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이란 색칠 공부하는 그림책이 아니잖아 ! " 










한때, 책을 읽을 때 아이보리 비누로 손을 씻고 독서를 하는 습관이 있었다. 뽀송뽀송한 손으로 마른 종이를 넘길 때 느끼게 되는 촉감이 좋아서 생긴 버릇이었다.  또한 노란 색연필로 훌륭한 문장에 밑줄을 긋는 버릇도 있었다.  지금은 독서를 할 때 손을 씻는 버릇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좋은 문장에 노란 색연필로 밑줄을 긋는 버릇은 여전히 남았다. 


노란 색연필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도달한 선택이었다. 각종 연필, 색연필, 형광펜, 수성펜, 유성펜을 사용하고 빨주노초파남보라 색상을 실험한 결과, 밑줄을 긋는데 가장 탁월한 것은 노란 색연필이었던 것이다. 다른 색에 비해 노란색 밑줄은 삐뚤삐뚤 그어진 사선을 수평에 가까운 직선으로 보이게 만드는 착시 효과가 탁월하고, 밑줄 친 문장을 선명하게 보이게 만든다. 그리고 드문드문 그어진 노란 밑줄은 무채색의 세계인 책이라는 물성에 컬러풀한 감성을 선물한다. 포인트 컬러로써 이보다 좋은 색은 없다.  여러 모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어쩌면 나는 책이 좋아서 밑줄을 긋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밑줄 긋는 것이 좋아서 책을 읽는지도 모른다. 이 과정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은 " 과유불급 " 이었다.  좋은 문장은 대부분 꼬리가 짧다.  중언부언하지 않을 때 훌륭한 문장이 탄생한다.  내가 밑줄을 긋는 횟수는 한 페이지에 고작 한 줄 정도였으며 대부분 길이가 길지 않은 짧은 문장이었다. 하지만 좋은 문장이라고 해서 모두 꼬리가 짧은 문장일 리는 없다. 종종 밑줄이 페이지 첫 문장에서 시작하여 그 페이지가 끝날 때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밑줄 긋고 싶은 문장이 만연체인 경우가 그런 경우였다. 


그런데 이렇게 꼬리가 긴 문장,  다시 말해서 페이지 전체를 노란 색연필로 색칠을 한 경우가 발생하면 " 시각적 테러 " 를 경험하게 된다.  노란색이 부분적으로 포인트 컬러(집중, 강조, 경고 따위)로 사용될 때는 효과적이지만 한 페이지 전체를 도배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면 주의력이 흩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압도적 장악은 주의력을 집중하게 만들기보다는 집요한 강요처럼 느껴져서 사람을 질리게 만든다. 그래서 꼬리가 긴 노란 밑줄(이 그어진 문장)을 다시 읽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인생과 행복의 관계 " 도 어쩌면 " 책과 밑줄의 관계 " 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밑줄이 많은 책일수록 좋은 책이란 사실은 부정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내가 밑줄을 그은 문장만 발췌해서 모아 놓으면 기껏해야 그 책의 한두 페이지 정도의 분량에 불과하다. 인생과 행복의 관계도 그렇다. 인생이라는 기나긴 텍스트에서 행복이라는 이름의 밑줄이 차지하는 분량은 고작 한두 페이지 분량일 것이다. 하여, 인생의 목표를 행복에 두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왜냐하면 인생이라는 제목을 가진 책은 색칠 공부하는 그림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문장은 짧듯이 강렬한 행복도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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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 소 리 에    대 하 여     :










진 중 권 과   빠 던









 



거짓말과 개소리는 얼핏 보면 비슷한 말처럼 들리지만 전혀 다른 영역에 속한 단어다. 거짓말은 < 말 > 이라는 언어학에 뿌리를 두지만 개소리는 < 소리 > 라는 물리학에 속한다(음향학은 물리학의 하위 카테고리이다). 그러므로 거짓말은 의성어인 개소리보다 한 수 위.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기에 진실을 은폐하는 데 노력한다. 이 과정을 통해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진실은 힘이 세다 " 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는 부류이다. 하지만 개소리를 하는 사람은 자신이 내뱉는 말이 아무(렇게나 내뱉는)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개소리꾼은 진실과 거짓 따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진중권이 윤석열을 비판하는 사람을 싸잡아서 " 조국의 똘마니 " 라고 비난하는 것이야말로 대표적인 개소리'다.  그의 말을 그대로 되받아치자면 그렇다면 조국을 비판하는 사람은 모두 다 윤석열의 똘마니인가 ? 


