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어디에 있나 1
김신용 지음 / 천년의시작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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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 친구는 아리랑치기범'이었다. 저녁에는 술을 마셨고, 밤에는 벽돌을 들었다. 주변엔 온통 앵벌이들뿐이었다. 러미날 먹고 환각 상태에서 지하철을 탔다. 문어처럼 흐느적거리며 바닥을 기어다니면 벌이가 쏠쏠했다. 누가 더 문어 연기를 잘하느냐에 따라서 그날 벌이'가 정해졌다. 아이들은 스스로를 문어 새끼'이라고 조롱하고는 했다. 러미날은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했다. 뼈가 녹았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경찰이 아니라 적십자 구호 단체'였다. 잡히면 그들은 다리를 자르거나 팔을 자르거나 했으니깐 말이다. 그래서 앵벌이들은 경찰보다 적십자를 무서워했다. 내가 아는 앵벌이'는 종종 말하고는 했다. " 형, 우리 행불되진 말자 ! " 그들은 거리에서 쓸쓸히 죽어가는 것을 행불이라고 했다. 행불이란 " 행방(행적)불분명 "의 약자였다. 거리에서 죽은 노숙자들은 대부분 행불 처리' 되었다. 경찰은 사건 기록지에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대신 < 행불 > 이라고 적었다. 행불되지 말자고 말했던 그 친구는 동료 칼에 찔려 죽었고 그의 단짝 떠벌이 친구는 적십자에 끌려가서 다리가 잘렸다. 지하철에서 우연히 그 친구를 만났다.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 다리 하나 없으니 장사가 더 잘 돼 !!! " 그리 먼 과거의 일이 아니다. 늙고 병든 창녀들이 모이고, 그 창녀의 아이들이 자라고, 러미널을 먹고 쓰러지고.......  김신용의 시'는 그런 양동의 풍경을 시로 썼다. 그것은 나만이 알 수 있는 사인'이었다. 우리는 남대문 지게꾼을 소금장수'라고 부르거나 밀가루 부대'라고 놀렸다. 한여름 땀을 흘리고 나면 등짝에는 땀이 마르고 난 허연 백태 같은 소금기'가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 소태를 보며 깨달았다. 노동은 신성한 것이,  아니다. 통증이다. 저기... 소금장수 지나간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409094 저기 소금 장수 지나간다 中

 

 

 


 

 

 

 

 

김신용 : 매혈은 해도 매문'은 하지 않겠다 !

 

 

           

내가 머문 곳은 후암동과 양동 사이'였다. 일종의 공동경비구역이요, 화개장터'였다. 한쪽은 시장이 있어 서민들이 바글바글거렸지만 바로 건너편은 창녀촌과 앵벌이와 돼지엄마들이 살았다. 당시 나는 " 퍼펙트 월드 " 라는 비디오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다 쓰러져가는 4층짜리 건물을 소유한 여주인의 아들이 비디오방을 꾸려나갔다. 장사는 잘됐다. 비디오방 객실만 40개가 넘었으니 주위에서는 꽤 큰 규모였다. 주로 근처 학원에 다니는 재수생들과 고시생들이 단골이었다. 그리고 또 한 집단, 앵벌이'들이 일을 나가기 전에 찾는 곳도 바로 이곳이었다. 그들은 영화를 보면서 러미널이라는 감기약을 10~20 정도 삼켰다. 들어갈 때는 멀쩡했지만 나올 때는 문어처럼 흐느적흐느적거리기 일쑤였다. 러미널이라는 감기약을 다량 복용하면 환각 증세가 나타난다. 침을 흘리고 몸을 부들부들 떨며 일어나지를 못한다.

 

그들은 바로 그 상태에서 일터로 향한다.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로 가까스로 서울역 계단을 내려가거나 기어서 스며들어간다. 그러니깐 당신들이 손가락질하며 " 앉은뱅이 흉내 " 를 낸다는 지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실제로 앵벌이들은 약 기운 때문에 일어나지 못하니 말이다. 알약을 많이 삼킬수록 돈벌이는 좋았다. 사람들은 보다 더 끔찍한 빈곤에 동정을 보내니깐 말이다. 학처럼 고고하게 구걸을 하는 놈보다는 지렁이가 되어서 당신이 뱉은 바닥을 길 때 돈벌이가 좋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맨정신으로는 쪽팔리니깐 일하기 전에 알약을 먹는 것이다. ( 추측이 아니다. 왜 알약을 삼키냐는 내 질문에 그들은 그렇게 말했다. 우리들도 이런 짓 하는 거 쪽팔리다고, 그래서 약을 먹는다고..... ) 적어도 앉은뱅이 시늉을 내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  하지만 이 러미널은 치명적인 독성을 가지고 있었다. 습관적으로 과대 복용할 경우, 뼈가 녹아서 절단을 해야 만했다. 아이들이 제일 두려워했던 것은 경찰이 아니라 적십자'였다.

 

적십자에 끌려가면 뼈를 절단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 그들이 그렇게 말했으니깐 말이다. 약을 과다 복용해서 위험한 순간이 오거든 적십자를 부르지 말고 그냥 경찰을 불러달라고, 그런 말을 한 친구도 있었다. 나는 그들과 함께 생활했다. 양동에서 자란 아이들은 대부분 창녀의 아이들이었다. 벽돌로 취객의 머리를 내리쳐서 돈을 훔치는 녀석들'이었다. 그들은 그 행위를 " 아리랑치기 " 라고 했다. 지금은 잊었지만 양동의 아이들과 앵벌이들이 쓰는 말은 대부분이 은어'였다. 내가 지금도 기억하는 은어 중 하나는 " 행불 " 이었다. 아이들은 자주 우리 행불되지 말자, 행불되지 말자 를 말하고는 했다. 그것은 일종의 다짐이었다. 내가 웃으면서 행복과 불행을 줄여서 < 행불 > 이냐고 물었을 때 키 크고 눈 선한 녀석은 우스면서 " 행방불명 " 을 줄여서 행불'이라고 가르쳐주었다.

 

당신 같은 사람들은 죽으면 사망 처리가 되지만 앵벌이들은 죽으면 행불 처리'가 된다고, 자조 섞인 목소리로 말했던, 그 쓸쓸한 목소리를 아직도 나는 기억하고 있다. 1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그 친구의 말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키 크고 눈 선했던 녀석은 동료 앵벌이와 싸우다가 칼에 찔려 죽었다. 그 사실을 키 작고 명랑한 " 나불이 " 란 별명을 가진 친구가 알려주었다. 나불이가 말했다. " 그 새끼, 행불되었어.... " 내가 그를 다시 만났을 때, 그는 무릎 아래 절단된 상태였다. 내가 그를 끌고 국밥집에 가서 설렁탕을 사주며 그동안 있었던 일을 묻자 나불이'는 신이 나서 나불대기 시작했다. 나는 잘려나간 나불이의 무릎 아래'를 보고 왜 그들이 적십자를 두려워했는지 알 것 같았다. 적십자의 잘못이 아니다. 자르지 않으면 다리 전체를 잘라야 할 판이니 말이다. 김신용의 < 달은 어디에 있는가 > 를 읽다가 " 행불 " 이란 단어와 만났을 때, 나는 본능적으로 이 소설은 소설이 아니라 고백록이란 생각이 들었다. ( 장정일과의 대화에서 김신용은 실제와 허구의 비율이 90 대 10'이라고 말한다. )

 

불현듯, 지난 일들이 생각났다. 소설가가 앵벌이처럼 바닥을 기어다니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은어였다. 소설 속에는 그동안 내가 잊고 있었던 은어들이 쏟아졌다. 그러니깐 이 소설은 소설이 아니라 김신용이 쓴 자전적 일기'였다. 서울역 양동 바닥에서 뒹굴던 창녀의 자식들과 앵벌이들이 사용하던 잊혀진 언어'를 다시 듣는 것은 끔찍했다. 장정일의 지적처럼 이 소설은 " 전무후무한 소설 " 이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에서 장 쥬네 같은 작가'는 김신용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나는 김연수나 편혜영 같은 문장에 질려버렸다. 그들은 빈곤한 리얼리티를 감추기 위해서 화려한 수사로 문장을 써내려갔다. 그것은 붕어의 비린내를 감추기 위해서 독한 양념을 과다하게 넣은 붕어찜 요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김연수의 글은 감성은 넘치는데 고통은 전무했고, 편혜영의 글은 기괴함은 넘치지만 정작 공포는 없었다.

