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전철에서 읽은 기사를 옮겨놓는다. '비싼 공연'의 사회학을 다룬 경향신문의 '경향2' 커버스토리이다. '이 정도 공연은 봐줘야 수준이 맞다'라는 '문화귀족'들의 허위의식이 최근에 '비싼 공연'을 부추기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상징적 폭력(=구별짓기)의 수단으로서 예술감상과 향유가 남용되는 것은 유구한 일이긴 하나 꼴사나온 일이기도 하다. 꼴사나운 만큼 달라지면 좋겠지만 유구한 만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예술/공연 대신에 다른 것이 그 일을 대신할 테니까). 다만 나는 TV를 통해서 가급적 많은 공연들을 보여주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경향신문(07. 10. 04) '문화귀족'이십니까?

‘그 공연 보셨어요.’뉘집 개 이름도 아닌 ‘60만원짜리, 45만원짜리, 20만원짜리’의 고가(高價) 공연들이 불과 몇년 사이에 장삼이사의 밥상머리 화제가 됐다. 11월에 예정된 것만 봐도 귀빈석 기준 ‘크리스티안 틸레만&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초청공연’(24만원),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31만원), ‘로마극장 초청 오페라 아이다’(32만원) 등 고가 공연들이 즐비하다.

해외 유명 공연의 수입 붐과 뮤지컬의 급부상, 기업의 문화마케팅 등이 얽혀 빚어낸 ‘고가 공연’의 사회적 프리미엄은 갈수록 오를 기세다. 문제는 고가 공연을 둘러싼 사회의 분위기다. ‘어느 동네 사느냐’가 계층을 구별하는, 부정할 수 없는 기준이 됐듯 값비싼 공연의 관람여부가 신분이나 계층을 가늠하는 또 하나의 잣대가 돼가고 있다.

‘이 정도 공연은 봐줘야 수준이 맞다’는 인식이 넘쳐난다. 이벤트사를 운영하는 여성 사업가 손씨(36)는 “사업상 만나는 사람들 대화에서 기죽지 않으려고 LG아트센터나 예술의전당의 값비싼 공연을 찾아다닌다”면서 “‘넌 안봤냐’고 물으며 과시하는 그들도 공연 자체에 별 관심 없기는 매한가지”라고 고백했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맞벌이 주부 김씨(40)는 몇달 전 초등학교 3학년 딸의 성화에 시달려야 했다. 해외팀이 공연한 ‘태양의 서커스 퀴담’을 보여달라는 재촉 때문이었다. 아이는 공연을 본 친구가 “잘난 척 한다”면서 “나도 보여달라”고 아우성이었다. 공연 티켓가격은 VIP패키지석 20만원, 등급이 가장 낮은 A석도 5만5000원에 이르렀다. 3인 가족 관람료를 계산하다 빤한 살림에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했다.

최근 이런 분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난달 난생 처음 대형뮤지컬을 보기 위해 세종문화회관을 찾은 최씨(25). 그는 “공연만을 감상하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불편했다”며 “객석에 들어선 순간 상류층의 냄새가 나는 듯해 위화감마저 느꼈다”고 털어놨다. ‘고가 공연족’들은 일명 ‘체육관 공연장’처럼 저가 좌석이 많은 공연은 ‘어중이떠중이가 많이 온다’며 관람을 꺼리기도 한다.

기업의 문화마케팅도 일조하고 있다. 국립극장 2층 귀빈용 로비에선 ‘그들만의 공연’을 즐기기 위한 풍경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금융사나 유명백화점이 초대한 고객들이 공연시작 전 다과를 즐기며 ‘럭셔리한’ 분위기를 맛본다. 한 기업의 문화마케팅 관계자는 “이 부류에 끼기 위해 수천만원이나 되는 구매 상한액을 일부러 채우는 고객도 있다”고 귀띔했다.



문화비평가들은 “고가 공연을 둘러싼 사회적 욕망에는 왜곡된 ‘허위의식’이 깔려있다”면서 “마치 명품을 사듯 공연을 소비하는 사람들, 또 이런 와중에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간의 갈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일찌감치 묘파했던 ‘(문화로) 구별짓기’가 공연장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김희연기자)

경향신문(07. 10. 04) ‘비싼 공연’ 소비하는 ‘껍데기 문화’

최근 무대공연을 둘러싸고 ‘티켓 가격’이 곧 ‘작품의 질’이고 ‘나의 문화수준’이란 기형적 공식이 생겨났다. 문화비평가 정윤수씨는 ‘고가 공연’을 부추기는 배경으로 문화적 허위의식을 꼽았다. “대형 공연장에서 화려한 공연을 ‘소비’하는 순간 자신이 마치 일류 문화 트렌트에 합류한 것으로 착각하는 허위의식이 팽배하고 있다”는 것. 그는 “공연작품에 대한 감동이나 이해와는 점점 멀어지고 소비만 하게 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비싼 공연’이 문화적 스타일의 완성?

문화 ‘향유’가 아닌 ‘소비’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올초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의 VIP석 가격은 25만원으로 뮤지컬 공연 중에서도 고가였다. 작품에 대한 평가는 “괜찮다” “기대에 못미친다” 등으로 엇갈렸지만 공연마다 기립박수가 터져나왔고 성황을 이뤘다. 공연 관계자들조차 “환호성 치는 관객들이 작품을 제대로 봤는지 모르겠다”며 “‘프랑스 뮤지컬’이란 간판에 뒤로 넘어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달 공연 관람비로 150만~200만원을 쓰는 싱글족 이씨(37)는 VIP석이나 적어도 로열석을 고집한다. 그는 “공연보기는 사치스러운 취미생활”이라며 “비용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만큼 만족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자신은 “공연을 즐기는 축에라도 끼지만 명품을 휘감고 VIP석에 앉은 사람들 중에 제대로 공연을 감상하는 사람들은 드물다”고 귀띔했다.



