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3.1절에 '3월의 읽을 만한 책'을 꼽았던 듯싶은데, 며칠 앞당겨본다. 아직 꽃샘 추위를 남겨놓고 있지만 이미 봄은 문턱에 있기도 하고. 한달 넘게 끌던 원고들을 어제 넘긴 터라 잠시(아주 잠시!) 휴식도 취하는 김에 '이달의 읽을 만한 책' 구경에 나선다. 방송용어를 빌리자면 '밧데리 교체 타임'이라고 해야 할까. 언제나처럼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선정도서 목록에 두 권씩 보태놓는다.   

1. 문학   

정과리 교수가 고른 책은 지난해 우리 곁을 떠난 이윤기 선생의 유고 산문집/소설집이다. <위대한 침묵>(민음사, 2011)와 <유리 그림자>(민음사, 2011). 번역서를 보태자면 <천로역정>(섬앤섬, 2010)도 있다. 정 교수는 고인이 무엇보다도 '후각적인 존재'였다고 평하고 이렇게 적었다. 

이윤기의 고유한 문체는,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그이의 문장 한 줄만으로도 독자의 머리 속에 꽤 특별한 글 세상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였다. 게다가 후각은 또한 깊이 스며드는 감각이다. 그래서 거기서는 “정신과 감각의 혼융”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윤기의 글은 느낌이 곧 지성이고, 지성이 곧 느낌인 글이었다. 그래서 그이는 없어도 있었고, 조금 있어도 많이 있었다.

 

이윤기 소설집 얘기에서 신예 작가 최제훈이 떠올려지는 이유는 모르겠다. 데뷔작 <퀴르발 남작의 성>(문학과지성사, 2010)이 뛰어난 '번역소설'이란 평을 들었던 기억 때문인가. 새 소설집 <일곱 개의 고양이 눈>(자음과모음, 2011)도 그가 여간한 작가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고. 요즘 소설의 트렌드도 확인할 겸 독서목록에 올려놓아도 좋겠다.   

 

2. 역사 

김기덕 교수의 추천도서는 김인희의 <1,300년 디아스포라, 고구려 유민>(푸른역사, 2010)이다. 요지는 이렇다고 한다. 간추린 요지에서도 저자의 발품이 느껴진다.

668년 고구려가 나당연합군에 의해 멸망당한 후 669년 20만 명에 이르는 고구려 유민이 중국으로 강제이주를 당했다. 그 중 10만 이상으로 추정되는 고구려인은 강회, 산남과 같은 중국 남방으로 이주해야 했다. 이 책은 그 중국 남방으로 이주한 고구려 유민이 현재 중국의 56개 민족 중 인구수가 5번째로 많은 먀오족을 형성한 중심세력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복식, 장식품, 축제, 혼례, 상례, 체질인류학 등 19가지의 증거를 들고 있는데, 그것은 그대로 이 책의 목차를 구성하고 있다. 

 

한편 최근 설문조사에서 한국 성인의 35% 가량은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역사책을 읽은 적이 없다고 한다. <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전5권)>(웅진지식하우스, 2011) 시리즈로 기억을 돌이켜보는 것도 좋겠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이다.   

3. 철학 

김형철 교수가 추천한 책은 줄리언 바지니의 <가짜 논리>(한겨레출판, 2011)다. 어떤 내용의 책인가는 아래의 사례가 잘 말해준다.   

매일 아침 해가 뜰 때마다 모이를 먹었던 칠면조는 “나는 늘 해가 뜰 때마다 모이를 먹는다”는 보편법칙을 수립한다. 그러나 어느 날 목이 비틀려 죽고 만다. 버트런드 러셀의 귀납적 오류에 관한 이야기다. 오랫동안 일정한 현상을 반복 경험하면, 그것이 일반화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오류라는 사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오류로부터 해방될 때 우리는 진정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줄리언 바지니는 <빅 퀘스천>(필로소픽, 2011)의 해제를 쓰면서 알게 된 철학자인데, 의외로 국내에 책이 많이 소개돼 있었다. 영국에선 '가장 대중적인 철학자'란 평판을 얻고 있다고(음, 알고 보니 나와 동갑내기다). 개인적으론 수다스럽지 않은 <빅 퀘스천>이나 <무신론이란 무엇인가>(동문선, 2007) 등에 더 끌리지만 <가짜 논리>에 구미가 당긴다면 <호모 사피엔스, 퀴즈를 풀다>웅진지식하우스, 2009)를 연이어 손에 들 수도 있겠다.   

4. 정치/사회

강정인 교수가 추천한 책은 박명준의 <사회적 영웅의 탄생>(이매진, 2011)이다. "독일에서 성공한 사회적 기업가 14인을 직접 인터뷰해서 그들의 성장과 활약상 및 비전을 소개"하는 책이다. 그러고 보니 사회적 기업에 관한 책이 최근 몇년간 꾸준히 나온 듯싶다. 정인철의 <빅 소사이어티>(이학사, 2011)과 무하마드 유누스의 <사회적 기업 만들기>(물푸레, 2011)이 최근에 같이 나온 책들이다.   

더듬어 올라가면, 기억엔 유병선의 <보노보 혁명>(부키, 2007)이란 책이 있었다. 그리고 데이비드 본스타인의 <달라지는 세계>(지식공작소, 2008)이 화제를 모았고, 전 세계 사회적 기업가들과의 만남을 다룬 <아름다운 거짓말>(북노마드, 2008)도 나왔었다. <사회적 영웅의 탄생>의 전사라 할 만하다. 어느 책이 가장 요긴한 가이드 역할을 해주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테마 서평거리로 한번 고려해봄직하다.   

5. 경제/경영 

박원암 교수가 고른 책은 댄 애리얼리의 <경제심리학>(청림출판, 2011)이다. 저자는 <상식 밖의 경제학>(청림출판, 2008)으로 소개된 바 있는 듀크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학에서 '비합리적' 심리와 행동 패턴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관심사인 듯하다. <경제심리학>의 원제도 'The Upside of Irrationality'이다. 간단한 소개는 이렇다.   

저자는 2008년에 이미 베스트셀러가 된 <상식 밖의 경제학>을 출간하여 인간 행동이 매우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임을 강조한 바 있다. 이 책에서도 비합리성을 강조하지만 앞선 저서와는 달리 비합리성의 긍정적인 측면을 보여주려 한다. 인간의 비이성이 우리의 습관, 데이트 상대의 선택, 일터에서의 동기의식, 기부행위, 물건이나 아이디어에 대한 애착, 적응력, 복수욕 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흥미 있는 실험 결과를 통해 보여준다.

   

경제학에서 (비합리적) 감정을 변수로 다룬 책이 또 없는 건 아니다. 아예 이 분야를 '이모셔노믹스'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다. 댄 힐의 <이모셔노믹스>(마젤란, 2011)란 책을 보건대 그렇다. 이건 원제 자체가 'Emotionomics'이다. 저자는 소비자 행동에서 감각(바디)의 문제를 주로 연구해온 마케팅전문가라고.   

6. 과학 

과학분야의 책은 최준곤의 <행복한 물리여행>(이다미디어, 2011)이다. 이런 '여행' 시리즈는 워낙에 많이 나왔었기에 어떤 특징이 있는 건지 궁금한데, 장경애 동아사이언스 실장에 따르면 "이 책이 기존의 과학 상식 책과 다른 점이 바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호기심이다. 학생들에게 현상을 설명하려고 글을 썼다기보다 개인적인 관심과 흥미를 덧붙여 ‘자신이 궁금한 것을 해결한 비밀노트’ 같은 느낌이다." 일간지에 연재한 '생활 속의 과학' 칼럼을 묶은 것이라고.  

<행복한 물리여행>은 청소년 과학도서로도 분류되는데, 서울과학교사모임에서 지은 <시크릿 스페이스>(어바웃어북, 2011)도 학생들이라면 챙겨둘 만하다. "지퍼, 전자레인지, 프린터, 바코드, 3D영화 등 늘 사용하는 물건과 그 물건을 통해 우리가 경험하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함으로써 어려운 과학원리를 쉽게 풀어내고 있다." 거기에 보태자면 '이윤석의 웃기지 않는 과학책' <웃음의 과학>(사이언스북스, 2011)도 부담없이 읽을 만한 책이다. 개그맨이자 신문방송학 박사인 저자가 '웃음의 과학'을 총정리했다.  

