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y냐 gay냐 .....

 

 

 

 

 

히치콕이 영국에서 만든 무성 영화까지 포함한다면 그가 감독한 극장용 영화는 대략 60편 정도'다. 여기에 티븨용 영화가 20편이니 대략 80편 정도를 만든 꼴이다. 참말로 부지런한 감독이다. 티븨용 영화를 제외한다면, 내가 본 히치콕 영화는 30편이다. 영국에서 만든 초기 무성 영화들은 따분하고 재미없어서 하품이 나왔지만 오로지 히치콕 영화 목록에 V 표시를 하겠다는 의지로 억지로 보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 " 허세 " 는 개가 영역 표시를 하기 위해서 뒷다리를 들어 오줌을 싸는 꼴이어서 쓴웃음이 나온다. 한때, 나는 시네필들이 히치콕이 헐리우드 황금기 시절에 만든 60년대 영화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할 때마다 일침을 놓고는 했다. " 너희들, 1926년에 만든 무성영화 < 쾌락의 정원 > 보았니 ? 안 봤다고?! 맙소사, 감독 데뷔작도 안 본 주제에 무슨 히치콕 팬이냐 ? "

 

< 열차 안의 낯선 자들 / Stranger on a Train, 1951 > 은 내가 중2병에 걸려서 장근석 허세 스타일을 완벽하게 완성하던 시절에 본 영화'다. 영화를 보기 전에 나는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이스미스 장편소설 < 낯선 승객 > 을 히치콕이 영화로 만들었는데 이 소설은 지금까지 내가 읽은 범죄 소설 가운데 열손가락 안에 뽑을 정도로 좋아했던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히자만 영화는 원작과는 내용이 전혀 달랐다. 처음에는 와와, 하다가 중간에는 어어, 하게 되었고,  결국 마지막에는 우우, 했다. 실망이 컸다. 심지어는 히치콕에게 배신감마저 들었다. 주먹 불끈 쥐었다. 일단, 출연 배우들이 그닥 매력있는 인물들이 아니었다. 히치콕 감독도 이 영화를 주력 상품'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 실패한 작품이군 ! " 나는 웃으면서 코 팠다. 

 

어제 이 영화를 다시 보았다.  유투브에 한글 자막이 깔린 이 영화가 돌아다니길래 " 밑져야 본전 " 이라는 생각으로 영화를 보았다. 처음에는 " ㅡ (으) " 자 자세로 침대에 누워서 보았다. 5분 정도 보다가 마음이 通하지 않으면 < 하이눈 > 으로 갈아타리라.  영화가 시작되면서 카메라는 택시에서 내리는 두 사람의 발걸음을 로우 앵글로 잡는다. 생각보다 좋았다. 5분이 지나자 나는 " ㄴ ( 니은 ) " 자세로 황급히 고쳐 앉았고 결국에는 " ㅣ (이) " 자세로 뻣뻣하게 일어나 새벽에 기립박수를 쳤다.  10년 만에 다시 본 < 열차 안의 낯선 자들 > 은 10년 전에 내가 본 그 영화가 아니었다. 꾀죄죄하고 쩨쩨하던 코찔찔이가 어느새 삐까삐까한 놈이 되어 동창회에 나온 꼴이다. " 놀라서 다시 본다 " 는 극찬은 < 두근두근 내 인생 > 이 아니라 이 영화에 헌정해야 할 듯 싶다.  도대체 십 년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원래 레이몬드 챈들러(였)다. 챈들러는 원작 줄거리가 히치콕이 제시한 줄거리( 트리트먼트 : 시나리오가 아닌, 대강의 줄거리 요약 ) 보다 우수하다고 목소리 높여 주장하며 개똥같은 소리를 하자 히치콕은 박차고 일어나 그 자리를 나왔다. 늘상 술에 취해 비틀거렸던 챈들러가 히치콕 뒤통수를 향해 " 뚱땡이, 망나니, 서해 짠 바다 뻘에서 놀던 개불같은 자식 ! 넌 커봐야 십 센티야, 이 자식아 !!!! " 라고 소릴 질렀다. 결국 레이몬드 챈들러가 쓴 시나리오는 폐기처분되었고 무명에 가까웠던 첸지 오먼드가 시나리오를 처음부터 다시 썼다. 히치콕은 첫 기획 회의 시간에 챈들러가 쓴 원고를 집어들고는 코를 막고 인상을 찡그리는 시늉을 하면서 쓰레기통에다 원고를 버리는 " 죽은 쥐새끼를 쓰레기통에 버리기 - 쑈 " 를 해서 챈들러에게 소심한 복수를 했다. ( 아, 위대한 챈들러를 이런 식으로 모독하다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

 

결과만 두고 말하자면 : 나는 하이스미스의 열렬한 팬이며 동시에 레이몬드 챈들러 소설도 좋아하지만 히치콕이 무명 작가인 첸지 오먼드가 쓴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든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장면들은 모두 오먼드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사실 오먼드가 시나리오를 쓰기는 했으나 사실 히치콕의 머릿속에 떠도는 이미지를 오먼드가 베꼈다고 하는 편이 맞는 말이다. 히치콕에게 중요한 것은 서사'가 아니라 기술'이었다.

 

이상한 짝패 관계인 가이와 브루노는 " 지킬과 하이드 " 를 빼다 박았다. 그들은 " 영혼을 서로 교류하는 - 더블, 러버, 도플갱이, 일란성 쌍둥이 " 다. 브루노는 가이의 " 어두운 마음 " 을 반영하는데, 그는 도덕적 검열 때문에 금지된 가이의 욕망을 거침없이 실천하는 쾌활한 하이드'이다. 아마도 히치콕 영화 속 악당 가운데 브루노만큼 매력적인 악당은 없을 것이다. 브루노는 < 케이프 피어 > 에 나오는 맥스 캐이디(로버트 드니로 역) 와 < 사냥꾼의 밤 > 에 나오는 미치광이 전도사(로버트 미첨 역)를 반반 섞어놓은 캐릭터'이다. 무엇보다도 이 이상한 짝패 영화는 동성애적 코드로 묶여 있다. 그 유명한 테니스 경기 장면에서 관중들은 공을 따라 고개를 기계적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다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리는데 브루노는 경기와는 상관없이 오로지 정면만 응시한다. 다음 경기에 나서는 가이'만 보고 있는 것이다. 일편단심 민들레다.

 

그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는 영화 곳곳에 숨겨져 있다. 그는 엄마로부터 손톱 손질(매니큐어를 칠한 것처럼 보이는... )을 받는 마마보이'이며 새처럼 재잘거린다. 반면 테니스 선수인 가이는 매력적인 이성애자 역할이지만 이 역을 소화한 팔리 그레인저'라는 배우는 실제로 게이'였다. 그는 히치콕이 48년도에 만든 < 로프 > 에서도 상대 배우인 존 달'과 함께 게이 커플로 등장했다. 그러니깐 이성애자인 로버트 워커(브루노 역)는 동성애자를 연기하고, 동성애자인 팔리 그레인저(가이 역)는 매력적인 이성애자를 연기한다. 말을 가지고 장난을 치자면 브루노는 guy이지만 gay'이다. 가이도 마찬가지다. 그는 실제로 gay이지만 극중 이름은 guy이다. 히치콕은 영화 속 동성애적 코드'를 몰랐다고 잡아뗐지만 그 말은 거짓말이 확실하다. 이 영화는 노골적으로 가이와 브루노를 게이 커플로 묘사한다.

 

이 기묘한 < 엇박자 앙상블 > 이 영화를 풍요롭게 만들었다. 둘은 모두 성적으로 모호하다. 이 성적 불균형이 묘한 긴장감을 유발시킨다. 이 영화는 열린 텍스트일 뿐만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매우 뛰어난 영화'다. 놀이공원에서의 살해 장면은 기괴함을 넘어 정교할 정도로 아름답다. 그리고 흥미진진한 회전목마 격투 장면은 지금 보아도 경이롭다. 스크린 프로세스로 촬영되었는데, 막말로 " 티 " 가 안난다.  감쪽같다 ! " 회전목마 폭발장면은 미니어처와 배경영사, 클로즈업과 다른 인서트들로 구성된 특히 경이적인 장면이었다. ( 히치콕 서스펜스의 거장, 패트릭 맥길리건 781쪽 ) " 이 영화를 다시 평가하자면 " 압도적 걸작 " 이다. 주연배우가 매력적인 영화는 사실 매력없는 영화일 가능성이 높다.

