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소설 no.2

 

 

 

 

 

 

 

 

 

허풍선이 곰곰생각하는발 씨'의 믿을 수 없는 인생유전. 

 

 

 

 

 

 

 

  나, 곰곰생각하는발 씨'는 선인장이었다. 선인장이 되기 전에 나는 가문비나무였고, 층층나무였으며 한때 넓은 파초였다.  나는 사막을 여행하고 있었다. 방울뱀 한 마리'가 호수에 떨어진 낙엽처럼 모래 위를 둥둥 떠다녔다. 나는 수면에 이는 물결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 5일을 머물렀다. 그리고는 모래를 파서  내 몸의 절반을 묻었다. 낮이 되면 얼굴과 팔과 심장은 태양의 불꽃으로 고통스러웠으나 모래 속에 묻힌 발바닥은 물길이 지나가는 자리여서 부드럽고 촉촉해서 간지러웠다. 낮과 밤이 빠르게 지나갔다. 바람이 불면 물결처럼 흔들리던 머리카락은 어느새 빠르게 경화되어서 가시'가 되었고, 울음에 지친 성대는 울대 없는 꽃대'가 되어서 입은 줄기의 한 부분이 되었다. 가장 먼저 퇴화된 감각은 눈이었다.

 

낮이 와도 캄캄한 어둠이 전부였다.  낮과,  밤이 또 빠르게 지나갔다. 어느 날  엄마 손을 잡고 지나가던 예쁜 계집아이'가 선인장을 보고는 소리쳤다. " 엄마 !  저 선인장의 그림자를 봐 ! 꼭 사람 같아 ? "  여자는 아이가 소리치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말없이 다가왔다.  여자는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지금은 선인장 줄기가 된  내 손을 잡았다. 날카로운 가시'가 여자의 보드라운 손바닥을 찔렀다. 낯익은 손의 감촉'이었다. 여자는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는 이내 멀어졌다. 멀어지는 틈틈이 여자는 고개를 돌려서 선인장'을 바라보았다. 낮과 밤이 빠르게 지나갔다. 

 

나, 곰곰생각하는발 씨는 고슴도치였다. 고슴도치가 되기 전에 나는 사막의 선인장이었고, 가문비나무였으며 층층나무였다. 그리고 한때 넓은 파초였다.   온몸에 가시가 돋친 사내'는 " 유랑 극단 " 에서 일했다. 나는 코끼리사나이, 늑대인간, 비단뱀여자, 샴쌍둥이 자매 등이 주축이 된 " 프릭쇼 " 에서 인간 고슴도치'로 등장했다. 둥둥둥, 북이 울리면 철장에 갇힌 인간 고슴도치는 검은 천이 열리면서 관객들 앞에 전시되었다. " 신사 숙녀 여러분 !  온몸에 선인장 가시'로 뒤덮인 인간 고슴도치'를 소개합니다. "  우우우우, 와와와와. 놀라움과 탄성의 외마디'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왔다.  사육사가 다가와서 철장을 열고 가시가 돋힌 사내'를 끌어내렸다.

 

사육사가 힘차게 목줄을 당길 때마다 나는 몸이 휘청거리며 중앙 무대'로 향했다. 이어 난쟁이 곱추 피터 씨'가 우스꽝스러운 원숭이 복장을 하고 나타났다. 이 쇼는 공타기 묘기를 선보이는 피터와 나 곰곰생각하는발 씨'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피터는 공타기 묘기를 선보이며 나를 향해 바나나를 던졌다. 바나나는  내 몸에 난 가시에 박혀서 떨어지지 않았다.  우, 우우우와와아아아아하하하하. 놀라움인지 웃음인지 모를 관객의 소리가 이어졌다. 사실 이 쇼는 칼 던지기'에 대한 우스꽝스러운 재현이었다. 피터 씨는 칼 대신 바나나를 던졌고, 나는 바나나를 무서워하는 아가씨 흉내를 낸 것이다. 사람들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괴물이란 둘 중 하나다. 무섭거나 우스꽝스럽거나 ! 

 

난쟁이 곱추 피터'는 구르는 무지개 공 위에서 사과, 배, 복숭아 등을 더 던졌다. 우, 와, 하하하하.  마지막으로 커다란 수박을 던졌을 때는 관객들이 숨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왜냐하면 수박은 가시에 박히지 않고 내 얼굴에서 박살이 났기 때문이었다.  내 몸은 온통 깨진 수박의 잔해들로 가득했다. 얼핏 보면 배에 총상 입은 군인의 상처처럼 보기 흉했지만 관객들은 즐거워했다. 나는 온몸에 과일을 주렁주렁 매단 채 괴물처럼 객석을 향해 어슬렁거렸다. 탄성들, 즐거움에 대한 탄성들. 낯선 것에 대한 즐거움과 볼거리로 전락하지 않은 평범한 자신의 육체에 대한 종교적인 믿음들, 그런 것들. 마지막 이밴트'는 물풍선 던지기'였다.

 

게임 참가 신청자에 한해서 몇 명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즐거운 듯 아이 하나가 폴짝폴짝 뛰었다. 아이가 힘껏 물풍선을 던졌다. 나는 최대한 몸을 낮춰 수염이 변한 가시로 물풍선을 터뜨렸다. 펑 !!!   얼굴에 물풍선이 터지는 순간,  잠시 동안 숨쉬기가 거북했다. 잠시 동안의 무호흡. 아이가 까르르르 웃었다. 그날의 쇼는 그렇게 끝났다. 무대 뒤에서 난쟁이 곱추 피터'가 다가왔다. 그가 내 몸에 달린 사과를 뽑아서는 한 입 베어 물며 말했다.

 

   " 수고했어! "

 

   " 고마워요. 피터 아저씨 ! "

 

   " 우린 이제 명콤비군. 어딜 가도 굶어죽지 않겠어. "

 

이곳저곳에서 단원들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거나 큰 소리'로 인사를 했다. 하지만 아무도 나에게 가까이 오는 사람은 없었다. 내 몸에 난 가시는 곧 상처이므로, 내 가시는 무시무시한 칼이기에 ! 유랑 극단 단원들은 오늘도 무사히 쇼가 끝난 것을 축복하며 서로를 끌어안거나 가벼운 입맞춤을 하며 감사를 표시했다. 나는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았다. 곰곰 생각에 빠졌다. 한때, 내 가시'는 부드러운 층층나무의 이파리였다. 3월 파릇파릇 솟아난 연초록 이파리였다. 솜털보다 부드러운 유년이, 있었다. 

  

나는 장미였다. 한때 나는 선인장이었다, 고슴도치였다, 가문비나무였으며 넓은 파초였다. 그리고 그 이전에는 쇠똥구리였으며 한여름의 뿔매미였다.  지금 나는, 장미로 태어났다. 천년의 세월 동안 수많은 업보의 삶을 살았으나 지금처럼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생은 처음이었다.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은 장미가 된 내 아름다움과 장미 향에 취했다. 종종 술에 취한 시인이 와서 장미를 꺾고는 했다. 장미 가시에 찔린 시인은 시처럼 곱게 누웠다. 풍장이 그를 가볍게 하리라. 낮과 밤이 빠르게 지나갔다. 장미는 피고 졌다. 다시 낮과 밤이 지나갔다. 어느 날 술에 취한 청년이 다가와 편백나무 그림자가 드리운 돌담의 가시 장미를 호기롭게 꺾었다.

 

" 나의 사랑이 되어 주오 ! 아름다운 여인이여. " 청년은 여자 앞에 무릎을 꿇고 프로포즈를 했다. 가난한 고백이었다. 여자는 그 꽃을 받고 행복해 했다.  한때 나 곰곰생각하는발 씨'는 선인장이었다, 고슴도치였고, 개망초였으며 쇠똥구리였다. 한때 한여름의 뿔매미였지만 지금은 장미였다. 여자는 그 꽃을 받고 행복해 했다. 가난한 고백이었으나 그 사내의 프로포즈'에 눈물을 흘렸다. 청년은 호방했다. " 아름다운 여인이여 !  나의 사랑이 되어 주오. " 

 

여자는 장미를 바라보았다. 여자는 잠시 망설이다가 장미 꽃을 받았다. 순간 장미가 된 나는 자신을 감싸쥔 낯익은 가느다란 손의 감촉을 통해서 이 아름다운 손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알아차렸다. 한숨보다 고요한 바람이 불었다. 이내 장미 꽃잎이 미풍에 떨어졌다. 나는 선인장이었다, 고슴도치였고, 개망초였으며 쇠똥구리였다. 거듭되는 윤회 속에서 나는 한여름의 뿔매미였고 장미였다. 하지만 한때 나는 인간이었다. 나에게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다. 유독 붉은 장미를 좋아했다.  