예술의전당의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수십만원짜리 VIP석이 비어 있거나 그 날의 연주 수준과는 무관하게 유명세만으로 낯뜨거운 기립박수가 코미디처럼 벌어진다. 클래식 칼럼니스트 정준호씨는 “고가의 티켓가격이 터무니 없이 책정되는 것만은 아니다”라며 “생활수준도 높아졌고 해외 유명 단체의 공연이 늘어나면서 고가공연이 생겨난 일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고가 공연이 늘어난 만큼 과거에 비해 무대 위 연주자들과 공연을 완성하는 관객의 수준이 따라 오르지 않은 게 문제”라고 평했다.

오페라와 오케스트라 연주회, 대형 뮤지컬 등의 ‘고가 공연’은 과거엔 일반인들과 별 상관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공연 물량이 늘어나고 TV광고, 기업문화마케팅 등이 계속되면서 대중의 관심사가 됐다. 하지만 증폭된 관심과 달리 이들 공연에 접근은 쉽지 않다.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아날로그 공연’에서 벌어지는 양극화는 당장 경제적인 문제로 비춰질 수 있지만 이런 괴리감은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구사회의 경우 다양한 문화적 스펙트럼이 존재해 갈등이 해소될 여지가 많지만 우린 ‘모 아니면 도’ 식의 쏠림현상이 강해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1000원짜리 공연에 14만명 몰린 이유

고가 공연 시장이 팽창할수록 제대로 된 무대 공연을 보고자 하는 잠재된 욕구 또한 만만치 않다. 세종문화회관이 올해 마련한 ‘천원의 행복’ 공연에 쏠린 관심이 말해준다. 대극장에서 매달 한차례씩 관람료 1000원으로 클래식, 뮤지컬, 국악, 무용 등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에 지난 9개월간 14만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세종문화회관 사이트가 다운되고 업무가 마비됐을 정도다. 공연을 기획한 이창기 팀장은 “공연장 마당에서 이벤트성으로 잠깐 펼치는 공연들로는 사람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할 수 없다”면서 “제대로 된 공연장에서 한편의 작품을 감상하며 문화를 맛보게 하는 공익적 프로그램과 시스템이 뒷받침될 때”라고 강조했다.

기업의 획일적인 문화마케팅도 앞으로는 다양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동안 생색내기용으로 고가 공연을 선호하며 “비싸야 잘 팔린다”는 공연계 제작 메커니즘 형성에 일조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뮤지컬제작사 쇼팩의 송한샘 대표는 “문화 후원이란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 10만원 이하의 공연이나 국내 창작물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며 “거품의 중심에 기업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9월부터 시행된 기업의 문화접대비 손비처리 수혜도 일부 고가 공연에나 해당되는 ‘그림의 떡’이란 얘기다.

물론 이에 반대하는 시각도 있다. 지금은 과도기이기 때문에 공연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기업이 후원금만큼 고가의 티켓을 되가져가는 규모라도 커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업 문화마케팅을 돕는 클립서비스 설도권 대표는 “기업 입장에서 이윤을 주는 VIP고객에게 문화마케팅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그나마 아직까지도 활발하지 않아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충분히 커지면 다양한 형태의 문화마케팅이 개발된다”며 “중저가 공연이나 여성을 타깃으로 한 대학로 공연 등으로 관심이 옮아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부천필하모닉의 지휘자 임헌정 교수(서울대음대 작곡과)는 “문화예술은 ‘정신적 영양소’로 인간의 몸이나 사회가 균형이 깨지면 말썽이 생기듯 문화 향유와 소통에도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평론가 이영미씨는 “과거 고급문화, 대중문화로 나뉘던 것이 요즘은 비싼 것과 비싸지 않은 공연으로 갈라지고 있다”며 “여기에서 벗어나 각자의 취향이 만들어지고 이를 드러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면 더이상 자기를 속이는 ‘껍데기 취향’에 좌우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희연기자)

경향신문(07. 10. 04) '수준높은 공연·저렴한 티켓’ 행복찾기

해외에는 공연문화의 격차와 갈등 해소를 위해 어떤 프로그램과 대안의 움직임이 있을까. 일본의 경우 극단 ‘시키’가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기업과 손잡고 초등학생을 위한 무료공연을 수년간 계속해오고 있다. 니혼생명이 1964년 도쿄에 ‘닛세이 명작극장’을 세우고 극단 시키의 어린이용 뮤지컬 무료공연을 후원하고 있다.

당시 니혼생명 사장 히로세 겐은 “젊은이나 어린이들에게 제대로 된 무대 공연을 볼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 감동은 반드시 앞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극장 설립은 물론 공연비용까지 부담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도쿄뿐 아니라 오사카, 나고야, 요코하마 등 10여개 도시에서 무료공연이 펼쳐지며 현재까지 공연횟수 4229회, 초대 어린이수 665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예술상품의 공공성을 국가가 정책적으로 내세우는 프랑스는 공연작품의 유통까지 세밀하게 관리하는 방식이다. 수준 높은 공연물을 1만원 미만의 티켓 값으로 누구나 볼 수 있게 시스템화했다.

문화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교류팀 장현주 차장은 “프랑스 5개 국립극장에서는 대규모 국가 브랜드 공연 사업을 펼치는 반면 나머지 60여개 지역별 국립드라마센터에서는 각 지역민들을 위한 공연 서비스에 중점을 둔다”고 소개했다. 빈민지역이나 낙후된 위성도시에서도 국가가 수준을 보증하는 공연들이 서민 관객을 만난다. 또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의 경우 2005~2006년 시즌 동안 오페라 공연에 입석을 마련, 1인당 6500원 정도로 모두 1만2000 좌석을 판매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양건열 연구원은 “영국은 ‘영국예술위원회(Arts Council)’를 중심으로 방대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가 하면 미국은 상업적인 공연시장에 맡기는 등 각기 성격이 다양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특히 기업의 후원문화가 활발하다. 뉴욕필하모닉의 경우 2005~2006 시즌 동안 1만2000건의 개인 및 단체기부를 받았을 정도다. 기부금 수입만으로 175억원을 올렸다.

