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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곰곰발 님에게
    from 자유롭게, 외롭게 2017-12-31 21:50 
    #1.만약 곰발님의 글이 더 이상 올라오지 않는다면 가장 아쉬운 사람중 하나가 나일 것이다. 알라딘에는 토론이 별로 없기 때문인데, 그래도 자기 주장을 가장 활발하게 개진하는 사람이 그이기 때문이다.잘쓴 글에 감탄할 때도 자주 있고, 당연하지만 생각이 다를 때도 있다. 이번 <서민 교수 논란>이 있었을 때 그는 서민 교수를 연이어 비판했는데 나는 정반대로 생각하는 입장이었다.내가 "불같이 화를 내시며" 자기를 디스했다고 하는데(그러면 자기는
  2. 이해가 되지 않는다
    from 자유롭게, 외롭게 2017-12-31 22:18 
    #4.저는 이 글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내가 만약 그와 사귀는 여성이었다면내가 헤어지자고 했을 때, 과연 그를 무사히 떠날 수 있을까?)늘 정의를 말하고 남을 비판하는 글을 쓰는데 ㅡ> 말과 행동은 조폭과 다름 없다. 페미니즘을 말하는데 ㅡ> 폭력에는 무감하다.선의 ㅡ> 실제로는 남을 조종하고 싶은 마음이기 때문에 내 뜻대로 안 되면 곧바로 악의(원한)로 돌변한다#5.ㅡ>앞에서도 멀했듯 내 글에 반대를 표현하거나, 내
 
 
곰곰생각하는발 2017-12-31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시간으로 답글 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31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약에 포 님의 글이 허위일 경우는 계산이 복잡하게 돌아갈 겁니다..

Forgettable. 2018-01-01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위 아니구요. 제가 누가 성병 검사했는지 어쨌는지 떠벌리고 다녔다는 것도 허위사실인것 같네요. ㅎㅎ 일단 전 그 사실 자체를 모르거든요. 누구 얘기인지도 모르겠고.. 어이없
누구한테 무슨 얘기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힘 내세요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8-01-01 15:47   좋아요 0 | URL
그래요 ? 그러면 제가 ** 님에게 직접 물어보겠습니다. 만약에 ** 님이 그런 사실이 있다고 말한다면
제가 들은 얘기는 허구가 아닙니다. 그렇죠 ?

곰곰생각하는발 2018-01-01 15:49   좋아요 0 | URL
잠시만 기다리세요. 밖이라 조금 있다 ** 님에게 자세히 물어보겠습니다..만약에 사실이 아니면 포 님에게 사과해야죠. 일단 사실 확인부터 하도록 하겠습니다..

Forgettable. 2018-01-01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누군지 저는 상상도 안가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1-01 16:08   좋아요 0 | URL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지금 식사 중이라..

그건 그렇고 포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저에게 받긴 싫으시겠지만..

Forgettable. 2018-01-01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에는 좋은 일만 있으시길.

2018-01-01 16: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Forgettable. 2018-01-01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ㅋㅋㅋㅋㅋㅋ **랑 카톡중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알아서 하시죠.

곰곰생각하는발 2018-01-01 16:50   좋아요 0 | URL
알아서 하시라는 모호한 표현은 하지 마시고 제가 한 말이 거짓인지 진실인지만 말하세요. 자꾸 약 치지 말고..

곰곰생각하는발 2018-01-01 17:07   좋아요 0 | URL
둘이 왜 싸우고 있나 모르겠네요. 새해 인사가 너무 과격한 시작이 되었군요.
하여튼 포 님도 새해에는 행운만 있으시기 바랍니다. 포 님과의 말다툼은 그만하도록 하겠습니다.

Forgettable. 2018-01-01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전 곰발님껜 악감정은 없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전 거짓말은 안한다는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 뭐 양치기 취급하셔도 어쩔 수 없지만요. 그럼 이만.

곰곰생각하는발 2018-01-01 17:13   좋아요 0 | URL
네. 건투를 빕니다. 거친 언사로 말한 것은 사과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행복하세요..
 

 

 

 

 

 

 



가  훈




 


                                                                                                      초등학교 때 담임샘이 내준 숙제는 " 우리 집 가훈 " 이었다. 오늘은 집에 가서 부모님께 우리 집 가훈이 무엇인가 알아 오는 숙제를 내주겠어요. 선생님이 내일 물어볼 거예요, 알았죠 ?

만화 < 캔디 > 에 나오는 이라이자처럼 생긴 내 짝꿍이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선생님, 저는 벌써 우리집 가훈 알고 있어요. 샘은 방긋 웃으며 우리 집 가훈을 알고 있는 학생은 손을 들라고 했다. 절반 정도가 손을 들었다. 대부분 있는 집 자손이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어머니에게 물었다. 엄마, 우리 집 가훈은 뭐야 ? 어머니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몰라 몰라, 아빠 오면 물어봐. 하지만 아버지는 그날도 문어가 되어서 흐느적거리며 집에 들어오셨다. 내가 아버지에게 우리 집 가훈이 무엇이냐고 물었지만 이미 곤드레만드레 취하신 아버지는 엉뚱한 대답만 하셨다.