 

나 곰곰생각하는발 씨'는 한때 인간이었다. 장미였으며 선인장이었다. 그리고 고슴도치였다. 시간을 더 거슬러올라가면 한때 문비나무였으며 넓은 파초였다. 그리고 그 이전에는 쇠똥구리였다, 한여름의 뿔매미였다. 내가 인간이었을 때 나는 모서리 같은 여자를 사랑했다. 그들은 날마다 섹스를 했다. 나는 침엽수의 잎'처럼 숱이 없는 그녀의 거웃이 좋았다. 가슴은 잘 익은 복숭아 같아서 그 여자의 젖꼭지를 핥을 때는 여름 볕에 잘 익은 복숭아 향이  났다. 종종 그녀의 긴 혓바닥이 내 목구멍 속 깊숙이 들어와 심장을 핥았다. 사랑한다고, 당신 없는 세상은 넓은 사막에 홀로 자라는 선인장과 같다고, 이토록 뜨거운 속정이라면 지옥불이라도 견딜 수 있을 것 같다고 속삭였다. 하지만 이 열정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여자는 떠났고 나 또한 한계령을 넘어 속초'를 향했다. 2월 한데'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추웠고, 속초는 봄마다 폭설이 내렸다.  눈이 내릴 때마다  그녀의 소식을 전해주던 전령은 게으른 발걸음을 옮겼다.누군가가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 여자는 한 남자의 아내가 되었다. 여자의 남편이 된 남자는  길을 가다가 담 아래 핀  탐스러운 장미를 꺾어 프로포즈를 했다고 했다. 간밤에 나는 꿈을 꾸었다. 한때 나는 뿔매미가 벗어놓은 허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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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08-18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러니까 그는, 알파빌에서 통제받던 부기나이트의 거대한 방류량을 자랑하는 덕 디글러였군요.
33cm의 물건을 가졌으나 어느 날부터 서질 않고... 그리고 풍장되어 세상을 순환하고...

그러고 보면 우리 물건들도 포물선을 닮지 않았나요.

(아, 이런 덧글 심의 대상인데... ;; 그런데 오늘밤은 삘덧글이나마 써지는대로 남겨두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8 14:57   좋아요 0 | URL
제 덧글창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부기나이트.. 생각해 보니 폴 토마슨 앤더슨 작품이군요.
무지 재미있게 보았는데 말입니다.
동양인은 평균 12셍티미터죠...ㅎㅎㅎㅎㅎ.

새벽 2013-08-18 15:5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그건 물론 발기했을 때의 길이 평균치이겠지요?
만약 아니라면 완전 열폭 좌절입니다. ㅎㅎ

음. 갑자기 케이블로 몇 년 전에 봤던 우리나라 세미 AV가 떠오르네요.
제목이 마법의 성.. 이었나 그랬을 겁니다.
거기서 맛동산과 새우깡이란 에피소드가 어찌나 웃기던지..
암튼 저 길이와 굵기 그리고 지속시간에 대한 담론에는 성인남자면 누구도 피해가지 못하는 것 같아요. 심리적으로..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8 17:57   좋아요 0 | URL
맛동산과 새우깡.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웃기다 !!!!!!!!


넓이 버전이 맛동산과 새우깡'이라면 길이 버전은 빼빼로와 사루비아 과자 되겠네요.
뭐 전체적으로 비교하자면


진주햄 살색 소세지와 천하장사' 소세지의 대결이라고나 할까요...ㅎㅎㅎㅎㅎㅎ

새벽 2013-08-18 22:4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크크크큭.. 역시나 곧장 본인 버전으로 업그레이드시켜 버리는 곰곰발님의 내공. :)

2013-08-18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옷. 난해한 SF 한편 본듯. 잘 계셨죠? 개학이 낼모레인데 지금 거의 패닉 상태라... 어흡. 오늘도 발자욱만 남기고 초고속 퇴장....

2013-08-18 10:0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저, 포르테. 로그인 할 시간도 없이....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8 14:58   좋아요 0 | URL
눈물이 앞을 가리는군요. 바쁜 포르테님... 흑흑...
학기 초'만 지나면 이제 널널하실 거예요.
몸 보신을 위해서는 도마뱀 다섯 마리만 잡아서 삼키십시요.

만화애니비평 2013-08-18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괄약근의 모티브..역시 페루찌님..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8 14:58   좋아요 0 | URL
변태 중에서 가장 중 변태가 똥 얘기라고 하던데.. 전 아무리도 상 변태 같습니다.

히히 2013-08-20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한때는 럭비공 같을거라 생각했습니다.
해가 갈수록 기차입니다.
결국엔 철로가 천로가 되는 것이 인생이라며 관대하게 넘겨보라고 주문하기에는
아직도 한참인 삶의 유용성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철로를 벗어나는 날에는
바퀴가 날개로 뻗는 기적을 경험할 것입니다.
히히여, 영원하라!

곰곰생각하는발 2013-08-20 18:32   좋아요 0 | URL
네 인생은 정해진 궤도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럭비공 같은 인생살이를 산 사람을 보면 신기해요.
그것으 그만큼 노력을 했다는 증거이기도 하죠..
아니 어쩌면 그 럭비공 같은 길도
이미 궤도에 정해진 정거장 중 하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mbc 오락 프로'에 대한 단상 : 빅엿을 날리며 !  

 

여름 날씨'가 미쳤다. 온대는 온데간데없고 아열대'만 남았다. 이러다가는 아열대'도 물러가고 열대 기후'가 한반도'를 휩쓸 모양이다.  뉴스를 보니 같은 서울 하늘 아래라 해도 지역에 따라 온도가 7도 이상 차이가 난다는 기사를 보았다. 내가 사는 곳은 북한산 아래여서 32도 안팎이지만 강남은 40도에 육박한다고 한다. 사이비 종교 집단이 보기엔 명동은 불신지옥'이고  강남은 불지옥이다.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번개를 동반한 게릴라성 집중호우에 강남이 툭 하면 물에 잠길 줄 그 누구 알았겠는가 ! 이제 강남 불패 신화'는 날씨라는 변수에 의해 집값이 무너질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서울이라는 좁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날씨 차가 큰 이유는 고층 건물이 큰 몫을 차지한다. 아파트는 바람이 지나가는 길을 막고, 고층 건물 때문에 풍속이 느려진 바람은 강남 인구보다 많은 에어컨이 내품는 열기를 잔뜩 먹은 채 느리게 강남 하늘에 떠 있다가  날을 잡아서 비를 퍼붓는 것이다. 아파트 주거 환경은 도시 생태를 파괴하는 주범이다.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미친 것을 뽑자면 날씨와 함께 땡처리 시장에 물건을 내다파는 사장'이다. 대한민국 자영업 사장들은 항상 미친다. 미친 가격에 세일을 하는 이유는 " 사장이 미쳤어요 !! " 다. 여기에 목록 하나를 더 추가하자면 개인적으로 < mbc 오락 프로 > 를 뽑고 싶다. 보면 볼수록 가관이다. 유식하게 말하자면 전입가경이다. < 우리 결혼했어요 > 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보았던 그 무수한 오락 프로 중에서 가장 뻔뻔하다. 이 프로는 두 남녀'가 결혼 했다는 가정 하에서 찍는 다큐 형태이다. 시트콤이 아니다. 처음 본 그들은 만나자마자 신혼 생활을 한다. 할 건 다 하지만 정작 해야 될 건 안 한다. 신혼에 섹스'가 빠지면 무슨 재미인가. 하루에 열 번'도 할 시기'에 손 한 번 잡았다 하면 제작진과 인터뷰로 속마음을 전한다. 두근두근거려요 ! 할리퀸 하이틴 로맨스  소설'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이 은밀하게 꿈꾸는 성적 판타지'를 키울 뿐이다. 학생들은 이 프로를 보며 성적 스트레스를 성적 판타지로 해소하는 것이다. 두 사람은 아무 준비 없이 만난다. 그리고는 일단 함께 산다. 살 곳은 제작진'이 마련한다. 먹을 것도 제작진이 마련한다. 부모에게는 굳이 알릴 필요는 없다. 종종 남자는 가거도 기차 여행 이벤트를 혼자 부산을 떨며 준비하지만 티켓은 제작진 대본 작가들이 끊어준다. 출발은 서울에서 하지만 이미 상당수의 제작진은 가거도에서 진땀을 흘리고 있다.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고, 낭만이 있고, 눈물이 있고, 감동이 있다. 시부랄, 이 정도면 살 만하다 ! 이 정도면 합칠 만하다. 그런데 !!! 가만히 살펴보면 이 프로는 < 우리 결혼했어요 > 가 아니라 < 우리 동거했어요 > 에 가깝다. 제작진은 학생에게 용돈을 꼬박꼬박 주는 부모'다. 아무리 봐도 우리 동거했어요, 다.  

 

개인적으로 나는 동거 문화 찬성론자'이지만, 전체관람가'로 때리는 대국민 건전 오락프로가 동거'를 적극 장려한다는 사실은 의아스럽다. 이토록 보수적인 나라에서 말이다. 앞으로 내가 할 말에 쌍욕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프로를 아주 열심히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애국자들이 많다. 월드컵만 했다 하면 붉은 옷을 입고 거리에 나가 오, 필승 코리아 ! 를 외치고, 김연아의 우승은 유관순 여사 다음으로 애국자다. 그리고 여행 가면 삼성 로고가 박힌 옥외 광고'를 찍고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란 코멘트를 날린다. 해외 나가서 해외 문물과 풍경은 보지 않고 삼성 로고에 감동하니 새로운 형태의 페티쉬'가 아닐까 ? 스타킹에 집착하는 사람은 보았으나 회사 로고를 보고 흥분하면 안 된다.