 

 편혜영이 쏟아내는 상징은 지나치게 문학적이어서 뻔뻔했다. < 재와 빨강 > 에서 보여준 그로테스크한 세상은 이미 모더니즘 소설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우려먹은 소재가 아니었던가 ? 그리고 공지영은 정의를 말하기 위해서 신파를 끌어들였고, 신경숙은 엄마를 이야기하면서 엄마라는 존재가 너희를 구원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 빌어먹을 세상을 구원하는 것은 엄마가 아님을 누구나 알고 있다. 엄마의 케어'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케어'다. 그것은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렸으니 세상 탓하지 말고 내 탓을 하라는 혜민의 뻔뻔한 지적질과 다르지 않았다. 한국 현대 소설의 특징 중 하나인 아버지 때문에 고통스럽고 불안하다며 징징거리는 서사'는 그 어떤 리얼리티'도 획득하지 못한 공염불처럼 보여서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헛헛했다. 그들은 진실을 말한다기보다는 그저 평론가의 입맛에 맞는 문장을 선보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 달은 어디에 있는가 > 은 소비에트 문학의 주류였던 " 일인칭 수기 양식 " 으로 쓰여진 작품이다. 문학보다는 르포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읽다 보면 도스토예프시키의 영향이 보인다. 또한 밑바닥 생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장 주네'가 읽힌다. 소설은 16살 소년이 쪼록 ( 매혈 ) 으로 시작해서 지게꾼이 되는 것으로 끝난다. 소년원, 재활원, 갱생원, 교도소를 거치는 과정이 생생하다. 그는 자신이 체득한 고름으로 별다른 수사 없이 담담하게 고백한다. 기술보다는 기록에 충실한 문장이다. 메타 픽션이 유행하는 이 시대에 너무 고리타분한 리얼리즘 타령인가 ? 내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드는 의문은 이토록 훌륭한 소설이 왜 문단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었는가, 라는 생각이었다. 편혜영이나 천운영이 말하는 현대인의 불안에 대해서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는 문단'은 왜 정작 이 뛰어난 작품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가 말이다. 

 

문단과 거리를 두면 관심에서 멀어진다는 경고일까 ? 문단 돌아가는 꼴을 보면 헛구역질이 나온다. 평론가의 주례사 비평이 홍수가 된 지는 이미 오래'이다. 특정 작품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을 하는 평론가는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 평론가가 멍석을 깔고 마음껏 놀 수 있는 지면은 몇몇 문예지가 전부인데 이 문예지를 끼고 도는 것이 대부분 대형 출판사들이니 자신이 팔고 있는 책이나 소설가에 대해 스크래치를 가하는 놈은 괘씸죄'가 적용되어 지면을 할애하지 않는다. 결국은 무쇠도 베던 날카롭던 칼은 무디어져서 종이 하나라도 벨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 그때 비로소 멍석은 열린다. 문예지에 돈줄을 대는 대형출판사가 밥줄로 평론가를 길들이는 방식이다. 그때부터 카랑카랑하던 평론가는 주례사 비평을 남발하기 시작한다. 형편없는 작품에 대해서 놀라서 다시 본다, 라는 쪽팔린 100자 평만 쏟아내면서 말이다.

 

평론가는 대형 출판사 꼬리를 물어야 떡고물이 생긴다. 그리고 뜨고 싶은 소설가나 시인'은 문예지 편집위원 꼬리를 물기 위해 달달한 문장을 선보인다. 소설 < 달은 어디에 있는가 > 는 철저하게 문단으로부터 소외된 작품이지만 이 작품을 잊으면 안 된다. 어쩌면 김신용이라는 작가는 후대에 가장 뛰어났던 작가 중 한 명으로 기억될 것이 분명하다. 플롯이 정교하지 못한가 ? 주제가 지나치게 반복적이어서 지루한가 ? 커다란 서사와 문장의 서술이 서로 엇박자를 내서 불협화음을 냈는가 ? 그따위 평론가 흉내는 집어쳐라. 김신용은 매혈을 해서 하루하루를 견디는, 배고픈 삶을 살았지만 적어도 매문을 해서 등 따스웁고 배부른 삶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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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our 2013-12-18 0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보겠음.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8 03:36   좋아요 0 | URL
제 기준에는 탁월한 걸작입니다.

새벽 2013-12-18 04:2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이 분이 즐인님..? :) rtour는 불어 '회귀' 약자일까요..

새벽 2013-12-18 0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미 생각 좀 있는 시인들 사이에선 정말 시 쓸줄 아는 시인으로 흠모 대상이라고도 하던데.. 저도 이 책 읽고 싶네요.

참, 후암동 쪽이면 그때 대성학원이 아니라 정일학원이 있었죠. (읭? ^^;)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8 05:02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 정일학원이었나요 ? 헤헤 잘 모르겠음.. 아, 맞다. 정일학원이군요....옛날에 그 자리가 대성학원이었지만... 오 새벽 님 잘아시는군요...

수다맨 2013-12-18 0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때 내 등에서 한고조가 푸드덕 나래치며 날아올랐던가?" 라는 마지막 문장이 생각납니다.
이문열의 '금시조'가 예술혼을 드러내는 다소 작위적인 상징이라면, 김신용의 '한고조'는 피와 눈물, 부랑과 허무의 느낌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상징 같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김신용 선생이 전보다는 안정적으로 사시더라구요. 늦게나마 결혼도 하셨고(정관수술을 두 번 해서 아이를 못 낳으시죠), 이제는 편안한 노년을 보내시는 것 같더군요. 아, 그리고 수의 만드는 일은 중국산 수의가 하도 들어오는 바람에 결국엔 접었다고 하시네요-_-;;;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8 05:05   좋아요 0 | URL
수의 만드시는 일은 접으셨군요. 이제 슬슬 문단에서도 김신용에 대해 입질이 오는 것 같습니다. 제가 평론집은 많이 안 읽어보았지만 김신용에 대한 언급은 거의 본 적이 없어요. 한번도 없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이 정도 퀄리티'면 문단에서 호들갑을 떨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만...

푸르푸르 2013-12-18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신용시인은 이미 등단할 때부터 한국의 장주네로 통하며 많이 회자되고 기대하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제가 그 바닥을 어슬렁거리던 10 몇년 전에는 이곳 저곳에서 자주 그분의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다만 그런 평론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는 이 땅에 주례사비평과 잘 보이기 위해 잘 나가는 작가들을 언급하는 비평외에 작가를 발굴하는 비평(사실 김신용시인에 대해서라면 발굴도 아니지만)은 찾아보기 힘든 까닭 아닐까 싶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8 09:33   좋아요 0 | URL
비평가의 몫은 발굴 아닌가요 ? 남들 다 평한 값에 똑같은 말을 얹어서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잖습니까.
하여튼 김신용이란 작가가 작가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졌군요. 흠흠..

엄동 2013-12-18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괴하거나 멍한,
혹은 떨리는 눈빛을 가진"이 아닌
눈 선 했 던 녀석"이라니.


징하게 처절하고 암흑같은 밑바닥 인생에
한줄 지우개질을 한 듯 한 느낌임.

저도 읽어보겠음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8 12:37   좋아요 0 | URL
앵벌이들이 대부분 굉장히 순합니다.
순하니깐 앵벌이 하는 겁니다.
그 녀석은 고등학교 중퇴했던 녀석인데 밴드부에서 나팔을 불었다고 하더라고요...
앵벌이 중엔 권투선수도 있었습니다. 아마츄어 권투 선수..

즐인 2013-12-18 17:2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음..순하지 않음 양아치나 조폭 똘마니라도 되었을 듯도 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9 00:34   좋아요 0 | URL
주먹질 좀 했으면 벌써부터 조직에 몸 담았을 겁니다. ㅎㅎㅎ.
싸움 못해서 앵벌이하는 겁니다. 하여튼 제가 만난 앵벌이들은
하나같이 싸움을 못했음...

만화애니비평 2013-12-18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덕세계의 비평세계는 너무 무궁무진하게 놀 수 있지만, 같이 놀 사람이 없어요...오덕오덕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9 00:3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맞는 말임. 뭘.. 맞장구를 치고 싶어도 알아야 맞짱구를 칠 거 아닙니까...

유다 2013-12-25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리뷰보니 꼭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장 주네도 좋아하고, 김연수/김중혁 부류를 싫어하는지라.

곰곰생각하는발 2013-12-25 13:59   좋아요 0 | URL
사실 소설로만 보면 그닥 좋다고는 할 수 없스니다. 하지만 날것이 주는 거친 면이 있어요.
지금은 김연수 같은 너무 달달한 소설이 대우받으니 상대적으로 이런 소설이 소중해보입니다.
 

 

 

 

 

 

 

이처럼 의자는 많은 것을 전달한다. 인간은 의자를 만들었지만 의자는 인간에게 더불어 살아야 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의자를 보면 인간의 삐딱한 성정'이 보인다. 그래서 재미있다. 우리는 흔히 < 의자 > 와 < 자리 > 를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데 자리(지위)가 높을수록 의자'는 화려하다. 포장마차에서 흔히 보는 스툴60 스타일 의자는 주로 서민이 앉는 의자'이다. 등받이도 없고 팔걸이도 없다. 반면 지위가 높은 양반은 등판과 팔걸이'를 갖춘 고급 회전 의자'에 앉는다. 360 도 회전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돌아가는 판옵티콘이라 할 만하다. 루이비통이 여성의 계급을 말해주는 징표라면 팔걸이가 달린 회전 의자'는 남성의 명함을 나타낸다. 자리가 낮은 계급에게는 팔걸이'가 부착된 의자를 제공하지 않는 법이다. 멀리 볼 것 없다. 초중고 학교 교실 의자'를 보면 답이 나온다. 학생에게는 팔걸이'를 제공하지 않는다. 어른들은 5월이 되면 아이는 미래의 희망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뻥이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646932 다 자빠뜨려 中   

 

 


 

 

 

 

네 옆의 자리'를 탐하지 마라!

