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과 문맹률  :  이봐,

이게 다 핸드폰 때문이야 


                                       정의롭지 못한 무리와 불화하면 얼마나 좋았을까 !  악당과 싸워서 위험에 빠진 미녀를 구하고 시민을 구해서 영웅이 되는,  딱딱하게 발기한 서사 말이다. 하지만 나는 무근적 체질    류근 시인의 상처적 체질'을 패로디했다    이어서 꼴뚜기처럼 팔팔하기는커녕 문어처럼 칠칠맞지 못하게 흐느적거리기 일쑤였다. 내 몸은 팔 할이, 그래요... 돼지껍딱'이랍니다. 흑사리 껍딱 같은 내 인생을 탓해서 무엇하리오만, 그래도 성깔은 있어서 가부장 문화에 속하는 불알후드(brotherhood)의 영웅 서사'에는 차마 동조할 수 없었다.  그때부터 21세기 대중 문화와 불화하기 시작했으니......   지난 글에서 핸드폰과 카메라 때문에 한국인은 까막눈'이 되었다고 주장해서 욕을 바가지로 먹은 적 있다.  


​ㅡ 이 뮤직 비디오는 본문과 전혀 관계가 없다


19세기 인간이었던 플로베르는 보봐리 부인이 입고 있는 옷의 형태와 질감을 글로 묘사하기 위해 꽤 많은 페이지'를 할애해야 했지만 21세기 현대인은 디지털 카메라로 보봐리 부인이 입고 있는 옷을 찍어서 전송하면 끗. 굳이 글로 재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현대 소설가는 < 리바이스 501 > 의 형태와 질감에 대해 플로베르처럼 집요하게 물고늘어지지는 않는다. 이 청바지가 어떻게 생겼나 궁금해하는 독자는 없으니까, 모두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만약에 현대 소설가가 나이키 덩크 로우 신발을 플로베르처럼 집요하게 묘사했다가는 똘아이 아니냐는 핀잔을 받을 것이다  < 사진 > 은 문자보다 신속하고 즉각적인 비문자'에 속한다. 그러다 보니 보고 느낀 것을 < 문자 > 로 재현하려는 욕심이 < 사진 > 으로 대체되었다.

" 알싸하게 시큼한 겨울 동치미 국물 맛은 어쩌구 저쩌구.... " 라는 문장은 동치미 국물 사진 한 장으로 뙇 !  비문자에 속하는 사진, 그림, 입말, 영상 따위에 익숙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문자 해독력은 떨어지게 되어 독서량이 줄어들게 된다는 스토리.  여기까지는 좋았다. 나는 한발 나아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음식 먹기 전에 사진부터 찍는 행위는 촌스럽다고 비판했다. 진정한 교양인'은 사진 대신 문자로 맛을 재현해야 한다고 어거지를 부렸다. 우, 우우. 전방에서 들려오는 늑대의 함성 ! 요리가 나오기 전에 사진부터 찍었던 사람들은 내 글이 불편했으리라. 이 자리를 빌려 사과드린다.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박근혜도 문자 문화'보다는 비문자 문화를 선호하는 부류'다. 수첩 공주'라는 별명은 난독증을 숨기기 위한 페이크'가 아닐까.

박근혜 정치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 비문자 정치술 " 이라 할 만하다.  워낙에 눌변이다 보니 그녀는 < 연설 > 로 대중을 감동시키기보다는 툭, 지나가는 짧은 < 입말 > 이나 < 사진 > 따위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다. 그녀에게 사진은 정치 도구'다. 청와대가 세월호 사건에 접근하는 방식은 철저하게 사진 정치술'에 의지한 전략이었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공감이 아니라 합동 분양소를 조문하는 모양새이며, 위로가 아니라 울고 있는 아이의 손을 잡고 있는 그림'이었다. 박근혜가 사진을 간절히 원하는 이유는 박근혜 지지층이 문자 문화'보다는 영상 문화'에 익숙하다는 데 있다.   월터 옹은 이를 문자 문화와 구술 문화로 구별한다. 그의 기준에 의하면 대한민국은 구술 문화(비문자 문화)에 속한다    

 

대한민국은 해방 직후 문맹률이 90%에 육박했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대한민국 사회가 문자 문화로 진입한 지는 60년이 채 되지 않으니 박정희 향수'에 젖은 계층은 대부분 비문자 문화에 익숙한 세대'였다는 계산이 나온다. 비문자 문화야말로 박근혜 지지자를 지탱하는 " Old is But Good is " 인 셈이다. 한국인이 드라마나 먹방'에 열광하는 이유도 구술과 영상에 익숙하다는 데 있다. 누군가는 세계 최고의 대학진학률을 근거로 대한민국이 비문자 문화'에 속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려고 할 테지만 다음 기사를 읽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국민들의 실질 문맹률을 비교하는 22개 경제개발기구(OECD) 가입국 국민의 문서해독능력 비교에서 꼴찌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전 국민의 75% 이상이 새로운 직업에 필요한 정보나 기술을 배울 수 없을 정도로 일상문서 해독능력이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OECD 국가 문서해독 능력 비교는 구직원서 봉급명세서 등 일상적인 문서내용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능력을 비교한 것으로,각종 첨단정보가 일상화된 선진국 사회에서는 단순히 글씨해독 능력을 보여주는 문맹률보다 훨씬 더 실질적인 문맹률로 간주된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6일 발간한 ‘2004 한국 교육인적자원 지표’에서 우리나라 국민중 ‘생활정보가 담긴 각종 문서에 매우 취약한’(1단계 문서해독수준) 사람 비율이 전체의 38%나 돼 OECD 회원국 평균(22%) 수준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일상적인 문서를 겨우 해석해낼 수는 있지만 새로운 직업이나 기술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는 힘든(2단계)’ 사람도 전체 국민중 37.8%나 됐으며 선진사회의 복잡한 일상에 대처할 수 있는 최소한의 문서독해 수준(3단계) 이상을 갖춘 사람이 21.9%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전문적인 정보기술(IT) 등 첨단정보와 새로운 기술,직업에 자유자재로 적응할 수 있는 고도의 문서독해 능력을 지난(4단계) 사람은 2.4%에 불과해 노르웨이(29.4%) 덴마크(25.4%) 핀란드 캐나다 (이상 25.1%) 미국(19%)에 비해 형편없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KEDI는 특히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자들의 문서독해 능력을 비교하는 OECD의 국제성인문해조사 점수 역시 258.9점으로,조사대상인 22개국중 꼴찌였다고 설명했다.


