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 디 체 킹
샌프란시스코라는 도시를 가본 적은 없지만 이 도시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 갈매기 " 다. 심지어 부산 바닷가에서 농심 새우깡 먹고 성장한 갈매기를 봐도 " 샌프란시스코의 갈매기 " 를 생각하게 된다.
이게 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때문이다(영화 역사상 샌프란시스코라는 도시 풍경을 가장 탁월하게 잡아낸 영화가 << 현기증 >> 이다). 샌프란시스코 보데가 만을 배경으로 한 영화 << 새 >> 는 갈매기가 주인공 멜라니의 이마에 부딪치면서 불길한 기운의 전조가 시작된다. 워낙 강렬한 인상이 남는 영화여서 내 머릿속 연관 검색어에는 샌프란시스코 하면 " 히치콕 " 이나 " 새" 따위가 제일 먼저 자동 입력되는 것이다. 여기에 덧대어 메이저리그 프로야구 팀 샌프란시스코를 연고지로 한 SF 자이언츠 구장도 큰 몫을 차지했다. 이 야구장은 유독 갈매기가 자주 눈에 띈다. 경기 중에 필드에 내려앉은 갈매기를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하늘에 둥둥 떠서 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갈매기를 발견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일종의 무전취람無錢取覽인 셈이다. 하지만...... 아, 자본주의적 응징이라고 해야 할까 ? 무전취람한 어느 갈매기는 날아오는 야구공에 맞아 즉사하기도 했다. 그 누가 알았으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위치 추적이 가능한 탄도미사일처럼 자신의 궤적을 따라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는 사실. 종종, 불행은 전조도 없이 이런 식으로 대상과 충돌한다. 이런 식으로 느닷없이 등장하는 불행은 대부분 " 불행의 시작 " 이 아니라 " 전부 " 에 가까워서 대상을 산산조각내기 일쑤'다. 그것은 기승전결이 없는 서사와 같아서 예측이 불가능하며 의미 없는 상징이기도 하다.
하찮고 의미 없다는 것은 말입니다. 존재의 본질이에요.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와 함께 있어요. 심지어 아무도 그걸 보려 하지 않는 곳에서도 그러니까 공포 속에서도 참혹한 전투 속에서도, 최악의 불행 속에서도 말이에요. 그리고 그걸 무의미라는 이름 그대로 부르려면 대체로 용기가 필요하죠. 하지만 단지 그것을 인정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고 사랑해야 해요.
-밀란 쿤데라, 무의미의 축제 中
나는 이런 식, 그러니까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고 상징을 강요하지도 않으며 해석이 필요 없는 무의미한 불행'에게 끌린다. 그것이 어쩌면 진실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문학뿐만 아니라 영화도 그렇다. 기승전결을 갖춘 영화보다는 느닷없이 끝나는 라스트 씬'이 좋다. 우리의 인생이 그러하니까. 어쩌면 내 생의 끝도 그런 방식일 거란 생각이 든다. 나는 앞으로 가야할 목적지를 아직 정하지 않았는데 불행은 이미 내가 도착할 목적지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저 궤도와 속도라면 내 몸을 산산조각 내고도 남을 것이다. 기꺼이...... 오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