보다 못한 어머니가 큰소리쳤다. 술 먹지 말자 !  이제부터 우리집 가훈은 술 먹지 말자, 다. 아휴. 지겨워, 지겨워. 이놈의 새끼들, 너희들 커서 술만 처먹었단  봐라. 아주 다리뭉둥이를 부러뜨릴 테니깐. 다음날, 담임샘이 아이들에게 가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정직하게 살자, 열심히 공부하자, 가화만사성 따위가 대부분이었다. 내 차례가 다가왔다. 우리 페루애는 가훈이 뭐지 ?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수줍게 말했다. 술 먹지 말자 ! 아이들이 낄낄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웃음소리가 클수록 내 얼굴은 빨개졌다. 샘이 물었다. 아버님이 술을 자주 드시나 보네 ?

내가 우물쭈물하고 있을 때 우리 집 사정을 훤히 알고 있는 녀석이 소리쳤다. 쟤 아버진 주정뱅이예요. 부끄러웠지만 딱히 화를 낼 만한 일은 아니었다. 내 아버지는 주정뱅이였으니까. 중학교 3학년, 새 학년 첫날에 내 아버지를 주정뱅이라고 했던 녀석과 조우했다. 같은 반에 배정된 것이다. 내가 민들레처럼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땅 냄새를 맡고 있을 때 그는 콩나물처럼 쑥도 아니면서 쑥쑥 자라서 키도 크고 덩치가 우람해져 있었다. 그 녀석은 싸움을 잘해서 반에서 일진 그룹에 속했다. 그는 이빨이 고르지 않아서 벌어진 틈 사이로 침을 물총처럼 쏘고는 했는데 자기보다 서열이 낮은 아이들을 만나면 시도 때도 없어 침을 쏘았다.

그것은 일종의 영역 표시였다. 개가 전봇대를 보면 의무적으로 오줌을 싸듯이. 이에 반항하면..... 뭐, 다들 아시리라. 민들레 파에 속했던 나 또한 그의 만행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어느 날이었다. 그때 나는 어떤 이유로 인해 화가 많이 나 있는 상태였다. 복도를 걷고 있는데 그 녀석이 나타나서 으레 하듯이 나에게 침을 쏘고 지나갔다. 야, 박만출 ! 그가 어이없다는 듯이 뒤를 돌아보았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내가 말했다. 야, 시발새끼야 ! 따라와. 그는 언빌리버블 하다는 표정으로 옥상으로 올라왔다. 나는 꼴뚜기처럼 씩씩하게 말했다.

다시 한번, 나에게 침을 뱉으면 술병 깨서 모가지에 쑤셔넣는다, 응 ? 그가 뭐라고 씨부렁거리는 했으나 말에는 힘이 없었다. 나는 그 균열을 놓치지 않았고 더욱 거세게 다그쳤다. 그날 나는 수업에 들어가지 않았다. 수업을 받을 이유가 없었다.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가방을 챙겨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라는 통보를 받은 상태였으니 말이다. 집으로 가는 길에 불현듯 그 옛날 가훈이 생각났다. 그날 이후로 나는 그 녀석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나를 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주정뱅이였던 아버지가 내가 준 선물이었다.

그 경험 이후로, 누군가와 싸울 때 져본 적은 없다. 나는 몸집이 왜소했으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각목이나 벽돌 따위 심지어는 술병을 들고 상대방 머리통을 향해 내리치곤 했다. 비겁하다 욕해도 어쩔 수 없다. 내 싸움의 기술은 반칙이었다.


- 손바닥 소설











이 손바닥 소설은 70%는 논픽션이고 30%는 픽션이다. 혁오밴드의 << 톰보이 >>  란 노래를 듣다가 문득 생각났다. 어머니가 이혼을 전제로 한 별거를 선언하며 자식들에게 누구와 살 것인가를 두고 가족회의를 했을 때 가족 중에서 나만 유일하게 극장 간판을 그리는 가난한 주정뱅이 아버지를 선택했었다. 그렇게 나는 아버지와 단 둘이 1년을 함께 살았다. 노래 가사에서 슬픈 어른은 늘 뒷걸음을 친다는 가사를 들었을 때 주정뱅이였던 내 아버지가 생각났다. 술에 취하면 일보 전진하고 삼보 후퇴했던, 밤 문어처럼 흐느적거렸던 불쌍한 내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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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31 0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31 0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31 08:49   좋아요 0 | URL
참... 제 바뀐 닉네임 어떻습니까 ? ㅋㅋ

2017-12-31 0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31 08:5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닉네임 바꿨습니다. 곰곰발에서 한수철신지로...ㅋㅋ

syo 2017-12-31 0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같은 뜨내기는 알 수 없는 곡진한 사연이 담긴 닉네임인 듯 하네요.
ㅎㅎㅎㅎ

이 8글자짜리 닉네임을 어떻게 줄여 부르면 잘 줄였다고 입소문이 날지 고민중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31 10:44   좋아요 0 | URL
한수철은누구신지라는 풀네임을 부르기에는 기니까
그냥 ˝ 한수철은 뉘신지 ˝ 라고 불러주세요. 한글 자 줄였잖아요... ㅎㅎ

그나저나 우리 신지 님은 자기 일도 아니시면서 제가 한수철 얘기만 하면
불같이 화를 내시며 자기 일처럼 두 팔 걷고 나서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깐족거리시는데 굉장히 귀여우세요.



