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크 선장과 불펜 투수 : 방어율

0.00를  내리고 6.97를 올리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 깻잎오소리입말사전 >> 을 펼쳐서 야구 관련 용어'를 살펴보았다. 깻잎오소리입말사전'은 현대 감각에 맞춰 지나친 외래어 유입과 한자어'로 오염된 우리말을 순화하자는 목적으로 편찬된 사전'이다. 이를테면 : 야구 용어에서 홈 플레이트 ( home plate )는 " 집구석 " 으로 순화한다. " 홈을 밟다 " 는 " 집구석으로 돌아왔습니다 ! " 로, 포수와 타자가 홈에서 서로 뒤엉키며 접전을 펼치는 상황은  " 집구석이 엉망이군요 ! " 라거나 " 난장판 " 이라표현한다. 종합하면 이렇다. " 덩치가 곰 같은 홍성흔 선수 집구석을 향해 돌진합니다. 집구석으로 쳐들어오는 외간 남자와 이를 막으려는 안방 마님, 아.... 이게 뭔가요. 벌건 대낮에 안방 마님이 곰 같은 사내와 뒹굴고 있습니다. 집구석, 말이 아니네요....... "  야구라는 스포츠가 워낙 규칙이 까다롭고 복잡한 스포츠여서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용어가 많은데,  오소리 사전에 의해 순화된 용어는 귀에 쏙쏙 들어오는 편이니

스포츠 대중화'에 큰 몫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사전에 의하면 < 커브 curve >는 " 갈고리 " 다. 쭉 뻗다가 어느 순간 획 떨어지는 공이니깐 말이다. 그 궤적이 갈고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 타자 몸쪽 깊숙이 떨어지는 날카로운 갈고리였습니다 ! " 오소리 사전은 엉터리 사전'이라고 비웃지 마시라.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는 < 커브 > 를 < 후크 hook > 라고도 하니, < 갈고리 > 라고 해서 이상할 것 하나 없다. 야구 용어 가운데 퀵 후크 ( QUICK HOOK ) 라는 말'이 있다. 선발 투수가 3실점 이하로 잘 던지고 있는 데도 6회 이전에 투수를 교체하는 상황을 뜻한다. 좋은 투수의 조건이 퀄리티 스타트 : 6회 이상 3실점 이하   라는 점을 감안하면 " 퀵 후크 " 라는 용어 속에는 잘 던지고도 내려와야 하는 상황이 담겨져 있다. 

투수에게 < 퀄리티 스타트 > 는 1승 못지 않게 중요한 기록'이다. 투수 입장에서는 당연히 감독을 원망할 수밖에 없다. 만약에 잘 던지고 있는 투수를 조기에 강판시키고 나서 등판한 불펜 투수'가 난타를 당한다면 감독을 향한 팬의 야유'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 우,  우우우 ! 그래도 6회 도중에 투수를 교체하는 감독은 양반에 속한다. 5회 이상'을 던졌으니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내려온다면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는 것이니 말이다. 5회 도중에 마운드를 내려오게 되면 이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승리 투수 요건이 되지 못한다. 며칠 전,  국내 프로야구 경기'를 보다가 4회 원 아웃 1,3루 상황에서 투수가 마운드를 내려오는 풍경을 본 적이 있다( 내 기억 속에는 한화'라고 기억하는데 정확한 기억은 아니다. 당시 술에 취한 상태로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보니 어느 팀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놀라지 마시라. 그 투수는 4회까지 3안타 무실점으로 호투를 하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감독이 용수철처럼 튀어나온 것이다. 그 모습을 보다가 내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설령 1점을 준다 해도 이기고 있는 경기요, 2점을 내준다고 해도 이기고 있는 경기요, 3점을 내준다 해도 동점이니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였지만, 감독은 1승에 목이 말라서 4회 3안타 무실점 호투를 펼친 선발 투수가 " 퀵 후크 " 했다. 이 경기가 한국시리즈'였다면 백 번이거 천 번이고 이해한다. 하지만 이제 고작 시즌 초반이 아니었던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데 급급하면 전체를 놓치게 된다. < 퀵 후크'인 경기 > 를 볼 때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정신이 야구에서도 적용되는 것이다.

