력에 대한 탄압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국보법'에 대한 옹호로 이어질 것이다. 너무 뻔한 공식이어서 뻔뻔'하다. 이처럼 갑이 지배하는 사회는 갑갑하다.

 

박영진은 남성을 대변하는 척하면서 축산업자 이익을 대변하고, 김영희는 여성을 대변하는 척하면서 의료업자 이익을 대변하고, 신문사는 현 정권에게 유리한 입장을 대변한다. 이 정도면 이타적 사회다.  똘레랑스...존나 작렬하는 훈훈한 사회다. 하지만 예외는 존재하는 법. 오직 자신을 위해 싸우는 고독한 사람이 있었으니, 아... 눈물 난다. 대변인 윤창중이다. 그는 자신을 위해 대변'할 뿐이다. 그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다.

 

 


 

 

 

손석춘의 < 신문 읽기의 혁명 > 은 신문을 제대로 보는 방법에 대한 책'이다. 조중동과 싸웠던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게는 반가운 책이 아닐 수 없다. 손석춘이 제시하는 방법은 행간 읽기'다. 신문의 전체적인 편집 구성을 보면 그 신문이 지향하는 색깔이 보인다는 것이다. 글 배치, 사진 선택 등을 꼼꼼히 따져보면 편집 데스크의 정치적 성향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숨은 속뜻을 알아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것. 반면 피디수첩의 < 여러분 !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 드려야 할까요 ? > 는 황우석 사태'에 대한 긴박한 뒤따마'를 다룬다. 한국 사회'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을 종특'으로 비하하려는 경향이 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것. 이러한 태도는 과연 옳을까 ? 믿음이 강하면 맹신이 되고, 의심이 강하면 분석이 된다. 이 세상 모든 과학은 의심에서 비롯된다. 의심'은 좋은 것이다 ! 끗.

 

 

 

 

- 이미지 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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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3-06-18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20분간 오바마와 전화통화로 국정운영에 관해 폭 넓은 이야기를 (북핵문제 포함)을 나누었다는데(뉴스에서 떠벌떠벌)
20분 동안이래요. 20분....오바마가 떠들고 박근혜는 듣고만 었을께 뻔한데....그걸 뉴스라고 에구...
저도 아침 먹으면서 웃으면서 코파면서 잇힝~ 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8 10:30   좋아요 0 | URL
마치 서로 전화하며 국정 운영하는 것처럼 느껴지네요. 사실 대한민국은 미국 허락없이는 미사일 한 방도 못 쏘는 국가입니다. 그런데 무슨 국정 동반자 쉴드입니다. 사령관이며 상관이자 나으리이신 팍스 아메리카'에게 말입니다. 동반자 관계 따지지 말고 그놈의 작전권.. 뭐뭐 부터 시정해야 될 판입닏.

우리 모두 웃으며너 파 팝시다..

만화애니비평 2013-06-18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화내역 내놓는 게 답일듯 하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8 10:30   좋아요 0 | URL
통화내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좀 웃깁니다..ㅋㅋㅋㅋ

iforte 2013-06-18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네요. 누가 설문조사했는지, 조사방법론이라곤 듣도 보도 못한 사람이군요. 참내... 저런걸 아무 의심없이 옮겨적는 언론인들, 학교다닐때 받아쓰기는 '참 잘했어요' 도장 많이 받았겠네요. 머, 언론인을 통째로 호도하자는 뜻은 아닙니다. 걔중에는 정말 옳곧은 뜻을 쨍하게 표현하는 분들도 계시니까요. 그래도, 자질 모자르는 기사들 보면.. 어이구... 며칠전에는 "낸시랭, 살아있네. 일베를 향해 돌직구", 뭐 이런 기사제목을 보고 클릭했더랬죠. 창의성 및 질 팍팍 떨어지는 제목이 맘에 안들었지만 내용이 궁금해서요. 정말 클릭하느라 손가락 끝 세포에 무리를 한 것이 넘 아까운, 애들 잘쓰는 '냉무'인 기사요. 어휴, 이것도 기자라고.. !@#$%^&*

그나저나, '윤창중' 멘트는 - 이게 다겠거니, 막판에 방심했다가 허 찔려서 더 크게 뿜게 만든 - 완전 동의요. 표리부부동이라고 해야 하나요..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8 10:33   좋아요 0 | URL
한국일보 사태도 그렇고, 5.18 간첩 주도 주장도 그렇고...
침 막가는 언론입니다.
한국전쟁은 북침이냐는 질문 자체도 성립이 안 되요. 그건 정당한 국가 자체에 대한 질문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어디 독도는 한국땅입니까 ? 라는 질문을 하나요 ? 하지 않죠. 너무 당연한 거는 질문을 안합니다.
그런데 왠 뜬금없이 북침 타령입니까... 엄청 웃기는 이야기입니다.


히히 2013-06-18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리집 '사뽕'
큰딸 -사춘기 뽕(가슴) 나와서
작은딸 - 4학년 뽕
엄마 - 41세 뽕
아빠 - 사양하겠어요 뽕~~ (눈앞에서 사라지세요)
그러니 신랑을 이상한 눈으로 보지 마세요. 극히 정상적인 뽕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8 11:59   좋아요 0 | URL
부끄럽습니다만...
사실 남자이지만 제가 근육이라곤 달랑 하나 있습니다. 유일합죠.
괄약근 하나만 있고 몸 어디에서 근이 없습니다.
요즘 제 가슴은 b컵에 육박합니다... ㅎㅎㅎㅎㅎㅎ

히히 2013-06-18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열공에서 파생된 어휘
열뻑 - 막내가 만화책 볼 때 뻑가요
열뿅 - 큰 딸 거울보고 셀카찍고 나르시즘
열책 - 이것들아! 책 좀 열심히 으이?
.
.
.

북침 - 북한이 남한을 침공. 오카이? 아님 말고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8 15:46   좋아요 0 | URL
만화책 너무 뭐라고 하지 맙셔 ~ 어릴 땐 다 만화책 읽고 크는 겁니다요.
이제 슬슬 전교조 압박하기 시작한 거 같아요.
사람들은 대부분 제목만 훑지 내용까지는 안 보잖아요.
그냥 69%인가 보다 이러고 있을 거임... 참 답답합니다.

비로그인 2013-06-18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맙소사!! 삣..;;
삣?..... *_*;;;; B컵이라닛..?!!

자네...진심 NO SEXY 가이,로다...ㅠ_ㅠ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8 15:46   좋아요 0 | URL
남자의 비컵 사랑을 매도하지 마 !
 

 

 

 

개그 콘서트'로 읽는 책.

 

 

 

1. 생활의 발견.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시장의 법칙이다. 골목 또한 마찬가지다. 흩어져서 제각기 경쟁하는 것보다 같은 업종의 가게들이 모여서 골목을 형성할 때가 더 유리하다. 골목 형성이 효율적인 상권만드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벌집처럼 오밀조밀하게 모인 군집은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광고 역할을 톡톡히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일단, 가고 본다 ! 가장 좋은 책은 종이책이지만 그래도 최선책이 아니면 차선책이 있지 않은가 ? 풍전옥이 문전성시라면, 그 옆의 전주집은 어떤가 ? ** 골목의 장점은 상황에 대처할 피드백이 공존한다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 터들이 좋은 상권을 유지했던 것은 아니다. 이 영광은 < 원조 > 들의 <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가난의 서사‘ > 를 밑바닥에 깔고 시작하는 것이다. 사실, 가난했던 그들이 그곳에 터를 잡은 까닭은 그곳이 변두리였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

 

골목의 큰 판이 바로 시장이다. 이 시장도 원조들의 가난한 성공담을 바탕으로 한다. 변두리는 어느새 이들의 부지런한 노력으로 상권의 중심이 된다. 땅값이 오른다. 재주는 상인이 부렸는데, 상금은 건물 입대 주인이 주워 먹는 꼴이다. 최초의 시장이 형성되면 자연스럽게 시장 근처를 중심으로 주거지가 형성된다. 가난한 사람들이 모였으니 달동네가 형성되는 것이다. 할렘의 한국 버전이 바로 달동네다. 할렘의 탄생이다. 처음에는 값 싼 지역으로 출발했지만 시장의 범위가 커지자, 땅 값은 치솟는다. 이 치솟는 집값을 마련할 여지가 없는 사람은 좀 더 먼 지역으로 이사를 간다한국의 부동산 정책이라는 것이 대충 이런 식이다.

