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을 한 장 넘기게 됐지만 하늘빛은 어제와 달라진 게 없다. 오늘도 비가 내릴지는 모르겠지만. 원고를 쓸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니어서 점심시간까지 잠시 단순작업을 하기로 했다.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르는 작업이다(대부분은 '이달에 읽고 싶었던 책'이 되고 말지만). 여하튼, 7월이고 장마가 끝나면 뙤약볕이 시작되리라. 좀 '시원한 책'들로 골라봐야겠다. 이열치열이라고?..  

1. 문학 

정과리 교수의 추천작은 조너선 프랜즌의 <자유>(은행나무, 2011)다. 타임지 표지에도 등장한 예외적인 작가. "이 책의 선정은 예약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작가의 전작인 <인생수정>(2001)이 큰 반향 및 논란을 일으키며,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데다가, 이 소설의 출간이 예고되었을 때부터 비상한 관심을 받았고, 가제본 상태의 책을 오바마 대통령이 휴가를 위해 구입해서 화제가 되었을 뿐 아니라, 작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후 세인의 예측에 부응하여 폭발적인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라고 배경 설명이지만, 그렇다고 한국 독자의 눈길까지 사로잡을지는 미지수이다. 그래도 여하튼 '미국의 위대한 소설가'라고 하니 견문을 넓혀봄직하다.  

이에 맞서는 한국소설은 김애란의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창비, 2011)이다. 이미 알라딘에서는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으므로 군말은 필요하지 않겠다. 거기에 김이설의 <환영>(자음과모음, 2011)을 얹어놓아도 역시나 토를 달 사람은 없으리라. 두 작가도 '한국의 위대한 소설가'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추천한 역사분야의 책은 전우용의 <현대인의 탄생>(이순, 2011)이다. "먼저 이 책은 참으로 재미있다는 것을 밝혀야겠다. 1945년 해방에서 1950년 한국전쟁 시기 한국인의 질병과 위생, 그리고 치료 과정을 서술한 이 책에서는 한심하고도 불쌍한 한국의 의료 현실이 구구절절 제시되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당시 모습을 다소 여유 있게 즐기며 읽을 수 있다."는 평이다. 병실에 누워서 읽기 딱 좋은 책이지 않을까도 싶다.  

한국전쟁기 얘기가 나온 김에 다소 묵직하지만 박명림 교수의 <역사와 지식과 사회>(나남, 2011)도 손에 들어볼 수 있겠다. 한국전쟁 연구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그리고 떠오르는 건 투퀴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숲, 2011)다. 천병희 선생의 원전 번역으로 이번에 나온 책. 같은 내전이라는 점에서 한국전쟁과 비교되기도 한다니 그런 관점에서도 읽어봄직하다.     

3. 철학 

김형철 교수가 추천한 철학책은 피터 게이브의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철학적 이유>(어크로스, 2011)다. 굳이 철학적 이유까지 알아야 할까 싶지만(진화심리학적 이유라면 몰라도), "철학자들은 조심해서 상대해야 할 사람들이다. 질문만 던져 놓고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저자는 나름의 철학적 답을 제시한다. 과학적 사고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엉뚱하게 들리는 답이긴 하지만, 답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는 저자는 친절한 철학자이다."는 게 추천자의 촌평이다. 내겐 좀 다른 이유를 묻는 책이 궁금한데, 매튜 스튜어트의 <스피노자는 왜 라이프니츠를 몰래 만났나>(교양인, 2011) 같은 부류다. 아예 스티븐 내들러의 평전 <스피노자>(텍스트, 2011)에 빠져볼 수도 있겠고.   

4. 정치/사회 

정치/사회분야의 책으로 강정인 교수가 고른 건 임동우의 <평양 그리고 평양 이후>(효형출판, 2011)이다. 도시설계를 전공한 건축학도가 하나의 도시 공간으로서 평양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하는 책. 혹 '콘크리트 유토피아'란 점에서는 남북한이 차이가 없는 것일까. 박해천의 <콘크리트 유토피아>(자음과모음, 2011)도 같이 읽어봄직하다. 이 책을 상반기의 주목할 만한 인문사회과학서로 꼽으며 문화비평가 이택광 교수는 "아파트가 한국 사회를, 삶과 인식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분석한 역작"이라고 평했다. 이택광 교수의 칼럼들을 모은 <이것이 문화비평이다>(자음과모음, 2011)도 최근 출간됐다.   

 

5. 경제/경영 

박원암 교수가 추천한 책도 눈에 익다. 대니 로드릭의 <자본주의 새판짜기>(21세기북스, 2011). "1990년대 이후 빠르게 진행되어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세계화의 모순을 지적한 책"으로 저자는 "세계화도 각국의 다른 여건들을 감안해야 하며, 이를 무시한 천편일률적인 세계화는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한다. 아직 읽지 못했지만 그의 <더 나은 세계화를 말하다>(북돋음, 2011)와 같이 책상맡에 놓아두고 있다. 라즈 파텔의 <경제학의 배신>(북돋음, 2011)과 함께 일독해봄직하다.    

6. 과학 

장경애 동아사이언스 실장의 추천서는 정준호의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후마니타스, 2011)이다. 이미 알라딘에서는 마태우스님이 격찬을 하며 소개한 책. 기생충을 제목에 단 책들이 아주 드문데, 이미 최강자의 위치에 올랐다. 칼 짐머의 <기생충 제국>(궁리, 2004)이 뒤를 따르고 있는 형국이다. 마태우스님의 <기생충의 변명>(단국대출판부, 2002)을 넘어서는 역작을 기대해봐야겠다. 

 

과학분야의 책으론 '기생충' 외에 DNA'도 읽어봄 직하다. 인 그래도 제임스 왓슨과 함께 이중나선의 발견자로 유명한 프랜시스 크릭의 평전이 얼마전에 출간됐다. 매트 리들리가 쓴 <프랜시스 크릭>(을유문화사, 2011). 크릭의 책은 몇권 더 출간된 게 있었는데, <인간과 분자>(궁리, 2010) 정도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러 권 나와 있는 왓슨의 책 가운데서는 <DNA를 향한 열정>(사이언스북스, 2003)을 <프랜시스 크릭>과 같이 읽어봄직하다. 언젠가 헌책방에서 반값에 산 책인데, 어디에 둔 것인지...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추천한 책은 이영미의 <세시봉, 서태지와 트로트를 부르다>(두리미디어, 2011). 방송가의 세시봉 열풍이 출판쪽으로도 번져온 셈인데, 대중문화연구자가 쓴 버전에서는 "이 열풍 현상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트로트에서 포크음악, 그리고 댄스음악과 록에 이르기까지 시대성을 바탕으로 설득력 있게 정리하였다." 세시봉 멤버인 조영남의 <셰시봉 시대>(민음인, 2011), 그리고 김종철의 <세시봉 이야기>(21세기북스, 2011)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온 책들이다. 30년 후에 서태지는 누구와 함께 '난 알아요'를 부를 것인지 궁금하다(가능하긴 한 건가?).    

음악책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미술책도 꼽자면 손철주의 <옛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현암사, 2011)가 먼저 손에 잡힌다.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미술동네 글쟁이이지만, 나는 저자의 책을 처음 접하고 글솜씨가 놀라워 전작 두 권,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와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도 같이 구입했다. 따로 미술관에 가지 않아도 구수하고 맛깔나는 미술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으니 한여름의 즐거움 한 가지이다.

