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에 대하여 :

 


​1. 김성주   

mbc  오락 프로그램 << 아빠, 어디 가 >> 가 선풍기도 아니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을 당시에,  나는 이 프로그램이 " 아동 노동 착취 금지 협정 " 을 어겼다고 어깃장을 놓은 적이 있다. 자식을 앞세운 아비들의 앵벌이라는 격정적 표현도 사용했다. 내 글에 대한 반응은 대동소이했다. 뜯다 뜯다 헐뜯을 게 없어서 이런 걸로 시비냐, 쑥이나 뜯어 이 새캬 _ 라는 댓글이 대부분이었지만,

내가 보기에 이 프로그램은 어린이판 << 체험, 삶의 현장 속으로 >> 였다. 새벽 일찍 일어나고 싶은 아이가 어디 있을까 ?  오지를 돌아다니며 갯벌 체험을 하거나 한겨울에는 산속 깊은 곳에서 빙어 낚시에 동원하기도 했으며 밤 늦게 촬영이 끝나는 것은 예삿일이었다. 오, 맙소사 !  지저스 크라이스트.    라스베가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실제로 헐리우드 영화 공장은 아역 배우들의 노동 시간에 대해 매우 엄격하다. 촬영은 대부분 나인 - 투 - 파이브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부득이 야간 촬영을 해야 하는 경우는 부모와 아역 배우의 자발적 동의 없이는 밤에 촬영이 진행될 수 없다.

만약에 이를 어기면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그것은 헐리우드 영화 공장이 아동 노동 착취 금지 협정을 철저하게 준수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린이판 << 체험, 삶의 현장 속으로 >> 는 ?!    이 오락 프로그램의 중심에는 김성주가 있었다.  내가 김성주를 콕 짚어서 말하는 이유는 다른 출연 가족과는 달리 부자 관계'가 곰살궂지 않았다는 데 있다.  부자 간 애착 형성 과정에 실패한 가족 같았다.  다른 아빠 - 들'이 아이와 함께 " 체험 " 을 하고 있었다면,  김성주는 아이와 함께 " 체험 학습 " 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카메라를 의식해서 친절한 아빠 역할에 충실하고자 노력했지만

몇몇 장면에서는 애써 화를 삭이고 있는 얼굴 표정이 역력했다. 나는 그 친절함이 불편했다. 이웃들에게는 웃으면서 착한 아들이라고 소개하지만 이웃이 보이지 않으면 냅다 아들의 등짝을 후려치는 부모처럼.  최근에 주진우 기자는 김성주를 거론하면서 김장겸이나 김재철 같은 인간도 역겹지만 김성주 같은 인간도 패주고 싶다는 말을 한 모양이다(자세한 내용은 다들 아시리라 믿고 생략한다). 나는 사람들이 그가 맡고 있는 프로그램에서 하차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동의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를 지지할 생각도 전혀 없다. 그는 염치없는 사람이 맞다.



2. 최영미

종종, 술자리에서 한국인은 교양 수준이 떨어져서 순수 문학이 팔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는 작가들이 글만 써서 먹고 살 수 있겠냐 _ 며 한숨을 내쉬고는 한다. 그가 내뱉은 한숨에는 그래도 나는 교양인이어서 순문학 졸라 많이 읽었지롱 _ 이라는 행간이 숨어 있어서 웃음이 났다.  순수 문학이 팔리지 않는 것은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나 똑같다. 고진의 말처럼 근대 문학(순수 문학)은 죽었다 !   글만 써서 먹고 살기 힘들기는 마찬가지인데, 프랑스 작가들은 글만 써서 먹고 살 수 있다. 프랑스 문화 예술 지원 정책 때문이다.