 

지금부터가 내가 하고 싶은 얘기다. 시장 밖 주거지로 옮긴 ( 더 싼 방을 위해서 ) 시장 노동자는 시장 중심에서 멀어진 만큼 더 많은 노동 시간을 할당받는다. 왜냐하면 출퇴근 시간이 그만큼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시장 안 노동자'보다 1시간은 일찍 일어나 집을 나서야 한다. 그래서 집이 없는 시장 노동자는 이래저래 지친다. 그런데 문제는 더욱 꼬인다. 시장 중심을 장악했던 외지인은 배가 부르자 복잡한 주거 복합 상권에서 벗어나 전원 생활을 즐기고자 한다. 퇴직연금자나 건물 임대업자 그리고 성공한 자영업자들의 출퇴근 시간'이야 엿장수 마음대로가 아닌가 ?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이 쫓아냈던 원주민이 사는 곳‘으로 옮긴다. 땅값은 오르게 되어 있다. 이에 시장 노동자는 쫓겨나듯이 다시 더욱 먼 곳으로 옮긴다. 그만큼 출퇴근 시간은 더욱 늘어난다. 악순환. 악순환이다. 이제는 서울에 직장을 둔 경기도 외각 거주자가 탄생한다. 그들은 출퇴근 왕복 세 시간을 거리에 버리는 것이다.

 

초기 < 생활의 발견 >서사는 바로 가난 때문에 자신의 주거지를 빼앗긴 가난한 외각 거주자의 씁쓸한 풍경을 다룬다. < 생활의 발견 > 이 주는 웃음은 장소와 사연 ( 둘 중 하나는 이별을 통보한다. ) 의 엇박자가 주는 골 때리는 장면에서 쏟아진 페이소스'다. 그들은 그곳에서 이별을 통보한다. 노릇노릇 구운 삼겹살과 마늘을 상추에 싸서 한 입 가득 입에 물고는 우리 헤어져 ! ” 를 진지하게 말한다. 이별과 식욕의 관계는 마치 < 금각사 > 의 미시마 유키오< 인간실격 > 의 다자이 오사무의 관계만큼이나 어색한 상극이다. 이별 앞에서의 왕성한 식욕이라니 !

 

 

 

하지만 호탕하게 웃다 보면 왠지 모를 비애가 느껴진다. 그것은 슈퍼맨이 아닌 소시민의 비애이리라. 이별에 어울리는 장소는 어디일까 ? 비 내리는 풍경이 보이는 창 넓은 커피숍 정도가 적당한 장소일 것이다. 하지만 콩트 속 주인공은 대부분 식당이다. 왜 그들은 커피숍이 아닌 식당을 선택할까 ? 보아하니, 콩트의 배경은 저녁인 것 같다. 퇴근길이거나, 수업을 끝내고 만난 것이다. 그들은 식당에서 모든 것을 다 해결한다. 밥도 먹고, 자판기 커피도 마시며, 술도 마시고, 이야기도 한다. 그들은 한곳에 앉아서 모든 것을 다 해결하는 것이다. 부자들이야 밥은 식당에서, 술은 술집에서, 이별 통보는 마지막에 들린 찻집에서 하지만 가난한 자는 그럴 수가 없다. 돈도 돈이거니와 시간도 없다. 늦게까지 일을 하고 돌아오면 밤 10시가 넘는다. 그놈의 퇴근길은 지옥 같다. 걸레처럼 지친 몸으로 잠이 들고, 다시 걸레처럼 늘어진 모습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상황이 그러하니 마음먹고 제대로 이별을 통보할 수도 없다.그냥 한곳에 앉아서 오늘 해야 될 모든 코스를 해결하는 것이다. 내가 이별 고백을 했던 감자탕 집 < 풍전옥 >은 식당이었으며, 술집이었고, 커피숍이었다. 짬짜면이었다. 이렇게 중요하고 심각한 이야기를, 이렇게 왁자지껄하는 웃기는 짬뽕 같은 식당에서 고백하는 것이다. 정말, 정말, 정말 웃기는 짬뽕이다. < 생활의 발견 > 을 볼 때마다 나는, 내 마음 속에서 사는 찌르레기가 한 마리가 찌르르르 울어서 마음이 아프다. 이별조차도 멋지게 할 수 없는 서울이라는 곳에서, 이별조차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넘치는 노동 시간 앞에서, 퇴근길 지옥 앞에서 우리는 꾸역꾸역 살아간다. 마음도 몸도 모두 지친 우리는 슬픔 앞에서도 침이 고인다. 마치 주인의 허락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밥그릇 앞에서 무한 대기해야 하는 개처럼 !

 

 

 

 

 


 

 

장정일'은 < 구월의 이틀 > 을 통해 " 젊은 보수의 탄생 " 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는데, 솔직히 나는 < 구월의 이틀 > 을 읽다가 내던졌다. 허리띠를 풀어 벌거벗은 엉덩이를 때리는 페티쉬는 여전하고, 뜬금없는 동성애도 여지없이 등장한다. 보수를 이야기하는데 파리가 날아다니는 꼴인가 ? 읽다가 웃으면서 코 팠다. 뭐가 이리 복잡해 !! 지금쯤 책장 한구석에 먼지 켜켜이 쌓여 있으리라. 보수화'는 간단하다. 먹고 살기 힘들 때 보수'는 극성을 부린다. 유명한 클레어 헤르츠가 즐겨 사용하는 상투어'를 빌리자면 이 극성은 < 발광 다이오드적 극성 > 이다. 극성이라 쓰고 지랄이라 읽어도 좋다. 한국 사회가 빠르게 보수화'가 되는 이유는 노동 사회의 구조가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닝기미 !

 

젊은 노동자들은 집에 오면 떡이 된다. 부동산 정책은 노동자를 빠르게 직장 외각 지역으로 내몬다. 몫 좋은 곳은 모두 돈 있는 자들의 차지이니 외각으로 쫒겨날 수밖에 없다. 그만큼 노동 시간 (  출퇴근 시간은 노동 시간의 연장이다. ) 은 연장된다. 떡이 되니, 떡칠 시간도 없다. 섹스리스는 곧 가정 불화의 씨앗이 되고, 불륜 공화국은 만개한다. ( 물론 매춘 산업은 불황을 모른다. ) 이런 와중에 무슨 정치를 논하며 더불어 삶에 대한 성찰이 이루어질까 ? 이 틈바구니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알라딘 장바구니에 책을 담으려고 해도 시간이 없는 것. 책을 안 읽는 사회일수록 보수화된 사회'이다. 설령 읽는다고 해도 힐링이나 자기계발서'는 본질적으로 보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잠잘 시간에 부족한데 누가 인문사회학서를 읽을까 ? < 과로 사회 > 는 바로 그 점에 대해 말하고 있다. 노동 시간 과잉이 한국 사회'를 보수화시킨다는 주장이 적어도 장정일 식 보수화 주장보다는 타당한 것처럼 보인다.

 

 

 

 

 

 

 

2. 나쁜 사람

 

http://youtu.be/G-PuQS39bdo

 

 

 

< 나쁜 사람 > 을 보면 드라마의 정석이 보인다. 형사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다. 오직 법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그는 쟈베르 경감'이다. 자신만만 ! 그는 불타는 사명감'으로 " 나쁜 사람 " 를 심문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흐른다. 용의자'가 들려주는 속사정은 슬픈 신파에 가깝다. 나쁜 놈인 줄 알았는데 착한 놈'이다. 하지만 사명감에 불타는 엘리트 형사'는 마음을 다잡는다. 동정에 호소해서 교묘하게 빠져나가려는 술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형사는 슬픈 진술을 뒤집을 만한 증거들을 찾아 날카롭게 지적한다. " 웃기지 마, 이 자식아 ! 내가 알기로는 아기 돌잔치는 6월이잖아 ! " 예리한 지적이다. 돌잔치가 6월인데 2월에 금은방을 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때 나쁜 남자가 말한다. " 아기 엄마가 그때까지 견딜 수 있을까요 ? 살아 있을 때, 아이 돌잔치 하고 싶었습니다. " 아, 이런 신파 ! 냉정한 형사는 그만 무너지고 만다. " 풀어주자 ! 풀어줘 ! " 그때 고참 형사'가 등장한다. 덩치로 보나 험악한 외모로 보나 그는 젊은 형사보다 더 강하다.