 

 http://blog.naver.com/nicemonk/90186595100

 

이웃 중 한분이 도서관에서 있었던 일을 생중계했다. 내용인 즉, 다음과 같다. 지금은 한참 시험 기간이라 도서관은 만원이었다고 한다. 이웃은 간신히 정보실에 자리를 얻어 노트북을 연결하고 자료를 찾고 있었다. 그런데 맞은 편 옆자리'는 몇 시간이 지나도 노트북만 놓인 채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주위를 둘러보니 자기 옆자리에 앉은 의대생은 맞은 편 자리에 놓인 노트북을 돌려서 모니터 자료를 보며 열공 중이다. 눈치가 빠른 이웃은 금세 돌아가는 꼴을 파악한다. 그러니깐 옆자리 의대생은 자신의 주민등록번호와 친구의 주민등록번호를 가지고 두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맞은 편에 있는 빈 자리'는 바로 옆자리 의대생이 마련한 꼼수였다. 자리가 없어서 밖에서 동동거리는 사람을 생각하면 파렴치한 짓이다. 따귀 한 대 올리고 싶지만 참는다. 생각한다. 자신의 편리를 위해서 편법을 아무렇게나 휘두르는 놈이 곧 의사가 되어 환자들을 진료할 생각을 하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하지만 어쩌랴 ! - 이런 내용이었다. 이 글에 많은 분이 울분을 토했다. 해결 방안도 제시했다. 멱살을 잡는다, 얼굴에 침을 뱉는다, 도서관 담당자에게 알려서 이 사실을 고지한다 등등....

 

만약에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 나라면 밖으로 나가 휴게실에 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화는 누그러뜨리겠다. 담배 한 대를 피워도 좋으리라. 남의 일에 참견해 보았자 득 될 것 하나 없다. 정보실 안은 노트북에서 나오는  열기로 인해 더우니 휴게실을 떠나기 전에 자판기에서 시원한 콜라 캔 하나 뽑아 가는 것을 잊지 않도록 ! 자리에 앉으면 옆자리 의대생 새끼는 신경 쓰지 말고 열심히 공부를 한다. 죽기살기로 열심히 공부를 하던 의대생이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면, 나는 재빨리 콜라 캔 캡을 따서 입 안 가득 한 모금 채운다. 피라냐 떼가 내 혓바닥을 물어뜯는 고통이 있어도 삼키지 않고 참는다. 빨대 하나를 준비한다. 그리고는 맞은 편 노트북 usb 투입구에 usb 정보를 입력하는 대신 빨대로 꽂아 입 안에 든 코카콜라를 입력한다. 한 모금이면 족하다.

 

피라냐 떼들은 인간의 혓바닥 대신에 노트북 안 자판을 게걸스럽게 물어뜯을 것이다. 정보 입력 대신 코카콜라를 흡입한 삼성 '아티브 북 9 플러스' 명품 노트북은 당황한다. 도대체 이 다크한 물질은 무엇이란 말이야. 스마트하며 건조한 정보만 먹다가 끈적끈적하고 달달한 것이 몸속으로 들어오니 노트북은 맥을 못 춘다. 질서 정연하게 유지되었던 1400억 회로가 뒤엉키는 순간이다. 노트북은 자신의 몸에 침투한 악성 세균을 방어할 백혈구를 생성하기 위해 1과 0으로 이루어진 수열 방어벽을 설치하지만, 북한의 사이버 테러에도 끄덕없던 방어벽은 병아리처럼 힘없이 쓰러진다. 용광로 속에 빨려들어간 터미네이터의 마지막 손가락 같은 심정으로 노트북은 죽어가는 순간에도 모든 장치를 동원하여 자신을 죽인 독'의 정체를 밝혀내고자 안간힘을 쓴다. 그것은 코 ! 카 ! 콜 ! 라 ! 라는 이름의 독이었다. 모든 동작은 멈춘다.

 

나는 가방을 챙겨 유유히 그 자리를 빠져나온다. 이때 복도에서 그 의대생과 마주쳐도 내색을 하면 안 된다. " 개새끼, 화장실에 갔다고 생색내려고 손은 씻고 왔군 ! " 정보실 안의 풍경을 목격하지는 않아서 자세한 내용은 말할 수 없으나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과여서 상상을 보태 세밀하게 묘사하면 이런 꼴이 연출될 것이 분명하다. 옆자리 의대생은 내가 자리를 떠났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곁눈질로 살피니 주꾸미처럼 생긴 새끼'가 공부는 안 하고 소설책이나 읽고 있어서 재수 없게 생각하던 터였다. 책 제목을 보니 < 팩토텀 > 이라는 책인데 얼핏 책 내용을 살피니 " 좆이 안 선다 ! " 라는 문장이 있었다. 그는 낙오자 새끼, 라고 생각했다. 낙오자 새끼가 켜놓은 노트북을 보니 알라딘 서재에 글을 올리는 거 같던데 이 자본주의 시대에 문학 나부랭이'나 읽으며 공자 맹자 얘기만 하고 읽으니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다시 자신의 노트북을 바라보며 다짐에, 다짐에, 다짐을 한다. 저런 인간은 되지 말자.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모니터에는 조혈모세포 이식에 따른 만성 백혈병 및 골수 증식 질환에 대한 의료 행위 논문 대신 다음과 같은 간단한 문장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 콜라, 콜라, 코카콜라 !!! " 의대생은 뭔 일인가 싶어 노트북을 건드리지만 그럴수록 코카콜라라는 문장이 모니터 전체를 가득 채운다. 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코카콜라. 그리고는 십 분 후 노트북 바떼리'가 터져서 강제로 쫒겨난다. ( 끗 )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는 도서관 담당자에게 과실 책임을 물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친구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서 두 자리'를 얻었다는 사실이 밟혀진다. 결국 그는 명의 도용'으로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문다. 이런 와중에 시험을 잘 볼 턱이 없다. 계절 학기'를 들어야 할 판이다. " 띵동 ! " 그때 한 통의 메일이 도착한다. < 안녕 ! 나 코카콜라야. 얌체처럼 굴다가 좆병신이 되었구나. ㅋㅋㅋㅋ. 남의 자리 탐내면 안 된다. 알긋냐 ? 먹고 살기 위해서 한자리하는 것까지야 뭐라 하지 않는다만 남의 자리까지 탐내면 되겠냐 ?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돌아가야 하는 법이다. 남의 주민등록번호까지 도용하면서까지 네가 차지한 자리'는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정말 간절히 원하던 자리였는지도 모른다. 너 같은 새끼가 있으니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인 거다. 사람들이 너에게 묻더군. 다들 안녕하냐고.... 나도 너에게 묻는다. 안녕하시렵니까, 이 시방새야 !  >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딱 하나'다. 하느님이 말씀하시기를 "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 ! " 하셨듯이, 당신 또한 " 네 옆의 자리를 탐하지 말라 ! " 대한민국은 일부일처제'이다. 마찬가지로 공공 도서관 자리 또한 一夫一席( 일부일석 ) 이다. 당신이 공공 도서관에서 두 개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것과 똑같다. 조강지처 속이며 바람피운 놈치고 제대로 된 놈 못 봤다. 알겠냐 ? 시방새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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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린 2013-12-16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좆병신이 되는 방법도 가지가지로군요.. 이러다 씨방새 날아와서 앉는 나무 되겠네.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6 20:41   좋아요 0 | URL
도서관 가면 정말 저런 새끼 꼭 하나 있더군요. 한 새끼는 새벽 6시에 오는 지 항상 1번 자리 제일 안쪽에 앉는데
맞은 편은 항상 자리가 없어요. 사람들이 꽉꽉 만원인데도 말이죠. 신기한 건 항상 옷과 가방은 그 자리에 있으나 저녁 6시가 될 때까지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는 거....

ㄷㄷ 2013-12-16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히 공감합니다 특히나 시험 기간에 자리는 꽉차있다고 나오는데 막상 들어가보면 빈 자리들이 이 곳 저 곳 있고...한숨만 나오죠...공부는 안되고 책이나 읽어야 겠다 하고 본 것이 마침 팩토텀인데 하하... 처음 읽어 보았는데 단숨에 그 자리에서 다 보게 되네요 구치소에 나오자 마자 아버지에게 술 좀 마시자 하고 여자도 먹고 싶다고 하고ㅋㅋ 오늘 공부는 접었습니다 집에 맥주나 사들고 가야 될듯 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7 02:4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 펙토텀 > 그 장면 읽으면서 정말 박장대소했습니다. 역시 찰스 할아버지다 했거든요.

르미에르 2013-12-16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cctv 는 어쩔 ㅡㅡ;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7 02:49   좋아요 0 | URL
음... 씨씨띠븨'가 있었군요. 하긴 씨씨띠쁴'가 없는 곳이 없긴 하죠.
요즘 도둑놈들은 이 녀석 땜에 골치 꽤나 아플 겁니다....

토드 2013-12-17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피곤하여 드렁드렁 코고는 아저씨는 양반이네요 ㅎㅎ 어쩐지 가는 병원마다 진료라고 해봐야 30초가 끝이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7 14:07   좋아요 0 | URL
저도 항상 궁금한게 과연 30초 진료를 하고 진료를 할 수 있을까요 ?
전 정말 궁금해요..... 30초 진료 받으려고 보통 2,3시간 허비하잖아요..

