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1 마녀 1
이가라시 다이스케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딱히 제목이 마녀라고 해서 중세의 마녀사냥을 연상시키는 기독교적인 마녀가 등장하는 작품은 아니다. 한 가지 이야기도 아니고 여러 단편들의 모음이라 각 나라의 샤머니즘에 대한, 주술사의 이야기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무당이라는 일종의 마녀와 같은 이들이 있다. 그들은 귀신도 보인다고 하고 미래를 예언하고 액을 막아주기도 한다. 지금은 시대에 따라 그들도 변했지만 우리가 흔히 쓰는 단골이라는 말의 어원이 무당에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아무리 현대를 살아간다고 해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돌을 쌓고 기도를 하고 나무 한그루를 지키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은 어쩌면 그 길고 오랜 생명력과 자연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주술사들인 마녀들이 지키고자 하는 것도 바로 그런 모든 만물의 조화라고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여러 나라의 마녀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하나다. 보이지 않는 것까지 지켜라. 말로만이 아닌 행동으로 지켜라. 우리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세상엔 더 많고 그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니 욕심을 버리고 지식의 늪에 빠지지 말고 아집의 희생양이 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세상이 어디 그런가? 이미 파괴될 것은 다 파괴되어 버렸고 오래전부터 우린 피라미드의 웅장함만을 보려하지 그것을 쌓느라 죽어간 이들은 잊은 지 오래인데 그 뒤에 일어난 일들은 말해 무엇 하며 아마존 밀림도 다 파괴되고 지금도 전 세계에서 사라지는 언어가 있고 멸종되는 종족이 있고 멸종되는 생명체가 있는데...

간만에 좋은 만화를 봤다. 내용도 좋았고 볼펜으로만 그렸다는 그림도 좋았다. 볼펜으로도 이렇게 부드러운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신선하다. 여러 단편들의 조합도 좋았지만 마녀라는 소재를 가지고 하나의 커다란 작품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네 성황당도 사라지고 마을을 지키는 아름드리나무도 사라지고 그곳에서 살던 사람들도 사라지고 그러고 다시 돌아보니 우리에게 지금 남아 있는 것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우리가 그것들을 잃으면서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이고 그것들이 우리를 더 잘 지켜주고 있는지, 아니 이젠 누군가를 지킨다는 말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내가 지킬 생각자체가 없으니 누구도 나를 지켜주지 않는 세상이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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