 

< 아빠 어디 가 ? > 는 더욱 심각하다. 내가 < 우리 결혼했어요 > 에 대해 비판을 했을 때 수긍하는 사람들도 < 아빠 어디 가 > 에 대해서는 쉽게 비판하지는 못할 것이다. 영창 피아노'처럼 맑고 고운 동심'에 빅엿을 날린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자세히 보면 아이들은 일주일에 2일은 돈을 벌기 위해 직업 현장에 뛰어든 꼴이다. 말이 좋아 아빠와 함께 하는 추억 놀이'이지 사실은 노동'이다. 아이들은 로케이션으로 지친다. 강원도, 제주도에서도 촬영이 진행된다. 이 정도면 강행군'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숙제를 푸는 것이다. 노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는 것이며 숙제를 하는 것이다. 아동 노동을 철저하게 규제하는 현재의 법 체제'에서 보면 이 프로는 불쾌하다. 지나친 상상이라고 ?! 글쎄 !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헐리우드'에서 아역 배우'가 영화를 촬영할 때에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하루에 촬영할 시간은 정해져 있고, 법으로 정한 시간(저녁) 이후로는 촬영이 금지된다. 부득이하게 이를 어길 경우에는 촬영 허가 절차가 꽤나 까다로운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이래저래 아역배우들은 밤 장면'에 나오지 않도록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조율을 하게 된다. 또한 아역 배우들에게는 틈틈이 간식이 주어져야 하며 휴식 시간이 정해져 있다. 이를 어기면 제재를 받는다. 반면 < 아빠 어디 가 > 에 나오는 아이들은 밤 늦게까지 촬영이 진행된다. 아이들은 늦은 저녁에 반찬 재료를 사오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처음 간 낯선 지역에서 장을 본다. 쫄쫄 굶으면서 말이다. < 아빠 어디 가 > 는 어린이용 1박2일 야생 버리이이이이이이이어티 리얼 프로그램'이다.

 

모 프로에서 엄마와 함께 달리는 마라톤'이라는 컨셉으로 엄마와 아이가 10킬로 마라톤에 도전한 경우가 있었다. 요즘 아이들은 고생을 안 했기에 극기'가 필요하다는 취지'이다. 고난 속에서 감동을 뽑자는 의도인데 이 의도는 정말 천박하다. 이 정도면 감동이 아니라 학대'다. < 아빠 어디 가 > 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시청자의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하여 새벽부터 일어나 멀고 먼 길을 달린다. 이게 과연 놀이'일까 ? 나는 이 프로에 대해 아무런 비판을 가하지 않은 자칭 문화평론가들의 자질이 의심스럽다. 끝으로 < 진짜 사나이 > 에 대해 이야기하련다.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아 미리 말하지만 군인을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직업 군인에 대한 지적이 아니라 군대 문화를 오락거리'로 만드는 것에 대한 우려이다. 군대는 중요하다. 하지만 군대 문화를 미화시키면 안 된다. 아이들이 군대 문화를 놀이터'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군대는 군대'다. 군대를 쇼 버라이어티'로 만드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이처럼 mbc 오락 프로그램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 우리 결혼했어요 > 는 동거 문화를 권장하고, < 아빠 어디 가 > 는 아동 노동에 대해 외면하며, < 진짜 사나이 > 는 군대 문화를 상업화한다. 비판은 없다. 비판이 없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누군가는 < 아빠 어디 가 > 에서 보여주는 아동 노동에 대한 지적을 해야 한다. 이 문제 제기는 신경 쇠약 직전의 남자가 내뱉는 시선이 아니다. 상식선에서 지적할 수 있는 문제점들이 아닐까 ? 한국 방송의 문제점은 지나치게 재미있기에 문제가 된다. 영상에 의한 재미를 추구하는 문화일수록 그 문화는 천박하다. 월터 옹'이 한 말이다. 반면 유럽 방송의 특징은 재미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BBC 방송만 봐도 그렇다. 프랑스 방송을 보라 ! 이들은 문자 문화가 구술(영상) 문화'보다 발달한 나라들이다.  

 

방송뿐만이 아니라 오프 사회'도 마찬가지다. 밤이 되면 거리는 한산하다. 반면 대한민국은 밤만 되면 다이나믹해진다.  루마니아는 밤이 되면 드라큘라'가 어슬렁거리지만 대한민국은 밤이 되면 고래가 어슬렁거린다. 고래도 아니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술고래 말이다. 남들 잘 때 한국 남자들은 안 잔다. 아내는 섹스리스 삶에 지쳐서 스트레스를 받는데 남편들은 엉뚱한 곳에서 욕망을 분출한다. 방송인들은 아내가 밤에 샤워를 하면 무섭다는 농담을 부끄럽지도 않게 누설하지만 다른 여자를 만나면 상황이 달라지는 모양이다. 언제부터인가 룸살롱은 대기업 회사 법인카드가 지배했다. 기업이 공짜로 직원들 술도 사주고 떡도 사준다. 대다나다. 기업이 매춘을 권장하는 사회'다. 에로'를 권장하는 문화 또한 구술 문화에 속한다. 드라마가 온라인 구술 문화라면, 룸살롱은 오프 라인 리얼 체험극이다. 룸살롱에서 200만 원을 카드로 결재하는 것은 아깝지 않으면서 책값이 20,000원이면 비싸다며 빌려서 읽을 생각부터 한다.  이래저래 한국인은 구술 문화에 중독된 나라다. 대다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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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3-08-16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생각하는 해결법은 우선 우리 나라를 사랑하지 않고 훌쩍 떠나는 방법이 떠 오릅니다만, (이것을 현실적으로 어렵고)

만약 우리 나라를 사랑하는 것을 유지하면서 어떤 행동을 한다면 사랑을 실천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6 15:54   좋아요 0 | URL
전 개인적으로 꼭 애국심이 필요한가에 대해 회의가 많이 듭니다. 애국심은 타자에게는 파시즘이 될 수도 있습니다. 피터 빅셀의 말입니다. 애국심'보다는 인간을 향한 측은지심'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니다.

마립간 2013-08-17 11:38   좋아요 0 | URL
제 질문은 곰곰생각하는발님에게 잘못된 전제를 바탕으로 제시된 질문이네요. 디오게네스의 '나는 세계 시민이다'를 떠올립니다.

(읽으신 제 페이퍼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개념을 묻는 질문이 있죠. NL? PD?) 애국심이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을 했지만, 필요없다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단지 현상 유지죠. 애국애족심을 근거로 나라를 팔아 먹었던 세력, 현재도 팔아 먹고 있는 세력에 대한 분개가 있습니다.

제 고민에 대한 어느 알라디너의 조언은 통일 없이 민주화가 어렵다고. 미뤄 추정하면 나라 사랑 없이 인류 사랑이 가능하겠냐가 되겠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7 17:21   좋아요 0 | URL
음.... 제가 생각하기에는
애국심'을 가진 자는 반드시 인간을 사랑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나라'라는 영토를 사랑하는 것이니 物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반면 인간을 사랑하게 되면 결국은 애국심과 연결이 됩니다.
왜냐하면 이웃을 사랑하는 것은 결국 확장되면 대한민국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니 애국'이라고 할 수도 있죠

그런데 애국에 방점을 찍으면 전혀 이상한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애국은 있고 애인(인간사랑)은 없으면
알카에다'가 될 수도 있어요. 911테러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과연 알카에다'의 행위는 애국이 아니다, 라고 말 할 수 있을까요 ? 그건 분명 그들에게는 애국적 행위일 거예요.

전 애국'은 필요 없다고 봅니다. 애인'이 범위를 넓혀서 애국이 되는 형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
애인에서 애국으로 애국에서 인류애'로 말입니다. 그런 확장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

제 이름 다 부르면 지겨우시니 그냥 곰발이'라 불러주십시요.ㅎㅎㅎㅎ

마립간 2013-08-19 08:17   좋아요 0 | URL
애국심에 회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아니면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붉은 악마가 옳은 것인가를 생각했죠.

저는 자아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제가 저에게 적용한 자아에 마립간 개인의 자아, 그리고 여기서 확장된 나의 가족, 그리고 여기서 확장된 자아가 국가, 그리고 여기서 더 확장된 자아가 인류, 그리고 더 확장된 자아가 지구 생명 순화계입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기업, 정치적 계파 등이 포함될 수도 있겠지요.)

사람에 따라 개인에 고착되거나 가족에 고착되어 애국에 까지 이르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제게 조언을 준 알라디너는 애국을 인류애의 필요조건으로 생각한 것 같습니다. (저는 필요조건인지 아닌지를 잘 모르겠고요.)

