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고 나이를 더 먹는 일에 아무런 '비장함'을 느끼지 못하니 중년은 중년인가 보다. '기획독서'(최재천 교수의 표현)로 독서실에서 문화인류학 책을 몇권 들춰보고 돌아와 얼마남지 않은 올해의 마지막 시간을 '1월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르는 데 선용하기로 한다. 파일손상으로 윈도가 많이 불안정한 상태라서 올해 안으로 끝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여하튼 해오던 일이니 거르지 않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

 

 

1. 문학

 

김미현 교수가 추천한 책은 이문열의 <리투아니아 여인>(민음사, 2011)이다. "디아스포라소설이나 연애소설뿐만 아니라 예술가소설"로서 "1인 망명 정부로서 예술 그 자체가 모국어인 문화적 노마드들에게 바쳐지는 선언이자 헌사"라는 평이다. 작가의 명망에 기댄다면 신경숙의 소설집 <모르는 여인들>(문학동네, 2011)도 독서목록에 올려놓음직하다('여인'이나 '여인들'이나). 작가의 산문집 <아름다운 그늘>(문학동네, 2011)도 오랜만에 다시 출간됐다.

 

 

마이리스트로도 만들어놓았지만 알바니아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의 소설들도 읽어봄직하다. 데뷔작인 <죽은 군대의 장군>(문학동네, 2011)이 다시 번역돼 나온 게 다시 눈길을 주는 이유다.

 

 

다시 번역돼 나온 걸로 치면 전집판으로 새로 번역된 쿤데라의 <웃음과 망각의 책>(민음사, 2011)과 <삶은 다른 곳에>(민음사, 2011)도 빼놓을 수 없겠다. <웃음과 망각의 책>은 문학사상사판과, <삶은 다른 곳에>는 까치판 <생은 다른 곳에>와 비교해서 읽을 수도 있다. 1월은 첫달이니까 좀 풍족하게 읽어두기로 하자...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추천한 역사서는 이순구의 <조선의 가족, 천개의 표정>(다산북스, 2011)이다. "이 책은 17세기 사회변화의 전후시기의 가족 모습을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보여주고 있다. 처가살이, 처가와 외가의 위력, 집안의 중심이 되는 여자와 가족들의 이야기가 17세기 전후로 어떻게 변모하는지를 역사에세이 형태로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역사성을 갖고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같은 조선사를 다룬 책으로 조선시대 형벌에 관한 심재우의 <네 죄를 고하여라>(산처럼, 2011)도 읽어봄직하다. 학술적인 책으로는 <조선후기 국가권력과 범죄 통제>(태학사, 2009)도 나와 있다.

 

 

 

3. 철학

 

김형철 교수가 추천한 철학서는 이수영의 <명랑철학>(동녘, 2011)이다. 니체 철학 입문서이자 소개서. 내친 김에 니체의 책도 읽고자 한다면, 책세상 전집도 나와 있는 상태이지만 새로 번역된 <도덕의 계보학>(연암서가, 2011)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한길사, 2011)를 권하고 싶다. 다시 읽어도 좋은 책이 고전이라면, 또한 다시 번역돼도 좋은 책이 고전이다.

 

  

 

4. 정치/사회

 

마인섭 교수가 고른 책은 정재호 편, <중국을 고민하다>(삼성경제연구소, 2011)이다. 초강대국 중국과 어떻게 하면 잘 지낼 수 있을까에 대해서 중국 전문학자들이 해법을 제시한 책이라고. 중국이 우리에게만 고민인 것은 아니어서 미국과 유럽에서 바라보는 중국도 매번 참고할 만하다. 조나단 와츠의 <중국 없는 세계>(랜덤하우스코리아, 2011)와 스테판 할퍼의 <베이징 컨센서스>(21세기북스, 2011)이 그런 류의 책들이다. 

 

 

 

5. 경제/경영

 

박원암 교수가 추천한 경제서는 브랑코 밀라노비치의 <가진 자, 가지지 못한 자>(파이카, 2011)이다. 제목 그대로 "이 책은 글로벌 불균형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따라서 한 나라의 소득 불균등에만 관심을 두지 않고 국가 간 및 전 세계적 소득불균등에 관심을 두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점점 더 격화되고 있는 부의 불균형과 소득 격차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시사를 얻을 수 있을 듯싶다. 전에 언급한 책들이지만 마이크 데이비스의 <자본주의, 그들만의 파라다이스>(아카이브, 2011)와 이정우 교수의 <불평등의 경제학>(후마니타스, 2011)도 이 주제를 다루고 있다.

 

 

6. 과학

 

김응서 위원이 추천한 과학서는 박성래 교수의 <인물과학사1: 한국의 과학자들>(책과함께, 2011)이다(2편은 <세계의 과학자들>). "평생 과학사를 연구해온 과학사학자가 천문학, 역법과 지리학, 의학, 기술과 발명, 농학과 동물학, 수학, 과학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한국의 과학기술자를 발굴하여 책에 담았다." 저자의 책으론 <한국 과학사상사>(유스북, 2005)도 기억해둠직하다.

 

 

더불어 꼽자면,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에코리브르, 2011)이 50주년 기념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이 환경학 고전을 아직 소장하지 않고 있는 분들은 이 참에 장만해두시길...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추천한 예술서는 박현정, 최재혁의 <아트, 도쿄>(북하우스, 2011)다. 예술서이면서 동시에 여행서. "캔 커피 또는 캔 맥주 하나 사들고 일본인들 사이에 파묻혀 두리번거리는 기분으로 도쿄를 탐색해 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라고 추천한다. 아직은 일본 여행에 자신 있게 나설 사람이 많지는 않을 테지만 요긴한 책으로 기억해둠직하다. 내친 김에 일본미술에 관한 책을 검색해보니 <에도시대의 일본미술>(예경, 2004), <일본의 실험미술>(시공사, 2001) 등이 눈에 띈다. 묵직한 책은 아직 소개되지 않은 듯싶다.

 

 

8. 교양

 

내가 고른 교양분야의 책은 김성홍의 <길모퉁이 건축>(현암사, 2011)이다. 중간건축에 대한 저자의 문제의식이 좀더 확산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 건축의 미래는 중간건축에 발을 담그고, 관찰하고, 해석하는 학자와 여기에 실험을 모색하는 건축가들이 얼마나 다양한 모습으로 포진하는가에 달려 있다." 중간건축에 대한 고민과 대비해서 읽어볼 만한 책은 데얀 수딕의 <거대건축이라는 욕망>(작가정신, 2011)이다. 이젠 '건설한국'이라는 신화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필요한 건축문화를 고민할 때이다. 너무 늦지 않았다면...

 

 

9. 실용

 

손수호 위원이 고른 실용서는 박종만의 <닥터만의 커피로드>(문학동네, 2011)다. 전국에 있는 커피전문점 수가 1만개를 넘어섰다고 하고 '커피공화국'이란 말도 나온다. "이 책의 전편 격인 『커피기행』이 커피의 발견지인 아프리카를 다뤘다면 이번에는 아랍과 유럽을 돌았다." 여행서를 겸한 커피문화 탐방기로 보인다. 또 다른 커피전문가 이윤선의 <테라로사 커피로드>(북하우스엔, 2011)도 비슷하게 나온 책이다.

 

 

10. 통섭의 식탁

 

오늘 배송받은 책의 하나는 최재천 교수의 <통섭의 식탁>(명진출판, 2011)이다. <과학자의 서재>(명진출판, 2011)의 속편 격으로 '책벌(冊閥)'을 자임하는 저자의 서평집이다. 여러 분야의 책들이 망라돼 있지만 그래도 역시 주종은 과학서이고, 저자가 식탁에 올려놓은 요리들을 음미해보기 위해서 고른 책이다(물론 서평은 '맛보기'만을 제공한다). 우선은 '세프' 추천메뉴에 오른 <요리본능>(사이언스북스, 2011)이 새해에 제일 먼저 읽을 책이다. 손 가까이에 있어서이긴 하지만... 그렇게 또 한해가 시작되는군...