비로그인 2013-12-17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서관의 상황은 페루애 님을 저로 스위치 하기만 하면 똑같습니다.
그 친구 어제도 그러더니 오늘도 또 그 자리에 앉았더군요.
그리고 어제 저를 계속 힐끔거리며 제 아이패드도 슬금 슬금 훔쳐 봤거든요.
제가 블로그에 그 녀석 욕을 한 가득 쓰고 있을 때 말입니다.

그게 마음에 안 들었던지 오늘은 맞은 편 자리가 아니라 어제 제가 앉았던 자리(그 녀석 옆자리)에
놋북을 떡하니 올려 놓고 열공 중이십니다. ㅎㅎㅎㅎ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이입니다. 어쩜 저리 편법에 밝은지...!

아 정말 코카콜라 떼가 피라냐 떼처럼 저 친구의 놋북을 물어 뜯어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7 14:06   좋아요 0 | URL
그 새끼, 상습적이네요.....ㅎㅎㅎㅎㅎㅎ. 스누피 님 코카콜라 부어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누피 님...
그 새끼 보라고 내 블로그 창 열어둔 채 화장실 가십시요. 그럼 읽을 거 아닙니까. 잘 하면 이 글도 읽겠네요.
오홋.. 진짜 그럴 수 있겠네ㅛ.

내 너에게 한마디한다.
시방새야. 젖짜고 자빠졌구나. 이 새우젖같은 색휘야. 너 족구해라....
자리는 하나만 차지해. 짜샤. 시험기간이라 자리 없어 못 들어오는 친구가 한둘이냐
날지 못하는 개새야 !!

이 덧글 읽고 나면 닥치고 자리 양보해 !!!
네 손에 내 건강을 맡길 생각을 하니 하늘이 노랗다 개새야..

엄동 2013-12-19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일부일석!
함튼 어디든 자리"가 주어지는 자리면
희한한짓하며 다른 사람 눌살 찌푸리게 하는 이들이 꼭 있죠

소통의 부재가 만들어낸 저런 이기심엔
코카콜라의 메일이 정답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로이트 이론에 의하면 < 흡혈귀 > 는 구순기‘에 고착된 존재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구순기’는 아기들이 젖을 빠는 시기‘를 말하는데 막장의 대가답게 프로이트‘는 이 아이가 엄마의 젖을 빠는 행위’를 1차 쾌락 욕망이라고 정의했다. 그 다음 단계‘가 항문기다. 아이가 커서 < 오럴의 쾌락 >을 상실하자 아이’는 똥‘을 쌀 때 쾌락을 경험한다. 똥을 쌀 때마다 아이’는 도무지 알 수 없는, 괄약근을 밀치며 쏟아져 나오는 가래떡‘ 때문에 묘한 쾌락에 젖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2차 쾌락인 항문기’이다. 그리고 그 다음이 남근기인 < 성기 중심의 쾌락 > 이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쾌락’은 구순 - 항문 - 남근기‘를 거쳐 완성된다. 뭐, 여기까지 말하면 마치 이 과정이 유아 - 소년 - 어른의 과정이라고 착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남근기는 이미 초등학생이면 마스터하는 커리큘럼이다. 하여튼,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사히 단계별 쾌락 과정’을 완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참, 잘했어요! 그런데 모두가 정상적인 성장 과정을 거치는 것은 아니다. 성장이 어느 시기‘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러니깐 4호선은 오이도’에서 당고개’까지 가야 무사히 안전 운행을 마치는 것인데, 그만 아무개 역‘에서 멈춰버린 것’이다. 이것을 정신분석 용어‘로 고착이라고 한다. 고착’이라는 개념을 고장 난 기차’에 빗대어 예로 들었지만 실제로는 기차가 고장 나서 멈춰버렸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른다. 육체적 성장은 트래픽 없이 정상적으로 성장하니깐 말이다. 다만 기차가 멈춤으로써 멘탈 속 교통’은 일대 혼란을 가져온다. 몸은 정상적으로 성장을 마쳤지만 정신은 고장 난 그 시점 그대로 머문다. 그 고장 난 시점‘이 구순기’라면 그가 어른이 되었다고 해도 그는 성적 쾌락을 입‘으로 강하게 느끼게 된다. 영화 < 고스터바스터즈 > 에 나오는 먹보 귀신’은 모두 구순기 괴물‘이다. 이 괴물들은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데 이 식욕은 왕성한 성욕의 은유’이다. 그놈들은 “ 먹는 ” 것이 하니라 “ 하는 ” 것이다. 입은 곧 성기'이다. 흡혈귀‘가 가장 대표적이다. 소설가이자 시인인 에리카 종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들은 바지 지퍼‘를 내리지 않고 성교를 하는 종’이라 말할 수 있다.

 

- 괴물들 中

                                   

 

 

 

 


 

 

 

 

 

 

 

어류에 대한 범죄학적 심리 분석.

 

 

나는 < 어수선 > 이라는 생선가게에서 생선 장사를 하는 생선 장수'다. 서민들이 즐겨 찾는 생선을 구비하다 보니 고등어와 생태, 명태, 동태'를 주로 팔지만 좋은 생물을 얻기 위해서는 새벽 어시장'에 가서 발품을 팔아야 한다. 새벽 어시장에 가본 사람들은 모두 알겠지만, 대한민국에서 유통되는 물고기가 굉장히 다양하다는 점에 놀라고는 한다. 지금은 사촌 형'을 따라다니며 좋은 물건을 알아보는 요령'을 배우고는 있는데 이게 며칠 사이에 터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눈이 선명한 게 싱싱한 생선이라는 말은 얼핏 듣기엔 간단 명료'하지만 내게는 의사가 진료 환자에게 " 술은 몸에 해롭습니다 ! " 라고 말하는 것처럼 지극히 당연한 소리'여서 그가 나에게 특별 노하우를 전수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내가 새벽 어시장에 꼬박꼬박 따라다니는 이유는 다양한 물고기를 실컷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항상 죽어 있는 생선만 보지만 나는 속초에서 고깃배를 탄 적이 있어서 이 녀석들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 원양어선 선원 생활을 하기도 했는데 갈라파고스 섬 근해에서 배가 좌초되는 바람에 갈라파고스 섬에서 거북이와 핀치 그리고 가마우지와 몇 년을 함께 보냈다. 그리고 그곳에 머물면서 갈라파고스 티피코시 대학에서 어류 심리학을 전공했다. 나름 어류 심리학에 대해 전문가'라고 소개해도 그닥 남세스러운 모양새는 아니리라 생각한다. 나는 대한민국 최초로 어류 심리학'을 전공했으며, 어류 프로파일러'이기도 하다.  오늘 어시장에서  생태, 상어, 문어, 메기'가 물이 좋아서 들였다. 다음은 이들 어류에 대한 범죄학적 심리 분석'이다.

 

 

-

 

■ 생태 : 타인을 속이는 능력이 탁월하다. 좋은 쪽으로 발전하면 훌륭한 배우가 될 수 있지만 나쁜 쪽으로 촉을 내밀면 전형적인 사기꾼 유형'이다. 어시장에 걸린 대부분의 생태는 죽은 척하는 생태'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배가 오르락내리락거리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생태'는 변장술의 대가로 이름을 수시로 바꾸며 활동하고 있다. 명태가 되었다가, 동태가 되기도 하고, 황태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은 나이에 맞지 않게 노가리'를 연기하며 혀 짧은 소리를 내기도 한다. 다음은 사기꾼 기질이 다분한 생태의 필모그라피'이다. 생태를 정신분석학적 시각으로 바라보자면 이러한 속임수와 변신술은 " 자기 존재 부정 " 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정치인의 유체이탈 화법'도 전형적인 자기 존재 부정'이라 할 수 있다. 거짓말이 제일 쉬웠어요.

 

생태 필모그라피 ▼

 

 

동태  역: 얼린 명태 
황태  역: 얼렸다 녹였다 반복해서 말린 명태(살이 황금빛으로 연하게 부풀도록 잘 말린것)
북어  역: 건조시킨 명태(건태)
코다리 역 : 명태를 반쯤 말린 명태(흔히들 코를 꿰어 4마리 한 묶음으로 해서 판매)
노가리  역: 명태의 치어(새끼 명태, 앵치)를 말린 것. 일반적으로 술 안주용으로..
금태  역: 금(金)처럼 귀한 어종이 되었다고 붙여진 이름
진태  역: 원양 명태와 동해안 명태를 구분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
조태  역 : 낚시로 잡은 명태(낚시태)

망태  역: 그물로 잡은 명태

춘태  역:  3-4월에 잡은 명태
백태  역: 색깔이 하얗게 된 것
찐태(먹태) : 색깔이 검게 된 것
파태  역: 머리나 몸통에 흠집이 생기거나 일부가 잘려나간 명태
무두태 역 : 머리를 잘라내고 몸통만을 걸어 건조시킨 것
통태  역: 작업 중의 실수로 내장이 제거되지 않고 건조된 것
낙태  역: 건조 중 바람에 의해 덕대에서 땅바닥으로 떨어진 것

꺾태  역: 산란을 직후 뼈만 남다시피한 명태

대태  역: 아주 큰 명태

 

펼친 부분 접기 ▲

 

 