8. 교양 

탁석산 철학자가 추천한 교양서는 <주석달린 월든>(현대문학, 2011)이다. '주석 달린' 시리즈의 하나로 나온 책. 주석자의 말을 재인용하면  “1854년에 첫선을 보인 <월든> 출간 1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소로의 원문을 다시 편집하고 주석을 붙였다. 이 책의 주된 목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150년 전에 출간된 <월든>의 원문을 연구와 해설이라는 관점에서 재조사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신뢰할 수 있는 원문에 최대한 포괄적인 주석을 덧붙이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훨씬 깊이 있는 <월든>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호사를 부려봄직하다.   

9. 실용 

손수호 국민일보 논설위원이 고른 책은 임형남/노은주의 <나무처럼 자라는 집>(교보문고, 2011)이다. "저자 부부는 ‘건축이란 근본적으로 살아있는 유기체’라는 생각, 건축가는 사람과 땅을 연결하는 매개자라는 생각을 아름다운 수채화와 함께 담담한 에세이로 풀어냈다"고 한다. 집 얘기라고 하니까 구본준/이현욱의 <두 남자의 집짓기>(마티, 2011)도 떠오른다. 3억으로 집짓기 프로젝트를 진행해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올해 나온 책이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읽어본 사람은 다 읽어본 책. 일단은 3억을 마련해야겠다. 이런 집짓기라도 필요한 우리네 속사정에 대해선 경향신문 특별취재팀의 연재를 묶은 <어디 사세요?>(사계절, 2010)를 참고할 수 있다.  

 

10. 성호사설 

내 맘대로 고른 주제는 '성호사설'이다.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 분류해도 될 테지만, 읽어보려는 게 성호 이익의 <성호사설>(한길사, 1999)이 아니라 강명관 교수의 <성호사설> 읽기, <성호, 세상을 논하다>(자음과모음, 2011)이기에 맛보기라고 해야겠다. <성호사설> 입문서라고 해야 할까. 새삼 눈길이 간 것은 저자가 <성호사설>을 읽을수록 "나는 성호가 살던 조선후기 사회가 아니라, 지금 세상을 다시 곱씹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해놓아서이다. 그래서 좋은 기분이냐고? 천만에! "오늘 나는 옛글을 읽으며 갑갑하고 슬프고 화가 치민다." 양반과 상것은 사라졌지만, 양반과 상것 사이에 놓여 있던 관계는 지속되고 있다는 깨달음 때문이다. 고전의 이런 현재성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다시 읽어봐야 한다... 

11. 07. 01.  

P.S. '7월의 읽을 만한 고전'은 아주 쉽게 골랐다. 카뮈의 <이방인>이다. 김화영본이 평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에 새로운 번역본 두 종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열린책들과 문학동네 세계문학판으로도 출간됐기 때문이다. 문학동네판은 <이인>이란 새로운 제목을 달고 있다. 여하튼 그래서 다시금 '이방인'과 조우하고 싶었다.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확인해보고 싶다. 부조리한 생의 감각 또한 여전한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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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울비의 알림
    from seoulrain's me2day 2011-07-05 16:51 
    7월의 읽을 만한 책 — 조너선 프랜즌의 (은행나무, 2011) 등.. (via 로쟈)
 
 
페크(pek0501) 2011-07-01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유>는 제가 쓴 페이퍼에도 올린 책인데요, 이번 여름에 읽을 예정입니다. 이런 매력적인 책 몇 권 골라 읽으면 이 무더운 여름이 지루하지 않을 듯... 잘 읽었습니다.

로쟈 2011-07-01 21:30   좋아요 0 | URL
무덥지 않은 곳에서 읽어야 더 좋은데요.^^

세실 2011-07-02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알찬 페이퍼 감사합니다^*^
일단 두근두근 내인생, 그림 아는만큼 보인다. 두권 찜 했습니다.

금방 환영 읽었는데 혼란스러워요. 기분도 가라앉고요.

로쟈 2011-07-02 22:21   좋아요 0 | URL
그 두 권은 저도 읽어보려고 합니다. 세실님의 독후감도 참고해야겠군요.^^
 

금요일 밤은 대개 가장 편안한 시간이지만 원고가 밀린 날이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꼽으며 잠시 기분을 내본다. 어느덧 6월이고 여름이다. 오며가며 타고다니는 버스도 에어컨을 켜지 않지만 후덥지근하기에 체감으론 이미 여름이지만. 이 여름엔 무슨 책을 읽어야 할까.  

 

1. 문학 

정과리 교수가 고른 건 필립 딕의 <화성의 타임슬립>(폴라북스, 2011)이다. ‘라이브러리 오브 아메리카(Library of America)’에 포함돼 화제가 되기도 했던 ‘필립 K. 딕 걸작선’(12권)이 나오고 있고 <화성의 타임슬립>은 그 첫 권이다. <죽음의 미로>, <닥터 블러드머니>가 같이 나왔다. 표지만으로도 탐을 내게 하는 시리즈이다.     

 

덧붙이자면 나보코프의 소설 <절망>(문학동네, 2011)이 세계문학전집의 하나로 출간됐다. '문학사상 가장 아름다운 미스터리'란 소개문구를 달고 있는데, 내가 붙인 추천사는 이 나보코프판 <분신>이 "나보코프가 도스토옙스키에게 던진 강력한 도전장"이란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분신>(열린책들)은 <이중인격>(누멘, 2010)으로도 번역돼 있다.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추천한 책은 정현백/김정안의 <처음 읽는 여성의 역사>(동녘, 2011)이다. 책의 의의에 대해선 이렇게 짚는다. "여성사 분야의 많은 연구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사 입문서가 나오지 못한 실정이었고, 그동안 몇 권의 번역서가 있을 뿐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제목처럼 한국인에 의해 처음 시도된 여성사 책이어서 무척 반갑다. 이 책은 고대에서 현대까지 서양 여성사의 흐름을 개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공저자의 한 사람인 정현백 교수의 <여성사 다시쓰기>(당대, 2007)이 여성사의 문제성과 실제를 보여주는 책이라면 조선 여성의 살을 다룬 정해은의 <조선의 여성, 역사가 다시 말하다>(너머북스, 2011)는 "조선 시대를 살았던 25인의 여성과 무명의 여성들에 대한 해석을 담았다".    

개인적으론 '20권으로 읽는 20세기 한국사' 시리즈 가운데 <이승만과 제1공화국>(역사비평사, 2007), <박정희와 개발독재>(역사비평사, 2007), <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운동>(역사비평사, 2011)도 스트레이트로 읽어봄직하단 생각이 든다. 80년대까지도 '역사'로 바라보게 된 시점에 도달해 있는 셈인데, 90년대 이후의 역사도 '20권'에 포함돼 있는지 궁금하다.   