마립간 2013-08-19 08:28   좋아요 0 | URL
http://blog.aladin.co.kr/maripkahn/3287045
http://blog.aladin.co.kr/maripkahn/3287045

저는 사실 인류애로 가는 방향성을 수용했지만 그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yamoo 2013-08-16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결혼했어요..와 짝...은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밥먹다가 가끔 중간중간 보긴하는데, 사람들이 이 프로를 왜 재밌게 보는지 모르겠어요. 곰발님의 비판 정신에 한표~~^^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7 17:10   좋아요 0 | URL
야무 님 오셨군요. 우리와 짝'을 한번도 보지 않으셨다니 대단한 내공입니다.
전 밥 먹을 때는 꼭 티븨를 봅니다..ㅎㅎㅎ.
우리 결혼은 너무 닭살이어서 징그럽고, 짝은 짐승 같아서 싫더군요.
ㅎㅎㅎㅎ.

만화애니비평 2013-08-16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국심으로 친일파 좀 잡으면 좋겠습니다. 왜 이런 애국심은 부족한지..코메디입니다만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7 17:17   좋아요 0 | URL
한국 보수는 온통 모순덩어리'죠. 가짜 보수죠.. 진짜 보수를 본 적이 없음..

히히 2013-08-20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예전에 1박2일 방영시
신랑은 저거들 노는데 우리가 왜 희희낙낙거리냐고 고집스레 타방송을 보더니
어느순간 1박2일에 환장을 하더라구요.
이러한 중독성이 방송국을 먹여 살리는 일등공신입니다.
가끔씩은 수위조절에 위험성을 보이는 제 자신을 잘 알기때문에
집에 TV 없이 2년 가까이 살고 있습니다.
생각 보다 애들이 적응을 잘하고
남편은 아직 힘들어 매일 스마트폰을 끼고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8-20 18:33   좋아요 0 | URL
저도 티븨는 이는데 거의 보지는 않습니다.
저도 저 놈들 노는데 왜 내가 기쁘지 ?
이런 생각 자주 합니다.
한국이민주화가 되려면 티븨부터 없애야 해요.
 

 

 

니체는 이런 말을 했다. " 착한 자는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 얼핏 수긍하기 힘든 대목이다. 하지만 < 착한 자 > 을 < 착해 빠진 놈 > 으로 바꾼 후 다시 읽으면 이해가 간다. " 착해 빠진 놈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 니체는 정확히 보았다. 착해 빠진 놈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추악한 진실‘을 폭로하는 것은 언제나 악마였다. 영화 < 올드보이 > 에서 최민식’에게 진실을 폭로한 자’는 착한 사람이 아니라 오직 복수에 눈이 먼 유지태'였다. 천사는 아름다운 진실’을 고백할 뿐 더러운 진실‘에는 침묵한다. 반면 악당은 추악한 진실’을 폭로한다. 스타워즈에서 악의 구현체인 다스베이더는 정의를 위해 싸우는 아들에게 충격적인 고백을 한다 : “ 내가 네 애비다 ! ”

   

이처럼 폭로는 메두사의 얼굴‘처럼 강력하다. 악당 입장에서 보면 죽기 살기로 싸우지 않고도, 폭로 한 마디‘에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으니 꽤 훌륭한 창이요, 활이다. 이보다 더 좋은 무기가 어디에 있겠는가 !  천사는 악마를 파멸시킬 수는 있으나 인간을 파멸시킬 수는 없다. 그가 비록 비열한 인간이라도 악마는 아니기 때문이다. 천사는 인간을 천국으로 인도하거나 위로할 수는 있어도 인간을 파멸시켜서 지옥으로 끌고 갈 수는 없다. 그 일은 악마가 한다. 그게 바로 천사가 가진 한계이다. 한편 악마는 주로 거짓말로 상대방의 영혼을 파괴하지만 종종 진실’을 폭로함으로써 영혼을 파괴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악마란 거짓말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진실을 말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역설적인 결론이지만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를 위해서는 비열하고 악랄한 인간 앞에서 아무 말도 못하는 천사보다는, 그런 놈들을 파멸시켜서 지옥으로 데리고 갈 악마‘가 더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미 천사란 티븨 속에 널려 있다. 각 방송사마다 소시민의 작은 소원 하나씩은 들어주지 않나 ? 기적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방긋방긋 웃으면서 행복하세요, 를 외치는 소녀시대는 어떤가 ? 임재범은 어떠한가 ? 내가 힘들고 외로울 때, 누가 나를 위로해 주지 ? 바로... 여러분 ! 맙소사, 천사’는 이미 넘치고 넘쳤다. 이 시대의 지랄 같은 멘토들을 보라.

  

지금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흰 옷 입고 머리에 원형 형광등을 설치한 천사’가 아니라 중저음의 멋진 목소리‘를 가진, 모자부터 양말까지 검은 색 슈트로 깔맞춤한 악마다. 악당들에게는 “ 내가 네 애비다 ! ” 라고 말해서 상대방 불알을 오그라들게 만들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나쁜 놈들 전성시대다. 이 꼴을 보면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악마들은 직무유기요, 불법 파업 그리고 태만에 빠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월드컵만 되면 서울 광장으로 모여드는 그 수많은 악마들은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는 것일까 ? 시부랄 ! 밥은, 먹고 다니냐 ?

 

 

-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천사가 아니라 악마다 中

 


 

 

 

 

 

 

 

 

 

 

 

비참할 땐 곰곰생각하는발. 

 

책 한 권'에서 뽑을 수 있는 핵심 페이지는 10페이지'이다.  저자는 10페이지를 위해 300페이지' 넘게 원고를 쓴다. 물론 독자들도 10페이지 분량'을 읽기 위해 300페이지 넘게 읽는 것이다. 그러니깐 10페이지를 제외한 나머지는 첨언'이다. < 속독 > 하는 사람은 책을 빨리 읽는 사람이 아니라 < 핵심 > 을 빨리 파악하는 사람이다. 버려야 할 문장과 읽어야 할 문장'을 정확히 선택하는 것이 속독의 기술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개인적 판단이다. 그런데 종종 작가가 버리는 문장'에 필이 꽂히는 경우가 있다. < 호모 루덴스/1936, 요한 하위징가 > 에서 내가 뿅 간 부분은 다음과 같은 문장이다.  

 

어떤 환자가 정신과 의사에게 사람들이 자신을 마차로 데리러 올 것이라고 말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 평범한 마차는 아니겠네요 ?" " 물론이죠. 금으로 된 마차라고요. " " 그 마차는 어떻게 끌죠 ?" " 4,000만 마리의 수사슴이 끕니다 !" 

 

- 호모 루덴스, 274

 

이 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첫 번째 질문이다. 환자가 자신이 가진 환상을 말하는 장면은 평범하다. 전형적인 백마 탄 왕자와 신데렐라 이야기'가 아니었던가. 이런 식의 허세'는 누구나 갖고 있는 표현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병적 증후가 아니란 말이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 환자가 가지고 있는 허세'에 별다른 이의 제기'는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의사는 여자가 가지고 있는 허세가 단순한 과장인지 아니면 병적 망상'인지를 묻기 위해 시동을 건다. 이렇게 말이다. 부르릉 부르릉 ! " 평범한 마차는 아니겠네요 ? " 의사가 환자에게 던진 이 질문은 때론 평범해 보이는 질문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우 날카롭다. 이 말은 " 당신 같은 매우 특별한 사람에게 평범한 마차는 어울리지 않아요. " 라는 뜻을 전달한다. 

 

의사에게 특별한 대우를 받은 환자는 기분이 좋아져서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한다.  " 금으로 만든 마차 " 라고 말한다. 이로써 평범하지 않은 마차는 금으로 만들어진 마차'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다. 금은 무겁다. 금으로 만든 마차'는 그 무게 때문에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의사가 그 마차를 어떻게 끌죠? 라고 묻는 말 속에는 금 마차'는 무거워서 움직이지 않아요, 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당황한 환자는 대답한다. 4,000만 마리의 수사슴이 끕니다 ! <  4,000 > 마리도 아니고 < 4,000만 > 마리'다. 대한민국 인구수가 5000만이니 얼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마차를 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터무니없는 수량은 곧 환자가 제대로 미쳤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 수량은 과대망상'이다. 단순한 허세가 아니다.  

 

이 지점에서 내가 하고 싶은 요점은 대화의 기술'이다. " 평범한 마차는 아니겠네요 ? " 라는 질문은  " 당신은 특별한 사람입니다. " 라는 속뜻과 같다. 당신은 특별한 사람입니다, 라고 말하는데 기분 나쁠 사람이 어디 있을까. 기분이 좋아진 환자는 마음의 문을 연다. 그리고 " 마차는 어떻게 끌죠 ? " 는 " 금으로 만든 마차는 무거워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 라는 의문을 순화시킨 말'이다. 만약에 의사가 " 금은 무거워서 금으로 만든 마차'는 움직이지 않아요 ! " 라고 공격적으로 묻는다면 환자는 방어 기제'가 작동하여 말문을 닫을 가능성이 있다. 의사는 진단을 위해 던지는 질문을 평범한 질문으로 보이도록 애를 쓴 표정이 역력하다. 