ㅡ 국민일보

 

 

 

배울 만큼 배운 놈이 까막눈이라는 점은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강사'라면 크게 공감할 내용이다. 대학진학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실질 문맹률에서 꼴찌를 했다는 사실은 꽤나 웃긴 일이지만 나름 이해는 간다. 서구 사회가 문자 문화로 진입한 시기는 19세기였다. 그에 반해 대한민국은 20세기 중엽까지도 문맹률이 90% 였다. 핸드폰 보급율이 세계 1위인 이유도 구술 문화의 잔재는 아닐까 ?  도덕적 결함이 명백한 이명박과 박근혜가 연속으로 정권을 집권하자 사람들은 패배 원인을 찾는 데 골몰했다. 하지만 모두 원론에 그칠 뿐 제대로 된 지적질은 없었다. 내가 보기에는 이게 다 핸드폰 때문이다. 한국인은 입말의 쾌락은 좀 버리고 문자의 사색에 빠질 필요가 있다. 보수의 지적은 틀렸다.

말이 많으면 빨갱이가 되는 게 아니라 보수주의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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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3 11: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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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3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13 1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13 11: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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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5-05-13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 다닐 때 우리나라 문맹률이 낮다고 배우며 괜히 으쓱했는데요. 요즘 아해들 보면 우리말 해석 능력이 얼마나 떨어지는가 놀랍니다. 제가 학원에서 애들 가르칠 때도 많이 놀랐는데요. 문제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심각한 수준인 것 같다는 점이죠. 우리 조상들은 그리도 책을 좋아했다는데, 그 후손은 1년에 책 한 권 읽지 않는 사람이 많으니...

곰곰생각하는발 2015-05-14 12:10   좋아요 0 | URL
해방 이후로도 꽤 오랫동안 문맹`이었으니 모든 문화가 구술 문화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었고.
당연히 박지지자들은 구술 문화에 젖은 경우죠. 박근혜는 이미지 정치를 하잖아요.
일종의 그림자 정치죠. 새 그림자 보고 새다고 군중은 생각하지만 사실은 손으로 만든....
 

 

 

 

 

 

후크 선장과 불펜 투수 : 방어율

0.00를  내리고 6.97를 올리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 깻잎오소리입말사전 >> 을 펼쳐서 야구 관련 용어'를 살펴보았다. 깻잎오소리입말사전'은 현대 감각에 맞춰 지나친 외래어 유입과 한자어'로 오염된 우리말을 순화하자는 목적으로 편찬된 사전'이다. 이를테면 : 야구 용어에서 홈 플레이트 ( home plate )는 " 집구석 " 으로 순화한다. " 홈을 밟다 " 는 " 집구석으로 돌아왔습니다 ! " 로, 포수와 타자가 홈에서 서로 뒤엉키며 접전을 펼치는 상황은  " 집구석이 엉망이군요 ! " 라거나 " 난장판 " 이라표현한다. 종합하면 이렇다. " 덩치가 곰 같은 홍성흔 선수 집구석을 향해 돌진합니다. 집구석으로 쳐들어오는 외간 남자와 이를 막으려는 안방 마님, 아.... 이게 뭔가요. 벌건 대낮에 안방 마님이 곰 같은 사내와 뒹굴고 있습니다. 집구석, 말이 아니네요....... "  야구라는 스포츠가 워낙 규칙이 까다롭고 복잡한 스포츠여서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용어가 많은데,  오소리 사전에 의해 순화된 용어는 귀에 쏙쏙 들어오는 편이니

스포츠 대중화'에 큰 몫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사전에 의하면 < 커브 curve >는 " 갈고리 " 다. 쭉 뻗다가 어느 순간 획 떨어지는 공이니깐 말이다. 그 궤적이 갈고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 타자 몸쪽 깊숙이 떨어지는 날카로운 갈고리였습니다 ! " 오소리 사전은 엉터리 사전'이라고 비웃지 마시라.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는 < 커브 > 를 < 후크 hook > 라고도 하니, < 갈고리 > 라고 해서 이상할 것 하나 없다. 야구 용어 가운데 퀵 후크 ( QUICK HOOK ) 라는 말'이 있다. 선발 투수가 3실점 이하로 잘 던지고 있는 데도 6회 이전에 투수를 교체하는 상황을 뜻한다. 좋은 투수의 조건이 퀄리티 스타트 : 6회 이상 3실점 이하   라는 점을 감안하면 " 퀵 후크 " 라는 용어 속에는 잘 던지고도 내려와야 하는 상황이 담겨져 있다. 

