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가 없다. 이 작품이 반인륜적이라는 이유로 판매금지 처분을 당하고 만화는 19금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읽어보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뭘 읽은 것인지 웃기지도 않는다. 그것 때문에 오히려 판매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잔인하다면 이보다 훨씬 잔인한 작품은 많다. 보여지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반인륜적이라거나 지나치게 폭력적이라거나 하는 문제도 그다지 없어보인다. 이 작품이 문제가 된다면 작가의 창작에 족쇄를 채우는 일이고 작품을 작품으로 보지 않고 문제될 것 없는 작품을 너무 과대 해석하고 평가하는 것이야말로 반인륜적 행위라고 생각한다. 문화를 말살하는 행위니까. 기대가 많았던 작품이다. 나오기 전에 대단한 작품이라는 얘기를 들어서. 그래서 좀 천천히 읽을 생각이었다. 아껴뒀다가 읽고 싶어서. 소설을 먼저 읽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구할 수 없어 만화를 먼저 봤다. 실망했다. 오츠이치라는 작가의 작품으로는 너무도 평범한 작품이었다. 역시 처음의 강렬함때문일까 이 작품이 제목처럼 고스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살인 사건에 집착하는 두 아이의 기모한 만남, 사건에 집착하다보니 해결도 하게 되는 아이와 사건에 끌려들어가게 되는 아이. 산 자와 죽은 자의 세계가 있듯이 피해자와 가해자의 세계, 범인과 탐정의 세계가 공존하며 함께 버무려져 어두운 세계를 만들어낸다고 말하는 것 같은 작품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단편이 너무 밋밋하게 보여지고 동물적 본능만이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에 그림은 너무 순정 만화스럽다. 안 어울리는 조합이 억지로 어울리려고 하는 것 같은 부조화가 느껴져서 이 작품은 뭐냐고 작가에게 묻고 싶어졌다. 살인은 태초부터 있었다. 범죄는 언제나 그 자체만으로 반인륜적이고 충분히 잔인한 일이다. 우리는 매일 이런 사건들을 접한다. 그 사건들을 접하면서 그런 소재를 선택해서 창작하는 작가가 있고 그 작품들을 읽는 건 그 안에서 인간의 근원을 찾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니체가 말했다. '네가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도 너를 들여다 볼 것이다.'라고. 하지만 심연을 들여다보지 않고 어찌 밝음만을 볼 것인가. 밝음과 어둠은 동전의 양면이요, 쌍둥이로 붙어있는 것이거늘. 그런 의미에서 간행물 윤리위원회의 오버에 실소를 금치못하면서 소설의 판금해제를 기다리겠다. 소설까지 봐야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만화만 놓고 보자면 아주 실망스럽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