소심한 문빠 2017-12-31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요즘에도 한수철 활동하나요 안 보이던데
곰곰발님이 말씀하셔서 저도 살펴보니 두 사람 동일 인물이란 생각이 들어요
 




사진 이야기








그 보안관은 오래 전에 총을 잘못 겨누어서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게 된다. 이 트라우마는 영원한 상처로 남아서 그 이후로 그는 어느 누구에게도 총을 쏘지 못한 채 무능한 보안관으로 전락하고 만다. 결국 타인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는 보안관은 자신의 관자놀이를 겨누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하지만 절체절명의 순간에 보안관은 악당을 향한 방아쇠를 당긴다. 탕 ! 지금은 제목을 잊어버린 어느 영화 속 등장인물 이야기다. 사진을 배우고 싶어서 사진기를 들고 봉천동을 돌아다닌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봉천동은 달동네였다. 한 달 동안 봉천동 골목길을 누비며 하루에 수백 장씩 사진을 찍었다. 그곳은 가난한 동네여서 내 뷰파인드에 들어온 이미지는 전부 낡은 것이었다. 어느 날, 구멍가게 앞에 난 골목길 풍경을 찍고 있었는데 애를 업은 여자가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여길 왜 찍으세요 ? 갑작스러운 질문이어서 말문이 막힌 나는 곰곰 생각하다가 말했다. 예뻐서요. 그 말에 화근이었다. 여자는 말했다. 여기가 예쁘다구요 ? 이 지긋지긋한 동네가, 가난한 동네가 예뻐보인다구요 ? 그 다음날, 나는 사진을 접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는 보안관이 되어서 타인을 찍지 못하는 병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나를 향해 사진을 찍는다. 유일한 취미다. 마음에 드는 사진 5장을 뽑는다.







사진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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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30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30 16:30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사진가를 슈터라고 하잖아요.. 총잡이인 것이죠.
제가 사진을 찍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게
저는 아무 생각없이 그림이 좋아서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이 보기에는 불쾌했던 거죠.. 카메라를 무기처럼 생각해서 조심히 다루어야 할 무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30 16:35   좋아요 1 | URL
첫 번째 사진 찍는다고 커피포트 두 개 발 아래 놓고 찍다가 엎질러서 화상 입을 뻔했씁니다..
다음에는 님이 알려주신 꿀탭으로 드라이아이스 잔뜩 사다가 함 연출해 봐야겠습니다..

라로 2017-12-30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음에 듭니다11^^
혹 마지막 사진은 롱페딩?ㅎㅎ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12-30 16:30   좋아요 0 | URL
롱패팅은요.. ㅎㅎㅎ 짧은 패딩입니다아...

라로 2017-12-30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 부탁드린대로 알라딘을 잘 지켜주셔서 늘 감사해요.
새해에도 건필하시기 바라고, 곰발님에게 좋은 일이 많이 생기는 2018년이 되길 바랄께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2-30 16:3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라로 님, 라로 님이야말로 알라딘계의 맏언니 ?
아니다... 알라딘에서 유일한 토끼시잖아요.. ㅎㅎㅎㅎㅎㅎㅎ
사람이 아니라 토끼가 한글을 이리 유창하게 잘할 줄은 꿈에도 몰랐씁니다..

시이소오 2017-12-30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우열을 가리기 힘드네요. 새해에도 재미진 글 기대하겠습니다. 올한해도 수고하셨구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2-30 16:3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독서왕 시이소오 님, 다가올 새해에는 시이소오 님의 나와바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한수철은 누구 신지 ?



 




                                                                                                        어릴 때는 싸움에서 승패의 기준이 코피였다. 카운트 펀치와는 상관없이 코피를 흘리면 패자였다. 반면에 어른이 되면 싸울 때 승패의 기준은 눈물이었다.

눈물을 흘리는 놈이 지는 놈이었다. 그래서 캔디는 지지 않기 위해서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다. 캔디는 사람들에게 우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서 참고 참고 참고 참다가 결국에는 참치가 된 최초의 참치 인간이었다. 울지 않겠다는 다짐은 어른이 되어가는 징표였다.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를 할 때 패자는 언제나 여자였다. 나는 울지 않았고 여자는 울었다. 하지만 크게 울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완전한 승리라기보다는 불완전한 승리였다. 1승, 2승, 3승, 4승......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떠나는 여자 앞에서 대성통곡했다.

