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두 분 토론
개그콘서트 < 두 분 토론 > 에서 남하당 박영진과 여당당 김영희'는 날마다 싸운다. 말이 좋아 토론이지, 자기 할 말'만 한다는 특면에서 보면 < 2분 발언대 > 나 다름없다. 그들은 서로 상대방이 내뱉은 말 가운데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을 취사선택한 후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결과는 뻔하다. 박영진은 뜬금없이 대한민국 축산업의 미래에 대해 걱정을 하고 ( 소는 누가 키울 것인가 ? ) 김영희는 대한민국 의료계 산하 이비인후과의 미래에 대해서만 걱정을 한다. ( 귀(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죠 ? )
그러니깐 남하당 박영진은 축산업 이익 교섭 단체 대표일 가능성이 높고, 여당당 김영희는 이비인후과 이익 교섭 단체 대표'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마, 당신은 이 글을 읽기 전까지는 남하당과 여당당'이 어떤 정치 세력인가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소수 이익 단체를 대변하는 어용 정치인들이었던 것이다. 겉으로는 남성 권익을 위한다거나 여성 신장을 위한다는 구실을 앞에 내세우지만, 사실은 돈 받고 특정 이익 단체를 대변하는 로비스트'였던, 것이다 !!!
이처럼 어떤 주장이나 메시지'를 무작정 곧이 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 박영진은 겉으로는 " 소는 누가 키울 것인가 ? " 라며 웃으면서 농담처럼 말했으나 속으로는 자신이 속한 이익 단체'가 주장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주말'마다 쏟아냈던 것이다. 김영희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한국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쫀쫀한 마초 근성에 대해 똥침을 날리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이비인후과 광고를 하고 있던 것이다. 감쪽시청자들은 속고 있는 것이다. 웃자고 든 예'이지만 신문'도 이와 다르지 않다. 기사 내용을 곧이 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 겉과 속'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제 언론은 박근혜 대통령이 작심하고 쏟아낸 말을 전송했다. 다음과 같다 : “얼마 전 언론에서 실시한 청소년 역사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고교생 응답자의 69%가 6.25를 ‘북침(北侵)’이라고 응답한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역사는 민족의 혼이라고 할 수 있는데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데 있어 각자의 철학에 따라 교육방법에 차이가 있을 수 있고 교사의 특징이나 갖고 있는 장점에 따라 다양하게 가르치는 것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서 진실을 왜곡하거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선 안된다. 이것은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 가져야 할 기본 가치와 애국심을 흔들고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분들의 희생을 왜곡시킨 것으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말'을 전하는 것까지는 좋았다. 말을 옮기는 것은 언론이 해야 할 중요한 임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 악의적 취사선택 > 이라는 계략이 숨겨져 있다. 언론사들은 여론 조사 기관과 조사 방식'에 대한 내용은 생략한 것이다. 그냥 대통령이 모 언론사가 조사한 조사 결과에 대해 한마디 했다는 식'이다. 하지만 언론사가 설문 조사 내용을 인용할 때 조사 기관과 방식, 표본 집단'을 밝히는 것은 기본이 아니라 기초'에 해당된다. 그런데 몇몇 언론은 왜 이부분을 과감하게 생략한 것일까 ? 실상을 알고 보면 골때린다. 설문 조사 문구를 보니 " 6.25는 북침입니까 ? " 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북침이 " 북한의 침공 " 을 줄여서 북침'이라고 한 줄 알았다. 요즘 10대들은 줄임말에 익숙한 세대들이다. " 본 방송 시청 사수 " 는 " 본방사수 " 가 되고, " 닥치고 공격 " 은 " 닥공 " 으로 소비된다. 그러니깐 40자 전송에 익숙한 10대들은 조금이라도 길다 싶으면 가로를 쳐 생략한다. " 닥치고 공격 " 은 닥(치고)공(격)이 되는 식이다.
북침'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를 했을 것이다. 그들은 북침을 북(한의 남한)침(공)'으로 이해한 것은 아닐까 ? 진중권이 지적한 것처럼 69%라는 결과는 역사 문제가 아니라 국어 문제'에서 비롯된 값이다. 하지만 형편없는 국어 실력'을 조롱하기에 앞서 먼저 여론 조사 기관과 언론에게 화살을 돌려야 한다. 설문 조사 문장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운 < 북침 > 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 자체가 실수라는 말이다.
여론 조사 문장은 표본 집단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단어'를 이해하는 능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 10대의 성적자기결정권은 존중되어야 합니까 ? > 라는 문장에서 성적자기결정권은 30대 이상 전문직 종사자와 저학력 70대 노인'들이 다르게 받아들인다. 30대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는 성적을 섹스'로 이해하지만 저학력 70대 노인들은 학업 성적'으로 이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처럼 설문 조사 내용은 표본 집단에 따라 최소한 알기 쉽게 풀어야 한다. < 북침 > 이라는 단어는 과연 적절한 단어 선택이었을까 ?
설상가상 이 조사'는 여론 조사 전문 기관이 한 것이 아니라 입시 학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한 결과이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하나부터 열까지 잘못된 것이다. 이 사실을 보수 언론들은 과연 모르고 있었을까 ? 그럴 일'은 없다. 내가 봐도 말도 안 되는 결과인데 깐깐한 언론사를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결론은 취사선택이다. 신문사 입맛에 맞게 전체에서 부분만을 발췌해서 왜곡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언론 편집의 묘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히 대통령의 말'을 무미건조하게 전달하는 기사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종북 세력 척결이 목적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른 것. 이러한 왜곡을 부추기는 기사'는 곧 전교조와 종북 정치 세력에 대한 탄압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국보법'에 대한 옹호로 이어질 것이다. 너무 뻔한 공식이어서 뻔뻔'하다. 이처럼 갑이 지배하는 사회는 갑갑하다.
박영진은 남성을 대변하는 척하면서 축산업자 이익을 대변하고, 김영희는 여성을 대변하는 척하면서 의료업자 이익을 대변하고, 신문사는 현 정권에게 유리한 입장을 대변한다. 이 정도면 이타적 사회다. 똘레랑스...존나 작렬하는 훈훈한 사회다. 하지만 예외는 존재하는 법. 오직 자신을 위해 싸우는 고독한 사람이 있었으니, 아... 눈물 난다. 대변인 윤창중이다. 그는 자신을 위해 대변'할 뿐이다. 그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다.
손석춘의 < 신문 읽기의 혁명 > 은 신문을 제대로 보는 방법에 대한 책'이다. 조중동과 싸웠던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게는 반가운 책이 아닐 수 없다. 손석춘이 제시하는 방법은 행간 읽기'다. 신문의 전체적인 편집 구성을 보면 그 신문이 지향하는 색깔이 보인다는 것이다. 글 배치, 사진 선택 등을 꼼꼼히 따져보면 편집 데스크의 정치적 성향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숨은 속뜻을 알아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것. 반면 피디수첩의 < 여러분 !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 드려야 할까요 ? > 는 황우석 사태'에 대한 긴박한 뒤따마'를 다룬다. 한국 사회'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을 종특'으로 비하하려는 경향이 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것. 이러한 태도는 과연 옳을까 ? 믿음이 강하면 맹신이 되고, 의심이 강하면 분석이 된다. 이 세상 모든 과학은 의심에서 비롯된다. 의심'은 좋은 것이다 ! 끗.
- 이미지 출처, 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