 

범죄 영화에서 영화를 풍요롭게 만드는 주체는 악당을 물리치는 주인공이 아니라 주인공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악당이다. 주연배우란 기본적으로 매력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그가 매력적으로 등장한다고 해서 영화가 돋보이지는 않는다. 그냥 주연배우가 돋보일 뿐이다. 하지만 악당이 돋보이면 영화 전체가 풍부해진다. 내가 아무리 입이 닳도록 이 영화를 칭찬한다 한들,  당신에게 와닿지 않을 테니 직접 이 영화를 보라. 후회하지는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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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다다 2014-04-10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간만에 이곳에 오는데 요즘에는 히치콕을 다루시네요. 이 영화도 봐야겠어요. 볼 때마다 놀라운 사람입니다..
페루애 님도 서재의 달인' 칭호를 받으셨네요.. 축하드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4-10 17:35   좋아요 0 | URL
별다 님이시구랴. 반갑습니다. 별다 님 볼 때마다 늘 뿌듯합니다. 됐고 !
히치콕 영화, 뭐.... 두 말 하면 잔소리죠. 이 영화 꼭 보십시요. 링크 걸어두었으니 보세요. 기똥차게 만들었습니다. 히치콕은 당분간 계속 다룰 것 같습니다.
 

 

 

 

 

 

 

 

 

 

 

 

 

 

 

 


 

 

 

 

 

쩨쩨하게 살자 !

 

 

 

10. 사노라면 + 사이코
 

 

 

 

들국화는 이렇게 노래한다 : 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 / 흐린 날도 날이 새면 해가 뜨지 않더냐 / 새파랗게 젊다는게 한밑천인데 / 쩨쩨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라 /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 비가 새는 작은 방에 새우잠을 잔데도 / 고운 님 함께라면 즐거웁지 않더냐 / 오손도손 속삭이는 밤이 있는 한 / 째째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좍 펴라 /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이 노래를 듣다가 문득 옛 청춘들에게는 그래도 희망이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에는 개천에서 용 나기도 했으나 어디 요즘 개천에서 용 나는 경우 있었던가 ? 강남 아이들이야 천만 원짜리 " 강남 족집게 과외 " 한 번 받으면 성적이 대나무 죽순처럼 죽죽 오르니 강북 이무기가 용써봐야 용이 되지는 않는다.

 

기껏해야 용쓰는 이무기 정도가 될 뿐이다. 원하는 대학에 들어간다고 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강남 드래곤들이 어학 연수를 다녀오는 동안 강북 이무기들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정을 넘기는 순간 유통 기한을 넘겨서 폐기처분해야 될 삼각 김밥과 우유로 허기를 달래야 한다. 이러한 < 차이 > 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계급을 만든다. 그리고 이 계급은 < 차별 > 을 낳는다. 전인권은 담배와 소주로 숙성한 목소리로 " ...... 날이 새면 해가 뜨지 않더냐 " 라며 맨발의 청춘을 위로하지만 요즘 청춘들에게 이 가사는 " 날이 새면 애가 타지 않더냐 " 처럼 들린다. 이제 "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밑천인 " 시대는 지났다. 대학 졸업하자마자 빚을 지고 시작하는 마당에, 씨부럴 ! 무슨 얼어죽을 놈의 한밑천인가. 빚이 한밑천이냐 ?

 

당신이 나에게 반지하 삼십 촉 알전구 불만 세력(루저)이 쏟아내는 한심한 낙담이라고 조롱해도, 나는 그 말에 딱히 반론을 제기할 생각이 없다. 나 또한 타워펠리스에서 이백이십 뽈트, 으리으리한 집에 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으니깐 말이다. 헤헤. (됐고!) 옛'부터 남자는 쩨쩨하게 살지 말고 당당하게 살 것을 주문했다. 남자는 먼곳을 바라봐야지 코앞에 있는 일에 신경을 쓰면 쪼잔하다는 소릴 들었다. 김수영 말마따나 사내새끼'가 전쟁터에 나가 총 들고 싸우지 않고 " 너스들과 스펀지를 만들고 거즈를개키고 있 " 으면 "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 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 쩨쩨하게 사는 모습은 사내새끼가 쪽팔리게 사는 모습 " 이다. 남자답지 못한 행동이니 가슴을 쫘악 ~ 펼치라고 주문한다. 전형적인 한국 식 성 역할 주문이다. 그래서 수컷들은 통 크게 논다. 월세 살아도 차는 중형 세단으로 뽑고, 술은 룸살롱 가서 아가씨 젖가슴을 주물러야 뽀대가 난다. 물론 모든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자도 이에 동조한다. 몸치장하는데 많은 비용이 드니 남성이 데이트 비용을 전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분빠이요, 셈셈이다. 여자 또한 한국 식 성 역할에 충실한 것이다. 여성이 생각하는 < 분빠이와 셈셈 > 의 데이트 비용 논리는 오히려 성평등을 거스른다. 스스로 시소를 기울이고서는 기울어졌다고 징징거린다. 누군가는 이 글을 읽고 사내새끼가 데이트 비용 따위 가지고 쩨쩨하게, 쪼잔하게, 옹졸하게 군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 나 쩨쩨한 인간이다. 손가방이나 들어 주고, 모든 데이트 비용을 감당하고, 중형 세단을 모는 게 대장부다은 사내라면 기꺼이 쩨쩨한 인간으로 남겠다. 한국 남성들에게< 쪽 > 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 쪽 " 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기에 " 쪽 " 은 팔아도 된다. 그런데 한국인은 쪽을 팔지 않기 위해 양심을 판다. 정작 중요한 것은 양심인데 말이다. 웩 더 독, 몸통이 꼬리를 흔드는 꼴이다. 한국 식 깡패 느와르 영화는 쪽을 팔지 않기 위해 양심을 파는 양아치의 몰락을 다룬다. 깡패는 자릿세 명목으로 말을 듣지 않는 포장마차 주인을 몽둥이로 두들겨 팰 정도로 양심이 없는 놈들이지만 쪽팔린 짓은 안 하려고 한다. ( 이 나이 먹고 나가 하리 ? ) 쪽에 살고 쪽에 죽는다는 면에서 그들은 쪽생쪽사다. 그렇다, < 쪽 > 은 양아치들이 애지중지하는 가치다. 양심만 팔지 않는다면 쪽 팔고 쩨쩨하게 살아도 된다. 가슴 쫘아악 펼치고 살 필요도 없다. 당신은 공작새가 아니지 않은가 ?

 

" 쩨쩨하다 " 는 형용사는 새가 짹짹거리는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그래서 < 쩨쩨하다 > 와 < 짹짹하다 > 는 서로 닮은꼴이다.  " 쩨쩨한 남자 " 라는 표현 속에는 이상하게 새처럼 조잘대는 남성 이미지가 엿보인다. 사실 남자에게 새'처럼 생겼다고 말하면 그것은 남성 모독에 해당된다. 새 같은 남자는 계집애 같은 남자애를 연상시킨다. 결국 쩨쩨한 남자'라는 표현에는 계집애 같은 남자'라는 이미지를 풍긴다. 영화 사이코'에서 베이츠 모텔 사무실은 온통 내장 없는 새의 거죽 껍데기들로 진열되어 있다. 이 지점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바로 쟈넷 리'가 연기한 메리언 크레인이라는 이름이다. 그녀는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불사조 이름과 똑같은 피닉스에서 왔다. 더군다나 크레인'은 학'이다. 그녀는 이미 내장 없는 신체가 되어 박제가 될 운명인 것이다.

 

히치콕은 영화 < 사이코 > 를 블랙 코미디'라고 말하고는 했는데 마리온 크레인'이라는 이름은 " marry on crane " 처럼 읽힌다. 아마도 히치콕은 그녀의 이름을 생각하고는 낄낄거렸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 마리온'은 결혼하지 않은 여자'로 설정되지만 그것은 단지 60년대 검열을 피하기 위한 자체 검열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영화 오프닝에서의 정사 장면은 뭔가 불법적인 느낌을 강하게 풍기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는 타락한 아이의 어머니'이면서 새이다. 노먼은 메리언 크레인과 늦은 저녁 식사를 하면서 끊임없이 조잘거린다.

