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   시   나        메   로   나   :



 



조윤선 피부가 경악 !

 



                                                                                                        조윤선은 구속이 될까 ?  궁금하여 찾아 보니 " 역시나 메로나 " 였다.  노파심에서 하는 소리이지만 " 역시나 메로나 " 가 무슨 뜻이냐고 묻지는 마라. 그 말은 " 너는 파나마에서 파는 파나 마나 한 파나마 모자 장수처럼 태평스럽구나 " 라는 뜻과 같다. 아무 뜻도 없다는 것이다. 울분을 삭이다가 우연히 기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  서울대 캠퍼스 퀸이었던 조윤선, 피부가 경악 !  " 

​지난날, 조윤선이 석방되던 날에 국민일보가 사진과 함께 내보낸 사진 보도 제목이다.  조윤선을 옹호할 생각은 0.00001%도 없지만 내가 이 기사를 접하고 느낀 것은 < 조윤선의 민낯 > 이 아니라 < 언론사의 민낯 > 이였다. 악인의 몰락에 대하여 저잣거리 구경꾼들이 통쾌한 마음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서정이지만 언론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이 사진 보도 기사는 누구보다도 인권 감수성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직종인 언론사 기자가 알 권리라는 이름으로 자행한 무자비한 폭력이다. 화장을 하지 않은 조윤선의 낯빛을 따지는 것이 언론 보도 자유이며 국민이 알 권리 ?!

살아 있는 권력 앞에서는 화색이나 안색 따위나 살피다가 끈 떨어지자 정색을 하며 피부 톤으로 병색을 이야기하니 이런 씹색......  기레기라는 프레임은 정권이 바뀌어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의 민낯을 부정적으로 보는 태도는 라스베이거스나 코펜하겐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심지어 갈라파고스나 과테말라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 문화에서 가장 고약한 것 중 하나는 " 타인의 몸에 대한 과도한 관심 " 이 아닐까 싶다. 좋게 표현해서 관심이지 나쁘게 말하면 오지랖이요, 지적질이다.

특히, 얼굴에 대한 지적질 대상은 여성에게 집중할 뿐만 아니라 지적질 대상이 여성일 경우는 남성인 경우보다 더 가혹한 평가를 내리기 일쑤다. 남자는 얼굴 가지고 먹고사는 족속은 아니지만 여자는 얼굴 가지고 먹고살아야 할 족속이라고 믿는 까닭이다. 한국 남성들은 " 얼굴이 예쁘세요 ! " 라는 표현을 여성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에티켓'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얼굴이 예쁘다는 표현과 매력 있다는 표현은 뉘앙스가 다른 말이다. 전자는 얼굴이라는 부분만 보는 것이고 후자는 전체를 고려한 말이다). 그러다 보니 택시 기사가 처음 본 여성 승객에게 " 예쁜 공주님이 주말에도 일을 하세요 ? " 라고 묻는 것이다.

그런데 여성 입장에서 보면 내 얼굴이 남성들에 의해 품평회 대상으로 소비되는 것에 대해 불쾌할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꼴값하고 자빠졌네 _ 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모 알라디너가 모 알라디너에게 얼굴 품평회를 하다가 욕을 바가지로 먹은 적이 있다. 그는 특정 여성에게 저 여자, 귀엽지 않나요 _ 라고 말했다. 그는 이 말이 젠더 폭력이라는 사실을 잘 몰라서 갯벌에서 뒹구는 망둥이처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곤 했다. 모를 수밖에 없다. 그것이 가부장 장남 불알후드의 불알 같은 DNA이기 때문이다. 이런 작자가 문학 타령을 하며 교양인 행세를 하고 자빠졌으니 이런 잰 차로 서로 사맛디 아니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 너는 장차 커서 안으로는 민주 번영에 이바지하고 밖으로는 세계 평화를 위해 그 한몸 바치거라. 흔히, 인사말처럼 쓰이는 말들 : 얼굴이 예쁘세요, 귀엽게 생기셨어요, 살 빠진 것 같네요, 얼굴이 푸석푸석하네요, 얼굴 보니 잠을 잘 못 자나 봐요,  얼굴이 부은 것 같아요,  화장하면 예쁜 얼굴이네요 _ 는 타자의 얼굴을 유심히 관찰한 후 내놓은 표현들이다.  그런데 사람 얼굴 가지고 가타부타 따따부따, 흥이야 항이야 하는 꼴은 지나친 관심이 아닐까 싶다.  말 그대로 나의 꼴값을 왜 너희들이 평가하냐는 것이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서구 사회는 대화를 나눌 때 상대방의 얼굴이나 몸에 대해서