 

한편 개인적으로 '웃음'하면 떠올리게 되는 책은 베르그송의 <웃음>인데, <웃음의 과학>의 참고문헌에 빠져 있어서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국내에 3종의 번역본이 나와 있지만 어느 사이엔가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 돼버린 듯하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추천한 예술분야의 책은 고연희의 <그림, 문학에 취하다>(아트북스, 2011)이다. 부제는 '문학작품으로 본 옛 그림 감상법'. 저자는 우리 옛그림에 관한 책들을 꾸준히 펴내고 있다. 몇 페이지만 둘러봐도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책 자체가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그림을 읽어보기로 '작정'한다면, 인상파부터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이택광의 <인상파, 파리를 그리다>(아트북스, 2011)로 '산책'의 걸음을 떼고 존 리월드의 <인상주의의 역사>(까치글방, 2006)로 무게를 보탠 다음에 홍석기의 <인상주의>(생각의나무, 2010)으로 '학술'까지 카바하는 여정이 한 가지 코스이다.   

8. 교양 

철학자 탁석산의 교양서는 토마스 크로웰의 <역사를 수놓은 발명 250가지>(현암사, 2011)이다. '250'가지나 다루고 있으니 '527쪽'의 분량이 오히려 '겸손'해 보인다. 추천의 이유는 이렇다.   

인류의 역사를 바꾼 수많은 발명품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너무나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를 잡아 이제는 그것이 역사를 바꾼 획기적인 발명품이라는 것도 잊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보면 에어컨, 안전면도기, 파리채, 손목시계, 포스트잇 등등의 역사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꼭 이런 것을 알아야 하는가? 알아도 몰라도 그만인 것 아닌가. 네모난 종이 봉지를 마거릿 나이트가 발명했다는 것을 몰라도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을 것이다. 오히려 빵을 살 돈이 우선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책이 필요한 것은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굳이 인용한 것은 '알라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지식'이 추천자의 교양관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런 교양/지식을 편애한다(그렇게 치면 사실 '목숨 걸고' 읽어야 하는 책은 많지 않다).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모멘토, 2011)도 '알라도 그만 몰라도 그만'일까? 혹 아는 게 유익하다 싶다면 <우리가 먹고 사랑하고 혐오하는 동물들>(살림, 2011)에 대해서 좀더 읽어봐도 좋겠다.   

9. 실용 

손수호 논설위원이 고른 책은 박상진의 <우리 나무의 세계 1,2>(김영사, 2011)이다. 이미 지난달에 '2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꼽아놓은 책이다. 저자는 <궁궐의 우리나무>(눌와, 2001)의 저자. 추천자는 책의 의의를 이렇게 짚는다. 

이 책에는 목재조직학자, 수목학자로서 40년을 보낸 저자의 학문적 열정이 담겼다. 1000여 종이 넘는 우리나라 나무 가운데 일반인들이 접할 수 있는 242종의 나무에 대한 식물학적 정보에다 문화적 의미를 보탰다. 그래서 우리는 또 하나의 든든한 텍스트를 곁에 두면서 알뜰살뜰 나무 공부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달의 책'을 고를 때마다 '실용'이란 범주를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데, 소설가 김연수의 말대로 '모든 책은 실용서'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학, 역사, 철학... 과학... 이렇게 나가다가 '모든 책', 이런 게 말이 되는 건가? 그런 시비를 가리는 게 내 소관은 아닐 터이므로 나대로 '실용서'를 보태자면 폴 콜린스의 <토머스 페인 유골 분실 사건>(양철북, 2011)을 들겠다. '상식의 탄생과 수난사'가 부제. 며칠전 관련기사를 포스팅해놓기도 했지만 덕분에 페인의 <상식, 인권>(필맥, 2004)에 관심을 갖게 됐으니 내겐 '실용'이 있는 셈. 덧붙에 유골 훔치기에 관한 책으로 패트릭 기어리의 <거룩한 도둑질>(길, 2010)에도 관심을 갖게 했다. '중세 성유골 도둑 이야기'이다. 한때 도굴범에 관한 뉴스가 심심찮게 등장했고 그걸 소재로 한 영화도 만들어진 나라에서 재미있는 '유골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것은 의아한 일이다. 내가 모르는 책이 있는 건가..  

 

10. 세계철학사  

내 맘대로 고르는 책은 주제를 '세계철학사'로 잡았다. 물론 이번에 나온 이정우의 <세계철학사1>(길, 2011)을 염두에 둔 것이다. 전체 3부작으로 기획된 '세계철학사' 시리즈의 1권이 나온 것인데, 부제가 '지중해세계의 철학'이다. 연이어 나올 2권은 '아시아세계의 철학', 3권은 '근현대 세계의 철학'이 될 것이라고 한다. 완간된다면 그 시도만으로도 기념비적인 저작이 되지 않을까 한다. 저자가 '여는 말'에 적고 있듯이 <세계철학사>란 타이틀 달고 나와 있는 기존의 책들, 가령 한스 요아힘 슈퇴리히의 <세계철학사>(자음과모음, 2008)이나 소비에트과학아카데미의 <세계철학사>는 '서구철학사'에다 중국과 인도 철학사 정도를 '얹은' 형태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세계'를 다루고 있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철학사' 기술 시도는 흥미를 끈다. '지중해철학'을 부제로 내건 만큼 클라우스 헬트의 <지중해 철학기행>(효형출판, 2007)과 같이 읽으면 더 '입체적인' 독서 여행이 될 듯싶다. 

11. 02. 26.  

P.S. '3월의 읽을 만한 고전'으론 허먼 멜빌의 <모비딕>을 고른다. 세계문학전집류 쪽에서는 아직 새 번역본이 나오지 않고 있어서 현재로선 김석희 번역의 <모비딕>(작가정신, 2010)이 가장 신뢰할 만한 듯싶다. 부피와 가격이 조금 부담스럽긴 하지만. 아무튼 3월에는 '바다 구경'을 좀 할 수 있을 듯싶다. 아니 그렇게 하려고 한다. 바닷바람 좀 같이 쐬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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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를 앞두고 '다량 입하'하듯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눈에 띄는 책들을 꽤 챙겨놓고는 있지만 그래도 역부족이다(읽기는커녕 그냥 입수하는 것도 만만찮다, 비용면에서).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느새 2월이 코앞이다. 2월이 오기 전에 넘겨야 할 원고들이 또 줄지어 있건만, 여하튼 그래도 '2월맞이'는 해놓는다. 연휴에 뒤이어 '휴가' 일정이 있어서 정작 책을 손에 들 시간은 별로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외양'은 갖춰놓아야겠기에...  

1. 문학  

정과리 교수가 고른 책은 최일남 선생의 <풍경의 깊이 사람의 깊이>(문학의나무, 2010)다. 소설집이 아니라 에세이집. "한국에 수많은 글쟁이가 있지만, 한국어의 풍부한 어휘 자원을 자유롭게 골라가며 생각과 마음의 결과 꼴을 섬세하게 빚고 잣고 다듬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최일남 선생은 그 드문 이들 중의 한 분이다."라는 게 추천의 큰 이유다. 찾아 보니 이 문단 원로의 작품집이 근래에는 별로 나온 것이 없다. 산문집으론 <어느 날 문득 손을 바라본다>(현대문학, 2006)가 마지막 책이었다. 지난주 세상을 떠난 박완서 선생이 1931년생이고, 최일남 선생이 1932년생이다. 일테면 같은 세대다. '박완서 산문 읽기'를 최근 마이리스트에 올려놓기도 했는데, 남성 산문으로 '최일남 에세이'를 잇대놓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고른 역사분야의 책은 손영호의 <다시 읽는 미국사>(교보문고, 2011)다. 미국사 개요 정도의 책으로 보이는데, 소개는 이렇다. "이 책은 ‘통합의 역사 USA, 신화의 역사 아메리칸 드림, 정복의 역사 총, 차별의 역사 아미스타드’라는 목차에서 보듯이, ‘통합’과 ‘신화’ 그리고 ‘정복’과 ‘차별’이라는 키워드로 미국사의 진실을 들여다보고 있다. 물론 이 주제가 미국사 전반을 포괄하지는 못할 것이며, 다시 나누어진 각각의 소주제들은 서술이 다소 짧아서 심도 있는 분석에는 미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이 일반인을 위한 미국사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해해 줄 수 있겠다." 물론 조금 '긴' 걸 원한다면 강준만의 <미국사 산책>(2010)이 제격이다. 17권 분량이 오롯하니까. 더 깊이 있는 독서를 원한다면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의 자료집 <'미국 민중사'를 만든 목소리들>(이후, 2011)을 더 얹을 수 있겠다.   