국내 대극장과 기업 등에서도 잠재된 문화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이 진행하고 있는 ‘천원의 행복’(사진) 프로그램 이후 KT 광화문 아트홀의 ‘천원의 나눔’, 울산현대예술관 ‘천원의 공연’ 등이 생겨났다.(김희연기자)

07. 10.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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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7-10-04 17:52   좋아요 0 | URL
로쟈님 오늘은 늦었는데요 .^^ 무화과나무님이 선수를 ㅋㅋ
오늘 잠깐 서점에 갔다가-일과 일 사이에 약간 뜨는 시간- 카라마조프형제들 3권 맨 마지막에서 로쟈님의 이름을 확인했지요.ㅋㅋ 본명 라스콜리니코프 ㅎㅎㅎ 앞으로도 신세질테니 감사의 말을 전한다는.. 후배였나봅니다 ㅋㅋㅋ
테리 이글턴의 <성스러운 테러>를 보고 있는데,아주 재미있네요.로쟈님께 탱스투를 했어야 하는데..담에는 꼭. 부산에는 비옵니다.영화제 개막식은 빗속에서 하려나

로쟈 2007-10-04 18:50   좋아요 0 | URL
아까 '문화귀족'을 검색할 때 아무런 페이퍼도 안 뜨던데, 부분적으로 옮겨놓으셨군요. 뭐, 아주 같지는 않으니까요.^^; <성스러운 테러>는 재미있게 읽은 책이지만 별로 읽는 사람이 없는 것 같더니 부산에 한분 계셨군요.^^ 땡스투는 담에 해주시길.^^

수유 2007-10-04 23:43   좋아요 0 | URL
아시아 순회 공연일지라도 우리나라 티켓 값이 높죠..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여튼..그러나 가고싶은 공연은 여기저기 뜨고 나는 가고싶어하고 사정은 안되고 그렇습니다... 10월의 바흐 페스티벌은 약간 고가이지만 한번쯤은 가야되는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로쟈 2007-10-05 22:46   좋아요 0 | URL
이럴 때 귀가 고급이지 않은 게 고민을 덜어주는군요.^^

자꾸때리다 2007-10-05 09:02   좋아요 0 | URL
바흐 페스티벌 저고 가고 싶어서 안달이 났었는데 도무지 가격 때문에 포기..ㅜ.ㅜ
근데 10월과 11월에 열리는 엘리야후 인발의 몬테카를로 필과 크리스티앙 텔레만의 뮌헨 필 공연은 거의 같은 수준의 A급 지휘자와 악단인데도 최저 가격으로 봤을 때 하나는 2만원이고 하나는 7만원 이더군요.

기인 2007-10-05 11:27   좋아요 0 | URL
헐.. 책도 파피루스로 만들어서 몇십만에 팔거나.. 전집류로 '쌔끈'하게 비싸게 팔아야 하겠네요.. 아니, 지금 그렇게 팔고 있군요;;;
흠.... 소극장 창작극들 좋은데요~ 가끔 배우보다 관람자가 적어서 민망하기도 하고. ^^;

로쟈 2007-10-05 22:47   좋아요 0 | URL
'고급 공연'을 가끔은 아주 저렴하게 볼 수 있는 여건만 마련된다면 '비싼 공연'의 문제점들도 상쇄되지 않을까 싶네요...

푸른신기루 2007-10-07 00:38   좋아요 0 | URL
10만원짜리 공연을 보면서도 공연예절은 10원짜리도 안 되는 분들 많아요
기사에 적힌 가격들을 보니 10만원은 껌값인가 싶기도..;;
아르바이트를 하다보면 공연의 가격과 공연 보는 예절이 비례하는 건 아님을 참 절실히 느끼곤 합니다

로쟈 2007-10-07 10:35   좋아요 0 | URL
티내기(구별짓기)에 아직 덜 숙달한 모양입니다...
 

내일자 조간신문 문학란의 가장 큰 기사는 이번에 한국어판 <끝없는 벌판>(아시아, 2007) 출간을 계기로 내한한 베트남의 젊은 작가 응웬옥뜨에 관한 것이다. 원작은 베트남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은 '문제작'이라고 하는데, 분량은 의외로 단촐하다. 200쪽이 안되는 중편 정도.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1962)가 구 소련사회에 던졌던 충격파 정도에 비유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하튼 관심을 갖게 되는 작가이고 작품이다. 관련기사들을 모아놓는다.

경향신문(07. 10. 04) 베트남 발칵 뒤집은 ‘용감한 소설’

'베트남 문학사에서 100년에 한 번 나올 법한 작가가 탄생했다.’(소설가 바오닌)

‘베트남 사회는 응웬옥뜨와 같은 ‘용감한’ 작가를 기다려왔다.’(시인 찜짱)

이런 찬사를 받은 젊은 여성 소설가 응웬옥뜨(31)가 지난 1일 한국에 왔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소설 ‘끝 없는 벌판’(하재홍 옮김·아시아)이 국내 출간되는 것을 계기로 ‘베트남을 생각하는 젊은 작가모임’에서 초청한 것. 베트남의 국민 시인 찜짱, 여성 시인 투응웨트, 그리고 SBS 드라마 ‘머나먼 쏭바강’(박영한 원작)의 미술감독을 맡았던 소설의 삽화가 쩐루언띤과 동행했다.



‘끝 없는 벌판’은 메콩강의 작은 거룻배에서 폭력적인 홀아버지와 함께 오리를 치며 살아가는 남매의 성장기를 18세 소녀의 눈으로 그렸다. 어머니의 가출 이후 우울하기만 하던 이들 가족 앞에 어느날 매춘생활을 하던 여자가 나타나고 아버지와 동거를 시작한다. 17세 소년 디엔은 그 여자에게 모성애와 이성애를 함께 느낀다. 그러나 조류독감이 강타하자 공무원들이 오리를 도살하러 온다. 여자는 성 상납을 해 오리를 지키지만 아버지는 오히려 비아냥거린다. 환멸을 느낀 여자가 거룻배를 떠나자 디엔도 떠난다. 그러던 중 화자는 동네 사내아이들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화자는 자신의 임신 가능성을 생각하며 아빠 없는 아이지만 잘 기르겠다고 다짐한다.