■ 상어 : 에리카 종의 [ 비행공포 ] 에서 번역자는 " zipless fuck " 를 " 지퍼 터지는 섹스 " 라고 번역했다. 이 표현이 웃겨서 꽤 오래 웃었던 기억이 난다. " 지퍼 터지는, 지퍼 터지는, 지퍼 터지는... "  자꾸, 자꾸, 자꾸 들으니 무슨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인가 싶다. topless가 < 여자가 상의(top)를 입지 않고(less) 가슴을 드러낸 >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와 유사한 말장난처럼 보이는 zipless fuck'는 바지 지퍼(zip)를 내리지 않고(less) 하는 섹스(sex)가 아닐까 ? 뭐, 영어 깜깜이'라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에리카 종이 말하는 지퍼 터지는 섹스는 머릿속 섹스 판타지'에 가까운 의미일 것이다. " 지퍼를 내리지 않고 하는 섹스 " 라는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흡혈귀'야말로 바지 지퍼를 내리지 않고도 성교를 할 수 있는 종'이다. 흡혈 행위 자체가 이미 섹스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흡혈귀에게는 입이 곧 성기'이다. 그러므로 흡혈귀는 zipless fuck 하는 변종이다. 범성론자인 내게는 topless와 zipless가 자꾸 nipple'를 떠올리게 만들어서 lip(입술)와  nip(물다)으로 확장된다. 그렇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흡혈귀는 구순기 고착 성애자'라는 주장이다. 흡혈귀는 사람들을 부들부들 떨게 만들지만, 따지고 보면 구순기 어린 놈‘이다. 상어'도 구순기 성애의 상징적 짐승이다. 그 녀석은 닥치는 대로 문다. 상어‘는 굶주렸다기보다는 애정 결핍’ 때문에 그러한 과잉 행동 장애가 발생한 것 같다. 그것은 배가 불러도 엄마의 젖가슴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아이의 심리이다. 상어 입장에서 보면 인간은 달콤한 엄마의 젖가슴’이다. 상어는 애정 결핍이며 분리 불안 장애를 겪고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진지하게 하고 싶다.

 

비약의 위험성'을 감수하고 최근의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고종석'은 퇴행성 구순기 고착 환자'라고 말하고 싶다. 그의 불행한 가정사'에서 주목할 점은 새엄마의 등장 시기'이다. 주변 이웃들이 하는 말에 의하면 고종석은 7살에 새엄마'와 함께 살았다고 한다. 그때부터 아동 학대'가 이루어진 듯하다. 이때 고착이 발생한 것 같다. ( 정확히 말하자면 구순기가 아니라 항문기'이기는 하지만... ) 공교롭게도 피해 아동의 나이도 7살이었다. 고종석이 구순기 고착 환자'라는 사실은 몇몇 흔적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피해 아동'에게 깊은 치흔을 남길 정도'로 입으로 물었는데 그것은 그가 구순기 쾌락에 집착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된다. 이처럼 구순기 괴물'은 젖을 빨던 그 옛날의 입 쾌락'에 강하게 끌리는 짐승이다. 식욕은 곧 성욕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나는 내 주장을 굽히지 않을 생각이다.

 

 

■ 문어 : 말 그대로 문어는 머릿속에 먹물만 가득 찬 물고기다. 대한민국 지식인 사회 대부분은 이 먹물들이 차지한다. 그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미 < ~ 魚 > 라는 명문가 족보를 타고 난다. 족벌과 재벌의 세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대한민국은 문어 사회'이다. 하지만 그리 존경할 만한 집단은 결코 아니다. 속이 검다. 중국의 사상가 이종오는 < 후흑학 > 에서 < 후 : 얼굴이 두꺼운 놈 > 과 < 흑 : 마음은 검은 놈 > 이 권력을 가진다고 주장했다. 그 말은 결국 정의롭지 못한 자가 권력을 가진다는 것을 뜻한다. 문어를 정신분석학적으로 접근하자면 이중인격'에 가깝다. 문어는 기분에 따라 몸 색깔이 달라진다. 공포를 느낄 때는 흰색이고, 화가 났을 때는 붉은 색을 띤다. 이러한 변화는 상황에 따라서 입장을 바꾸는 지식인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양심을 팔아 돈을 버는 지식인 매문가'가 전형적인 문어 과'이다. 그들이 아무리 색을 바꾸며 변신을 추구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속이 검다는 사실'이다. 서양에서는 문어와 더불어 쥐가오리, 낙지, 아귀'를 통틀어 devilfish'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메기 : 입이 큰 메기는 성욕이 발달한 전형적인 꼰대'로 어린 치어를 좋아해서 닥치는 대로 먹(?)는다. " 메기목 메기과의 민물고기이다. 낮에는 바닥이나 돌 틈 속에 숨어있다가 밤에 먹이를 찾아 활동하는 야행성이며, 대부분의 수중동물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특징이 있다 ( 두산 백과 발췌 ).  심리학 용어로 " 롤리타 증후군 환자 " 다. 주로 성범죄자가 이 유형에 해당된다. 성욕 과잉증 환자'로 섹스 중독 치료가 필요하다. 메기의 추태는 전설적이어서 " 메기의 추억 " 이란 노래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  메기와 같이 앉아서 놀던 곳. 물레방아 소리 들린다 " 이처럼 메기는 어린 치어를 유혹해서 물레방아에서 거사를 치룬다. 그리고  메기의 외형적 특징 중 하나인 수염'은 마초적 속물 근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서양에서는 고양이 수염처럼 길다고 해서 catfish라고 부른다. 오염에 민감하지 않아서 더러운 물에서도 잘 산다. 밤문화를 좋아하는 지도층 꼰대와 더러운 물에서도 잘사는 메기'는 이처럼 유사한 점이 많다. 한국 지도층 남성들이 한 명의 여배우를 농락한 장자연 사건이 대표적이다. 수염 난 종들은 자신이 담배를 피우는 것은 멋으로 치부하면서 정작 수염이 없는 종'이 담배를 피우면 싸가지가 없는 년이거나 쉬운 년 취급을 하기 일쑤다. 그런 놈들에게는 침을 뱉어도 좋다.

 

 

■ 개불 :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두산 대백과 사전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 개불 개불과의 하나. 몸의 길이는 대략 10 ~ 15 cm  로 줄었다 커졌다를 반복해서 정확한 크기를 가름할 수가 없다.   둥근 통 모양이며 누런 살색이다. 표면에는 돌기가 많고,  입과 항문 둘레는 털이 9 ~ 13 개 있다. 도미나 가자미 따위의 미끼로 쓰인다. 바다 밑 모래 속에 U 자 모양의  구멍  속을 들락날락거리며 산다.  " 지금 이 글을 읽은 당신은 어떤 이미지를 떠올렸는가 ? 모두 다 동의할 것이다. 정의에 불타는 슈퍼맨도, 원더우먼도, 교양인도, 지식인도 모두 다 남근을 떠올렸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글은 남근에 대한 묘사가 아니라 바닷속 뻘에 사는 개불에 대한 이야기'이다. 개불은 페니스를 모방, 위장, 변신한다. 전형적인 남근 선망'이다. 개불은 남근과 동일시'한다는 측면에서 편집증적 과대망상'이라고 할 수 있다.

 

개불은 남근을 모방함으로써 자신에게 자지'가 없다는 사실을 부인한다. 편집증 환자 슈레버는 아버지의 끊임없는 거세 위협에 결국 스스로를 여성으로 규정하기에 이른다. 반면 암컷인 개불은 " 자지 없음 " 을 부인하면서 스스로를 남근화'해서 남성 권위에 대항한다. 페미니스트의 상징적 존재다.  시인 김선태는 < 개불 > 이라는 시에서 " 여자들에게 처음 개불을 먹어보라 하면 에구머니나, 망측하고 징그럽다고 기겁을 하며 내숭을 떨지만 일단 한번 먹어본 뒤에는 달착지근하고 오돌오돌 씹히는 맛에 그만 홀딱 반해서 나중에는 남편까지 내팽개치고 즈이들끼리 " 즐긴다고 말한다. 그는 개불의 어원을 두고 " 개의 불알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자세히 보면 개좆같습니다. " 라고 상세히 기술한다. 하지만 그는 남성 사회에 대항하기 위한 개불의 진보적 투쟁'을 오해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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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미에르 2013-12-16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생태군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6 14:10   좋아요 0 | URL
음...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ㅎㅎ

엄동 2013-12-16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쉬셀러 곰발님
주말은 즐겁게 보내셨나요?

생태 상어 문어 말고
다른 어종에 대한 분석도 어여 올려주세요

저의 그것"과 동일한 녀석이 어떤 녀석인지 긍굼함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6 14:11   좋아요 0 | URL
너무 방대한 내용이라 야금야금 올리지요...

유구일턴 2013-12-16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메기과 같은데 메기의 심리도 궁금합니다 물텀벙이 맛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6 14:11   좋아요 0 | URL
메,,,메메메기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
무서운 분이시군요...ㅋㅋ
물텅벙이를 아시는군요 ?

하늘바람 2013-12-16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느끼는거지만 님 글은 넘 재미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6 14:12   좋아요 0 | URL
이런 댓글 자주 써주세요..