 

 

" 당신, 당신은 새처럼 먹는군요... 어쨌거나 나는 새처럼 먹는다,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 그건 실제로는, 말, 말,말,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왜냐하면 새들은 정말 엄청나게 먹어대거든요. "

 

 

새는 주로 멍청한 여성들을 조롱할 때 쓰였다. 심술궂은 어린 여자를 거위라고 하거나 새대가리라는 식이다. 짹짹거리다는 곧 잔소리'다. 그러니깐 엄청나게 먹어댄다는 말의 속뜻은 쉴 새 없이 잔소리를 늘어놓는다는 속뜻이 숨겨져 있다. 그것은 쉴 새 없이 자신에게 잔소리를 늘어놓는 어머니'에 대한 불만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노먼 베이츠야말로 쉴 새 없이 짹짹거린다. 그는 남성적이기보다는 새처럼 가늘고 불안하며, 쉴 새 없이 짹짹거리며 조잘거리는 쩨쩨한 남성 이미지가 강하다. 그 이유는 나중에 밝혀진다. 노먼 베이츠(남성 육체)를 지배하는 사람은 죽은 어머니'였다.

 

 

자세한 내용은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86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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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4-04-09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기하의 싸구려커피가 수도권의 반지하 자취방 생활을 하는 짠한 청춘을 적나라하게 그려냈죠. 무척 공감이 가는 노랫말에 웃지만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정도의 웃음이죠. 정작 장기하는 그런 방에서 살아 본 적이 없다고 하네요.

그래서 폼생폼사인 수컷들을 저는 이성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냥 사회의 한 덜떨어진(?) 무리로 봅니다. 진화가 덜 된 것으로 이해하는 정도지요. 뭐 그 사람들 속에서 진짜 철학을 하는 사람들도 가끔 있는 것 같지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9 13:48   좋아요 0 | URL
전 폼생'은 하는데 폼사는 안 합니다. 폼 때문에 죽고 싶지는 않아요. 정말 멋진 인간은 폼사는 하는데 폼생은 안 하는 인간입니다.


장기하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일종의 스펙이죠. 라면 장사를 하더라도 서울대 나온 놈이 장사를 해야 신문 한 켠에 실립니다. 서울대 출신 라면 가게 사장.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다. 이런 거죠. 전 장기하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그가 만약에 지방대 나왔다면 그의 노래는 전혀 인정받지 못했을 겁니다. 하여튼 폼생폼사하는 놈들 보면 양아치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9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격세지감을 느낀다. 사이코를 보기 위해 별짓을 다했던 옛일을 생각하면 말이다. 이거 유투브 가면 히치콕 영화는 무한정 공짜다. 아마 지금까지 모든 메인 타이틀 시퀸스를 통톨이서 가장 위대한 타이틀 시퀸스는 < 사이코 > 다. 환상적이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9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알겠지만 히치콕은 반드시 자신이 만든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6분 40초에 등장한다. 창밖에 히치콕은 행인 1로 능청스럽게 뒷모습을 보여준다.

쩨쩨하게 짹짹거리는 노먼 베이츠는 27 : 00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사무실에 있던 경리 (쟈넷 리 말고.. ) 가 바로 히치콕 딸이다. 은근 닮았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9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사이코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13분부터 시작된다. 이 영화가 걸작은 이유는 13분부터'에서 시작해서 모텔를 찾기 전까지다. 정말 기가 막히게 좋다. 히치콕은 차 드라이브를 가장 예술적으로 찍는 감독이다. 이 사람보다 차 드라이브를 멋지게 찍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특히 < 현기증 > 은 최고, 최고다 !!!!!!!!!!!!!

취련 2014-04-09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ㅋㅋㅋㅋㅋ 뭐라 열라 주절주절했는데.... ㅡ.ㅡ;;
강남 어쩌구리 하는 말에서 급 열받아서 [중딩학부모다보니 시골촌구석에 산다고 꿈조차 시골스럽게 낮추는게 낫지 않냐고 말하는 학모들이 있어서요 ㅋㅋㅋㅋㅋ] 막막막 글쓰는데 투자해야 하는 타이핑 솜씨를 여기서 발휘했는데
날아가버렸시유 아 댕장..... ㅋㅋㅋㅋ



그래서... 그냥 사족~~~~쓰지도 않고 사족~~~~~


요즘 미드 베이츠모텔 시즌 2를 하는데요
아주~~~ 재미있습니다.
물론 히치콕 원작에 비할 바 있겠습니까마는
아주그냥 볼만합니다

설정이 사이코가 왜 됐을까~~라는 어릴적 배경을 삼은거라서
원작과 이게 이리 연결되는걸까?? 하면서 몇십년의 공간을 건너뛰는 재미??
뭐라니....으흐흐흐~~~~~



미워요 췌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9 16:33   좋아요 0 | URL
그 마음 이해합니다. 열라 썼는데 싹 지워지면 전 못 쓰겠더라고요. 성질나서...
그런데 취련 님은 삭히고 쓰시는군요. 전정한 성인이십시다.
그나저나 오랜만이시군요..

베이츠 모텔 시작했군요. 재미있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습니다. 티븨를 안 보다 보니
못 보게 되네요. 한번에 몰아서 보도록 합죠.

그나저나 천재소녀가 벌써 중학생이 되었군요. 녀석 알아서 잘 크는구만... 후후...

만화애니비평 2014-04-10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들이 무조건적인 남성쓰기 문제죠. 근데 그녀가 아름답게 치장하고 노력하는 것은 인정하는 바입니다. 대신 짜증나는 것은 그런 남자와 같이 즐거움을 위해 노력하는 반면 그러지 않은 자리에서도 남자가 돈쓰라고 하면서 적당히 입고 오는 생각이 짜증나죠. 그러면 동일조건입니다. 여자도 계속 만나면 남자만 쓰는게 아니라 자신도 조금씩 부담하죠.

그런데 문제는 그런 치장이라도 트렌드가 있으니 가방에 옷에 구두에 빠지면 결국 빚으로 사는 것은 둘 다 마찬가지이겠지요. 아무튼 TV가 모든 것을 망칩니다. 김치녀나 된장녀로 여자를 비난해도 그 비난을 만든 주체자는 미디어고, 그것은 남자들은 돈 많으면 오케이고, 다른 것은 필요없어라는 남성중심문화죠. 핀트나간 비난의 꼬리는 계속 범남범녀만 힘들게 합니다.

아무튼 곰곰발님 보고잡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4-10 12:33   좋아요 0 | URL
ㅎㅎㅎ. 이판사판'이라는 말이 있죠. 여기서 이판'은 스님이 기도에 정진하는 것을 말합니다. 반면 사판'은 절 살림을 맡아서 하는 일을 뜻합니다. 스님이 이판에만 몰두하면 절 살림은 엉망이 되고,그렇다고 사판에만 몰두하면 공부를 소홀히 하게 되죠. 그렇다고 이판을 하면서 사판을 잘하면 되는데 인간이란 이게 안 됩니다. 그래서 이판사판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죠. 직장 맘도 마찬가지잫아요. 가정에 충실한 것인가 아니면 직장 생활에 충실할 것인가. 가정에 충실하면 직장 생활을 소홀히 하게 되어서 승진에 문제가 있고, 직장에 중점을 두면 가정에 소홀해서 가족 문제가 발생하죠. 둘 중 하나는 희생해야 합니다. 이것을 손실'로 치는 게 바로 기회비용인데 모든 선택에는 손실이 따르죠. 그런데 여성들이 미용비용을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당연한 손실로 인정하지 않고 그것을 보상받는 차원에서 데이트 비용을 모두 남성에게 전가시키는 것을 얌체'죠. 예뻐 보이려고 하는 것은 욕망일 뿐이지 그것이 상대방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아무튼 함 봅시다. 막걸리나 마십시다요.
 

 

 

 

 

 

 

 

 

 

 

 

 

 

 

 

 


 

 

 

 

 

 

지구'는 내가 지킨다잉!