이 작품이 베트남작가협회에서 발간하는 월간 ‘문예’ 2005년 9월호에 발표되자 젊은 독자들은 거침 없는 묘사에 열광했다. 그러나 ‘미풍양속을 해친다’ ‘가난·매춘·부정부패 등으로 베트남을 그렸다’ ‘너무 절망적이다’라는 비난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3월 작가의 고향인 까마우성 사상교육위원회가 ‘정치·도덕·작가덕목 교육’(자아비판)까지 시도했다. 그러나 지난해 베트남작가협회가 주는 최고 작품상을 받으면서 논란의 종지부를 찍게 됐다.

응웬옥뜨는 “처음 비난 받았을 때는 현기증을 느꼈으나 그것도 내 책에 대한 여러 반응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했다. 아무 반응도 없는 것보다 오히려 나았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의 사회 현실을 그리고자 한 건 아니고 원한과 용서에 대해 생각해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가난 때문에 청소년기를 집안일과 농사, 채소장사 등으로 보내다가 10학년(고등학교 1학년) 때 중퇴했다. 그러나 자신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20살부터 글쓰기를 시작한 뒤 베트남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로 떠올랐다. 지난 7월 베트남어로 번역된 ‘한국근현대단편소설선’을 처음 접한 뒤 “아시아인으로서 내면세계가 비슷하다”고 느꼈으며, 특히 신경숙·은희경·김인숙 등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 좋았다고 밝혔다.(한윤정기자)

한겨레(07. 10. 04) "한국인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들 이야기 쓰겠다”

젊은 여성 작가 응웬옥뜨(31·사진)는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베스트셀러’라는 말을 현실로 만든 사람이다. 2005년에 나온 그의 소설집 <끝없는 벌판>은 이틀 만에 초판 5천 권이 매진되었으며, 지금까지 8만부 정도 팔렸다.

<끝없는 벌판>이 베스트셀러가 된 데에는 이 소설이 불러온 ‘스캔들’도 한몫을 했다. 이 중편소설이 2005년 9월 잡지에 발표되자 다수의 독자들은 열광했지만, 소수의 경직된 당 관료들은 이 소설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베트남 농촌 사회의 궁핍상과 도덕적 타락, 그리고 공무원들의 부패를 노골적으로 그렸다는 점 때문이었다. 결국 이듬해 3월 작가의 고향이자 거주지인 남부 까마우성 사상교육위원회가 ‘자아비판’을 위해 작가를 소환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문인과 예술인들은 물론 언론과 일반 독자들까지 나서서 작가에 대한 탄압을 중지할 것을 요구했으며 그 와중에 책은 불티나듯 팔려나갔다. 논란은 2006년 말 베트남작가협회가 이 소설에 최고작품상을 주는 것으로 극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응웬옥뜨는 ‘불온한 젊은이’에서 일약 베트남 문학의 희망으로 처지가 바뀌었다.

“처음에 비판적인 평가를 들었을 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현기증이 날 정도로 힘들었어요.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니까, 누구든 자기 방식으로 책을 읽을 권리가 있다는 식으로 편하게 생각하게 되었지요. 아예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보다는 비판적인 반응이라도 있는 쪽이 나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끝없는 벌판>의 한국어판(하재홍 옮김, 아시아 펴냄) 출간에 즈음해 방한한 응웬옥뜨는 2일 저녁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소설과 베트남 문학에 대한 견해를 들려주었다. <전쟁의 슬픔>(바오닌)이나 <그대 아직 살아 있다면>(반레) 등 그동안 한국에 소개된 베트남 소설들은 대부분 베트남전쟁의 아픔을 다룬 것들이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뒤에 태어난 응웬옥뜨의 <끝없는 벌판>에는 전쟁이 등장하지 않는다. 작은 거룻배를 거처 삼아 강을 떠돌며 오리를 치는 홀아버지와 두 남매의 이야기를 중심에 놓고 베트남 농촌 사회의 피폐한 현실이 사실적으로 그려질 뿐이다. “베트남 문학에서 전쟁에 관한 평가가 끝난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사람이 한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을 수 없듯이 문학에서도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한 거죠.”

작가는 앞으로 한국인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들의 문제를 소설화할 계획이라고 밝혀 눈길을 모았다. “사랑이 없이, 돈을 매개로 이루어진 결혼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상당수의 베트남 여성들이 바로 돈 때문에 한국 남성들과 결혼하고 있어요. 가슴 아픈 일이죠. 소설가로서 저는 그 문제를 반드시 다루어 보고 싶습니다.”

응웬옥뜨는 이번에 한국어판 <끝없는 벌판>에 삽화를 그린 화가 쩐루언띤, 베트남 국민 시인 찜짱, 그리고 역시 시인인 투응과 함께 방한했다. 이들은 4일 오후 1시 서울 사간동 대한출판문화협회 강당에서 열리는 한·베 문학 세미나에 소설가 공선옥씨, 평론가 고명철·이명원씨 등과 함께 참석한다.(최재봉 문학전문기자)

07. 10.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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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5 10: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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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관련 기사를 읽다 보니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10월의 읽을 만한 책'이라고 꼽은 책 10권의 목록이 눈에 띈다. 기사는 아래와 같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민병욱)는 올해 ‘10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조대리의 트렁크>(백가흠, 창비), <예언가 우리 역사를 말하다>(백승종, 푸른역사), <인간의 미래>(라메즈 남, 동아시아), <한국의 미, 최고의 예술품을 찾아서 1, 2>(문명대 안휘준 외, 돌베개) 등 모두 10개 분야 10권을 선정, 발표했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 등 11명의 ‘좋은 책 선정위원’들이 뽑은 책은 이밖에 <영화로 읽는 정신분석>(김서영, 은행나무), <대국 굴기>(왕지아펑 외, 크레듀), <나는 나를 베팅한다, 그리고 그 후>(김상경, 국일미디어), <위험한 생각들>(존 브룩만, 갤리온), <빅토르 위고의 유럽 방랑>(빅토르 위고, 작가정신), <밴드마녀와 빵공주>(김녹두 이지선, 한겨레출판) 등이다.