이처럼 하나 마나 한 소리는 개소리의 대표적 특징이다. 개소리꾼이 거짓말쟁이보다 나쁜 이유는 거짓말쟁이는 비록 거짓말을 하더라도 적어도 진실의 가치를 업신여기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거짓말쟁이가 비겁하다면 개소리꾼은 비열하다. 진중권은 전형적인 " 개소리꾼 " 이다. 그에게 진실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는 오로지 자신이 씹고 싶은 대상에게 막말을 쏟아부어 그 대상의 인격을 훼손하는 데 집중한다. 그의 태도는 야구에서 배트 플립1)을 하는 타자의 전략과 비슷하다. 배트 플립(빠따 던지기)은 상대 팀 투수를 도발하고 자신의 팀 동료에게는 투쟁심을 상승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진중권은“ 언제나 그가 비난하는 대상이 최대한 기분 나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그렇게 함으로써 비판 대상으로부터 반응을 유도하고, 그것이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 노출되면서 ‘사이다’ 같은 청량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지지를 얻는다2). ” 진중권의 개소리가 노리고 있는 것은 상대 팀 투수가 흥분하여 평정심을 잃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제구력이 생명인 투수가 마음의 평정심을 잃는다는 것은 치명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페이스북 유저는 진중권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평가를 내린다. 


논리도 필요하지 않다. 견강부회, 거두절미, 침소봉대를 서슴지 않는다. 겨냥할 상대만 먼저 정하면 된다. 먼저 무슨 헛소리든 망발을 던져서 상대가 발끈하며 반응하면 계속해서 수위를 올리고 관심을 끌어 적을 먼저 만든다. 그런 뒤 자신의 악성 선동이 필요한 부류가 인용하게 하여, 글 장사하고 후원금 장사하는 한국판 '생계형 프로보커추어(Provocateur)'”라고 꼬집었다. 홈런을 친 타자가 " 배트를 던져서 상대를 발끈 " 하게 만든다면  진중권은 " 망발(개소리)을 던져서 상대를 발끈 " 하게 만든다.  그 다음에 벌어질 일은 상상 가능한 일이다.  


투수가 타자에게 보복구를 던지면 그 다음은 양팀의 집단 난투극'이다. 배트 플립에 의한 집단 난투극이 발생하면 스포츠 뉴스의 촛점은 그 경기의 진행 과정과 결과에는 관심이 없고 온통 배트 플립과 벤치클리어링 사태'에만 집중한다.  불 구경과 싸움 구경만큼 재미있는 볼거리는 없기 때문이다.  진중권의 페이스북의 언론 주목도가 높은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개소리는 진실도 아니고 거짓도 아니듯이, 배트 플립 역시 반칙도 아니고 원칙도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것이 비신사적 행위라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그것을 통해서 인지도를 높이고 자신의 비지니스 사업에 이용한다는 점에서 진중권의 배트 플립은 좆나게 비열하다. 그래서 나는 진중권을 bad bat fliper 라고 부르고 싶다. 자고로 옛말에 사내란 방망이 잘 못 휘두르면 좆되는 법이라 했다. 권아, 아...... 우리의 권아 !  제발, 방망이만큼은 조심히 다루길 바란다. 







​                    

1) 배트 플립( bat flip) :  은 야구에서 타자가 홈런으로 짐작되는 타격을 마치고 1루로 출루하면서 야구 방망이를 던지는 행위를 의미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상대 투수를 자극한다는 이유로 그것을 비신사적인 행위로 간주하여 금기시하고 있다.

2) 김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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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0-10-17 17: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거짓말과 개소리의 철학적 구분을 너무나 명쾌하게 이해했습니다!ㅎ
시원한 글 감사합니다! 청량감 가득 느낍니다!ㅎ

곰곰생각하는발 2020-10-17 17:1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ㅎㅎㅎ

말리 2020-10-17 21: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인사드립니다. ^^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ㅎ

진씨가 도발꾼인 것은 처음부터 그랬던 것 같습니다.
다만 관점이 비슷해서 그 싸가지 없는 말투를 새로운 논쟁 방식으로 환호했던 것 같아요.
이제 그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구나 싶어 씁쓸합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진씨는 무엇에 도발되어 이렇게 확 포지션을 바꾸었는가 인데요.
현재 진씨의 도발은 그가 당했다고 생각하는 도발의 귀결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합니다.
사람은 어떻게 변하는가 궁금해서요.