투수에게 < 퀄리티 스타트 > 는 1승 못지 않게 중요한 기록'이다. 투수 입장에서는 당연히 감독을 원망할 수밖에 없다. 만약에 잘 던지고 있는 투수를 조기에 강판시키고 나서 등판한 불펜 투수'가 난타를 당한다면 감독을 향한 팬의 야유'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 우,  우우우 ! 그래도 6회 도중에 투수를 교체하는 감독은 양반에 속한다. 5회 이상'을 던졌으니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내려온다면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는 것이니 말이다. 5회 도중에 마운드를 내려오게 되면 이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승리 투수 요건이 되지 못한다. 며칠 전,  국내 프로야구 경기'를 보다가 4회 원 아웃 1,3루 상황에서 투수가 마운드를 내려오는 풍경을 본 적이 있다( 내 기억 속에는 한화'라고 기억하는데 정확한 기억은 아니다. 당시 술에 취한 상태로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보니 어느 팀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놀라지 마시라. 그 투수는 4회까지 3안타 무실점으로 호투를 하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감독이 용수철처럼 튀어나온 것이다. 그 모습을 보다가 내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설령 1점을 준다 해도 이기고 있는 경기요, 2점을 내준다고 해도 이기고 있는 경기요, 3점을 내준다 해도 동점이니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였지만, 감독은 1승에 목이 말라서 4회 3안타 무실점 호투를 펼친 선발 투수가 " 퀵 후크 " 했다. 이 경기가 한국시리즈'였다면 백 번이거 천 번이고 이해한다. 하지만 이제 고작 시즌 초반이 아니었던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데 급급하면 전체를 놓치게 된다. < 퀵 후크'인 경기 > 를 볼 때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정신이 야구에서도 적용되는 것이다.

< 퀵 후크 > 를 그동안 < 조기 강판 > 이라는 용어로 번역했다. 강 : 降 내릴 강, 판 : 板 널판지 판'이니 감독이 강제로 (투수를) 판때기에서 내려오게 한다는 말이다. 4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친 투수를 강판시키는 것은 감독의 갑질이 아닐까 ? 아니나 달라. << 깻잎오소리입말사전 >> 에서는 조기강판에 대한 해석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 대한민국의 빨리빨리 문화와 성과제일주의가 결합한, 감독의 갑질 현상 "   신티내티 레즈 팀과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팀에서 감독을 하며 월드 시리즈 우승을 이뤘던 스파키 앤더슨은 별명이 " 후크 선장 ( captain hook ) " 였다. 그는 선발 투수가 위기에 처한다 싶으면 지체 없이 투수를 교체하는 감독으로 유명했다. 그는 낡은 빠떼리를 새 빠떼리로 연결( hook up )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한화의 김성근 감독을 보면 후크 선장'이 떠오른다. 비록 그가 퀵 후크'로 한국 시리즈를 우승한다고 해도 그를 지지할 생각은 없다. 야구는 " 투수 놀음 " 이라고 하지만 그 말은 틀렸다. 현대 야구는 < 투수 놀음 > 이 아니라 < 투수들의 놀음 > 이다. 전설적 라이벌 경기'로 회자되는 선동렬 대 최동원, 라이벌 맞대결은 연장 끝에 무승부로 끝났다. 그 경기에서 최동원 투수는 공을 209개나 던졌고, 선동렬은 232개를 던졌다. 하지만 현대 야구에서는 100개 안팎'이다. 나머지는 불펜 투수들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 야구는 < 투수 놀음 > 이 아니라 < 투수들의 놀음 > 인 것이다. 퀵 후크'가 자주 발생한다는 말을 달리 말하면 투수 운용에 있어서 불펜 투수의 몫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선발 투수들이야 한번 던지면 4일 휴식이 주어지지만 불펜은 그때 그때 다르다. 권혁 선수는 3연속 등판이 3차례'나 된다. 그것도 모두 2이닝 이상 소화했다. 이러다가는 선발 투수 정규 이닝보다 많은 이닝 수를 기록할 판이다. 혹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경우'다. 불펜 투수만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보직이 있을까 ? 잘해봐야 본전이고 못하면 온갖 욕을 먹게 된다. 언제 등판할 지 모르니 날마다 살얼음판이다. 그렇다고 돈을 많이 받나 ? 몇몇을 제외하면 불펜 보직은 연봉이 가장 저렴한 쪽에 속한다. 이래저래 불펜 보직은 야구계의 乙이다. 한 시즌, 성적이 좋다고 무조건 좋아할 일도 아니다. 실력이 좋았던 불펜이 다음 시즌에 형편없는 성적을 거두는 경우는 내가 굳이  이 자리에서 말을 안 해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오늘, 마이애미 말린스와 엘에이 다저스 경기'에서 2대 1'로 앞선 상황에서 8회 불펜 투수로 에덤 리베라토어'가 등판했다. 1점 차 경기'이니 손에 땀이 나는 경기. 하지만 팬들은 안심했다. 그가 올해 기록한 성적은 방어율 0.00'이었다. 첫 타자는 삼진 아웃으로 잡았고, 두 번째 타자도 헛 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이 정도면 압도적인 구위'다. 공이 투수 미트로 들어갈 때 나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렸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투수 교체가 이루어진 것이다. 리베라토이가 내려가고 그를 대신해서 올라온 투수는 우,우우. 크리스 해처'였다. 그는 마운드에 등판해서 소방수 역할보다는 방화범으로 이름을 날렸던 투수가 아니던가. 그가 올해 기록한 성적은 방어율 6.97이었다. 다저스는 이 점수를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9회초에 역전 2점 홈런을 내줬다.

하지만 다저스는 9회말 3점 홈런으로 응수하며 최종 스코어 3 : 5로 이겼다. 왜 감독은 초박빙인 8회'에 위력적인 투구를 자랑하는 애덤 리베라토어를 1이닝도 채우지 않은 채 내리고 크리스 해처'를 올렸을까 ? 믿음이 없어서 방어율 0.00를 내리고 6.97를 올렸을까 ?  이런 경우'도 불펜에서의 퀵 후크'라고 할 수 있을까 ? 전날 애덤 리베라토어는 1이닝을 소화했다. 어깨 보호 차원에서 무리한 연투'를 하지 않겠다는 배려가 아니었을까. 2이닝 이상 3연투'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한국 야구와 비교하면 상당히 다른 대목이다. 투수 팔은 가제트 만능 무쇠팔이 아니다. 소모품이다. 김성근 감독님, 적당히 쓰십시오. 눈앞의 성적도 좋지만 미래가 창창한 젊은 선수 팔, 아작내지는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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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5-12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깻잎오소리입말사전>이 정말 있나요? 알라딘엔 없는 걸로 나오는데...
그 사전 재밌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ㅠ