3. 철학

김형철 교수가 추천한 책은 오가와 히토시의 <철학의 교실>(파이카, 2011)이다. "저자는 고전철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일반인에게 쉽게 철학적 사고의 전개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철학적 고전에 대한 확실한 이해에 기초하면서 쉽게 풀어나가는 필력이 힘있게 펼쳐지는 작품"이라는 평이다. 철학교실에서의 문답식 철학이라면 피터 케이브를 강사로 초빙해도 좋을 듯한데,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철학적 이유>(어크로스, 2011)가 최근에 나온 책이다(물론 원제는 좀 다르다). <사람을 먹으면 왜 안 되는가?>(마젤란, 2009)라는 물음에서 철학을 이끌어내고 있으므로 '어려운 철학'이란 핑계는 대기 어렵겠다.    

'리더스 가이드'를 표방하는 철학 입문서 시리즈도 번역되고 있는데, 크리스토퍼 원의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입문>(서광사, 2011)과 존 프레스턴의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 해제>(서광사, 2011)가 같은 시리즈의 원저를 번역한 책들이다(어째서 어떤 건 '입문'이고 어떤 건 '해제'가 되는지 모르겠지만). 유사한 성격의 책으론 제임스 윌리엄스의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라움, 2010)도 꼽을 수 있다. <차이와 반복>(민음사, 2004)에 대한 '해설과 비판'을 시도한 책이다.   

4. 정치/사회 

강정인 교수가 추천한 책은 김혜원의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오마이북, 2011)이다. 나로선 좀 생소한 책인데 소개는 이렇다. "탈식민주의를 연구하는 어느 학자가 <하위주체[소외된 자]는 말할 수 있는가?>라는 글을 써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친 바 있다.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인 김혜원씨가 열두 명의 독거노인들로부터 들은 절절한 인생이야기를 모아 놓은 이 책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우리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계층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위주체'는 '서발턴'의 번역어로 쓰이는 말이다. 탈식민주의 역사학 쪽에서 소개한 책들이 눈에 띄는데, 김택현 교수가 쓴 <서발턴과 역사학 비판>(박종철출판사, 2003), 라나지트 구하의 책을 옮긴 <서발턴과 봉기>(박종철출판사, 2008)이 '서발턴'을 제목에 걸었다.   

5. 경제/경영 

박원암 교수가 고른 책은 감요식의 <소셜 리더십>(미다스북스, 2011). 제목상으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의 리더십을 다룬 책으로 보인다. "소셜 네트워크에 대해 많은 책이 출간되었으나 저자는 이 분야의 다양한 저작과 강의 활동을 바탕으로 독자들이 부담 없이 읽으면서 소셜 네트워크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고. 같은 컨셉의 책으론 김대중의 <소셜리더가 되라>(다음생각, 2011)도 있다. 소셜 미디어와 기업활동에 관해서는 에릭 퀼먼의 <소셜노믹스>(에이콘출판, 2009)도 참고해볼 수 있겠다. 2년전 책이면 이미 낡은 것인가?   

6. 과학 

장영애 동아사이언스 실장이 고른 책은 조나단 해링턴의 <기후 다이어트>(호이테북스, 2011). 제목과 표지 모두 생소한데, 이런 의미를 갖고 있다 한다. 

지구온난화 문제는 이제 새삼 거론할 필요 없이 우리의 삶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세계 각국은 기후 문제를 국가 아젠다로 정하고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일 수 있는 정책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인간의 활동이나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뜻하는 ‘탄소발자국’이라는 용어가 알려지면서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일이 대규모 공장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해야 하는 일임이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구온난화를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 내 탄소발자국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해 봤지만 ‘어떻게?’에서 막혔다면 이 책은 정말로 도움이 된다. 

지구온난화 혹은 기후변화 문제가 중요한 이슈인 건 틀림없지만, 심각성/시급성으로 보자면 원전 문제가 더한 듯도 하다.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의 <원자력 딜레마>(사이언스북스, 2011)가 다루고 있는 문제다. 이미 '딜레마'란 말에서 저자의 입장은 어느 정도 짐작해볼 수는 있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추천한 책은 강판권의 <미술관에 사는 나무들>(효형출판, 2011)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우선 나무를 부모처럼, 아내처럼, 친구처럼 대할 줄 알게 되는데, 이렇듯 나무를 보는 감수성의 눈이 깊고 넓어지면 그림을 보는 시각도 더불어 확장되는 것 같다."는 소감을 적었다. 저자 강판권 교수는 중국의 농업경제사가 전공이라지만 지금은 '나무학'의 권위자라고 해야 하지 않나 싶다. 혹 '나무대학'이란 곳이 있다면 학장님 감이다.   

8. 교양 

철학자 탁석산이 고른 교양서는 지상현의 <한국인의 마음>(사회평론, 2011)이다. 부제는 '우래된 미술에서 찾는 우리의 심리적 기질'. 저자는 그 심리적 기질이 '조울증형'이며 '매닉친화형'이라고 말한다. 소개에 따르면 "매닉친화형이란 조울증의 병전(病前) 기질을 일컫는다고 하는데 이 개념을 이용하면 흥, 신명, 해학 등 한국인의 외향성과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인의 내향성을 모두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 주장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한국인의 마음을 다룬 또다른 책으론 정운현의 <정이란 무엇인가>(책보세, 2011)도 있다. "'다정도 병이 되는 세상'에서 우리네 정의 의미를 되짚어본 정에 관한 종합 담론서"라고 소개되는 책이다. 개인적으론 탁석산의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창비, 2008)를 흥미롭게 읽은 적이 있는데(특히 한국인의 허무주의를 설명하는 대목), 한국인의 마음을 다룬 책들도 우리 자신을 새롭게 돌아보게 해줄지 궁금하다.  

9. 실용 

손수호 논설위원이 고른 실용서는 한기호의 <베스트셀러 30년>(교보문고, 2011)이다. 1981년부터 교보문고가 집계한 베스트셀러를 바탕으로 한국출판 30년의 기상도를 압축한 책. 전두환시대부터 현재까지의 한국사회를 들여다보는 한 가지 유력한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10. 자유론 

내 맘대로 고르는 주제는 '자유'로 정했다. 밀이나 벌린의 <자유론>이 아니라 일본 학자들의 <자유론>이다. 사이토 준이치의 <자유란 무엇인가>(한울, 2011)가 시발점인데, 기본문헌 안내에서 눈여겨본 책들이 예전에 번역됐거나 이제 막 번역된 참이어서 같이 묶어보았다. 이노우에 타츠오의 <타자에의 자유>(아침, 2008)와 사카이 다카시의 <통치성과 자유>(그린비, 2011)가 그렇게 묶인 책인데, <통치성과 자유>의 원제는 <자유론: 현재성의 계보학>이다.  

11. 05. 28.  

P.S. 개인적으로 '6월의 읽을 만한 고전'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숲, 2007)로 골랐다. 군말이 필요없는 작품이다. 강대진의 <일리아스, 영웅들의 전장에서 싹튼 운명의 서사시>(그린비, 2010)가 유용한 안내서이다. <처음 읽는 일리아스>(웅진지식하우스, 2006)도 가이드삼아 구해놓았는데, 항해사에 딸린 작살잡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여하튼 6월은 전장에서 보내게 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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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른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미처 음미하기도 전에 꽉찬 달력이 눈에 들어온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경계로 달이 나뉘니 4월과 5월 사이에 '빈틈'이 없다. 적어도 올해 가장 사이가 좋은 두 달이란 생각도 든다. 그러니 4월에 읽다 만 책이나 미처 못 읽은 책들을 5월에 내처 읽어도 좋겠다. 더불어 5월에 읽을 책들을 며칠 당겨 읽어도 좋겠다. 그렇게 '사월과 오월 사이'가 지나가도 좋겠고...  