프랑스 교육 문화 예술 지원 정책은 빈민가 아이들이 원하기만 한다면 좋은 스승 밑에서 바이올린을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렇기에 프랑스 예술인은 국가 지원(국가에서 제공하는 일자리)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인은 예술인을 베짱이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끼니를 굶은 아이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치다니 !     이런 식'이다. 하지만 예술이라는 것은 대대로 돈 많은 부자의 후원으로 발전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바그너는 오토 베젠동크의 경제적 후원을,  니체는 마이젠부르크의 경제적 후원을,  릴케는 베르너 라인하르트라는 후원자가 있었기에 창작을 할 수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순수 창작만으로 밥을 먹고 살기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바그너에 대해, 니체에 대해, 릴케에 대해 놀고 먹는 염치없는 베짱이라고 흉보는 사람은 없다. 내 개인적 취향을 고려하자면 최영미 시인의 시와 글은 질색(특히,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한심하기는 하지만...)이지만 문화 예술 생산자로서 후원자의 지원을 바라는 마음을 염치없다고 비판할 생각은 없다.  순수 예술인은 창작만으로는 밥 먹고 살 수 없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 밥 먹고 살 수 있게 지원을 해야 한다는 마음에서 그를 지지한다. 그에게 전망 좋은 방이 생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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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7-09-17 05: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곰곰발님께서 해주셨던 찰스 부코스키가 출판사로부터 받았던 지원(이 지원은 물론 위 글에서 나오는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는 현격히 다릅니다만) 이야기가 생각나는군요. 출판사에서 죽을 때까지 매달 부코스키에게 100달러씩 주기로 하고, 부코스키는 이 지원에 힘입어 ˝여자들˝, ˝우체국˝ 같은 걸작들을 썼지요.
저도 최영미 시인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ㅡ저는 최영미 시인의 글들이 시인화된 공지영 같다는 생각이 좀 들더군요ㅡ그녀가 바라는 지원을 ‘거지 구걸‘, ‘염치없는 베짱이‘ 같은 식으로 이해하려는 세간의 인식에는 별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9-17 18:51   좋아요 0 | URL
저는 한국 출판사가 최승자 시인이 정신병원에서 생활하도록 방치하는 것을 보고 참 염치없는 놈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승자 시인 정도라면 어느 정도 출판사의 후원은 있어야 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뭐, 출판사별로 후원회의 밤이라도 개최해서 세상에 알리고 돕는.. 뭐, 그런... 정말 그런 짓도 안 하더군요.

cyrus 2017-09-17 2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술가가 가난해서 굶어죽거나 자살하는 소식이 들려오면 대부분 대중의 반응은 이렇습니다. 예술가를 외면한 사회 탓, 예술 활동을 장려하지 않은 정부 탓합니다. 그런데 예술가가 경제적 지원을 요구하면 속물이라고 욕합니다. 이래서 우리나라에서 예술로 밥 먹고 살기 힘들어요. 최영미 시인을 욕하는 사람들 중에 시집을 한 권이라도 사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9-17 20:49   좋아요 0 | URL
이율배반이로군요. 사학 재단에 들어가는 국가 세금으로 교육 예술 지원에 투자하면 양질의 문화 교육을 받을 수 있는데 말입니다.

2017-09-19 1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9-19 18:55   좋아요 0 | URL
오, 바로 그겁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그 노동의 대가를 고스란히 글로 녹여내는 것이니까요. 국가의 지원이 왜 그들에게 가야하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런 문화 유산은 대대손손 엄청난 가치를 생산하니까요. 섹익스피어를 보십시오. 이 양반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일까요 ? 이런 국가적 경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국가는 문화 산업에 많은 투자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네 도로 아스팔트 까는 비용 줄여서 이런 데 투자해 보십시오. 문화 강국 되면 이득이 많습니다..
 







실패할수록  빛난다








 


                                                                                                        불교에서는 전생(前生)에서 쌓은 < 업보 > 에 따라 후생(後生)에서 행과 불행이 결정된다고 한다. 후생은 죽은 뒤에 오는 생애'이니, 현생은 전생 때 쌓은 업보의 결과'인 셈이다.  그러나 나는 인과응보-서사'를 믿지 않는 편이다. 불행은 지난날에 저지른 악업에 따라 그에 해당되는 과보를 받는 일도 아니요, 행복 또한 선업에 따른 과보도 아니란 생각이 든다.  날아가는 새를 향해 날아오는 야구공처럼( 혹은 무심코 던진 돌에 연못 속 개구리가 맞아죽듯이) 불행은 " 무의미한 충돌 " 에 불과할 것이다. 그 야구공이 새가 전생 때 쌓은 업보의 현현이 아니듯이,  불행의 원인 또한 인과의 결과가 아니다.