박연폭포 같은 눈물과 콧물을 흘리고 나서야 비로소 이 기나긴 싸움의 완벽한 패자는 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달을 맨바닥에 누워 끙끙 앓았으니 완벽한 KO패였다. 자존심이 상했다. 이제 다시는 울지 않으리라. 하지만 나이가 들다 보니 테스토스테론보다 에스트로겐이 내 몸에 침투하여 영화를 보다가 우는 날이 많아졌다. 영화 << 변호인 >> 을 보았던 날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송강호가 국밥을 먹으면서 울먹일 때 나도 먹먹해서 우럭처럼 울었다. 품위 있는 눈물이어서 불만은 딱히 없었다. 볼락이나 쏨벵이 혹은 꼴뚜기처럼 울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송강호만큼 울방(먹으면서 우는 장면)을 잘 소화할 수 있는 연기자도 없다.

극장 밖을 나왔을 때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교통이 지체될 만큼 많은 눈이 내리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버스 안에서 오도가도 못한 채 강북삼성병원 언덕길에서 창밖의 풍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아수라장이었다. 수천 명은 족히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경향일보 사옥 앞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이다. 길 위에서 경찰, 기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서로 뒤엉켰다. 대한민국 역사상, 공권력이 최초로 민노총 사무실을 강제 진압하는 현장에 내가 있었다. 불끈. 노동자인 나는 불의를 보면 절대 참지 못하는 투사적 성격이어서 겉으로는 침묵한 채 속으로만 외쳤다. 독 ! 재 ! 타 ! 도 !


영화를 보고 나면 별점을 매긴 채 시니컬한 글을 쓰는 게 취미인데 << 변호인 >> 은 노무현, 박근혜, 민노총 공권력 개입 사건 따위와 맞물리면서 이 영화에 대한 평을 제대로 쓸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이 영화를 그닥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런 질문을 던질 것이다. 이 인간아, 이 영화 보고 펑펑 울었다며 ?                           쉽게 납득이 가지는 않겠지만, 내가 어떤 영화를 보고 울었다고 해서 그 영화가 반드시 좋은 영화라고 말할 수는 없다. 타인의 불행과 죽음 앞에서 운다는 것은 그 불행에 대한 연민과 죽은 자에 대한 예의일 뿐이지

그 사람의 인생 혹은 그 영화에 대한 지지는 아니다. 캡사이신이 잔뜩 들어간 떡볶이를 먹고 매워서 눈물이 났다고 해서 그 요리가 훌륭한 맛은 아니지 않은가. 칭찬은커녕 잇속에 눈이 멀어서 손님의 똥구멍은 생각도 않은 채 독극물에 가까운 캡사이신을 대량 투하한 주인장을 욕하기 마련이다. 나는 영화 << 7번 방의 선물 >> 을 보고 눈시울을 붉혔지만 이 눈물이 영화에 대한 지지는 아니었다. 이 영화의 신파는 캡사이신 잔뜩 들어간 떡볶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영화 << 변호인 >> 도 마찬가지였다. 익숙한 신파였기에 따분한 신파였다.

하지만 이 영화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은 채 지지하는 글을 썼다. 내가 지지한 것은 영화가 아니라 죽은 노무현이었으니까. 삼성 반도체 노동자 피해 사건을 다룬 << 또 하나의 약속 >> 도 같은 이유였다. 이 영화는 만듦새가 조악했지만 이 영화를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지지한 것은 영화가 아니라 반도체 노동자였다. 한때 누구와 싸워도 지지 않던 내가 이제는 누구와 싸워도 진다. 쪽팔리다.

- 혁오는 천재다.

 

 

 

 

 

 

 

 

 

덧대기 ㅣ 올해는 알라디너 한수철과 신지 님를 모시고 술 한 잔 마시는 게 내 목표다. 의심이 쌓이면 불화만 높아지는 법. 그래서 이렇게 공개적으로 두 분을 초청합니다. 두 분이 운우지정을 나눌 만큼 서로 존경하는 사이이니 내가 술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두 분 몸만 오십시오, 모든 비용은 제가 내겠습니다. 댓글 남겨주세요. 그나저나 날마다 일기처럼 글을 올리시던 한수철 님이 어제는 글을 올리시지 않아서 걱정에 태산 같다. 공교롭게도 한수철 님이 쉬는 날에는 신지가 글을 올리시네. 참..... 절묘한 타이밍이다. 두집살림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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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30 0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30 09:25   좋아요 0 | URL
우럭우럭하게.. 요 표현 좋은데요... ㅎㅎㅎㅎ 자주 써먹도록 하겠습니다. 새로운 신조어 만드는 재미로 글 씁니다.. ㅎㅎ

2017-12-30 0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30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30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30 09:28   좋아요 1 | URL
마자요. 아무리 카운트 펀치를 많이 날려도 일단 코피 터지면 지는 겁니다. 그땐 왜 그 기준이 적용되었는지... ㅋㅋㅋㅋㅋ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언젠가 가카 감옥하면 기념으로 술 한 잔 하자구요 ~

다스는누구겁니까 2017-12-30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빵터졌어용

곰곰생각하는발 2017-12-30 10:13   좋아요 0 | URL
빵도 아니시면서 ㅋㅋ

다스는누구겁니까 2017-12-30 1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두집살림에서 빵 터졌어용 원래 바람둥이는 부지런해야 한다잖아요 게으르면 바람도 못 핀다고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31 14:11   좋아요 1 | URL
마자요.