< 퀵 후크 > 를 그동안 < 조기 강판 > 이라는 용어로 번역했다. 강 : 降 내릴 강, 판 : 板 널판지 판'이니 감독이 강제로 (투수를) 판때기에서 내려오게 한다는 말이다. 4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친 투수를 강판시키는 것은 감독의 갑질이 아닐까 ? 아니나 달라. << 깻잎오소리입말사전 >> 에서는 조기강판에 대한 해석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 대한민국의 빨리빨리 문화와 성과제일주의가 결합한, 감독의 갑질 현상 "   신티내티 레즈 팀과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팀에서 감독을 하며 월드 시리즈 우승을 이뤘던 스파키 앤더슨은 별명이 " 후크 선장 ( captain hook ) " 였다. 그는 선발 투수가 위기에 처한다 싶으면 지체 없이 투수를 교체하는 감독으로 유명했다. 그는 낡은 빠떼리를 새 빠떼리로 연결( hook up )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한화의 김성근 감독을 보면 후크 선장'이 떠오른다. 비록 그가 퀵 후크'로 한국 시리즈를 우승한다고 해도 그를 지지할 생각은 없다. 야구는 " 투수 놀음 " 이라고 하지만 그 말은 틀렸다. 현대 야구는 < 투수 놀음 > 이 아니라 < 투수들의 놀음 > 이다. 전설적 라이벌 경기'로 회자되는 선동렬 대 최동원, 라이벌 맞대결은 연장 끝에 무승부로 끝났다. 그 경기에서 최동원 투수는 공을 209개나 던졌고, 선동렬은 232개를 던졌다. 하지만 현대 야구에서는 100개 안팎'이다. 나머지는 불펜 투수들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 야구는 < 투수 놀음 > 이 아니라 < 투수들의 놀음 > 인 것이다. 퀵 후크'가 자주 발생한다는 말을 달리 말하면 투수 운용에 있어서 불펜 투수의 몫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선발 투수들이야 한번 던지면 4일 휴식이 주어지지만 불펜은 그때 그때 다르다. 권혁 선수는 3연속 등판이 3차례'나 된다. 그것도 모두 2이닝 이상 소화했다. 이러다가는 선발 투수 정규 이닝보다 많은 이닝 수를 기록할 판이다. 혹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경우'다. 불펜 투수만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보직이 있을까 ? 잘해봐야 본전이고 못하면 온갖 욕을 먹게 된다. 언제 등판할 지 모르니 날마다 살얼음판이다. 그렇다고 돈을 많이 받나 ? 몇몇을 제외하면 불펜 보직은 연봉이 가장 저렴한 쪽에 속한다. 이래저래 불펜 보직은 야구계의 乙이다. 한 시즌, 성적이 좋다고 무조건 좋아할 일도 아니다. 실력이 좋았던 불펜이 다음 시즌에 형편없는 성적을 거두는 경우는 내가 굳이  이 자리에서 말을 안 해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오늘, 마이애미 말린스와 엘에이 다저스 경기'에서 2대 1'로 앞선 상황에서 8회 불펜 투수로 에덤 리베라토어'가 등판했다. 1점 차 경기'이니 손에 땀이 나는 경기. 하지만 팬들은 안심했다. 그가 올해 기록한 성적은 방어율 0.00'이었다. 첫 타자는 삼진 아웃으로 잡았고, 두 번째 타자도 헛 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이 정도면 압도적인 구위'다. 공이 투수 미트로 들어갈 때 나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렸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투수 교체가 이루어진 것이다. 리베라토이가 내려가고 그를 대신해서 올라온 투수는 우,우우. 크리스 해처'였다. 그는 마운드에 등판해서 소방수 역할보다는 방화범으로 이름을 날렸던 투수가 아니던가. 그가 올해 기록한 성적은 방어율 6.97이었다. 다저스는 이 점수를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9회초에 역전 2점 홈런을 내줬다.

하지만 다저스는 9회말 3점 홈런으로 응수하며 최종 스코어 3 : 5로 이겼다. 왜 감독은 초박빙인 8회'에 위력적인 투구를 자랑하는 애덤 리베라토어를 1이닝도 채우지 않은 채 내리고 크리스 해처'를 올렸을까 ? 믿음이 없어서 방어율 0.00를 내리고 6.97를 올렸을까 ?  이런 경우'도 불펜에서의 퀵 후크'라고 할 수 있을까 ? 전날 애덤 리베라토어는 1이닝을 소화했다. 어깨 보호 차원에서 무리한 연투'를 하지 않겠다는 배려가 아니었을까. 2이닝 이상 3연투'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한국 야구와 비교하면 상당히 다른 대목이다. 투수 팔은 가제트 만능 무쇠팔이 아니다. 소모품이다. 김성근 감독님, 적당히 쓰십시오. 눈앞의 성적도 좋지만 미래가 창창한 젊은 선수 팔, 아작내지는 맙시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tella.K 2015-05-12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깻잎오소리입말사전>이 정말 있나요? 알라딘엔 없는 걸로 나오는데...
그 사전 재밌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ㅠ

곰곰생각하는발 2015-05-13 10:05   좋아요 0 | URL
저만 한 권 가지고 있습니다.

cyrus 2015-05-12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한화 대 삼성 경기를 보고 있는데 김성근 감독의 선수 교체에 삼성 팀 전체 분위기가 꼬여버렸어요. 박석민 수비 실책부터 경기가 잘 안 풀리네요. 곧 8회말, 9회말에 펼쳐질 권혁 대 팀 삼성이 기대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5-13 10:05   좋아요 0 | URL
권혁 정말.... 무쇠팔 같습니다.

samadhi(眞我) 2015-05-13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소리 사전 편찬에 참여하고 싶어요 실력을 보장할 수 없지만. 오호호호. 저도 그런 감독 정말정말 싫어용. 오직 승리만 생각하는 쪼잔한 감독들. ˝선수생명, 재미, 팬˝을 고려하지 않는 일차원적인 지도자들은 제발 가라는데. 괜찮은 지도자가 해도해도 너무 없단 말이죠. 홈플레이트 설명 아주 재밌네요. 중계를 실제로 그렇게 한다면 얼마나 재미날까요. 스포츠 관계자들이 일본식 미쿡식 용어들 좀 없애고 우리식 말 좀 쓰려고 시도라도 해준다면 고맙겠지만 기대를 말아야죠.

곰곰생각하는발 2015-05-14 12:08   좋아요 0 | URL
사전 편찬 심의 위원으로 임명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