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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1 ㅣ 심야식당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여동생이 재미있다고 칭찬이 자자하던 만화다.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요즘 우울해서 보기로 했다. 첫 페이지를 넘기는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야쿠자처럼 생긴 아저씨가 빨간 비엔나 소시지를 찾는다. 그러자 주인 아저씨가 "문어 모양으로 볶아줄까요?"하고 묻는다. 으하하하 그 단 한 마디가 얼마나 웃기던지. 그런데 그게 다다. 뭐를 더 첨가하고 양념을 치지 않는다. 거기에 이 심야 식당만의 맛이 있다. 추억이라는 로스텔지어의 맛, 소시민적인 삶의 남루하지만 결코 기죽지 않는 끈질긴 생명력의 맛 말이다.
심야 식당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그저 그런 사람들이다. 밤에 일하는 사람들, 밤 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사람들, 싸고 간단한 것이 먹고 싶은 사람들, 정이라는 맛이 그리운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김 하나만으로도 족하고 계란말이 하나만으로도 행복하게 할 수 있다. 식은 카레도 메뉴에 오를 수 있고 오이지 하나도 술 안주가 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작고 소박한 인생이 있는 식당이 바로 심야 식당이다.
작가는 작품을 간단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 표현 이면을 독자는 바라본다. 나는 25년전에 엄마가 도시락 반찬으로 싸주던 비엔나 소시지가 생각났다. 문어 모양은 아니었지만 캐찹에 찍어 먹던 그 맛은 아직 내 기억속에 남아 있다. 그런 소중한 기억을 떠올려 오늘 비록 우리가 조금 불행하더라도 다시 앞으로 나아가자고 말하는 것 같다. 삶이 다 그런 거라고. 누구나 그런 삶을 산다고 말이다. 눈가가 촉촉해지는 이야기도 있고 묘하게 여운이 남아 가슴 아린 작품도 있고 재미있고 웃기는 작품도 있다. 내 하루가 때때로 그런 것처럼, 또한 당신의 하루가 그런 일들의 연속인 것처럼 말이다.
쿨하고 쌈박하게 절제미를 강조하는 이런 작품이 난 좋다. 늘어지며 모든 것을 일일이 알려주려고 하는 작품들보다는. 동양화의 여백의 미를 느끼게 해준다고나 할까. 아무튼 아베 야로의 심야식당에 한번 가보고 싶다. 아니 우리나라에 이런 식당이 있다면 가보고 싶다. 아마도 거기에 가면 내가 찾는, 나도 잊고 산 추억의 맛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좋지 아니한가.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