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과 문맹률  :  이봐,

이게 다 핸드폰 때문이야 


                                       정의롭지 못한 무리와 불화하면 얼마나 좋았을까 !  악당과 싸워서 위험에 빠진 미녀를 구하고 시민을 구해서 영웅이 되는,  딱딱하게 발기한 서사 말이다. 하지만 나는 무근적 체질    류근 시인의 상처적 체질'을 패로디했다    이어서 꼴뚜기처럼 팔팔하기는커녕 문어처럼 칠칠맞지 못하게 흐느적거리기 일쑤였다. 내 몸은 팔 할이, 그래요... 돼지껍딱'이랍니다. 흑사리 껍딱 같은 내 인생을 탓해서 무엇하리오만, 그래도 성깔은 있어서 가부장 문화에 속하는 불알후드(brotherhood)의 영웅 서사'에는 차마 동조할 수 없었다.  그때부터 21세기 대중 문화와 불화하기 시작했으니......   지난 글에서 핸드폰과 카메라 때문에 한국인은 까막눈'이 되었다고 주장해서 욕을 바가지로 먹은 적 있다.  


​ㅡ 이 뮤직 비디오는 본문과 전혀 관계가 없다


19세기 인간이었던 플로베르는 보봐리 부인이 입고 있는 옷의 형태와 질감을 글로 묘사하기 위해 꽤 많은 페이지'를 할애해야 했지만 21세기 현대인은 디지털 카메라로 보봐리 부인이 입고 있는 옷을 찍어서 전송하면 끗. 굳이 글로 재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현대 소설가는 < 리바이스 501 > 의 형태와 질감에 대해 플로베르처럼 집요하게 물고늘어지지는 않는다. 이 청바지가 어떻게 생겼나 궁금해하는 독자는 없으니까, 모두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만약에 현대 소설가가 나이키 덩크 로우 신발을 플로베르처럼 집요하게 묘사했다가는 똘아이 아니냐는 핀잔을 받을 것이다  < 사진 > 은 문자보다 신속하고 즉각적인 비문자'에 속한다. 그러다 보니 보고 느낀 것을 < 문자 > 로 재현하려는 욕심이 < 사진 > 으로 대체되었다.

" 알싸하게 시큼한 겨울 동치미 국물 맛은 어쩌구 저쩌구.... " 라는 문장은 동치미 국물 사진 한 장으로 뙇 !  비문자에 속하는 사진, 그림, 입말, 영상 따위에 익숙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문자 해독력은 떨어지게 되어 독서량이 줄어들게 된다는 스토리.  여기까지는 좋았다. 나는 한발 나아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음식 먹기 전에 사진부터 찍는 행위는 촌스럽다고 비판했다. 진정한 교양인'은 사진 대신 문자로 맛을 재현해야 한다고 어거지를 부렸다. 우, 우우. 전방에서 들려오는 늑대의 함성 ! 요리가 나오기 전에 사진부터 찍었던 사람들은 내 글이 불편했으리라. 이 자리를 빌려 사과드린다.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박근혜도 문자 문화'보다는 비문자 문화를 선호하는 부류'다. 수첩 공주'라는 별명은 난독증을 숨기기 위한 페이크'가 아닐까.

박근혜 정치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 비문자 정치술 " 이라 할 만하다.  워낙에 눌변이다 보니 그녀는 < 연설 > 로 대중을 감동시키기보다는 툭, 지나가는 짧은 < 입말 > 이나 < 사진 > 따위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다. 그녀에게 사진은 정치 도구'다. 청와대가 세월호 사건에 접근하는 방식은 철저하게 사진 정치술'에 의지한 전략이었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공감이 아니라 합동 분양소를 조문하는 모양새이며, 위로가 아니라 울고 있는 아이의 손을 잡고 있는 그림'이었다. 박근혜가 사진을 간절히 원하는 이유는 박근혜 지지층이 문자 문화'보다는 영상 문화'에 익숙하다는 데 있다.   월터 옹은 이를 문자 문화와 구술 문화로 구별한다. 그의 기준에 의하면 대한민국은 구술 문화(비문자 문화)에 속한다    

 