 

11. 12. 31.

 

 

P.S. '1월의 읽을 만한 고전'은 플라톤의 <향연>으로 정했다. 번역도 많이 나와 있고, 해설서도 몇권 된다. 분량이 얼마 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뭔가 '잔치' 분위기로 새해를 시작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음주 일정을 체크하다가 2011년의 마지막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꼽아놓는다. 어느새 1월의 일정도 잡히고 있는 걸 보면, 어김없이 또 한해가 가는 모양이다. 하긴 내심으론 2012년도 얼른 건너뛰면 좋을 법하다(어김없이 내년 12월도 우리에게 도달할 것이다!). 그렇게 쏜살같이 늙어간다고 생각하면 약간의 아쉬움도 없진 않지만...  

 

 

1. 문학 

김미현 교수가 고른 문학서는 김훈의 <흑산>(학고재, 2011)이다. 이건 뭐 더 설명이 필요하지 않는 작품이다. 그래도 옮기자면 "<흑산>은 우리의 기대를 두 번 배반하는 소설이다. 좀 더 유명한 정약용이라는 인물이 아니라 그의 형 정약전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라는 점과, 주인공인 정약전조차도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정약전이 사학죄인(邪學罪人) 즉 천주교도였기에 흑산으로 유배를 가서 <자산어보>를 쓰기까지의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지만, 이 소설은 종교인 이야기도 아니고, 유학자 이야기도 아니다. 그냥 연약하고 누추한, 정약전 주변 인물들 모두의 삶과 고통에 대한 이야기다." 진작에 사두었지만 사실 아직 읽진 못했으니 이달에 시간을 내볼 수도 있겠다. 작가가 참고한 책들에서 이태원의 <현산어보를 찾아서1-5>(청어람미디어)까지도 다 구해놓은 참이다. 시간만 준비되면 되겠다!   

'전집'으로 가장 반가운 책은 전체 15권 가운데 1차분으로 다섯 권이 나온 <밀란 쿤데라 전집>(민음사)인데, 알라딘에는 아직 이미지가 뜨지 않는다. 다시 번역된 몇몇 작품들과 함께 새로운 에세이집 <어느 만남>이 가장 기대가 된다.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고른 역사서는 김영철의 <영어, 조선을 깨우다>(일리, 2011)이다. 영어 수용사를 다룬 책인데, "이 책은 영어가 조선에 처음 들어온 이후, 구한말과 일제시기를 거치면서 나타난 다양한 관련 사례를 통해 한국 근현대의 풍경과 역사상을 제시한다.(...) 조선의 영어 도입과 관련해서는 교육사 차원에서 몇 편의 논문이 이미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최근 디지털 DB로 구축된 원전 자료들을 검색한 후 한국 근현대논문을 참고하여, ‘영어’라는 키워드로 두 권의 한국 근대 풍경을 재현하였다." 영어에 대한 한국인의 복잡한(때론 착잡한) 정서가 새겨진 풍경이기도 할 듯싶다. 한창 영어 공용어론이 문제될 때 나온 <영어, 내 마음의 식민지>(당대, 2007)도 나란히 읽어봄직하다.  

 

역사분야의 책으론 이성무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의 <선비 평전>(글항아리, 2011)도 최근에 구한 책이다. 조선사도 읽어볼까 하는 마음에 몇달 전 아주 두툼한 <이성무의 조선왕조사>(수막새, 2011)을 구한 적이 있어서 같은 저자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조선조 선비에 관한 이야기로는 백승종의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푸른역사, 2011)이 평판이 좋은 책이다.    

3. 철학   

김형철 교수가 고른 철학서는 앤드루 커노한의 <종교의 바깥에서 의미를 찾다>(필로소픽, 2011)이다. "삶이 종말을 고하게 되어 있다는 사실도 우리의 삶을 무의미하게 만들지 못한다. ‘신이 없는 세상이 반드시 허무할 필요가 있는가?’ 이 질문의 포스를 느껴보는 경험을 권한다"고 추천자는 적었다. 책은 같은 출판사에서 나오는 '인생의 의미' 시리즈의 하나인데, <빅 퀘스천>(필로소픽, 2011)이 첫 권이었다. 공역자의 한 사람인 이윤의 <굿바이 카뮈>가 근간 예정으로 다섯번째 책이 되는 듯싶다.   

 

요즘 눈에 띄는 경향은 철학자들의 시읽기인데, 강신주의 <철학적 시읽기> 시리즈에 이어서 베스트셀러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웅진지식하우스, 2006)의 저자 김용규의 <철학카페에서 시읽기>(웅진지식하우스, 2011)도 이달의 읽을 만한 책으로 꼽아본다. 한층 여유롭고 능숙해진 저자의 말솜씨 덕에 '철학카페에서 시읽기'라기보다는 '철학레스토랑에서 시 요리하기'로 읽힌다.   

4. 정치/사회 

마인섭 교수의 추천서는 캐스 R. 선스타인의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프리뷰, 2011)이다. 집단극단화 혹은 집단사고의 문제를 다룬 책으로" 저자는 이 상식에 어긋나는 듯하면서도 흔히 우리가 경험하는 극단화의 현상을 명쾌하고 쉽게 설명해준다. 저자의 주장과 설명은 단순한 짐작과 추상이 아니라 많은 관련된 이론, 연구논문과 실험 그리고 사례분석으로 매우 흥미롭게 전개되었다." 베스트셀러 <넛지>(리더스북, 2009)의 공저자이기도 한 선스타인의 책으론 <루머>(프리뷰, 2009)와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후마니타스, 2009)도 소개돼 있다.   

 

극단으로 치자면 벤츠 검사까지 등장한 대한민국 검찰도 한 극단을 보여주는 듯싶은데, 검찰을 생각하는 책 몇 권도 연말 독서목록에 올려놓음직하다. 최근에 나온 책으로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오월의봄, 2011), 황창화의 <피고인 한명숙과 대한민국 검찰>(위즈덤하우스, 2011), 그리고 최재천 변호사의 칼럼집 <위험한 권력>(유리창, 2011) 등이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5. 경제/경영 

박원암 교수가 고른 경제서는 중국 CCTV의 다큐를 엮은 <무역전쟁>(랜덤하우스코리아, 2011)이다. "이 책은 중국공영방송 CCTV가 방영한 대형 다큐멘터리 <무역전쟁>을 정리한 것이다. 중상주의 이후 500년에 걸친 국제무역의 변천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동시에 국제무역에 대한 중국의 시각을 읽을 수 있다." 물론 핵심은 '중국의 시각'이다. 찾아보니 CCTV의 다큐가 <대국굴기, 강대국의 조건> 시리즈 외에도 여러 권 출간돼 있다. <화폐전쟁, 진실과 미래>(랜덤하우스코리아, 2011)과 <월스트리트>(미르북스, 2011) 등도 세계경제의 현안에 대한 중국의 시각을 보여주는 책으로 눈길을 끈다.  

 

덧붙이자면, 자본주의 경제의 주기적인 공황 문제를 다룬 책들도 손에 들어봄직하다. 일본의 경제학자 하야시 나오미치의 <경제는 왜 위기에 빠지는가>(그린비, 2011)가 최근에 나온 책이고, 감수를 맡은 김성구 교수의 <현대자본주의와 장기불황>(그린비, 2011)도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김수행 교수의 <세계대공황>(돌베개, 2011)까지 참고하면 공황론의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까 싶다.   