1. 문학 

정과리 교수가 추천한 책은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집 <보통의 독자>(함께읽는책, 2011)다. 일종의 독서노트. "그녀의 독서에는 너무나 즐거운 ‘펀’이 있고 ‘게임’이 있다. 그러니 선입견에 사로잡혀 지레 겁먹지 말고 얼른 책을 펼쳐 보시라."는 게 추천의 변이다. 개인적으론 '러시아인의 관점'이란 글을 읽으려고 진작에 구입했지만 아직 손에 들진 못했다. 5월엔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자기만의 방>(펭귄클래식코리아, 2010)과 <어느 작가의 일기>(이후, 2009)는 같이 챙겨놓았다.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추천한 역사분야의 책은 안대회 교수의 <벽광나치오>(휴머니스트, 2011)이다. 18세기 붐을 가져온 저자군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저자가 이번에 다룬 주제는 18세기의 '문화 리더'들이다. "그들은 흔히 비아냥거림을 받았고, 그래서 벽(癖, 고질병자), 광(狂, 미치광이), 나(懶, 게으름뱅이), 치(痴, 바보), 오(傲, 오만한 자)라는 표현이 항상 따라다녔다." 그래서 제목이 <벽광나치오>다! 저자가 옮긴 조수삼의 <추재기이>(한겨레출판, 2010), 그리고 또다른 열전으로 <조선을 사로잡은 꾼들>(한겨레출판, 2010)과 함께 18세기 조선땅을 주유해봐도 좋겠다.  



안 교수와 짝이 될 만한 정민 교수도 <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김영사, 2001)란 역저를 냈다. 완결판 <한시미학 산책>(휴머니스트, 2010),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휴머니스트, 2007)등과 함께,'벽광나치오'와 대비되는 양반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자료로 읽음직하다.    



3. 철학 

김형철 교수가 추천한 책은 푸페이롱의 <장자 교양강의>(돌베개, 2011)다. "호접몽을 포함해서 18편의 장자 우화를 소개하면서 덧붙이는 해석은 우리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준다. 고전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알게 해주는 좋은 책"이라고 평했다. 비슷한 성격의 책으로 나카지마 다카히로의 <장자, 닭이 되어 때를 알려라>(글항아리, 2010), 강신주의 <망각과 자유: 장자 읽기 즐거움>(생각의나무, 2008)와 비교해가며 읽어도 좋겠다.   



4. 정치/사회 

강정인 교수가 고른 책은 박종성 교수의 <패션과 권력>(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0)이다. 저자는 문화와 권력/정치의 관계를 다룬 일련의 저작을 펴내고 있는데, <씨네폴리틱스>(인간사랑, 2008), <한국성인만화의 정치학>(인간사랑, 2007) 등이 같은 맥락에 놓이는 책들이다. "저자는 정치를 권력현상으로 보되 국가중심적으로 보는 것은 거부하고, 정치를 바라보는 새로운 창을 발굴·확장해 온 이색적인 학자이다. 이전에도 ‘매춘’, ‘포르노’, ‘영화’, ‘성인만화’ 등을 정치학 분석의 소재로 삼아 일견 비정치적인 일상의 단면을 해부함으로써 권력 또는 지배의 적나라한 모습을 폭로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엔 '패션'인 것.   

권력 문제가 나온 김에 새로 번역된 <군주론>(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1)도 읽기 목록에 넣으면 좋겠다. 역자는 마키아벨리에 정통한 박상섭 교수로 <국가와 폭력: 마키아벨리의 정치사상 연구>(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02)의 저자이기도 하다. 군주론에 대해서는 리라이팅 시리즈의 하나로 정정훈의 <군주론, 운명을 넘어서는 역량의 정치학>(그린비, 2011)도 최근에 출간됐다.    

5. 경제/경영  

박원암 교수가 고른 책은 대니 로드릭의 <더나은 세계화를 말하다>(북돋음, 2011)이다. 세계화 관련서는 워낙에 많이 나와 있는데, 그럼에도 이 책의 의미가 있다면, 저자가 하버드대 교수이고 개도국의 경제성장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였고 책은 그 결과물이라는 점. 하지만 당장은 세계화보다 세금 문제가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 같다. 서울시가 무슨 '남녀평등 신호등'으로 교체한다고 200억원을 쓴다 하니 '더나은 세계화'보다 시급한 건 세금의 사용처에 대한 감시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우선은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의 <프리라이더>(더팩트, 2010)와 <세금혁명>(더팩트, 2011) 같은 책을 '가정상비약'처럼 집집마다 구비해놓아야겠다. 여차하면 '세금혁명당'을 후원해볼 수도 있겠고...   

6. 과학

장경애 동아사이언스 실장이 고른 책은 베르트랑 조르당의 <0.1퍼센트의 차이>(알마, 2011)다. 제목만으론 무슨 책인지 감을 잡기 어려운데, '인종과 반인종의 교차로에서 제3의 길을 찾는 아주 특별한 DNA 이야기'라고 소개된다. "60억 인구 가운데 아무나 선택해도 두 사람의 DNA는 99.9% 일치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모두 똑같은가. 사람마다 30억 개 염기서열 중 0.1%인 300만 개 염기가 차이 나며, 이는 평균적으로 염기 1,000개 당 하나가 다르다는 말이다. 이것이 개인을 특징짓는 눈, 코, 질병 특수성을 만드는 SNP(단일염기다형성)다." 그 차이에 관한 책.  

같은 생명과학쪽 책으로 닉 레인의 <생명의 도약>(글항아리, 2011)도 독서욕을 자극하는 책이다. '진화의 10대 발명'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드디어는 <아버지의 탄생>(초록물고기, 2011)에 이르기까지. 두 명의 인류학자가 쓴 이 책의 원제는 '부성애(Fatherhood)'. 모성애에 관한 책이 여럿 나왔던 데 반해서 부성애를 다룬 책은 좀 드물었는데, '진화론, 비교생물학 등으로 살펴본 아버지의 본질'에 대해 일러준다고 하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5월에는 이 책과 함께 '아버지란 무엇인가'란 물음을 던져봐도 좋겠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고른 예술분야의 책은 유화열의 <라틴현대미술 저항을 그리다>(한길사, 2011)이다. 내가 아는 이름이라야 프리다 칼로나 페르난도 보테로 정도인데, 이 지역에 대한 교양을 조금 보강할 수 있겠다. 간단한 소개에 따르면, "라틴아메리카의 미술가들은 인종, 정체성, 문화에 관한 모든 생각들을 현대미술 속에 녹여내어, 유럽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양상의 모더니즘을 만들어냈다. 서로 다른 문화들이 융합된 혼합주의는 현대의 라틴아메리카를 특징짓는 새로운 전통으로 자리 잡았을 뿐 아니라 예술을 생동감 있게 이끌어가는 고유한 에너지의 원천이 되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8. 교양  

철학자 탁석산이 고른 교양서는 데이비드 웨인스의 <이븐 바투타의 오디세이>(산처럼, 2011)다. 정수일 교수의 번역으로 나온 완역본 <이븐 바투타 여행기>(창비, 2001)에 대한 '안내서'이다.   