곰곰생각하는발 2015-05-13 10:05   좋아요 0 | URL
저만 한 권 가지고 있습니다.

cyrus 2015-05-12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한화 대 삼성 경기를 보고 있는데 김성근 감독의 선수 교체에 삼성 팀 전체 분위기가 꼬여버렸어요. 박석민 수비 실책부터 경기가 잘 안 풀리네요. 곧 8회말, 9회말에 펼쳐질 권혁 대 팀 삼성이 기대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5-13 10:05   좋아요 0 | URL
권혁 정말.... 무쇠팔 같습니다.

samadhi(眞我) 2015-05-13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소리 사전 편찬에 참여하고 싶어요 실력을 보장할 수 없지만. 오호호호. 저도 그런 감독 정말정말 싫어용. 오직 승리만 생각하는 쪼잔한 감독들. ˝선수생명, 재미, 팬˝을 고려하지 않는 일차원적인 지도자들은 제발 가라는데. 괜찮은 지도자가 해도해도 너무 없단 말이죠. 홈플레이트 설명 아주 재밌네요. 중계를 실제로 그렇게 한다면 얼마나 재미날까요. 스포츠 관계자들이 일본식 미쿡식 용어들 좀 없애고 우리식 말 좀 쓰려고 시도라도 해준다면 고맙겠지만 기대를 말아야죠.

곰곰생각하는발 2015-05-14 12:08   좋아요 0 | URL
사전 편찬 심의 위원으로 임명합니다 !
 

 

 

 

 

 

 

 

 

 

 

 

 

 

 

 

 

 


 

 

 


 

잘못된  교육'은  인간'의

결함을 숨기려는 데 있다


                                       개인은 사회의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 치안이 불안한 사회'는 곧 개인에게 불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는 개인의 희생을 강요할 수 있다. 세월호 집회 때 시민이 도로를 점거하면 불법 집회가 되지만 경찰이 "치안을 이유로  차벽 " 을 설치하면 불법이 아니다. 명백한 시민 보행권'을 침해하는 행위'인 데도 말이다. 네가 하면 로맨스이고 내가 하면 불륜이냐 ?  이처럼 사회와 개인은 불평등 관계'에 놓여 있다. 개인 입장에서 보면 사회는 패대기치고 싶은 대상'이다. 더군다나 공정 사회'가 아니라면 " 패대기 욕망 " 은 극에 달할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는, 그래요.... 건강한 사회가 아니라 썩어빠진 사회'랍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부모는 자식에게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라고 말한다.

이 말은 썩어빠진 사회'를 도우라는 뜻이 아닌가 ? 부모가 돼서 이 사회의 공모자'가 되라는 소리나 작작하고 있으니 통탄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당당하게 말할 필요가 있다. " 저는 사회에 필요 없는 인간이 되겠습니다 ! " 웃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 필요 > 는 관념과 물건 따위를 지시하는 단어'와 어울려야지 엉뚱하게 사람 옆에 붙으면 안된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 우리 조직에 꼭 필요한 사람 " 이라고 귓속말로 은밀하게 말한다면 그 사람은 열에 아홉, 당신을 소모품 따위로 취급하는 인간이다. 백만돌이 에너자이저인 당신이 팔팔할 때에야 우야우야 떠받들겠지만 백만 스물 하나에서 백만 스물 두우우우우울'이 되는 순간 쓰레기통에 버릴 것이다. 조직에 의해 제거된 희생자는 한때 조직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인물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필요한 인간과 불필요한 인간 따위로 모집단을 나눌 수 없다. 인간을 < 필요 - 인간 > 과 < 불필요 - 인간 > 으로 나누는 사회는 파시즘 국가'가 될 위험이 있다. 히틀러는 장애인, 집시, 유대인을 악(불필요한 인간)으로 취급했던 위험한 인간이 아니었던가. 그는 인간을 " 빠떼리 " 를 삽입한 automan쯤으로 취급한 인물이었다. " 빠떼리가 다 된 놈은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 " 이런 놈에게는 빠떼루를 줘야 한다. 권정생은 이오덕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상대가 선할 땐 나도 선한 것이고 상대가 악할 땐 나도 악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인간 자체가 악한 것도 아니고, 그리고 선한 것도 아니라 다만 어리석다는 것뿐입니다.

지나친 지혜로움은 사악을 유발시키고, 지나치게 착한 것은 어리석음의 원인이 됩니다. 아담과 이브가 몰락하게 된 원인도 그들은 지나치게 착했기 때문입니다. 선한 사람은 절대 앞뒤 결과에 대한 계산을 하지 못합니다. " 이 깊은 통찰 앞에서 무릎 탁, 치고 아, 했다. 사회는 끊임없이 " 권선징악 " 을 유포하지만 악랄한 놈일 수록 성공하는 사회'다. 그 옛날, 이솝의 주인이 노예였던 이솝을 어여삐 여겨 이런 젠차로 서로 사맛디 아니했던 노비'를 자유인 신분으로 풀어준 이유는 이솝 우화가 주인의 법'에 충실했다는 데 있다. 노예였던 이솝이 동료들에게 꾀부리지 말고 열심히 일하라, 현실에 만족해라, 욕심을 부리지 마라 -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예뻐하지 않을 주인이 있을까 ? 이솝(우화)는 삶의 지혜'가 담긴 책이 아니라 후흑학에 가깝다.