핍뽀핍뽀 2013-12-17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생태가 국내에선 잘 안잡히나봐요(!?)
거리 식당에서 파는 생태찌개의 생태는 거의 일본산이라는데..
조심히 먹어야할 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7 02:36   좋아요 0 | URL
이제 국내 어종이 다 고갈된 느낌입니다. 그 많던 장어도 모두 없어서 양식용 장어만 득실거리지요.
어마어마한 똥물에서 자랍니다. 그리고 빨리 키우기 위해 온갖 화학 비료 비슷한 걸 먹여요.
이걸 인간이 먹는 겁니다. 일본 원전 유출에 따른 오염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양식장 생선들입죠.
아니다. 전부 문제입니다.
 

 

 

 

 

박민규 소설집에는 < 몰라 몰라 개복치 > 라는 단편이 실려 있다. 박민규는 개복치에 대한 설명에서 " 개복치 : 몸길이 4m, 몸무게 140kg인 거대 물고기다.몸은 타원형이고 옆으로 납작하며, 몸통은.... " 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는 틀린 정보다. 개복치는 평균 무게가 1t이다. 많이 나가는 녀석은 2t, 즉 2000kg이나 나간다. 140kg이란 말은 틀린 지적이다. 박민규 씨, 실수하셨셔셔요. 만약에 세상에서 가장 많은 알을 낳는 물고기의 학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모른다고 답해라. 그것이 정답이다. 왜냐하면 개복치의 학명이 바로 몰라몰라/ mola mola ' 이기 때문이다. 개복치는 매우 순한 물고기'라고 한다. 보통 짐승이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는 방어 본능'과 공격 무기'가 없기 때문에 개복치의 치어는 다른 물고기의 먹잇감'으로 거의 대부분이 희생당한다고 한다. 그래서 가장 많은 알을 낳는 것이다. 그래도 개복치'는 자라서 거대한 바다 물고기'가 되어도 다른 물고기'를 공격하지 않는다. 천성이 착한 놈이다. 다 자란 성어'는 몸에서 화학 물질'을 배출하는데 이 화학 물질의 성분이 물고기들의 의료용 치료제 역할을 한다. 그래서 몸이 아픈 물고기'는 개복치의 몸에서 분비되는 치료제'를 먹고 병이 낫는다고 한다. 이 정도면 바다의 슈바이쳐'이요,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이 아닐까 ?

 

 

_ 만물지 17, 몰라몰라 개복치 中

 

 

 

 


 

 

 

 

 

 

 

모두 안녕하십니까 : 개복치와 대자보. 

 

      

 

 

 

 

 

 

 대왕문어'를 생각하면 심장이 뛰고, 모래알'도 가라앉는 바닷속에 개복치가 둥둥 떠다니는 것을 보는 것도 신기하다. 가만 보면 사람이 사는 곳이나 물고기가 사는 곳이나 대동소이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문어'는 먹물이 있다는 그 이유만으로 귀한 대접을 받아 文 자에다가 魚 라는 상류층 계급'을 뜻하는 족보를 얻어 당당하게 살아가지만(오징어도 마찬가지다!),  정작 모양새가 비슷하지만 몸집이 작아서 꾀죄죄한 꼴뚜기에게는 - 魚'라는 이름을 거부한 선조의 지랄같은 성정'을 보면 화가 난다. 그리고 뻘 구멍에서 비루하게 숨어 사는 쭈꾸미'를 보면 연민을 느낀다. 이름 또한 어찌나 어쭈구리'한 이름인가 ! 한치'는 어떤가 ? 한 치 앞에 내다볼 수 없는 날품팔이 생'이어서 한치'라 지었나 ? 甲乙 사회 논란은 비단 뭍에서만 벌어지는 계급 투쟁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덩치가 작다가 무시하지 마라, 시발것들아.

 

꼴뚜기가 몸집이 작아서 대우를 못 받는 물고기라면 반대로 개복치는 몸집이 너무 커서 대우를 받지 못한다. 개복치'라는 이름만 해도 그렇다. 옛 선조들은 쓸모없는 것 : 모양이 흉물스럽거나, 맛이 없거나, 먹을 수 없는 것' 에는 개- 라는 접두어를, 그리고  쓸모있는 것 : 모양이 예쁘거나, 맛이 으뜸이거나, 구황식품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에는 참-이라는 접두어'를 사용했다. 쉬운 예'로 개나리'는 관상용으로만 쓰이지만 진달래'는 식용으로도 쓸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도토리 열매가 열리는 나무를 참나무 ( 사실 참나무라는 이름의 나무는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 라고 하는 이유는 이 나무에서 구황식물인 도토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깐  이름만으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것'을 분류해 놓은 것이다. 물고기 이름'도 마찬가지다. -어'로 끝나는 이름을 가진 물고기는 모양이 예뻐서 제사 음식으로 쓰이는 반면에 모양새가 못생긴 것들은 대부분 魚 대신에 ~락,~치, ~둑'으로 불렸다. 물론 제사 음식 재료라는 영광스러운 만신전에는 오르지 못했다. ( 개불, 아귀, 볼락, 가시망둑 등은 주로 잡어 취급을 해서 재수 없다고 해서 버린 생선들이었다. )

 

개복치'의 영문 이름은 head fish'다.  다 자란 물고기의 경우 몸 길이는 4미터, 몸무게는 1000kg에서 최대 2000kg' 이다.  한마디로 거대 물고기'다. 그랜드 피아노의 무게가 400kg인 것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무게의 물고기가 사이다 병'처럼 바닷속에 둥둥 떠서 송사리처럼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거다. 초등학교 때 담임 선생'이 장차 커서 무엇이 될 거냐는 질문에 나는 당당하게 물고기 잡는 어부가 되겠다고 해서 선생 김봉투'를 난처하게 만든 일'이 있었다. 그래, " 나, 관심받고 싶어요 ! 사랑받고 싶어요. "  나는 인간에게 희망'을 품지 않는다. 인간'이란 간을 못 맞춰 소태가 되어버린 팔팔 끓는 소금국'과 같다. 국이 식으면 식을수록 짠 맛은 더욱 강하게 나고, 그렇다고 다시 끓이면 끓일수록 더욱 짜게 되는 그런 상태 말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이 절망은 열등감이 동반한 계급 선동'이 아니다.

 

1%이든, 99%이든 상관없이 본질적으로, 나는 인간을 경멸한다. 같은 이유로 이명박 정권을 경멸했던 것만큼이나 노무현 정권을 경멸했다. 다만 보수는 촌스런 옷을 입었고, 진보는 세련된 옷을 입었을 뿐이다. 벗겨보면 초라한 몸뚱이는 모두 거기서 거기였다 내가 인간에 대한 관심을 버리고 물고기에게 관심을 보인 이유이기도 하다. 생선 비린내보다 더 지독한 것은 인간 수컷의 정액 냄새다. 그리고 지식인일수록 더욱 그 냄새를 풍긴다. 추파'는 교양과는 상관이 없다. 교수가 학생을 욕망의 대상으로 찍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풍경은 너무 흔한 배경이 되었다. 배운 놈은 추파를 던질 때에도 고상하게 말한다. 전교조 주최 바른 교육 세미나 때 유부남 교사'는 내 옛 여자친구에게 이런 고백을 하기도 했다. " 당신 손을 잡아보고 싶소 ! " 추파를 근사한 고백처럼 이용하는 이런 것이 교양의 스킬이라면 백 번이라도 침을 뱉어야 한다.  

 

어보/魚譜'는 물고기 족보'를 다룬 책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 개복치의 조상이 누구이고, 할아버지 물고기 존함은 무엇이며 친척은 누구인가를 다룬 책'이다. 이 어보'를 보면 종종 깜짝 놀라게 된다. 몸무게가 1000kg이나 되는 개복치의 할아버지'가 알고 보니 복어'라는 것이다. 1000kg의 거대한 물고기의 할아버지가 100g 정도의 복어였다니 놀라운 일인 것이다. 그것은 마치 코끼리 아버지'는 벼룩'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 아, 암컷의 자궁은 정말 놀랍고 신비하구나 ! "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이지만 뛰어난 어보는 많지 않다. 제대로 된 어보'는 정약전의 < 자산어보 > 와 김려의 < 우해이어보 > 가 전부'다. 당시 글 쓰던 사람들은 모두 양반 가문이었으니 그들은 아마도 양반이 비린내나는 놈들과는 놀 수 없지 않는가, 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 자산어보 > 와 < 우해이어보 > 는 공통점이 많다.

 

정약전과 김려'는 뛰어난 학자였으며 명문가의 인재였다는 점. 그리고 모두 귀양살이 때 어보'를 썼다는 점이다. 아, 그리고 그들은 가난한 사람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했던 지식인이었다. 그들은 외로운 섬에서 물고기와 놀았다. 아시다시피, 정약전은 정약용의 형'이다. 그는 일찌감치 천재성'을 드러낸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런 그가 흑산에서 < 자산어보 > 라는 책을 썼다. 당대 가장 뛰어난 학자였던 그는 왜 비린내나는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만 했을까 ? 아마도 그는 인간에게서 그 어떤 희망'도 찾지 못한 모양이다. 동생 정약용이 500권의 방대한 저서'를 남기는 동안 형은 글을 쓰지 않았다. 아무도 오지 않는 흑산'에서 그는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느낀 것이 분명하다. 물고기의 생태 글을 읽다가 갑자기 가슴 한쪽이 아려온다. 그는 물고기를 통해서 무엇을 보았을까 ? 그 칼바람 부는 곳에서 말이다.  