 

드라마의 정석'도 이와 다르지 않다. 드라마의 기초'는 갈등이다. 가족 드라마'이건, 멜로 드라마'이건, 범죄 드라마'이건 기본은 갈등이다. 작은 갈등으로 시작해서 커다른 갈등으로 확대되는 것이 바로 드라마의 정석이다. 갈등이 확대될 때 시청자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이 갈등이 어떻게 해소될 것인가를 지켜본다. 여기서 갈등은 위기'로 고쳐 써도 된다. [ 나쁜 남자 ]는 이 갈등 구조'에 충실하다. 나쁜 남자이지만 사실은 착한 남자'는 피도 눈물도 없는 젊은 형사의 예리한 질문에 대하여 답을 해야 한다. 첫 번째 위기'를 잘 넘기면, 두 번째 질문이 이어지고 그때마다 위기'다. 하지만 나쁜 남자'는 형사를 설득한다. 보다 더 강력한 신파로 말이다. 결국 나쁜 남자는 젊은 형사로부터 항복 선언을 받아낸다. 갈등과 위기가 완전히 해소된 것이다. 하하하. 따스한 해피엔딩이구나 ! 하, 하하하하하하지

 

그때 보다 큰 갈등을 예고하는 고참 형사가 등장한다. 첩첩산중이 아니라 첩첩심문'이다. 갈등 구조의 최고점, 바로 절정'이다. 나쁜 남자는 이 위기를 극복하고 풀려난다. 이 7분짜리 콩트'는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다. 나쁜 남자'인 줄 알았더니 착한 남자'라는 반전과 강한 남자인 줄 알았더니 약한 남자'인 형사들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여기에 메시지 또한 만만치 않다. 이 정도면 꽤 훌륭한 시나리오'다.

 

 


 

 

레이몬드 챈들러는 이런 소리를 했다. " 이보게, 독자들이 지루해 한다 싶으면 일단 < 총잡이 > 를 등장시키게 ! 그리고는 총을 쏘고 튀어 ! 나중에 어떻게든 수습이 되겠지.  이걸 계속 반복하라고 !  "  스티븐 킹도 이와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 유혹하는 글쓰기 >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이 세상 모든 작법서'는 플롯이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플롯은 중요한 게 아니다. 그냥 써라 ! " 이 정도면 도발적이다.창작론을 가르치는 사람들에게는 무척 당혹스러운 주장이다.

 

< 나쁜 남자 > 에서 첫 번째 상황보다 더 강한 두 번째 진술은 < 두 번째  총잡이 > 가 느닷없이 등장해서 총을 쏘는 것과 비슷하다. 지루하다 싶으면 보다 더 강력한 진술'을 선보인다. 총알이 떨어지면 끝장인 것이다. 과연 이 총잡이 역할은 정교한 플롯의 결과일까 ? 아리송하다. 물론... 플롯은 중요하다. 설계 없이 지어진 집은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킹을 탓할 수는 없다. 그는 정교한 설계도 없이도 튼튼한 집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조르주 심농과 같은 자동기술자'이다. 플롯 없이도 좋은 소설을 쉽게 만들 수 있는 천재적 재능을 가진 자이다. 그는,  글 쓰는 모짜르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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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2013-06-17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주위에 보수자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몇몇사람들의 이상적인 대통령으로 박정희를 1순위로 꼽습니다.
독일에 노동자를 담보로 대한투자를 이끌어냈던 이야기를 끄집어 내면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해야지" 라고 ...
이 명분을 주장하는 지들도 '소(노동자)'라는 사실을 잊고 있습니다.
소 귀에 경 읽기 지요. 이 망각이 한국의 보수입니다.

커피숍에서 이별통보를 받았습니다. 음악,조명이 스산하였습니다.
새끼! 차라리 배나 부르게 짜장면이나 한 그릇 먹이고 지 할 말 하지.
허기지는데 자판기 보다 10배가 비싼 커피 보니까 억울해서 눈물나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7 16:27   좋아요 0 | URL
커피숍에서 이별통보를 받았다니 근사한군요! 눈물 젖은 짜장면은 눈물 흘린 커피보다 더 허기지게 만듭니다.
노동자이면서 노동자임을 부정하는 노동자가 문제죠.
노동이 빨갱이가 되는 사회'는 참... 무서운 사회죠.

새벽 2013-06-17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몇 년 전 구월의 이틀,을 읽었는데 전 장정일이 엄청 큰 농담을 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 생각하지 않고는 전 도저히 읽어갈 수가 없었어요.

노동 시간 과잉이 한국 사회를 보수화시킨다는 말씀이 설득력 있네요.
전 예전에 모래시계가 퇴근시계, 귀가시계라는 언론들의 보도에 참 당혹스러웠습니다.
아니, 나 말고 다른 노동자들은 퇴근 시간이 자유롭단 말인가?
드라마 보려고 빨리 집에 가고 싶다고 해서 빨리 갈 수 있단 말이지.. 호오..
그러면서 야근하며 밤샘하며 울었다는.. (읭?)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7 18:36   좋아요 0 | URL
정확한 지적이세요. 말이 좋아 칼퇴근이지 주위를 보십시요. 어디 칼퇴근하는 절믄 직장인이 있나 말이죠.
집값 때문에 먼 곳으로 간 사람들은 늦은 퇴근에 이른 출근으로 죽을 고생만 하죠. 부부끼리 섹스할 시간은 점점 없어집니다. 편의점 자살 사건 터지기 전에, 한 5년 되었나요. 편의점 주인 일 끝나고 파라솔에서 맥주 마시길래 저도 같이 앉아서 맥주마셨는데... ( 안에는 아내 분이 일하시고.. 젊은 분입니다. 30대.. 신혼 같았음..)

그분이 술 마시면서 한탄하더군요.24시간 편의점 정책 때문에 돈도 안 되는데 억지로 24시간 돌리는데 손해 안 보려고 부부과 주야로 서로 교대하면서 뛴다고 말이죠. 그러면서 하는 소리가 대기어 개새끼들 때문에 섹스를 한번도 못했다며 농담 반 진담 반 말하덜고요. 그땐 무슨 말인가 했는데 요즘 편의점 대기업 횡포를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지금 그 말이 이해가 가더라고요...


+
개인적으로 전 거대한 농담은 마르케스나 쿤데라에게나 가능하지 장정일 같은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수사처럼 보입니다. 하여튼 전 그 소설 더럽게 재미없더라고요.


2013-06-17 18: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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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7 22: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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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7 23: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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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8 03: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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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orte 2013-06-17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미디에서도 저런 비판적 사고를 끌어내시다니, 대단하세요! 역쉬. 곰발님 글에는 상상도 못할 주제들을 엮는 재미가... 전 그냥, 생활의 발견이 가수들, 배우들 홍보로 product placement가 스토리를 주도하는 주객전도의 프로그램으로 변질되면서부터 코미디로서의 재미가 없어졌다, 딱 요까지 생각....... 아놔, 내 전공은 왜이리 무미건조얄팍한게야! ㅠㅡㅠ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7 22:00   좋아요 0 | URL
포르테 님 저에게 항상 듣기 좋은 소리만 해주시는군요.
뭐, 저야 감사할 따름입니다. 전 생활의 발견 초기작들이 좋아요. 그것은 정말 메시지도 훌륭하고
그랬는데 이거 게스트화되면서 개판이 되었어요....
하지만 초기 원판이 가지고 있던 문제의식은 매우 훌륭했습니다.

iforte 2013-06-17 23:01   좋아요 0 | URL
완전 공감이요. 초기작들은 그야말로 two big toes up이요. (이건 two thumbs up을 능가한다는 갠적 표현)

곰발님 글은, 진심 맘에서 우러나와서 감탄하게되요. 겉바른 아부가 아니라요. (그렇담 이 바쁜 와중에 시간내어 읽을 필요가 없죠.)전에 곰발님 글에서 한두번 언급하셨던대로 요새 평론가들 글은 너무 어려운 단어들로 포탄맞은것처럼 뒤덮혀있어서 한영사전 뒤져서 (엥?) 읽어야만 하는 웃지못할 사연이... 아마도 제가 넘 오랫동안 한글책들을 읽지 않아서였는지 모르겠지만서두... 게다가 사용용어들도 천편일률적이라 어느글이 뉘놈글인지 구별도 안되요. 그런데 곰발님글은 딱, 그 표현이 쓰여야할 자리에만 사용될뿐, 멋부리기위해 현학적으로 전문용어 남발하는게 없어서... 그리고 또 표현력도 넘 좋으시고... 곰발님 글 읽을때마다 쇼펜아우어의, (니체가 평생 글쓰는 좌우명으로 삼았다던) '평범한 말로 평범하지 않게 말하기'의 모범을 보는것 같아서 몹시 즐거워요. 독특한 사고발상법도 유쾌하고요. 가끔 분위기 안맞게 코를 파는것도 완전 허를찌르는 타이밍에 들어가고요... ㅎㅎ 어떤가요. 이쯤이면 저도 제법 좋은 평론가...? ㅎㅎㅎ

2013-06-17 22: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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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06-18 03:25   좋아요 0 | URL
보그병신체'라고 하죠. 혹은 제가 지은 이름은 정성일의 지랄같은 만연체" 라고....

