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야기
그 보안관은 오래 전에 총을 잘못 겨누어서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게 된다. 이 트라우마는 영원한 상처로 남아서 그 이후로 그는 어느 누구에게도 총을 쏘지 못한 채 무능한 보안관으로 전락하고 만다. 결국 타인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는 보안관은 자신의 관자놀이를 겨누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하지만 절체절명의 순간에 보안관은 악당을 향한 방아쇠를 당긴다. 탕 ! 지금은 제목을 잊어버린 어느 영화 속 등장인물 이야기다. 사진을 배우고 싶어서 사진기를 들고 봉천동을 돌아다닌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봉천동은 달동네였다. 한 달 동안 봉천동 골목길을 누비며 하루에 수백 장씩 사진을 찍었다. 그곳은 가난한 동네여서 내 뷰파인드에 들어온 이미지는 전부 낡은 것이었다. 어느 날, 구멍가게 앞에 난 골목길 풍경을 찍고 있었는데 애를 업은 여자가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여길 왜 찍으세요 ? 갑작스러운 질문이어서 말문이 막힌 나는 곰곰 생각하다가 말했다. 예뻐서요. 그 말에 화근이었다. 여자는 말했다. 여기가 예쁘다구요 ? 이 지긋지긋한 동네가, 가난한 동네가 예뻐보인다구요 ? 그 다음날, 나는 사진을 접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는 보안관이 되어서 타인을 찍지 못하는 병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나를 향해 사진을 찍는다. 유일한 취미다. 마음에 드는 사진 5장을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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