6. 과학 

김웅서 위원이 추천한 책은 김지현, 김동훈의 <별헤는 밤 천문우주 실험실>(어바웃어북, 2011)이다. 아마추어 천문가들의 책인데, "이 과학서에는 몇 가지 눈에 띄는 장점이 있다. 우선 많은 사진과 삽화를 수록하여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천문학 내용을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책 말미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로 우리가 볼 수 있는 별자리 사진을 넣어 별자리 관찰 가이드북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이다. 공저자들의 책으론 <풀코스 별자리여행>(현암사, 1999), <풀코스 우주여행>(현암사, 1999)가 오래전에 출간된 바 있는데, 이번에 나온 것이 업그레이드 개정판 정도 될 듯싶다. 겨울밤에 별볼 일 있을 때 옆에 둘 책.   

천문학자가 되고 싶었던 시절이 나도 잠시 있었다. 중학교 때이던가. 아마도 수학에 재능이 좀 있었더라면 그리 됐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것과 무관하지 않게 가끔씩 수학책을 사놓는다(전에는 읽기도 했다). 알렉스 벨로스의 <신기한 수학 나라의 알렉스>(까치글방, 2011)가 최근에 구입한 책이다. 중국인 저자의 <수학의 역사>(더숲, 2011)도 호기심에 사들였고. 영국 수학자 고드프레이 헤롤드 하디의 <어느 수학자의 변명>(세시, 2011)까지 챙겨놓으면 그림이 좀 될 듯싶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추천한 예술서는 김윤아 외, <신화, 영화와 만나다>(만남, 2011)이다. 소개에 따르면 "현시대의 대중문화를 이끌어가는 영화들 속에서 신화의 스토리텔링 골조를 파헤쳐보는 책이다. 세 명의 저자들은 창조신화, 영웅신화, 흡혈귀 전설, 중국의 천하와 강호, 일본의 신도, 한국의 무속신앙을 아우르며, 어떤 식으로 신화가 인간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의미작용을 하게 되는지 설명한다." 신화와 영화를 다룬 책은 몇 권 더 되는데, 스튜어트 보이틸라의 <영화와 신화>(을유문화사, 2005), 강대진의 <신화와 영화>(작은이야기, 2004)가 떠오르는 책이다. 둘이 만나서 무슨 수작을 벌이는지 궁금한 독자라면 일독해봄직하다.   

8. 교양

내가 고른 교양서는 고미숙의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그린비, 2011)이다. 이유는 이렇게 적었다.  

조선을 대표하는 고전이면서 유네스코에 등록된 세계기록문화 유산 가운데 하나이지만 실제로 <동의보감>을 읽어본 한국인이 얼마나 되는가. 장장 25권, 번역본으로만 2,500여 페이지를 자랑하는 방대한 의서라는 게 ‘거리감’의 일차적인 원인이겠지만, 전공자들이나 읽을 책으로 제쳐놓기에는 <동의보감>은 너무 아까운 책이다. 선조의 명을 받고 어의 허준이 14년의 노고 끝에 완성한 <동의보감>의 편찬 이유를 고려해 봐도 그렇다. 기존의 한의학 전통을 집대성하고 조선의 백성들이 널리 활용할 수 있게끔 하라는 것이 선조의 명이었고 허준은 이를 충실히 이행했다.  2천여 가지의 증상, 1400종의 약물, 4천여 가지의 처방, 수백 가지의 양생법과 침구법을 가려냄으로써 한의학을 가장 적절한 분량으로 정리하고 양생과 의술을 새로운 차원에서 통합한 것이 허준이 이룬 지적 성취이다. 또 일반 백성들이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처방과 약재들을 포괄한 것이 그가 도달한 ‘대중적 보편성’이다. 특정 계급과 전문가들에 한정되었던 앎의 독점을 깨고 의학적 앎을 세상 널리 퍼뜨리고자 한 게 허준의 소망이었다면 <동의보감>은 오늘날 ‘대중지성’의 시대정신에 더 없이 잘 부합하는 교양고전이면서 또 그래야 한다. 고미숙의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는 그 <동의보감>의 세계로 안내하는 가장 생기 넘치는 길잡이다. 

덕분에 구입해둔 책이 <한권으로 읽는 동의보감>(들녘, 1999)이다. 말이 '한권'이지 1000쪽이 넘는 분량이다! 김남일의 <한의학에 미친 조선의 지식인들>(들녘, 2011)도 같이 구했는데, 미칠 것까지야 없지만 <동의보감> 정도는 서가에 상비해놓으면 좋겠다. 고전이면서 우리의 문화유산이니까.  

9. 실용 

손수호 위원이 추천한 실용서는 박수용의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김영사, 2011)이다. "쥘 베른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은 <시베리아 호랑이-3대의 죽음>의 바탕글"로서 시베리아 호랑이를 카메라에 담으려고 한 한 PD의 고투와 경험을 담고 있다. "'자연은 연출이 아니라 관찰의 대상'이라고 믿는 한 사나이의 장쾌한 기록"이라는 평이다. 시베리아 탐험의 기록으론 조지 케넌의 <시베리아 탐험기>(우리역사연구재단, 2011)도 몇달 전에 나온 책이다. 블라디미르 아르세니예프의 <데르수 우잘라>(갈라파고스, 2005)와 함께 손꼽히는 여행기라 한다.   

10. 지젝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자음과모음, 2011)와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자음과모음, 2011)을 펴내고 세 차례 강의까지 하고 있으니 나로선 2011년의 마무리도 지젝이다. 연초에 <폭력이란 무엇인가>(난장이, 2011)를 공역해 냈으니 시작도 지젝이었다. 내놓을 정도는 아니더라도 '최소치'는 한 셈이 아닌가 싶다. 지젝을 재미있게 읽는 독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많아지면 좋겠다...   

 

한편, 올해는 예외적으로 묵직한 책을 내지 않아 근황이 궁금했던 지젝은 내년에 헤겔에 관한 대작(무려 1200쪽이다!)을 들고 다시 우리 곁으로 온다. 국내 출판사에서 엄두를 낼 만한 분량이 아니어서 번역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일년 내내 읽을 만한 책이다. 여전히 괴물스런 그의 근황이 반가우면서도 경이롭다...

11. 12. 04.  

P.S. 12월의 읽을 만한 고전은 괴테의 <친화력>이다. 지난달에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을 꼽았었는데, <친화력>은 <마의 산>과 무관하지 않다. 독일의 저명한 비평가 라니츠키가 "나는 토마스 만의 <마의 산>과 괴테의 <친화력>보다 더 나은 독일어 장편소설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우연찮게도 괴테 전공자인 오순희 교수의 새 번역본 <친화력>(서울대출판문화원, 2011)이 나왔고 벤야민의 비평 <괴테의 친화력>(새물결, 2011)도 번역돼 나왔다. 충분히 다시 읽어볼 만한 여건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1월이면 겨울의 문턱이지만 따뜻한 날씨 때문에 지난 며칠간은 '11월'답지 않았다.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며칠 늦게 올려놓는 핑계로 대본다. 음, 그래도 계절은 만추여서 베란다 창밖으로 보이는 공원의 단풍은 절정이 지난 모습이다. 여전히 붉게 달아오른 모습이 남아 있긴 하지만. 겨울의 문턱에서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목록만이라도 챙겨보도록 한다(이 일도 벌써 5년째 하고 있군!).  