이 중에서 <나는 나를 베팅한다, 그리고 그 후>와 <밴드마녀와 빵공주>는 내가 처음 접하는 책이다. 아마도 분야가 자기계발과 아동서가 아닐까 싶다(평소에 내가 검색하지 않는 분야들이다). 기사를 읽다가 문득 나대로 '10월의 읽을 만한 책' 리스트를 꼽아보는 건 어떨까 싶었다. 11명이 모여서 회의하는 것보다 훨씬 덜 번거롭고  간결하게, 게다가 저렴하게 최근에 나온 책들 가운데 리스트를 뽑아본다.



 

 

 

일단 문학쪽은 두 권이다. 모두 최근의 페이퍼들에서 다루었는데(http://blog.aladin.co.kr/mramor/1601982, http://blog.aladin.co.kr/mramor/1596181), 한국소설로는 김애란의 신작소설집 <침이 고인다>(문학과지성사, 2007), 그리고 외국소설로는 미국작가 찰스 부코우스키의 <팩토텀>(문학동네, 2007)을 꼽아둔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아무래도 페이퍼에서 다룬 책들에 먼저 눈길이 간다.

 

 

 

 

철학쪽은 드디어 번역서가 출간된 데리다의 <마르크스의 유령들>(이제이북스, 2007). 이미 <마르크스의 유령들>(한뜻, 1996)이라고 10년쯤 전에 번역본이 나왔었지만 '데리다를 쫓아내는' 번역이었다. 이번에는 데리다에 관한 불량번역본들에 대한 서평을 쓰다가 아예 번역에 나섰다는 전공자의 번역이어서 믿음이 간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햄릿>도 자세히 읽은 데다가 러시아어판 <마르크스의 유령들>도 몇 달전에 구해놓은지라 독서를 위한 만반의 준비는 돼 있다. 하지만 시간이 있으려나?.. 

그리고 또다른 철학서로 역시나 데리다급을 고른다. 들뢰즈의 <들뢰즈가 만든 철학사>(이학사, 2007). 이 또한 지나번에 페이퍼로 다룬 책이다(http://blog.aladin.co.kr/mramor/1584851). 사실은 엊그제 올해 출간된 러시아어판 <안티 오이디푸스>를 데리다의 <산종>과 함께 배송받았고, 조금전에 그걸 들추면서 혼자 흡족해 하던 터였다(<안티 오이디푸스>의 새 번역본은 언제 나오는 것인지 궁금해지는군). <들뢰즈가 만든 철학사>를 뒤적이다가 여차하면 <안티 오이디푸스>로 빠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과연 시간을 낼 수 있을까?

 

 

 

 

어제 '역사적인' 남북 정상간의 만남이 있었지만 남북관계와 통일문제에 관한 책은 내가 별로 읽어본 바가 없어 가장 최근에 나온 전상봉의 <통일, 우리 민족의 마지막 블루오션>(시대의창, 2007)에 대해서 '판단'하기 어렵다. 한국사회에 관한 책으론 보다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고르고 싶다. 한겨레의 '심야통신' 등을 묶은 서경식의 <시대를 건너는 법>(한겨레출판, 2007)과 '명랑좌파' 우석훈의 칼럼집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생각의나무, 2007)가 그 '재미있어 보이는' 책들이다. 별로 즐거운/즐거울 일이 없는 세태이지만 혹 '명랑하게 시대를 건너는 법'을 배울 수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과학책으로는 에드워드 윌슨의 신작 <생명의 편지>(사이언스북스, 2007)와 로렌 아이슬리의 <시간의 창공>(강, 2007)을 고른다. 윌슨의 책은 곧 나온다는 것인데, 보아하니 <생명의 다양성>(까치글방, 1995)과 <생명의 미래>(사이언스북스, 2005)의 연장선상에서 읽을 수 있을 듯하다. 다소 생소한 아이슬리는 고고학자인데, 정재승 교수의 평은 이렇다: "로렌 아이슬리는 뛰어난 인류학자이면서, 동시에 에머슨이나 소로에 비견되는 자연주의자이기도 하다. 그의 글은 존 던의 시에서나 볼 수 있는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문장 곳곳에 가득 배어 있으면서도 브로노프스키의 '과학적 통찰력' 또한 잃지 않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시인의 재능을 가진 과학자'라 부른다." 기꺼이 읽어볼 만하다는 얘기이다.

 

 

 

 

그리고 이론서로는 일본 최초의 소설론이라는 쓰보유치 쇼요의 <소설신수>(고려대출판부, 2007). 근래에 주목한 만한 책들을 계속 내고 있는 고려대출판부의 일본학총서의 하나이다(고모리 요이치의 <무라카미 하루키론>(고려대출판부, 2007)도 역시나 같은 시리즈로 최근에 출간된 책이다). 기억에는 이광수도 탐독했던 책이며 최초의 근대 소설론이라고 할 '문학이란 何오'(1916)에서 언급됐던 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지난 여름 새번역본이 나온 <소설의 이론>(문예출판사, 2007)도 같이 읽어볼 만하겠다. 단, 루카치 초심자라면 독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걸 미리 밝힌다.

 

 

 

 

그리고 알 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은 그의 '도스토예프스키론'의 서론격으로 씌어졌다(본격적인 도스토예프스키론은 끝내 씌어지지 않았지만). 바로 그 도스토예프스키의 최대 걸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민음사, 2007)의 새로운 번역본이 지난주에 출간됐으며 10월의 필독 목록에 올려놓을 만하다('문학적 교양'을 위해서도 이 정도 작품은 읽어주자).

