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적인 이야기지만 사는 게 참...... 지겹다. 기질적으로 멜랑콜리한 체질이어서 쉽게 배알이 꼴리고 절망하게 된다. 인간에 대한 경멸을 숨기고 인간에 대한 연민을 드러내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나쓰메 소세끼는 가을 모기는 살 날이 별로 없기에 죽이지 않는 게 인간 된 도리'라지만, 어제는 인간 된 도리를 저버리고 말았다. 술에 취해서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세상 모르고 자고 일어났더니 모기떼가 내 온몸을 물어뜯었던 모양이다. 화가 수목금토일까지 오른 나는 에프킬라 반 통을 죄다 사용해서 공중을 향해 난사했다. 바닥에 떨어진 모기를 확인 사살하기까지 하며 희열을 느끼는 것을 보면, 나란 인간은 참 못된 성격의 소유자'란 생각이 든다. 근사하고 조용하며 정의로운, 그런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얼마 살지도 모르는 모기를 죽이며 희열을 느끼다니, 아 ! 서울 생활도 지겹다. 내가 특별히 힙스터여서 도시 생활을 통해 신문물을 신속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요, 문화 혜택을 갈구하는 이도 아니니 나처럼 레트로 지향적인 사람에게는 차라리 지리산 골짜기에서 사는 게 행복할 거란 생각도 든다. 조만간 서울을 떠나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