 

 

 

9.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 어벤져스

 

 

아버지는 성탄절이 되면 " 오리온 과자 종합 선물 세트 " 를 사 들고 오셨다. 상자를 열면 그 안에는 온갖 주전부리가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어서 기뻤지만 이내 동생과 나눠야 한다는 사실에 우울했다. 사탕 네 개를 고를 것인가, 아니면 껌 한 통을 고를 것인가 ?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버지의 선택은 그리 합리적인 소비 형태'라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상자 속 과자들 대부분은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없어서 잘 팔리지 않는 제품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일종의 재고 정리'였다. 차라리 그 돈으로 내 입맛에 맞는 과자를 맘껏 고르는 게 낫다. 영화 < 어벤져스 > 를 보면 오리온 과자 종합 선물 세트 같다. 뚜껑을 열면 그 안에는 아이언맨, 토르, 헐크, 캡틴 아메리카, 블랙 위도우, 호그 아이 따위가 진열되어 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했던가 ?

 

영화는 끊임없이 볼거리를 제공하며 관객에게 " 딴생각 " 하지 말 것을 강요한다.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이야말로 블록버스터'가 지향하는 미덕이니깐 말이다. 어어, 하다가 와와, 하며 박수를 치다 보면 어느새 영화는 끝난다. 그리고는 아무 생각  없이 정신 나간 사람처럼 2시간 동안 반응했다는 사실에 바보가 된 느낌이 든다.  관객을 바보로 만드는 이들이 서울에 입성했다. 보아 하니 지구의 평화를 위협하는 악당들이 서울이라는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 모양이다. 이에 슈퍼히어로들이 힘을 합쳐 악당을 물리치고 결국에는 찬란한 태양이 지구를 비추리라( - 뭐, 이런 내용이겠지 ? ) 서울 시민이여, 폐허가 된 도시는 걱정할 필요 없다. 악당들이 신나게 때려부순 마포대교와 63빌딩은 이명박에게 맡기면 된다. 요즘 그 양반, 한가하니깐 말이다.

 

대만 감독 차이 밍량이 이런 소리를 했다. " 나쁜 영화는 지구의 종말을 걱정하는 영화이고, 좋은 영화는 자신의 내일을 걱정하는 영화다. " 이 말에 무릎 탁, 치고 아, 했다. 맞는 말이다. 슈퍼히어로는 스케일이 " 큰 재앙 " 에만 관심을 보인다. 뱁새들 노는 마당에 백로가 놀 수는 없다는 태도'다. 그들은 세계 평화와 정의를 지키기 위해 두 주먹 불끈 쥐며 세계 치안'을 책임지겠다고 큰소리 뿡뿡 치지만 자국 내 치안 문제를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진다. 그들 안마당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면서 거창하게 세계 치안 따위나 걱정하니 하는 꼴이 가관이다. 마블 슈퍼 히어로들은 " 작은 재앙 " 에는 관심도 없고 오로지 " 큰 재앙 " 에만 관심을 쏟는다. 총기 난사 사건 따위는 지구 종말 사건에 비하면

 

얼마나 째째하고, 꾀죄죄하며, 옹졸한 사건인가.  김수영은 <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 라는 시에서 옹졸한 짓만 골라서 하는 자신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폼 나는 짓만 골라서 하려는 지식인의 지적 허세를 은근히 지적한다.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스들과 스펀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이 이 스펀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누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마 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 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 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들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

정말 얼마큼 작으냐

 

 

 

이 시에는 푸른 해원을 향해 흔드는 노스텔지어의 손수건 따위는 없고,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는 겨겨겨겨격정 신파도 없으며, 왜 사냐는 질문에 그냥 웃는, 동문서답도 없다. 시인은 날것 그대로인 일상을 마음 속 검열 없이 폭로함으로써 " 시인 " 이라는 낭만적 가객 이미지를 낱낱이 부순다. 그는 김지하처럼 투사도 아니며 서정주처럼 절대 미학을 탐하는 자도 아니다. 그저 갈비에 기름덩어리만 잔뜩 붙어 나오길래 화딱지가 나서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며 먹거리 엑스 파일에 제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시인이 있을 뿐이다. 이게 무슨 시인인가 ! 그런데 바로 그 점 때문에 그는 위대한 시인'이다. 시인이 쪽팔리게 닭벼슬도 벼슬이라고 구청 직원이나 동회 직원에게는 말 한마디 못하면서 애먼 야경꾼에게 잔소리를 퍼부었지만, 적어도 그는 양심을 팔지는 않았다. 김수영은 쪽은 팔더라도 양심은 팔지 않은 시인'이었다.

 

다시 한번, 차이 밍량'을 인용하자면 나쁜 영화는 지구의 종말을 걱정하는 " 척하는 " 영화이고, 좋은 영화는 자신의 내일을 걱정하는 영화다. 쪽은 팔아도 된다. 째째하게 굴어도 된다. 어깨를 쩍 벌릴 필요도 없다. 양심만 팔지 않으면 된다. 오늘도 서울 한복판에서 지구의 종말을 막기 위해 열심히 싸우는 어벤져스 팀에게 딱 한마디만 하고 싶다. " 너나 잘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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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 2014-04-08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의 영웅주의죠
커다란 재앙"의 해결사는 또
늘 미국에서 나와야 하구요.

며칠 못 들렀는데
역시.
새로운 글들로 끝없이 눈과 코를 간질거리게 하시는군요
봄날의 꽃가루 같은 양반.

그나저나
저 시 재미있네요
참 옹졸해서요 저도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8 18:33   좋아요 0 | URL
미국 영웅주의 이젠 좀 신물이 나죠.
전 어벤져스 이런 영화가 그냥 애니메이션 같아서
흥분이 안 되더라고요.

rendevous 2014-04-09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쓴 리뷰로 김수영 시, 산문 전집 받았는데 페루애 님 글 읽으니까 빨리 정독하고픈 마음이 불끈불끈 듭니다 ^^ 제 친구가 좀 있으면 군대 가는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를 하루 차이로 못 본다는데 아쉬움을 표하는데 그걸 보고 있자니 마음이 복잡미묘, 멜랑꼴랑 ... 물론 저도 누구보다도 옹졸한 마음의 소유자지만!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9 10:48   좋아요 0 | URL
저도 스파이더맨 좋아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건 그냥 만화려니 보는데 인디펜더스데이 같은 영화 혹은 쉰들러리스트 같은 영화 보면 속이 터집니다.
제가 안철수를 싫어하는 이유는 거대 서사만 취하기 때문이죠. 새정치 ? 이젠 안천수도 하늘에서 내려와서
치열하게 밑바닥과 공유를 해야 합니다. 문학도 마찬가지라 생각해요. 그나저나 언제 날 잡아서 한 잔 합시다.

수다맨 2014-04-09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밍량이 말한 좋고 나쁜 영화의 정의, 훌륭하네요. 김수영 시도 좋구요.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시인이건 영화건 예언자 흉내내는 겁니다. 자기 내일도 모르는 주제에 인류의 앞날을 걱정하는 척, 하는 사람들 보면 다 쌈마이 같습니다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9 10:50   좋아요 0 | URL
밍량이 한 말 좋죠 ? 영화가 끝내주죠. 영화 보고 나면 한 1시간 동안은 계속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 양반 애정만세 보고 나서 몇 시간 머리에서 계속 빙빙 돌더군요....
문학인이야말로 허세가 쩌는 부류라 생각합니다. 글 좀 썼다 하면 거대 담론 말하기 좋아하죠.

마립간 2014-04-09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 글에서 '척'은 빼고 읽겠습니다.

저에게 대해서 이제는 어느 정도 아시겠지만, 저는 1) 본질 2) 장기적 맥락 3) 단기적 맥락에서 3)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선 순위에서 제일 뒤처집니다. 저는 플라톤-노자주의자로 대중(다중)지성을 무시하지 않지만, 엘리트주의입니다. 2)번에 의해 아웃사이더이기도 합니다.

(저의 해석은) 김수영은 '양심'을 근간으로 단기적 맥락을 무시하지 말라고 합니다. (오히려 하나만을 생각한다는 점에서 원리주의자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양심의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요?
저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 국가를 경영했던 어떤 분의 경우는 양심을 거스른 것이 아니고, 양심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9 10:53   좋아요 0 | URL
이제 슬슬 마립간 님이 말씀하시는 맥락'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처음엔 무슨 말이지 했는데 이제는 뜻을 알 것 같습니다. 저는 장기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 편입니다. 단기적 맥락을 지키면, 이것이... 그러니깐....
단기적 실천은 없이 장기적 안목만 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 생각합니다.
단기적 실천이 되어야 장기적 실천 또한 이루어지는 거 아니겠습니까.