역자는 이미 <악령>(열린책들)을 우리말로 옮긴 바 있는 소설가 겸 러시아문학 전공자 김연경씨. 가장 젊은 세대의 감각으로 읽는 도스토예프스키는 어떨지 궁금하다(각기 다른 번역본들은 턴테이블에 올려놓는 각기 다른 음반들처럼 제각각의 음색과 흥취를 갖는다). 나는 사실 개인적으로 이달에 이 작품에 대한 강의도 해야 하기 때문에 비껴갈 수도 없긴 하다. '10월의 읽을 만한 책' 10권에다가 보너스로 (3권이나!) 덧붙여두는 이유이다...

07. 10.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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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괭이 2007-10-03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말미에 로쟈님에 대한 감사의 말도 들어 있어요. 물론 실명으로다가 ㅋㅋ

로쟈 2007-10-03 01:28   좋아요 0 | URL
로쟈님 만세!..

2007-10-03 0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07-10-03 09:33   좋아요 0 | URL
벌써 '수고'를 해보셨군요. 저도 시간이 나란히 읽어볼 생각입니다.^^

Joule 2007-10-03 0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덩달아)만...만세!..

로쟈 2007-10-03 09:32   좋아요 0 | URL
^^

푸른괭이 2007-10-03 0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로쟈님 성함 뒤에 괄호치고 "로쟈님과 동일인임"이라고 쓰려다가 괜히 책의 품위(?) 떨어뜨릴까봐 참았는데, 넣을 걸 그랬나요? ^^ ㅋㅋㅋ

로쟈 2007-10-03 09:32   좋아요 0 | URL
품위를 지키시오!..

드팀전 2007-10-03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랑좌파 ...^^ ^^ 명랑해지네요 ㅎㅎㅎ

로쟈 2007-10-03 11:48   좋아요 0 | URL
'명랑'이 원래는 '만화' 앞에 붙는 접두어인데, 좌파도 급수를 따지던 80년대식보다는 좀더 쾌활해질 필요가 있겠어요...

stella.K 2007-10-03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곡도 누가 연주하고, 지휘하고, 또는 노래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참 많이 다르더라구요. 책도 그러겠죠? 전 아직 같은 작품을 누가 번역하느냐에 따라 얼마나 다를 수 있을까에 대한 비교는 그다지 안 해봤는데, 열린책들은 있으니 민음사판은 어떤지 비교해 보면 좋겠군요.
그런데 어느 세월에...ㅠ.ㅠ

로쟈 2007-10-03 21:58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음악 애호가라면 번역본들을 대조해 읽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 '세월'이죠. 한오백년이 필요합니다...

yoonta 2007-10-04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른괭이님이 민음사판<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역자님이신가봐요?
그나저나 저는 로쟈님이 번역한 도스토예프스키를 빨리 한번 읽어보고싶은데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 건지요..^^

2007-10-04 0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신간 중에 임헌영 선생이 옮긴 윌 듀란트의 <철학이야기>가 눈에 띈다. 찾아보니 오래전에 나온 번역서가 다시 나온 것. 황문수 선생의 번역본 정도를 기억하고 있었는데, 의외의 역자도 있었던 것. 겸사겸사 윌 듀란트의 책들을 나열해본다. <철학이야기>는 고 3때 읽은, '나의 첫번째 철학책'이어서 따로 감회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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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야기
윌 듀란트 지음, 임헌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7년 9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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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판이 최초가 아닌가 싶다. 학원출판공사에서도 나온 적이 있으며 저자는 '윌 듀런트'라고 표기됐다.
철학 이야기
윌 듀란트 지음, 황문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01년 5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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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이 읽히는 판본. 같은 역자의 고대출판부본도 있다. 가장 읽기 편한 철학 입문, 철학 이야기...
20세기 문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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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영웅들
윌 듀런트 지음, 안인희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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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10-03 01:41   좋아요 0 | URL
윌 듀란트의 철학 이야기가 이렇게 번역서가 많은줄 몰랐네요. 전 고등학교 때 샀던 홍신문화사 것만 있는데...

로쟈 2007-10-03 09:34   좋아요 0 | URL
여기 나열한 것보다 몇 종 더 있을 거예요.^^
 

애독자들은 이미 알만한 소식이겠지만, 얼마전 황순원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의 기린아'임을, 게다가 '상복 많은 작가'임을 다시금 입증한 김연수의 장편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문학동네, 2007)이 출간됐다. 관련 인터뷰기사를 옮겨놓는다. 얼마전엔 하진의 소설 <기다림>(시공사, 2007)까지 번역해내면서 '투 잡'에 나선 이 작가의 행로가 어디로 귀결될지 주목된다(데뷔작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세계사, 1994)을 내던 '새내기 작가'도 어느새 '중견급'이 되었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월은 그냥 무심히 흘러가는구나)...  

한국일보(07. 10. 01) "과거의 재구성, 억측 아닌 구원일 수도"

“이전엔 주로 주제를 명확히 드러내는데 집중했다면 이번 작품은 이야기에 중점을 뒀습니다. 이야기가 자유롭게 흘러 나오도록 방치를 했다고 할까요. 그게 장편의 속성에도 맞는 방식인 것 같습니다.”

소설가 김연수(38)씨가 장편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문학동네 발행)을 펴냈다. 문학 계간지 <문학동네>에 6회에 걸쳐 연재했던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을 제목을 바꿔 출간한 것으로, 경장편 <사랑이라니, 선영아>(2003) 이후 4년 만에 낸 네 번째 장편이다. 최근 장편 집필에 집중하고 있는 김씨는 2004년 연재 탈고한 <밤은 노래한다>도 내년 초 출간할 예정이다.

대학 총학생회 간부인 ‘나’는 1991년 상부 조직 지시로 대학생 방북단의 밀입북을 도우려 베를린에 파견된다. 그곳에서 우연히 80년대 한국에서의 삶에 관한 충격적 고백이 교차 편집된 비디오를 보고 그 다큐 속 화자이자 감독으로 알려진 영화운동가 강시우와 접촉한다.