별다른 코멘트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남성이 여성의 얼굴을 보고 꼴값을 매기는 행위가 매우 무례하다는 사실을 교육을 통해 배우기 때문이다. 내가 한국의 얼굴 품평회 문화에서 자유롭다는 소리는 아니다. 나 또한 가부장 장남 불알후드 DNA를 가진 남자이다 보니 부지불알간에 튀어나오고는 한다. 하지만 스스로의 검열을 통해서 의식적으로 표출하지 않으려고 노력은 한다.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불알후드여, 타인의 얼굴에 대해 꼴값을 매기는 짓은 하지 맙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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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8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8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2-28 1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지영이 투표 독려 사진을 찍었을 때 변희재가 그녀의 쌩얼을 가지고 시비를 건 적이 있었죠. 본인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 외모까지 트집 잡는 꼴통다운 모습이 치졸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2-28 12:48   좋아요 0 | URL
전 가끔 변희재 이런 분들은 세상 살기 참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이 바뀌어도 딱히 이런 분들은 차별 받지 않잖아요. 박근혜 때 진보 진영 문화인들 차별 받은 거 보면.... 그래서 박사모 계열은 더욱 365일 지랄하시는 듯합니다..

2017-12-29 0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9 0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7-12-29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뜩이나 감기때문에 몸도 힘든데--;;

조윤선 구속되는 거 보고 자겠다고 새벽 2시까지 잠도 못자고 버틴거 생각하면 울화통이..

곰곰생각하는발 2017-12-30 07:04   좋아요 0 | URL
조윤선 때문에 잠 설친 분들 많으시더군요... ㅋㅋ
 

 

 


 





당신이 알코올중독자라면 결코 하지 않을 행동




 



                                                                                                       자본 권력이 조종하는 소비 사회는 결핍을 숨기기 위해서 그것을 과잉으로 포장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지만 그 결핍을 감추기보다는 오히려 전면에 내세워서 결점을 돌파하는 식이다. 뻔뻔함은 그들의 힘이다. 바나나 우유, 새우깡, 꽃게과자, 고래밥 기타 등등. 

이들 과자는 부재(하는 것)를 존재(하는 것)로 광고한다. 어빵까지는 참았으나 엄지손가락 크기인 과자를 고래라고 우길 때에는 화딱지가 났다.  나는 오리온 본사 스낵 담당 B 공정 라인 29 블럭 가-3123 ㄴ 책임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이게 고래냐 ?  찍지 마, 찍지 마. 승질나서 증말. 당신은 고래에게 모욕감을 줬어 _ 라고 고래고래 소리치고 싶었다. 강남 타워팰리스도 마찬가지다.  그곳은 궁전(팰리스)이 아니기 때문에 타워팰리스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다. 무엇보다도 타워팰리스는 하이테크 방제와 하이테크 보안을 자랑스럽게 광고하지만 사실 마천루는 안전한 건축 구조라기보다는 안전에 가장 취약한 건축 구조이다.

큰불의 전제 조건은 초가집이 아니라 궁궐이어야만 가능하(https://blog.naver.com/unheimlich1/221168572544). 결핍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과대 포장하는 뻔뻔한 부풀리기 전략을 기막히게 구사하는 대표 이익 집단은 누구나 알 수 있듯이 자유한국당이다. 자유한국당은 자유와는 상관이 없는 집단이다. 자유총연맹, 자유민주포럼, 자유경제인연합, 자유경제원 따위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자유라는 단어가 포함된 이름을 사용하는 단체들은 대부분 자유와는 거리가 먼 집단이라 생각하면 된다. 어버이연합에 어버이 없고 엄마부대에 엄마 없는 것도 같은 이치'다. 그러니까 자본 소비 사회를 살고 있는 유권자는 청개구리 정신으로 무장할 필요가 있다.


입만 열었다 하면 나라 걱정과 나라 사랑을 외치는 놈은 팔 할이 나라를 팔아먹었던 놈의 후손이다. 같은 논리로 리얼리티 예능을 표방한 방송은 리얼리티를 강조하지만 리얼리티 예능에서 리얼리티는 없다. 카메라 앞에 선, 더군다나 방송의 생리를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연예인의 말짓 마디마디 그리고 몸짓 하나하나는 모두 계산된 수작이다.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은 연출'이다.  예를 들면, << 우리 결혼했어요 >> 에서 가상 커플들이 오늘은 무엇을 할까, 방에서 궁리 궁리 궁리 궁리 끝에 공공 도서관 데이트를 하는 장면은 계획에 없는 즉흥적 돌발 변수가 아니라 미리 오래전부터 철저하게 계획된 시나리오'다.