표맥(漂麥) 2017-12-30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언젠가 한수철은 신지다... 뭐 이런 글들이 있었던 듯... 그 결론이 어쨌는지... 몰겠지만요... 음...^^

곰곰생각하는발 2017-12-31 12:2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전 관심이 많습니다. 제가 좀 사소한 것에 집중하는 타입이라...
참.. 표맥 님 올 한해 표맥 님 때문에 많이 즐거웠습니다. 내년에도 건강하십시오..

소심한 문빠 2017-12-31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소심한 문빠입니다. 신지 ㅋ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7-12-31 14:1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orgettable. 2017-12-31 1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 분의 글 안좋아하시는 건 알겠는데 전 그 두 분과 다 아는사이거든요. 몇 번 직접 뵙기도 했구요. 물론 따로따로요. 이거 말씀 드렸던 것 같은데 아직 못받아들이셨나봐요.
유언비어를 자꾸 퍼뜨리시는 것 같아 사실 교정을 위해 덧글 답니다. 두 분 다른 사람 맞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31 12:37   좋아요 0 | URL



유언비어라니요 ? 저는 두 사람이 한 사람인 것으로 강력히 추정된다...... 의심이 간다는 차원입니다. 이 의심을 해소하는 방법은 매우 평화롭잖아요. 두 분이 서로 다른 분이라면 미안한 마음에 내가 술을 사겠으니 두 분을 한자리에 모시겠다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저는 포 님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포 님에 대한 신뢰가 1%도 없어요. 오히려 그렇게 반복해서 같은 논조의 글을 올리셨는데 그렇게 나오시니 궁금하여 더욱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포 님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때 내 얼굴에 침을 뱉고 따귀를 때리셔도 됩니다. 기대할게요.. 만약에 포 님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만약에 포 님의 이 댓글이 거짓말로 판명이 나면 지금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것은 그쪽입니다.

허위 사실 유포에 따른 저의 명예가 지금 이 순간 훼손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기 바랍니다.



다락방 2017-12-31 20: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지금 이 글과 댓글 모두 곰발님이 포님을 향해 비난하신 그대로를 행하는 글이네요. 술자리에서 할 말이 있고 안할 말이 있다면 이렇게 글을 쓸 때는 더 그러하지 않겠습니까. 매우 유감스런 글이네요. 그리고 신지님과 한수철님은 다른 사람입니다. 저에게도 신뢰가 없다며 안들으신다면 사실 그건 누군가의 신뢰에 대한 문제라기 보다는 듣고 싶은 걸 듣고자 하는 사람의 본성이 작용한 게 아닐까 합니다. 곰발님, 이 글은 좀 더 신중하게 쓰여졌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1-01 10:55   좋아요 0 | URL
님에게 묻습니다. 신지와 한수철이 동일인물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지금 그 말 책임 지실 수 있으신지요 ? 정확한 정보가 아니시라면 이번 일에 참견하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저는 다락방 님에게 유감이 없습니다. 또한 포 님을 향한 비난에 유감이시라면 이 논의를 확대해서 공론화하도록 하겠습니다.
유감스러운 글이라고 말씀하시지 말고 공익 제보 글이라 생각하십시오. 지금 님은 피해자 우선이 아닌 가해자 우선 염려하는 발언을 하시는 겁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다시 댓글을 다시면 이번에는 그냥 댓글 하나 달았지만 반론 차원에서 정식적으로 포스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포 님인 한수철과 신지를 둘 다 본 적이 있다고요 ? 만약에 그게 사실이라면 할복하겠습니다.. 지금 포 님은 유언비어를 유포해서 내 명예를 훼손하고 있습니다.

스윗듀 2018-01-01 11:12   좋아요 1 | URL
오잉??????? 이 댓글에 한수철은 뉘신지님이 뭐라고 답글을 다실지 매우 궁금했는데... 똑같은 말이네요??? 동일인물이라면 어떻게 하겠냐는?? 책임질 수 있냐는?? 그렇다면 한수철은 뉘신지님은 다락방님이 포님을 옹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보시는 건가요? 그렇다면 저의 댓글도 다락방님을 옹호하기 위한 댓글로 보이려나요? 흠..... 본인은 추정 혹은 의심을 하고 있다고 말씀하시는데 거의 확신하고 계신 걸로 보이네요. 그래서 갑자기 그 예수님의 제자 중 한 사람이 생각났어요. 내 눈으로 보기 전에는 절대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않겠다고 한 사람 있잖아요. 엄마께 여쭤봤더니 토마스래요.... 근데 토마스 앞에 예수님이 나타나시니 이번엔 옆구리의 상처에 손을 넣어보기 전까지는 믿을 수 없다라고 말하지 않았나요? 저 근데 정말로 궁금한데, 한수철님이랑 신지님이랑 동일인물인지 아닌지에 천착하시는 이유는 뭐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1-01 11:31   좋아요 0 | URL
억울하실 겁니다. 다락방 님도 그렇고 포 님도 그렇고 말이죠. 답은 하나잖아요. 이 문제를 푸는 열쇠는 한수철과 신지입니다. 두 사람이 동일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면 저는 미련없이 속죄의 의미로 여길 떠나겠습니다. 그러니 저의 의심을 너무 서운해 하지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저는 그저 저의 의심이 진실이라는 사실을 알고 싶을 뿐이고 그 열쇠는 신지와 한수철에게 있습니다. 간단하잖아요.