곰곰생각하는발 2020-10-17 21:18   좋아요 0 | URL
ㅎㅎ 잘 알지, 왜 모르겠습니까 ?
심리학 용어 중에서 ˝ 문지방에 발 살짝 걸치기 ˝ 라는(정확한 워딩은 아닙니다만..) 용어가 있어요.

처음에는 조국 때문에 윤석열을 지지하다가 이제는 발을 빼기 힘든 지경에 이르지 않았나 봅니다.
그러다 보니 억지와 궤변을....

진중권은 사실 옛날부터 그런 인간이었죠. 어그로 끌어서 대중 인지도를 높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수다맨 2020-10-18 15: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진중권의 망동과 한국언론의 질적 저하가 그 궤를 같이한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양쪽 다 논리와 팩트는 내던진지 오래이고 그저 ‘좋아요‘ 그리고 ‘조회수‘의 많고 적음으로 장사를 하려는 경향이 가면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언론사와 언론인의 존재 의의는 사실에 근거한 효과적인 탐사보도인데 지금 이 원칙을 지키는 언론을 본 지가 오래된 듯합니다. 진중권이나 서민 같은 이들의 졸문을 지면에 옮기는 천박한 속기사들만 횡행하는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0-10-19 21:01   좋아요 0 | URL
서로 상생하는 거죠.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그들이 쎄에에에게 해주니 따옴표 기사로 써먹고, 진중권은 칼럼이라는 지면이 생기는 돈벌이가 되고.... 뭐, 서로 상생 !

체셔(Cheshire) 2020-12-18 1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소리 잘보고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0-12-22 16:21   좋아요 0 | URL
네에...

이든맘 2022-12-31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박한 속기사는 문재인과 더민당 즉 국민이 아닌 자신을 위한 당을 위해 존재해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참으로 한탄할 노릇이네요 풉

곰곰생각하는발 2023-01-02 14:31   좋아요 0 | URL
시방새야 윤석열 찍었으면 조금 부끄뤄워해야 하는 거 아니냐. 저 쪼다 새끼..
 














                                           


작가가 약을 팔면 독자는 약만 오를 뿐  :











인생의 낭비






                                                                                               자신을 소개할 때 항상 " 증평의 촌년 " 이라고 말하는 김미경 강사는 돈 냄새를 맡는 데 꽤나 소질이 있다. 사실, 자신을 촌년이라고 소개하는 자기 비하'는 종종 지금의 성공을 강조하기 위한 기술로 사용되기도 하는 법이어서 스타 강사 김미경은 전형적인 자기과시형 인물이다. 문제는 그녀가 이 성공을 바탕으로 전문가 행세를 한다는 점이다. 이제는 << 김미경의 리부트 >> 라는 책을 통해서 미래학자에 도전하고 있다. 한 치 앞도 못보는 주제에 10년 후 대한민국을 진단하니 오징어가 먹물 쏟아낼 지경이다. 


한치 김미경 선생은 << 김미경의 리부트 >> 라는 책에서 코로나로 인해 한국 사회가 대면 사회에서 비대면 사회로 급변했다면서 비대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술과 태도 전술을 소개할 때마다 나는 진심으로 좆같은 마음 금할 길 없었다. 님, 참...... 좆같네여.               현대 사회는 오래전부터 대면 사회에서 비대면 사회로 전환되었다.  코로나라는 왼손잡이는 이 대전환 시대에서 거들 뿐이다.  훌륭한 사례가 바로 은행 ATM 기기 사용'이다. 옛날에는 은행 창구에서 은행 노동자와 은행 이용자가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일처리를 했던 것을,  


이제는 합법적 고리대금업자들이 은행 서비스 노동자를 해고하고 대신 ATM 기기로 대체하면서 비대면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한 지 오래이다. 어디 그뿐인가 ?  소비자는 은행이 해야 할 노동력을 스스로 제공하면서도 그 노동에 대한 값을 얻기는커녕 오히려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돈을 은행에 내고 있는 실정이다. 재주는 곰이 부렸는데 돈은 왕서방이 챙겼다고나 할까 ?  은행은 칼만 안 들었을 뿐이지 날강도나 다름없다. 대면 서비스로 인해 발생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 비대면 서비스로 전환한 기업은 맥도날드'다.  