방송 생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상 부부에게 향했던 카메라 목을 180도 돌려서 뒤를 돌아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  화면에서는 보이지 않는,  카메라 뒤에서 우르르 몰려다니는 스텝은 최소한 10명에서 많게는 20명을 넘기도 한다.  이들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사전에 미리 관계자들에게 방송 촬영 허가를 구하기 위해 사전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 로케이션 헌팅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상 부부의 도서관 데이트는 이미 일주일 전부터, 혹은 한 달 전부터 제작부에서 기획된 시나리오인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시청자는 각본대로 움직이는 동선을 내 맘대로 리얼리티라고 믿는다.

리얼리티 예능 방송에서 진짜 리얼리티라고는 리얼리티가 없다는 진실뿐'이다.

녹색의 생명수 : 분술기

녹색의 생명수 : 정술기

​녹색의 생명수 : 팥빙술

 

cctv 기능을 살린 SBS 일상 예능 프로그램 << 미운우리새끼 >> 에서 김건모는 다른 출연진과는 달리 발군이었다.  < 그 > 는 일상이라는 코드와는 달리  ​비상한 일'만 꾸민다.  그는 소주를 마시지 못해 죽은 귀신처럼 냉장고를 소주로 가득 채우거나,  수백 병이나 되는 공병을 씻은 후 소주 병으로 트리를 만들거나,  소주 병 모양의 케이크를 만들거나,  소주를 얼려서 " 팥빙술(酒) " 을 만들거나,  소주가 분수처럼 쏟아지는 " 분술(酒)기 " 를 만들거나,  정수기에서 물 대신 술이 나오는 " 정술(酒)기 " 를 만드는 행위는 누가 봐도 일상이 아니라 기행이며 철저하게 계산된 이벤트다. 

익살스러운 자막 놀이에 골몰하는 오락 방송 대본 작가들이 선택하기에 안성맞춤인 오브제(팥빙수 → 팥빙술, 분수기 → 분술기, 정수기 → 정술기 따위로 작명 센스를 돋보이게 만드는)를 김건모가 고른 것만 봐도 이 작품이 철저하게 계산된 결과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  김건모는 평소에 촬영이 아니었다면 결코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하면서도 그것을 늘상 하는 일상처럼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철저하게 계산된 방송인의 셈법으로 말이다( 그는 이 기행으로 소주 광고 CF를 찍는다).  그의 주량과 음주 습관을 관찰하다 보면 누가 봐도 그는 알코올중독자에 가까운데,

알코올중독자는 자신이 알코올중독자라는 사실을 숨기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김건모의 자랑질은 굉장히 역겹다. 연예인이 아무리 대중의 관심을 먹고사는 직종이라고는 하나 지나친 가식은 역효과를 낳기 마련이다. 그는 알코올중독자라면 결코 하지 않을 행동(더군다나 24시간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을 한다. 주정뱅이는 자신이 주정뱅이란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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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7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27 09:45   좋아요 0 | URL
제 말이 그말 아닙니까. 오랜 무명 가수가 기회가 와서 저렇게 하면 제가 이해합니다.
먹고 사는 데 전혀 지장 없는 사람이 굳이 주정뱅이 코스프레로 저렇게 오버를 떨 필요가 있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좀 질리더군요. 꼭 이렇게 해야 하니.. 이런 거...
저건 리얼리티가 아니라 쇼죠.. 버라이어티 쇼입니다..

꼬마요정 2017-12-27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능을 정말 잘 안봐서요. 보면 잠이 오더라구요. 저는 그냥 드라마가 더 재밌어요. ‘술‘을 가지고 안 저러면 좋을텐데요... 술 때문에 피해 보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닌데... 설마 저 프로그램에서 김건모가 ‘운전‘하는 장면은 안 나오겠죠?

곰곰생각하는발 2017-12-27 14:27   좋아요 0 | URL
제가 술을 좀 마셔봐서 아는데 주정뱅이는 절대 저런 식으로 드러내지 않죠. 어느 미친 놈이 소주 분수 만들어서 놉니까.. 저걸 일상 예능 다큐라고 말하는 제작진이 진짜 뻔뻔한 거죠.. 주작이에요 주작..

cyrus 2017-12-27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팥빙술은 처음 봅니다. 정술기, 분술기 편은 봤습니다. 저도 술은 좋아하지만 저걸 방송 소재로 써야하는지 의아했습니다. 태양열로 라면 끊이는 편도 어이없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2-27 14:25   좋아요 0 | URL
저는 유투브로 김건모만 나오는 방송만 봤는데... 진짜 좀 그렇더라고요.
이거 너무 가식적인 거 아니야...