불행은 가능성 희박한 우연과 가능성 희박한 우연이 서로 무의미한 충돌로 인해 빚어진 혼선이다. 원인은 없고 결과만 존재하는 것이 불행이다. 그렇기에 < 불행 > 이라는 서사는 항상 예측 불가능하며, 냉정하고, 인과응보와는 별다른 연관이 없다. 만약에 어떤 불행이 예측 가능하다면 그것은 불행이 아니라 운명이다. 그리스 비극에서 오이디푸스는 불행을 당한 자가 아니라 운명에 갇힌 자'다. 반대로 프란츠 카프카는 불행을 다룬다. 단편 << 변신 >> 에서 그레고르 잠자가 눈을 떴을 때 직면하게 되는 것은 " 원인 없는 결과 " 이다. 그는 자신이 왜 흉물스러운 벌레가 되었는지(- 되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장편소설 << 심판 >> 의 주인공 요제프k도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설명이 불가능한) 어느 날 아침 두 명의 감시인인 뷜렘과 프란쯔에 의해 자기 하숙집에서 체포 당한다. 그리고 미완성으로 남은 소설 << 성 >> 도 마찬가지'다. 논리의 세계가 인과 관계를 밝히는 과학적 사고에 기초한다면 카프카 문학을 관통하는 것은 비논리의 세계이다. 그것은 예측불가능하고 불확실하며 무의미하다.  카프카 문학은 기승전결에서 " 기 - 승 - 전 " 이 제거된 채 미완성으로 끝나는, 무작위로 작동하는" 결 " 만 남는 이야기의 세계다.

나는 범죄 영화가 권선징악으로 끝나는 것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지만 사랑 영화(로맨스 영화가 아닌)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에 대해서는 못내 아쉽다. 왜냐하면 사랑의 본질은 행복보다는 불행의 본질에 가까우니까. 사랑은 가능성 희박한 우연과 가능성 희박한 우연의 충돌이 아닐까 ?  이 조우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모두 제각각이다(happy families are alike. every unhappy familiy is unhappy in its own way - 안나 카레리나) 라는 톨스토이의 문장을 살짝 비틀자면 행복은 모두 비슷해서 설명이 가능하지만 불행은 불행한 이유가 모두 제각각이어서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사랑을 다룬 영화가 관객에게 많은 설명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기, 승, 전이 없는 끝만 남은 영화가 좋다. 사랑 영화의 본질은 끝이 주는 위로이다. 설명이 가능한 사랑은 신파다. 그것은 잔인할수록 아름답고 실패할수록 빛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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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9-16 0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곰곰발님의 말씀처럼 대부분의 사랑과 연애의 끝이 씁쓸한데, 사랑영화도 그렇게 되면 너무 다큐멘터리 같을 것 같아요. 유치해도 저는 신파도 좋네요.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7-09-16 16:16   좋아요 1 | URL
사실.. ㅎㅎ 저도 좋아합니다. 그래도 사랑 영화의 정점은 왕가위 영화 아니겠습니까..
왕가위 영화는 제가 좋아하는 사랑 영화의 으뜸이죠..ㅎ

yamoo 2017-09-16 14: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단락이 의미심장하네요. 마지막 단락 말씀하시려고 이 페이퍼 쓰신 거죠?~ 라고 우기고 싶게 만드는 페이펴^^

최근에 라이언 레이놀즈가 자신이 이번에 찍은 액션영화의 본질이 사랑이라고 해서 봤는데, 흠...진짜 사랑 얘기가 맞더만요.그냥 킬링타임용 뜬금없는 사랑 야그..그치만 재밌게 봤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9-16 16:15   좋아요 0 | URL
제 마음을 꿰뚫고 계시는군요. 마지막 문장을 쓰려고 억지로 논리를 전개시킨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치료는 잘 받으셨습니까 ?
 

 

 

 



 




바 디 체 킹




 


                                                                                                        프란시스코라는 도시를 가본 적은 없지만 이 도시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 갈매기 " 다. 심지어 부산 바닷가에서 농심 새우깡 먹고 성장한 갈매기를 봐도 " 샌프란시스코의 갈매기 " 를 생각하게 된다. 