후흑학이란 후 : 厚 두터울 후'에 흑 : 黑 검을 흑'이 결합한 말로 뻔뻔하고 음흉한 놈이 권력을 얻는다는 사실을 가르치는 학문이다. 멀리 볼 것 없다. 이승만으로 시작하는 한국 정치사'를 보면 답이 나온다. << 이솝 우화 >> 는 고대 그리스의 << 용비어천가 >> 에 지나지 않는다. 후흑의 달인'은 누구보다도 지나치게 착한 놈은 어리석은 놈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한국 사회'가 끊임없이 < 착한 사람 > 을 호명하는 이유'이다. << 이솝 우화 >> 를 읽고 자란 아이는 결국 주인의 법에 길들여진 노예의 태도를 배우게 된다. 이 책은 도덕을 가르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복종에 대해 가르친다. 기득권 세력이 보기에 이보다 " 아름다운 세뇌 " 는 없다. << 잔혹 동시 >> 가 어른 사회에서 격렬한 반감을 일으킨 원인'은

이 시집이 " 어린이-다움 " 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이 詩(학원 가기 싫은 날)에서 시인'은 어른이 요구하는 길들여진 동심'을 거부한다. 한국 사회'는 사회가 요구하는 " - 다움 " 을 거부하는 사람에게는 " 위플래시 " 하는 경향이 있다. 남자다워야 하는데 남자답지 않은 남자는 즉각 << 사내새끼가... >> 로 시작되는, 앙칼진 말풍선 공격을 받고, 여자다워야 하는데 여자답지 않은 여자 또한 << 감히 여자가... >> 따위로 시작하는, 앙칼진 말풍선 공격을 받는다. 아이도 마찬가지'다. 아이다워야 하는데 아이답지 않은 아이'는 되바라진 아이'가 된다. 정상적인 어른이라면 이 詩에서 아이의 상처를 보고 아파해야 하는데, 오히려 이 시 때문에 자신이 상처를 입었다고 징징거린다. " 아이가 고사리손으로 한 대 때려서 아팠쪄요 ?  " 이처럼 사회가 요구하는 성 역할을 위배하면 응징이 따른다.

예쁜 동심은 사회가 만든 허구'다. 천사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사탄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사탄 없는 천사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마찬가지다. 예쁜 동심을 긍정하기 위해서는 나쁜 동심도 있다는 사실을 긍정해야 한다. 잘못된 교육은 인간의 결합을 숨기려는 데 있다. 권정생의 말이다.

 

 

 

 

덧대기

 

아무리 생각해도 출판사의 삽화는 오버 앤 오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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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5-05-11 19: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쁜 동심은 사회가 만든 허구˝라는 말에 크게 공감합니다.
예전에 한국 아동문학사를 어설프게나마 공부한 적이 있었지요. 그런 공부를 하는 동안 알게 된 사실이, 아직까지도 한국 아동문학에는 `동심천사주의`라는 사상이 뿌리 깊게 남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동심천사주의`를 제창한 사람은 이른바 한국 어린이들의 아버지로 불리는 방정환인데, 그는 `어린이 찬미`라는 수필에서 어린이를 일러 `죄 많은 세상에서 죄를 모르고 더러운 세상에서 더러움을 모르고 부처보다도 예수보다도 하늘 뜻 그대로의 하느님`이라고 정의 내리지요.
이런 동심천사주의 사상은 후대 동화/동시 작가들에게 깊고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문제는 방정환의 사상이 당시 천대받고 멸시받았던 어린이들의 인권과 입지를 높이는 데는 효과를 거두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어린이들을 현실의 인간과는 사실상 유리된 감상적/이상적/관념적/권선징악적인 존재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죠. 어쩌면 위 편지글에 나오는대로 권정생과 이오덕이 극복하려고 했던 것은 한마디로 말해 현실과 동떨어진 동심천사주의라고 말해도 좋습니다. 비록 오늘날 쓰여지는 동화엔 그러한 동심천사주의의 영향이 걷혀 있지만, 그래도 사회 다수의 시각은 여전히 `어린이는 어린이답게 순수하고 무구해야 한다`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 더 얘기를 하자면 방정환은 평론가이자 활동가로서의 자질은 높이 평가받았지만 창작자(그는 수백 편이 넘는 동화를 썼다고 합니다)로서의 역량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게 문학사적 중평입니다. 어쩌면 그는 현실의 아이가 아니라 자신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아이를 상정하고, 거기서 현실과 유리된 사상을 만들려고 했다는 생각조차 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5-11 19:54   좋아요 1 | URL
이거 뭐.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요약 정리해 주셨네요.
저도 평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작은 어른`일 뿐, 그 아이들에게 자꾸 날개 잃은 천사 역할을 하라고 하면
열받죠. 그것은 아이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아이의 개성을 획일화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이가 어쩌면 저럴 수 있지 ? 라는 말 속에는
아이를 독립체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어른의 어리석음이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솔까말 초등학교 5,6학년만 되도 벌써 성적인 것에 눈을 뜰 나이입니다.

cyrus 2015-05-11 1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삽화는 좀 과하다고 생각했어요. 사람은 텍스트보다 이미지에 더 강한 인상을 받잖아요. 동시집 폐기 처분 논란에 삽화를 만든 사람은 어떠한 의사를 표명하지 않을 걸로 알고 있어요. 삽화가 잔인하고, 괴기스러워서 일부 사람들이 동시집에 반감을 가졌을 겁니다. 글을 읽어보지 않고, 논란이 된 시와 삽화만 보고서요. ‘어린이-다움’과 ‘도덕’을 강조하는 사람들 중에 그림 형제 동화가 원래 잔인한 이야기라는 진실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11 19:52   좋아요 1 | URL
위 수다맨 님이 지적했듯이 ( 이것은 권정생과 이오덕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만 ) 한국 아동 문학은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아이에게 날개 없는 천사 이미지`를 입혔습니다 그래서 많은 아동 문학가들이 권정생 동화는 아이들이 보기에 지나치게 우울하다고 평가하고는 했습니다. 사실 필립 아리에스의 << 아동의 탄생 >> 을 보면 어린이`라는 말은 근대를 거치면서 만들어졌다고 하죠 ?이러한 지적은 푸코도 하고 있습니다만.... 실제로 그 이전까지는 아이는 그냥 작은 어른 취급을 했다고 합니다.함께 일을 하기도하고요..
수많은 그림( 아, 화가 이름이 갑자기 생각 안 나네요.. 유명한 그림인데 네델란드... 거, 뭐냐... 왜 풍속화 그리는 화가.. 하튼 ) 속에도 보면 아이들이 술 마시고 막 그럽니다. 아이에게 천사를 강요하는 것을 옳지 않습니다. 아이는 그저 작은 어른일 뿐. 착한 어린이가 있으면 나쁜 어린이도 있는 법.