귀뚜라미 사건은 진짜 주작이더군요. ..

마립간 2017-12-27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얼리티라는 이름으로 그런 가식적인 상황을 보고 있는 시청자의 심리는 뭘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2-28 09:03   좋아요 0 | URL
우리의 일상은 참 재미없는데 저들의 일상은 재미있으니 보는 것이 아닐까요..

마립간 2017-12-28 10:43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김건모의 (가식, 오버, 주작 또는) 뻘짓도 시청자(, 즉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버라이어티 쇼를 한다. 이런 결론도 가능하겠군요. 저는 이렇게 이해하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28 10:50   좋아요 0 | URL
리얼리티가 아니라 쇼‘죠. 어느 누가 소주 공병 300개를 깨끗하게 씻어서 트리를 만듭니까.. ㅋㅋ
버라어이티 쇼입니다.
 



 



​소리 없는 것들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과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 중에 누가 더 불행한가를 두고 어머니와 썰전을 펼친 적이 있다. 어려운 선택은 아닐 것이다. 십중팔구는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 한 표를 던질 테니까. 나 또한 十中八九派(십중팔구파)에 소속된 사람이어서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더 불행하다는 주장을 펼쳤으나 十中一二派에 소속된 어머니는 말을 못하는 사람이 더 불행하다고 강조했다. 

​"    으째쓰까, 으째 앞 못 보는 사람이 더 불쌍하다고 함부로 씨부리냐잉. 니맹키로 한 치 앞만 보면 그런 말 헐 수 있제. 근데 그게 아니여.  이눔아, 말 못하는 거시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거시여.  할 말 못하고 사는 거시 을매나 서러운 거신 줄 아냐.  세상 살다 보면 볼 거 못 볼 거 다 보고 살아야 허는디,   눈 멀면 안 볼 거 안 보니 을매나 편하냐. 그냐, 안 그냐.  니맹키로 이명박이 꼴도 보기 싫어하는 놈은 차라리 앞 보는 것이 낫당께(참고로 어머니는 충청도 분으로 서울 말씨를 사용하지만 글맛을 위해 전라도 사투리로 번역한다. 전라도 사투리야말로 입말의 장관이요 국무총리감이다)     "

40년 동안 거리에서 교회 전도 생활을 하셨던 어머니는 사람 마음을 휘어잡는 교묘한 마력을 가지고 있어서 " 니맹키로 명박이 싫어하는 놈은 차라리 앞 못보는 게 맴이 편한겨 ~ " 라고 지적하자 나는 설득당했다. 그래, 이명박이나 박근혜 상판대기 보느니 차라리 안 보는 게 낫지. 그 길로 십중팔구파를 떠나 십중일이파로 소속을 옮겼다. 그때부터 말 많은 사람보다 말수 적은 사람을, 말소리 큰 사람보다는 말소리 작은 사람을, 포효하는 사자보다는 밟으면 꿈틀거리는 지렁이의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지하게 되었다. 그렇다, 집에서 지렁이를 키우게 된 계기도 그들의 소리 없는 삶에 대한 지지였다. 

처음에는 징그러워서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몸서리를 쳤으나 기른 정이 있다 보니 내 새끼 같더라. 소리 없는 것이 이렇게 순하구나. 그래서 나는 해물탕집에서 펄펄 끓는 육수에 산 낙지를 넣는 장면을 보면 참을 수가 없다. 더군다나 살이 익어가는 고통 앞에서 침이 고이는 식객을 보면 화가 난다. 이건 아니쟈냐, 이건 아니쟈냐, 이건 아니잖아. 수산 시장에서 활어를 잡아 그 자리에서 바로 살아 있는 물고기를 바로 해체하는 모습도 볼 수가 없다. 살은 잘려 나가고 내장도 떨어져 나가는데 꼬리를 바들바들 떨고 있는, 아. 말 없는 저 짐승을 보고 있으면 우럭도 아니면서 울컥하게 된다.

우리는 흔히 물고기는 고통을 느끼지 못해서 소리를 지르지 못하는 짐승으로 알고 있지만 물고기들이 고통을 느낀다는 실험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그러니까 당신 팔이 잘라나갈 때 느끼는 고통과 물고기의 몸통이 잘려나갈 때 느끼는 고통은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자세한 내용은 조너선 벨컴의 << 물고기는 알고 있다 >> 를 읽어보시라. 엄지 척! 이 책, 매우 탁월한 자연 과학서이다). 만약에 소리 없는 것들이 소리를 얻어 소리를 지를 수 있다면 지금처럼 펄펄 끓는 해물탕 육수 속에서 고통에 몸부림치는 낙지를 보며 침이 고일 수 있을까 ? 