예를 들면
: 실미도는 고립된 주체들의 테스토스테론의 응집에 따른 집단적 바이올런스의 분열이라고 할 수있다. 수평적 리즘 관계인 부대원은 수직적 계급에 대한 저항을.. " 뭐 이런 식... 하여튼 보그병신체로 지랄하는 거 보면 답답해서 미치겠습니다. 왜 그렇게 사용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허허허...

세종대왕은 쉽게 쓰라고 한글을 만드셨는데 사용하는 사람들이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닷 !!!!!
요즘은 죄다 들뢰즈'예요. ( 저도 자주 인용합니다만..ㅎㅎㅎㅎ )

2013-06-18 03: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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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8 06: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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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8 10: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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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브리 비어즐리

 

 

 

 

sex, comic book and chineses-style noodles jjamppong.

 

 

대한민국에서 가장 조용한 곳 가운데 한 곳이 바로 만화가게'이다. 도서관이야 떠들면 쫓겨나니깐 조용한 것이고, 교실도 떠들면 혼나니깐 조용한 것이다. 자발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 만화가게 " 가 제일 조용하다. 만화가게에서는 남녀노소를 떠나 얌전하게 만화책만 본다. 검사이건, 동네 건달이건 닥치고 조용히 한다. 한 곡 더 부르려고 발악을 하며 마이크를 잡으려는 한국인의 승질머리'를 생각하면 감동적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도 이곳은 조용하다. 손으로 입을 가리며 히죽거리는 웃음소리'를 빼면, 가끔 컵라면 먹는 소리를 빼면...

 

이 고요는 몰입이 낳은 결과'이다. 대한민국 사람이 이토록 몰입한 적'이 있던가 ? 시인 이병률은 < 여전히 남아 있는 야생의 습관 > 에서 몰입'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서너 달에 한번쯤 잠시 거처를 옮겼다가 되돌아오는 습관을 버거워하면 안 된다

 

서너 달에 한번쯤, 한 세 시간쯤 시간을 내어 버스를 타고 시흥이나 의정부 같은 곳으로 짬뽕 한 그릇 먹으러 가는 시간을 미루면 안 된다

 

죽을 것 같은 세 시간쯤을 잘라낸 시간의 뭉치에다 자신의 끝을 찢어 묶어두려면 한 대접의 붉은 물을 흘려야하는 운명을 모른 체하면 안 된다

 

자신이 먹은 것이 짬뽕이 아니라 몰입이라는 사실도, 짬뽕 한 그릇으로 배를 부르게 하려는 게 아니라 자신을 타이르는 중이라는 사실까지도

 

 

-  詩 < 여전히 남아 있는 야생의 습관 > 전문

 

그런데 만화'는 한국에서 만큼은 푸대접 받는 예술 분야'이다. 어른들은 만화를 " 쫀드기, 눈깔사탕, 달고나, 뽑기, 아이셔 " 취급을 한다. 만화'를 좋아한다는 것은 성적과 반비례하기 때문이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만화 입장에서 보면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게 다 그 놈의 " 대중적 친화력 " 이요,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그 " 몰입 " 때문이다. 만화를 보는데 굳이 사전 지식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교양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평론가 정성일이 즐겨 인용하는 푸코데리다라캉지첵들뢰즈가타리맑스비트겐슈타인니체사드케에르케고르'를 몰라도 된다. 가,나,다,라'만 알아도 통하지만 가,나,다,라'를 몰라도 통한다. 바로 그것이 만화라는 장르가 가지고 있는 친화력과 몰입의 정체성'이다. 남녀노소 모두가 상당히 좋아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만화가게에서 만화를 본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을 나누는 것과 똑같다.  일단 재미있고, 길어봐야 30분 안에 끝나고, 키에르케고르를 몰라도 대화가 통하며, 짜릿하고... 무엇보다 < 소리 > 가 밖으로 샐까봐 서로 조심하니깐.  아, 공통점이 너무 많은 것이다. 이처럼 섹스, 만화, 짬뽕의 공통점은 몰입이다.  

 

 

 

- 안나 쉐흐바, 얼굴 시리즈.( 소더비 경매'에서 150원에 낙찰 )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만화는 심오하다. 만화는 분야 간 불통의 벽을 허문 장르적 실험이기도 했다. 20세기'는 각 분야'가 독자적으로 발전했다면, 21세기'는 ( 각 분야 간 ) 교류를 통해 동반 성장'을 했다. 이러한 상생이 바로 융합이고, 통섭이며, 퓨전, 짬뽕이며 건설적 합일'이다. 불통의 벽을 허물어서 공동 발전'을 모색하는 것. 어쩌면 만화는 최초의 융합'이었는지도 모른다. 만화는 이미 오래전에 문학과 미술을 끌여들였기 때문이다. 만화란 문학으로 읽는 그림이며, 그림으로 보는 문학이다. 그리고 활동 사진이며 동시에 영화'다. 오, 오오. 그리 생각하니 만화는 위대한 장르'다. < 페르세 폴리스 > 은 잘빠진 르포보다 훌륭하고, < 니코폴 > 은 만화가 철학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 니코폴은 현재 중고 시장'에서 100,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씐난다 ! 배 고플 때 팔 생각이다.  ) 학습 만화가 만화의 전부'인 대한민국에서는 결코 이해하지 못하리라.

 

 

자, 이래도 만화'가 불량식품인가 ? 내가 교육부장관이라면 일주일에 세 시간'은 만화 수업을 진행하도록 교육법을 개정하겠다. " 오늘 수업은 후루야의 < 이나중 탁구부 > 를, 내일은 이토준치의 < 소용돌이 > 를, 다음날은 이희재의 < 간판스타 > 를 공부하겠습니다. 공부하기 싫은 사람은 닥치고 나가세요 ! " 아마... 나갈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게 바로 만화가 주는 몰입이다. , 짬뽕이다 !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은 만화가 아니라 몰입이다.

 

후루야의 < 이나중 탁구부 > 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 엽기 코드의 선구적 작품 > 이라 할 수 있다. 하루키가 즐겨 사용하는 " 자두 " 보다 후루야의 " 위행위자 " 가 더 강력하다. ( 부끄러워서 자위 대신 자두'라 쓰는 나를 용서해 달라. 여러분은 자두라 읽고 자위'라 생각하라. ) 어느 문학 모임에서  < 두더지 > 를 두고

 

"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벌'과 쌍벽'을 이루는 걸작... " 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가 쌍욕'을 먹을 뻔했지만 여전히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는 점점 도스토예프스키를 닮아간다. 후루야여 ! 영광있으라. 하루키의 자두는 고상하고, 후루야의 자두는 저질이 되는 기준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묻고 싶다.

 

그런가 하면 < 닥터 슬럼프 > 는 똥'이 얼마나 친근한 오브제인가를 일깨워준 기념비적 작품'이다. 이 자리를 빌려 고백한다. 그동안 나는 똥을 경멸했었다. 하지만 이 만화를 읽고 나서 < 똥 > 을 사랑하게 되었다. 만화에서 똥이 등장할 때마다 나는 자지러지게 우스면서 코 팠다. 잇힝. 이제는 한가인 앞에서도 똥이라는 단어에 대해 자신있게 똥똥거리며 말할 수 있다.

 

 

 

- 오브리 비어즐리의 작품이 예술 작품이라는 데에는 모두 동의한다. 하지만 만화가'가 그린 몇몇 만화가 예술이라는 데에도 동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실 인간은 더러운 것'을 혐오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인간은 더러운 것을 서로 교환함으로써 사랑을 확인한다. 여고생들은 우정을 과시하기 위해서 친구가 씹던 껌을 씹기도 한다. 그것은 더러운 것을 교환함으로써 우정을 증명해 보이려는 심리'이다.