권정생 편지에 보면 그가 장 콕토의 무서운 아이들을 읽고 난 짧은 평이 있습니다. 재미있게 보았다고 말이죠....

뽈쥐의 독서일기 2015-05-12 0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실 약간 충격받기야 했지만.. 참 많이 솔직하고 살아있는 작품이라 생각했어요. 얼마나 학원이 싫으면..하고요. 아닌 사람도 많지만요.
책 회수까지는 너무한 조치인 것 같습니다. 다른 시가 표현이 괜찮은 것도 많았다고 하는데 나머지 시는 감상할 권리도 안 주고 말이죠... 싸이코패쓰니 일베니 사람들이 너무 겁이 많은거라 좋게 해석하렵니다. 아님 화딱지나서.

곰곰생각하는발 2015-05-12 11:25   좋아요 0 | URL
위 수다맨 님이 지적했듯이 아이를 무조건 천사 같은 아이`라는 신화를 만드는 것은 좋지 않다고 봅니다. 저는 잔혹성보다는 솔직성에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에게 칭찬받을 만한 시를 쓰죠. 그때는 어른에게 칭찬받는 것을 좋아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 아이는 그런 자세에서 벗어나 있잖아요. 표현의 과격은있을 지 몰라도 그 자세는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
이오덕.권정생 지음 / 양철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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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와 테오처럼     :    제가 겪어 보지

못한 같은 얘기는 쓸 수가 없습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이 있다. 미각도 중요하지만 시각도 중요하다는 의미로 내용에 앞서 모양에도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반면, 보기 좋은 음식 먹을 거 없다는 속담도 있다. 모양은 반지르르한데 내용이 부실하다는 말. 요즘 유행하는 킨포크풍의 " 푸드 스타일리스트 " 라면 둘 다 새겨들어야 할 속담이다. 꾸미는 수작이 과하면 맛이 떨어지고 부족하면 먹음직스럽지가 않다. 음식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 김밥 위에 뿌려지는 < 깨 > 를 볼 때마다 기형도 詩 가 생각난다. 김밥은 그리고 황폐한 내부( 값싼 식재료)을 숨기기 위해 먹음직스러운 깨를 잔뜩 뿌려 댔다( 나무들은 그리고 황폐한 내부를 숨기기 위해 / 크고 넓은 이파리들을 가득 피워냈다    기형도,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中 ).

시장 안에 허기를 채울 수 있는 먹거리 음식은 지나가는 행인을 유혹하기 위해 깨가 잔뜩 뿌려져 있다. 이처럼 깨가 잔뜩 뿌려진 음식은 대부분 가격이 저렴한 먹거리'다. 고급 요리'에 깨가 잔뜩 뿌려지는 경우는 별로 없지 않은가 ? < 깨 > 는 일종의 " 메이크업 " 에 속한다. 깨는 확실히 침샘을 자극하는 파블로프의 조건 반사'인 셈이다. 깨를 보면, 아......침이 고인다 ! 싱싱한 식재료가 아닐수록 < 화장 > 이 짙어지는 경향이 있다. 비린내가 많이 나는 생선 요리'는 온갖 독한 양념으로 비린내를 감춘다. 반면 싱싱하고 질 좋은 생선을 구할 수 있는 섬마을에서는 양념을 최소화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거제에서 먹은 " 대구맑은탕 " 은 일미 一味 였다. 이 요리에 들어간 식재료는 싱싱한 대구 생선과 소금 간이 전부였다.

문장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정성일 평론은 마늘, 생강, 양파, 대파 따위로 싱싱하지 않은 생선의 비린내를 감추려는 노력이 엿보였고, 신형철 평론은 김밥 위에 깨를 너무 많이 뿌려서 모래 해변에 떨어트린 아이스케끼를 씹는 식감이 전해진다. 겉은 화려한 수사'로 치장했으나 속은 황폐하다. 빈 깡통이 요란한 경우'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하나 없는 것이다. 당신의 취향을 저격하기 위한 글은 아니다. 이 글은 내 취향 고백일 뿐, 콩트는 콩트일 뿐이니 주먹 꼭 쥐고 괄약근 꽉 조이지는 마시라. 이오덕과 권정생이 30년 동안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사실, 편지'라는 게 지나치게 격식을 차리다 보니 솔직함보다는 형식에 얽매인 것 같아 답답한 느낌을 받아서 서간 書簡 형식을 그닥 좋아하지는 않는 편이었다.

그래서 남들이 신영복의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이나 김대중의 << 옥중서신 >> 을 읽으면 감동할 때, 나는 항상 시큰둥했다. <<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라는 冊도 선물이 아니었다면 읽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에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땅을 치고 후회할 뻔했다. 그 옛날, 내가 거제에서 맛본 대구맑은탕 맛이 났다. 읽는 내내 압도당했다. " 선생님, 요즘 어떠하십니까 ? " 라는 말은 주로 이오덕이 권정생에게 묻는 안부'다. 어릴 때부터 병약하여 죽음의 문턱을 오락가락했던 권정생이었기에, 문학 후견인을 자처하며 온갖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던 이오덕은 항상 권정생의 건강이 걱정된 모양이었다. 이오덕은 권정생보다 12살이나 많았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스승이었고, 때론 애틋한 연인처럼 보였다.