문어가 나오는 꿈을 꾼 적이 있다. 꿈이란 이상한 장르여서 인간과 문어 사이에 대화가 가능했다. 나는 문어에게 말했다. " 이것아, 다음 생에는 인간보다 더 씨뻘건 피를 가진 짐승으로 태어나라잉. 그래서 해물탕 냄비 속에서 죽을 때에는 검은 먹물 대신 시뻘건 피를 토하고 죽어라잉. 그래야 인간은 비로소 너의 고통을 이해하고 죄책감을 느낄 것이여. 타인의 고통 앞에서 침이 고이는 식욕을 부끄러워할 거시여 "  문어는 흐느적거리는 다리를 끌고 나에게 다가와 포옹을 했다. 히마리 없어서 흐느적거리며 다가오는 문어를 보자 히마리 없는 하빠리 주정뱅이의 소프트바디가 생각났다.

 

끈적끈적하고 촉촉한 다리의 촉감이 내 살갗에 와 닿자, 아 !  나는 우럭도 아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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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7-12-26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뜬금없지만, 바뀐 프로필 사진도 좋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2-27 09:07   좋아요 0 | URL
프필에 관심을 가지신 분은 라로 님이 최초이십니다.. ^^

라로 2017-12-28 12:28   좋아요 0 | URL
진짜요?? 안 믿겨요~~~.ㅎㅎㅎ
저는 언제 기획 있으면 얘기해야지 했는데 제 칭찬이,,,좀 허접하죠???ㅎㅎㅎㅎ
하지만 언제나 곰발 님 프로필 개성있고 독창적이라 좋아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2-28 12:46   좋아요 0 | URL
동생이 쇼핑몰 하다가 장가 갔는데 장비를 두고 갔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심심할 때마다 사진을 찍곤 하는데 어디 써먹을 데가 있어야지요..
그래서 프로필을 자주 바꿉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열하일기 1~3권 세트 - 전3권 - 개정신판 열하일기 (개정신판)
박지원 지음, 김혈조 옮김 / 돌베개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훌 륭 한   울 음 터 로 다   :

 


 



 

 

 

 


하하하, 성탄 전야



 




                                                                                            성탄 전야, 근심이 가득한 하루였다. 거제도에서 보낸 택배가 도착했다. 사과상자 두 개를 병렬로 놓은 듯한 택배 상자를 보자 그 크기만큼 근심이 쌓였다. 설마...... 상어가 들어 있는 것은 아니겠지 ?  대방어였다. 대두 자랑이라면 어디 가서도 꿇리지 않는 나이지만 대방어의 대가리 역시 무시무시한 크기여서 눈앞이 캄캄했다. 크리스마스 선물이에요, 호호호.  할렐루야, 아멘, 주님의 은총이 !  거제도 권사님은 은혜로운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크기가 작은 생선이라면 걱정은 나중에 하고 일단 냉장고 안에 넣어두면 되지만 대방어는 크기 때문에 냉장고에 넣을 수가 없어서 먼저 손질부터 해야 했다.

인터넷을 뒤지고 칼을 쓰는 몇몇에게 알음알음 물어보며 대방어 해체 작업을 했다. 사시미칼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무딘 식칼로 생선을 손질한다는 게 이만저만 이제 그만. 아, 그만하고 싶다고 ! 무엇보다도 칼을 다루는 칼잡이가 내게 방어사상충을 골라내야 한다고 말했을 때에는 충격이었다. 기생충인데 고래회충과는 달리 살속을 파고들어서 눈에 띄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니 눈 부릅뜨고 골라내쇼. 기생충이 단백질 덩어리여서 먹어도 상관은 없소만........     나는 촛불 대신 칼을 들고 생선을 해체하며 기생충을 골라내는 일로 성탄 전야를 보냈다. 블러드 크리스마스 !

성탄 전야, 영화를 무려 5편이나 봤다. 첫 번째로 본 영화는 영화에서 여자가 가장 호탕하게 웃을 수 있는 장르는 바로 소복 입은 귀신이 나오는 영화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했다. << 월하의 공동묘지, 1967 >> . 소복 입은 귀신이 어찌나 호탕하게 웃으시던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두 번째로 본 영화는 << 여곡성, 1986 >> 이었다. 이 영화에서도 소복 입은 여자는 웃음을 참지 못하는 병에 걸린 사람처럼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원한이 사무쳐서 저승에 가지도 못하고 이승에서 피맺힌 복수를 하는 사람이 왜 이토록 크게 웃는 것일까 ?