  

미국사도 미국사지만 개인적으론 '읽기의 역사'도 흥미를 갖고 있는 주제여서, 스티븐 로저 피셔의 <읽기의 역사>(지영사, 2010)가 반갑다. 이 참에 로제 샤르티에 등의 엮은 <읽는다는 것의 역사>(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2006)도 구해놓으려 했지만 이미 품절 상태여서 유감이다. 알베르토 망구엘의 <독서의 역사>(세종서적, 2000)까지 내 딴에는 '3종 세트'로 모아두려고 했기에.

 

3. 철학 

김형철 교수가 추천한 책은 제이미 화이트의 <나쁜 생각>(오늘의책, 2010). 부제가 '논리적이며 비판적인 사고를 위한 안내서'이다. '비판적 사고'를 키워드 한 책을 더 찾아보니 <피셔의 비판적 사고>(서광사, 2010)도 눈에 띈다. 가장 널리 쓰이는 교재라고 한다(아마도 교양 논리학 수업에서). 한때 논술시험이 강조되면서 그런 교재들이 다수 출간됐었는데, 짐작에 '원조' 격으로는 김광수의 <논리와 비판적 사고>(철학과현실사, 2007)가 있었다. 논리학 입문서. 이미 예전 판은 절판됐고 현재 나와 있는 건 '쇄신판'이군...     

4. 정치/사회 

강정인 교수가 추천한 책은 강미현의 <비스마르크 평전>(에코리브르, 2010)이다.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는 "독일 통일의 주역이고 독일제국을 일약 유럽의 강대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공적에도 불구하고 전쟁과 피에 의존하고 민주주의에 역행한 독재자로서의 모습으로 인해 독일역사에서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인 인물이다. 초등학교 시절 세계위인전집에서 읽은 '비스마르크'의 인상이 다시금 떠오르는데, 언제 한번 일독해봐야겠다.    

비스마르크가 비록 정치가이긴 하지만 평전으로 정치/사회 분야를 대체하는 게 멋쩍다면 박상훈의 <정치의 발견>(폴리테이아, 2011)를 더 얹어도 좋겠다. 부제는 '정치에서 가능성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학 강의'. 올해는 큰 선거가 없는 해이니만큼 '공부'에 더 많은 투자를 해도 손해는 나지 않을 듯싶다. 박명림, 김상봉 교수가 공화국의 조건에 대해 질문하고 답한 <다음 국가를 말하다>(웅진지식하우스, 2011)도 마찬가지다. 그 '다음 국가'의 상이 내년 대선의 화두가 될 거라는 '복지국가'이기도 하다면, 신필균의 <복지국가 스웨덴>(후마니타스, 2011)도 미리 읽어볼 만한 책이다.

5. 경제/경영 

박원암 교수가 고른 책은 조지 매그너스의 <고령화시대의 경제학>(부키, 2010). 제목 그대로, 저자는 "저출산 · 고령화로 전 지구적으로 부동산 등 자산가격과 물가, 저축, 정부재정적자 등 거시지표는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선진국들은 얼마나 빠른 속도로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이민을 받아들일 것인가? 고령화 문제를 시장에 맡겨서 해결해야 할까 아니면 정부가 개입해야 할까? 저출산의 원인을 종교적 신념의 약화와 세속적 자본주의에서 찾을 수 있을까?" 등의 문제를 다룬다고 한다. 낯익은 문제들인데, 그 해법은 마련돼 있는지 궁금하다('늙어가는 대한민국'에 대한 진단도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나왔다). 천명관의 소설 <고령화 가족>(문학동네, 2010)도 덩달아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6. 과학 

장경에 동아사이언스 실장이 추천한 책은 조나단 실버타운의 <씨앗의 자연사>(양문, 2010)이다. '씨앗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는 책. "씨앗의 생존방식을 비롯해 무엇이 씨앗에서 싹을 틔우는지, 어떤 씨앗에는 기름이 많고 어떤 씨앗에는 녹말이 많은 이유, 먼지처럼 가벼운 난초의 씨앗에서 20kg에 이르는 쌍둥이코코넛 씨앗, 식물들이 힘겹게 유성생식으로 씨앗을 만드는 이유 등 씨앗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변화하는 환경에 자신을 적응해가는 진화의 힘으로 설명한다." 책 또한 그런 씨앗들만큼이나 탐스럽다. 그 씨앗들의 많은 수는 자라서 나무가 될 터인데, 박상진의 <우리 나무의 세계>(김영사, 2011)은 그 또다른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우리 나무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소개는 이렇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 우리 민족의 삶이 담긴 역사서와 고전소설, 옛 선비들의 문집, 시가집 등 고전문헌의 명확한 해석을 통해 나무의 삶을 재조명하고 인문학적 관점에서 새롭게 탐구한 책이다. 나무들의 다채로운 삶과 생태를 생생히 담은 700여 장의 사진과 50여 장의 옛 그림을 통해 우리 나무의 세계를 완성하였다.

 

사실 '씨앗'이나 '나무'에 관한 책은 3월에 더 읽을 만한 책이고, 재앙 수준의 구제역 파동을 상기하자면 <바이러스 습격사건>(알마, 2011) 같은 책이 관심도서가 될 만하다. <대혼란>(알마, 2010)과 <조류독감>(돌베개, 2008)까지 한번 더 떠올려보게 된다. 한데, 대체 구제역은 언제 종결되는 것일까? 근본적인 대책은 있는 것일까?..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추천한 책은 쉬레이의 <집, 예술이 머물다>(시그마북스, 2011). 짐작이 갈 듯 말 듯한 제목인데, 소개에 따르면, "중국의 예술가이자 인문학자인 쉬레이가 편집한 이 책에서는 집이라는 공간에 깃든 일상의 아름다움과 특별함을 발견해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책장을 넘기면서 중국 황제의 침실에서부터 문인들의 우아한 정취, 유럽 명문가의 장원, 이슬람식 샹그릴라 풍으로 지은 집 등을 구경할 수 있다. 뒤편에는 중국의 현대미술작품 속에서 어떻게 집의 개념을 제시하는지 보여준다." 그런 종류라면, 여전히 왕성하게 책을 내고 있는 임석재 교수의 <서울, 건축의 도시를 걷다>(인물과사상사, 2010)도 챙겨놓을 만하다. 잘 아는 듯하면서도 낯선 서울의 모습과 조우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8. 교양 

철학자 탁석산이 고른 책은 폴 존슨의 <위대하거나 사기꾼이거나>(이마고, 2010). 영국의 저명한 언론인의 유명 인사 인물평이다.  

"저자는 기자 출신으로 100여 명의 유명 인사를 실제로 만난 이야기를 아주 짧지만 인상적으로 전해 준다. 피카소는 자신이 만난 사람 중 가장 사악한 사람이었다거나 로널드 레이건은 유머에 넘치는 사람이었지만 얼음처럼 차가운 사람이었다거나 사르트르는 마음이 넉넉한 사람이어서 죽을 때는 무일푼이었다는 것 등이다.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유명 인사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 기쁨이 있다. 하지만 모두 가벼운 이야기만은 아니다. 왜 토인비가 얼마나 형편없는 역사가인지 혹은 리처드 닉슨이 얼마나 통찰력이 대단했던가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이미 <지식인의 두 얼굴>에서 그의 '독설'을 만끽한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어볼 수 있겠다.   

9. 실용 

손수호 국민일보 논설위원이 추천한 책은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쌤앤파커스, 2010). 요즘 청춘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는 책인데, 추천의 변은 이렇다.  

저자의 신실함은 방법론을 전하는 데서 빛난다. 이를 테면 꿈을 위해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야 하고, 정체성은 성찰을 통해 발견할 수 있으며, 그 성찰에 이르는 길로서는 독서, 대화, 여행을 꼽는 식이다. 길을 먼저 걸어간 선험자의 내비게이션은 구체적인 지시어로 이어진다. 시간을 잘 관리하라, 신문을 제대로 읽어라, 글쓰기 능력은 힘이 세다…. 다 아는 이야기 같지만 읽을수록 새롭게 다가선다. 저자는 한국인의 평균연령을 80세로 잡는다면 24세는 아침 7시 12분이라고 셈했다. 대학을 졸업하거나 재학 중 군대에 다녀온 복학생이 읽기에 딱 좋은 책이다.  

자연스레 떠오르는 책은 엄기호의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푸른숲, 2010). 그리고 20대 청춘의 압도적 현실을 가리키는 키워드로서 대학 등록금 문제를 파헤친 <미친 등록금의 나라>(개마고원, 2011)이다. '독서' '대화' '여행' 말고도 해야 할 일을 찾아볼 수 있을 듯싶다.   