그러나 강시우는 명문대 출신의 천재 영화감독으로 신분을 세탁해 독일에 잠입한 안기부의 프락치이며, 다큐는 그를 세뇌하기 위해 안기부 직원이 촬영한 것임이 밝혀진다. 엄청난 분량의 문헌 조사를 통해 이야기의 세부까지 정교하게 구성하는 것으로 유명한 김씨의 장인적 면모는 이번 작품에서도 진가를 발휘한다.

하지만 여전히 작가는 매끄럽게 되살린 ‘공식적 역사’가 아닌, 개인 및 개인의 ‘주관적 역사’에 방점을 찍는다. ‘나’는 운동권 동지이자 연인인 정민과, 안기부의 세뇌로 두 번의 다른 삶을 살아온 강시우와 끊임없이 과거사를 되짚으며 우리가 누구이고 왜 지금 여기서 만나게 됐는지를 납득하고자 애쓴다.

‘나’의 조부와 강시우의 부친은 둘 다 입체로 볼 수 있는 옛날식 누드사진을 지녔었고, 자살한 정민의 삼촌이 마약 소지로 체포될 당시 강시우의 집안은 2대에 걸쳐 히로뽕을 밀무역하고 있었다. 등장인물들이 자신들의 조우를 비범한 인연으로 여기면서 발견하는 이런 ‘사실’들은 좋게 말해 ‘합리적 추론’이고 나쁘게 말하면 ‘억측’이다. 무엇 하나 확실하고 견고한 것이 없다.

그들도 알고 있다. “우리는 인생을 두 번 사니까. 처음에는 실제로, 그 다음에는 회고담으로.”(384쪽). 하지만 덧붙인다. “어쩌면 우리가 나눴던 이야기들도 누군가가 지어낸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 이야기들은 더없이 중요했다.”(391쪽) 김씨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려고 하는 이들은 과거를 재구성하게 마련”이라며 “그런 재구성은 억측이 될 수도 있지만 삶이란 우연의 연속 속에서 우리를 구원해주는 장치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삶은 짐작과 다르기 십상인 ‘뿌넝숴(不能設ㆍ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의 세계라 말하면서도 작가는 그 도저한 허무에 굴하지 않고 자신과 타인에 대한 탐색과 이해를 멈추지 않고 있다. 프로메테우스의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는 그의 정신은 ‘프로 소설가’를 자처하는 그의 직업 윤리만큼이나 독자에게 깊은 신뢰를 준다.

이번 작품을 비롯, 최근 들어 연애담이 부쩍 늘었다는 질문에 김씨는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책임 윤리가 사라진 90년대 이후, 다른 사람의 삶에 개입하는 유일한 통로가 연애”라며 “연애를 통해서라도 자신만이 아닌 타인을 위해 살아보는 것은 도덕적이고 인간다운 태도”라고 말했다.(이훈성 기자)

07. 10. 01.

P.S. 겸사겸사 황순원문학상 수상자 인터뷰기사도 옮겨놓는다.

중앙일보(07. 09. 19) 김연수 “소설은 전문기술로 쓰는 공산품”

김연수는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작가다. 묵직한 작품세계를 선보인다고 해서 교양소설의 전통을 잇고 있다고 잘라 말하면, 어딘지 한참 부족한 느낌이 인다. 당장 김연수가 섭섭하다고 할 게 분명하다.

올해 황순원문학상 수상작 ‘달로 간 코미디언’은, 말하자면 김연수를 빼닮았다. 소설은 김득구에 관한 얘기지만 결코 82년을 재현하는데 머무르지 않는다. 훨씬 더 많은 걸 작가는 소설 속에 꾹꾹 쟁여놓았다. 작가와 인터뷰를 빙자해 많은 시간 얘기를 나눴다. 그 대화의 주요 대목을 그대로 옮긴다. 워낙 얘깃거리가 많다 보면 이럴 수밖에 없는 거다.

-김연수는 어렵다.
“작가로서 내 소설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독자가 그렇게 느낀다면 어쩔 수 없다.”

-소설은 기본적으로 소통을 염두에 둔 문학 아닌가.
“물론 그렇다. 나는 내 소설이 왜 어렵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어렵다면 증거를 대라.”

-물론 댈 수 있다. 소설이 복잡하다. 여러 서사가 꼬여 있고 엉켜 있다. 소설 한 편에 너무 많은 걸 담으려고 한 듯한 인상이다. ‘달로 간 코미디언’도 마찬가지다. 김득구 얘기를 하려면 김득구 얘기만 할 것이지 왜 자꾸 다른 얘기를 하느냐. 연애 얘기로 시작하는 건 뜬금없어 보인다.

김득구는 실존인물이다. 그 사건을 직접 말하는 건 소설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소설에서 김득구란 이름을 끝내 쓰지 않았다. 김득구 사건에서 소설이 비롯됐지만 막상 이름은 쓸 수 없었기에 여러 장치가 필요했다. 여자가 있어야 했고, 그 여자의 실종된 아버지가 있어야 했고, 그 아버지의 실종을 추적하는 단서가 있어야 했다.”(※소설가 ‘나’가 한 여자로부터 실연을 당하면서 소설은 시작한다. 그 여자의 아버지는 80년대 유명했던 코미디언이다. 그 코미디언이 김득구 일행이 돼 미국에 원정응원을 갔다가 실종된다. 소설은 21세기인 오늘과 80년대를 수시로 오간다)

-그러다 보니 너무 복잡해진 거 아니냐. 그럼 작가가 한 문장으로 ‘달로 간 코미디언’의 주제를 말해보시라.
“소통의 문제다. 그게 안 보이다니…, 실망이다.”