 

부모와 아이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남녀 간 성 행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성이란 서로의 타액을 교환하는 행위이다. 그러니깐 똥'은 사랑이다. 만화가 웃기기만 한 것은 아니다. < 소용돌이 > 는 미학적으로도 매우 훌륭한 작품이다. 강렬한 명암의 대비와 간결한 선화 그리고 장식적 소용돌이는 19세기 오브리 비어즐리'을 연상케 한다. 이토 준치'는 한마디로 끝내준다. 두 말 하지 않으련다. 세 말 하면 입 아프니 내 말 새겨듣기 바란다. 만화 우습게 보다간 큰코 다친다.

 

끝으로 절규 신데렐라'를 소개하며 끝을 맺겠다. 먼 곳에서, 16년 동안 만화의 성지인 일본에서 일본 만화가들과 맞짱을 뜨며 열심히 싸우고 있는 내 친구인 순정 만화가'에게 경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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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6 05: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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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6 05: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6 0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6 0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iforte 2013-06-16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는 슬램덩크를 끝으로 졸업하고... 쓸쓸히 한국을 떠나온... 강백호를 어찌나 선망했던지, 제가 대사하면 애들이 만화책 캐릭터 같다고 해요. 문제는 백호가 왕따 캐릭터라는게 문제.... 헙...
미쿡에는 망가라고해서 만화책들이 서점 한쪽을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답니다. 얼핏봐서는 모두 일본산이듯. 씁쓸하게 뒤적거리다 영어로 쓰여있어서 에잇, 덮어버리고 나와요. 어쨋든, 일본넘들 하는짓이 얄미워도 동양문화 위상을 높여주고 있는건 일본애덜이라죠. 미쿡아해들중에 망가 광팬들이 많거든요. 덕분에 동양에 대한 관심도 많고... 전국에 쫙 깔린 스시집덕에 젓가락질 하는 애들도 많고.... 그냥저냥, 왜 울동네 스시집은 거의 다 중국인 아니면 베트남애들이 주방장 이냐고요...ㅠㅡㅠ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6 09:04   좋아요 0 | URL
제 친구가 일본에서 만화가로 활동하는데 얘기들어보면 정말 그곳도 치열합니다.
왜 한국 만화는 다 죽었을까요 ? 솔직히 웹툰.... 그거, 전 개인적으로 부정적이에요.
만화는 전적으로 손 감각으로 그린 선을 맛봐야 합니다.
끄적끄적 모니터로 작업해서 나온 그림선은 예쁘지가 않고, 느낌도 없어요.
하루빨리 보물선,윙크 이런 만화 잡지들이 본격적으로 나와서
한국 만화가들도 한국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iforte 2013-06-16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 제 비공식 싸인, 시간 넘칠때 해주는거,에는 똥 그림이 들어있어요. 보는 사람 재수 좋으라고.. 간혹 시간이 더 넘치면 똥파리도 그려넣어요. 언젠가 곰발님께 제 싸인 해드릴 날이 오려나.....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6 09:04   좋아요 0 | URL
똥과 똥파리'라... 후훗... 상상만 해도 짜릿하군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행인 2013-06-16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순정만화 광팬이었죠. 윙크 ㅎㅎㅎㅎ 그전에 르네상스,하이센스,미르가 있었습니다. 어흑 ㅠㅠㅠㅠㅠㅠㅠ 절규신데렐라 봐봐야 겠어용 추천 감솨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6 14:37   좋아요 0 | URL
하여튼... 빨리 만하 잡지가 정상을 찾아서 부흥이 찾아와야 합니다.
만화 잡지가 살아야 만화 시장이 살아요.
만화 시장을 교육 만화가 잠식하는 거.. 이거 굉장히 나쁩니다.

히히 2013-06-16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만화가 글케 재미남요?
나는 오빠들 때매 무협만화를 본 기억이 있는데.
초등쌤들이 오락실,만화방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고 얼마나 세뇌를 시켰는지
아직도 책 보기는 쉬워도 만화 읽기는 힘들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7 01:11   좋아요 0 | URL
전 만화 오타쿠는 아닙니다. 후후....
전 만화가 전천후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만화는 미술, 영화, 문학 등등등등... 이걸 혼자 한다는 거죠. 대단한 겁니다.
만화가는 정말 대단한 겁니다.

비로그인 2013-06-17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개정판이군요. <니코폴> 저거랑 <잉칼> 비싸서 사지는 못하겠고 보고 싶어서 <남산 만화의 집> 갔더니 그마저도 내부창고에 있어서 열람이 불편하더군요.. 글이 마지막에 뜬금포로 흘러가서 윙? 했습니다. 읽다가 생각났는데 서로의 침을 먹으며 감정을 교환하는 만화가 있어요. <수수께끼 그녀 X>라는 작품인데 이 작가가 프로이트주의자입니다.

저는 한국만화 중에서는 김동화 화백의 <황토빛 이야기>을 제일 좋아합니다. 왠만한 한국문학 부럽지 않을 정도로 한국말 대사가 구수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7 15:02   좋아요 0 | URL
니코폴 바쌌죠.. 아마 30000원 하지 않았나 싶어요... 솔직히 전 이거 왜 샀나 모르겠습니다.
책 보면 내가 이걸 왜 샀지 ? 라는 게 꽤 많아요.
그래도 니코폴은 저에게 아주 요긴한 작품이었습니다.
누가 쪽지로 십만 원에 사겠으니 팔라고 하더라고요....
깜짝 놀랐음.. 그 이후로 이 책 무척 애정합니다....


황토빛 이야기'라.. 흠흠... 살펴봐야겠군요..

행인 2013-06-17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김동화 님은 한국순정만화계에 보기 드문 남자 작가님이십니다. '요정 핑크' 작가님 이세요 ㅎㅎㅎㅎㅎ 한승원님이라고 유명한 순정작가 있는데 두분이 부부에요. 저는 김동화님 '못난이' 출간 되었을 때 보지는 못했지만 오, 드디어 성인 순정이 나오는 것인가 했었네요 한 번 봐야 겠어요. 사실 저는 김동화님의 '러브시티(사랑의 도시)' 라고 있는데 이거 본 사람 거의 없을 텐데 순정코믹의 독보적인 작품이라 생각해요. 순정쪽은 코미디가 많지 않거든요. 김동화님의 러브시티는 제가 읽다가 책 들고 뛰쳐 나간 (웃다가 울음을 참지 못한) 기념비 적인 작품임다...... 만화얘기 하니 좋군요. 만화 만세!!!!!!!!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8 03:20   좋아요 0 | URL
읏다가 울음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버리고...
노랜 끝이 나찌만 다신 부르지 않으리, 예..
내 슬픈 노래.... 뭐.. 이런 가사가 대충 생각나네요...
만화책 보다가 튀쳐나가시다니...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김동화 님이 동화 작가시군요. 사실 전 잘 모름니다.
함 찾아서 보아야겠습니다.
 

 

 

 

 

 

甲과 멘토'는 다르지 않다.

 

 

 

옛날 조폭은 사시미칼 들고 싸웠다. 아줌마와 조폭의 공통점은 떼로 몰려다닌다고 했던가 ? ( 웃자고 한 소리다. ) 휠라'를 입고 일수 가방을 손에 든 남자는 대부분 조폭이었다. 오셨습니까, 행님 ! 조폭 세계에서 乙은 느닷없이 하와이 가라고 하면 가야 하는 존재이다. 니가 가라, 하와이'라고 말할 때는 이미 乙이 아니다. 하와이는 조선 시대 흑산도'다. 수많은 乙들이 권력 싸움에서 밀려나서 귀양'을 갔던 그 흑산도 말이다. < 넘버 3 > 의 송강호가 증명했듯이 조폭 세계는 甲이이라는 이미지의 과잉'이다. 갑과 을이 명확한 세계가 바로 조폭이다. 그들에게는 딱 두 가지다. 현정화와 임춘애. 갑이 현정화라면 현정화인 거다. 을이 " 임춘애입니다, 행님 ! " 이라고 말하는 순간 그 녀석은 존나게 맞게 된다. 조폭은 그런 놈들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놈들이다.

