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오락 프로'에 대한 단상 : 빅엿을 날리며 !
여름 날씨'가 미쳤다. 온대는 온데간데없고 아열대'만 남았다. 이러다가는 아열대'도 물러가고 열대 기후'가 한반도'를 휩쓸 모양이다. 뉴스를 보니 같은 서울 하늘 아래라 해도 지역에 따라 온도가 7도 이상 차이가 난다는 기사를 보았다. 내가 사는 곳은 북한산 아래여서 32도 안팎이지만 강남은 40도에 육박한다고 한다. 사이비 종교 집단이 보기엔 명동은 불신지옥'이고 강남은 불지옥이다.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번개를 동반한 게릴라성 집중호우에 강남이 툭 하면 물에 잠길 줄 그 누구 알았겠는가 ! 이제 강남 불패 신화'는 날씨라는 변수에 의해 집값이 무너질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서울이라는 좁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날씨 차가 큰 이유는 고층 건물이 큰 몫을 차지한다. 아파트는 바람이 지나가는 길을 막고, 고층 건물 때문에 풍속이 느려진 바람은 강남 인구보다 많은 에어컨이 내품는 열기를 잔뜩 먹은 채 느리게 강남 하늘에 떠 있다가 날을 잡아서 비를 퍼붓는 것이다. 아파트 주거 환경은 도시 생태를 파괴하는 주범이다.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미친 것을 뽑자면 날씨와 함께 땡처리 시장에 물건을 내다파는 사장'이다. 대한민국 자영업 사장들은 항상 미친다. 미친 가격에 세일을 하는 이유는 " 사장이 미쳤어요 !! " 다. 여기에 목록 하나를 더 추가하자면 개인적으로 < mbc 오락 프로 > 를 뽑고 싶다. 보면 볼수록 가관이다. 유식하게 말하자면 전입가경이다. < 우리 결혼했어요 > 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보았던 그 무수한 오락 프로 중에서 가장 뻔뻔하다. 이 프로는 두 남녀'가 결혼 했다는 가정 하에서 찍는 다큐 형태이다. 시트콤이 아니다. 처음 본 그들은 만나자마자 신혼 생활을 한다. 할 건 다 하지만 정작 해야 될 건 안 한다. 신혼에 섹스'가 빠지면 무슨 재미인가. 하루에 열 번'도 할 시기'에 손 한 번 잡았다 하면 제작진과 인터뷰로 속마음을 전한다. 두근두근거려요 ! 할리퀸 하이틴 로맨스 소설'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이 은밀하게 꿈꾸는 성적 판타지'를 키울 뿐이다. 학생들은 이 프로를 보며 성적 스트레스를 성적 판타지로 해소하는 것이다. 두 사람은 아무 준비 없이 만난다. 그리고는 일단 함께 산다. 살 곳은 제작진'이 마련한다. 먹을 것도 제작진이 마련한다. 부모에게는 굳이 알릴 필요는 없다. 종종 남자는 가거도 기차 여행 이벤트를 혼자 부산을 떨며 준비하지만 티켓은 제작진 대본 작가들이 끊어준다. 출발은 서울에서 하지만 이미 상당수의 제작진은 가거도에서 진땀을 흘리고 있다.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고, 낭만이 있고, 눈물이 있고, 감동이 있다. 시부랄, 이 정도면 살 만하다 ! 이 정도면 합칠 만하다. 그런데 !!! 가만히 살펴보면 이 프로는 < 우리 결혼했어요 > 가 아니라 < 우리 동거했어요 > 에 가깝다. 제작진은 학생에게 용돈을 꼬박꼬박 주는 부모'다. 아무리 봐도 우리 동거했어요, 다.
개인적으로 나는 동거 문화 찬성론자'이지만, 전체관람가'로 때리는 대국민 건전 오락프로가 동거'를 적극 장려한다는 사실은 의아스럽다. 이토록 보수적인 나라에서 말이다. 앞으로 내가 할 말에 쌍욕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프로를 아주 열심히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애국자들이 많다. 월드컵만 했다 하면 붉은 옷을 입고 거리에 나가 오, 필승 코리아 ! 를 외치고, 김연아의 우승은 유관순 여사 다음으로 애국자다. 그리고 여행 가면 삼성 로고가 박힌 옥외 광고'를 찍고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란 코멘트를 날린다. 해외 나가서 해외 문물과 풍경은 보지 않고 삼성 로고에 감동하니 새로운 형태의 페티쉬'가 아닐까 ? 스타킹에 집착하는 사람은 보았으나 회사 로고를 보고 흥분하면 안 된다.