이게 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때문이다(영화 역사상 샌프란시스코라는 도시 풍경을 가장 탁월하게 잡아낸 영화가 << 현기증 >> 이다). 샌프란시스코 보데가 만을 배경으로 한 영화 << 새 >> 는 갈매기가 주인공 멜라니의 이마에 부딪치면서 불길한 기운의 전조가 시작된다. 워낙 강렬한 인상이 남는 영화여서 내 머릿속 연관 검색어에는 샌프란시스코 하면 " 히치콕 " 이나 " 새" 따위가 제일 먼저 자동 입력되는 것이다. 여기에 덧대어 메이저리그 프로야구 팀 샌프란시스코를 연고지로 한 SF 자이언츠 구장도 큰 몫을 차지했다. 이 야구장은 유독 갈매기가 자주 눈에 띈다. 경기 중에 필드에 내려앉은 갈매기를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하늘에 둥둥 떠서 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갈매기를 발견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일종의 무전취람無錢取覽인 셈이다.  하지만...... 아, 자본주의적 응징이라고 해야 할까 ?   무전취람한 어느 갈매기는 날아오는 야구공에 맞아 즉사하기도 했다. 그 누가 알았으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위치 추적이 가능한 탄도미사일처럼 자신의 궤적을 따라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는 사실. 종종,  불행은 전조도 없이 이런 식으로 대상과 충돌한다. 이런 식으로 느닷없이 등장하는 불행은 대부분 " 불행의 시작 " 이 아니라 " 전부 " 에 가까워서 대상을 산산조각내기 일쑤'다.  그것은 기승전결이 없는 서사와 같아서 예측이 불가능하며 의미 없는 상징이기도 하다.

 

 

​        하찮고 의미 없다는 것은 말입니다. 존재의 본질이에요.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와 함께 있어요. 심지어 아무도 그걸 보려 하지 않는 곳에서도 그러니까 공포 속에서도 참혹한 전투 속에서도, 최악의 불행 속에서도 말이에요. 그리고 그걸 무의미라는 이름  그대로 부르려면 대체로 용기가 필요하죠. 하지만 단지 그것을 인정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고 사랑해야 해요.

-밀란 쿤데라, 무의미의 축제 中​

 

나는 이런 식, 그러니까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고 상징을 강요하지도 않으며 해석이 필요 없는 무의미한 불행'에게 끌린다. 그것이 어쩌면 진실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문학뿐만 아니라 영화도 그렇다. 기승전결을 갖춘 영화보다는 느닷없이 끝나는 라스트 씬'이 좋다. 우리의 인생이 그러하니까. 어쩌면 내 생의 끝도 그런 방식일 거란 생각이 든다. 나는 앞으로 가야할 목적지를 아직 정하지 않았는데 불행은 이미 내가 도착할 목적지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저 궤도와 속도라면 내 몸을 산산조각 내고도 남을 것이다. 기꺼이......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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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7-09-15 0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의미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 어쩌면 무의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의미가 있다는 역설이 행간에 드러나는 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9-15 11:35   좋아요 0 | URL
저는 요즘 업보라는 말에 회의가 많이 듭니다. 정말 불행은 업보의 탓일까 ? 원세훈이 저지른 업보가 쌓여서 얻은 결과가 징역 4년이라면 이게 과연 업보의 댓가를 받은 것일까 ? 죄에 비해 벌은 너무나 미미한 것 아닌가..
원세훈 때문에 죽은 사람이 몇인데 고작 4년으로 죄의 대가를 받았다는 것은 좀 심한 비약 아닌가. 뭐, 그런 것 말이지요. 우리가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것들이 사실은 의미 있는 것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침부터 좀 횡설수설한 느낌이 듭니다만.. ㅎㅎ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사이언스 클래식 24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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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 총량의 법칙




 



                                                                                                       나는 세대별 " 지랄 총량의 법칙 " 을 믿는다. < 1세대 지랄 총량 > 과 < 2세대 지랄 총량 > 은 동일하다. 그러니까 요즘 청소년들( 예를 들면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의 범죄 수위가 옛날과 비교해서 더 흉폭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0년 전 청소년 범죄나 지금의 청소년 범죄나 범죄 수위는 모두 엇비슷하다. 다만, 요즘의 청소년 범죄가 더욱 잔인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영상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쉬워졌기 때문이다. 디지털카메라와 cctv의 발달과 함께 그 정보를 유통하는 SNS의 발달로 인해 실제로 느껴지는 체감은 글로 재현된 것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같은 이유로 현대가 과거보다 평화로운 시대라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이자 인지 과학자로 손꼽히는 스티븐 핑커는 <<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라는 저서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이 과거 어느 때보다 덜 잔인하고