이 우정은 깊고 투명해서 아름다웠다. 무엇보다도 권정생이 쓴 편지'는 그가 단순한 동화 작가가 아니라 철학자'였다는 사실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그는 이오덕에게 보내는 1977년 7월 5일 자 편지에 다음과 같이 쓴다. " 제 동화가 무척 어둡다고들 직접 말해 오는 분이 있습니다만, 저는 결코, 제가 겪어 보지 못한 꿈 같은 얘기는 쓸 수가 없습니다. 쓰려고 노력하지도 않겠습니다. 팔 병신은 팔 병신다웁게 몸을 움직이고, 다리병신은 다리병신다움게 절뚝거리는 것이 정상이라고 봅니다. 잘못된 교육은 인간의 결함을 숨기려는 데서 비인화시켜 버린다고 봅니다. " 권정생은 동화'라고 해서 대책 없는 희망 고문'을 해서는 안된다고 믿었다. << 몽실 언니 >> 와 << 강아지 똥 >> 을 보면 그의 철학이 엿보인다. 그렇게 그들은 나이'가 든다.

이오덕이 권정생에게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라고 묻던 안부는 세월이 흐르면서 바뀐다. 권정생은 칠순을 넘은 이오덕에게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라고 묻는다. 입장이 바뀐 것이다. 이 도치 倒置 가 묘하게 아프다. 이오덕은 2003년 8월 25일 숨을 거둔다. 두 사람 사이에 오간 편지는 2002년 11월 28일이 마지막이었다. " 죽음을 두려워 않는 용기를 도저히 저는 가질 수 없을 것 같 ( 1976.11.26 편지) " 다고 고백했던 권정생은 그가 마지막 남긴 유서에 다음과 같이 쓴다. 그가 지상에 남긴 마지막 편지다.

 

죽으면 아픈 것도 슬픈 것도 외로운 것도 끝이다. 웃는 것도 화내는 것도. 그러니 용감하게 죽겠다. 만약에 죽은 뒤 다시 환생을 할 수 있다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태어나서 스물다섯 살 때 스물 두 살이나 스물세 살쯤 되는 아가씨와 연애를 하고 싶다. 벌벌 떨지 않고 잘할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읽어본 유언장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글이었다.

 

 

 

 

 

 

덧대기

 

박노해가 펜 대신 카메라를 잡고 전세계를 여행한 적이 있다. 목적은 가난하지만 행복한 사람을 사진에 담는 것. 그가 담은 사진은 전시'를 거쳐 사진집으로 출간되었다. 가격은 10만 원이었다. 의, 아했다. 가난한 사람의 얼굴을 담았으나 역설적이게도 가난한 사람이 책을 사기에는 지나치게 비싼 고급 사진 책이었다. 권정생은 이오덕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지식산업사에 맡기셨다는 동시집은 조그맣게 소박하게 내어 주십시오. 그래야 책값도 헐해지고, 마음도 편해집니다. 될 수 있으면 아동 도서는 값이 싸고 소박하게 만들어 팔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화려한 그림보다 이해시키기 위한 그림이 더 낫고, 지속한 그림보다 차라리 그림이 없는 쪽이 좋을 것입니다 (1986. 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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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5-05-10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는 전투적인 활동파(박노해, 김지하 등)였던 이들이 나중에는 권력과 주류와 손쉽게 타협하는 광경을 종종 보게 됩니다. 어쩌면 그들은 세상을 더 좋게 바꾸고자 하는 의지보다 자신의 입신 욕망과 인정 욕구가 컸기에, 결국에는 속류화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종편에 어쩌다 김지하가 나와서 한 번 봤는데, 갈수록 인간이 추해지더군요.
그에 비해 권정생은 고립과 침묵, 은둔의 자세를 한결같이 유지하지요. 본인 스스로도 ˝차라리 침묵하고 있는 쪽이 당당할지도 모릅니다(210쪽)˝라고 말하고 있을 정도이니까요. 어쩌면 이러한 자세야말로 그가 글을 쓰게 하는 동력을 만들어 주었고, 혼탁한 시류와 타협하지 않게끔 강건한 마음을 다져주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중간본인 이 책이 다시 발간된 사실이, 올해 출판계의 크나큰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진가를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5-10 15:56   좋아요 0 | URL
앞으로 올해 날이 많이 남았지만 이 책이 올해 읽은 책 가운데 가장 탁월한 책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이 책 읽으면서 압도당했습니다. 참... 외로웠던 인간이었으나
그 외로움을 견디며 견딘 세월 앞에서 경외심이 들더군요. 이런 분이 10명만 있어도 기름진 문학판이 될 텐데
요즘은 어째 사쿠라만 남아서.....

지금행복하자 2015-05-10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사진집 보고 허거덕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11 10:57   좋아요 0 | URL
아버지 칠순 기념 하기 위해 자식들이 돈을 모아 펴낸 고희 기념 자서전 같은 느낌이 듭니다.

돌궐 2015-05-11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오덕 일기 3권에서 김지하를 허벌나게 씹던 게 기억나네요. 전 이오덕 선생 글은 정말 누워서는 못 읽습니다. 바른 자세로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5-11 10:58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김지하를 볼 때마다 저도 그런 생각이 들고는 합니다.
엘리트 영웅주의에 빠졌던 인물이라고 말이죠.
황석영도 비슷한 구석이 있어요.
 

 

 

 

 

 



9와 10 :  작은 차이가 

커다란​ 감동을 만든다 .