마립간 2014-04-09 12:47   좋아요 0 | URL
최근 수학(본질)과 현실 상황 및 맹자를 읽고 단기적 맥락에서 어떤 가치를 두어야 할지 고민하는 중입니다. 분명히 단기적 목표를 성실하게 수행했더니 장기적으로 큰 성과가 나는 것이 있습니다. 또한 장기적 목표에 집중했는데, 상황이 바뀌어 장기적 목표가 의미가 없어지기도 합니다. 실증적으로는 생명의 진화가 장기적 목표를 갖고 진행된 것은 아니지요.

그럼에도 저와 같은 사람들은 장기적 목표를 놓지 않습니다. 코끼리 새끼는 어른이 되기 위해 태어날 때부터 굵은 다리를 갖고 태어나죠.

좀더 곰곰발님의 의견을 듣고 싶었던 것은 '양심'입니다. 양심이 없는 사람에게 양심을 운운하는 것은 의미없지 않을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9 14:31   좋아요 0 | URL
양심이 없는 놈에게 양심이 없으니 양심을 가지라고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게 아니라 의미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죄를 지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 가두는 게 상책이 아니라 죄'를 알려주는 게 중요하니깐 말입니다. 죄인에게는 끊임없이 죄가 파생시킨 결과를 깨닫게 하도록 말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양심없는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가 싶습니다. 양심 있는 자에게 양심에 대해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립간 2014-04-09 15:59   좋아요 0 | URL
어떤 사람에게는 양심을 가지라고 해도 소용이 없을지 모르나 어떤 사람에게 의미가 있을 수 있지요. 그런 의미에서 곰곰발님의 이야기가 맞습니다.

그런데 제가 양심이 없다고 한 것은 ; 양심이 임의적이지 않냐 하는 것이죠. (제가 양심이 없다고 한 그 분, 스스로는 양심이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9 16:37   좋아요 0 | URL
하긴 양심이 좋을 량'을 써서 좋은 마음이잖아요. 양심이 없다는 말은 좋은 마음이 없다는 뜻.
전 양심 없는 놈이 양심 없다는 사실을 알 것 같아요.. ㅎㅎㅎㅎㅎㅎㅎㅎ
이명박도 자신이 양심 없는 자란 사실을 알고 있을 겁니다.

푸르푸르 2014-04-09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자칭 예술가들을 별로 안좋아하는 이유가
시인들을 안좋아하는 이유가 문학인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안좋아하는 이유가

세상 모든 고민 다 싸안고 혼자 쳐외로워하는 혼자만 아픈 것처럼 쫑알대는 그러 부분이예요

반대로 제가 카프카 채플린 다자이 오사무 김수영을 좋아하는 이유가
별 것 아닌 자신과 우스꽝스런 자신을 거리를 두고 잘 들여다볼 줄도 알고 드러낼 줄도 알아서고요.

어쨌든 이제 저의 소멸에 대해서도 리뷰를 부탁드립니다 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9 14:32   좋아요 0 | URL
빙고 ! 소멸이라면 ?! 아, 오쉬프 님이 쓰신 그 시 말씀하시는 거군요 ? ㅎㅎㅎㅎ. 그 시집에 대해 쓴 글이 있습니다. 허허허....

하여튼 저도 오쉬프 님의 견해에 동감합니다. 정말 쫑알대는 거 지겹습니다.

samadhi(眞我) 2014-04-09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수영 전집을 보관함에만 몇 년 째 넣어두고 책값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던 쪼잔한 제게 책을 사게 만드는 시네요^^.
참 자잘하게 쓸데없는 것에 과하게 신경쓰며 사는 인생도 괜찮다. 해주는 것 같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9 14:33   좋아요 0 | URL
시와 거리를 두시는 분도 계시니 산문을 먼저 권합니다. 둘 다 뛰어나지만 산문도 정말 기가 막혀요. 굉장한 책입니다. 한국 작품 중 다섯 순가락 안에 뽑습니다.

봄밤 2014-04-10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쁜 영화는 지구의 종말을 걱정하는 영화이고, 좋은 영화는 자신의 내일을 걱정하는 영화다' 다시 한번 적어요.
어벤져스와 김수영을 엮다니. 시를 읽는 방법이 무궁합니다. 영화와 시를 엮는 기획, 쭈욱 응원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4-11 12:18   좋아요 0 | URL
문장 사용료는 차이 밍량'에게 보내주십시요. 밍량 영화 좋습니다. 한번 보십시요 ~
영화와 시를 엮으려고 하는데 이게 제가 시를 읽지 않아서 한계가 오네요....
 

 

 

 

 

 

 

 

 

 

 

 

 

 

 

 

 


 

 

 

천우신조 ㅣ 하늘에서 비가 내리니, 신이 그를 돕다.

 

 

8. 두보 시선 +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

 

 

 

 

 

 

 

春夜喜雨(춘야희우)

 

                     杜甫(두보) 

 


好雨知時節(호우지시절)  반가운 비는 시절을 알아
當春乃發生(당춘내발생)  봄이 되니 내리네
隨風潛入夜(수풍잠입야)  바람 따라 몰래 밤에 들어와
潤物細無聲(윤물세무성)  소리 없이 촉촉이 만물을 적시네
野徑雲俱黑(야경운구흑)  들길은 구름이 낮게 깔려 어둡고
江船火燭明(강선화촉명)  강 위에 뜬 배는 불빛만 비치네
曉看紅濕處(효간홍습처)  새벽에 붉은 빛으로 젖은 곳을 보니
花重錦官城(화중금관성)  금관성이 꽃으로 겹겹이 덮여 있네
 

 

好雨(호우)는 때맞춰 내리는 단비'를 뜻한다. 비'는 계절에 따라 이름이 각각 다르다. < 목비 > 는 봄철 모내기 할 무렵에 한목 오는 비이고, < 잠비 > 는 여름철에 내리는 비를 뜻한다. 옛날에는 농경 사회'였으니 여름에 굵직하게 거세게 퍼붓는 " 자드락비 " 가 내리면 일을 못하니 방에서 낮잠을 잔다고 해서 ' 잠비 ' 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속담 가운데 " 가을비는 떡비 " 라는 말도 있다. 잠비와 같이 비가 오면 일하러 나가지 못하게 되니 " 집 안에서 넉넉한 곡식으로 떡이나 해 먹고 지낸(네이버 국어사전) " 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밖에도 가랑비, 달구비, 먼지잼, 보슬비, 부슬비, 이슬비, 비꽃, 여우비, 웃비, 소나기, 자드락비, 채찍비, 단비 등이 있다. 어느 시인이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했던가 ?

 

비는 계절에 따라 그 이름이 각각 다르고, 비 오는 양이나 형태에 따라서도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마음의 상태'에 따라서도 다르다. 단비'는 계절, 강우량, 형태에 영향을 받는다기보다는 간절히 원할 때 내리는 비'에 부여된 이름이다. 봄 가뭄에 내리는 비도 단비요, 무더울 때 내리는 비도 단비'다. 개인적으로 퇴근 무렵 내리는 겨울비'가 내게는 단비'다. 술 한 잔 하기 좋은 비다.  비와 관련된 낱말이 많다는 사실은 농경사회에서 비'가 매우 중요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무엇보다도 때맞춰 내리는 단비는 반가운 손님과 같았으리라. 그래서 한국인은 " 비가 내린다 " 라고도 표현하지만 " 비가 온다 " 라고도 표현한다. 특히 단비일 경우는 단배가 내린다는 표현보다는 단비가 온다고 표현한다. 그렇다, 단비는 내리는 게 아니다 오는 것이다 !  

 

두보의 < 춘야희우 > 는 " 단비 " 에 대한 시'다. " 好雨 " 은 " 時節 " 을 안다. 마치 덕이 있는 사람이 仁을 알아보듯이 말이다. 그래서 " 當春乃發生 / 봄이 되니 내 " 린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 번역이 못마땅하다. " 봄이 되니 내리네 " 라고 하기보다는 차라리 " 봄이 되니 찾아왔네 " 라고 해야 더 운치가 있지 않을까 ? " 隨風潛入夜 / 바람 따라 몰래 밤에 들어와 " 에서 < 入 > 은 위에서 아래를 향하는 방향성이 아니라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뭐, 어디까지나 개인적 판단'이다. 됐고 ! 두보는 봄밤에 봄비가 오는 풍경을 본다. 봄이 오니 봄비가 찾아오고, 봄비가 오니 물비린내를 맡은 꽃이 활짝 피기 시작한다. 겹겹이 덮여 있다. 허진호 감독이 만든 < 호우시절 > 이라는 영화 제목은 바로 " 好雨知時節  " 에서 빌려왔으나 아쉽게도 영화는 시적이기는커녕 가장 지루한 영화'였다.