1. 문학 

김미현 교수가 고른 문학서는 김경욱의 '열한 번째 단행본'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창비, 2011)이다. "현재 한국 문단에서 최고의 소설가라는 평가가 과장이 아님을 소설 그 자체로서 증명해 보이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나는 <위험한 독서>(문학동네, 2008)도 챙겨읽지 않았었는데, 이 참에 '업뎃'을 좀 해놓아야겠다(가능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난달에 구입한 <소설가로 산다는 것>(문학사상사, 2011)도 이달에 같이 읽으면 좋겠다. 우리시대 대표적 작가들이 '소설을 쓴다는 것'에 대한 소회를 적어놓은 책이다.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고른 역사서는 주디스 브라운의 <수녀원 스캔들>(푸른역사, 2011). "17세기 초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작은 도시, 그 곳에 위치한 소규모의 신설 수녀원 그리고 그 속에 은둔해 살아가던 어느 수녀의 이야기"로 "저자 주디스 브라운은 베네데타 수녀의 환영 주장과 동성애에 대해 조사한 심문기록을 바탕으로 '르네상스 이탈리아의 한 레즈비언 수녀의 삶'이라는 영화 같고 소설 같은 흥미로운 역사서를 썼다. 이 책은 파편적으로 남아 있는 과거의 기록이 역사의 내러티브로 변화하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 전형적인 미시사적 작품"이라는 평이다. 17세기초 수녀원에서 벌어진 이야기라고 하지만, 수녀원이란 말 때문에 자연스레 '중세의 가을'을 떠올리게 되는데, 개인적으론 지난달에 영역본도 구한 터라 하위징아(호이징가)의 <중세의 가을>(문학과지성사)도 다시 손에 들고 싶다. 이택광 교수의 그림책 읽기 <중세의 가을에서 거닐다>(아트북스, 2008)도 같이 참고해가면서...  

3. 철학 

김형철 교수가 추천한 철학서는 니컬러스 펀의 <철학>(세종서적, 2011)이다. 부제가 책의 내용에는 더 근접한데 '가장 오래된 질문들에 대한 가장 최근의 대답들'을 다룬다. 저"자는 이 해묵은 질문들, 이제 더 이상 물어봐야 답이 나올 것 같지도 않은 질문들을 다시 현대 최고의 철학자들에게 직접 인터뷰를 통해서 물어 본다."는 컨셉. 현재 영어권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고의 철학자들'의 육성을 들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저자는 <니콜라스의 유쾌한 철학카페>(해냄, 2005)의 저자. 영어권 철학의 현재에 대해서는 최근에 나온 정해창 교수의 <현대 영미철학의 문제들>(청계, 2011)을 참고해봐도 좋겠다. 물론 인터뷰를 담은 책은 아니다.    

조금 대중적인 철학서로는 최근 프랑스 저자들의 책이 나란히 나왔는데, 프레데릭 르누아르의 <젊은 날, 아픔을 철학하다>(창해, 2011)와 카트린 메리앙의 <철학자에게 사랑을 묻다>(한얼미디어, 2011). 앤드루 커노한의 <종교의 바깥에서 의미를 찾다>(필로소픽, 2011)까지 '소프트'한 철학서들을 몇 권 챙겨봐도 좋겠다. 무거운 책들은 따로 읽을 시간이 다가오니까. 춥고 긴 겨울 말이다.   

4. 정치/사회 

마인섭 교수가 고른 책은 김성기의 <사회적 기업의 이슈와 쟁점>(아르케, 2011)이다. "자본주의의 주역은 기업이며 만약 자본주의가 진화한다면 그 변화의 중심도 기업일 것이다. 사회적 기업은 이윤을 넘어 ‘빈곤과 실업, 사회적 배제, 지역 공동체의 해체, 돌봄, 교육, 문화’ 등의 사회적 가치들을 추구하는 새로운 형태의 기업이다. 이 책은 사회적 기업에 대한 대학가의 기본서일 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의 시사 교양 도서로도 적절하다."는 것이 추천의 이유다. '사회적 기업'은 예전에도 한번 다뤄진 적이 있는데, 올해 나온 책으론 무하마드 유누스의 <사회적 기업 만들기>(물푸레, 2011), 정인철의 <빅 소사이어티>(이학사, 2011)이 더 눈에 띈다.   

5. 경제/경영 

박원암 교수가 추천한 책은 배리 아이켄그린의 <달러 제국의 몰락>(북하이브, 2011)이다. "급속히 약화된 미국의 경제적 지위와 달러의 운명을 다룬 책"으로 "저자는 세계를 지배하는 경제력 없이는 세계를 지배하는 통화가 될 수 없고, 그런 점에서 달러는 경제력에 비해 ‘과도한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달러화의 운명과 몰락을 다룬 책은 많이 나와 있지만 엘렌 호지슨 브라운의 <달러>(이른아침, 2009)가 기본서인 듯하다. 달러제국의 몰락을 부추기는 월스트리의 탐욕에 대한 고발서로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자음과모음, 2011)도 덧붙여 읽어봄직하다.  

6. 과학 

김웅서 한국해양연구원 선임연구본부장이 고른 과학책은 이정임의 <인류사를 바꾼 100대 과학사건>(학민사, 2011)이다. "과학책 중에는 한 주제를 깊이 파고들어 쓴 책이 있는가 하면, 여러 가지 단편적인 과학 지식을 나열한 책도 있다. 이 책은 후자에 속한다. 한 주제에 대한 깊은 지식을 얻을 수는 없지만, 읽고 나면 과학 만물박사가 된 포만감을 느낀다." 는 평이다. 그런 의미에선 과학서라기보다는 교양서로 분류됨직하다. 교양서 범주에 속하는 과학서로는 러셀의  <과학의 미래>(열린책들, 2011)과 제이콥 브로노우스키의 <과학과 인간의 미래>(김영사, 2011)이 최근 나란히 나왔다. '100대 사건'을 음미해보면서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고른 예술서는 심정민의 <춤을 빛낸 아름다운 남성 무용가들>(북쇼컴퍼니, 2011)이다. "여성이 중심이 되고 남성이 주변부를 맴도는 무용의 영역에서도 뛰어난 실력과 자기만의 표현력으로 무용의 역사를 빛낸 남성 무용수들이 있었다. 우리는 <목신의 오후>에서 160cm의 작은 키에 몸에 비해 지나치게 굵은 다리를 지닌 바슬라프 니진스키와, 예술적 표현의 진정한 자유를 찾아 옛 소련에서 서방으로 목숨을 건 탈출을 한 미하일 바리쉬니코프를 기억한다."고 소개하는데, 거명된 무용수들이 모두 러시아 발레리노여서 마음에 와 닿는다(책의 표지 또한 니진스키다). 하지만 러시아 발레에 대한 본격적인 소개서도 눈에 띄지 않는 건 유감이다(오래전에 나온 가벼운 책들이 두어 권 있을 뿐이다).  

   

예술쪽에는 두 권의 사진집을 덧붙이고 싶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위대한 여정>(에디터, 2011)은 야생동물의 장대한 여정을 담은 책이고, <퓰리처상 사진>(현암사, 2011)은 제목 그대로 퓰리처상 사진부문 수장작들을 모은 '70여년간의 연대기'이다. 자연과 역사가 사진 속에서 어떻게 포착됐는지 '관람'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8. 교양  

내가 고른 교양서는 <한국학의 즐거움>(휴머니스트, 2011)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각 분야의 전문가 22명에게 던지고 그 대답을 모아놓은 <한국학의 즐거움>은 막상 즐거움의 성찬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스물두 가지 몽타주’라고 할 만큼 시선도 다양하고 초점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한국학의 즐거움을 어디서 발견할 수 있고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한 윤곽을 제시한다."고 추천의 이유를 밝혔다. 주영하 교수의 '한국의 음식' 편은 흥미로운 글 가운데 하나인데 '음식인문학' 쪽 책들도 교양서로 손에 들어봄직하다. 무엇을 먹는지가 그 사람을 말해주는 것처럼 한국음식은 한국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말해준다는 게 전제다.  

