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와 10 :  작은 차이가 

커다란​ 감동을 만든다 .


                                사탕 1개와 2개는 큰 차이'다. 사탕 2개는 사탕 1개의 2배'이니까. 그래서 평소 부처님 마음 같던 네 살배기 꼬마'도 엄마가 오빠에게는 사탕을 두 개 주고 자신에게는 한 개를 주면 금새 오리 입이 되기 일쑤'다. 미운 오리 새끼'가 된 것 같은 서정. 눈물이, 눈물이, 눈물이 앞을 가리리라. 하지만 엄마가 오빠에게는 사탕을 10개 주고 자신에게는 사탕을 9개 주면 그닥 불만을 가지지는 않는다. 사탕 9개나 사탕 10개'나 거기서 거기이니 말이다.  그런데 다른 시선으로 접근하면 9와 10은 매우 다르다. < 9 > 는 " 한 자리 수 ㅡ 소속 " 이고 < 10 > 은 " 두 자리 수 ㅡ 소속 " 이다. 메이저리그에 빗대자면 마이너리그 소속 선수와 메이저리그 소속 선수'라고나 할까 ? 내가 주목한 부분은 숫자 < 0 > 이다.

 

 

 

0 은 숫자 10를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 콜업 " 한 일등공신'이다. 이처럼 " 한 끗 " 은 자신이 처한 처지와 입장에 따라 < 사소한 차이 > 가 되기도 하고 < 사소하지 않은 차이 > 가 되기도 한다. 사실 숫자 < 0 > 은  無 에 해당되기에 더하는 값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화투판에서 세 끗과 여덟 끗이 만나 한 끗이 되는 패를 " 삼팔따라지 " 라 하는데, < 0 > 은 삼팔따라지'보다도 못한 " 흑사리 껍딱 " 같은 존재이니

 

이 패를 잡으면 일찌감치 자리 털고 일어나 집에 가서 돼지껍딱'이나 부쳐먹어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 카드 세계'에서는 전혀 다른 위력을 발산한다. 트럼프 카드 놀이(원카드 놀이)에서 " 쪼-이는 맛 " 을 아는 사람들은 숫자 0에 해당되는 joker 는 < 비장의 카드 > 에 속한다. 카드 놀이에서 조커는 중요한 와일드 카드요, 비밀병기인 셈이다.

 

조커'라는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 조커 없는 베트맨'은 변사또 없는 춘향전이요, 뺑덕 어멈 없는 심청전'이 아닐까. 그들은 선한 자도 아니고 주연도 아니지만 그들이 빠지고 나면 서사는 흐물거리는 개불처럼 히마리가 없게 된다. 방송에서 키 180 이하는 루저예요, 라고 말했던 여성도 축구 선수 메시 몸값이 3000억에 육박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3000억이면 도대체 루이비통 가방을 몇 개나 살 수 있는 거야 ? 과부 사정은 홀아비'가 아는 법. 나는 영화 << 베트맨 >> 에서 빈털털이 루저(조커)가 다국적 기업의 위너(브루스 웨인)과 맞짱을 뜰 때 두 팔 걷어부치고 조커를 열렬히 응원했다. 조커여,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삼 ! 결국 영화는 간발의 차이'로 베트맨이 이기는 것으로 매조지했으나 이 싸움에서 진정한 승자는 조커'였다.

수제비 먹고 싸운 놈이 A++ 등급 횡성 한우만 먹고 자란 놈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으니깐 말이다. 흑사리 껍딱 같던 조커가 클로버 J 카드 같은 베트맨을 신나게 다구리 놓을 때'는 짜릿했다. 나는 조커를 통해서 엄친아 앞에서 한없이 쪼그라들었던 내 낭심을 회복할 수 있었어요. 생각해 보면 < 세기의 대결 > 은 브루스 웨인 경'에게 유리한 경기'였다. 가진 거라고는 불알 두 쪽과 맨발이 전부인 조커'가 낭심보호대와 가슴보호대, 심지어는 포수 마스크'까지 착용한 그를 무슨 수로 이길 수 있겠는가. 브루스 웨인은 권투 경기에서 포수 보호 장비를 갖추고 경기에 출전한 것이다. " 비겁한 새끼, 네 불알만 소중하냐 ? 네 불알이 소중하다면 조커 불알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알기 바란다 ! " 나는 << 베트맨 >> 을 보면서 주먹 꼭 쥐고 괄약근 꽉 조였다.

 

 

​ㅡ 이병규 통산 기록

숫자 0 에 대해 말하다 보니 들머리에 해당되는 말머리'가 길어진 점, 사과한다. 지금까지의 글은 읽지 않아도 무방하다. ㅋㅋㅋ. 내가 이 자리를 빌려 하고 싶은 말은 지금부터'다. 짧지만 굵게 말하마. LG 이병규는 등번호가 9번이다. 반면 삼성 양준혁은 등번호가 10번'이다. 두 선수 모두 정교한 타격을 자랑하는 타자'다. 타율 기록'만 놓고 보았을 때 이병규는 양준혁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뛰어나지만 결정적 차이'는 " 주루 " 에 있다. 양준혁은 선수 생활 내내 열심히 달렸다. 비록 평범한 내야 땅볼'이어서 힘껏 내달려도 아웃되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양준혁은 1루를 향해 힘껏 달렸다. 이 성실한 자세'는 언제나 감동적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양준혁을 1루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선수로 기억한다. 하지만 9번 이병규는 다르다.

그가 어제 마지막 이닝 선두 타자의 대타로 나와서 보여준 주루는 실망 자체'였다. 평범한 내야 땅볼이었다. 그는 일찌감치 포기한 채 바지에 똥 싼 사람'처럼 어기적어기적 1루로 향했다. 프로 선수라고 보기에는 민망한 자세'였다. 운동선수라면 모름지기 한화 선수들처럼 루저 근성으로 싸워야 한다. 바로 그 차이'다. 우리는 양준혁을 평범한 내야 땅볼에도 전력 질주했던 타격왕으로 기억하고, 이병규는 안타가 될 것 같은 땅볼에만 전력 질주하는 전직 타격왕으로 기억할 것이다. 자기계발서 책 제목 같지만 작은 차이가 큰 감동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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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5-10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지 타격이 너무 저조합니다. 어제 KT와의 경기를 보면서 제가 만약 엘지팬이라면 선수들의 플레이에 화가 났을 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5-10 14:54   좋아요 0 | URL
저 어제 케이티 응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