< 아빠 어디 가 ? > 는 더욱 심각하다. 내가 < 우리 결혼했어요 > 에 대해 비판을 했을 때 수긍하는 사람들도 < 아빠 어디 가 > 에 대해서는 쉽게 비판하지는 못할 것이다. 영창 피아노'처럼 맑고 고운 동심'에 빅엿을 날린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자세히 보면 아이들은 일주일에 2일은 돈을 벌기 위해 직업 현장에 뛰어든 꼴이다. 말이 좋아 아빠와 함께 하는 추억 놀이'이지 사실은 노동'이다. 아이들은 로케이션으로 지친다. 강원도, 제주도에서도 촬영이 진행된다. 이 정도면 강행군'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숙제를 푸는 것이다. 노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는 것이며 숙제를 하는 것이다. 아동 노동을 철저하게 규제하는 현재의 법 체제'에서 보면 이 프로는 불쾌하다. 지나친 상상이라고 ?! 글쎄 !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헐리우드'에서 아역 배우'가 영화를 촬영할 때에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하루에 촬영할 시간은 정해져 있고, 법으로 정한 시간(저녁) 이후로는 촬영이 금지된다. 부득이하게 이를 어길 경우에는 촬영 허가 절차가 꽤나 까다로운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이래저래 아역배우들은 밤 장면'에 나오지 않도록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조율을 하게 된다. 또한 아역 배우들에게는 틈틈이 간식이 주어져야 하며 휴식 시간이 정해져 있다. 이를 어기면 제재를 받는다. 반면 < 아빠 어디 가 > 에 나오는 아이들은 밤 늦게까지 촬영이 진행된다. 아이들은 늦은 저녁에 반찬 재료를 사오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처음 간 낯선 지역에서 장을 본다. 쫄쫄 굶으면서 말이다. < 아빠 어디 가 > 는 어린이용 1박2일 야생 버리이이이이이이이어티 리얼 프로그램'이다.
모 프로에서 엄마와 함께 달리는 마라톤'이라는 컨셉으로 엄마와 아이가 10킬로 마라톤에 도전한 경우가 있었다. 요즘 아이들은 고생을 안 했기에 극기'가 필요하다는 취지'이다. 고난 속에서 감동을 뽑자는 의도인데 이 의도는 정말 천박하다. 이 정도면 감동이 아니라 학대'다. < 아빠 어디 가 > 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시청자의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하여 새벽부터 일어나 멀고 먼 길을 달린다. 이게 과연 놀이'일까 ? 나는 이 프로에 대해 아무런 비판을 가하지 않은 자칭 문화평론가들의 자질이 의심스럽다. 끝으로 < 진짜 사나이 > 에 대해 이야기하련다.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아 미리 말하지만 군인을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직업 군인에 대한 지적이 아니라 군대 문화를 오락거리'로 만드는 것에 대한 우려이다. 군대는 중요하다. 하지만 군대 문화를 미화시키면 안 된다. 아이들이 군대 문화를 놀이터'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군대는 군대'다. 군대를 쇼 버라이어티'로 만드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이처럼 mbc 오락 프로그램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 우리 결혼했어요 > 는 동거 문화를 권장하고, < 아빠 어디 가 > 는 아동 노동에 대해 외면하며, < 진짜 사나이 > 는 군대 문화를 상업화한다. 비판은 없다. 비판이 없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누군가는 < 아빠 어디 가 > 에서 보여주는 아동 노동에 대한 지적을 해야 한다. 이 문제 제기는 신경 쇠약 직전의 남자가 내뱉는 시선이 아니다. 상식선에서 지적할 수 있는 문제점들이 아닐까 ? 한국 방송의 문제점은 지나치게 재미있기에 문제가 된다. 영상에 의한 재미를 추구하는 문화일수록 그 문화는 천박하다. 월터 옹'이 한 말이다. 반면 유럽 방송의 특징은 재미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BBC 방송만 봐도 그렇다. 프랑스 방송을 보라 ! 이들은 문자 문화가 구술(영상) 문화'보다 발달한 나라들이다.
방송뿐만이 아니라 오프 사회'도 마찬가지다. 밤이 되면 거리는 한산하다. 반면 대한민국은 밤만 되면 다이나믹해진다. 루마니아는 밤이 되면 드라큘라'가 어슬렁거리지만 대한민국은 밤이 되면 고래가 어슬렁거린다. 고래도 아니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술고래 말이다. 남들 잘 때 한국 남자들은 안 잔다. 아내는 섹스리스 삶에 지쳐서 스트레스를 받는데 남편들은 엉뚱한 곳에서 욕망을 분출한다. 방송인들은 아내가 밤에 샤워를 하면 무섭다는 농담을 부끄럽지도 않게 누설하지만 다른 여자를 만나면 상황이 달라지는 모양이다. 언제부터인가 룸살롱은 대기업 회사 법인카드가 지배했다. 기업이 공짜로 직원들 술도 사주고 떡도 사준다. 대다나다. 기업이 매춘을 권장하는 사회'다. 에로'를 권장하는 문화 또한 구술 문화에 속한다. 드라마가 온라인 구술 문화라면, 룸살롱은 오프 라인 리얼 체험극이다. 룸살롱에서 200만 원을 카드로 결재하는 것은 아깝지 않으면서 책값이 20,000원이면 비싸다며 빌려서 읽을 생각부터 한다. 이래저래 한국인은 구술 문화에 중독된 나라다. 대다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