맥도날드가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김선달보다 " 창발적 개새끼 " 인 이유는 대면 서비스 노동자를 감소시킨 성공적 주범일 뿐만 아니라 기업이 응당 제공해야 할 각종 서비스 노동을 고객에게 전가시켰다는 점이다. 맥도날드는 오래전부터 비대면 시스템을 구축해서 손님의 노동력을 강탈하고 있는 중이다.  이제 소비자는 서빙은 물론 잔반 처리 업무도 척척 !  이처럼 현대 사회는 알게 모르게 오래 전부터 대면 사회에서 비대면 사회로 전환되고 있었던 것이다. 맥도날드화, ATM화, 기계화, 대형마트화는 모두 대면 서비스를 최소화하는 대신에 비대면 서비스를 최대화해서 이윤을 극대화하는 자본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거대 자본의 궁극적 목표는 " 노동의 비대면화에 따른 최대 이윤 창출 " 이다. 이처럼 대면 사회에서 비대면 사회로 전환될 때 극심한 고통을 받는 쪽은 대면 서비스 노동력을 제공하는 하층 노동(력)자'다. 대면 노동력 시장이 좁아질 수록 대면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김미경이 코로나 때문에 현대 사회가 비대면 사회로 갑자기 바뀌었다고 호들갑을 떨 때 진심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미래학자 흉내를 내려면 사회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갖춰야 하지 않을까 ? 맨유의 퍼거슨 감독은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띵언을 남겼지만 SNS 대신 독서를 한다고 해서 지적 수준이 상승하는 것도 아니다. 


김미경의 << 김미경의 리부트 >> 를 읽는 것도 인생의 낭비다. 약사가 약을 팔아야지 작가가 약을 팔면 독자는 약만 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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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이 2020-10-06 14: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총평이 재밌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20-10-17 16:2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레삭매냐 2020-10-18 14: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왠지 전설의 영화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 거야>
가 생각나네요.

어떤 약장사는 어울리지도 않는 북튜버 행세를
하면서 출판사에서 편당 500을 땡긴다는 전설이...
쿨럭...

아무도 말리지 않는 트랜스포메이션은 정말 자유
인가 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0-10-20 17:50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ㅎㅎ 장사꾼은 장사꾼입니다.
뭐, 대단하신 분이세요. 어느새 미래학자 코스프레를 하시고....
막상 읽어보면... 뭥미 ???!!! 이런 생각이 듭니다.
 
손지연 - 실화, My Life’s Story [Gate fold 자켓] [150g 12“ 2LP] [한정반]
손지연 노래 / 엠알씨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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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풍미한 디바들이 있다. 1970년대 디바는 바브라 스트라샌드였고, 1980년대 디바는 마돈나, 1990년대는 머라이어 캐리와 휘트니 휴스턴, 2000년대는 브리티니 스피어스와 크리스티나 아길래라'일 것이다. 그리고 2010년대 디바는 아마도 아델일 것이다(혹은 비욘세). 그렇다면 한국의 디바는 누구일까 ? 맨발의 디바, 이은미 ?! 이들은 넓은 음역대와 높은 음역대를 자유자재로 소화한다. 그런데 나는 이들의 노래를 그닥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최고의 뮤지션이 모여 만든 앨범이요, 최고의 디바'가 부른 노래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래서요 ? 이런 삐딱한 마음을 갖게 된다. 체질적으로   :   주저흔 없는 예쁜 손목을 좋아하지 않고, 해피 엔딩으로 봉합되는 서사도 좋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앞뒤가 똑같은 전화번호도 좋아하지 않는다. 인생이란 서사에서 그 끝이 외우기 쉽다는 것은 그닥 매력적인 것은 아니다. 누가 나에게 음악 평론가라는 타이틀을 준 후 한국대중음악 앨범 100를 선정하라고 한다면, 나는 수줍은 표정으로 손지연의 첫 번째 앨범 << 실화 My Life's Story, 2003 >> 를 뽑고 싶다. 손지연의 노래를 처음 듣는 사람은 귀에 익은 멜로디가 아니라서 생경스럽게 들리겠지만 눈을 감고 느린 호흡으로 날숨을 뱉으며 듣다 보면 어느 새 말똥구리가 끌고 가는 말똥 같은 눈물이 뚝, 떨어지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 손지연보다 아름다운 가사를 쓰는 뮤지션은 없다. 늦겨울 눈이 내리던 밤, 성대 도어즈에서 이 노래를 들으며 강냉이를 안주삼아 카스를 마시다가 펑펑 울었다. 헤어진 옛 애인을 그리워하기엔 너무 늦은 나이여서..... 잊기로 결심했다. 