 

반짝이는 데뷔작 이후, 그는 계속 밋밋한 작품들만 쏟아내서 이제는 그가 만든 영화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는다. 영화 < 봄날은 간다 > 에서 유지태가 이영애에게 "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 " 라고 달달하게 물었을 때, 나는 속으로 " 바보야, 문제는 사랑이 변한다는 거야 ! " 라고 외쳤다. 허진호는 몰라서 순진한 걸까,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 까부는 것일까 ? 모를 일이다. 이재용이 감독하고 배용준, 전도연, 이미숙이 연기한 <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 > 라는 영화를 보면 하늘에서 비가 내려 천하의 소문난 오입쟁이 선비'를 돕는 장면이 나온다. 내용은 다들 아시리라. 배용준은 1%다. 잘생긴 얼굴에 명문가의 후손. 더군다나 그림에 능하고 언변에 능했으니 흠잡을 데 하나 없는 귀족'이다. 비주얼도 되는데 실력도 갖추었으니 그 아무리 견고한 의자라 해도 그 앞에서는 모두 다 자빠진다. 그에게 섹스는 게임'이다.

 

람 심리'란 준다고 하는 놈은 싫고, 싫다고 하는 놈에게는 끌리는 법 아닌가 ? 그는 명문가 과부인 숙부인 정씨(전도연)을 자빠뜨릴 계획을 꾸미지만 전도연 역시 호락호락 넘어갈 여자가 아니다. 숙부인 정씨는 26년 동안 단 한번도 자빠진 적이 없다. 하지만 포기할 그가 아니다. 그는 비 오는 궂은 날씨에 그녀의 집을 찾아간다. 그새 비는 그쳤으나 옷은 홀딱 젖었으니 초라하기 그지없다.  물론 여자는 거절한다. 남자가 하늘을 보며 나즈막히 말한다. " 부인의 마음을 알았소. 이만 돌아가리다. 그런데 하늘을 보니 다시 비가 올 것 같구려...... " 그때 때마침 비가 온다. 멀리서 찾아온 손님을 그리 야박하게 내쫒는 건 예의가 아닌지라 여자는 그에게 " 사랑채 " 를 내주었으나 그만 " 사랑 " 을 나누게 된다. 天佑神助(천우신조)란 말을 살짝 뒤집어서 天雨神助라 할 만하다. 하늘에서 때마침 비가 오니 신이 오입쟁이를 돕는지라......

 

이로써 27년 간 단 한번도 쓰러진 적이 없었던 튼튼한 의자는 다 자빠져서서 후대에 " 품행이 심히 방탕하고 난잡하며 정조 관념 또한 너덜하여 실제로 존재했을까 싶은 의자 " 가 되었다.  천하의 오입쟁이 남자가 전한 말에 의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 오, 가슴 ! " 에 도달했다고 한다. 남자에게 있어서 그날 내린 비는 " 호우 " 요, 단비'다. 비록 그 단비'로 인하여 비극적 결말을 맞았지만 말이다. 옛말에 " 가라고 가랑비 오고, 있으라고 이슬비 온다 " 는 말이 있다. 내용은 이렇다. 눈치없는 객이 집에 가지 않고 밤새 술이나 마실 요량이니 주인이 꾀를 내어 밖을 보며 " 가라고 가랑비 온다 " 고 말한다. 그러자 엉덩이가 무거운 손님이 " 예끼, 이 사람아 ! 이게 어디 가랑비오. 있으라고 이슬비 오는구만...... " 고 농을 친다는 우스개.

 

아마도 바람둥이 선비가 숙부인 정씨 집을 찾아갔을 때 내린 비는 이슬비'였던 모양이다. 그날, 그는 숙부인 정씨 집에서 열흘을 머물렀으니 말이다. 나도 열심히 마음 수양을 하여 남들에게 가랑비가 아닌 이슬비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오늘의 일기는 여기서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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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4-04-07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농경사회인 우리에겐 비님이 오시는 거죠. 저는 주요한의 빗소리 라는 시를 참 좋아합니다. 주요한 하면 불놀이만 떠올리는데 대학1학년 땐가 무심코 집어든 "실천문학" 잡지에 실려 있는 이 시를 보고 좋아서 한참을 꿈을 꾸는 기분이 들었지요. 그래서 비만 오면 이 시가 생각납니다. 주당들은 비를 좋아하기 마련이죠. 술을 부르는 비님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8 02:49   좋아요 0 | URL
주요한의 무슨 시인데 그럽니까 ? 알려주세요....

samadhi(眞我) 2014-04-08 10:17   좋아요 0 | URL
빗소리
주요한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우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이지러진 달이 실낱같고
볕에서도 봄이 흐를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둔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뜰 우에 창 밖에 지붕에
남 모를 기쁜 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시어가 참 고와서 창호바른 방문 너머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다정한 손님같이" 라는 부분에선 막 설레고.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8 11:04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다정한 손님 같이라.....
확실히 한국인은 비를 반가운 손님이라 생각한 거 같습니다.
그러니까 <오다 > 라는 표현을 썼겠지요.
이 시 좋은데요. 허허허...
카스테라게 우유에 촉촉하게 녹는 느낌입니다.

새벽 2014-04-08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天雨神助... :)
그러고 보니 몇 년 전 봤던 허진호 감독 영화 중 [호우시절]이 있었어요.
그 영화 속 비와 이 영화 속 비가 너무 다르다는...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8 02:49   좋아요 0 | URL
이 글에서도 호우시절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ㅗㅁ곰손 2014-04-08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만취이~~


ㅎㅎㅎㅎ


잘자라 곰발..
(아니다, 낮이니깐 )잘 살아라 곰발.. ㅋㅋ

아, 글고보니 너한테 잘살아,란 말 무진장 많이한듯ㅋㅋㅋㅋㅋㅋ

음.. 그건

정말 너가 잘살았음 해서야. ^-^!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8 11:45   좋아요 0 | URL
아니 대낮부터 취하고 있어 !
하긴 새벽에 일하고 낮에 잠을 자는 사람에게는 낮에 술 마시는 시간이기는 하지.
하지만 적당히 마셔라. 만취는 좋지 않아. 그냥 알딸딸이 좋긴 한데
이게 잘 안 되지. 알딸딸할 때가 바로 진짜 술을 간절히 원하게 되거든...ㅎㅎㅎㅎㅎㅎ

곰곰손 2014-04-08 12:5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뭬얏?
적당히마시라늬? 넌 니나 잘해라!
ㅋㅋㅋㅋ

잘자~사랑스런곰발탱이야!!

아맞다,나..맥카시 이제야 읽는다.
그르게.. 참 좋다 이사람도.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8 14:13   좋아요 0 | URL
매카시 좋지. 건조한 문체가 좋아.
헤밍웨이와 존스타인벡을 섞고 여기에 뭔가는 잘 모르겠는데
하여튼, 좀 허세가 보이기도 하면서, 또 유머 감각이 있단 말이야.
내게는 유머감각이 있는 것처럼 보여...
노인을 위한 나라.. 봐바... 끈내주잖아.
하여튼, 알탈탈할 때까지 마셔 ! 술은 좋은 거야.....

뚜뚜루 2014-04-08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사실 '봄날은 간다'에 큰 감흥이 없었엉쇼. 되게 밋밋하고 퍽퍽하다는 느낌이었는데.. 화면이 촌스러워서 그런 건지요. 아무튼 '봄날은 간다'는 그렇다 쳐도 허진호의 후기작들도 보는데 정말 별로더라고요... 음..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8 18:34   좋아요 0 | URL
뭐 나쁘지는 않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호들갑스럽게 좋은 영화라고도 할 수 없는,
봐도 되고 안 봐도 되는 영화들이 후기작들에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허진호의 한계인 듯합니다.