                                사탕 1개와 2개는 큰 차이'다. 사탕 2개는 사탕 1개의 2배'이니까. 그래서 평소 부처님 마음 같던 네 살배기 꼬마'도 엄마가 오빠에게는 사탕을 두 개 주고 자신에게는 한 개를 주면 금새 오리 입이 되기 일쑤'다. 미운 오리 새끼'가 된 것 같은 서정. 눈물이, 눈물이, 눈물이 앞을 가리리라. 하지만 엄마가 오빠에게는 사탕을 10개 주고 자신에게는 사탕을 9개 주면 그닥 불만을 가지지는 않는다. 사탕 9개나 사탕 10개'나 거기서 거기이니 말이다.  그런데 다른 시선으로 접근하면 9와 10은 매우 다르다. < 9 > 는 " 한 자리 수 ㅡ 소속 " 이고 < 10 > 은 " 두 자리 수 ㅡ 소속 " 이다. 메이저리그에 빗대자면 마이너리그 소속 선수와 메이저리그 소속 선수'라고나 할까 ? 내가 주목한 부분은 숫자 < 0 > 이다.

 

 

 

0 은 숫자 10를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 콜업 " 한 일등공신'이다. 이처럼 " 한 끗 " 은 자신이 처한 처지와 입장에 따라 < 사소한 차이 > 가 되기도 하고 < 사소하지 않은 차이 > 가 되기도 한다. 사실 숫자 < 0 > 은  無 에 해당되기에 더하는 값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화투판에서 세 끗과 여덟 끗이 만나 한 끗이 되는 패를 " 삼팔따라지 " 라 하는데, < 0 > 은 삼팔따라지'보다도 못한 " 흑사리 껍딱 " 같은 존재이니

 

이 패를 잡으면 일찌감치 자리 털고 일어나 집에 가서 돼지껍딱'이나 부쳐먹어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 카드 세계'에서는 전혀 다른 위력을 발산한다. 트럼프 카드 놀이(원카드 놀이)에서 " 쪼-이는 맛 " 을 아는 사람들은 숫자 0에 해당되는 joker 는 < 비장의 카드 > 에 속한다. 카드 놀이에서 조커는 중요한 와일드 카드요, 비밀병기인 셈이다.

 

조커'라는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 조커 없는 베트맨'은 변사또 없는 춘향전이요, 뺑덕 어멈 없는 심청전'이 아닐까. 그들은 선한 자도 아니고 주연도 아니지만 그들이 빠지고 나면 서사는 흐물거리는 개불처럼 히마리가 없게 된다. 방송에서 키 180 이하는 루저예요, 라고 말했던 여성도 축구 선수 메시 몸값이 3000억에 육박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3000억이면 도대체 루이비통 가방을 몇 개나 살 수 있는 거야 ? 과부 사정은 홀아비'가 아는 법. 나는 영화 << 베트맨 >> 에서 빈털털이 루저(조커)가 다국적 기업의 위너(브루스 웨인)과 맞짱을 뜰 때 두 팔 걷어부치고 조커를 열렬히 응원했다. 조커여,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삼 ! 결국 영화는 간발의 차이'로 베트맨이 이기는 것으로 매조지했으나 이 싸움에서 진정한 승자는 조커'였다.

수제비 먹고 싸운 놈이 A++ 등급 횡성 한우만 먹고 자란 놈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으니깐 말이다. 흑사리 껍딱 같던 조커가 클로버 J 카드 같은 베트맨을 신나게 다구리 놓을 때'는 짜릿했다. 나는 조커를 통해서 엄친아 앞에서 한없이 쪼그라들었던 내 낭심을 회복할 수 있었어요. 생각해 보면 < 세기의 대결 > 은 브루스 웨인 경'에게 유리한 경기'였다. 가진 거라고는 불알 두 쪽과 맨발이 전부인 조커'가 낭심보호대와 가슴보호대, 심지어는 포수 마스크'까지 착용한 그를 무슨 수로 이길 수 있겠는가. 브루스 웨인은 권투 경기에서 포수 보호 장비를 갖추고 경기에 출전한 것이다. " 비겁한 새끼, 네 불알만 소중하냐 ? 네 불알이 소중하다면 조커 불알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알기 바란다 ! " 나는 << 베트맨 >> 을 보면서 주먹 꼭 쥐고 괄약근 꽉 조였다.

 

 

​ㅡ 이병규 통산 기록

숫자 0 에 대해 말하다 보니 들머리에 해당되는 말머리'가 길어진 점, 사과한다. 지금까지의 글은 읽지 않아도 무방하다. ㅋㅋㅋ. 내가 이 자리를 빌려 하고 싶은 말은 지금부터'다. 짧지만 굵게 말하마. LG 이병규는 등번호가 9번이다. 반면 삼성 양준혁은 등번호가 10번'이다. 두 선수 모두 정교한 타격을 자랑하는 타자'다. 타율 기록'만 놓고 보았을 때 이병규는 양준혁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뛰어나지만 결정적 차이'는 " 주루 " 에 있다. 양준혁은 선수 생활 내내 열심히 달렸다. 비록 평범한 내야 땅볼'이어서 힘껏 내달려도 아웃되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양준혁은 1루를 향해 힘껏 달렸다. 이 성실한 자세'는 언제나 감동적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양준혁을 1루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선수로 기억한다. 하지만 9번 이병규는 다르다.

그가 어제 마지막 이닝 선두 타자의 대타로 나와서 보여준 주루는 실망 자체'였다. 평범한 내야 땅볼이었다. 그는 일찌감치 포기한 채 바지에 똥 싼 사람'처럼 어기적어기적 1루로 향했다. 프로 선수라고 보기에는 민망한 자세'였다. 운동선수라면 모름지기 한화 선수들처럼 루저 근성으로 싸워야 한다. 바로 그 차이'다. 우리는 양준혁을 평범한 내야 땅볼에도 전력 질주했던 타격왕으로 기억하고, 이병규는 안타가 될 것 같은 땅볼에만 전력 질주하는 전직 타격왕으로 기억할 것이다. 자기계발서 책 제목 같지만 작은 차이가 큰 감동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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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5-10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지 타격이 너무 저조합니다. 어제 KT와의 경기를 보면서 제가 만약 엘지팬이라면 선수들의 플레이에 화가 났을 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5-10 14:54   좋아요 0 | URL
저 어제 케이티 응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