 

망상은 충돌할수록 커진다. 환자가 처음 발화한 < 마차 > 는 규모가 작았으나 의사와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 금 마차 > 가 되더니 결국에는 < 4000만 마리의 수사슴이 이끄는 어마어마한 마차 > 가 되었다. 규모가 점점 커진 것'이다. 거짓말도 마찬가지다. 작은 거짓말은 결국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망상과 거짓말의 공통점은 자기 자신에 대해 비참과 불만이 쌓일 때 발생한다는 점이다. 자신이 초라할수록 거짓말은 화려하다. 이 세상 모든 인간은 거짓말을 한다. 폴 에크먼은 < 텔링 라이즈 > 에서 인간은 하루에 200번 정도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고 지적한다. 8분에 한 번 꼴'이다. 이 수치'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인간은 밥 먹듯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 호모 라이어 / homo mandaxs " 다.  

 

사람은 누구나  " 사람들이 마차로 자신을 데리러 온다. " 는 거짓말을 한다. 나에게 < 마차 > 는 우산이었다. 비가 오면 나는 우두커니 학교 건물 안에서 밖을 보고는 했다. 또래 아이들 부모가 우산을 들고 아이들을 마중 나올 때, 나는 우두커니 빗줄기가 가늘어지기를 바랐다. 엄마가 올 리는 없었다. 내 엄마는.... 그러니깐, 청와대 교육부 장관이어서 일하는 중이었다. 나랏일을 하는데 그깟 자식 새끼 우산을 챙기러 오면 되겠는가 ? 그것은 경제를 이야기하는 데 똥파리가 날아다니는 꼴과 같다. 아이들은 엄마 손을 잡고  떠나면서 내게 묻고는 했다. " 엄마 안 왔어 ? " 그럴 때마다 나는 같은 대답을 했다. " 엄마가 우산을 가지고 데리러 온다고 했어 ! " 그날, 나는 비를 맞고 집에 갔다. 다음부터는 비가 오면 제일 먼저 뛰어갔다. 마차와 우산은 동의어'다.  

 

내가 저 위의 문장'에 필이 꽂힌 이유는 < 타락과 악마의 속삭임 > 에 대한 우화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환자가 첫 번째 내뱉은 < 마차 > 라는 말은 내가 내뱉은 우산처럼 단순히 가난을 숨기기 위한 처량한 거짓말'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악마는 인간 심리에 정통한 존재가 아니었던가 ! 그는 점점 커다란 거짓말을 상대방이 내뱉도록 유도한다. 들뜬 환자는 평범한 마차에서 금 마차'로 변경한다. 그리고는 결국 4000만 마리 수사슴이 이끄는 거대한 마차'가 된다.  결국에는 그 거짓말 때문에 무너질 것이다.  소설 < 적 / 2000, 엠마뉘엘 카레르 > 에서는 사소한 거짓말들이 모여서 결국에서 일가족을 살해하게 되는 장클로드 로망'이라는 사내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실화이다. 거짓말이 폭로될 위험에 처해지자 그는 일가족을 살해한다.

 

만약에 악마가 존재해서 당신 곁에 있다면 악마는  의사'처럼 속삭일 것이 분명하다. " 악마를 규정하는 최종적 의미는 거짓말쟁이 ( 엠마뉘엘 카레르)" 다. 악마는 당신을 거짓말쟁이로 만들기 위해서 종종 진실을 말한다. 진실이란 천사의 전유물이 아니다. 인간은 날마다 거짓말을 하지만 거짓말은 인간을 반드시 파멸시키지는 않는다. 타락시킬 뿐이다.  반대로 인간은 종종 진실 앞에서 무너진다. 역설적으로 진실은 인간을 파멸시키기도 한다. 거짓말은 달콤하지만 진실은 비참하기에 당신은 거짓말에는 관대하지만 진실을 말하는 입 앞에서는 불 같이 화를 낸다. 거짓말은 물이고 진실은 불'이다. 이처럼 진실은 정의의 영역이 아니라 파괴의 영역이다. 모든 폐허는 진실이 머문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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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13-08-15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실의 가치는 파괴라는 말에 동감을.
파괴를 싫어하잖아요. 우리 최후의 인간들은.ㅋㅋ 문자의 감흥에 동감만 표하고 말이지요.
어..그러고 보니 그 고무인간이 저군요.

내일-아니 오늘- 빨간 날이라고 오늘-그렇군요.오늘- 너무 늦게 까지 안자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크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5 02:56   좋아요 0 | URL
더워서 잠을 못 자겠습니다. 커피 5잔 마셨더니 말똥말똥한 것도 있지만
전 24시간 깨이었는 것 같아요...

새벽 2013-08-15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마지막 문단에 서늘해집니다..

저기 하루에 200번,에는 혼자 속으로 되뇌이는 거짓말들, 자기기만도 포함된 수치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5 03:16   좋아요 0 | URL
아무리 그래도 하루에 200번 거짓말을 하나요 ? 제가 잘못 읽었나 ?
다시 살펴봐야겠군요........
살 빠진 것 같아요. 예뻐졌어요.. 나중에 밥 한끼 먹자 등등...뭐 그런 것도 다 거짓말 범주죠.. ㅎㅎ.

아진 2013-08-15 0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곰곰생각하는발님, 아니면 페루에님. 술 한 잔 하고 싶습니다. 이 글 때문이 아니라요. 그냥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5 13:40   좋아요 0 | URL
러시아는 지금 여기처럼 덥진 않겠죠 ? 여긴 미친듯이 더워서 맥주조차 못 마시겠습니다.
사막보다 더워서 아진 님이 부럽습니다. 귀국하시거든 함 보도록 해요.
코가 삐뚫어지게 마셔봅시다 ! ㅎㅎ.

beholder 2013-08-15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직하게 거짓말 하기란 만만치 않은 일이죠.
예사롭게 진실되기가 어려운 것처럼.
우리가  호모 라이어(homo mendax)인걸 인정합시다.
느낌 아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5 13:4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아, 재미있다. 느낌 아니까...
거짓말 하는 인간을 home mendax라고 하는군요. 본문을 고쳐야겠어요...
느낌 아니까 ~ ㅎㅎㅎㅎ.

비로그인 2013-08-15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지막 문단에 서늘해집니다..'모든 폐허는 진실이 머문 흔적이다' 특히 이 문장은 특허를 내셔야 할 듯요.

하지만,, 유일하게 이 페이퍼에서 공감못하는 게 있답니다.
제목 비참할땐 곰곰생각하는발...비참해보이지 않아요. 절대로요.
거짓말 같은 자랑질을 하시진 않지만 혀를 내두르는 문장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주눅들어 하는지 그걸 아신다면..^^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5 13:45   좋아요 1 | URL
제가 특허낸 문장은 고래도 아니면서 고래고래 고래 흉내를 내는 술주정꾼, 요거하고
얼어 죽을 동태의 눈물나는 연기, 그리고 굶어 죽은 북어 정도 입니다... ㅎㅎ 느낌 아니까 ~~

칭찬 고마워요.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iforte 2013-08-16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다음주에 개학인데, 벌써 이번주부터 계속해서 미팅, 오리엔테이션, 발표회, 기타 약속 등등... 정신이 하나도 없었네요. 좋은 시절은 이제 안녕이네요. ㅠ-ㅠ 글은 완전 감동으로 읽었는데... 지금 눈꺼풀이 아래입술까지 내려와 있는걸 손가락으로 끌어올려서 겨우겨우 눈뜨고 있는지라 그냥 출석체크만 하고 이제 그만 자러 갑니다. 흠.. 좋은 하루 보내시라고...

iforte 2013-08-16 10:15   좋아요 0 | URL
아, 근대 대문사진 바뀐거, 사진에 특수효과 입힌건지, 아님 원래 그림인지... 색감도 좋고, 분위기도 좋아요. 제목, '수줍은 곰발씨' 같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6 13:43   좋아요 0 | URL
아고, 다음 주에 개학이군요. 하여튼 포르테 님과 히히 님의 덧글이 달려야 글을 마무리한 느낌이 듭니다. 히히 님은 아마도 해외여행 중이신 것 같네요. 이거 그림입니다. 그리판으로 끄적끄적 그렸습니다.
노란색 바탕 맘에 들지 않나요.. 후훗..

히히 2013-08-20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철학자의 입을 빌리지 않아도
착한 자는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진리는
제 주위에서 늘상 일어납니다.
덕분에 저는 눈치없고 뿔난 악마가 되고...아이고, 억울합니다.
2할의 거짓 보다 4배 많은 진실을 품어서 화를 내는 것이라고
이 연사 소리 높여 외칩니다.~~~

대충 노독은 풀렸습니다.
방가방가!