개인적으로는 움베르토 에코와 장 클로드 카리에르의 대담집 <책의 우주>(열린책들, 2011) 같은 책을 덤으로 더 읽고 싶다. '책에 관한 책'이야 언제나 기본 교양을 받춰주는 것이기에 별다른 이유를 보탤 필요는 없을 것이다. 거기에 박학다식한 비평가 해럴드 블룸의 <독서기술>(을유문화사, 2011)도 염탐해보고픈 책이다. 조금 편안한 책 얘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부산 인디고서원 대표 허아람의 <사랑하다, 책을 펼쳐놓고 읽다>(궁리, 2011)를 펼쳐놓아도 좋겠다. '아람샘'이 꿈꾸는 책방 이야기가 한가득이다(부산MBC의 '별이 빛나는 밤에'란 프로에서 2년간 매주 금요일에 진행한 코너의 이야기를 정리한 책이다).  

9. 실용 

손수호 국민일보 논설위원이 추천한 실용서는 고주환의 <나무가 민중이다>(글항아리, 2011)이다. 부제는 ‘민초의 삶에 깃든 풀과 나무 이야기’. 저자의 데뷔작이다. 한데 '나무' 하면 떠올릴 수밖에 없는 저자는 강판권 교수인데, 올해에도 이미 두 권의 '나무책'을 냈다. <미술관에 사는 나무들>(효형출판, 2011)과 <은행나무>(문학동네, 2011).   

물론 압권은 <역사와 문화로 읽는 나무사전>(글항아리, 2010)이지만(분량도 1000쪽이 넘고 책값도 7만원이 넘는다), 나중에 내집 마련이나 한 뒤에야 모셔둘 만한 책이지 싶다.    

10. 피에르 바야르

내 맘대로 고르는 주제는 피에르 바야르의 추리비평으로 정한다. 마침 방한중인데다가 그의 3부작이 모두 번역돼 나온 점을 고려했다. 그의 저작 목록을 보니 아직도 소개될 만한 책이 많다. 제목상으론 <망친 작품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2000), <문학을 정신분석학에 적용할 수 있는가>(2004) 등이 눈길을 끈다. 일단은 <햄릿> 먼저... 

11. 04. 28.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론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글자>를 골랐다. 과거 <주홍글씨>란 제목으로 알려진 작품인데, <주홍글자>로 개명된 이후에도 여러 번역본이 출간돼 비교해서 읽을 수 있는 정도가 됐다. 알다시피 19세기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작품 가운데 하나이다. D. H. 로렌스는 "어떤 다른 책도 이 소설처럼 심오하지 않고 이중적이지 않으며 완전하지 않다"라고 평했다. 그 정도면 사실 안 읽기도 매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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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9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9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06 0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조금 앞당겨 적는다. 꽃샘추위가 오늘 낮부터는 풀린다고 하니까 내주엔 봄날씨를 경험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구제역이 잠잠해지면서 아직 지진 피해의 규모도 산정되지 않는 이웃나라에 비하면 '태평한' 편이지만 한국 청소년의 '더불어 사는' 능력이 세계 꼴찌라는 기사가 뜨는 걸 보면 언젠가 자업자득의 파국과 대면할 날도 오겠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대학도서관의 현실에 대한 리포트는 어떤가.  

국내 대학에서 책이 가장 많은 서울대에서도 최신 전공서적은 모두 대출중이고, 서가에 남은 책은 대부분이 오래된 책입니다. 지방대는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광주의 한 사립대학은 장서가 5만 8천 권으로 적은데도 도서 구입비는 예산의 0.1%에 불과합니다. 학생 한 명당 3천 9백 원인 셈인데요, 이런 책 한 권도 살 수 없는 액수입니다.(...) 국내 대학의 도서 자료 구입비는 한 해 예산의 1% 안팎입니다. 전자책을 포함해 4년제 대학은 학생 1인당 평균 10만 원선, 전문대는 1만 8천 원을 쓰는 셈입니다. 한 해 등록금 1천만 원 시대, 학생들은 국내 대학들이 어디에 돈을 쓰기 위해 적립금을 10조 원이나 쌓아놓고 있는지 의아해할 뿐입니다.(SBS)

'전 국민 책읽기 운동' 일환으로 선정/발표하는 '이달의 읽을 만한 책' 목록보다 중요한 것은 독서를 할 수 있는 기반시설, 곧 도서관의 확충이다. 대학도서관이건 공립도서관이건 마찬가지다. 물론 알아서 해줄 거라고 기대하는 건 순진한 일일 터이다...  

1. 문학 

아무려나 '이달의 일을 만한 책' 목록으로 넘어가면, 정과리 교수가 추천한 책은 중국계 미국 작가 하진의 <멋진 추락>(시공사, 2011)이다(여담이지만 하진은 이름으로 검색하기가 가장 어려운 작가의 한 사람이다. 성과 이름을 다 해서 고작 '하진'이기에). 알라딘을 기준으로 하면, 국내에 이미 8권의 책이 소개됐고 이번에 3년만에 나온 건 단편집이다. 그의 작품으론 <기다림>(시공사, 2007) 말고는 그다지 한국 독자들의 호응은 얻고 있지 못한 편인데, 그래도 전담 번역가인 왕은철 교수의 노고로 계속 번역되고 있다. <호랑이 싸움꾼은 찾기 힘들어>(현대문학, 2008)과 <전쟁쓰레기>(시공사, 2008)까지 거슬러 올라가볼 수도 있겠다.  

  

동시대 한국작가들의 소설도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편혜영의 세번째 소설집 <저녁의 구애>(문학과지성사, 2011), 천운영의 두번째 장편소설 <생강>(창비, 2011), 그리고 김숨의 세번째 소설집 <간과 쓸개>(문학과지성사, 2011) 등이다. 제목을 좀 맞추자면 편혜영의 소설집은 <통조림 공장>이라고 해도 좋았겠다. 마지막 단편의 제목이다.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추천한 역사분야의 책은 <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1-5>(웅진지식하우스, 2011)이다. 지난달에 '이달의 읽을 만한 책'으로 미리 꼽아보았기에, 이달엔 나대로 앙드레 보나르의 <그리스인 이야기>(책과함께, 2011)를 골라둔다. 나중에 나온 2-3권은 아직 못 받았지만 1권만 해도 처음 시작이 마음에 든다. "인간은 모두 원시인으로 시작했다. 그리스인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원시인으로 시작했지만 '그리스 문명'을 건설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3. 철학 

김형철 교수가추천한 책은 강신주의 <철학이 필요한 시간>(사계절, 2011)이다. "이 책은 저자가 치열하게 독서한 48권으로부터 얻은 단상을 우리에게 평이한 말로 들려주고 있다. 객관적 독서라기보다는 자신의 삶에서 예를 찾아가며 자신이 얻은 교훈을 우리에게 전달해 주고 있다."는 게 소개다. 이미 널리 읽히는 책이기게 군말은 필요하지 않겠다. 개인적으론 두 권의 '입문서'를 보태고 싶다. 윌리엄 프라이어의 <덕과 지식, 그리고 행복>(서광사, 2011)은 부제가 '고대 희랍 윤리학 입문'이며, 댄 오브라이언의 <지식론 입문>(서광사, 2011)은 제목 그대로이다. 봄꽃들이 비로소 기지개를 켤 4월은 '입문'도 필요한 시간이다.    

