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를 이것저것 듣다가(가끔 하는 일이다)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2월은 언제나 간이역 같은 느낌이 들게 하는데(1월과 3월의 광채에 비교해보더라도), 생일이 들어 있지 않다면 2월에 대한 기억은 대부분 졸업과 관련한 기억일 테다. 따로 졸업할 것도 없어 이번 2월도 내겐 봄학기를 준비하는 정도의 의미만 갖는다. 그러니 책을 더 많이 읽어야 할 테다. 2-3일 짧은 달이지만 책은 그 2-3일을 더 채우고도 남을 만큼 읽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각오로 골라본다.

 

 

 

1. 문학예술

 

정이현 작가가 고른 책은 이장욱의 <천국보다 낯선>(민음사, 2013)이다. "이 책을 읽는 것은 현재 한국문학의 낯선 최전방을, 그리고 미래를 탐험하는 일"이라고 평했다. 덧붙이자면 매년 1월에 수상작이 발표되는 이상문학 작품집도 목록에 넣어봄직하다. 올해는 편혜영의 <몬순>이다. 더불어 문학동네의 한국문학전집에도 눈길을 주게 되는데, 김승옥의 <생명연습>(문학동네, 2014)이 첫 권이다. 새 부대에 담기면 포도주맛이 다르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시집도 몇 권 고르자면 신경림 시인의 <사진관집 이층>(창비, 2014), 나희덕 시인의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문학과지성사, 2014), 그리고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 대표 시 선집으로 나온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민음사, 2014) 등이 따끈하다.

 

 

 

예술분야의 책으로 내가 고른 건 김도연의 <북경예술견문록>(생각을담는집, 2014)이다. 소개는 이렇게 적었다.

중국 경제의 급부상과 함께 중국의 미술시장 역시 유례없이 성장했고, 작가들 또한 세계미술계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북경예술견문록>은 바로 이런 관심과 물음에 답하는 책이다. 황막한 공장지대였던 베이징의 798 구역이 어떻게 예술구로 성장하고 자금성이나 만리장성에 버금가는 여행의 메카가 되었는지, 대표 미술관과 화랑은 무엇이고 어떤 전시들을 해오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천원링, 팡리쥔, 황루이 등 당대를 대표하는 중국 예술가들이 현재 어떤 작업을 하고 있으며 그들의 예술적 비전은 무엇인지 저자는 현장 사진과 인터뷰 등을 통해서 안내한다.

중국현대미술에 대해선 이보연의 <이슈, 중국현대미술>(시공아트, 2008)까지 챙겨두었는데, <북경예술견문록>과 함께 김지연의 <중국 현대미술의 얼굴들>(두성북스, 2013)이 '업데이트'용이 된다. <북경예술견문록>에 실린 작가 인터뷰 가운데서는 천원링 편이 인상에 남는다. 이런 작품들을 만든 작가다.

 

 

 

 

2. 인문학

 

김문식 교수가 추천한 책은 주경철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서울대출판문화원, 2013)다. 평판이 엇갈리는 문제적 인물 콜럼버스를 다루면서 "이 책은 새로 발견된 자료들을 활용하면서 위험한 항해에 나섰던 콜럼버스의 심성세계를 추적한다." 콜럼버스에 관한 가장 상세한 읽을 거리일 듯싶다. 덧붙이자면 앨프리드 크로스비의 <콜럼버스가 바꾼 세계>(지식의숲, 2006), 촘스키의 <정복은 계속된다>(이후, 2007) 등도 같이 읽어볼 만하다.

 

 

 

이진남 교수가 고른 책은 로랑 베그의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부키, 2013)다. "이 책은 인간에게 도덕적 열망이 있다는 점을 긍정한다. 그러나 칸트와 같이 도덕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살아간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공리주의자들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도덕적인 것이 옳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대신 인간의 도덕적 심성을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도덕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은 우리가 속한 집단과 사회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는 본능적 노력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도덕적 행위의 동기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고 이기적이지도 이타적이지도 않은 중성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도덕적 본성, 내지는 진화심리학적 도덕론에 관한 책도 떠오르는데, 제임스 레이첼스의 <동물에서 유래된 인간>(나남, 2009), 로버트 라이트의 <도덕적 동물>(사이언스북스, 2003)이 그 '초기' 저작들이다.   