10. 동아시아  

최근 개인적인 관심사 중 하나는 중국인데, 그건 워낙에 많은 책들이 출간되고 있기 때문에 불가피한 면도 있다. 중국 문학 번역서도 넘치고 중국 경제를 다룬 책들도 거의 매주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 중국을 이해하는 한 가지 시각은 '동아시아'라는 문맥 속에서 바라보는 것인데, 길잡이가 될 만한 책이 출간돼 읽어볼 참이다. <함께 읽는 동아시아 근현대사>(창비, 2011)가 그것이다. 아울로 개정판으로 나온 <동아시아인의 '동양' 인식>(창비, 2010)도 지난 연말에 챙겨둔 책이다. 한국사가 다시금 고등학교 필수 교과목으로 채택된다는 얘기가 나오던데, 세계화시대에 보조를 맞추자면 '동아시아사'나 '세계사'가 필수 과목이 돼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11. 01. 29.  

P.S. '2월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 이번에 다시 나온 E. H. 카의 <도스또예프스끼 평전>(열린책들, 2011)을 고른다. 평전이 고전의 반열에 올라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도스토예프스키를 읽는 데 좋은 가이드가 되는 책이고, 개인적으론 오래 전 학부시절에 홍성사판으로 읽은 기억도 새로워서 골라놓는다. '이달의 고전 작가'로 도스토예프스키를 고른 셈 치면 되겠다. 마르끄 슬로님의 <도스또예프스끼와 여성>(열린책들, 2011)도 같이 나왔는데,  이 책에 대해서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세 여인'(http://blog.aladin.co.kr/mramor/1120144)이란 페이퍼에서 다룬 바 있다. 일본 비평가의 <도스또예프스끼가 말하지 않은 것들>(열린책들, 2011)까지 다 챙겨놓으려 한다. 

 

만약 카의 평전을 손에 들었다면 도스토예프스키의 초기작들도 같이 책상에 올려놓으면 좋겠다. 데뷔작 <가난한 사람들>과 두번째 소설 <분신>, 그리고 시베리아 유형 이후의 복귀작 <죽음의 집의 기록> 등이 추천하고픈 작품들이다. 음, 나도 다시 읽고픈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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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1-01-29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드워드 카의 러시아 혁명사 같은 책은 전문적이고 어려워서 오히려 그가 쓴 평전이 더 많이 읽힌다고 합니다.그가 쓴 도스토예프스키 평전은 러시아 문학연구가들도 높이 평가한다니 고전이라고 해도 되겠지요.

로쟈 2011-01-29 22:27   좋아요 0 | URL
그런 의미에서 <바쿠닌 평전> 등도 다시 나오면 좋겠어요...

노이에자이트 2011-01-30 14:45   좋아요 0 | URL
바쿠닌 평전도 절판되었나요? 카의 책 중 절판된 게 많군요.

misungkid 2011-02-01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덕분에 저의 보관함이 꽉찼습니다.
언제 다 사서 다 읽나 걱정이 되지만 좋은 책을 많이 만나게 되어서 기쁩니다.

로쟈 2011-02-01 17:24   좋아요 0 | URL
^^

雨香 2011-02-01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핀란드에 이어서 스웨덴이 바람을 한번 타겠군요. (핀란드, 스웨덴 독서목록으로..)
작년부터 지리적으로 문화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았던 동아시아에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앞으로 좀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터라 <함께 읽는 동아시아 근현대사>가 좋은 길잡이가 될 것 같습니다.

로쟈 2011-02-01 17:25   좋아요 0 | URL
'복지 바람'이 분다고 하니 내년 대선은 흥미로울 거 같습니다. 지난번이 최악이었죠...
 

새해를 맞는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보니 좀 무덤덤하다. 요며칠 TV를 켜보질 않아서 대신 '감동'해주는 사람들이(혹은 분위기가) 없어서이기도 하고, 아이가 며칠 폐렴으로 입원해 있어서 집안이 아주 조용한 탓이기도 하다. 그러니 '본격적인' 새해는 '설날' 이후로 미뤄두고, '지난해'도 아니고 '새해'도 아닌 한달을 보내기로 했다. '개와 늑대의 시간'처럼, 이런 시간을 표현해주는 그럴 듯한 말도 있었으면 싶다. 오전에 병원으로 나서기 전에 '1월의 읽을 만한 책'을 급하게 골라본다(간행물윤리위원회의 리스트는 진작 올라와 있다). 왠지 부지런하다는 인상을 줄 듯싶어서...   

1. 문학  

정과리 교수가 추천한 문학분야의 책은 로버트 피어시그의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문학과지성사, 2010)이다.  

"저 옛날 브왈로(Boileau)가 “마침내 말레르브가 왔도다!”라고 감격했듯이, “마침내 이 책이 왔도다!”라고 외치는 순간이 가끔은 있는 법이다.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도 그런 책 중의 하나이다. 출간 즉시(1973) 전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이 소설은, 한국의 식자들에게도 곧바로 알려져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을 날을 기다렸다. 그러나 아무도 이 책을 한국어로 옮기는 작업에 착수하지 않았다."

라고 소감을 적고 있는데, 다소 과장됐다. <선을 찾는 늑대>(고려원, 1991)라고 출간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419쪽이면 발췌본도 아니었을 듯싶다. 물론 절판된 지 오래된 만큼 이제라도 더 좋은 번역본이 나온 건 반가운 일이다. 순전히 '모터사이클'을 같이 탄다는 이유만으로 <모터사이클 필로소피>(이음, 2010)와 <체 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황매, 2004)도 같이 묶어 놓는다. 세 대가 짝을 지어 부르릉거리는 듯하다.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추천한 역사분야의 책은 <외국인을 위한 한국사>(휴머니스트, 2010)이다. 책은 영어판과 한국어판 두 권이다. "전국역사교사모임이 장장 6년간의 작업 끝에 한국어판 영어판을 올컬러판으로 동시에 출간하였다. 그동안 전문역사학자들의 한국사 저서를 영역한 책은 있었으나, 본 책은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시각자료와 함께 대중적 서술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또다른 기념비적 저술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되는 책이다.  

3. 철학 

김형철 교수가 고른 책은 서정욱의 <철학, 불평등을 말하다>(함께읽는책, 2010). 대중 철학서 집필에 아주 열심인 저자의 신작이다. 표지를 보면 짐작할 수 있지만, 불평등에 관해서 철학자들이 어떤 말들을 했는지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불평등한 세상에 살 수밖에 없는 인간들이 완전 평등을 꿈꾸는 유토피아 건설에 관심을 표명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사실 완전 평등만이 아니라 완전 자유도 현실에서는 불가능이다. 아니 모든 완전함이 다 현실에서는 불가능이다. 책은 고전 저자의 삶에 대한 간략한 소개에 이어서, 가상적 대화를 이어 나간다. 그리고는 고전의 핵심사상을 전달한다. 재미있는 이야기 전개 방식이다."

 

짐작엔 고등학생부터 읽을 수 있을 듯싶은데, 그보다 더 낮은 연령대라면 <만화 서양 철학사>(자음과모음)도 괜찮겠다. 적어도 '철학'이나 '철학사'란 말과 친숙해질 수는 있을 테니까.    

4. 정치/사회 

강정인 교수의 추천서는 정원오의 <복지국가>(책세상, 2010)다. 정치권에서도 '복지'가 화두로 등장하고 있고 내년 대선에서도 쟁점 가운데 하나가 될 듯싶은데, 무엇이 복지이고 복지국가인지 안내해주는 책이 될 듯싶다('복지국가 시리즈'도 나오고 있군). 간략한 분량의 책이지만, 간단한 소개는 이렇다.

한국사회에서도 IMF 금융위기 이후 사회적 양극화, 고용 불안정, 가족해체 등을 배경으로 ‘복지/복지국가’ 담론이 전면에 부상했다. 노숙인과 부랑인 등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과 빈곤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저자는 이 책에서 복지국가의 정의와 기원, 발전단계, 제도와 유형, 위기와 전망까지의 총체적 역사를 특정 이념이나 정치적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객관적 입장에서, 평이한 문체로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의 기본적 전제는 ‘복지는 국가의 일방적 시혜가 아니라 국가에 대한 국민의 권리’이며, ‘정치적 민주주의는 민주국가에서 달성되지만,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는 복지국가에서 완성된다’는 것이다.



5. 경제/경영 

박원암 교수의 추천작은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부키, 2010). 이건 '뒷북'이라고 할 만한데(나도 작년에 이미 '이달의 읽을 만한 책'으로 올려놓은 바 있다), 추천자 스스로도 그런 소감을 적었다.  