돌아온단 약속을 잊고 간 너를 기다린 지 벌써 몇 년째 꿈속에서도 떠나는 널 꿈속에서도 종일 기다리는데 이제 곧 겨울도 올 텐데 바람은 더 차가울 텐데 나의 집은 어느 응달뿐인데 오래전부터 있고 싶던 곳으로 넌 떠났는지 내 맘이 너를 돌려보냈는지 대답해줘 겨울 가고 눈 녹기 전에 이리로 계속가면 안될 곳인데 알면서도 나를 들릴 수 없네 나에게 주던 너의 손길 꼭 그대로인 듯 못 견디는 감정뿐 한 번 더 사랑한다 내게 말하면 그 맹세 고이 접어 넓은 바다로 영영 던져버려 내 갈 길은 오로지 너와 약속한 그 길뿐인데 다시는 날 떠나가지 못하게 내게 오는 길을 잃었나 수많던 약속 잊었나 대답해줘 겨울 가고 눈 녹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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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그럴 사람들이 아니다  :











진중권과 서민을 위한 변명










                                                                                     주동인물(주인공)으로 번역되는 프로타고니스트(protagonist)는 연극,영화,문학에서 사건의 중심이 되는 인물이거나 어떤 일에 대하여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혹은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등장인물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상을 말한다. 


예를 들면 << 키다리 아저씨 >> 에서 고아 소녀 제루사 애벗은 이 소설의 주인공이지만 프로타고니스트는 아니다. 대개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제루사 애벗이 프로타고니스트처럼 보이지만 이 소설에서 진짜 주동인물은 키다리 아저씨'다. 주동인물이 있으면 그 반대편에 서 있는 반동인물이 있기 마련. 안타고니스트(antagonist)는 주동인물에 맞서 행동하거나 주동인물과 갈등을 빚는 캐릭터다. 주로 악역을 담당하는 악당들이 안타고니스트이다. << 배트맨 >> 에서 조커가 대표적인 안타고니스트이다. 하지만 반동인물이 반드시 악당이라고 할 수는 없다. 


주인공이 악당인 경우에는 오히려 반동인물이 악과 싸우는 정의로운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주동인물이 누구냐에 따라서 반동인물의 성격도 바뀌는 것이다. 진중권과 서민은 전형적인 안타고니스트에 속한다. 그들에게 싸울 용기를 부여하는 동기는 아마도 (중앙 무대에 서기에는 영웅적 풍모가 부족하다 보니) 주동인물에 대한 열등감일 것이다. 그들은 프로타고니스트가 악당이기에 미워한다기보다는 단지 그대가 무대의 주인공이라는 이유로 미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 정의감은 정의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질투가 그 추동의 원인인 셈이다. 


문제는 프로타고니스트가 누구냐에 있다. 이명박근혜에 대항하는 안타고니스트로서 그들은 불의에 저항하는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그 반대일 경우에는 악당 캐릭터로 전환한다. 안타고니스트의 존재 이유는 프로타고니스트이다. 프로타고니스트가 없다면 안타고니스트도 없다는 점에서 숙주와 기생충의 관계인 셈이다. 그들은 주인공의 몸에 붙어 피를 쪽쪽 팔아먹는 존재다. 사람들은 그들이 더럽게 변절했다고 비판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들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다. 그들이야말로 초지일관 일편단심이었다. 화려한 조명이 영웅의 풍모를 가진 주인공을 감쌀 때 안타고니스트는 앵앵거리며 그들과 싸울 준비를 한다. 질투는 그들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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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20-09-19 17:2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어느 잡지에서 읽었던 내용인데 영미권에서는 진중권/서민 같은 부류들을 가리켜 프로보커추어Provocateur라고 부른다고 하더군요. 거칠게 정리하면 강한 수위의 발언을 통해서 특정 집단(한국으로 치면 문재인/민주당을 극도로 혐오하고 저주하는 이들)을 상대로 호응과 관심을 받아서 사회적/경제적 이익을 챙기는 이들을 가리키는 용어라고 합니다. 한국식으로 바꾸자면 ‘생계형 어그로꾼‘이라고 해야 할까요.
오래전 진중권이 변희재와 지만원 같은 이들을 조롱하던 것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이제는 진중권이야말로 자기가 그토록 욕하던 부류들과 근본적으로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본인은 자신의 언사를 정의롭다고 생각하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기껏해야 우파들에게 빌붙어서 먹고 살아가는 찌질한 빌런 A에 지나지 않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0-09-19 21:02   좋아요 2 | URL
진중권은 격렬비열도죠. 격렬하게 비열한 캐릭터.

2020-09-19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19 2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