곰곰생각하는발 2013-08-20 18:21   좋아요 0 | URL
비참한 진실이죠.
하긴 한국 사회만큼 " 착한 자는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 를 실천하는 국가도 드뭅니다.
진실을 위한 내부 고발자'가 역적이 되는... 좆 같은 사회죠.
오직 대한민국은 조직'입니다.
국정원에 나온 그 여자 보십시요.
뻔뻔하기가 하늘을 찌릅니다.
참... 어디 다녀오셨나요 ?
 

 

뭉스러운 페이퍼(들)

 

 

종종 논픽션과 픽션이 짬뽕이 된 페이퍼'를 작성하고는 했다. 사람들이 자주 묻는다. 진짭니까, 가짭니까 ? 굳이 물어보신다면 대답 또한 능청스러울 수밖에 없다. 가짜이기도 하고 진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모아보았다.

 

 

 

 

픽션과 논픽션 사이.

 

 

1. 아비정전'을 보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515267

 

2.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469393

 

3. 소년다운 고집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72664

 

4. 리얼은 힘이 있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55457

 

5. 사진기를 주웠어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55383

 

6. 한가인과 술을 마셨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52764

 

7. 400번째 안타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50641

 

8.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독서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76479 

 

 

 

 

 

■ 의뭉스러운 계보들.

 

 

1. 오징어는 꼴뚜기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432042

 

2. 상어는 애정결핍이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400051

 

3. 붕어는 목에 걸린 가시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99026

 

4. 대구는 추운 나라에서 왔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98483

 

5. 멸치는 생선이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97852

 

6. 갈치의 칼잠에 대한 이해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97588

 

7. 문어, 어머어머 그건 정말 오해예요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96756

 

8. 숭어에 대한 불편한 진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95365

 

 

 

 

 

■ 수상한 한국 사회.

 

 

1. 행복사회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491850

 

2. 갑질사회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66382

 

3. 벼락사회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68210

 

4. 낙지사회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70810

 

5. 10분사회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95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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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orte 2013-08-14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전에 잠시 들렸더니 이런 좋은 정리가! 친절한 곰발씨!!
(음... 근데 이 분류에 동의 못하면 어찌되는거죠?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4 12:52   좋아요 0 | URL
11시에 주무시는군요. 요즘 더워서 잠을 못 자겠습니다. 더워서 모니터 앞에 있을 수도 없을 만큼 더웠네요.
사막 같습니다. 이런 날씨 처음 봄.. 그래도 다행인 것은 더워서 그런가 모기가 하나도 없어요.. 씐난다 !!
 

 

등단 시스템으로 키워진 등단 작가들은 단편을 문예지에 팔면서 근근이 생활한다. 단편이 모이면 단편집을 내고, 같은 방식으로 몇 권의 단편 소설집’을 낸 후 장편에 도전한다. 육상 종목'에 빗대자면 단거리 선수로 출발했는데 중간에 장거리 선수로 전향하는 것이다. 물론 성공하는 선수도 있지만 대부분 실패하고 만다. 물론 단거리와 장거리 모두 좆 빠지게 달려야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지만 이 두 분야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단거리는 전력 < 집중형 > 이고, 장거리는 전력 < 분배형 > 에 있다. 반면 평론가는 좋은 작가를 발굴해서 대중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게 뒤집어져서 작가가 평론가의 구미에 맞춰 글을 쓴다. 평론가가 모시는 윗분은 출판사다. 혹은 출판사가 스타 평론가를 모신다. 뭐 대충 이런 시스템이 운영되니 가장 밑바닥엔 소설가'가 깔린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 소설가의 가오 中

 

 

 


 

 

 

 

 

 

 

주례사 비평에 대하여.

 

 

 

 

오늘은 견우와 직녀가 만나서 운우지정( 雲雨之情 ) 을 나누는 날이니, 밤 하늘에서는 닭똥 같은 눈물이 떨어져야 하나 공교롭게도 별똥'이 떨어진단다. 새벽 3시 즈음에 장관이 펼쳐지리라는 정보를 입수한 나는 뚫어지게 하늘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보이는 것은 도시에서 쏘아올린 빛 공해 때문에 가려진 뿌연 밤 하늘이다. 별똥은커녕 별도 볼 수 없는 서울의 밤'이다. 오늘따라 그 흔한 인공위성조차 보이지 않는다. 항상 정해진 자리에서 인공 광원을 쏘아대던 SK 이동인공위성사업 본부에서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GEG2 - 01호 인공위성이었는데 말이다. 개미가 기어가는 모습을 찍을 수 있다 하길래 나는 새벽 3시면 되면 인공위성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날리고는 했다. " 안녕, 365일 날마다 반짝이는 인공위성 씨, 엿이나 먹어랏 ! 잇힝 ~   "

 

365일 동안 그 짓을 하면 결국 에스케이텔레콤 인공위성 사업본부'에서는 내가 사는 집을 방문할 것이다. 그리고는 인공위성에서 전송한 수많은 퍽유 사진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하겠지. " 고객님, 저희 회사에 불만 있으세요 ? " 그런데 아...... 오늘은 그 인공위성마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나는 새벽에 퍽유를 날릴 대상을 찾지 못하자 삐딱해졌다. 혀 짧은 권상우 발음으로 " 대한민국 다 족구 하라 그래 !!! " 라고 외치고 싶었다. 아무나 붙잡고 " 너, 축구 싶냐 ? " 라거나 " 농구 자빠졌네 ! " 라고 비웃고 싶었다.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딴지를 걸 대상을 찾아헤매다가 딱 걸린 것이 바로 문학평론'이었다. 오호라, 잘 걸렸다 !  멍석 말아 타작을 하마.

 

접힌 부분 펼치기 ▼

 

 

 

나에겐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기행'이 몇 개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케이블 낚시 방송 시청'이다. 한때 24시간 낚시 방송만 틀어놓고 산 적도 있다. 낚시 방송 하면 해양 스펙타클 다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데 사실은 강태공 한 사람이 저수지에 앉아서 낚시하는 게 전부인 방송이다. 방송 진행자가 송사리'라도 잡으면 오, 오오오오오. 송사리가 잡혔어 ! 참고로 나는 낚시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cnn 뉴스를 자주 시청하는 것도 불가사의 중 하나이다. 왜냐하면 스피킹은 고사하고 리스닝도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cnn 뉴스를 듣는다. mbc뉴스보다는 재미있다. 오늘 냉면을 먹으면서 뉴스를 보는데 24시간 속보 체제로 시큐어시티 로봇 탐사기의 화성 착륙을 보도했다. 3조 원에 가까운 돈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시큐어시티의 주요 임무는 화성에 생명체 발견이란다. 속으로 소설을 쓴다고 생각했다. 이 세상에 외계인이 어디에 있나 ? 그런 것은 모두 공상 과학 소설에나 나오는 것. 화성에 생명체가 있나를 확인하기 위해서 3조 원이란 돈을 낭비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 내가 목숨 걸고 주장하지만 외계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할복하겠다.  

 

날이 덥고 해서 동네 카페'에서 시원한 피서를 할까 하고 길을 걷는데 독특한 디자인의 외제차'를 발견했다. 평소 외제차에 시큰둥하게 반응하곤 했는데 이 차는 정말 처음 보는 외양의 차였다. 그런데 가까이서 가 보니....... 맙소사 !!!!!!!!!!!!! CNN뉴스에서 24시간 속보 체제로 생중계한 그 시큐어시티'가 아닌가 ? 화성에 있어야 할 놈이 왜 대한민국 서울시 강북 어두컴컴한 곳에 떨어진 것일까 ? 시큐어시티 캠이 나를 녹화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살짝 뒤를 돌아보았더니 시큐어시티'가 내게 질문을 던졌다. 

  

- 찌지지지지직.... 뚜,뚜,뚜. 당신은 생명체입니까 ?

- 나 말이오 ?!

- 삐리리릭. 전 탐사용 로봇 시큐어시티. 전투용 로봇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다시 묻습니다. 생명체입니까 ?

- 뭐요 ? 아니.. 그럼 당신은 내가 위니아 에어컨 실외기처럼 보이오 ? 허... 참 ! 아니 이 어두컴컴한 강북에서 뭐하는 겁니까 ? 당신은 지금 화성에 있어야 한다고 !

- 삐리리리릭. 저는 지금 화성에 와서 탐사 일정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삐리릭...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유... 이 새끼 ! 더위 먹었나 ! 여긴 지구야 ! 어스... 지구라고 !  