 

 

그런데 조폭'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더 이상 사시미칼을 들고, 떼 지어 몰려다니지 않는다. 휠라 대신 아르마니'를 입었다.뭔가 바뀌긴 바뀌었다. 그런데 조폭의 우아하며 동시에 이상한 세계'를 변화'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것은 진화한 것이지 변화한 것이 아니다. 휠라 입은 조폭이나 아르마니 입은 조폭이나 다른 것은 없다. 폭력의 논리'로 타인의 재물을 불법적으로 빼앗는 것'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군사부일체'라는 말이 있다.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는 하나다, 라는 뜻이다. 인간이란 자기합리화의 달인이어서 박정희와 (몇몇) 강철군화들은 君을 軍으로 이해하기도 했고, 또 몇몇 양아치'는 頭'로 해석하기도 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로 통일된다. 甲'이다 !

 

 

 

< 갑 > 을 다른 말로 하면 명령하는 주체'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철학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갑의 커뮤니티에서 소통은 존재하지 않는다. " 닥치고 내 말 들어 ! " 오로지 명령과 지적과 충고'가 있을 뿐이다. 현대의 조폭이 휠라에서 아르마니로, 순금 목걸이에서 넥타이로 진화를 모색했다면, 갑'은 색다른 방식으로 진화하며 자신의 정체를 소비하기 시작했다. 보다 극단적이며 극적이다. 변화보다는 변장'에 가까운 허물 벗기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재수없는 君, 軍, 頭 '는 어떤 식으로 변신했을까 ? 궁금하신가 ? 정말 궁금하신가 ?! 궁금하면 500원.

 

 

< 신화 > 의 핵심'은 변신'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뿐만 아니라 각 나라의 건국신화는 변신'이 핵심이었다. 멀리 볼 필요도 없지 않은가 ? 조선 호랑이는 부실한 반찬에 성질이 뻗쳐서 밥상 엎고 김밥천국으로 달려갔고, 조선 곰은 견디어서 고조선 천년왕국의 시조가 되지 않았는가 말이다. 참는냐 못 참느냐에 따라서 누구는 김밥천국의 다꽝이 되고, 누구는 천년왕국의 대빵'이 된다. 모든 것은 한 끗 차이'다. 이 한 끗이라는 아슬아슬한 간극은 "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찍으면 남 " 이라는 유행가 가사로 설명된다.

 

 

 

여기서 님'은 나와 너를 동일시하는 사랑의 욕망이고, 남'은 나와 너를 확연하게 차이를 만들고자 하는 미움의 욕망이다. 사랑에 눈이 멀면 님이며, 미워하면 남이 된다. 하이데거나 들뢰즈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그들이 말하는 < 동일성과 차이 > 를 쉽게 풀면 "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찍으면 도로 남이 되는 인생사 " 다. 이 얼마나 쉽고 간결한가 ! 독일에 위대한 하이데거라는 철학자가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김명애'라는 가수가 있다. 하이데거와 들뢰즈'가 나오니 복잡하신가. 독자여, 지루하신가 ? 대한민국 티븨 드라마에 빠져서 머리가 똥이 된 독자여. 좋다, 쉽게 가자 ! 님과 남이라는 아슬아슬한 한 끗'은 " 변신 " 이라는 현상에 대한 모범 답안을 제시한다. 변신의 핵심은 A에서 B 로 바뀌었다는 것이 아니라 A에서 약간 다른 A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김명애'라는 가수가 말한 < 님과 남 > 은 동일인물이다. 김명애 씨가 말한 사람은 황만근 씨다. 사랑에 눈이 멀어 황만근의 불기둥을 받아들일 땐 님이었으나, 니미럴 ! 도장 찍었더니 남이다. 님도 황만근 씨요, 남도 황만근 씨다. 동일인물이다.

 

 

 

자, 이제부터 본론으로 들어가자. 위에서 지적한 군림하는 갑'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 바로 멘토와 힐링'으로 바뀌었다. 갑이라는 꼰대의 이미지'가 부정적이다보니 변신을 모색할 필요를 느낀 것이다. 요즘은 특정 직업군을 외국어'로 부르는 것이 대유행 아니었던가. 주방장'보다는 셰프'라고 하면 고급스럽다. 그래서 甲은 한자를 버리고 알파벳을 선택한다. 사실 갑이나 멘토나 힐링의 공통점은 잔소리 늘어놓는 갑'이다. 그런데 젊은 乙은 이러한 변신'을 알지 못한다. 엄마가 하는 잔소리'는 늙은이의 쉰소리가 되고, 멘토 이은미의 잔소리'는 깨달음이 된다. 김난도가 < 아프니깐 청춘이다 > 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젊은이에 대한 위로'가 아니라 잔소리'다. 청춘은 다 아픈 법인가 ? 나도 아팠으니 너도 아파야 한다는 말인가 ? 김난도가 하고 싶은 잔소리는 " 어릴 땐 다 방황하는 법이란다. " 다.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그렇다, 당신의 아버지가 늘 하는 소리 아닌가. 그런데 왜 돈 주고 잔소리'를 사서, 잔소리를 듣고, 잔소리에 감동하는 것일까. 지금 당신은 김난도 씨의 < 아픔이라는 감성'은 가족력'이다 > 라는 황당한 거짓말에 속고 있는 것이다. < 아프니깐 청춘이다 > 는 새빨간 혀'다. 청춘은 아플 수 있다는 전제는 가능하지만 아프니깐 청춘이다는 성립이 될 수 없다. 전자는 전체에서 부분을 말하지만, 후자는 부분에서 전체를 규정짓는다. 논리학을 조금이라도 배운 사람이라면 저런 소리 못한다. 당신이 김난도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아픔이라는 감성은 가족력에 따른 유전병'이라는 놀랄 만한 사실이 아니라 마케팅'이다. 잔소리도 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영악하게 배울 필요가 있다. 이 정도면 강물을 판 김삿갓'이다.

 

 

 

김난도가 청춘을 위로하는 것은 주접이다. 같은 이유로 이은미가 < 위대한 탄생 > 에서 멘티'에게 쏟아내는 사랑의 매 또한 주접이다. 김태원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러한 잔소리에 감동하는 시청자나 독자도 주접이다. 그들의 말은 위로도 아니고 사랑도 아닌 잔소리다. " 기분 나쁘게 듣지 말고... " 라는 전제 하에 쏟아내는 충고는 이미 " 기분 나쁘게 듣지 말고... " 라고 발화하는 순간 (본론을 듣기도 전에) 기분이 나빠진다.

 

그들은 마치 자신의 열정을 무료로 나누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돈벌이'를 위해서 멘토를 수락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멘토링이 굴러가기 전에 미장원 가서 몇 시간 동안 머리를 하고, 최고 비싼 옷을 입고, 비싼 화장으로 자신의 공작 깃털을 펼치는 태도'가 가진 것이라고는 가난한 맨발' 밖에 없는 멘티'를 대하는 진심어린 태도인가 ? 그것이 무슨 멘토의 자세인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홍상수의 < 생활의 발견 > 에 나오는 말을 살짝 바꿔 " 乙이여, 우리 적어도 < 똥 > 은 되지는 말자 ! " 이다. 무식하게 멘토로 변신한 갑'도 못 알아보고 열광하지 말라는 말이다. 그렇게 당하고도 또 당해야 하나. 돈 주고 잔소리'를 산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닐까 ? 휠라 입은 양아치나 아르마니'를 입은 양아치'나 모두 한 끗이다. 변신의 핵심은 차이'가 아니라 동일성'이다. 깨닫지 못하면 당신은 하와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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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06-16 0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시원시원한 곰곰발님 글.
위치 상 전 함정에 빠지기가 너무 쉬운.. 정말 꼰대, 갑, 멘토는 삼지도 되지도 말아야겠어요. (읭?)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6 03:51   좋아요 0 | URL
하여튼 지적질해서 책 팔아먹는 사람 보면... 슬프죠. 이런 책을 열심히 읽는 것 자체도 슬프고 말입니다.

히히 2013-06-16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곰...발님의 말을 살짝 꼬아서
"乙이여, 우리 되도록 <똥>이 되자!"
또 압니까? 甲이 될랑가.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7 01:12   좋아요 0 | URL
을이여, 우리 똥이 되자 !!!

오, 이거 좋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의 창작론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 김영사 / 200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킹은 킹이다 !