 

내가 처음 < 개복치 > 라는 신비한 물고기에 대해 알기 시작한 계기는 유투브 동영상을 통해서였다. 작은 모래알도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내려앉는 바다에서 거대한 몸집을 가진 개복치가 가볍게 유영하는 모습은 아름다운 차원을 넘어서 신비했다. 그리고 매우 순한 물짐승이라는 사실도, 300만 개의 알을 낳는다는 사실도, 학명이 몰라몰라'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잊고 있었던 것은 이 개복치'라는 물고기를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박민규 소설집 < 카스테라 > 에 실린 단편 제목이 " 몰라 몰라, 개복치라니 " 였다. 오래 전에 읽었으나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내가 유투브에서 우연히 개복치란 이름을 보고 나서 클릭을 했던 이유는 잊고 있었지만 사실은 잊고 있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 무의식의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내가 이 단편을 읽지 않았다면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지나갔을 것이다.

 

그때 깨달았다. 잘 읽기 위해서는 잘 잊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므로 책은 잊기 위해 읽어야 한다. 고대 대자보 < 모두들 안녕하십니까 > 에 대한 현상은 < 잉여 > 와 < 응답 > 이 만들어낸 인정 투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魚'라는 계급 족보를 얻고 싶었으나 결국은 얻지 못하고 88만원세대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공감이 되어 메아리를 쳤던 것은 아니었을까 ? 누구는 태어날 때부터 < 魚 > 라는 이름을 얻고, 누구는 < ~치, ~ 둑, ~락 > 으로 살아야 하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를 수 없는 서자의 설움이 공감으로 나타난 것은 아닐까 싶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 아, 아아... 아아아아 !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응답하라, 개복치 ! 어디 있느냐. 작은 얼굴이 미인의 조건이라지만 그래도 3등신이면 어떠냐 ? 응답하라, 꼴뚜기 ! 숏다리라고 창피할 거 없다. 힘 없는 문어 다리보다는 너처럼 발딱 서 있을 수 있는 하체의 힘이 있지 않더냐 ? 응답하라, 쭈꾸미 ! 이젠 세상 밖으로 나오너라 ! " 

 

너무 슬퍼하지 말자. 개복치는 거대한 물고기이지만 그 뿌리를 찾아가면 통통한 복어'가 조상이다. 사이즈가 힘의 논리로 지배되는 물 밖 세상의 승자 독식 사회'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족보'다. 어쩌면 정약전은 그 사실에 매혹되었는지도 모른다. 세상이란 문어 같은 명문가 후손들만 사는 동네가 아니다. 개복치도 살아가는 터전이고, 꼴뚜기도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터전이다. 건투를 빈다. 오늘 나는 아껴두었던 데낄라를 마시겠다. 아껴둔 데낄라를 비울 생각을 하니 눈물이, 아... 앞을 가린다. 레몬 털어 쪽 팔고  손등에 소금 올려 손등 핥으며 다시 한 번 불러본다. " 치어스 ! 개복치를 위하여, 꼴뚜기를 위하여, 쭈꾸미를 위하여 ! 그리고 새치처럼 희끗희끗한 손거스러미 같은 실밥을 머리에 달고 사는 봉재 공장 향숙이에게도 치어스 !! 치어스 !!!! 치어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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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devous 2013-12-15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물학 계보의 김중혁 소설가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5 14:49   좋아요 0 | URL
김중혁 작가 소설은 몇 편 읽었어요. 근데 김중혁이 박물학 글쓰기에 해당되... 음, 맞어. 그렇게 부르더군요. 박물학이기보다는 분류학'적 글쓰기라는 게 더 어울릴 것 같기는 합니다. 재미있게 쓰시는 분 같더군요.
기대하는 작가이면서 별 기대는 하지 않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한계가 보이거든요... 뭐, 제가 평론가도 아니고 헤헤..

수다맨 2013-12-15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을 가볍게, 심지어는 벌레와 같다고 (사실상) 인정한 작가들이 생각납니다. 김신용, 손창섭, 우엘벡, 셀린느, 김훈 등등 어찌 보면 쿤데라도 이 계열에 들어갈 것 같구요. 이들은 인간 삶을 둘러싼 조건(이념, 법, 지도자, 복지 등)들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인간 삶이 비극과 추악의 결합에 지나지 않는다고 우울하게 고백하지요.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곰곰발님도 이 계보에 들어가시는 듯합니다.
그런데 이런 계보를 중시하는 분들일수록 작고 소박한 것에 많이 기뻐하는 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6 01:29   좋아요 0 | URL
우엘벡 하니 짐 크레이그도 문득 생각납니다. 그리고 죽음'을 정말 기똥차게 읽은 기억이 나네요. 인간 < 동물 < 식물 < 물고기... 순으로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 생존력.. 힘.. 이런 것으로만 이룬 제 평가입니다.
글구 보니.... 정말 제가 김신용, 손창섭, 우엘벡, 김훈'을 좋아한 이유가... 흠....
휴머니즘에 대한 극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저는 요따위를 강조할 수록 반감이 들어요. 제가 보기엔 그 휴머니즘은 인간 자체에 대한 관심이라고 보다는 어떤 집단, 연맹, 이념등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수다맨 2013-12-16 02:02   좋아요 0 | URL
넵, 김훈ㅡ저는 사실 이 작가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ㅡ이 작품에서 빈번히 말하는 '헛것'이야말로 바로 그 집단, 혈맹, 이념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신용은 아예 스스로 "개"이자 "세상의 바이러스"에 불과했다고 토로하고 있구요. 그런데 오히려 이런 작가들(휴먼의 고전적 정의를 포기하고 인간을 벌레처럼 보며 집단을 증오하는 분들)이 '진짜' 인간을 작품 속에 그려냈다는 것은 참 역설적인 일인 듯합니다.
짐 크레이스라는 작가를 곰곰발님 덕분에 알게됐네요 ㅎㅎ "그리고 죽음"이라는 책이 있는데 조만간 읽어야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6 02:20   좋아요 0 | URL
오, 헛것에 대한 정의가 재미있군요. 한번 이에 대한 글을 써봐야겠습니다. 김훈과 헛것'이라....
김훈은 철저한 보수주의자'가 맞긴 하죠. 하여튼, 짐 크레이크의 < 그리고 죽음 > 은 매우 탁월한 소설이에요.
읽다가 깜짝 놀라게 됨.... 아, 자꾸 크레이크라고 하게 되네요. 크레이스...


rendevous 2013-12-19 04:14   좋아요 0 | URL
김신용이 혹시 잉어라는 시 쓰신(읽어본 작품이 이것밖에 없어서ㅜ) 시인 말씀하시는 건가요? 비관주의 계열?을 좋아하는데 다 찾아서 읽어보고 싶군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9 04:27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잉어' 쓴 시인이 맞습니다.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고려대 대자보 : 모두들 안녕하십니까 ?

 

 

그나저나 겨울 밤,  눈이 오니 향숙이 생각나네.

향숙이 생각나네.

집에 안 들어간다며 데킬라 시켜달라 캐서 내 심장이 뛰었지.

" 데킬라 한 잔에 얼마인 줄 아냐 ? " ( 농담이다.)

네가 데킬라 잔에 레몬 털고 쪽 빤 다음

내 손등에 소금 뿌려 핥았을 때,

내 심장이 벌떡벌떡 뛰었지, 향숙아 !

보고 싶다, 탐스런 멜론 두 개 꼭지 따서 열어볼라 했더만

니가 느닷없이 집에 간다 했을 때

갑자기 화내서 미안하다. 향숙아 !

희끗희끗한 손거스러미 같은 실밥이

네 머리에 붙어 있는 거 보고 마음 아팠다.

이 글 보거든 연락해라 ! 데킬라 한 잔 마시자 !

데킬라  레몬 털고 쪽 빤 다음

내 손등에 소금 뿌려 핥아다오.

향숙아 ! 보고 싶다.

넌 데낄라 마셔라. 난 독한 술 대신 네 입술을 핥으마.

고대에 대자보 붙었더라.

배운 놈이 올린 글이라 울컥하더구나.

모두들 안녕하시냐고 비장하게 묻는데,

생선 칼질이나 하는 나는 자꾸 민주와 정의, 불의와 용기 따위는 생각 안 나고

향숙이 니 생각만 나더라.

이 오빠는 시인은커녕 시장 모퉁이에서

시들어 빠진 생선이나 팔고 있다.  

하여튼... 건투를 빈다. 구로동 재봉틀집에서 밤

늦게까지 미싱 돌리던, 내 사랑 향숙아.

오늘,  너의 안녕을 묻는다.