 

어이가 없어서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닝기미, 여기가 화성이면 난 화성인인가 ? 내가 외계인이면 지금 당신들은 외계인과의 교신에 성공한 것이 아닌가. 어머니에게 자조지종을 설명하니 어머니가 갑자기 선풍기 프로펠라'를 빼더니 공중을 향해 던졌다. 오, 프로펠러는 하늘을 날더니 이내 멀리 사라졌다. " 어머니, 왜 이 더운 날 선풍기 프로펠러를 날려버립니까 ! " 어머니가 나를 보며 말했다. " 본부와 연락을 취하는 거다. 지구인이 우리 화성인'을 공격하기 위해 침공했어 ! "  

 

이건 또 무슨 망망한 말인가. 멘탈이 붕괴될 것 같았다. 잠시 후 하늘을 향해 날린 프로펠러가 부메랑처럼 다시 돌아왔다. 어머니는 프로펠러와 잠시 동안 이야기를 나눈 후 지붕 위로 올라가 안테나를 뽑고 선풍기 프로펠러를 꽂았다. 어머니는 이내 방으로 들어오셔서 리모컨을 조종했다. 프로펠라가 작동하더니... 맙소사 ! 집이 붕 뜨더니 하늘을 나는 것이 아닌가 ! 집은 알고 보니 우주선이었던 것이다. 선풍기 프로펠러가 우주선 프로펠러였다니. 어머니가 외치셨다. " 우주 전쟁이 시작되었다 ! 어택, 어택, 총 공격 ! " 지금 나는 우주선 안에서 이 글을 쓴다. 지구를 향해 이동하는 우주선 안에서 말이다. 사람들이 종종 나를 두고 화성인이라고 농을 칠 때마다 그냥 웃고 말았는데 알고 보니 정말 나는 화성인이었던 것이다.  

 

피하시라. 지금 당신의 지구는 위험하다. 

 

 

 

 

펼친 부분 접기 ▲

 

 

뗄래야 뗄 수 없는 짝패 사이가 있기 마련이다. 동양에는  귀신과 사또‘가 있고, 서양에는 유령과 햄릿‘이 있다. 반면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에서는 사건 의뢰인과 탐정 사이도 고전적 짝패 관계'이다. 한쪽을 귀신, 유령, 고객'으로 묶고, 다른 쪽을 사또, 행릿(왕자), 탐정'으로 묶어보자. ( 전자를 A라고 하고 후자를 B라고 하자. ) A 집단과 B 집단 간의 공통점은 무엇이 될까 ? A는 자신이 처한 곤경, 하소연, 넋두리'를 말하는 위치이고, B는 그 사연을 듣는 청자 역할을 한다. 즉, A는 스토리 제공자이고 B는 그 텍스트를 분석하는 위치'에 있다. 환자와 의사 사이'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소설가와 비평가 사이'도 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깐 소설가 혹은 소설은 귀신, 유령, 의뢰인, 환자와 같은 역'을 담당하고,  비평가는 사또, 햄릿, 탐정, 의사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오늘은 다른 짝패는 접어두고 소설가와 비평가의 관계‘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정확히 말하자면 문학평론가에 대한 독설이다. 환자를 진료할 때에는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문학비평은 정확한 진단은커녕 권력 집단을 향한 풍각쟁이'로 전락한 것처럼 보인다. 나는 문학평론가들이 주로 사용하는 현란한 비평 언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 타자의 허구적 영역 > 이라거나 < 전복적 상상 > 이라거나 < 자아라는 환상의 복원 > 이라거나 < 타인과의 매혹적인 합일의 체험 > 이라거나 < 위대한 사소성의 소설 > 등등...

 

얼핏 보면 훌륭한 조합 같지만 이건 <조합> 이 아니라 <조잡> 이다. 이런 문장을 접할 때마다 < 타자의 허구적 영역 > 은 < 4번 타자에게 걸려든 정직한 투수의 직구 > 이라거나  < 전복적 상상 > 은 < 바닥의 진흙을 먹고 사는 서해 전복의 쓸쓸한 생각 > 이라거나, < 타인과의 매혹적인 합일의 체험 > 은 < 당신과 함께 모텔에서 뒹군 황홀한 경험 >이라고 고쳐 쓰고 싶다. 이들 문학 비평 먹물들은 < 의 > 라는 조사와 < - 的 > < -性 > 이라는 몇몇 접미사‘만으로 국물의 맛’을 내는 얼치기 주방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 ~ 의, 적, 성 > 이라는 단어의 재료로 국물을 내는 비평가는  라면 스프나 조미료만으로 요리를 하는 주방장과 같다. 뭐, 맛은 난다 ! 다만,  몸에 해롭다는 것이 문제이다.

 

왜냐하면 이 세 개‘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문장은 일단 그럴듯하다. < A 의 B 的 C 性 > 은 그들이 즐겨 쓰는 문장이다. 전복'이란 단어가 나왔다 하면 무조건 전복은 상상만 한다. " 전복적 상상 " 운운은 지겨우니 " 전복의 생각 " 이라거나 " 전복이 꿈꾸는 세상 " 이란 조합은 어떤가. 지겨운 것이다. 이 뻔한 클리세'가 지겹다는 말이다. 이런 문장은 어떤가 ? “ 자아의 획일적 자폐성’은,  근대성에 대한 도전적 질문의 방식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유령의 서사를 빌려서 고백하는 것이다. 주인공 A의 고립'은 본질적으로  의도적 수인의 수동적 자기 함정'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 

 

이런 문장으로 원고지 100장을 채우라고 한다면 1시간 안에 근심 없이 채울 자신이 있다. 이런 것‘을 두고 황홀한 문장 운운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교통 정리'가 되지 않아서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 어지러운 문장 > 을 < 어려운 문장' > 이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 조잡한 문장 > 을 < 조화로운 문장 > 으로 이해하는 독자 또한 비판의 대상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문장'을 만나면 부끄러워하지 말고 당당하게 그들에게 충고해야 한다. " 쉽게 말하세요. 어려운 것을 쉽게 말해야지, 쉬운 것을 어렵게 말하는 것'은 위선이 아닐까요 ? "  


그런데 정작 먹물들은 반성할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패거리’를 정해 놓고는 아귀다툼에 정신이 없다. 출판사 **‘는 *** 평론가를 중심으로 모이고, 출판사 **은 *** 씨로 뭉친다. 이제 ****는 ***로 모일 모양이다.  그중에서도 ***의 변절은 보는 내내 슬프다. 신파다. 그놈의 다이아몬드가 뭐라고 ! 초기 *** 의 평문은 날카로웠으나 비평계 스타 작가‘로 떠오르자 기고만장해져서 본래 가지고 있던 벼린 칼’은 무디어진 지 오래‘다. 그가 최근 보인 행보’는 정치적이다. ***가 동인문학상 종신심사위원으로 발탁되면서 남긴 변은, 맙소사 !


***씨와 *** 씨‘처럼,  특정 출판 권력’에 기대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 그것은 혈맹 간 자폐적 옹호‘이기 때문이다. 내가 요즘 잘나가는 젊은 비평가에게  의심을 풀지 않는 이유이다. ****에서 출간하는 책 끄트머리’에 살짝 끼워 넣는 그들의 작품 해설‘은 솔직하게 말하지만 아침 신문에 끼워 넣는 광고 속지’ 같다. “ 이럴 수가,  망했다 !  세계 최초 나이킹 본사 물류 창고 大방출. 선착순 20인에 한하여 신라면 1박스 무료 증정.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 사거리 미미예식장 1층 !  지하철 홍제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 인기 상품은 조기에 품절될 수 있으니 서두르세요. ”    -    

 

A 출판사가 낸 소설을 A 출판사 전속(이나 다름없는) 문학평론가에게 속지 비평을 청탁하는 자세는 옳은 태도일까 ? 설령 그 청탁을 받고 쓴 글은 정직할 수 있을까 ? 대한민국 스타 작가들은 자신이 속한 출판사에서 출간된 소설에 대해서만 비평을 하는 경향이 있다. 책 속에 삽입된 주례사 비평'을 수없이 읽어봤지만 백이면 백, 모두 성찬이다. 이런 주례사 비평'만 읽다 보면 한국 작가는 노벨 문학상을 백 번 정도 수상해야 할 것만 같다. 설상가상, 출판사는 답례로 속지 비평을 모아서 평론집’을 내준다. 안 팔려도 좋다 !  문학평론가가 출판사에 노력 봉사 한 대가'다. 나는 책 속에 광고 속지‘( 주례사 비평 ) 를 끼워서 서점에 내놓지 말았으면 한다. 내가 평론가가 내뱉는 설레발은 믿지 않지만 서평가가 쓴 글은 귀담아 듣는 이유이다.

 

적어도 서평가들은 출판사와 결탁된 혈맹의 지랄같은 동맹 욕망은 없지 않은가 말이다.  독자는 단순히 평론가의 분석‘에 복종하는, 지적으로 멍청한 < 띨띠리’ > 가 아니다. 독자 모두는 ( 모두라고 할 수는 없지만 )  귀신의 말풍선‘을 주의 깊게 분석하는 능력을 갖춘 사또이며, 햄릿이며, 탐정이며, 프로이트’이다. 굳이 속지 비평가'가 친절하게 작품 해설을 하지 않아도 독자는 충분히 비평적 위치에서 작품을 분석할 수 있다. 속지-비평가‘가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면 우리 모두가 그쪽으로 고개를 돌릴 거라는 순진한 사고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속지' 속 과장 광고'에 모두 한두 번은 속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나이키 대방출은 알고 봤더니 미끼 상품이란 사실을, ** 역에서 걸어서 3분은 걸어서 10분 거리이고, ** 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는 사실 말처럼 뛰어야 도달할 수 있는 거리'란 사실을 말이다. 모든 신문 속지 광고는 과장이 팔 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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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3-08-13 0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들어와서 선생님의 글을 읽는 사람인데, 오늘은 댓글을 안 달고 갈 수가 없네요. 선생님 말씀에 절대적으로 공감하는 바입니다. 평론가는 올바른 심판관이 아니고, 독자 또한 바보가 아닙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독자가 읽어내기 어려운 평론이 늘어나는 것 같아 우려됩니다. 평론이라는 것이 이제는 소수의 '살롱'으로 변질되는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3 06:08   좋아요 0 | URL
선생님이라 하시니, 태어나서 처음 듣는 말이라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냥 저는 형씨'라 불러주십시요. 아니면 곰곰발, 요거 좋습니다.
한국은 출판사와 평론가가 지나치게 친해요. 사실 출판사 소속 사외이사 같은 느낌이 많이 듭니다.
그 상황에서 바른 비평이 나오기 힘들죠. 문학평론가가 쓴 글보다는 차라리 성실한 서평가나
이런 알라딘 서재에 올라오는 서평이 더 믿음직스럽습니다.