평소 현 자본주의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해 온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장하준 교수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현 자본주의 시스템의 문제점을 또다시 조목조목 지적하는 저서를 출간하였다. 이 저서는 올해 8월 영국에서 영문으로 출간되었으며, 우리말 번역본이 10월 말에 출간되었다. 이 책은 잘 알려진 그의 책 <나쁜 사마리아인들>처럼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으나 지금에야 좋은 책으로 추천하고 있으니 만시지탄의 마음을 누를 길 없다. 

아마도 다른 책을 추천하기 어려웠나 보다. 그래도 최근에 나온 책으론 하일브로너의 <자본주의>(미지북스, 2010)와 볼프강 작스 등의 <반자본 발전사전>(아카이브, 2010)은 같이 읽어볼 만하지 않을까. '자본주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로 삼아도 좋겠다.   



자본주의와 '돈'은 또 긴밀하게 연결된 주제인데, 화폐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담은 이마무라 히토시의 <화폐인문학>(자음과모음, 2010)도 나로선 이달에 읽고픈 책이다. 이마무라는 믿을 만한 저자이기도 하고. 교과서 성격의 책으론 <화폐의 종말>(이른아침, 2010)도 있다. <달러>(이른아침, 2009)은 갖고 있는 책이니(아, 나도 '달러'를 갖고 있구나!) 이 참에 좀 들여다볼 수도 있겠다. 적다보니 이른 아침부터 '돈 생각' '돈 타령'이군...    

6. 과학 

장경애 동아사이언스 기획실장이 추천한 책은 에드워드 윌슨의 <바이오필리아>(사이언스북스, 2010)이다. 이미 소개한 적이 있는 책인데, 추천의 변은 이렇다.  

<개미>,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로 유명한 사회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이 20년도 훨씬 전에 쓴 이 책을 생물다양성의 해인 올해에 읽어보길 추천한다. 우리의 생명 사랑이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본능적인 성향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 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주변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자연 그 자체에 애정어린 눈길이 머물기 때문이다.

올해는 에드워드 윌슨의 <사회생물학> 개정 번역판도 출간될 예정이어서 기대가 된다. <생명의 미래>(사이언스북스, 2005)나 <생명의 다양성>(까치, 1995)도 같이 읽어볼 만한 책인데, <생명의 다양성>은 아쉽게도 품절된 책이다. 다시 출간되면 좋겠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추천한 예술분야의 책은 시오노 나나미가 아들과 나눈 영화 얘기 <로마에서 말하다>(한길사, 2010)이다. 모자간의 대화록인데, 추천자는 이렇게 적었다.  

어머니인 시오노 나나미는 역사를 비롯하여 다방면에서 광범한 지식을 가진 글쟁이이고, 아들인 안토니오 시모네는 영화에 대한 애착과 예리한 관점, 그리고 실무경험까지 두루 갖춘 전문인이다. 두 사람의 시각이 합쳐져서 영화라는 주제는 배우, 감독, 국가적 특성, B급 영화 및 옛 영화 다시보기에 이르기까지 조목조목 아주 입체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나나미의 애독자라면 그녀의 개인적인 취향도 슬그머니 들여다 볼 수 있어 금상첨화이다.

영화책을 고른다면 고다르 인터뷰집 <고다르 X 고다르>(이모션북스, 2010)이 떠오른다. 아직 구하진 않았지만 탐을 내고 있는 책. 그러고 보면 이 영화사적 인물에 대한 변변한 책이 국내에 소개돼 있지 않다는 것도 미스터리한 일이다. 실상 국내 개봉된 그의 영화가 많지 않아서일까?..  

8. 교양

탁석산 철학자의 추천 교양서는 찰스 밴 도렌의 <지식의 역사>(갈라파고스, 2010). 지극히 당연한 추천으로 보인다. 사유는 이렇다. 

때때로 사람들에게 무식하다는 인상을 주는 경우가 있을 겁니다. 남들이 아는 만큼은 알고 있어야 하는 분위기인데 자신만 모르고 있다면 교양이 없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다고 교양이 하루 아침에 쌓이지도 않기에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보입니다. 이 책은 이런 고민을 어느 정도 해소해줄 수 있어 보입니다. 우선은 읽기 쉽고 편합니다. 고대부터 현대는 물론 미래에 대한 지식까지 다루고 있는데 애를 쓰고 읽어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잘 읽힌다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수준이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꽤 깊은 내용도 나옵니다. 게다가 분야도 교양이라는 말에 어울리게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해 알려줍니다.

지난번에도 적었지만 같이 견줘볼 만한 책은 피터 왓슨의 <생각의 역사>(들녘, 2009)이다. <지식의 역사>가 헤비급이라면 <생각의 역사>는 무제한급. 읽다 보면 무슨 생각들이 그리 많았던 것인지 경탄하게 된다...  

9. 실용

손수호 논설위원이 꼽은 실용서는 이시형 박사의 <위로>(생각속의집, 2010)이다. 따로 소개가 필요없는 저자인데 부쩍 나오는 책이 많아졌다. '쏟아낸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추천자의 소개는 이렇다.  

이시형 박사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신간 서적을 쏟아낸다. 지난 7월 <세로토닌하라 : 뇌과학으로 풀어보는 인간>을 펴내더니 11월에 다시 <위로>를 출간했다. 4개월만에 두 권의 책을 내는 경이로운 에너지가 놀랍다. 최근 저자의 관심사인 세로토닌의 심리를 스스로 임상실험하고 있는 것일까. 신간 <위로> 역시 세로토닌 포엠(serotonin poem)과 세로토닌 마인드(serotonin mind)를 활용했다. 좋은 시가 전해주는 좋은 마음의 상태를 제시한다는 전제 하에 모두 49편의 시가 등장한다. 5개의 카테고리 가운데 ‘일상 속에서’가 13편으로 가장 많고, ‘연애와 결혼’ ‘가족의 울타리’ ‘직장 생활’ ‘대인 관계’ 등 나머지 주제에서 각 9편을 모았다. 그러니까 49개의 상황을 설정한 뒤 49편의 시를 들려주며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 형식이다.

 

10. 라캉 

내 맘대로 고르는 주제는 '라캉'으로 정했다. 브루스 핑크의 <라캉의 주체>(도서출판b, 2010)이 출간된 김에 쌓여 있는 책 몇 권을 읽어보자는 계산에서인데, 준비용으로 <라깡 정신분석 테크닉>(하나의학사, 2010)의 원서를 최근에 구했다. 너무 어렵지 않느냐고? 사실 브루스 핑크의 책 같은 경우는 '대중을 위한 책'으로 분류된다. 역자도 이렇게 적었다.  

"이 책이 독자 대중을 위한 책이라고 할 때, 오늘날 독자 대중들의 독서 능력이 점점 더 저하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소문과 의혹이 있다. 그것이 사실이기를 바라지는 않는다는 조건을 달면서 나는 좀더 나은 독자가 되기 위한 독자 대중의 분발을 청한다."

그러니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분발심'을 좀 발휘해볼 필요가 있다. 그래도 버거운 분들은 '시늉'이라도 해보시길. 그래서 내가 지난해 '올해의 책' 중 하나로 꼽기도 한 다리언 리더의 <모나리자 훔치기>(새물결, 2010) 같은 책이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공감할 수 있었으면 싶다...  

 

11. 01. 01.  

P.S. '1월의 읽을 만한 고전'은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으로 정했다. 이번주에 <주석 달린 허클베리 핀>(현대문학, 2010)이 출간된 게 계기인데, 그렇잖아도 트웨인의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는 형편이다. <아서 왕 궁전의 코네티컷 양키>(시공사, 2010)나 <왕자와 거지>(민음사, 2010) 등도 '세계문학전집'에 새로 편입됐다.  

 

<헉핀>의 경우엔 열린책들, 펭귄클래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 모두 포함돼 있어서 비교하며 읽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론 멜빌이나 호손의 작품을 강의할 일이 있어서 아주 오랫동안 읽지 않았던 트웨인의 작품에도 다시금 관심이 생겼다. 정확한 근거를 대긴 어렵지만, 트웨인은 러시아작가 고골과 비교해보고픈 생각이 들도록 하는데, 트웨인의 '뗏목'과 고골의 '트로이카'가 서로 대응하는 게 아닌가란 느낌 때문이다. 언젠가 이 주제에 대해서는 좀 그럴 듯한 글을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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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1-01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첫날이라고 별다를 게 없기는 저도 마찬가지인데, 따님이 입원했다니 새해 인사를 드리기가 더 머쓱해지는군요. 예전에 조카녁석이 폐렴으로 며칠 입원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른들의 걱정과 달리 무사히 퇴원해서 다시 건강하게 잘 지내더군요. 따님도 곧 씩씩한 모습으로 잘 지내리라 믿습니다... 다만 새해 첫날을 병원에서 맞았으니 따님에게 2011년은 두고두고 잊지 못하는 해가 되겠네요.