 

 

3. 사회과학

 

왕상한 교수가 추천한 책은 장병윤의 <미래를 여는 대안적 실험>(옐로스톤, 2013)이다. "인류의 2대 위기로 거론되는 에너지와 식량. 인류는 이 외에도 현실적으로 심각한 문제 앞에 직면해 있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을 하는 것은 쉽지만 그 대안을 제시하는 건 쉽지 않다.
이 책은 이론서가 아니다. 직접 현장을 찾아가 대안적 삶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의 활동을 담았다. 오랫동안 생태와 대안적 삶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귀농의 꿈을 간직하고 있는 저자의 시각과 탐색 결과가 흥미롭다."는 소개다.

 

전형구 위원이 고른 책은 오형규의 <경제학, 인문의 경계를 넘나들다>(한국문학사, 2013). 소개에 따르면, "비전공자들이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일상생활, 역사, 문화와의 접목을 통해 정리한 경제학 입문서 내지는 안내서이다. 또한 유연한 사고의 확장을 위해 학문 간의 융합과 통섭의 지식을 다루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한 권 더 덧붙이자면, 노명우 교수의 <세상물정의 사회학>(사계절출판사, 2013)까지 결들여 읽어봐도 좋겠다. "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월급쟁이 노동자 교수로서 스스로가 평범한 세속적 존재임을 자각하고, 누구나 살면서 겪는 세상 경험과 희로애락의 감정을 채집하고 궁리하며 ‘세상물정의 사회학’을 시도했다"는 소개에 걸맞게 '세속사회학'의 한 견본을 보여준다.

 

 

 

4. 자연과학

 

이한음 위원이 추천한 책은 한겨레신문의 조홍섭 환경전문 기자의 <자연에는 이야기가 있다>(김영사, 2013)다. "이 책에는 최근에 연구자들이 밝혀낸 자연의 새로운 모습들이 소개되어 있다. 사막의 쇠똥구리에게는 굴리는 똥 경단이 더위를 쫓는 에어컨 역할도 한다는 이야기나 아마존이 지구의 허파라는 말이 과대광고라는 이야기처럼, 흥미진진하면서 깨달음을 안겨주는 알찬 내용이 가득하다." <생명과 환경의 수수께끼>(고즈윈, 2005), <한반도 자연사 기행>(한겨레출판, 2011) 등 저자의 전작들과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

 

 

 

막간에 뇌과학서 몇 권도 챙겨놓을 만하다. 한국과학기술원 김성호 교수의 <생각의 경계>(한권의책, 2014)는 "사람의 생각과 지적인 능력을 평가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오랜 시간 연구한 중간 결산으로서, 지식투영, 지식단면, 생각, 질문, 지식결합, 지식공유, 지식의 진화 등 뇌의 기능을 열두 단계의 관점으로 체계화하여 담고 있다."

 

구보타 기소유의 <손과 뇌>(바다출판사, 2014)는 많이 알려진 상식을 확인시켜주는 책. "일본 뇌과학계의 좌장인 구보타 박사는 손은 인간의 두뇌 진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손을 사용함으로써 두뇌를 자극해 머리가 좋아진다고 주장한다."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데이비드 린든 교수의 <고삐풀린 뇌>(작가정신, 2013)는 쾌감원리에 관한 책으로 " 쾌감이 우리의 뇌에 보다 근본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신경생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인간을 쾌감을 느끼도록 이끄는, 그러나 너무나 쉽게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게 만들어버리는 그 행동의 원천이 무엇인지 탐구하고 있다."

 

 

 

5. 실용일반

 

이하경 위원이 추천한 책은 김민형의 <아빠의 수학여행>(은행나무, 2014)이다. 저자는 작년에 <수수 공상>(반니, 2013)이 소개된 세계적인 수학자. '세계적인 수학자 김민형 교수가 아들에게 꼭 일러주고 싶은 세상의 모든 질문들'이 <아빠의 수학여행>의 부제다. "세계적인 수학자의 아주 특별한 교양서"라는 평이다. 수학자 강석진 교수의 <아빠와 함께 수학을>(문학동네, 2011)도 떠올리게 한다.

 

 

김민형 교수는 유학시절 아버지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에게 장문의 편지 세례를 받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그가 두 아들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은 편지를 썼다. "그래도 내가 쓴 편지는 아버지가 내게 쓰신 편지만큼 심각하지는 않다"고.  