4. 정치/사회  

강정인 교수가 추천한 책은 예기치 않은 제목이다. 정외영의 <골목에 꽃이 피네>(이매진, 2011). "강북구 수유동의 ‘아줌마’들이 지난 16년 동안 한데 힘을 합쳐 삭막하고 황량한 생활공간을 정감 넘치는 이웃과 마을로 복원시키는 데 성공한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같은 '이웃살이' '마을살이' 범주의 책으론 유창복의 <우린 마을에서 논다>(또하나의문화, 2010)도 있다. 그런 관심이 '이야기'에서 '분석'으로 나가면 <나와 너의 사회과학>(김영사, 2011)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유학 가지 않아도 되는 사회'에 대한 저자 우석훈의 희망이 현실화될 수 있을까? 동네 반상회에서 이런 책을 주제로 토론할 수 있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5. 경제/경영  

박원암 교수가 고른 책은 라구람 라잔의 <폴트라인>(에코리브르, 2011)이다. 제목만으론 감을 잡기 어려운데, 소개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에 관해 많은 책들이 쓰여졌고 이 책도 그 중의 하나다. 그러나 지금까지 출판된 책들이 주로 진보진영의 시각에서 저술된 반면, 이 책은 보수 진영의 시각으로 쓰여졌다는 점에서 크게 차별화된다. 또한 일본의 대지진을 예측이라도 한 듯 책 제목을 <폴트 라인>이라고 달았다. 폴트 라인(fault line)은 지진을 유발하는 단층선을 의미한다." 저자의 시각이 독특한데, "저자는 세계 경제에 많은 단층선이 있어서 이를 진단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다시 대재앙을 맞을 것임을 예고한다.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아가는 세 가지 폴트 라인은 경제와 정치의 단층선, 국가 간 무역불균형의 단층선, 영미식 금융제도와 독일ㆍ일본식 금융제도의 단층선이다." 같은 주제를 다룬 책으로 데이비드 위더머 등이 쓴 <애프터쇼크>(쌤앤파커스, 2011), 로버트 라이시의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김영사, 2011) 등도 나란히 참고해봄직하다.  

6. 과학

장경애 실장이 추천한 책은 화제작 <로지코믹스>(랜덤하우스코리아, 2011)이다. "20세기의 지성으로 포장돼 있던 버트런드 러셀을 한 꺼풀 벗겨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책으로 "영국 귀족 출신의 철학자이자 수학자로 알려진 ‘딱딱한’ 러셀을 만화라는 형식 덕분에 좀 더 쉽게, 좀 더 인간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러셀 선집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비아북, 2011)와 다시 나온 <종교와 과학>(동녘, 2011)까지, 갑자기 러셀 붐이다.  

  

좀더 근원적인 독서를 원하는 독자라면 그의 자서전과 함께 박병철 교수의 <버트런드 러셀의 삶과 철학>(서광사, 2006), 러셀 자신의 철학론 <나는 이렇게 철학을 하였다>(서광사, 2008), 그리고 편파적이란 평판 속에서도 가장 유명한 철학사 중 하나인 <서양철학사>(을유문화사, 2009)까지 다시 챙겨볼 수 있겠다. 음 <서양철학사>를 읽던 게 학부 1학년 때이니 그새 한 세월이 지나갔군...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추천한 예술분야의 책은 민병일의 <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아우라, 2011)이다. 제목 그대로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 이야기인가 보다. 오래된 일상 사물들에 대한 이야기. 그런 이야기라면 사진작가 윤광준의 '생활명품' 이야기들과 잘 어울릴 듯싶다.  

개인적으론 데이브 히키의 <보이지 않는 용>(마음산책, 2011)을 예술분야의 책으로 읽어볼까 한다. "미국 미술평단의 '이단아'로 불리는 그는 수잔 손택, 아서 단토, 로잘린드 크라우스, 제리 살츠 등과 함께 미술계 안팎으로 강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비평가"란 소개에 솔깃해서다. 손택과 단토와 크라우스를 읽은 적이 있는 만큼(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살츠는 생소하다)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하니 관심이 생기는 것. <에어 기타>와 <앤디 워홀> 등의 책들을 갖고 있다.   

8. 교양 

철학자 탁석산이 고른 책은 조셉 조네이도의 <만들어진 아동>(마고북스, 2011)이다. 모처럼 모르고 지나친 책이 나와 반갑다. "만들어진 전통, 만들어진 근대 등 최근에 우리가 갖고 있는 것들이 원래부터 자연스럽게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책들이 나오고 있다. 이 책은 그 대상이 아동이라는 점에서 좀 더 정신에 자극을 준다."는 게 추천 이유다. '만들어진 XX'만큼, 아니 그보다 더 유행한 제목은 'XX의 탄생'인데, '아동'도 예외는 아니다. 필립 아리에스의 <아동의 탄생>(새물결, 2003)은 <만들어진 아동>과 나란히 읽어둠직하다(웬지 '5월의 읽을 만한 책' 같긴 하다).   

9. 실용 

손수호 논설위원이 고른 실용서는 윌리엄 케인의 <거장처럼 써라>(이론과실천, 2011)이다. 한번 소개 페이퍼에 올려놓았던 책인데, 그때의 멘트를 다시 따오면 데이비드 로지의 <소설의 기교>(역락, 2010), 프랜신 프로즈의 <소설, 어떻게 쓸 것인가>(민음사, 2009)도 교본이 될 만한 책이다. 소설의 각 단계별로 모범이 될 만한 예시들을 제시해준다. 그리고 말 그대로 교재형 책은 제임스 스콧 벨의 <소설쓰기의 모든 것>(다른, 2010). '플롯과 구조'를 다룬 1부만 나와 있는데, 몇 부까지 가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전형' 같다. 이 시리즈가 다 출간되면 혹 나도 소설을 써볼까란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소설쓰기의 모든 것'이라고 하니까... 

10. 일본문화사

내 맘대로 고르는 책의 주제는 '일본문화사'로 정한다. 폴 발리의 <일본문화사>(경당, 2011)을 원서까지 구해놓은 참이다. 게다가 '근대 일본의 문화사' 시리즈의 하나로 나온 <근대 지의 성립>(소명출판, 2011)도 눈길을 끈다. 일본의 이와나미 문고가 기획한 이 시리즈는 별권을 포함해 총 11권으로 구성돼 있다고 하는데, <근대 지의 성립>은 제3권이고, 이미 나온 <확장하는 모더니티>(소명출판, 2011)가 제6권이었다. 시리즈가 완역되면 좋겠다... 