덜 폭력적이며 더 평화로운 시대라고 정의했지만, 나는 이 양반의 대책없는 선한 의지'에 의문이 든다. 시대가 변하면 의미와 가치도 그에 따른 변화를 겪는다. 폭력도 마찬가지'다. 스티븐 핑커는 육체에 가하는 폭력의 총량 비교만으로 현대가 과거에 비해 덜 잔인하고, 덜 폭력적이며, 더 평화로운 시대라고 단언했지만 그는 폭력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얼굴을 바꿨다는 사실을 까마귀도 아니면서 까맣게 잊고 있는 모양이다. 이제 < 육체적 폭력 > 은 < 심리적 폭력 > 으로 바뀌었다. 옛날에는 폭력배들이 동원된 백골단이 쇠파이프로 파업 노동자의 육체를 강타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노동자에게 백 억이 넘는 손배액을 청구하면 된다. 이명박근혜 정부 시절,  노조가 쟁의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기업이 민주노총 20개 사업장에 1천52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금속노조KEC 는 2010년회사와 임금 및 단체교섭( 근로시간면제 제도 적용에 따른) 을 벌였지만 실패하자 파업에 동참했는데 회사는 파업 노동자 88명에게 301억 원을 물어내라고 요구했다. 이들 노동자가 받은 월급은 월 130만 원이었다. 만약에 당신이 파업에 동참한 노동자였다면 머리통이 깨지는 아픔과 300억 청구서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 지 묻고 싶다. 현대 사회가 폭력이 줄어든 데에는 굳이

폭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육체적 폭력보다 더 심한 폭력은 심리적 폭력'이다. 우리의 스티븐 선생님은 워낙 곱게 자라셔서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부산 여중생 집단 폭력 가해자를 향해 이게 다 어른이 잘못한 탓 _ 이라고 고해성사를 하면 마음은 편할지 모르지만, 내 눈에는 위로용 알사탕'으로 보인다.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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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0 1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10 2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상투적인 이야기지만 사는 게 참...... 지겹다. 기질적으로 멜랑콜리한 체질이어서 쉽게 배알이 꼴리고 절망하게 된다. 인간에 대한 경멸을 숨기고 인간에 대한 연민을 드러내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나쓰메 소세끼는 가을 모기는 살 날이 별로 없기에 죽이지 않는 게 인간 된 도리'라지만, 어제는 인간 된 도리를 저버리고 말았다. 술에 취해서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세상 모르고 자고 일어났더니 모기떼가 내 온몸을 물어뜯었던 모양이다. 화가 수목금토일까지 오른 나는 에프킬라 반 통을 죄다 사용해서 공중을 향해 난사했다.  바닥에 떨어진 모기를 확인 사살하기까지 하며 희열을 느끼는 것을 보면, 나란 인간은 참 못된 성격의 소유자'란 생각이 든다.  근사하고 조용하며 정의로운, 그런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얼마 살지도 모르는 모기를 죽이며 희열을 느끼다니, 아 !                      서울 생활도 지겹다. 내가 특별히 힙스터여서 도시 생활을 통해 신문물을 신속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요, 문화 혜택을 갈구하는 이도 아니니 나처럼 레트로 지향적인 사람에게는 차라리 지리산 골짜기에서 사는 게 행복할 거란 생각도 든다. 조만간 서울을 떠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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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0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10 1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11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11 14: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임모르텔 2017-10-15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겨울땐, 떠나야해요, 미련없이!
저도 불나방처럼 살던 서울살이가 지겨워서 , 연고도없는 마산으로 이사하니 좋더라구요~ㅎ
바다 , 언제든 보고 ,, 느리게 살고, 7년째인데 곧 여기도 떠야겠어요 .
바다를 매립하여 아파트를 얼마나 높이 짓는지..해파리가 다 죽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0-15 11:32   좋아요 0 | URL
오, 올빼미 님 용기 있으시군요. 연고 없이 타관 살이 한다는데 결코 쉬운 일은 아니텐데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