세 번째 영화는 << 돼지꿈, 1961 >> 이었다. 이 영화에서 눈여겨본 장면은 소주잔이었는데 그때에는 소주잔이 지금 유통되고 있는 소주잔보다 크기가 2배나 컸다. 소주잔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커서 크기가 작은 맥주잔 같았다. 네 번째 영화는 << 엽문 4 >> 와 마지막 영화는 << 범죄도시 >> 였다. 뭐, 그럭저럭 재미있는 영화였지만 흥미로운 영화는 아니었다.  나는 옛날 한국 영화가 재미있다. 그 시대 풍속과 세태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사회학 책을 읽는 것과 같다. 그래서 나는 옛날 영화가 미시사회학를 다룬 서적 같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귀신은 숨 넘어 갈 사람처럼 웃어 젖히는 것일까 ?

바로 이 지점에서 역설이 발생한다. 연암 박지원은 열하를 여행할 때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이는 요동 벌판을 보고 호곡장(好哭場)이라고 말한다. 울기 좋은 장소, 울음터'라는 뜻이다. 연암은 << 열하일기 >>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발췌문이 조금 길지만 연암 박지원의 사상을 꿰뚫는 명문이니 꼭 읽어보시길. 열하일기의 화룡점정이다).



 

말을 세우고 사방을 돌아보다가 나도 모르게 손을 들어 이마에 얹고서 말하였다. “좋은 울음터로다. 울만 하구나.”  정진사가 말했다. “이런 하늘과 땅 사이의 큰 안계()를 만나서 갑자기 다시금 울기를 생각함은 어찌 된 것이오?" 내가 말했다.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오. 천고에 영웅은 울기를 잘하고 미인은 눈물이 많다 하나, 몇 줄 소리 없는 눈물이 옷소매로 굴러떨어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네. 소리가 천지에 가득 차 마치 금석()에서 나오는 것 같은 울음은 아직 들어보지 못하였네. 사람들은 단지 칠정 가운데서 오직 슬퍼야 울음이 나오는 줄 알뿐 칠정이 모두 울게 할 수 있는 줄은 모르거든. 기쁨이 지극하면 울 수가 있고, 분노가 사무쳐도 울 수가 있네. 즐거움이 넘쳐도 울 수가 있고, 사랑함이 지극해도 울 수가 있지. 미워함이 극에 달해도 울 수가 있고, 욕심이 가득해도 울 수가 있다네. 가슴속에 답답한 것을 풀어버림은 소리보다 더 빠른 것이 없거니와, 울음은 천지에 있어서 우레와 천둥에 견줄만하다 하겠소. 지극한 정이 펴는 바인지라 펴면 능히 이치에 맞게 되니, 웃음과 더불어 무엇이 다르리오?  사람의 정이란 것이 일찍이 이러한 지극한 경지는 겪어보지 못하고서, 교묘히 칠정을 늘어놓고는 슬픔에다 울음을 안배하였다네. 그래서 죽어 초상을 치를 때나 비로소 억지로 목청을 쥐어짜 ‘아이고’ 등의 말을 부르짖곤 하지. 그러나 진정으로 칠정이 느끼는 바 지극하고 참된 소리는 참고 눌러 하늘과 땅 사이에 쌓이고 막혀서 감히 펼치지 못하게 되네. 저 가생()이란 자는 그 울 곳을 얻지 못해 참고 참다 견디지 못해 갑자기 선실()을 향하여 큰 소리로 길게 외치니, 어찌 사람들이 놀라 괴이히 여기지 않을 수 있었겠소.” 정진사가 말했다. “이제 이 울음터가 넓기가 저와 같으니, 나 또한 마땅히 그대를 좇아 한 번 크게 울려 하나, 우는 까닭을 칠정이 느끼는 바에서 구한다면 어디에 속할지 모르겠구려.” 내가 말했다. 갓난아기에게 물어보시게. 갓난아기가 갓 태어나 느끼는 바가 무슨 정인가를 말이오. 처음에는 해와 달을 보고, 그 다음엔 부모를 보며, 친척들이 앞에 가득하니 기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오. 이같이 기쁘고 즐거운 일은 늙도록 다시는 없을 터이니 슬퍼하거나 성낼 까닭은 없고 그 정은 마땅히 즐거워 웃어야 할 터인데도 분노와 한스러움이 가슴속에 미어터지는 듯 한다오. 이를 두고 장차 사람이란 거룩하거나 어리석거나 간에 한결같이 죽게 마련이고, 그 중간에는 남을 허물하며 온갖 근심 속에 살아가는지라 갓난아기가 그 태어난 것을 후회하여 먼저 스스로를 조상하여 곡하는 것이라고들 말한단 말이지. 그러나 이는 갓난아기의 본 마음이 절대로 아닐 것일세. 아이가 태속에 있을 때는 캄캄하고 막힌 데다 에워싸여 답답하다가, 하루아침에  넓은 곳으로 빠져나와 손과 발을 주욱 펼 수 있고 마음이 시원스레 환하게 되니 어찌 참된 소리로 정을 다해서 한바탕 울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있겠소? 그런 까닭에 마땅히 어린아이를 본받아야만 소리에 거짓으로 짓는 것이 없게 될 것일세. 금강산 비로봉 꼭대기에 올라 동해를 바라보는 것이 한바탕 울 만한 곳이 될만하고, 황해도 장연()의 금사산()이 한바탕 울 만한 곳이 될만 하오. 이제 요동벌에 임하매, 여기서부터 산해관()까지 일천 이백 리 길에 사방에는 모두 한 점의 산도 없어 하늘 가와 땅 끝은 마치 아교풀로 붙이고 실로 꿰매 놓은 것만 같아 해묵은 비와 지금 구름이 다만 창창할 뿐이니 한 바탕 울 만한 곳이 될만 하오.”