하여튼 다락방 님과 스윗듀 님 새해부터 험한 이야기해서 미안하고요.. 하여튼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

지나가던 페미니스트 2018-01-02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확한 정보가 아니라면 참견하지 않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껴들지마라의 완곡한 표현이군요. 지금 곰발님은 자신의 의견과 반대되는 주장을 하는 사람에게는 허위사실 유포‘의 멍에를 씌우거나 참견하지 말라며 배제시키고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는 수많은 추종자들과만 신나고 재미있는 댓글놀이를 즐기고 계시군요. 내말이 맞으니까 너희들은 나를 믿고 따라와‘ 곰발교주네요. 그나저나 Forgettable.님과의 성병검사 논란은 끝나셨나요? 글이 지워진 걸 보니 어느 한 쪽은 거짓말을 했나보군요. 어느 쪽이었나요? 결론이 났나요? 많은 알라디너에게 영향력을 가지신 분이 서재에 글도 쓰고 하셨으니 결론이 어떻게 났는지는 알려주셔야죠. 그리고 다락방님은 곰발님 댓글보고 공포에 질리신 건 아닐지 걱정되네요. 정중한 말투 안에 깔린 협박이 무시무시해보이거든요. 당신이 내가 Forgettable.까는 것에 유감이면 당신을 포함시켜 공론화하겠다, 다시 댓글을 달면 정식적인 포스팅을 하겠다? 이 말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다시는 여기에 댓글달지 말라는 뜻인가요? 게다가 할복하겠다니... 그 말 책임질 수 있느냐고 물으시면서 책임질 수 없는 말을 마구 하시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1-03 08:22   좋아요 0 | URL
제가 좀 교주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글은 지우지 않았습니다. 뒷담화의 피해당사자와는 상관없는 논란에 그가 소환되어서 뺐을 뿐입니다. 그게 저의 결론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어느 한쪽은 거짓말을 했죠. 그것도 진실입니다.
 

 

 

 

 

 

 

 

 

 

 

 

 

 


 

 

                                     

 

알 파 벳  H 는  의 성 어 다  :

 

 

 

 

 

 


 


덕혜옹주와 레 미제라블




 


                                                                                                      명성 황후를 민비'라고 말했다가 교양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한 적이 있다. " 에이치 ! " 재채기를 할 때마다 알파벳 H 소리가 나서 H가 의성어가 아닐까 라는 의심을 하게 만드는 목소리를 가진 H씨가 나에게 " 일본놈이 명성 황후를 낮잡아 부르는 말이니 민비라는 명칭 대신에 앞으로는 명성 황후라고 해야 해요. " 라고 따끔한 지적을 했다.

그런데 나는 명성 황후라는 이름이야말로 시대착오적 근성이란 생각이 들어서 대화 내내 끝까지 민비'라는 칭호를 사용했다. 민비가 말입니다, 그러니까 민비가...... 처음에는 나를 교양 없는 사람으로 취급했던, 재채기를 할 때마다 에이치라고 소리쳤던 H씨는 급기야 나를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되는 양 쏘아보기에 이르렀다. 무능해서 나라를 망친 왕족에게 황후 ?! 박근혜 뒤에 무녀 최순실이 있었다면 민비 뒤에는 무녀 진령군1)이 있었다. H씨의 주장은 마치 나라를 망친 박근혜에게도 예우 차원에서 박근혜 각하 _ 라고 불러야 한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나는 박근혜에 대한 예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근혜야, 보고 있니 ?

그들은 < 나라를 위해 싸운 왕족 > 이 아니라 오로지 < 나를 위해 싸운 왕족 > 에 불과했다. 그들이 나라를 팔아먹으면서 맺은 한일병합조약 조문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불운의 구한말 왕실이라는 코스프레가 얼마나 혐오스러운가를 알 수 있다. 그들은 나라가 망해도 나라를 걱정하지 않았다. 하물며 백성은 안중에도 없었다. 오로지 자기 가문의 안위에만 관심을 가졌다. 조선 왕실이 일본 측에 요구한 것은 다음과 같다. 한일병합조약 제 3조는 이렇다. 황제, 황태자, 후비, 후예에게 상당한 존칭, 위엄 및 명예를 향유하게 하며, 또 이것을 유지함에 충분한 세비를 공급할 것을 약속한다.