9. 실용 

손수호 논설위원이 고른 실용서는 최수연의 <소 - 땅과 사람을 이어주던 생명>(그물코, 2011)다. 저자는 "자연을 사랑하는 글을 쓰고, 그 사랑을 사진에 담는 일로 밥을 먹는 사람"이라고. <논 - 밥 한 그릇의 시원>(마고북스, 2008)이 전작이고, <거친 밥 한 그릇이면 족하지 않은가>(이가서, 2009)에도 사진을 실었다. "책은 사람과 소의 관계망을 키워드로 삼았다. 달구지, 쇠죽, 우시장, 뿔, 부리망, 외양간…. 사진을 위주로 하다 보니 판형을 키웠다. 그렇다고 글을 소홀하게 여기지 않았다. 양이 적다고 가벼운 것은 아닌 것이다. 무엇보다 사진을 설명한 캡션에 그렇게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설명력이 놀랍다."는 평이다.   

10. 러시아의 역사 

내 맘대로 고르는 주제는 '러시아의 역사'다. 랴자노프스키(랴자놉스키)의 <러시아의 역사> 개정판(제8판)이 번역돼 나온 기념이다. 고대로부터 포스트소비에트 시기까지를 포괄하고 있는 러시아사로서는 아주 드문 경우인데 표지도 맘에 든다. 더불어 올해는 소련 해체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때맞춰 나온 책이 토니 클리프의 <소련은 과연 사회주의였는가?>(첵갈피, 2011). 오래전에 나온 <소련 국가자본주의>(책갈피, 1993)의 개정판으로 보인다(실제로 개정판인지는 책을 받아봐야 알겠다). 아무려나 러시아사를 한번 더 통독해보는 게 나의 '겨울 준비'다... 

11. 11. 05.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은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이다. 독일의 평론가 라니츠키는 평하기를 "나는 토마스 만의 <마의 산>과 괴테의 <친화력>보다 더 나은 독일어 장편소설을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을유세계문학전집의 첫권으로 나왔을 때부터 벼르고는 있었는데, 올해가 가기 전에 완독할 기회를 갖게 됐다. '마의 산' 등정과 함께 2011년은 작별을 고하게 되겠군. 한해 한해가 그렇듯이 책과 함께 저물어가는 것이 독서가의 운명이리라...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5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kumun 2011-11-05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하지만 저번에 중동 이슬람? 관련해서 역사와 그 시점으로 본 세계사 그런 류의 도서 목록 올려주셨던 것 같은데 찾을수가 없네요. 혹시 검색어라도 좀 알려주실 수 있을신가요?

로쟈 2011-11-05 16:26   좋아요 0 | URL
http://blog.aladin.co.kr/trackback/mramor/5018471 말씀인 듯한데요. '이슬람'을 태그로 검색하셔도 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11-05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차를 보니 토니 클리프 책은 예전 <소련국가자본주의>와 동일하군요.부록은 신판에서 두 개 더 추가했네요.

로쟈 2011-11-05 16:27   좋아요 0 | URL
<소련국가자본주의>도 갖고 있긴 한데, 혹시 몰라서 새책도 주문했습니다.^^

2011-11-06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06 0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09 2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06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07 0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11-07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의 산. 독일스러움 그 자체라고 누군가 말했었는데, 그 길이와 중압감 때문에 기피해왔던 책이네요. 저도 올 해는 [마의 산]과 함께 저물어가볼까요? ㅎㅎ
추천 페이퍼 좋네요. 잘 보고 갑니다, 로쟈님 :)

로쟈 2011-11-09 07:45   좋아요 0 | URL
네 악명(?)도 높은 책이죠.^^;
 

계절도 날짜를 맞추는지 10월이 되면서 기온이 쑥 내려갔다. 어제부턴 선풍기 바람도 이젠 춥게 느껴진다. '기운다'는 표현은 이럴 때도 쓸 수 있을 듯싶다. 어떤 기준으로도 '여름'은 갔다. '겨울'이 남았을 뿐이다. 유난히 추워질 거라는 '설'이 있지만 그보다는 밤이 점점 길어진다는 게 내가 체감하는 겨울이다(러시아만큼은 아니더라도). 10월마저 손에서 놓으면 겨울이 문턱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 10월에 손에 들 만한 책들을 골라본다. 지난달부터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좋은책 선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게 돼 내가 고른 책도 포함돼 있다.    

 

1. 문학 

김미현 교수가 고른 책은 벤 라이더 하우의 <마이 코리안 델리>(정은문고, 2011)다. '백인 사위와 한국인 장모의 좌충우돌 편의점 운영기'가 부제. 그러고 보니 소설이 아니라 '외국에세이'로 분류되는 책이다. "저자인 벤 라이더 하우는 한국인 장모를 통해 한국 이민 사회의 그늘과 빛을 모두 경험한다. 생존과 성공을 위해 억척스럽게 일하면서도 비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속성을 동시에 지니는 장모 세대의 가치관과, 저자인 벤 라이더 하우의 합리적이지만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청교도 백인 중산층 문화가 정면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란 소개를 읽으면 대충 그림이 그려진다.  

한국사회를 체험한 '외국인'의 에세이라고 하니까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의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노마드북스, 2011)도 생각난다. 엊그제 대학로 이음책방에 갔다가 손에 든 책이다. 눈에 띄기에 같이 계산한 책이 <1898, 문명의 전환>(이학사, 2011)이다. <남자의 탄생>과 <박정희 평전> 등의 저자 전인권의 6주기를 맞아 유고와 함께 그와 같이 공부했던 이들이 마무리한 글들을 묶었다. 부제는 '대한민국 시공간의 기원'. 문학 분야의 책은 아니지만 '한국과 한국인'이란 주제를 깊이 파고들어간 책으로 끼워넣는다.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추천한 책은 <유홍준의 국보순례>(눌와, 2011). 군말이 필요없는 책이다. "이 책을 계기로 이제 국보와 보물도 역사학의 범주에서 다시 고찰하고 연구해야 하는 과제를 던져준 셈이다. 이래저래 유홍준 교수는 한국사의 지평을 넓혀주면서, 역사 연구자들에게 새로운 과제와 임무를 던져주고 있다."는 게 추천자의 촌평이다. '국보순례'니까 한국사이면서 미술사에 관한 책인데, 이런 경우에도 갈래는 모호하군. 내친 김에 한국미술사에 관한 신간들을 클릭해본다. <클릭, 한국미술사>(예경, 2011)와 <한국불교미술사>(미진사, 2011)가 올해 나온 책들이다. 작년에 1권이 나온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도 후속 권들이 계속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3. 철학  

김형철 교수가 고른 책은 엔터니 플루의 <존재하는 신>(청림출판, 2011)이다. 사실 주제 자체는 전혀 흥미를 끌지 않는데, 저자가 영국에서는 무신론자고 꽤 유명한 인물이었나 보다. 그러다 '신은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화제가 된 모양. "이 책의 저자 엔터니 플루는 소크라테스의 분석철학적 전통을 이어 받아 “증거가 이끄는 대로 따라 가서” 과거 합리적 무신론의 선봉장 역할을 하다 유신론 진영으로 투항한 철학자다."라고 설명한다. 신경과학자들이 <신은 뇌 속에 갇히지 않는다>(21세기북스, 2011)나 이어령의 <지성으로 영성으로>(열림원, 2011) 등이 비슷한 '커밍아웃' 형 책이다.     