 

-『열하일기()』 중 「도강록()」의 7월 8일자 일기.

 



열하일기의 호곡장 부분을 읽은 사람이라면, 우리는 저승에서 돌아온 소복 입은 귀신이 이승에서 왜 그토록 호탕하게 웃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울음이 웃음과 무엇이 다르오 _ 라고 묻는, 웃음과 울음이 본질이 같다는 열암의 통찰을 생각하면 귀신이 한 평 남짓한 관속처럼 " 캄캄하고 막힌 데다 에워싸여 답답하다가 하루아침에 넓은 곳으로 빠져나와 손과 발을 주욱 펼 수 있었으니 "  그가 웃다가, 울다가, 웃다가, 울다가, 다시 웃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그리 생각하면 귀신의 한바탕 웃음이 애처롭다.

눈물은 때로는 마른 웃음으로 표출되기도 하고 마른 웃음은 또 때로는 젖은 눈물로 환유 되기도 한다. 즐거운 크리스마스에 소복 입은 귀신이 나오는 옛날 영화를 보는 것은 꽤 근사한 일이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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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잇 2017-12-25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편으로는 웃음이 공포를 극대화하는데 쓰이기도 하는 것 같아요.
여인네가(귀신이더라도) 흐느끼면 무슨 곡절이 있어 저리 슬피 우는지 자못 궁금할 수 있지만 막무가내 웃음이란 공감보다 오싹한 맛이 먼저 오지 않을까요?
특히 남성에게 여성의 이유를 알 수 없는 호탕한 웃음이란 ... 에코까지 넣어서 웃음이 퍼지는데다 점프컷으로 여기서 웃고 저기서 웃고 웃음으로 남자 주인공을 포위하는 공포요. 하하하핳하하하

곰곰생각하는발 2017-12-25 10:59   좋아요 0 | URL
웃음이라는 게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 어떤 도구 없이도 들을 수 있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포 영화에서 이 효과음이 공포의 도구로 널리 쓰이는 이유는
우리가 일상에서 이렇게 호탕한 여성의 웃음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다는 데 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굉장히 생경스러운, 힘있는 웃음이잖아요.. 그래서 기괴하게 들리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표맥(漂麥) 2017-12-26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닷가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도 생선 손질은 잘 안한답니다. 그 곤난함... 느낌이 팍팍~ 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27 09:08   좋아요 0 | URL
엄청 곤란하죠.. 정말 생선은 돈을 더 주더라도 손질된 생선을 사야 합니다..

에로틱번뇌보이 2017-12-27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하일기의 호곡장 부분은 언제봐도 명문인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27 12:36   좋아요 0 | URL
열하일기의 화룡점정이자 박지원이 왜 천재적 문장가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명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부분 읽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최고예욧..
 

 

 

 

 

 

 

 

 

 

 

 

 

 

 

                                      

 

 


 

 


 



정치와 의상


​                                                                                                                                                                               나이가 들다 보니 새 영화를 본다는 것은 그만큼 에너지 소모를 많이 필요로 한다. 장면 하나하나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투지와 함께 문맥을 해독해서 전체 맥락을 빠르게 이해해야 한다는 시네필로서의 사명감이 발동하다 보니 에너지 소모가 큰 탓이다.