여기에 덧대어 제 4조는 왕실과 그 후예들이 품위 있게 살 수 있도록 든든한 연봉을 요구한다. 그러니까 나라가 망하든 말든 일본 측과 연봉 협상에 올인한 것이다. 회사는 망해서 구조 조정이 한창일 때 사장이라는 놈이 자신의 연봉을 높게 책정하려고 수작을 부리는 것과 같다. 실제로 조선 왕실은 일본에서 주는 은사금으로 넉넉한 삶을 살았다. 일본 정부는 일본 천왕 왕실 다음으로 가장 많은 세비를 조선 왕실에게 주었다. 그뿐인가. 영친왕은 일본이 패망하자 일본 장관에게 읍소했다고 한다. “내 지위는 어떻게 되는 것이오 ?  아무쪼록 지금과 똑같은 대우를 해줄 수 없소 ? ”라고 물었다고 한다. 

 

​한일병합조약 전문


한국 황제 폐하와 일본국 황제 폐하는 두 나라 사이의 특별히 친밀한 관계를 고려하여 상호 행복을 증진시키며 동양의 평화를 영구히 확보하자고 하며 이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면 한국을 일본국에 병합하는 것이 낫다는 것을 확신하고 이에 두 나라 사이에 합병 조약을 체결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를 위하여 한국 황제 폐하는 내각 총리 대신(內閣總理大臣) 이완용(李完用)을, 일본 황제 폐하는 통감(統監)인 자작(子爵) 사내정의(寺內正毅, 데라우치 마사타케)를 각각 그 전권 위원(全權委員)으로 임명하는 동시에 위의 전권 위원들이 공동으로 협의하여 아래에 적은 모든 조항들을 협정하게 한다.

  1. 한국 황제 폐하는 한국 전체에 관한 일체 통치권을 완전히 또 영구히 일본 황제 폐하에게 양여함.
  2. 일본국 황제 폐하는 앞조항에 기재된 양여를 수락하고, 완전히 한국을 일본 제국에 병합하는 것을 승락함.
  3. 일본국 황제 폐하는 한국 황제 폐하, 태황제 폐하, 황태자 전하와 그들의 황후, 황비 및 후손들로 하여금 각기 지위를 응하여 적당한 존칭, 위신과 명예를 누리게 하는 동시에 이것을 유지하는데 충분한 세비를 공급함을 약속함.
  4. 일본국 황제 폐하는 앞 조항 이외에 한국황족 및 후손에 대해 상당한 명예와 대우를 누리게 하고, 또 이를 유지하기에 필요한 자금을 공여함을 약속함.
  5. 일본국 황제 폐하는 공로가 있는 한국인으로서 특별히 표창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대하여 영예 작위를 주는 동시에 은금(恩金)을 줌.
  6. 일본국 정부는 앞에 기록된 병합의 결과로 완전히 한국의 시정을 위임하여 해당 지역에 시행할 법규를 준수하는 한국인의 신체 및 재산에 대하여 전적인 보호를 제공하고 또 그 복리의 증진을 도모함.
  7. 일본국 정부는 성의충실히 새 제도를 존중하는 한국인으로 적당한 자금이 있는 자를 사정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한국에 있는 제국 관리에 등용함.

본 조약은 한국 황제 폐하와 일본 황제 폐하의 재가를 받은 것이므로 공포일로부터 이를 시행함.

위 증거로 삼아 양 전권위원은 본 조약에 기명 조인함.

융희 4년 8월 22일 내각총리대신 이완용

메이지 43년 8월 22일 통감 자작 데라우치 마사타케 

 

 

영화 << 덕혜옹주, 2106 >> 를 보다가 뚜껑이 열린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구한말 왕실을 극단적으로 미화하는 영화를 보며 눈물이나 흘리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친일파가 아닐까. 우리는 왜 실패한 왕의 얼굴에 침을 뱉고 목을 베지는 못할 망정 그들을 숭배하고 그리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대한민국은 왕정이 아닌 공화정 체제이지만 공화정 시민 일부는 여전히 왕정복고에 대한 향수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박정희는 대통령이라는 직위를 가진 권력자였지만 사실은 왕이었고 박근혜는 왕비'였다. 그리고 박사모는 구한말 황국 신민이다. 그들은 공화정에 살고 있으나 왕정을 그리워하는 집단인 셈이다.

박근혜 정권 내내 박빠를 비판했던 서민 교수는 문재인 정권에서는 문빠를 공격한다(항간에 떠도는 " 서민은 박사모 회원 " 이라는 소문은 말 그대로 억지다. 그는 누구보다도 박근혜 정부 내내 박근혜를 비판했던 인물이다. 내가 그를 비판하지만 비난하지는 않는 이유이다). 박빠와 문빠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판단에서 나온 결정인 것 같다. 하지만 박빠와 문빠는 성질이 다르다. 박빠는 왕정을 복원하려는 자의 욕망이 반영된 집단인 반면에 문빠는 공화정 시민으로서 공화 정부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집단이다. 문빠는 문재인을 동료, 동지, 친구, 멘토와 같은 수평적 관계로 인식할 뿐이지

그를 섬겨야 할 왕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박빠가 왕정의 유령 집단이라면 문빠는 공화정 시민이 뭉친 집단이다. 19대 대선 때 문재인 낙선 후, 뮤지컬 영화 << 레 미제라블 >> 이 한국에서만 유독 흥행에 크게 성공한 이유는 문빠의 정치적 스펙트럼이 공화주의에 가깝다는 데 있다. 나폴레옹 3세가 집권하자 왕정의 폭압을 피해 20여 년 동안 망명과 추방 생활을 반복했던,  철저한 공화주의자였던 빅토르 위고가 쓴 걸작이 << 레 미제라블 >> 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개봉 당시 대한민국에서 흥행에 크게 성공한 뮤지컬 영화 << 레 미제라블 >> 은 낙담한 공화주의자인 문빠-들을 향한 위로이자 선물이었다.