수다맨 2014-04-09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캔들은 배용준과 전도연이 하는(!) 장면이랑 맨 마지막에 첩으로 들어온 여자가 정실되는 부분만 생각나네요. 그다지 재미는 없었는데 묘한매력이 있었던 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9 10:56   좋아요 0 | URL
아, 맞다. 첩이 나중엔 정실이 되죠 ? 자막 오를 때 에피소드에서 말이죠.
이 영화 원작이 소설 위험한관계입니다. 존말코비치가 출연한 영화도 있죠.
전 둘 다 재미있더라고요.

다만 이 영화에서는 규방 디자인을 너무 근사하게 다뤘어요.
 

 

 

 

 

 

 

 

 

 

 

 

 

 

 

 

 


 

 

 

 

 

질병과 속도.

 

7 : 오감도 + 초록 물고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히트상품은 나폴레옹과 백화점'이다. 몽마르세, 쁘랭탕처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백화점이 이미 1800년대 프랑스에서 시작되었으니 백화점은 프랑스가 발명한 발명품이 틀림없다. 이러한 방식이 미래 사회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란 사실을 간파한 이는 그 유명한 발터 벤야민이었다. 그래서 그는 < 아케이드 프로젝트 > 란 책을 쓰기도 했다. 백화점의 전신이 바로 아케이드'다. 백화점에서 선보인 제품 진열 방식'은 획기적이었다. 사전 식 배치가 아닌 카테고리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백화점은 가나다라 순으로 배치를 하던 방식을 과감하게 던지고 비슷한 제품끼리 끼리끼리 모아서 진열을 했다. 예를 들면 3층 전체를 큰 카테고리를 패션으로 묶은 후, 여기서 다시 중간 카테고리엔 남성 의류와 여성 의류로 분류하고 여기에 작은 카테고리로 악세서리, 피혁 제품 따위로 나누는 방식이다.

 

말 그대로 수백 켤레의 구두를 한 공간 안에 몰아넣어서 진열하는 방식'이다. 현대인에게는 이러한 방식이 익숙한 풍경이지만 당시에는 스펙타클이었다. 무엇보다는 이러한 진열 방식은 소비자가 직접 다양한 상품을 비교 평가할 수 있어서 알뜰한 소비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었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 끼리끼리 모아서 상품을 진열 방식은 도리어 과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 당신은 비교 평가가 가능하기에 알뜰한 소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비교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에 과소비하게 된다. 백화점 내 공간 안에 상품을 나열할 때 동일한 가격대인 상품만을 진열하지는 않는다. 만 원짜리 시계가 있는가 하면 일 억짜리 시계도 있다. " 아이쇼핑 " 이라는 흔한 말이 있듯이 눈요기'는 공짜다. 만 원짜리 시계를 보다가 십만 원짜리 시계를 보면 만 원짜리 시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이런 식으로 결국에는 일 억짜리 시계를 구경하기에 이른다. 그렇다면 당신은 애초에 만 원짜리 시계를 살 결심을 지킬 수 있을까 ? 아마, 당신은 처음 가졌던 소비 계획을 버리고 십만 원짜리 시계나 이십만 원짜리 시계를 고른 후 일 억짜리 시계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으니 과소비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착각이다. 당신은 애초 계획과는 달리 구 만원을 초과한 상태다. 내가 이 지점에서 하고 싶은 말은 끼리끼리 모아두면 서로 비교하고 평가하며 경쟁한다는 점이다. 조폭 영화'가 주는 교훈은 정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초록은 동색이라거나 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이 말도 안되는 말이 되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는 점이다. 이제는 한국 식 장르'가 되어버린 대표적 조폭 영화들 : 비열한 거리, 넘버3, 신세계, 범죄와의 전쟁, 초록 물고기'는 그놈이 그놈인 놈들끼리 모이면 서로 편이 되기는커녕 편을 가르며 치열하게 싸우는 군상을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니깐 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은 거짓말이다. 조직 구성원들은 서로 비교 평가를 하며 배신을 때릴 뿐이다. 그들은 필요에 의해 뭉쳤지만 목표는 모두 다르다. 조폭이란 인간 불량품들만 진열한 점포의 세계'이다. 그들은 주먹으로 세를 불리겠다는 필요에 의해 의리 따위로 뭉치지만 속내는 조직 내 우두머리가 되는 것이다. 이상은 시 < 오감도 > 에서 비슷한 놈들끼리 좁은 공간에 몰아넣은 후 모더니즘적 증후'를 읽어낸다.

 

 

13人의兒孩가道路로疾走하오.
(길은막다른골목길이適當하오.)

第1의兒孩가무섭다고그리오.
第2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3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4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5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6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7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8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9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10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11의兒孩가무섭다고그리오.
第12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13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13人의兒孩는무서운兒孩와무서워하는兒孩와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事情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中에1人인兒孩가무서운兒孩라도좋소.
그中에2人의兒孩가무서운兒孩라도좋소.
그中에2人의兒孩가무서워하는兒孩라도좋소.
그中에1人의兒孩가무서워하는兒孩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適當하오.)
13人의兒孩가道路로疾走하지아니하여도좋소.  

 

                                         - 이상, 오감도 시 제 1호.

 

 

우선 이 시는 포화 상태에 따른 폐소 공포를 다룬다. 시인 이상은 의도적으로 띄어쓰기를 생략해서 좁은 공간 안에 갇힌 아해들의 호흡 곤란을 표현한다. 골목은 포화 상태로 인하여 숨을 쉴 수 없는 공간이 되었다. " 13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는 모두 13음절로 되어 있는데, 이는 시인이 13인과 13음절을 의도적으로 짜맞춘 것처럼 보인다. 제 13의 음절은 빡빡히 박혀서 숨을 쉴 수 없는 형국이다. 이 형국은 과밀도 공간 안에서의 개체수 실험을 위해 유리 상자 속에 투입된 실험 쥐'와 같은 꼴이다. 이 이미지는 공장식 양계사육장 혹은 유대인들을 강제로 벌거벗겨서 가스실에 몰아넣는 홀로코스트를 연상시킨다. 이 과정에서 무서운 아해와 무서워하는 아해로 분열된다. 193년대가 파시즘이 창궐했던 시대였음을 감안하면 이 시 또한 파시즘적 공포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파시즘은 파쇼에서 유래되었는데 원래 이 말은 묶음, 결속, 단결'을 의미했다) 

 

이 시에서 중요한 핵심어는 疾走(질주)에서 [疾 : 병 질'] 이라는 한자'다. 疾은 < 疒 > 은 병에 걸려서 병상에 드러누운 형국 안에 < 矢 : 화살 시 > 가 합쳐진 글자'다. 원래는 " 화살에 박힌 상처 " 를 의미했으나 넓은 의미로 쓰여서 민첩하다는 뜻과 함께 질병, 괴로움, 불구자, 해치거나 해롭게 하다, 불길하다, 증오하다, 미워하다, 시기하다의 뜻을 내포하게 되었다. 그러니깐 이 민첩한 속도는 경쾌한 속도가 아니라 불길하며 불행한 속도'다. 골목에 갇힌 아이들은 빠르게 공포가 전염된다. 시인 이상은 < 오감도 > 라는 시를 통해 질병과 속도에 대한 공포를 읽는다. 이 속도는 불길하다. 영화 < 초록 물고기 > 에서 순수했던 막동이는 끼리끼리 모인 좁은 영토 안으로 편입되는 순간 순수를 잃어버린 채 쏜살같이 악에 전염된다. 뒷골목은 건달들이 구역을 빼앗기 위해 다투는 " 막다른 골목길 " 이다.

 

그곳은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 빠꾸 " 가 불가능한 세계'다. 오로지 앞으로 " 疾走 " 해야 한다. 발을 빼는 순간, 어떤 식으로든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한국 식 깡패 느와르의 법칙이다. 막동이는 자의 반 타의 반 이 싸움에 개입된다. 그는 스스로 거세(손을 부러뜨리는 행위)함으로써 다른 수컷들과는 달리 " 자리 " 에 대한 욕심이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힌다. 배태곤에게 그것은 감동적인 충성 서약'이었다. 그는 그렇게 비열한 거리 안으로 빠르게 스며든다. 막동이는 부러진 손가락이 다 낫기도 전에 보스의 신임을 얻어 호위무사'가 된다. 하지만 깡패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토록 빠른 안착은 완벽한 실패를 위한 달콤한 장치에 불과하다.  불행했던 자가 그보다 더한 곤경에 빠지면 < 비극 > 이 되지만  행복했던 자가 행복을 잃어버리게 되면 지난날을 < 반성 >하는 계기가 된다. 