 

 

 

교육 얘기가 나온 김에 EBS 다큐프라임의 하나로 나온 <언어발달의 수수께끼>(지식너머, 2014)도 성장기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필독할 만하다. EBS 다큐프라임의 책으론 화제작 <아이의 사생활>을 비롯해 <10대 성장보고서> 등 여러 권이 나와 있다.

 

0. 조선사

 

 

 

나대로 꼽은 주제는 '조선사'다. '민음 한국사'의 시리즈 첫 두 권으로 15세기와 16세기가 출간된 게 계기인데, 이덕일의 <정도전과 그의 시대>(옥당, 2014)를 에피타이저 삼아서 내리 읽어나가면 되겠다. 자료가 풍부하고 편집이 화려해서 중고등학생들이 읽기에도 유익할 듯하다.

 

 

14. 02. 01.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론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다시 고른다. 찾아보니 2010년 7월에도 꼽은 바 있다. 고전이야 다시 읽는 책이고, 다시 읽어야 하는 책이므로 이런 선정은 중복이 중복이어도 무방하다. 개인적으론 강의도 있기에 러시아판 TV영화 버전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12부작, 2008)도 마저 다 보려 한다(유튜브엔 영어 자막 버전도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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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부인 2022-08-21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슈,북경현대미술 이제서야 읽게 되네요. ^^
 

주말 오후에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밀리면 일거리가 되기에 빨리 손을 보기로 한다.

 

 

 

1. 문학예술

 

문학예술분야에서 정이현 작가가 고른 책은 앨리스 먼로의 <디어 라이프>(문학동네, 2013)다. 이미 지난달에 이달의 읽을 만한 책으로 올려놓은 바 있어서 덧붙일 말은 없다. 한달 더 시간이 주어진다면 원서로도 읽어보면 좋겠다. 그 사이에 <런어웨이>(곰, 2013)도 번역돼 나왔다. <디어 라이프>에 대해 정이현 작가는 이렇게 평했다. "이 단편들을 읽고나면, 소설이 한 인간을 완전히 변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내면을 뒤흔드는 것은 틀림없이 가능하다고 믿게 된다. 문학이 읽히지 않는 시대, 노벨상 수상작가라는 후광 때문이든 무엇 때문이든, 우리가 이제야 앨리스 먼로라는 이름에 주목할 수 있게 된 것이 다행이다."

 

 

이왕이면 한국 작가의 소설집도 같이 읽는 게 좋겠다. 이장욱의 <천국보다 낯선>(민음사, 2013), 김숨의 <국수>(창비, 2014), 고종석의 <플루트의 골짜기>(알마, 2013)이 최근에 나온 눈에 띄는 작품집들이다.

 

 

내가 고른 책은 건축분야다. 천장환 교수의 <현대 건축을 바꾼 두 거장>(시공사, 2013). "여기 현대 건축을 바꾼 두 거장이 소개된다. 르 코르뷔지에와 함께 현대 건축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와 미스 반 데어 로에다. 우리에게 친숙한 구겐하임미술관이 라이트의 작품이고 시그램 빌딩이 미스의 필생의 역작이다. 저자는 두 건축가의 삶과 그들의 철학, 그리고 대표 건축물에 대해 꼼꼼하게 기록하고 친절하게 안내한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경우는 자서전을 비롯해서 참고할 만한 책이 몇 권 출간돼 있다.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

 

 

한국건축으로도 눈길을 돌리면, '목천건축아카이브 한국현대건축의 기록' 시리즈의 첫 두 권으로 <김정식>(마티, 2013)과 <안영배>(마티, 2013)도 건축계 원로들의 구술집인데, "김정식 편에서는 코엑스, 인천국제공항, CGV 등 우리가 일상에서 수없이 마주치는 건축물이 지어진 과정과 뒷이야기 등을 만날 수 있다. <한국 건축의 외부공간>의 저자로 잘 알려진 안영배 편에서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지금의 모습을 하게 된 과정이 소상히 밝혀진다." 

 

  

 

2. 인문학

 

인문학 분야의 추천도서는 안형주의 <1902년, 조선인 하와이 이민선을 타다>(푸른역사, 2013)와 게르트 기거렌처의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살림, 2013)이다. 전자는 제목이 시사하듯 "최초의 하와이 이민자였던 안재창의 삶을 통해 재미 한인들의 생활상과 자강 운동을 보여"주는 책이다. 그리고 <생각이 직관에 묻다>(추수밭, 2008)의 저자이기도 한 기거렌처는 " 통계와 숫자라면 덮어놓고 믿는 우리의 부주의한 습관에 경종을 울린다. 유방암이나 에이즈 검사 같은 의학의 영역 뿐 아니라 폭력·살인·DNA검사 같은 범죄수사와 재판의 영역, 일기예보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우리가 어떻게 속고 살아왔는지를 낱낱이 보여준다." 

