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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문제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2000년 8월
평점 :
품절
누구나 행복해질 권리는 있다. 또한 누군가의 행복을 자신의 행복을 위해 침해하지 않을 의무도 있다. 행복이란 이런 권리나 의무로 규정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남의 불행 위해 얹은 자신의 행복은 결코 행복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 점에서 이 작품은 독특하면서도 신선하다. 결혼해서 아이까지 둔 남자가 어느 날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닫고 이혼을 한다. 그의 아내는 기분 좋게(?) 이혼을 한다. 그리고 그들은 친구처럼 지낸다. 남자는 오십이 넘어 아들뻘인 남자와 결혼을 하고 그의 아들은 아버지의 정체가 들통 날까 여자 친구에게 전전긍긍한다. 그의 아내는 남편과 결혼한 남자의 형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이혼을 하게 하고 그와 결혼을 한다.
이렇게 보면 이 집안은 콩가루 집안이 분명하다. 우리 나라에서 이런 일은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또한 일본에서도 그리 흔한 일은 아닐거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행복하다. 서로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며 가지를 치듯 이상한 인물들끼리의 결합을 자연스럽게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끌어들인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우린 가족이라는 관계를 너무 도덕적으로 너무 관습적으로만 생각하느라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잊어버린 것 아닐까. 그것은 가족 구성원의 행복과 사랑이 넘치는 가정이다.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도 보이지 않는 가족이 내부를 들여다보면 그 어떤 가족보다 더 썩어 있다. 그래서 부모와 자식은 더 이상 대화가 통하지 않는 관계로 규정지어 지고 형제는 재산을 가지고 마피아처럼 총질을 하는 사이로 변질되었다. 모든 가족이 이렇지는 않다는 건 안다. 하지만 부모보다 친구가 의논 상대로 편하다는 통계는 우리의 가정이 이상적이고 행복한 모습은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히 보여준다. 세상에 탯줄로 이어져 나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던 부모를 자식들은 더 이상 가장 큰 의지의 상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정신적으로 말이다.
그렇게 세상이 변했는데 어떤 가정이어야 한다고 규정짓는 것, 그렇지 않은 가정을 이상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 자체가 더 이상한 일 아닐까. 아니면 불행하기 때문에 그런 것을 더 참을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도덕적으로 아무 문제없는 우리는 불행한데 비도덕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더 행복하다는 건 세상이 이상하기 때문이라는...
어떤 가족이, 가정의 형태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인간이 모여 한 울타리를 두르고 살아가는 동안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고 사랑한다면 그것이 가족이고 행복한 가정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들은 어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들 앞날의 문제를 생각하게 하고 있다. 어른의 문제는 곧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약간의 생각을 바꿔서 더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게 더 좋지 않을까... 이런 형태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나는 생각한다. 지금 나는 내 가족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그들이 가진 문제점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