 

토마스 샤츠는 < 할리우드 장르의 구조 > 에서 슈레이더의 " 필름 느와르를 특징 짓는 7가지 반복적인 테크닉 " 을 소개하면서 필름 느와르가 " 물에 대해 거의 프로이트적인 집착이 있다 " 고 지적한 바 있다. 여기서 물의 대체자는 거울, 창문, 그 외 반사하는 물체들이다. 이 영화에서도 막동이는 자주 거울을 본다. 봄/seeing'은 괴물로 변하고 있는 이중적 자아에 대한 두려움이 무의식적으로 반영된 결과'이다. 제목 < 초록 물고기 > 가 암시하듯이 막동이는 남성이 지배하는 불의 세계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가 꿈꾸는 세상은 물이 지배하는 세계'다. 영화 속 막동이 가족이 아버지가 부재한다는 사실은 눈여겨볼 만하다. 불이 아버지가 지배하는 세계라면 물은 어머니가 관할하는 장소'다.

 

그가 꿈꾸는 소망은 온가족이 버드나무집에 모여 작은 식당을 차리는 것이다. 버드나무가 냇가 근처에서 자라는, 물을 좋아하는 나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마당 깊고 지붕 낮은 집은 물 위에 지어진 집이다. 그렇기에 초록 물고기를 쫒는 막동이는 물 밖으로 나와 뭍에서 숨을 쉴 수 없는 존재'다. 도입부에 해당하는 기차 안 장면에서 몇몇 무리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막동이가 물에 젖은 스카프를 얼굴 전체에 덮는데 그는 물 냄새를 맡아야 힘과 용기를 얻는 것처럼 보인다. 이 장면은 그가 처할 미래의 암울한 복선을 암시하게 된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칼에 찔려 죽어가는 막동이는 자동차 앞유리에 얼굴을 파묻은 채 죽어간다. 그가 내쉬는 한숨은 고스란히 유리창에 반영되어 뿌연 입김'을 남긴다.

 

이 유명한 장면에서 막동이는 칼에 찔려 죽는다기보다는 뭍으로 나온 물고기가 숨을 쉬지 못해 죽는 것처럼 보인다. 마지막 숨을 내쉬는 물고기처럼 간절하다.

 

 

 

 

 

 


 

 

 

덧.

 

영화 좋다, 정말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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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퀸 2014-04-06 0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야. 자기 전에 본 거라 잠깐만 볼려고 하는데 멈춰지지가 않네요 ㅋㅋ 좋네 좋네. 5분 봤는데도 왜 좋지 ㅋㅋ
지금 유명한 배우 다 나오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6 08:30   좋아요 0 | URL
데뷔작하면 좀 어설프지만 아마츄어적 감성으로 이해하는데
이 작품은 매우 촘촘해요. 연기는 물론이고 시나리오 자체가 매우 튼튼할 뿐더러
연출도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저도 집 앞에 있는 나무가 무슨 나문가 볼려고 봤다가 맙소사 그냥 다 봐버렸습니다.
버드나무더군요. 옛날 물가에 흔이 있던 나무였는데 요즘은 냇가가 없어서 그런가
보기 힘든 나무죠. 제가 버드나무를 참 좋아하는데요. 아쉬워요.
바람불면 버드나무 흔들릴 때 정말 멋있거든요. 그 소리도 함께..
굴구보니 달콤한인생에 나오는 나무도 버드나무군요....

수다맨 2014-04-06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창동이 본디 사회적 느낌이 강한 소설들을 썼던 사람이라 그런지 스토리를 전개하는 능력이나, 군데군데 주제의식을 심어 놓는 솜씨가 참 탁월한 듯합니다. 오아시스나 박하사탕 같은 영화도 탁발했죠.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만드는 단수가 참 높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의 시를 이렇게도 해석할 여지가 있군요. 그의 시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상이 어중이떠중이는 아니라는 생각이 확실히 듭니다. 어중간하게 전위적인 모습 보이고 평단이랑 교묘하게 타협하는 몇몇 작가들과 다르게, 이상은 정말로 실험의 극단까지 가 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게 진짜 전위가 아닐까 싶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6 16:26   좋아요 0 | URL
저는 이창동이 서사에 강하고 이미지에는 약할 줄 알았는데 데뷔작치고가 아니라 데뷔작부터 이미 능수능란하네요. 어떤 아마츄어적 느낌이 전혀 없어요. 사실 그 전 감독들은 조감독을 오래 거친 후 입뽕했는데
이 사람은 제가 알기론 몇 년 안 했어요. 거의 안 한거죠. 영화 만들겠다고 해서 그냥 촬영 현장 경험 한 번 한게 전부일 겁니다. 그러니 조감독 생활은 아예 안했다고 보는 게 맞죠. 하여튼 대단한 감독입니다. 유하 감독돠 어찌 보면 이창동과 비슷하기는 한데 실력 차이가 어마어마하네요. 이 영화 보다가 문득 비열한 거리가 생각나서 보았는데 차이가 확 나서 그냥 보다가 말았습니다.

samadhi(眞我) 2014-04-07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창동 정말 좋아요^^ 저는 우리나라 감독 중 이창동이랑 봉준호가 제일 좋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8 02:52   좋아요 0 | URL
빙고 ! 이저 이창동, 봉준호, 박찬욱 좋아합니다. 근데 박찬욱은 너무 서구적인 느낌이 나서 요즘은 좀 실망입니다만....


samadhi(眞我) 2014-04-08 13:04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서 박찬욱까지 좋아라~ 했다가 뺐어요. 금자씨부터 그런 냄새가 나더니 박쥐부터는 너무 가더라구요. 제가 이해수준이 딸려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문학과 예술은 사회참여성(?)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 주의라서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8 11:01   좋아요 0 | URL
오, 저와 비슷하군요. 저도 금자씨부터 뭔가 지나치게 오버한다는 느낌이 들더니 박쥐부터는 막나가는 느낌이 들어서 그의 영화가 좀 거북스럽게 다가옵니다. 잘난 척하기 위해 영화를 만든다고나 할까요. 뭐 그런 느낌...
차이밍량이 이런 소릴 했습니다. " 나쁜 영화는 지구의 종말에 걱정하는 영화이고, 좋은 영화는 자신의 내일을 걱정하는 영화다. "

새벽 2014-04-08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왜 사람들이 레오 깨락스 [소년 소녀를 만나다],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
그런 영화들 보고 최고의 데뷔작이라고들 하잖어요.
외국영화 중 최고의 입봉작이라면 아무래도 [시민 케인]일테고...
우리나라에선 [초록 물고기]가 아닐까 합니다.
참, 이 영화 나왔을 때 곰곰발님 싫어하시는 정성일 평론가가 엄청 까댔었죠.
허우샤오시엔의 화법을 그대로 옮겨왔다고.
참내. 시대를 관통하는 가족이야기에 호젓한 변두리집에 큰 나무 몇 그루 나오면 다 허우샤오시엔인지...

곰곰생각하는발 2014-04-08 02:48   좋아요 0 | URL
소년... 과 네 멋대로... 이건 뭐.... 전설적 데뷔작 아니겠습니까.. 허허...
초록물고기 다시 보고 정말 깜짝 놀랏습니다. 그땐 어릴 때 봐서 잘 몰랐는데
이거 다시 보니 놀랄 만한 데뷔작이네요. 오, 놀라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키노 잡지 뒤졌더니 키노 직원들이 뽑은 그해 한국 영화 베스트 텐 목록에 7위 밖에 안 줬더군요.
그래서 이상하다 했는데 정성일이 깠군요... ㅎㅎㅎㅎㅎㅎ
정성일이 사실 초록 물고기가 깐 게 아니죠. 오아시스도 존나 깠어요...
내가 알기로는 뭐 영화 같지도 않다고 했나,...아마 그랬을 거임니다.
정성일 지적 들으니 그런 것 같기는 해요. 허우샤오시엔적이긴 합니다만..ㅎㅎㅎㅎㅎ
아니 이런 서사는 보편적인 거잖아요. 베낀 게 아니라 보편적인 거....
그런 식으로 말하자면 비극적 사랑을 다룬 영화는 모두 섹스피어를 카피한 건가요 ?
하여튼 개똥 같은 소리를 정성일은 참 잘하죠. 잘나서 만든 영화가 카페느와르...
솔직히 그 영화 보고 토하는 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