'지난해'도 아니고 '새해'도 아닌 한 달이라고 하시니 <모나리자>가 걸렸던 저 텅 빈 자리와 어울려 보이네요. '빈달' 동안 그럼 <모나리자 훔치기>를 읽으며 보내야겠군요. 아무튼 하루빨리 댁이 활기를 찾기를 바라며 새해 인사는 그때까지 잠깐 미루겠습니다...


로쟈 2011-01-01 15:49   좋아요 0 | URL
중간에 약간 고생했지만 오늘 퇴원했습니다. 덕분에 부랴부랴 집안 청소하고 있습니다.^^; 후와님도 새해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길.^^

anathema 2011-01-01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의 역사 1의 번역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군요.

로쟈 2011-01-02 11:01   좋아요 0 | URL
1000쪽이 넘는 책에 흠이 없다면 이상하겠죠. 결정적인 흠인지는 적시해주시면 읽어보겠습니다...

2011-01-01 1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2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twoshot 2011-01-01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올해도 건강하시고 새해 복많이 받으시길...
그러고보면 매번 새해 인사만 드리는 것 같네요.^^
지난해도 로쟈님 덕분에 풍요로운 한해였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로쟈 2011-01-02 11:0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일년에 한번 뵙네요.^^

카스피 2011-01-02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첫날부터 좋은 책을 소개해 주시네요.로쟈님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로쟈 2011-01-02 11:03   좋아요 0 | URL
네, 카스피님도 복 많이 받으시길...

poptrash 2011-01-03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엔 새책들을 보면 마음이 설레는 게 아니라 도리어 무거워지니 어쩐 일일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로쟈 2011-01-04 19:56   좋아요 0 | URL
요즘에 부쩍 새책이 나오는 건 아닌데요.^^

네모선장 2011-01-04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한 해도 이곳에서 좋은 정보들 많이 받아갔습니다.
건강 유념하세요. 많은 사람들이 선생님의 이곳에서 알고 배우고 갑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근데 생각의 역사 번역에 오류가 많은가요? 소장하여 읽고 싶은데요...

로쟈 2011-01-04 19:56   좋아요 0 | URL
번역 오류에 대해선 누가 지적한 내용이 없어서 아직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과 거기 적힌 일정을 보며 올해의 마지막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기로 한다. 오전에 연재 원고를 쓰는 틈틈이 분야별로 몇 권씩 골라볼 참인데, 간행물윤리위원의 추천도서 목록을 보니 절반은 이미 언급한 적이 있는 책이다. 좀 예외적이다 싶은 문학부터 골라본다.    

 

1. 문학 

정과리 교수가 추천한 책은 홋타 요시에의 <고야>(한길사, 2010)다. 이미 한번 나왔던 책인데, 그래도 의의가 없지 않다고 말한다. 그 이유에 대해선 이렇게 설명한다.  

"이 책은 1974년에서 77년 사이에 일본에서 출간되었다. 한국에는 1998년 처음 번역되었고, 이번에 개정판이 나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무척 낡은 책이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우리는 세계의 격변에 대해 그의 지척에서 세계와 같은 규모로 성찰하는 작품을 거의 만들지 못했다. 최인훈과 이청준의 몇몇 소설들, 그리고 지금은 독자의 기억에서 잊혀져가고 있으나 홍성원의 어떤 작품들이 그러했을 뿐이다. 게다가 우리는 그런 성찰을 한국 바깥을 대상으로 시도한 작품을 한 권도 갖고 있지 못하다. 이 책이 35년 전에 보여준 세계는 한국 작가들의 전인미답의 세계다. 이 낡은 책은 아직도 한국에 도래하지 않았다. 이 책을 소개하는 소이다." 

 

<고야>는 구해놓지 못했었지만(이번에 다시 나왔으니 다행인 셈이고), 그의 <몽테뉴>는 몇년 전에 구해놓았다. 어디선가 작가의 명성을 접하고 한권씩 구입한 듯하다. 음, 하지만, 어디에 두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구나...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추천한 역사분야의 책은 <누가 베이컨을 식탁으로 가져왔을까>(알마, 2010). 한번 소개한 책이기도 하다. 다시 소개를 덧붙이자면, "제목을 퀴즈처럼 제시한 이 책은 선사시대 여자의 역할을 복원한 책이다.(...) 엄마와 자식으로 이루어진 짝은 인간은 물론 모든 영장류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단위라는 점에서 언어의 발명도 여자일 것이며, 더 나아가 농업의 발명도 여자들이 했을 것이라는 추론을 실제 고고학 자료를 통해 전개한다. 여성이 인류의 등장과 진화에 남성보다 훨씬 중요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분명하다는 점에서, 이 책은 균형 잡힌 선사시대를 복원하고 있다." 여성의 역사를 다룬 책으로 내가 같이 꼽았던 건 로잘린드 마일스의 <최후의 만찬은 누가 차렸을까?>(동녘, 2005)였다.    

3. 철학 

김형철 교수가 추천한 철학분야의 책은 마이클 샌델의 <왜 도덕인가?>(한국경제신문, 2010). 이 역시 한번 언급한 적이 있는 책인데, 하기에 샌델에 대해서는 더 보탤 말도 없다. '도덕철학'을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공공철학' 내지 '정치철학'을 말하는 책이라는 것 정도. 그의 주장은 이렇게 요약될 수 있다고. 

샌델은 세 가지 주장을 확실하게 펼친다. 첫째, 정의로운 사회에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가장 소중하거나 유일한 가치는 아니다. 모든 사회는 평등과 공동선에 대하여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둘째, 공정한 자원배분이 시장에서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 매매할 자원과 재능을 결여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셋째, 도덕적 가치에 대하여 무관심한 정치인은 정권을 담당할 자격도 없고, 기회도 갖지 못한다. 도덕적 가치에 대한 강조는 이상정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현실정치에서의 파워를 추구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 책에서 샌델은 풍부한 현실정치에서의 사례와 근거를 통해서 자신의 정치철학적 입장을 우리에게 펼쳐보인다.

샌델의 책은 내년에도 몇권 더 출간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내가 기대하는 것은 데뷔작인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와 더불어 대표작 <민주주의의 불만>이다.   

4. 정치/사회 

강정인 교수가 고른 정치/사회분야의 책은 대니얼 골든의 <왜 학벌은 세습되는가?>(동아일보사, 2010)이다. 가장 간단하게 말하면 미국식 입학사정관제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비판하는 책이다(그래서 출판사를 한번 더 확인하게 되는 책이다). 추천자의 소개는 이렇다.  

이 책은 퓰리처상을 수상한 바 있는 저자가 미국의 명문대 입학이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와 특전을 대물림하는 제도로 종종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예리하게 파헤친 걸작이다. 저자는 전문적인 탐사보도의 형식으로 듀크대, 브라운대, 하버드대 등 미국의 명문대학들이 편법적인 특혜입학을 통해 주로 소수의 백인 특권계층의 자녀들을 입학시키고 있는 관행을 폭로하고 있다. 그러한 관행으로 거액기부자, 유명인사, 동문 및 교수 자녀들의 특혜입학 또는 기부입학제나 체육 특기생 제도를 통한 특혜입학을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관행의 결과 제2의 유대인이라 할 수 있는 우수한 아시아계에게 가장 엄격한 입학 기준이 적용되는 역차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도 밝히고 있다. 저자는 이처럼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입학사정관제를 개선할 것을 제안한다.

이럴 땐 듀이의 <민주주의와 교육>을 정독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미국식 교육의 이념이 본디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우리 교육의 이념은 무엇인가? '글로벌 인재' 양성?..  

5. 경제/경영 

박원함 교수가 추천한 경제/경영분야의 책은 스티글리츠의 <끝나지 않은 추락>(21세기북스, 2010)이다. 이미 지난달에도 '이달의 읽을 만한 책'으로 장하준 교수의 책과 함께 꼽아놓았으니 나로선 덧붙일 말이 없다. 추천자에 따르면 저자는 "이 책에서 신고전파 경제학을 신랄하게 공격하며 시장과 정부에 대해 균형된 시각을 가지는 케인스 경제학을 지지한다. 아울러 이번 위기로 정책과 사상도 변화되어야 한다고 촉구한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스티글리츠 보고서>(동녘, 2010)과 같이 읽어봄직하다.   