 

 

한해를 시작하는 달이기도 하니까 '처음 읽는' 철학책들을 손에 잡아도 좋겠다. 연말에 <처음 읽는 윤리학>(동녘, 2013)이 <처음 읽는 독일 현대철학>과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철학>에 이어서 바로 출간된 바 있다. 이 시리즈가 어떤 주제/분야로 더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독서욕을 부추기는 기획이다. 비록 만만한 난이도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있다면 전체를 조감하도록 해준다.

 

 

 

3. 사회과학


사회과학 분야의 추천도서는 요차이 벤클러의 <펭귄과 리바이어던>(반비, 2013)과 리치 노튼/나탈리 노튼의 <스튜피드>(미디어윌, 2013)다. 추천사에 따르면, "하버드대학 요차이 벤클러 교수의 <펭귄과 리바이어던>은 이타심과 선의에 기반한 협력의 시스템을 그려내고 있다. 벤클러 교수는 신경과학, 경제학, 사회학, 진화생물학, 정치학, 심리학, 윤리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이라는 인식이 어떻게 틀렸는지를 입증해 보이고 있다."(왕상한 교수) 그리고 '위대한 성공의 시작 바보 같은 생각의 힘'이라는 부제의 <스튜피드>는 "상식과 달라서 ‘바보 같은 생각’ 혹은 ‘바보짓’이라고 치부되는 것들이 개인의 삶과 조직, 그리고 세상에 얼마나 긍정적인 결과를 만드는지를 알려주고 있다."(전형구 위원)

 

 

거기에 더 얹자면, 좀 묵직하긴 하지만 <공통체>(사월의책, 2014)가 출간된 김에 네그리와 하트의 '제국 3부작'을 읽어보는 것도 충분히 해볼 만한 (무모한) 도전일 듯싶다. 사실 1월이 아니면 맘 먹기 어려운 독서 계획 아닌가.

 

 

 

4. 과학

 

과학분야에선 이한음 위원이 <서민의 기생출 열전>(을유문화사, 2013)을 추천했다. 같은 알라디너로서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서민(마태우스님) 교수의 책은 작년 연말에 '올해의 책'으로 자주 거명되기도 했다. 기생충과 짝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마틴 브룩스의 <초파리>(갈매나무, 2013)도 흥미를 끄는 책.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에서 진화생물학을 연구한 저자 마틴 브룩스는 이 책에서 생물학의 역사를 바꾼 숨은 주인공인 초파리를 통해 한층 더 흥미로운 생물학과 유전학의 미래를 예측하고자 한다." 한권 더 보태자면 이동환의 <친절한 과학책>(꿈결, 2013). '과학에서 찾은 일상의 기원'이 부제인데, '친절함'은 과학 칼럼니스트인 저자의 솜씨가 발휘된 결과다.

 

 

 

5. 실용일반

 

실용일반 쪽에서는 김형경 작가의 <남자를 위하여>(창비, 2013)가 추천됐다. "여자뿐 아니라 남자 스스로도 몰랐던 남자 이야기를 통해 남녀가 온전히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하경 위원의 추천 이유다. 최광현 교수의 <나는 남자를 버리고 싶다>(부키, 2013)은 제목은 정반대지만, 비슷한 성격의 심리치유서. 남성 우울증을 다룬 책으로 독일인 저자들이 쓴 <남자, 죽기로 결심하다>(시공사, 2013)도 제목은 살벌하지만, '어느 날 문득 삶이 막막해진 남자들을 위한 심리 치유서'이다.   

 

 

 

심리 치유서 내지는 심리 카운슬링 책들이 한때 붐을 탄 적이 있어서 지금도 관련서들은 계속 나오고 있다.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랜디 건서의 <사랑이 비틀거릴 때>(웅진지식하우스, 2013), 독일 아마존 베스트셀러라는 베르너 바르텐스의 <우리 정말 사랑하긴 했을까?>(중앙북스, 2013), 미국 아마존 장기 베스트셀러라는 매슈 켈리의 <왜 나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걸까>(소울메이트, 2013) 등이 얼른 골라본 책이다. 이 분야의 독자가 아니어서 나로선 감을 잡을 수 없지만, 당장 어려운 상황에 놓인 독자라면 적당한 저자를 찾아서 조언을 구해보는 것도 좋겠다.