 

 

 

 

떡 줄 놈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실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 춘향이는 변학도에게 몸을 줄 생각이 추호도 없는데, 변학도'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장 화려한 비단 음경가리개'로 갈아입는 꼴이다. 곰곰생각하는발 씨'가 그렇다. 그는 미리 근사한 수상 소감 전문을 작성한 것이다. 소설을 쓰기도 전에 말이다. 당선자들은 수상 소감으로 " 문학이여, 영광 있으라 ! " 를 외치며 자신을 키운 것은 팔 할'이 문학이라고 고백한다. 왜, 그런 뻔한 거짓말을 하나 ? 문학이 당신을 키웠다면 당신을 키운 부모는 시다바리'인가 ? 그런 건가.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문학 대신 부모를 하와이에 보낼 위인이다. 너무나 상투적인 당선 소감문에 질려버린 곰곰생각하는발 씨'는 소설을 쓰기도 전에 미리 수상 소감'부터 적었다. 가급적이면 건방지게, 쿨하게, 나를 키운 것은 팔 할'이 부모이고, 일 할은 영화였으며, 나머지 일 할'은 문학이었노라고 고백하리라.

 

" 원, 투, 쓰리... 아아아, 아아아, 마이크 테스트, ( 삐이이익 ) 원투쓰리 강냉이, 아주 공갈 염소똥 십 원에 열두 개... 아, 아아아 ! 이 자리를 빛내주신 문청 여러분. 제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지향점'은 너무나 명백합니다. 훌륭한 선배로부터 후대에 빛날 벼락 같은 작품이라는 칭찬 릴레이'보다는 " 해법수학 " 이나 " 성문기본영어 " 처럼 잘 펼려서 돈 걱정을 하지 않는 작품을 쓰는 것이 제 목표올시다. " 이렇게 수상 소감을 작성하고는 혼자서 낄낄 웃는다. 아, 통쾌하다 ! 그렇다, 제임스 조이스'가 되느니 스티븐 킹'이 되겠다. 킹이 쓴 책을 읽으며 얼마나 재미있었나 ! 그런 그가 < 유혹하는 글쓰기 > 라는 소설작법 창작론" 을 썼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박장대소하게 된다. 오이도행 전철 안에서 무릎을 치며 읽다가 웃겨서 침을 흘린 적이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글쓰기에서 정말 심각한 잘못은 낱말을 화려하게 치장하려고 하는 것으로, 쉬운 낱말을 쓰면 어쩐지 좀 창피해서 굳이 어려운 낱말을 찾는 것이다.

 

고향 찾아 삼만리" 라고 쓰면 될 것을 굳이 " 시원적 원형의 광명'을 찾아 떠나는 오이디푸스적 맨발의 고행 " 이라고 쓴다는 것이다. 이런 문장을 쓰는 사람들은 백이면 백, " 먹물 " 이다. 그나마 " 먹물 " 이면서 " 먹물 " 이라고 말하는 문어는 계급에 대한 커밍아웃'이므로 봐줄 만하다.  문제는 꼴뚜기이면서 문어 행세'를 한다는 점이다. 킹 할아버지가 보시기엔 심히 좋지 않다. 거짓'은 문장을 망치는 첫 번째 요소'이다. 나는 창작론이 이토록 재미있다는 사실에 혀를 내두르며 읽고 있는데 결정적 문장이 내 눈에 들어왔다. ( 나는 이 책을 2006년에 읽었다. ) 바로 이 문장이다.

 

나는 등장 인물의 신체적 특징이나 옷차림 따위를 시시콜콜하게 묘사하는 방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 특히 의류 명세서 같은 소설은 정말 지긋지긋하다. 옷에 대한 설명을 읽고 싶으면 차라리 패션 상품 카탈로그를 보겠다. )

 

이 지점에서 독자는 우우, 하지 말고 와와, 해야 한다. 혹은 우와, 라고 말해도 좋다. 그렇다 ! 바로 이 지점이 킹의 소설작법이 다른 국문과 교수가 쓴 소설작법'과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다. 일반적 소설 작법은 대부분 이렇게 쓸 것이다. " 등장 인물의 신체적 특징과 옷차림'은 등장 인물의 캐릭터 구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반드시 세밀하게 구축할 것 ! " 나는 <  보봐리부인 > 을 읽다가 미쳐서 죽을 지경까지 간 적이 있다. 나는 보봐리를 읽는 내내 차탈리'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내가 원하는 세부 묘사는 보봐리 부인의 벌거벗은 몸에 대한 집요한 세밀화였지, 옷 입은 보봐리 부인의 풍경화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옛날옛적 옷'을 상상하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플로베르가 매우 훌륭한 작가라는 점을 안다. 다만 내 취향은 아닐 뿐이다. 나는 복장도착자는 아니다.

 

이 책에서 킹 할아버지'는 그답게 뻔한 " 문장 강화 훈련 " 을 시키지 않는다. 이 세상 모든 작법 책이 플롯이 중요하다고 강조할 때, 킹은 플롯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플롯은 개나 줍시다 ! 이처럼 이 책은 시니컬한 조롱이 대부분이다. 받아쓰기 몇 번 한다고 해서 세익스피어가 된다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다 소설을 쓸 것이다. 킹 할아버지'가 미쳤다고 자기 밥그릇을 넘볼 호랑이 새끼'를 키우겠는가 말이다. 프로야구 타격왕'은 절대 현역 시절에 " 타격교본 " 따위를 쓰지 않는 법이다. 은퇴 후라면 모를까. 그런데 그가 마지막 즈음에 쓴 문장 하나'가 묘하게 가슴을 울린다. 부끄러워서 그랬는지, 그는 별 수식 없이 빠르게 쓰고는 조용히 지나간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종이에 옮겨놓은 낱말은 단 한 개도 없었다. 더러는 우정 때문에 했던 일도 있지만 - 출판계의 용어로는 상부상조라고 한다 - 그것은 아무리 깎아내려도 좀 유치한 물물교환이라고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글을 쓴 진짜 이유는 나 자신이 원하기 때문이었다. 글을 써서 주택 융자금도 갚고 아이들을 대학까지 보냈지만 그것은 일종의 덤이었다. 나는 쾌감 때문에 썼다.

 

그렇다. 그는 오르가슴을 위해서 글을 쓴 것이다. 다른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 좋아서 쓰다 보니 돈도 생기고 명예도 생긴 것이다. 특별히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쓴 것도 아니고, 어떤 사명감을 위해 쓴 것도 아니다. 지구는 독수리 오 형제'가 지키고, 대한민국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킨다 !  킹은 그냥 좋아서 쓴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들어 보았던 고백 중에서 가장 소박하면서 감동적인 것이었다. 오, 오오오르가슴을 위해서 썼다니 !  하루키가 자위하려고 씁니다, 라고 고백한 것보다 좋다. 마지막으로 킹이 남긴 조롱으로 끝을 맺겠다.

 

나는 처음으로 진지하게 글을 써보려고 하는 사람들을 기꺼이 격려해주고 싶지만, 그렇다고 세상에 나쁜 작가란 없다고 거짓말을 할 수는 없다. 미안하지만 세상에는 형편없는 글쟁이들이 수두룩하다.

 

 

 

 

 

 

 

+

 

http://myperu.blog.me/20144553474 : 사진에 대한 글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87511 : 정성일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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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orte 2013-06-15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였더라. 흄이라 그랬던가 (워낙 기억력이 떨어지는 관계루다가 이부분은 대충 생략..). 처음에 낸 책이 더럽게 안팔리자 작정하고 한 2년정도 창작법을 배웠답디다. 그리고 똑같은 책을 문체만 바꿔서 재출간 했더니 대박이 났다고해요. 그거 읽구 혹자는 창작법 책만 산더미로 쌓아놓고 있다는 소문이.. 험 험..