 

서민의 진단은 틀렸다. 대한민국은 공화정이지 왕정 국가가 아니다. 그렇기에 공화 시민이 공화정을 열정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광기가 아니며 정당한 의사 표현이다 ■

 

 



 



​                                              


 

1)      진령군은 임오군란을 맞아 혼란과 공포에 빠진 명성황후에게 접근해 앞날을 예언하는 이능을 보여주며 홀렸던 무당이다. 이후 명성황후는 그에게 크게 의지해 국가적인 사안을 비롯한 모든 의사결정에서 그의 의견을 주로 참고했다. 무당에게 '진령군'이라는 군호가 내려졌다는 정식 기록은 없지만 당대 조선인들은 무당을 가리켜 진령군이라고 불렀으니, 무당이 스스로를 진령군으로 칭했으며 왕과 왕비가 그것을 묵인했음은 분명하다. 당시 천민으로 취급받던 무당은 물론이고 여성이 수양대군이나 안평대군과 같이 왕족이나 받을 수 있었던 군호를 자칭했던 사례는 조선 역사에서 진령군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파격적으로 신분이 상승한 진령군은 명성황후를 뒤에서 조종하며 국정을 농단했다. 임진왜란 이후 명나라의 '재조지은'을 기리기 위해 한양에만 두 군데나 관왕묘가 생겼음에도 다시 북쪽에 진령군이 모신다는 관우의 사당이 새로이 세워졌다. 왕실에서는 굿판이 끊이지 않았으며 고대 중국의 영웅을 향해 현재 조선의 안녕을 기원하는 아이러니한 풍경도 벌어졌다. 국가의 방향을 책임져야 하는 고종의 뒤에는 명성황후가 있었고, 명성황후의 뒤에는 진령군이 있었던 것이다( 『 조선을 홀린 진령군 』  책소개 글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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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9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29 10:0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댓글은 저만 비밀글로 읽는 게 아쉽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0번 옳은 소리이십니다.
나라를 패망시킨 놈은 동정 따윈 필요 없어요...

살인자는 한 놈만 죽였지, 저런 이들은 백성 전채를 죽인 겁니다.

2017-12-29 1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9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다맨 2017-12-29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왕가李王家가 적극적인 친일의 길로 나섰던 것이 결과적으로는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서 긍정적 효과를 주었다는 생각도 합니다. 만일 이왕가의 유력 인물(예컨대 영화에서 어처구니없이 미화한 덕혜옹주?)들이 애국과 반일의 행보를 지속적으로 보여주었다면, 해방 이후 황실 복권을 지향하는 여론과 세력이 상당한 지분을 얻었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하지만 이왕가가 일제로부터 수십 년 간 특권과 혜택을 누렸기에 해방이 된 뒤에도 중요한 정치적 문제는 좌우의 이념 갈등이었지, 군주정 복귀와 관련된 사안들은 제기될 수조차 없었고 제기하는 사람도 ‘사실상‘ 없었지요. 이승만이 친일/부일 세력을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삼았던 것(반민특위 해산, 친일 경찰과 군인 중용 등등)은 두고두고 흠잡힐 일이긴 합니다만 그가 이왕가의 재산(경복궁, 창덕궁, 각종 토지 등등)을 국고로 환수시킨 것은 얼마큼 잘한 일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왕가는 존경과 추앙의 대상이 아니라 민족 반역자 모리배들과 동급으로 취급받아야 마땅한 부류들일 뿐입니다.

2017-12-30 07: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30 07:03   좋아요 0 | URL
구한말 이왕가 왕실에 대한 존경을 내보내는 사람을 저는 이해할 수가 없더라고요...
사실 왕정을 몰아내고 공화정을 세운 나라들 보면...
왕족을 다 몰살하거든요. 이게 역사적 흐름인데
아직까지 덕혜옹주 같은 미화 상품이 유통되는지 이해가 블가합니디ㅏ..

표맥(漂麥) 2017-12-30 1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주 공감하는 글입니다... (전 이렇게 대놓고 비판할 용기가 없다는게...) 어쨌거나 곰발님과 몇 분의 글 읽는 재미로 알라딘에 붙어(?) 있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곰곰생각하는발 2017-12-30 12:10   좋아요 1 | URL
아이고 감사합니다. 표맥 님... 표맥 님이 있어기에 표류하지 않고 이렇게 명맥을 유지하며 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