그래서 나는 봤던 영화를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보는 취미가 생겼다.  재관람은 영화를 보다가 한눈을 팔아도 되고 딴청을 부려도 되니까.  장이모우 감독이 연출한 영화 << 국두, 1990 >> 는 천을 염색하는 염색공장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인데, 이 영화를 보다가 문득 역사 시간에 선생이 우리 민족을 가리켜 백의민족이라고 말하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설레발을 쳤던 기억이 났다. 옛 조상이 흰옷을 즐겨 입은 이유는 순수, 순결, 평화를 사랑했기 때문이라나 ?!  지금도 여전히 견고하게 유통되고 있는 역사 국뽕 설레발이다. 그런데 우리 조상은 정말로 흰색이 좋아서 백의'를 즐겨 입었을까 ?

영화 << 국두 >> 에서 묘사하고 있듯이 무명 천에 색을 입히는 염색 과정은 매우 고된 일이기에 색을 입힌 천은 그만큼 품값이 많이 들고 비쌌다.    우리 조상이 백의를 즐겨 입은 이유는 미적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문제가 핵심이었다.  백 번 양보해서 옛 조상이 순결, 순수, 평화 따위를 사랑해서 흰색을 사랑했다면 왜 돈 많은 양반들은 화려한 비단 옷을 입었을까 ?  바로 이 맛에 봤던 영화를 다시 본다. 영화에 집중하지 않고 삼천포로 빠질 수 있는 여유가 생기니 영화를 볼 때마다 다른 생각에 빠지게 된다.

<< 국두 >> 에서 여주인공(공리)은 주로 노란색 옷을 입고 등장한다. 염색한 천을 말리기 위해 걸어둔 횃대에는 주로 노란색 천과 붉은색 천이 걸린다. 이처럼 노랑은 빨강과 함께 중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색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다시 한 번 삼천포로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 옛날 국사 선생이 백의(민족)를 두고 과도한 의미와 해석을 부여했듯이 언론은 외교 순방 중인 박근혜 패션을 놓고 입에 거품을 물며 용비어천가를 읊었던 기억이 났다. 중국 방문 기간 3일 동안 입은 패션 스타일이 7종이란다. 밝고 화사한 컬러는 국민 행복을 늘 주장하시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엿볼 수 있다고. 어디 그뿐인가. 

언론은 중국 방문 기간 중에 박근혜 대통령 각하 님께서는 7벌의 투피스와 2벌의 한복을 입으시었다 _ 고 분석 기사를 쏟아냈다. 언론은 외교를 쁘레따뽀르떼로 생각했는지 다음과 같은 북한 억양이 깃든 보그병신체를 선보인다.  

대한 영도쟈 박근혜 대통령 각하 님께서는 v넥이 강조된 비비드한 컬러가 돋보이는 바이올릿 재킷에 더해 엣지 있는 팬시퍼플한 목걸이와 세트인 브로치를 왼쪽 가슴 위에 포인트로 달아 남다른 패션 센스를 보여주시었다. 그리고 꾸뛰르적인 디테일을 선보인 엘레강스한 옐로우 재킷은 황제의 부와 권위를 상징한다고 믿는 중국인에게 프렌들리한 스킨십을 전달하는 동시에 정상으로서의 품격을 지킨 남다른 패션 열정이 돋보이시었으니 가히 세기의 퍼스트레이디프리지던트로 부상할 조짐이 아닐 수 없다.

이랬던 언론이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자 180도 달라졌어요 !                  문재인 혼밥론과 홀대론을 부각하더니 어느 언론사는 중국 경호원이 한국 기자에게 폭행을 나눌 때(도리돌림할 때) 김정숙은 스카프를 나눴다는 기사도 작성되었다.  이 정도면 보도 참사'다.  가재는 게 편이라고 기자들은 맞은 기자를 옹호하며 " 맞아도 싸다 " 라는 시민 반응에 " 맞아도 되는 기자는 없다 " 고 하소연하지만,  언제부터 < 맞아도 싸다 > 는 표현이 < 맞아야 한다 > 는 표현과 동일한 것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그런 식의 비약이 가능하다면 < 오, 죽여주는데 ! > 라는 표현은 < 죽이겠다는 살의 > 를 내포한 것인가 ?

흔한 말이어서 나중에 관용구처럼 사용되는 말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고 있는 기자의 국어 실력은 보그병신체를 남발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면 어느 정도 가름이 가능하다. 크리스마스에 이런 표현이 부적절하긴 하지만 기자들의 자기 연민, 참 징글벨징글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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