6. 과학 

장경애 과학동아 실장이 추천한 책은 그레고리 코크란의 <1만년의 폭발>(글항아리, 2010이다. 진화론 책을 좀 읽어본 독자라면 제목부터가 약간 '도전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1만 5천 년 전에 늑대에서 가축화된 개는 치와와와 그레이트 데인처럼 형태와 크기가 다양하다. 이러한 개는 사람의 목소리와 몸짓을 잘 읽어낸다. 물론 늑대는 그렇지 못하다. 저자는 개들이 지난 200년 동안 상당한 변화를 겪었으며 이러한 개의 진화가 문명의 테두리에서 일어난 사실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지난 1만 년만 놓고 보면 인류의 진화가 지난 600만년 평균보다 약 100배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문화를 발달시킨 덕분에 진화의 원동력인 자연선택의 압력에서 벗어났으며 그 때문에 인류에게 더 이상 의미 있는 진화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진화생물학자들의 생각과는 사뭇 다른 논의다.

'사뭇 다른 논의'에 흥미를 가져볼 수 있겠다. 진화론 관련서로는 <진화의 탄생>(바다출판사, 2010)과 <진화의 무지개>(뿌리와이파리, 2010)도 같이 묶어볼 수 있다. 모두 구해놓은 책이긴 한데, 읽을 여가가 없는 게 유감스럽다(누군들 서평만 읽고 싶겠는가?)...    

7. 예술 

이은주 교수가 추천한 책은 사진쪽이다. 최현주의 <사진의 극과 극>(학고재, 2010). '사진 읽기' 책이니 사진이 없는 설명은 별 효과가 없겠다. 저명한 사진작가들의 사진론을 담은 책으론 최민식의 <다큐멘터리 사진을 말하다>(하다, 2010), 강운구의 <강운구 사진론>(열화당, 2010)도 같이 꼽아봄직하다. 사진 책 독자라면.    

8. 교양 

철학자 탁석산이 추천하는 교양서는 이정원의 <전을 범하다>(웅진지식하우스, 2010). "‘서늘하고 매혹적인 우리 고전 다시 읽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제목에 충실하다. 요즘 바람이 일기 시작한 우리 고전 다시 읽기라는 것도 맞고 내용이 서늘하고 매혹적인 것도 맞다. 고전을 읽어내는 깊이가 그 시대의 인문학적 깊이의 척도라고 생각한다면 이 책은 꽤 괜찮은 책이다."이라는 게 추천 이유다. 많이 읽히는 듯한 책이므로 군말은 덧붙이지 않는다. 내친 김에 <장화홍련전> 같은 고전도 다시 읽어볼 수 있겠다. 대부분 초등학생 시절에나 읽어보았을 테니 감회가 없지 않겠다...  

9. 실용 

손수호 논설위원이 추천한 실용서는 김정후의 <유럽의 발견>(현암사, 2010)이다. "유럽의 건축에 담긴 역사와 문화, 사회상을 깊이 있게 서술하고 있다."는 것이 간단한 추천사다. '유럽의 발견'이라고 하니까 엠마뉘엘 토드의 <유렵의 발견>(까치, 1997)이나 볼프강 슈말레의 <유럽의 재발견>(을유문화사, 2006)도 떠오른다. 박용진의 <중세 유럽은 암흑시대였는가?>(민음인, 2010) 같은 책도 청소년 교양서 컨셉이지만 유럽을 다시 보는 데 도움을 줄 만하다.   

10. 세속화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의 <셰속화 예찬>(난장, 2010)이 출간되었기에 떠올린 나대로의 주제는 '세속화'다. 짧은 견문으론 신학자 하비 콕스와 철학자 찰스 테일러 등을 이 주제와 관련한 저자로 꼽게 되는데(아직 번역되지 않은 테일러의 주저가 세속화를 다루고 있다), 각각 <세속도시>(문예출판사, 2010)와 <세속화와 현대문명>(철학과현실사, 2003)에서 기본적인 사상을 간취해볼 수 있을 듯하다. 물론 아감벤은 아감벤의 다른 책들과 같이 묶어서 읽어도 좋겠다...  

10. 11. 30.  

P.S. '12월의 읽을 만한 고전'으론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고른다(<롤리타>가 식상한 분은 <사형장으로의 초대>를 읽으셔도 좋겠다). 개인적으론 20세기 러시아문학을 강의하면서 마지막으로 읽을 작품이기도 하다(영어로 먼저 쓴 작품이지만 나보코프는 직접 러시아어로도 옮겨놓았다). 내게 <롤리타>는 무엇보다도 돌이킬 수 없는 시간에 대한 향수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읽힌다. 어린시절은 진작에 놓쳤지만, 이제 2010년과도 조만간 우리는 작별할 것이다. 한번 흘러가버린 시간의 강물에 우리는 두 번 발을 담그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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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1-30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경화면이 러시아적으로 바뀌었네요! // <롤리타>는 러시아 태생 작가가 미국을 배경으로 써서 많이 이색적, 현대적으로 다가왔던 책입니다. 님프같은 의붓딸에 대한 집착(사랑?). Lolita, Lolita, Lolita... 로쟈님의 "돌이킬 수 없는 시간에 대한 향수", 마음에 드는 표현입니다.

로쟈 2010-12-01 06:45   좋아요 0 | URL
나보코프에게 미국은 별로 의미가 없었던 듯해요. 롤리타로 돈이 생기자 바로 떠나니까요...
 

'11월의 읽을 만한 책'을 바쁘게 골라놓는다. 창밖으론 햇빛이 눈부신 날이지만, 곧 을씨년스러운 날씨가 시작될지도 모른다. 겨울을 준비하는 독서라는 게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11월엔 왠지 그런 책들도 읽어줘야 할 듯싶다. 달력이 빼곡한 걸로 봐서는 무얼 읽을 시간은커녕 '느낄' 시간도 없이 또 한달이 지나갈 것 같지만... 

 

1. 문학 

정과리 교수가 고른 책은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한겨레출판, 2010)이다. 별다른 소개가 필요하지 않은 책인데, 추천자의 평은 이렇다. "통상적인 에세이가 세계에 대한 솔직한 느낌과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세계와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다면 오웰의 에세이는 그대로 산 체험이다. 그리고 매순간 세계와 씨름하는 가운데 현장에서 솟아나는 생각들을 싸움의 기운을 그대로 담아 뿜어낸다." 생각난 김에 '왜 쓰는가'에 초점을 맞춰 제임스 미치너의 <작가는 왜 쓰는가>(예담, 2008)와 폴 오스터의 <왜 쓰는가?>(열린책들, 2005)도 같이 곁들일 수 있겠다. 적고 보니 모두 영어권 작가들이군.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추천한 책은 김호동의 <몽골제국과 세계사의 탄생>(돌베개, 2010)이다. 저자는 중앙아시아사 전문가로 책은 한국연구재단에서 주최한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강좌'의 강연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이 주제에 관한 더없이 요긴한 입문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저자의 전작 가운데 <동방 기독교와 동서문명>(까치, 2002), 그리고 오카다 히데히로의 <세계사의 탄생>(황금가지, 2002)을 같이 읽어볼 만한 책으로 꼽아본다. 오카다의 책은 몇달 전에 구해놓고 아직 손에 들지 못했는데, 어디에 두었나 찾아봐야겠다.  

3. 철학 

김형철 교수가 고른 철학분야의 책은 <철학 개그 콘서트>(럭스미디어, 2010)이다. "하버드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두 저자가 쓴 책. 철학이 이렇게 웃겨도 되는 것인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읽는 내내 유쾌하고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라고 소개되는 책이다. "철학은 그저 딱딱하고 골치 아프고 이해할 수 없는 논의만을 전개하는 학문으로 오인하는 경우들이 있다. 일반인들의 철학에 대한 무지라고만 말하기에는 전문 철학자들의 잘못도 크다."는 추천자의 문제의식이 선정에 작용한 듯하다. 정말 '개그 콘서트' 수준에까지 도달하고 있는지는 읽어봐야 알겠다(나처럼 '개그 콘서트'를 별로 볼일이 없는 독자는 '감'이 없긴 하지만). 그런 대중성에 대한 고려라면 이동희의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철학이야기>(휴머니스트, 2010) 두 권도 견줘봄직하다.   

4. 정치/사회 

강정인 교수가 추천한 책은 <10대의 섹스, 유쾌한 섹슈얼리티>(동녘, 2010)이다. 소개는 이렇다. 