 

 

 


 

 

 

 

 

나는 고려대 대자보 같은 비장한 선언문'에 감동한 적 없다. 대자보'에 걸 수 있는 권리도 배운 놈이나 할 수 있는 사치, 3년 전이었나 ? 새벽 5시 넘게 술을 마시고 집에 오다가 붕어빵 손수레에 매달린 쪽지를 본 적이 있다. 쪽지는 아니고 라면 박스 종이를 뜯어서 유성 매직'으로 쓴 글이었다. 이렇게 쓰여 있었다. " 죄송해요. 밀가루 값이 올라서요. 부득히 붕어빵을 세 개에 천 원에 팔게 되었읍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 아, 그 문장을 생각없이 읽다가 펑펑 울었다. 대자보에 비장하게 걸린 문장보다 라면 박스 종이를 뜯어 써내려간 그 문장이 항상 나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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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3-12-14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신용 선생님 시 "청계천 시편3"이 생각납니다. 거기에 나오는 춘심이라는 여자가 곰곰발님이 쓴 '봉숙'이란 분과 겹쳐지네요.
관념어로 누벼진 글보다 소박한 언어로 깊은 울림을 자아내는 글들이 요즘 들어 더욱 보고 싶습니다. '나는 내 그걸(좆) 세울 수 없었다ㅡ 찰스 부코스키 [팩토텀]' 라는 문장이 저에겐 차라리 신선하고도 쓸쓸한 감동을 줍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4 17:11   좋아요 0 | URL
갑자기 찰스 할아버지가 여자들에서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매력적인 여자일수록 두려웠다. 라고 했던가요 ?
하여튼...

그나저나, 아... 이 노래 듣다가 누가 생각났습니다.
데킬라 즐겨 마시던 여자 생각이 났습니다.

향숙아 ! 잘 지내고 있냐 ?

rendevous 2013-12-14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영하 작가가 나는 압도적인 미모의 여성에 두려움을 느낀다, 비슷한 말을 팟캐스트에서 했던 게 기억납니다.
김선우 작가였던 것 같은데 과거 학생운동도 서울권, '배운 놈'들이(이렇게 보니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걸리는 표현이긴 한데 일단 넘기고) 했다, 이런 식의 말씀을 하신 적 있는데.... 감동한 적 없다는 말씀이 어떤 맥락에서 나온 말인지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데 이 외침이(저는 텍스트의 관점이라기보다 목소리의 관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배운 자의 언어로 말해진 것에 초점을 맞춰 '감동'의 관점으로 접근한 것이 대자보 '사건'의 본질을 관통하고 있는지 조금 의심스럽습니다(물론 모든 글이 사건의 핵심을 관통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무거운 주제일수록 오히려 다른 무게감으로 다루는 페루애님의 공력이 반영됐다고 생각은 하지만)

조금 멀리 보면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청춘의 병든 안녕 선고에 대한 반격으로 읽히기도 하고, 그렇게 배운 자의 언어로 말해지긴 했으나 날 것의 생생한 아픔, 분노가 느껴져서 아프기도 하고... 페루애 님 말씀 좀 더 듣고 싶어서 주절주절 대고 갑니다.

rendevous 2013-12-14 18:15   좋아요 0 | URL
근데 알라딘은 제가 쓴 댓글 어떻게 확인해야 하죠? 네이버 me처럼 뜨면 편할 텐데 ㅜㅜ 찾기가 힘드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4 23:32   좋아요 0 | URL
< 안녕들 하십니까 > 열풍'은 일종의 " 인정투쟁 " 처럼 보입니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글도 < 안녕하십니까 > 에 대한 반론이라기보다는 제 나름대로의 < 안녕하십니까 > 에 대한 응답하라 ! 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냥 아프네요. 저는 언제부터인가 문장이 주는 힘에 대해 늘 회의적이게 되었습니다.


+

댓글 확인하는 기능이 없어요. ㅎㅎㅎㅎㅎ 저도 없어서 한참 고생했습니다.

rendevous 2013-12-14 23:51   좋아요 0 | URL
알맹이라고 할 수 있는 비판적 사유가 부족한 상태에서 거친 감정만 넘치는-그만큼 고통이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지만;;- 일종의 선동류가 되지 않으려면 이럴 때일수록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런 의미에서 페루애 님의 '삼천포'적 글쓰기를 지지하는 1인 ㅎㅎ

혁명 이후의 일상에 주목하라는 지젝의 말-멈춰라, 생각하라 컨퍼런스도 다녀왔거든요^^-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

봉숙이 딱 페루애 감성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4 23:57   좋아요 0 | URL
바로 제가 지적하는 말입니다. 비판적 사유가 부족한 상태에서 감정 과잉만 오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응답하라와 안녕하십니까' 현상은 결국 인정 투쟁'이 아닌가 싶습니다.
봉숙이 듣다가 바로 이거다 싶더군요. 저의 감수성임...
봉숙이 듣다가 향숙이 생각나더군요. 데킬라 조하했거든요.
참, 연말이니 편린과 함께 셋이 함 모입시다. 고대 보니까 그곳에 국수먹고꼴뚜기'인가 ? 있더군요.
거기서 시간 내서 한 잔 하십시더...

rendevous 2013-12-15 00:00   좋아요 0 | URL
쓸 때마다 이모티콘이 변해서 계속 쓰고 싶어지는 ㅎㅎ

제가 탑밴드 2 보러 충주도 갔다 오고 나름 열혈시청했는데 장미여관 잘 되는 모습 보니 뭔가 기분 좋더라고요 ㅎㅎ 탑밴드도 나름 공중파였는데 흥행에 실패 ㅜㅜ 무한도전 파급력이 대단하긴 대단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5 00:08   좋아요 0 | URL
아마 대한민국 연애인들은 ( 가장 핫한 톱스타도.. )
무한도전 출연을 로또 맞은 것으로 생각할 겁니다.
무한도전이 특유의 서민적 정서이니
여기 한번 나오면 무조건 스타되죠.....
장미여관 참 좋았어요. 사실 무한도전에서 부른 곡은 사실
장미여관스럽지 않았잖아요....
그나저나 탑밴드 보러 충주까지 가다니..

rendevous 2013-12-15 00:11   좋아요 0 | URL
KBS에서 버스 제공해줘서 보러 간 거였어요 ㅎㅎ 패자부활전인가? 제가 응원하는 해리빅버튼이 떨어지고 트랜스픽션이 올라가서 슬프긴 했지만 ㅜㅜ 3초 정도 공중파 타서 뿌듯했다는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5 00:15   좋아요 0 | URL
난 지금 모든 것은 빛난다 읽고 있는데 이 책 의외로 좋군요.
기회되면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런겨울날은 시집 읽기 좋으 밤이죠.

좋은 시집 있음 몇 권 추천해주세요...

rendevous 2013-12-15 00:38   좋아요 0 | URL
모든 것은 빛난다 읽었어요 ㅎㅎ 제가 팟캐스트 애청자인데 신형철 평론가(페루애 님의 비판을 자주 듣고 계시긴 하지만 ㅎㅎ)의 추천으로 읽었는데 역시 좋더라고요 ㅎㅎ 저는 요즘 진은영 시인을 짝사랑하는...

최근 읽었던 것 중에 좋았던 시집은 이영광 - 나무는 간다, 아픈 천국/ 신해욱 - 생물성/ 김행숙 - 타인의 의미/ 비스와바 쉼보르시카 - 끝과 시작 정도 인 것 같습니다 ㅎㅎ 아, 이병률 시인의 눈사람 여관도 좋았어요. 정말 미칠 듯이 좋은 그런 강렬함은 없는데 은은하게 사람을 매료시키는 ^^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5 01:14   좋아요 0 | URL
신해욱 생물성 참 좋죠. 저도 그 시집 좋아서 몇 분 드리고는 했습니다.
신해욱의 에세이 비성년 이라는 글도 좋습니다.
추천함... !!!

이병률 시인도 시 좋죠. 이 양반, 뭔가 샌치한 그 느낌이 있음.. 느끼하지도 않고 말이죠.
반면에 전 김소연 시인이나 남진우, 권혁웅 시 읽으면 왜 이런 게 시가 되나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제가 미래파 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황병승은 좋더군요. 걸물임....


rendevous 2013-12-15 01:36   좋아요 0 | URL
내일은 프로! 육체쇼와 전집 아직 못 봤지만 미당문학수상집 앞부분만 조금 봤는데 정말 감동 ㅜㅜ 김소연 시인은 마음사전이란 에세이 정말 좋던데요 ^^ 말씀하신 세 시인 시집을 아직 못 읽어봐서 말씀드리기 어렵긴 한데 이장욱 시인은 정말 좋아해요 ~

신해욱 시인, 천운영 시인, 조해진 소설가 등등이 쓴 누구나, 이방인 이란 여행 에세이 봤는데 그것도 재밌게 읽었어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5 01:40   좋아요 0 | URL
천운영이 시도 쓰기 시작했군요 ? 그 바늘의 천운영 말씀하시는 겁니까 ?
그런 거 같네... 흠흠 찾아봐야지. 전 천우녕 별로 안 좋아함....

마음 사전 좋아하시는 군요. 전 마음사전때문에 김소연 벼로 라고 생각했는데.. ㅋㅋㅋㅋㅋ

rendevous 2013-12-15 01:54   좋아요 0 | URL
앗 실수 ㅎㅎ 천운영 소설가. 사실 마음사전도 읽어본 건 아니고 김영하 책 읽는 시간에서 들은 부분에 한한 건데... 그 부분은 좋았어요 ㅎㅎ 혹시 아직 조해진 소설가의 작품 못 읽어보셨다면 로기완을 만났다와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추천이요~

2013-12-14 2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4 23:33   좋아요 0 | URL
다음주에 저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망년회가 다음주에 잡힐 거 같든데, 친구들 망년회'때문에 어찌 될지는 잘 모르겠네요. 조만간 오쉬프 모임 있을 겁니다. 그때 함 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