11. 03. 27.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은 니콜라이 고골의 <죽은 혼>이다. 새 번역본이 작년 10월에야 출간돼 이번 학기부터 비로소 강의 커리큘럼에 집어넣은, 고골의 대표작이다. 오랜만에 다시 읽게 돼 반갑고, 고골의 다른 작품들과 달리 처음 강의하게 돼 약간은 설레기도 하다. 아직 읽지 않은 책이 산더미이지만, 다시 읽어야 하는 책도 그 못지 않다는 사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끔 한다. 맙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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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3.1절에 '3월의 읽을 만한 책'을 꼽았던 듯싶은데, 며칠 앞당겨본다. 아직 꽃샘 추위를 남겨놓고 있지만 이미 봄은 문턱에 있기도 하고. 한달 넘게 끌던 원고들을 어제 넘긴 터라 잠시(아주 잠시!) 휴식도 취하는 김에 '이달의 읽을 만한 책' 구경에 나선다. 방송용어를 빌리자면 '밧데리 교체 타임'이라고 해야 할까. 언제나처럼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선정도서 목록에 두 권씩 보태놓는다.   

1. 문학   

정과리 교수가 고른 책은 지난해 우리 곁을 떠난 이윤기 선생의 유고 산문집/소설집이다. <위대한 침묵>(민음사, 2011)와 <유리 그림자>(민음사, 2011). 번역서를 보태자면 <천로역정>(섬앤섬, 2010)도 있다. 정 교수는 고인이 무엇보다도 '후각적인 존재'였다고 평하고 이렇게 적었다. 

이윤기의 고유한 문체는,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그이의 문장 한 줄만으로도 독자의 머리 속에 꽤 특별한 글 세상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였다. 게다가 후각은 또한 깊이 스며드는 감각이다. 그래서 거기서는 “정신과 감각의 혼융”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윤기의 글은 느낌이 곧 지성이고, 지성이 곧 느낌인 글이었다. 그래서 그이는 없어도 있었고, 조금 있어도 많이 있었다.

 

이윤기 소설집 얘기에서 신예 작가 최제훈이 떠올려지는 이유는 모르겠다. 데뷔작 <퀴르발 남작의 성>(문학과지성사, 2010)이 뛰어난 '번역소설'이란 평을 들었던 기억 때문인가. 새 소설집 <일곱 개의 고양이 눈>(자음과모음, 2011)도 그가 여간한 작가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고. 요즘 소설의 트렌드도 확인할 겸 독서목록에 올려놓아도 좋겠다.   

 

2. 역사 

김기덕 교수의 추천도서는 김인희의 <1,300년 디아스포라, 고구려 유민>(푸른역사, 2010)이다. 요지는 이렇다고 한다. 간추린 요지에서도 저자의 발품이 느껴진다.

668년 고구려가 나당연합군에 의해 멸망당한 후 669년 20만 명에 이르는 고구려 유민이 중국으로 강제이주를 당했다. 그 중 10만 이상으로 추정되는 고구려인은 강회, 산남과 같은 중국 남방으로 이주해야 했다. 이 책은 그 중국 남방으로 이주한 고구려 유민이 현재 중국의 56개 민족 중 인구수가 5번째로 많은 먀오족을 형성한 중심세력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복식, 장식품, 축제, 혼례, 상례, 체질인류학 등 19가지의 증거를 들고 있는데, 그것은 그대로 이 책의 목차를 구성하고 있다. 

 

한편 최근 설문조사에서 한국 성인의 35% 가량은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역사책을 읽은 적이 없다고 한다. <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전5권)>(웅진지식하우스, 2011) 시리즈로 기억을 돌이켜보는 것도 좋겠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이다.   

3. 철학 

김형철 교수가 추천한 책은 줄리언 바지니의 <가짜 논리>(한겨레출판, 2011)다. 어떤 내용의 책인가는 아래의 사례가 잘 말해준다.   

매일 아침 해가 뜰 때마다 모이를 먹었던 칠면조는 “나는 늘 해가 뜰 때마다 모이를 먹는다”는 보편법칙을 수립한다. 그러나 어느 날 목이 비틀려 죽고 만다. 버트런드 러셀의 귀납적 오류에 관한 이야기다. 오랫동안 일정한 현상을 반복 경험하면, 그것이 일반화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오류라는 사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오류로부터 해방될 때 우리는 진정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줄리언 바지니는 <빅 퀘스천>(필로소픽, 2011)의 해제를 쓰면서 알게 된 철학자인데, 의외로 국내에 책이 많이 소개돼 있었다. 영국에선 '가장 대중적인 철학자'란 평판을 얻고 있다고(음, 알고 보니 나와 동갑내기다). 개인적으론 수다스럽지 않은 <빅 퀘스천>이나 <무신론이란 무엇인가>(동문선, 2007) 등에 더 끌리지만 <가짜 논리>에 구미가 당긴다면 <호모 사피엔스, 퀴즈를 풀다>웅진지식하우스, 2009)를 연이어 손에 들 수도 있겠다.   

4. 정치/사회

강정인 교수가 추천한 책은 박명준의 <사회적 영웅의 탄생>(이매진, 2011)이다. "독일에서 성공한 사회적 기업가 14인을 직접 인터뷰해서 그들의 성장과 활약상 및 비전을 소개"하는 책이다. 그러고 보니 사회적 기업에 관한 책이 최근 몇년간 꾸준히 나온 듯싶다. 정인철의 <빅 소사이어티>(이학사, 2011)과 무하마드 유누스의 <사회적 기업 만들기>(물푸레, 2011)이 최근에 같이 나온 책들이다.   

더듬어 올라가면, 기억엔 유병선의 <보노보 혁명>(부키, 2007)이란 책이 있었다. 그리고 데이비드 본스타인의 <달라지는 세계>(지식공작소, 2008)이 화제를 모았고, 전 세계 사회적 기업가들과의 만남을 다룬 <아름다운 거짓말>(북노마드, 2008)도 나왔었다. <사회적 영웅의 탄생>의 전사라 할 만하다. 어느 책이 가장 요긴한 가이드 역할을 해주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테마 서평거리로 한번 고려해봄직하다.   

5. 경제/경영 

박원암 교수가 고른 책은 댄 애리얼리의 <경제심리학>(청림출판, 2011)이다. 저자는 <상식 밖의 경제학>(청림출판, 2008)으로 소개된 바 있는 듀크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학에서 '비합리적' 심리와 행동 패턴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관심사인 듯하다. <경제심리학>의 원제도 'The Upside of Irrationality'이다. 간단한 소개는 이렇다.   

저자는 2008년에 이미 베스트셀러가 된 <상식 밖의 경제학>을 출간하여 인간 행동이 매우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임을 강조한 바 있다. 이 책에서도 비합리성을 강조하지만 앞선 저서와는 달리 비합리성의 긍정적인 측면을 보여주려 한다. 인간의 비이성이 우리의 습관, 데이트 상대의 선택, 일터에서의 동기의식, 기부행위, 물건이나 아이디어에 대한 애착, 적응력, 복수욕 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흥미 있는 실험 결과를 통해 보여준다.

   

경제학에서 (비합리적) 감정을 변수로 다룬 책이 또 없는 건 아니다. 아예 이 분야를 '이모셔노믹스'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다. 댄 힐의 <이모셔노믹스>(마젤란, 2011)란 책을 보건대 그렇다. 이건 원제 자체가 'Emotionomics'이다. 저자는 소비자 행동에서 감각(바디)의 문제를 주로 연구해온 마케팅전문가라고.   