-왜 하필 80년대로 건너갔나. 김연수는 90년대 작가 아니었나.
“시대가 구분된다고 해서 삶 역시 구분된다고 믿지 않기를 바란다. 80년대가 있어 90년대가 있었고 오늘이 있는 거다.”(※김연수는 1970년생, 89학번이다. 다시 말해 386세대의 끝물이다. 이념의 시대가 무너질 즈음 그의 청춘은 시작됐다. 그래서 김연수에겐 세상이 온통 뒤죽박죽이던 90년대 초반이 배경인 작품이 여럿 된다. 문단에서 김연수는 90년대란 세대 의식 속에서 해석돼 왔다)



-왜 이 소설을 썼나.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간 적이 있다. 거기 카지노 안에는 TV 모니터 수십 개가 설치돼 있었다. 도박에 지친 자들을 위한 편의시설이었다. 20여 년 전 한국에서 건너온 권투 선수의 죽음이 저 모니터 중 하나에서 중계됐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건 일종의 ‘개죽음’이었다. 카지노 손님에게 잠깐의 여흥을 주려고 마련했던 이벤트에 한국인 청년은 목숨을 걸었다. 소설은 그 비극에서 시작됐다.”

-소설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건 아닌가. 그러면 돈을 벌 수 없다.
“돈은 번역을 하거나 다른 글을 써 벌 수 있다. 나에게 소설은 신성한 것이다. 나는 소설가다. 아무나 쓸 수 있는 글을 쓴다면 그건 소설가가 아니다. 소설가만이 쓸 수 있는 소설을 쓰기 위해 나는 무진 애를 쓴다. 나에게 소설은 일종의 공산품이다.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작품이란 뜻이다.”

-얘기를 듣고 나니 더 모르겠다.
“나는 소설을 쓰는 소설가다. 프로 소설가다.”

김연수는 말 그대로 전업작가다. 오로지 글을 써 밥을 번다. 그러면 시장에서 잘 팔릴 궁리를 할 법도 한데, 그는 그런 쪽엔 영 젬병이다. 김연수는 다만 소설의 격을 갖춘 소설을 쓰고 싶을 따름이다. 독자의 호응은 그 다음이다. 문득 한 늙은 도공의 고집이 떠오른다. 제 목숨 바쳐 도자기를 빚는 도공 말이다. 이런 얘길 슬쩍 비쳤더니 버럭 성을 낸다. “내 소설, 재밌다니까!”(글=손민호 기자)


 
◆소설가 김연수

▶1970년 경북 김천 출생
▶94년 작가세계로 등단
▶소설집 『스무 살』(2000년)『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2002년)『나는 유령작가입니다』(2005년) 장편『굳빠이, 이상』(2001년) 등 다수
▶동서문학상(2001년) 동인문학상(2003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2005년) 대산문학상(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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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는 작가인데 배고프기 싫어요
    from 내 안에 아직 2007-11-17 15:00 
    _지난달에 휴가 나갔을 때 집에서 <창작과 비평>계간지를 읽었습니다.전에 형이 정기구독하던 거였는데요,마악 수능치고 놀기 바쁜 저한테는도무지 읽기 힘든 이야기들을 하고 있어서문학도도 아니면서 뭐 이런 책을 보는가 싶었더랬습니다.요즘엔 좀 이야기가 달라져서 저도 된장삘을 즐기게 되었기 때문에'어디 한번'이란 마음으로 집어들게 되었습니다.정기구독하던 옛날건 아니고 2007년 여름호였으니까 최근거였죠.'한국의 장편소설을 말하다'였나, 특집 주...
 
 
퍼그 2007-10-01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이 인터뷰 읽을 때도 느낀 거였지만, 인터뷰 하시는 분이 어째 꼬투리만 잡고 있는 것 같네요. 그저 "어렵고 돈이 안 된다"는 얘기밖에 없고요. "많은 시간 얘기를 나눴"다는데, 정말 이게 "주요 대목"인지, 다른 얘기들은 어떤 것들이었는지 궁금한데 말입니다.

로쟈 2007-10-02 00:25   좋아요 0 | URL
그렇네요. 김연수는 재미없다는 평도 듣지만 매니아들도 있는데 말이지요...

허리우스 2007-10-01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에서도 오타가 나네요. 오타인지 모르는 것인지. 뿌넝수어(不能說)이 아닐까요. 항시 고맙게 로쟈님의 글 읽고 있습니다. 한겨레 연재와 담비의 연재도 재밌게 읽고 있고요. 건승하시길.....

로쟈 2007-10-02 00:26   좋아요 0 | URL
'연제' 오타는 고치셨군요.^^ '숴'나 '수어'는 비슷한 것 같은데요.^^

parksang 2007-10-02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점갔다가 딱히 맘에드는 게 없을 때, 문지시선 아니면 이승우소설을 사오던 기억이 있어요. 안타는 친다는 믿음을 주던 작가.. 요새 제가 김연수에게 품은 생각입니다. 동시대 기린아들과는 달리, '실패할지 모르지만, 좌절할지도 모르지만(실패할거 같지만, 좌절할거 같지만) 끝까지 한번 가본다' 라는 심사가 느껴지더군요. 그리고 그 과정이 겉핥기도 아니고 상투적이지도 않죠. 진짜로 가본거니까. 다른 기린아들은, 출발은 안하고 자학의 제스추어 혹은 재기발랄한 관전평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두번은 재미있지만요, 자꾸 반복되면 어리광 내지는 게으름 같아보여요.

로쟈 2007-10-03 13:17   좋아요 0 | URL
저도 공감합니다.^^

끼사스 2007-10-03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기법을 따지면 잘 모르겠지만 '뿌넝숴'는 김연수 소설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속 단편 제목이기도 합니다.

wnsgml 2007-11-17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연수씨 책보고 혹시 여기도 김연수씨 글 있을까 싶어서 왔는데 역시 안보시는 책 없는 것 같애요

로쟈 2007-11-18 15:21   좋아요 0 | URL
보는 건 읽는 것과는 다릅니다. 많은 책을 보지만 그보다 훨씬 적은 책을 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