새벽 2013-08-13 0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요즘 문학 평론은 읽어볼 기회가 별로 없는데 예전부터 참 고질적인 문제 같습니다. 어려운 어지러운 평론들.
과장 좀 보태서, 학생 때 아버지 서가에서 책 몇 권 슬쩍 꺼내 보면
원작소설 읽는 것보다 거기 첨부된 평론 읽는 데에 더 시간이 걸렸던 적도..
음.. 근데 가만 생각해보니 저도 은근 남발합니다. ~적, ~성... ^^;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3 06:34   좋아요 0 | URL
전 ~ 적, ~ 성'이 오염된 문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과하면 문제가 되지요.
평론집 읽다보면 아주 작렬합니다. 적당히 좀 쓰라는 거죠.....
적당히 쓰면 참 좋은 구성이에요.
압축미가 있잖아요... ㅎㅎㅎㅎ. 새벽 님은 항상 일찍 일어나시네요..ㅎㅎ.

iforte 2013-08-13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꼭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평론가가 사실상의 출판 마케팅 컨설턴트 내지는 광고 에이전트로 전락하는거랑, 물리학자들이 원전발전에 아무 이상 없으니 원전을 더 지어야 한다는 일방적 입장에서 연구보고를 하는거랑, 환경영향평가서에 4대강 사업의 악영향은 미미할꺼라고 국민을 설득한 환경연구학자랑.... 공통점이 뭐게요? 다들 농구 자빠지고 있다는거죠. 생태계 영향면에서 에이전트 평론가들은 그나마 축구 싶어서 환장하지는 않았다고, 양호하게 경기하는 중이라고 해야 하나요? ㅎㅎㅎㅎㅎ 곰발님, 말 만들어 내는 재주는 정말이지....ㅋㅋㅋ

만화애니비평 2013-08-13 08:15   좋아요 0 | URL
환경영향평가 업체 근무자로서 4대강 생각하면..ㅎㅎㅎ
문제는 그것을 평가협의회 내지 검토기관 자체도 문제있죠....
미미는 진짜 미미해서 미미인지 아니면 인형 미미 인지 모르겠습니다...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3 13:55   좋아요 0 | URL
스포츠 욕 시리즈는 원래 떠도는 유머입니다...ㅎㅎㅎㅎ. 아마 발단이 권상우였지 싶어요. 권상우가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 다 좆 까라 그래 ! " 라고 발음한 것이 마치 " 다 족구 하라 그래 " 로 들렸거둔요.
그래서 그때부터 축구 싶냐. 농구 있네가 파생되어서리...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3 14:01   좋아요 0 | URL
스포츠 욕 스타일이라는 게 다음과 같은 스타일이죠...

너 , 체조하냐 ? 누구긴 새끼야, 배드민턴 말이야. 그 여직원과 사격 ? 아이스하키했다면서 ? 아니잖아. 그건 아니잖아. 뭐 ?! 그 더러운 입 탁구서 내 말 똑바로 들어. 허리구, 엉덩이구, 배구건 간에 허락없이 만지면 돼 ? 어린 여자랑 농구싶었야구. 이 족구튼게, 농구있어. 농구있어. 읭?! 축구싶어 ? 네가 아무리 뜀틀,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농구있는 거다. 정말 피구한 스타일이네. 너 이 스키, 평생 스모 살아라. 이런 등산 ! 물타기로 유도해서 본질을 흐릴려고 하는 거 모를 줄 아냐. 앞으로 지퍼 함부로 열지 말고 탁구 다녀. 이 스키, 정말 이따위로 하키냐?? 네 스펙이 가장 화려한 거 같지 ? 꼴에 청와대 대변인 스펙이니 " 다른 사람 스팩타크로 ! " 이런 마인드였지 ? 녹을 먹는 직'이라 함은 백성의 뜻을 수영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거다. 이 개스키야. 넌 이제 제기차기는 끝났어. 그러니 앞날 창창한 학생 앞길 가로막지 말고 피겨. 너같은 사람 정말 당구싶지 않다. 족구튼 놈. 꼴에 사람이라고 배는 골프구나. 어차피 다시는 너를 볼링 없다만... 하여튼...... 사람이 먼저다. 권투를 빈다.






해석 >
너 , 쟤 좋아하냐 ? 누구긴 새끼야, 인턴 말이야. 그 여직원과 사겨 ? 아이스께끼 했다면서 ? 아니잖아. 그건 아니잖아. 뭐 ?! 그 더러운 입 닥치고 내 말 똑바로 들어. 허리구, 엉덩이구, 배이구 간에 허락없이 만지면 돼 ? 어린 여자랑 놀구 싶었야구. 이 좆같은게, 놀고 있어. 놀고 있어. 읭?! 죽고 싶어 ? 네가 아무리 뛴들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있는 거다. 정말 피곤한 스타일이네. 너 이 새끼, 평생 숨어 살아라. 물타기로 유도해서 본질을 흐릴려고 하는 거 모를 줄 아냐. 앞으로 지퍼 함부로 열지 말고 닫고 다녀. 이 새끼, 정말 이따위로 할거냐?? 네 스펙이 가장 화려한 거 같지 ? 꼴에 청와대 대변인 스펙이니 " 다른 사람 스펙 다 꿇어 ! " 이런 마인드였지 ? 녹을 먹는 직'이라 함은 백성의 뜻을 수용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거다. 이 개새끼야. 넌 이제 재기하기는 끝났어. 그러니 앞날 창창한 학생 앞길 가로막지 말고 비켜. 너같은 사람 정말 닮고 싶지 않다. 좆같은 놈. 꼴에 사람이라고 배는 고프구나. 어차피 다시는 볼 일 없다만... 사람이 먼저다. 건투를 빈다.

히히 2013-08-13 14:0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곰...발님이 윤창중을 향한 스포츠 욕 시리즈에 제가 완전 깜놀하지 않았습니까?
다시 봐도 경기듭니다.
왕년에 떠도는 유머였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3 14:15   좋아요 0 | URL
떠도는 건 아닌데 축구 싶냐 농구 있네따위가 있길래 한번 나도 발전시켜보아야겠다 생각하고 작성해 보았습니다. 은근 재미있더라고요. 스포츠 욕 재미있어요.

히히 2013-08-13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한 해 두 해 누적되니 잘난글 보다는 편한글과 어울리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깊은 밤에는 별이 있고 더운 여름에는 소나기가 있습니다.
근데 반대편의 태양을 찬양하고 이슬이 서리되는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그러니까 공감하지 않는 것이 자신을 발아한다는 착각을 하는 종자들이 많지요.
저도 한때는 어려운 글이 잘난글이라는 착각을 했지요.- 젊음의 객기일 뿐입니다.
독자가 끄덕이지 않는 글은 일기장에나 적으라 하십시오.
지잘난척은 딱 질색입니다.
편한글이 잘난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3 14:04   좋아요 0 | URL
ㅎㅎ 히히 님 진격의 덧글 좋은데요.
독자가 끄덕이지 않는 글은 일기장에너 적어라...ㅎㅎㅎㅎㅎ
적당히 하면 좋은데 적당히가 안 되나 봅니다.
오늘도 무지 덥던데 시원한 그늘에 앉으셔서
비비빅 하나 드십시여. 전 비비빅이 제일 맛있더라고요.
10년째애용하고 있습니다.

지그문트 2013-08-13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형님은 정말이지. 잉가르덴의 < 수용문학 > < 독자반응이론 > 그리고 " 미결정성 " 에 대해서, 정말 이런 선험적인 직관과 사유로 아주 확고하게. 실례되지만 앙가르덴보다 더 와닿게.....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3 18:05   좋아요 0 | URL
잉가르덴이라.... 음. 잘 모르겠군요. 검색해도 안 나오네요.. 흠흠...
하여튼 좋은 뜻이겠죠 ? 해해....

yamoo 2013-08-13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옳소~~~ 천만배 공감! 또 공감 공감!!!! 곰발님 만쉐이~!^^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4 01:18   좋아요 0 | URL
만쉐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