물론 무신론의 보루는 플루가 비판하는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이지만 무신론에 대한 입문서로는 줄리언 바지니의 <무신론이란 무엇인가>(동문선, 2007)이 좋을 듯싶다. 바지니는 인생의 의미를 다룬 <빅 퀘스천>(필로소픽, 2011)의 저자다. 지난달에 강의차 꼼꼼히 다시 읽었는데, 처음 읽을 때보다도 더 재미있었다.   

계절을 타는 이라면 낙엽의 계절인지라 삶의 의미에 대해서 한번쯤 물어봄직한데, <빅 퀘스천>과 같은 시리즈의 책으로 폴 새가드의 <뇌와 삶의 의미>(필로소픽, 2011), 그리고 가미야 미에코의 <삶의 보람에 대하여>(필로소픽, 2011)도 읽어봄직하다. 특히 일본의 영문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가미야 미에코는 버지니아 울프 연구와 푸코 번역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빅 퀘스천>에서도 언급되는 존 코팅엄의 <삶의 의미>(동문선, 2005)은 바지니보다는 플루와 좀더 가까운 입장에서 삶의 의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4. 정치/사회 

마인섭 교수가 고른 책은 이종은의 <평등, 자유, 권리>(책세상, 2011)다. <언어와 정치>(인간사랑, 2009), <정치와 윤리>(책세상, 2011) 등에 이어지는 책으로 저자는 독자적인 정치철학을 구축해나가고 있는 학자. 학술적인 성격의 책이긴 한데, 추천자는 그 의의를 이렇게 짚었다. "한국 민주주의가 자유의 평등화라는 정상적인 길을 밟아오지 못하였다는 저자의 관찰은 새롭기도 하고 제법 흥미로운 쟁점이기도 하다. 평등, 자유, 권리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의미로 수용되고 있는가를 짚어본 시도는 아주 흥미롭다. 저자는 교육 평준화, 수능 등급제, 지역 할당제의 교육정책의 쟁점들에 나타난 평등의 문제를 자유주의의 입장에서 살펴보고 평등의 복잡한 개념과 달성 가능성을 논하였다."  

 

사실 10월은 서울시장 보선이 있는 정치의 달이기도 하므로 정치인들의 책과 정치평론 범주에 속하는 책들이 대거 쏟아져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중에서도 단연 베스트셀러감은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푸른숲, 2011)다. '나꼼수 세대'의 열광적인 지지와 <닥치고 정치>가 한국 정치지형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겨레의 인터뷰 연재를 모은 한홍구, 서해성의 <직설>(한겨레출판, 2011), 그리고 손석춘의 <새로운 바보를 기다리며>(21세기북스, 2011)도 '지금, 여기'에 관한 책들이다.   

5. 경제/경영 

박원암 교수가 고른 책은 프릭 버뮬렌의 <비즈니스의 거짓말>(프롬북스, 2011)이다. 사실 비즈니스는 관심사가 아니가 관련서를 읽을 일이 거의 없지만, 이 책은 흥미를 끈다. 추천자에 따르면 기존의 책들과는 다른 얘기를 하고 있어서다. "저자는 이 책이 어떻게 하면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는지 알려 주는 시중의 책들과 다름을 강조한다. 저자는 철저한 연구와 입증된 자료에 근거하여 성공을 장담하는 법칙은 없음을 독자들에게 보이려 한다." 그러니 '성공'을 장담한다면, 다 '거짓말'이다. 범람하는 비즈니스 책들 가운데 군계일학으로 꼽아둘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론 거짓말 유혹은 강력하다. 거짓말 같지 않기 때문이다. '충분한 시간과 정보는 사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즉각적인 소통과 실행이다!'라고 선동하는 <실시간 혁명>(더숲, 2011)은 어떤가. '급변하는 소셜미디어와 스마트의 시대, 기업과 조직은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란 부제가 즉각적인 구입을 선동한다! '비즈니스 패러다임을 바꾸는 모바일 혁명'을 모토로 한 척 마틴의 <서드 스크린>(비즈니스북스, 2011)도 골라놓고 보니 강적이다. 그래도 기본은 '비즈니스의 거짓말'에 주의하라는 것.    

6. 과학  

김웅서 한국해양연구원 선임연구본부장이 추천한 책은 <조복성 곤충기>(뜨인돌, 2011)다. 우리에게도 이런 곤충기가 있었다는 걸 알게해주는 책인데, "이번에 발간된 <조복성 곤충기>는 1948년 을유문화사에서 『곤충기』라는 이름으로 선보였다가, 63년 후에 다시 세상에 태어났다. 그러나 단지 옷만 바꿔 입고 출연한 것은 아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에 나오는 곤충의 그림도 새로 곁들이고, 엮은이의 자료 발굴 노력으로 내용도 추가되고, 또 곤충 전문가들이 꼼꼼하게 감수하였다." <파브르 곤충기>를 읽었다면 <조복성 곤충기>도 읽어볼 일이다. 곁들여 휴 래플스의 <인섹토피디아>(21세기북스, 2011)는 어떤가. 말 그대로 '곤충 백과사전'. 개인적으로 어제 주문해놓고 오늘 배송을 기다리고 있는 책가운데 최고의 기대작이다. 이상교의 <곤충만세>(미세기, 2011)은 그림을 곁들인 동시집이다. 아빠가 <인섹토피다아>를 읽을 때 아이는 옆에서 <곤충만세>를 읽는 풍경을 잠시 떠올렸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고른 책은 정병모의 <무명화가들의 반란, 민화>(다할미디어, 2011). "저자는 민화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자유로움을 꼽는다. 그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는데, 하나는 관례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신분의 자유로움에서 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래의 문화가 역사의 전면에 부각되는 18세기라고 하는 시대적 자유로움에서 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같은 저자의 책으로 <미술은 아름다운 생명체다>(다할미디어, 2001), <한국의 풍속화>(한길아트, 2000) 등도 눈에 띈다. 이미 10년 전 책들이군. 

 

개인적으론 최근에 아르코미술관의 '몹쓸 낭만주의'전 세미나 등에 참여하면서 한국 현대 작가들의 작업에 다시 관심을 두게 됐다. 그래서 관련서 몇권을 주문해놓은 상태인데, 이진숙의 <미술의 빅뱅>(민음사, 2010), 권근영의 <나는 예술가다>(세미콜론, 2011), 김정환의 <어떤 예술의 생애>(호미, 2011) 등이다. 더불어, 미술이론서와 미술사 관련서들도 이 참에 '업뎃'을 했다. 애서가들이 주기적으로 또 해야 하는 일이 이런 업뎃이다.   

 

8. 교양

교양분야의 책은 내가 골랐는데, 석영중 교수의 <뇌를 훔친 소설가>(예담, 2011)가 첫 책이 됐다. 간단한 소개는 이렇게 적었다. 

‘문학이 공감을 주는 과학적 이유’라는 부제가 얼핏 문학적 감동의 뇌과학적 원리를 떠올리게 하지만 초점은 문학과 뇌과학(신경과학)의 만남이고 접점이다. 어디서 만나는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의미 있는 삶의 탐색이라는 지점에서 만난다. 책은 흉내, 몰입, 기억, 변화라는 네 가지 키워드를 통해서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과 함께 그러한 조건하에서 ‘의미 있는 생존’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뇌과학과 문학, 어느 한 쪽만을 편독해 온 독자라면 보다 균형 잡힌 교양을 위해 길잡이로 삼을 만하다.

이 책을 읽다가 뇌과학서를 몇권 더 구입했는데, 노먼 도이지의 <기적을 부르는 뇌>(지호, 2008)과 닐 레비의 <신경윤리학이란 무엇인가>(바다출판사, 2011) 등이 그런 경우다.   