글쓰기는 읽을줄 알면 누구나 되는건줄 알았는데.. 요즘 곰발님 글을 읽으면서 새삼 글 잘쓰기의 위대함에대해 알아가고 있읍니다. 좋은 글 읽으면 (것도 읽기 시작한지 얼마 안됐지만) 심장은 펄펄 뛰는데.... 머리가 영 따라주지 않네요. 필빨 좋아봤자 내용 없으면 안되는 건조한 글만 먹구살던 처지라...흑흑.. 그냥 좋은 글로 눈호사하는걸루 만족하기만 하는 불쌍한 중생입니다. 중생구원을 위해 많이 글 올려주셔요. 지금처럼만, 쭈욱....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5 23:0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쉬운 글을 어렵게 쓰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어려운 글을 쉽게 쓰는 글은 어렵다.전 이오덕처럼 옛글 옹호자는 아니지만 그들의 말에는 찬성합니다. 쉽게 글을 쓰기 위한 생각이니 말이죠. 요즘 문학평론가라는 사람들이 작성한 글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부터 들어요. 쉬운 글을 왜 저렇게 어렵게 쓰지 ? 정성일 평론 읽다가 성질나서 책 덮었습니다.

iforte 2013-06-15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뜬금없지만... 아래 서재목록에 보니 아버스에 대한 책도 있네요. 혹 사진에대해 쓰신 글도 있나요? 있음 올려주어요. (조름과 협박 사이의 미묘한 톤으로..) 전 갠적으로 Andre Kertesz랑 Cartier-Bresson 팬이랍니다. ㅅ.ㅅ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5 23:01   좋아요 0 | URL
사실 알라딘에도 사진 이야기 카테고리가 있었는데, 알라딘이 워낙 후져서 사진 이미지들이 며칠 지나면 액박이 뜨더라고요. 그래서 다 삭제했습니다. 대신 네이버 링크 걸어드릴게요. 저번에 올린 짧은 글들은 모두 사진에 대한 단상입니다. 위에 네이버 링크 걸어두었습니다.




전 다이안 아버스, 시디셔먼, 로버트 프랭크 팬입니다... ㅎㅎㅎㅎㅎ.

iforte 2013-06-16 04:48   좋아요 0 | URL
오늘은 공부에 집중도 안되고... 커피를 홀짝이며 링크 걸어주신 사진글들을 다 읽었네요. 감사합니다. 귀한 글들을 감상할 기회를 주셔서.

원래 순수미술을 추구하던 경력때문인지, 전 사진이나 그림이나 메시지가 넘 강한 작품은 덜 보게되요. 어떤 작품은 맘을 불편하게 만들어서 더더욱 눈이 안가요. 아버스도 그렇구... 신디 셔먼도...죄송... 워낙 공부할때 외에는 뇌를 빼놓고 사는 축이라.. ㅎㅎ... 아, 이번 여름엔 우연히 달라스에 놀러갔다가 신디셔먼 작품 전시회를 보게되었는데 매일 조그만 화첩으로보다가 거대한(?) 화판으로보니 느낌이 틀리긴 하더라구요. 어쨌든, 전 갠적으로 정신줄 놓고 편한 마음으로 감상하는 작품들을 좋아해요. 사는일 자체가 힘이 들어서 그런가... 거기에 시각적 자극까지 과부하를 걸면, 피곤해서...... 그냥 무뇌인으로 살게 냅두어도 좋아요... ㅠㅡㅠ
그래두 듀안 마이클은 좋아해요. 워낙 특이한 상상력에 감탄, 또 감탄.... 사진도 좋구요.

iforte 2013-06-16 04:51   좋아요 0 | URL
아...근데 올리신 글들 중에 '셋이 모이면 할수있는거'... 전 고무줄을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고무줄은 둘만 있어도 할수있겠더라고요. 전봇대에 한쪽 매고... 그래서 생각한게, 야구...? 왜냐면, 최소한 투수, 포수, 타자는 있어줘야...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6 05:2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셋이 모이면에 대한 포르테 님의 댓글 제가 좀 어디에서 인용해도 되겠습니까 ?
저도 오늘은 잠 안 자고... 글이나 잔뜩 올려야겠어요...

사진 저도 참 좋아합니다. 집에 암실을 꾸며놓기도 했고,
암실에서 작업하다가 기절 비슷한 것도 경험했습니다.
왜 암실 작업 오래하면 현상액 냄새 때문에 가끔 쓰러지는사람들 있잖습니까...

현상액에서 사진 이미지가 떠오를 때... 그거 그거 중독인데 말입니다.
빨간 불빛 아래 이미지 떠오를 때의 그 묘한 오르가슴 말입니다...

iforte 2013-06-16 08:06   좋아요 0 | URL
우왓, 암실실실...!! 전 디지탈. 좋은 컴하나만 있음... ㅋ
넹. 언제든지 인용하셔도 되요. 전 글재주도 없어서 곰발님이 잘 요리해주시길 바랄뿐. 갑자기 백호의 '왼손은 거들뿐' 대사가 중첩되고....

새벽 2013-06-16 0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스티븐 킹.. 맨날 영화로만 접했네요. 언젠가 스티븐 킹 작품은 꼭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두세 권 추천 좀.. 지난 몇 달 제 취향 어느 정도 캐취하셨으니 감안하셔서.. ^^;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6 03:49   좋아요 0 | URL
일단... 사계 추천합니다. 리타헤이워드와 쇼셍크 + 스탠바이미' 두 개가 사계'입니다. 입문하실려면 그의 대푝적 시리즈도 좋지만 일단은 이렇게 가볍게 시작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새벽님 취향으로는 11.22.63도 좋아요.

개인적으로 저는 애완동묠 묘지를 애정합니다. 걸작입지요.... 아, 그린 마일도 좋고... 뭐...

무순위..

사계, 애완동물묘지, 그린마일, 11 22. 등입니다요. 킹은 모두 질이 다 비슷비슷해요... 아무거나 읽어도 모두 걸작입니다...

새벽 2013-06-16 14:2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펫 세메터리..도 스티븐 킹 원작이었네요 그러보 보니.
사계와 애완동물묘지부터 시작해봐야겠어요. 추천 고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6 14:35   좋아요 1 | URL
미칠 정도로 좋은 작품입니다. 전 늘 애완동물이 킹의 대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Nina 2013-06-16 0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킹 진짜 매력있어요. 킹 짱! ㅋ
이 사람 영화 중에 얼마전에
Dreamcatcher랑
The Mist 두개 봤어요. Stand by me랑 Shawshank Redemption은 이미 봤고.. Misery는 하도 어렸을때 봐서 가물가물.. 검색해보니 제가 안본게 아직도 많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6 09:09   좋아요 1 | URL
미스트 좋죠 ? 역시 킹 전문 감독은 다라본트 감독입니다.
전 이 양반 영화가 그렇게 좋더라고요...

히히 2013-06-16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계중에서 "호흡법'을 읽다가 제 숨이 빨라져서
책을 덮고도 한참 후에 담담하고 유연한 날숨을 내쉬었답니다.
몰입도 끝장나더이다. 차츰 읽어 볼 생각입니다.
김진준의 역서를 찾다 '스텐바이미'를 들었는데 상당히 신나게 읽었더랬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6 16:05   좋아요 0 | URL
뭐 이 양반... 대단한 양반이에요. 1408은 버릴려다가 그냥 단편집에 실었다고 하더라고요.
미친 양반입니다. 이런 야반 때문에 평범한, 재능없는 한국 작가들이 욕을 먹는 거 아니겠습니깡..

고양이라디오 2016-04-28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 이 글 너무 좋습니다. 킹은 정말 킹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4-29 14:42   좋아요 1 | URL
으하하 재미있으셨나요. 이게 원작이 재미있으니 리뷰도 재미가 더해진 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모든 공로는 킹 오브 킹` 님에게...

고양이라디오 2016-04-29 21:39   좋아요 0 | URL
이런 미스트도 킹작품이었나요????
영화 정말 재밌게 봤는데
진짜 킹오브 킹이네요
역시 이름따라 가나봅니다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5-01 03:06   좋아요 1 | URL
미스트 읽어보세요. 뛰어납니다. 킹 할아버지가 이 정도랍니다. 허허허허허허허..

고양이라디오 2022-04-04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등장인물의 신체적 특징이나 옷차림을 시시콜콜하게 묘사하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킹의 설명에 공감 많이 갔어요. 저는 그런 묘사를 읽어도 전체 머리 속에 그림이 안떠오르고 먼말인지 모르겠더라고ㅠㅋ 그래서 그런 부분은 그냥 대충 읽고 넘어갑니다ㅎ

근데 킹은 플롯은 중요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는데... 제 기억으로 하루키도 플롯은 중요하지 않다고 햇던거 같거든요. 둘다 등장인물이 알아서 이야기를 진행하게 내버려둔다고 했던 거 같은데 기억이 정확하지 않아서ㅎ;; 킹의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플롯이 기가막힌데... ‘플롯은 거들뿐이다.‘ 라고 이해하면 되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