대한민국은 해방 직후 문맹률이 90%에 육박했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대한민국 사회가 문자 문화로 진입한 지는 60년이 채 되지 않으니 박정희 향수'에 젖은 계층은 대부분 비문자 문화에 익숙한 세대'였다는 계산이 나온다. 비문자 문화야말로 박근혜 지지자를 지탱하는 " Old is But Good is " 인 셈이다. 한국인이 드라마나 먹방'에 열광하는 이유도 구술과 영상에 익숙하다는 데 있다. 누군가는 세계 최고의 대학진학률을 근거로 대한민국이 비문자 문화'에 속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려고 할 테지만 다음 기사를 읽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국민들의 실질 문맹률을 비교하는 22개 경제개발기구(OECD) 가입국 국민의 문서해독능력 비교에서 꼴찌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전 국민의 75% 이상이 새로운 직업에 필요한 정보나 기술을 배울 수 없을 정도로 일상문서 해독능력이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OECD 국가 문서해독 능력 비교는 구직원서 봉급명세서 등 일상적인 문서내용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능력을 비교한 것으로,각종 첨단정보가 일상화된 선진국 사회에서는 단순히 글씨해독 능력을 보여주는 문맹률보다 훨씬 더 실질적인 문맹률로 간주된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6일 발간한 ‘2004 한국 교육인적자원 지표’에서 우리나라 국민중 ‘생활정보가 담긴 각종 문서에 매우 취약한’(1단계 문서해독수준) 사람 비율이 전체의 38%나 돼 OECD 회원국 평균(22%) 수준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일상적인 문서를 겨우 해석해낼 수는 있지만 새로운 직업이나 기술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는 힘든(2단계)’ 사람도 전체 국민중 37.8%나 됐으며 선진사회의 복잡한 일상에 대처할 수 있는 최소한의 문서독해 수준(3단계) 이상을 갖춘 사람이 21.9%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전문적인 정보기술(IT) 등 첨단정보와 새로운 기술,직업에 자유자재로 적응할 수 있는 고도의 문서독해 능력을 지난(4단계) 사람은 2.4%에 불과해 노르웨이(29.4%) 덴마크(25.4%) 핀란드 캐나다 (이상 25.1%) 미국(19%)에 비해 형편없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KEDI는 특히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자들의 문서독해 능력을 비교하는 OECD의 국제성인문해조사 점수 역시 258.9점으로,조사대상인 22개국중 꼴찌였다고 설명했다.


ㅡ 국민일보

 

 

 

배울 만큼 배운 놈이 까막눈이라는 점은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강사'라면 크게 공감할 내용이다. 대학진학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실질 문맹률에서 꼴찌를 했다는 사실은 꽤나 웃긴 일이지만 나름 이해는 간다. 서구 사회가 문자 문화로 진입한 시기는 19세기였다. 그에 반해 대한민국은 20세기 중엽까지도 문맹률이 90% 였다. 핸드폰 보급율이 세계 1위인 이유도 구술 문화의 잔재는 아닐까 ?  도덕적 결함이 명백한 이명박과 박근혜가 연속으로 정권을 집권하자 사람들은 패배 원인을 찾는 데 골몰했다. 하지만 모두 원론에 그칠 뿐 제대로 된 지적질은 없었다. 내가 보기에는 이게 다 핸드폰 때문이다. 한국인은 입말의 쾌락은 좀 버리고 문자의 사색에 빠질 필요가 있다. 보수의 지적은 틀렸다.

말이 많으면 빨갱이가 되는 게 아니라 보수주의자'가 된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05-13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13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13 1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13 1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5-05-13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 다닐 때 우리나라 문맹률이 낮다고 배우며 괜히 으쓱했는데요. 요즘 아해들 보면 우리말 해석 능력이 얼마나 떨어지는가 놀랍니다. 제가 학원에서 애들 가르칠 때도 많이 놀랐는데요. 문제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심각한 수준인 것 같다는 점이죠. 우리 조상들은 그리도 책을 좋아했다는데, 그 후손은 1년에 책 한 권 읽지 않는 사람이 많으니...

곰곰생각하는발 2015-05-14 12:10   좋아요 0 | URL
해방 이후로도 꽤 오랫동안 문맹`이었으니 모든 문화가 구술 문화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었고.
당연히 박지지자들은 구술 문화에 젖은 경우죠. 박근혜는 이미지 정치를 하잖아요.
일종의 그림자 정치죠. 새 그림자 보고 새다고 군중은 생각하지만 사실은 손으로 만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