6. 과학 

과학분야의 책은 최준곤의 <행복한 물리여행>(이다미디어, 2011)이다. 이런 '여행' 시리즈는 워낙에 많이 나왔었기에 어떤 특징이 있는 건지 궁금한데, 장경애 동아사이언스 실장에 따르면 "이 책이 기존의 과학 상식 책과 다른 점이 바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호기심이다. 학생들에게 현상을 설명하려고 글을 썼다기보다 개인적인 관심과 흥미를 덧붙여 ‘자신이 궁금한 것을 해결한 비밀노트’ 같은 느낌이다." 일간지에 연재한 '생활 속의 과학' 칼럼을 묶은 것이라고.  

<행복한 물리여행>은 청소년 과학도서로도 분류되는데, 서울과학교사모임에서 지은 <시크릿 스페이스>(어바웃어북, 2011)도 학생들이라면 챙겨둘 만하다. "지퍼, 전자레인지, 프린터, 바코드, 3D영화 등 늘 사용하는 물건과 그 물건을 통해 우리가 경험하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함으로써 어려운 과학원리를 쉽게 풀어내고 있다." 거기에 보태자면 '이윤석의 웃기지 않는 과학책' <웃음의 과학>(사이언스북스, 2011)도 부담없이 읽을 만한 책이다. 개그맨이자 신문방송학 박사인 저자가 '웃음의 과학'을 총정리했다.  

 

한편 개인적으로 '웃음'하면 떠올리게 되는 책은 베르그송의 <웃음>인데, <웃음의 과학>의 참고문헌에 빠져 있어서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국내에 3종의 번역본이 나와 있지만 어느 사이엔가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 돼버린 듯하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추천한 예술분야의 책은 고연희의 <그림, 문학에 취하다>(아트북스, 2011)이다. 부제는 '문학작품으로 본 옛 그림 감상법'. 저자는 우리 옛그림에 관한 책들을 꾸준히 펴내고 있다. 몇 페이지만 둘러봐도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책 자체가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그림을 읽어보기로 '작정'한다면, 인상파부터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이택광의 <인상파, 파리를 그리다>(아트북스, 2011)로 '산책'의 걸음을 떼고 존 리월드의 <인상주의의 역사>(까치글방, 2006)로 무게를 보탠 다음에 홍석기의 <인상주의>(생각의나무, 2010)으로 '학술'까지 카바하는 여정이 한 가지 코스이다.   

8. 교양 

철학자 탁석산의 교양서는 토마스 크로웰의 <역사를 수놓은 발명 250가지>(현암사, 2011)이다. '250'가지나 다루고 있으니 '527쪽'의 분량이 오히려 '겸손'해 보인다. 추천의 이유는 이렇다.   

인류의 역사를 바꾼 수많은 발명품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너무나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를 잡아 이제는 그것이 역사를 바꾼 획기적인 발명품이라는 것도 잊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보면 에어컨, 안전면도기, 파리채, 손목시계, 포스트잇 등등의 역사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꼭 이런 것을 알아야 하는가? 알아도 몰라도 그만인 것 아닌가. 네모난 종이 봉지를 마거릿 나이트가 발명했다는 것을 몰라도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을 것이다. 오히려 빵을 살 돈이 우선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책이 필요한 것은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굳이 인용한 것은 '알라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지식'이 추천자의 교양관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런 교양/지식을 편애한다(그렇게 치면 사실 '목숨 걸고' 읽어야 하는 책은 많지 않다).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모멘토, 2011)도 '알라도 그만 몰라도 그만'일까? 혹 아는 게 유익하다 싶다면 <우리가 먹고 사랑하고 혐오하는 동물들>(살림, 2011)에 대해서 좀더 읽어봐도 좋겠다.   

9. 실용 

손수호 논설위원이 고른 책은 박상진의 <우리 나무의 세계 1,2>(김영사, 2011)이다. 이미 지난달에 '2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꼽아놓은 책이다. 저자는 <궁궐의 우리나무>(눌와, 2001)의 저자. 추천자는 책의 의의를 이렇게 짚는다. 

이 책에는 목재조직학자, 수목학자로서 40년을 보낸 저자의 학문적 열정이 담겼다. 1000여 종이 넘는 우리나라 나무 가운데 일반인들이 접할 수 있는 242종의 나무에 대한 식물학적 정보에다 문화적 의미를 보탰다. 그래서 우리는 또 하나의 든든한 텍스트를 곁에 두면서 알뜰살뜰 나무 공부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달의 책'을 고를 때마다 '실용'이란 범주를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데, 소설가 김연수의 말대로 '모든 책은 실용서'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학, 역사, 철학... 과학... 이렇게 나가다가 '모든 책', 이런 게 말이 되는 건가? 그런 시비를 가리는 게 내 소관은 아닐 터이므로 나대로 '실용서'를 보태자면 폴 콜린스의 <토머스 페인 유골 분실 사건>(양철북, 2011)을 들겠다. '상식의 탄생과 수난사'가 부제. 며칠전 관련기사를 포스팅해놓기도 했지만 덕분에 페인의 <상식, 인권>(필맥, 2004)에 관심을 갖게 됐으니 내겐 '실용'이 있는 셈. 덧붙에 유골 훔치기에 관한 책으로 패트릭 기어리의 <거룩한 도둑질>(길, 2010)에도 관심을 갖게 했다. '중세 성유골 도둑 이야기'이다. 한때 도굴범에 관한 뉴스가 심심찮게 등장했고 그걸 소재로 한 영화도 만들어진 나라에서 재미있는 '유골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것은 의아한 일이다. 내가 모르는 책이 있는 건가..  

 

10. 세계철학사  

내 맘대로 고르는 책은 주제를 '세계철학사'로 잡았다. 물론 이번에 나온 이정우의 <세계철학사1>(길, 2011)을 염두에 둔 것이다. 전체 3부작으로 기획된 '세계철학사' 시리즈의 1권이 나온 것인데, 부제가 '지중해세계의 철학'이다. 연이어 나올 2권은 '아시아세계의 철학', 3권은 '근현대 세계의 철학'이 될 것이라고 한다. 완간된다면 그 시도만으로도 기념비적인 저작이 되지 않을까 한다. 저자가 '여는 말'에 적고 있듯이 <세계철학사>란 타이틀 달고 나와 있는 기존의 책들, 가령 한스 요아힘 슈퇴리히의 <세계철학사>(자음과모음, 2008)이나 소비에트과학아카데미의 <세계철학사>는 '서구철학사'에다 중국과 인도 철학사 정도를 '얹은' 형태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세계'를 다루고 있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철학사' 기술 시도는 흥미를 끈다. '지중해철학'을 부제로 내건 만큼 클라우스 헬트의 <지중해 철학기행>(효형출판, 2007)과 같이 읽으면 더 '입체적인' 독서 여행이 될 듯싶다. 

11. 02. 26.  

P.S. '3월의 읽을 만한 고전'으론 허먼 멜빌의 <모비딕>을 고른다. 세계문학전집류 쪽에서는 아직 새 번역본이 나오지 않고 있어서 현재로선 김석희 번역의 <모비딕>(작가정신, 2010)이 가장 신뢰할 만한 듯싶다. 부피와 가격이 조금 부담스럽긴 하지만. 아무튼 3월에는 '바다 구경'을 좀 할 수 있을 듯싶다. 아니 그렇게 하려고 한다. 바닷바람 좀 같이 쐬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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