 

9. 실용 

손수호 논설위원이 추천한 책은 유경숙의 <유럽 축제 사전>(멘토르, 2011). ‘28개 국 101개의 유러피언 페스티벌 속으로 안내하는 책’, ‘열정과 전통, 파격이 살아 숨쉬는 유럽 축제의 모든 것을 담은 책’이란 문구가 책의 내용을 말해준다. 유럽 축제 가이드북. 한때 유럽축제문화에 대한 책들이 여럿 나온 적이 있었는데, 다시 찾으니 <유럽의 축제문화>(연세대출판부, 2003)과 박종호의 <유럽음악축제 순례기>(한길아트, 2005) 정도를 건지겠다. 하긴 수확의 계절은 축제의 계절이기도 했으니, 기분을 좀 내보는 것도 좋겠다. 정말로 유럽에까지 가야 하는 건가?..  

10. 중국의 지식인 

내 맘대로 고른 주제는 '중국의 지식인'이다. 최근에 나온 몇권의 책 때문인데, 올해 관심을 갖고 주섬주섬 책을 모아오던 아이템이어서 넙죽 구입했다.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에서 펴낸 책 세 권이다.  

 

거기에 왕후의 책 세 권도 더 보탤 수 있겠다. 순서대로 하면, <새로운 아시아를 상상한다>(창비, 2003), <죽은 불 다시 살아나>(삼인, 2005), 그리고 <아시아는 세계다>(글항아리, 2011)이다.   

개인적으론 러시아 지성사에 대해서도 이만한 규모의 책들이 출간되면 좋겠는데, 그나마 최근에 나온 <러시아 문화사 강의>(그린비, 2011)가 기본서의 공백을 채워주는 책이고, 이사야 벌린의 <러시아 사상가>(생각의나무, 2008)과 올랜도 파이지스의 <나타샤 댄스>(이카루스미디어, 2005) 이후에 아직 특별한 '업뎃'은 이루어지지 않은 듯싶다. 20세기 지성사에 대해서라면 더더욱 백지 상태여서 아쉽다. 

11. 10. 01.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은 플라톤의 <국가>를 골라놓는다. 부분적으로야 읽곤 하지만, 완독한 적은 없는데, 이번에 나온 에릭 해블록의 <플라톤 서설>(글항아리, 2011)이 자극이 됐다. 다시 읽고 다시 생각해보면 좋겠다 싶다. 그래서 <국가>와 관련된 책을 또 모으고 있는데, 네틀쉽의 <플라톤의 국가론 강의>(교육과학사, 2010)도 그중 하나다. 1925년에 나온 책이니 정말 오래 전 책이고, 책의 토대가 된 강의는 한술 더 떠서 1887년과 1888년 초에 이루어졌다고 한다. 책은 국내 교육학 전공자들이 옮겼다.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확산되고 깊어진 건 역설적으로 현 정부의 '치적'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다. 내달에 있을 정치철학 강의도 준비할 겸 두 종의 <국가란 무엇인가>도 이달의 읽을 책 목록에 들어 있다. '토건국가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을 그린 최병성의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오월의봄, 2011)는 또다른 방식으로 국가란 무엇인지 묻는 책이 될 듯싶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1-10-01 1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01 1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늦더위가 한창이지만(하도 비가 많이 내려 올여름은 오히려 '쉽게' 지나간 듯싶다) 어느새 가을을 문턱에 두고 있다. 당장 내일부터 개강인 학교들도 있고 개인적으로도 2학기 강의가 본격적으로 시작한다(적어도 9월엔 강사생활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강의를 맡게 됐다). 발을 앞으로 내딛기가 저어되는 이유인데, 그럼에도 시간은 무자비하게 우리를 끌고 갈 것이다. 그런 와중에 책은 또 언제 읽으랴 싶지만, 둘러보면 읽고 싶은 책, 읽어야 하는 책 수두룩이다. 일단은 안면이나 익혀두도록 한다...  

 

1. 문학  

정과리 교수가 추천한 책은 샤리아르 만다니푸르의 <이란의 검열과 사랑 이야기>(민음사, 2011)이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지만 이란 작가의 작품이고, 그런 '희귀성'이 추천 이유다. "이 작품은 우선은 희귀성 때문에 선정되었다. 이란의 현대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새로운 경험이다. 그리고 이것은 세계문학에 대한 인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리키는 상징적 지표 중의 하나이다. 이제 우리는 영·불·독·서의 문학만을 세계문학이라 하지 않는다. 세계의 모든 곳에서 생산된 문학이 세계문학이다." 개인적으론 이란문학에 대한 관심에서보다는 "쿤데라, 칼비노, 요사의 감수성을 지닌" 작가라는 홍보문구 때문에 구해놓은 책이다.    

한국문학을 덧붙이자면 최근에 나온 시집 몇 권을 얹고 싶다. 이장욱의 <생년월일>(창비, 2011), 심보선의 <눈앞에 없는 사람>(문학과지성사, 2011), 그리고 성미정의 <읽자마자 잊혀져버려도>(문학동네, 2011) 등이다. 성미정 시인은 오래전 데뷔시집 <대머리와의 사랑>(세계사, 1997)을 읽은 기억이 있다. 어느새 십수 년 전이군...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추천한 역사분야의 책은 니얼 퍼거슨의 <시빌라이제이션>(21세기북스, 2011)이다. "이 책은 2011년 3월에 출간되었고, 저자의 명성으로 인하여 국내에서 바로 번역 출판되었다. 2011년의 시점은 중국을 비롯한 동양의 힘이 다시 서양에 필적한 만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는 때이다. 결론에서 저자는 현재의 서양의 위기는 외부의 위협이 아닌 서양 문명 내부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보다 서양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이들에게 충실하고 올바른 역사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저자가 ‘역사교육’을 강조한 점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라고 추천 이유를 적었다. '역사교육'에 대한 강조가 눈길을 끄는데, 그런 의미에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러셀의 시선으로 세계사를 즐기다>(푸른역사, 2011)이다. 역사학에선 아마추어를 자임하는 철학자 러셀의 '쾌락으로서의 역사 읽기'다. 미술사가 곰브리치의 <곰브리치 세계사>(비룡소, 2010)도 아이들한테 권하기 전에 미리 한번 읽어볼 만하다.   

3. 철학 

김형철 교수가 추천작은 레베카 라인하르트의 <마음이 아픈데 왜 철학자를 만날까>(예문, 2011)이다. 그런 말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상담심리학에 견주어) '상담철학'에 해당하는 책이다. "심리치료를 하는 심리학자들은 마음이 아픈 환자들을 상담한다. 대화를 통해서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대화의 수준을 넘어서는 정신이상을 보이면 상담이 불가능해진다. 약물치료를 위해서는 정신과 의사를 찾는다. 대화도 가능하고 약물치료를 필요로 하지도 않지만 마음이 답답하고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지혜로운 것인지 모르겠다면 철학자를 찾아갈 필요가 있다. 철학 상담가는 ‘보편적 교양인’이기 때문이다." 근대철학의 본산 독일에서는 이 방면으로도 앞서가는 듯하고 저자의 다른 책으론 <방황의 기술>(웅진지식하우스, 2011)도 연이어 나왔다. 제목으로는 카트린 파시히와 알렉스 숄츠의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여행의 기술>(김영사, 2011)과도 잘 맞을 듯싶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기술이란 게 길 잃고 헤매는 기술, 곧 방황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4. 정치/사회 

(중간에 날려먹고 다시 쓴다.) 강정인 교수가 고른 책은 시마다 히로미의 <사람은 홀로 죽는다>(미래의창, 2011). 무연사회와 고령화사회의 문제점을 짚은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유연사회에 살든 무연사회에 살든, ‘사람은 홀로 죽는다’는 실존적 조건을 지적하고, 또한 기독교, 불교 등 무연사를 기원하는 신앙을 예시하면서, 무연사를 오히려 담담하게 받아들일 것을 권한다." 고령화사회를 다룬 책으론 테드 피시먼의 <회색 쇼크>(부키, 2011)와 조지 매그너스의 <고령화시대의 경제학>(부키, 2011)도 같이 읽어볼 만하다.    