"이 책은 ‘10대와 어른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섹슈얼리티를 매개로 전개되는 맥락들―예를 들어, 10대의 외모중심주의(성형), 임신, 티켓다방, 성매매 등―을 살피면서, 10대 여성들과 소통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일반 매체에서는, 좀더 정직하게 말해 우리 어른들은, 이러한 맥락을 ’문제(비행)‘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지만, 이 책은 ’그들이 서 있는 위치에서 그들과 만나라‘는 ’문화‘적 접근을 강조한다. 이 점에서 충격적이고 신선하다."  

요즘 자주 청소년의 성이 사회적 이슈나 문제로 불거지는 걸 보면, '10대의 섹스'가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공론장의 주제가 될지 모르겠다. 첫발을 떼는 책으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참고로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엮어낸 <섹슈얼리티 강의>는 두 권이 나와 있다.    

5. 경제/경영 

박원암 교수가 고른 책은 이충현의 <그리노믹스>(시아출판사, 2010)이다. 책소개를 보니 내겐 또 다른 의미의 '전문서'다.  

’그리노믹스’? 책 제목만 봐서는 환경문제를 경제학으로 풀어보려는 서적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유통업체 내 그린경영의 실상과 비전을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 이충현은 국내 굴지의 유통업체인 홈플러스에서 친환경에너지팀 실무를 맡고 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실무자로서 그린경영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기에는 능력부족이었다고 자평하고 있으나 오히려 실무자가 아니면 느끼기 어려운 세계적 유통업체들의 급속한 그린경영 추세와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그린경영 선도기업의 노력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있다.

교양서로 11월에 읽을 만한 경제서는 단연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부키, 2010)일 것이다. 거기에 스티글리츠의 <끝나지 않은 추락>(21세기북스, 2010)까지 얹으면 한달치 경제교양으로선 충분하겠다.  

6. 과학    

장경애 과학동아 기획실장이 고른 책은 수딥타 바단 퀘렌의 <제인 구달>(나무처럼, 2010)이다. 이미 구달에 관해선 여러 평전이 나와 있어서 희소성이 있는 건 아니다. 분량으로 보아 청소년용으로 널리 읽힘직하다. 데일 피터슨의 <제인 구달 평전>(지호, 2010)을 고려해본다면 그렇다. <희망의 자연>(사이언스북스, 2010)도 최근에 나온 구달 관련서이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고른 예술분야의 책은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1>(눌와, 2010). 김원룡, 안휘준 교수의 <한국미술사>(서울대출판부, 1997) 외 한국미술 통사는 몇 권 돼 보이지 않는데, 유홍준판 한국미술사가 완간되면 장관이지 않을까 싶다. 첫권에서 다루는 시기를 고려하면 강우방의 <한국미술의 탄생>(솔출판사, 2007)과 견주어봐도 좋겠다. 나로선 대학 2학년때쯤인가 <한국 고미술의 이해> 같은 문고본 책을 읽은 게 전부인데, 그사이에 어떤 연구 성과들이 더 축적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8. 교양 

철학자 탁석산이 고른 교양서는 노엘 보탐의 <쓸모없지만 유쾌한 지식의 발견>(돋을새김, 2010). 쓸모없지만 유쾌한 지식이란 어떤 것인가? 추천의 빌미가 된 맛보기 한 대목. 

이 책은 제목에 아주 충실하다. 정말 쓸모없는 지식들을 모았다. 특히 명사들의 별의별 말들이 재미있는데, 몇 가지 사례를 보자. 뉴욕시의 운전면허시험 객관적 문제 중에는 ‘어떤 장소에 설치된 주차 금지 표지는 무슨 뜻인가?’라는 문제도 있으며, 한 스포츠 해설가는 ‘이상하게도, 슬로우 모션으로 다시 돌려보면 공이 공중에 더 오래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고 하며, 전 미국 부통령 앨 고어는 ‘내가 인터넷을 발명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게다가 전 프랑스 대통령 샤를 드 골은 ‘중국은 많은 중국인이 살고 있는 커다란 나라입니다.’고 말했다고 하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물론 다른 것들도 많이 있다. ‘1687년 이전에 만들어진 시계에는 시침만 있었다.’든가 ‘부족 시대의 사람들은 쓸모없는 구성원을 없애고 싶을 때, 그들을 죽이는 대신 집을 불태워 떠나도록 강요했다. 이런 풍습으로부터 to get fired(해고당하다)라는 표현이 생겼다.’고 한다. 정말 쓸모없어 보인다. 하지만 읽으면 유쾌해진다.

그런 관점에서 고르자면, 요네하라 마리의 <팬티 인문학>(마음산책, 2010)도 후보감이다. '속옷의 문화사'는 나름 쓸모가 있는 것인가? 그리고 바나나. 요시모토 바나나 말고, '세계를 바꾼 과일의 운명'을 다룬 댄 쾨펠의 <바나나>(이마고, 2010)다. 저자가 "3년 동안 온두라스, 에콰도르, 중국, 벨기에 등 전 세계 바나나 농장과 바나나 연구소들을 찾아다니며 자신도 미처 몰랐던 바나나에 얽힌 놀라운 이야기들을 여기 빼곡히 담았다."고 하며, "바나나의 기원과 신화, 역사와 지리, 정치와 경제 그리고 문화와 과학이 맛있게 결합되어 있다"는 책이다. 쓸모없는 책은 아니겠지만 저자의 발상 자제는 사뭇 의외이고 유쾌하다.    

9. 실용 

손수호 논설위원이 고른 실용서는 지현곤의 <달달한 인생>(생각의나무, 2010). '장애인 카투니스트'인 저자의 인생역정이 눈에 띄는 책.  

지현곤 씨는 우리 시대의 마이너리티다. 도시는 그를 밀어냈다. 척추결핵의 후유증으로 골방에서 엎드려 생활한다. 학교라고는 초등학교 1학년이 전부다. 한글도 독학으로 배웠다. 그러나 그는 신체장애를 이기고 카툰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데 성공했다. 독학으로 익힌 카툰은 대전국제만화영상전 대상(1994), 국제서울만화전 대상(1995)을 받았고 2008년에는 뉴욕 아트게이트 갤러리 초대전을 열었다. 중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이 책은 장애인 카투니스트의 작가론이자 작품론이다.

10. 구조주의 

나대로 고른 주제는 '구조주의'다. 최근에 우치다 타츠루의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갈라파고스, 2010)를 읽으면서 다시 관심을 갖게 된 주제. 예전에 절반을 읽은 프랑수아 도스의 <구조주의의 역사>(동문선)도 마저 읽어볼 참이다. 조금 무게 있는 책을 원하는 독자라면 김형효 교수의 <구조주의 사유체계와 사상>(인간사랑)을 손에 들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론 재미철학자 승계호 교수의 <구조주의와 해석학>(전남대출판부, 2010)이 번역된 걸 뒤늦게 알고서 어제 구입했다(나는 승계호 교수의 책을 대부분 갖고 있다). 흥미로운 독서가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10. 10. 30.  

P.S. '11월의 읽을 만한 고전'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열린책들)이다. 개인적으론 강의도 예정돼 있어서 한번 더 자세히 읽어봐야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참고로, 폴란드의 안제이 바이다 감독의 <악령>(1987)은 유튜브에서 감상해볼 수 있다(바이다는 <악령>을 무대에도 올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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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내 2010-10-30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장하준 교수 책이 나왔군요..

로쟈 2010-10-31 00:15   좋아요 0 | URL
곧 베스트셀러가 될 거 같아요.

빵가게재습격 2010-10-30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서점에서 <철학 개그 콘서트>를 호기심을 가지고 읽어 보았는데요. 으음...썰렁하더군요...제 유머 밑천이란게 보잘 것 없어서, 일반화시키기는 무리입니다만...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는 두어 장 읽어보고 앞뒤가리지 않고 구입했습니다. 집사람도 무척 재미있다고 하더군요. 페이퍼 즐겁게 읽고, 두서없이 댓글 남깁니다.^^

로쟈 2010-10-31 00:16   좋아요 0 | URL
저도 재밌게 읽고 간단한 서평도 썼습니다.^^

2010-10-31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31 1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꾸때리다 2010-11-01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에 뜨고 있는 스티글리츠나 장하준을 보면서 문뜩 드는 생각이... 얼마전까지만 해도 조선일보는 열심히 신자유주의 대세론을 선전하던 집단이었는데 어느새인가 천연덕스레 스티글리츠의 글을 올리더군요. 자기 반성이 있는 집단인지 모르겠고. 또 한편으로는 조선일보 사람들 눈에는 스티글리츠 정도는 용납할 수 있는 경제학자로 보이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고...

로쟈 2010-11-02 08:10   좋아요 0 | URL
MB의 공정사회론도 마찬가지죠. 다른 한편으론 '저지선'이 좀더 왼쪽으로 간다는 의미도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