5. 경제/경영 

박원암 교수가 고른 책은 마이클 킨슬리의 <빌 게이츠의 창조적 자본주의>(이콘, 2011)다. '창조적 자본주의'란 말 자체가 빌 게이츠의 고안인데, "그는 2008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설에서 새로운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창조적 자본주의’를 제안한 바 있다. ‘창조적 자본주의’란 정부, 기업, 비영리단체가 협력하여 시장의 역할을 확대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불평등을 완화하면서 이익을 창출하거나 사회적 인정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을 의미한다. 실제로 그는 자신이 세운 재단에 3,000억 달러 이상을 기부했다. 이 책은 바로 그가 제안한 ‘창조적 자본주의’에 대한 세계적인 유명 경제학자들과 저널리스트들의 블로그 토론을 편집한 책이다." 그 '착한 자본주의'가 얼마나 가능한 것인지는 두고볼 일이다. 자본주의 '혁신'과 '재고'를 주제로 한 책으론 아나톨리 칼레츠키의 <자본주의 4.0>(컬처앤스토리, 2011), 로진 부크홀츠의 <자본주의를 다시 생각한다>(21세기북스, 2011) 등도 관심권에 올려놓음직하다.   

6. 과학 

장경애 동아사이언스 실장이 추천한 책은 스테판 하딩의 <지구의 노래>(현암사, 2011)다. "이 책에서는 제임스 러브록과 같이 가이아 이론을 연구한 저자 스테판 하딩의 가이아 이론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것도 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기후가 생물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생물도 기후에 영향을 끼치고, 생물이 환경에 적응하는 수동적 존재일 수도 있지만 환경을 변화시키는 능동적 존재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지구상의 모든 것이 연결돼 있고 순환 구조를 갖는다는 것이다." 가이아론의 종합판으로 읽어도 되겠다.  

 

개인적으론 <사회생물학 대논쟁>(이음, 2011)도 주문해놓은 책이다. 에드워드 윌슨의 <사회생물학> 개정판 번역이 올해 나온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이 논쟁은 사후 결과이지만 '예비'로 미리 읽어봄직하다. 윌슨의 또다른 공적은 생명에 대한 사랑으로서 바이필이라를 제창한 점인데, 생각난 김에 <바이오필리아>(사이언스북스, 2010)도 예전에 이달의 읽을 만한 책으로 올려놓았지만 한번 더 적는다. 엘리자베스 토바 베일리의 <달팽이 안단테>(돌베개, 2011)란 책이 눈에 띄어서인데, 20년 넘게 투병해온 저자가 1년간 달팽이를 관찰하며 쓴 것이다. '<바이오필리아>에 바친다'란 헌사가 붙어 있는데, 에드워드 윌슨의 추천사는 한마디다. "아름답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고른 책은 디자인에 관한 것으로 김선미 외 2인이 쓴 <친절한 북유럽>(아트북스, 2011)이다. "세 명의 지은이들은 북유럽이 낳은 아름다운 디자인 제품만 소개하기보다는 그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는지 흐름을 찾아내려 한다." 북유럽 디자인을 다룬 책으론 <처음 만나는 북유럽 인테리어>(아우름, 2011), <북유럽 디자인>(시공아트, 2011)도 눈에 띈다. <북유럽 디자인>은 글자가 얼마 없어서 싱겁다고 생각한 책이지만 디자인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어볼 수 있을 듯싶다.  

 

덧붙여, 요즘은 영화의 소재로도 종종 등장하는 모양인데, 북유럽 신화도 챙겨둠직하다. <안인희의 북유럽신화>(전3권, 웅진지식하우스, 2011가 현재로선 종합판 같다.  

8. 교양  

철학자 탁석산이 고른 책은 로버트 단턴의 <책의 미래>(교보문고, 2011)다. 이미 서평에서 한번 다룬 책이라 내겐 '과거'로 느껴지는 책. "이 책의 저자 로버트 단턴은 종이책의 가치를 좀 더 소중히 여긴다는 점에서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구글을 예로 들면서 전자책이 책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렇다면 어떤 형태로 나아가야 하는가? 한 마디로 하자면, 디지털화와 민주화이다. 저자는 모든 책의 디지털화에 동의한다. 물론 디지털화가 종이책의 고유 가치를 그대로 지킬 수는 없을지라도 많은 장점을 갖고 있기에 동의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민주화라고 말한다." '교양'이 아니라 '역사' 범주로 들어가겠지만, 단턴의 책 이야기 혹은 책의 문화사는 <로버트 단턴의 문화사 읽기>(길, 2008), <책과 혁명>(길, 2003)에서 더 읽어볼 수 있다.   

9. 실용

손수호 국민일보 논설위원이 고른 실용서는 박종평의 <그는 어떻게 이순신이 되었나>(스타북스, 2011)이다. "여기 출판인 박종평이 새로운 이순신 연구에 도전했다. 지난해 <이순신, 꿈속을 걸어나오다> 이후 1년 만에 두 권의 책을 냈는데, 이은상과 김훈이 문학적 장치를 활용했다면 박종평은 체세론 혹은 실용적 관점에서 들여다봤다. 코드별로 동서고금 위인의 삶을 분석한 뒤 <난중일기>, <임진장초> 등 이순신의 기록과 비교하는 형식이다." 개인적으론 아직 <난중일기>를 읽지 않았는데, 작년에 완결판이라고 나온 노승석 번역의 <난중일기>(민음사, 2010)를 조만간 구해보고 싶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기 조선사에 대해 최근에 관심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10. 아렌트 

내 맘대로 고르는 주제는 아렌트이다. 최근에 사이먼 스위프트의 <스토리텔링 한나 아렌트>(앨피, 2010)란 흥미로운 책이 출간됐기 때문인데, 아렌트의 중요성에 대해서 새로운 각도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개인적으론 아렌트에 대한 글도 쓸 일이 있어서 아렌트의 주저들 외에도 엘리자베스 영 브루엘(브륄)의 <아렌트 읽기>(산책자, 2011), <한나 아렌트 전기>(인간사랑, 2007) 등을 두루 살펴보려 한다. 막상 그럴 시간이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11. 08. 28.  

P.S. '9월의 읽을 만한 고전'은 주자의 <논어집주>다. <논어> 번역의 상당수가 <논어집주>를 참고하거나 번역에 포함하고 있어서 <논어>와 분리할 수도 없는 책인데, 그래도 굳이 <논어집주>라고 한 것은 박성규 번역으로 <대역 논어집주>(소나무, 2011)가 새로 나왔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론 셩백효 역주본(전통문화연구회)과 박현순 역주본(한길사)을 아직 갖고 있지 않아서 박성규본을 최영갑 번역의 <논어1,2>(펭귄클래식코리아, 2009)와 같이 읽어보려고 한다. 제목은 <논어>이지만 이 역시 <논어집주>를 옮긴 책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빵가게재습격 2011-08-29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엘피에서 <한나아렌트>가 나왔네요. 전 <질 들뢰즈>가 먼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네요. 반가운 소식 감사합니다.^^

로쟈 2011-08-30 08:28   좋아요 0 | URL
들뢰즈도 타이틀이 있었나요? 그래도 안 끊어지고 계속 나오는 시리즈여서 다행입니다...

2011-09-02 15: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3 0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