 

 

0. 입시가족

 

내 맘대로 고른 주제는 '입시가족'이다. 한국사회에서 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굴레가 '입시'다. 가족사회학이 전공인 김현주의 <입시가족>(새물결, 2013)은 '중산층 가족'의 자화상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현실을 재고하게 만든다. 교육잡지 <민들레>의 발행인 현병호의 <우리 아이들은 안녕하십니까?>(양철북, 2013)는 '흔들리는 부모들을 위한 교육학'이 부제다. "한국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통찰, 스무 살 청년이 된 대안교육에 대한 성찰, 교육 정책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차분하게 말하지만 주장이 합당하며 명료하다. 여성학자 조주은의 <기획된 가족>(서해문집, 2013)은 작년 초에 나온 책인데, <입시가족>과 좋은 짝이 될 듯싶어서 다시 호출했다...

 

14. 01. 04.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헤르만 헤세의 <황야의 이리>(1927)를 고른다. <황야의 늑대>로도 번역돼 있는데, '이리'와 '늑대'가 독어로는 구분이 없는 것인지 궁금하다. 여하튼 <수레바퀴 아래서>나 <데미안>이 '청소년을 위한 헤세'라면 그가 50세에 출간한 <황야의 이리>는 '중년을 위한 헤세'다. 혹 헤세는 젊었을 때나 읽는 작가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편견을 단번에 불식시켜줄 작품이다. 1974년에 영화화되기도 했는데, 막스 폰 시도우 주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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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마지막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12월은 사실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이 아니라 올해의 책을 고를 때이지만(실제로 몇 곳에 추천도서 목록을 보내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에 읽어볼 만한 책이 또 없지는 않다. 하던 대로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의 추천목록에 따라 다섯 분야의 책을 고르고(http://www.kpipa.or.kr/info/recommBook.do?board_id=35) 나대로 고른 책을 덧붙이기로 한다.

 

  

 

1. 문학예술

 

먼저 내가 고른 책은 손철주의 <사람 보는 눈>(현암사, 2013)이다. 손철주의 옛그림 이야기의 연속인데, 이번에 다룬 건 '사람 그림'. "이미 우리 옛 그림을 어떻게 보고 읽을 수 있는지 안내해 온 저자가 이번 책에서는 ‘사람이 나오는 우리 그림’만을 골라서 설명과 논평을 붙였다. 짧지만 군더더기가 없어서 그림에 대한 설명으로 족하고 논평은 간명하지만 핵심을 전달한다."

 

 

 

정이현 작가가 고른 책은 조은 시인의 <또또>(로도스, 2013)다. "이 책은 인간과 반려동물이 같이 하는 삶에 대한 아름다운 기록인 동시에, 인간이 다른 생명과의 동반적 삶을 통해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새롭게 이해해가는 하나의 성장담"이라는 평이다. '동물권리 선언 시리즈'로 나온 <인간과 동물, 유대와 배신의 탄생>(책공장더불어, 2013)과 <동물 쇼의 웃음, 쇼 동물의 눈물>(책공장더불어, 2013)도 같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덧붙여,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앨리스 먼로의 소설들을 읽으며 한해를 마무리해도 좋겠다. 마지막 소설집 <디어 라이프>(문학동네, 2013)가 최근 번역돼 나왔고, <행복한 그림자의 춤>(뿔, 2010)과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뿔, 2007)은 이미 나와 있던 책들이다.

 

 

 

2. 인문학

 

인문 분야 추천도서는 김경임의 <사라진 몽유도원도를 찾아서>(산처럼, 2013)와 오창섭의 <근대의 역습>(홍시, 2013)이다. <사라진 몽유도원도를 찾아서>는 "우리 회화 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몽유도원도'는 어떤 의미를 담고 탄생하게 됐으며 어떻게 역사의 물결을 타고 유랑하게 됐는지 이 책에서 그 흔적을 찾아나선" 책이다. "몽유도원도의 시대적.사상적.문화적 탄생 배경을 살펴보며, 꿈의 주인인 안평대군의 삶과 문화적 이상을 추적하여 그림에 담긴 의도를 밝혀내고 있다." 미술사학자 안휘준 교수의 <안견과 몽유도원도>(사회평론, 2009)도 같이 읽어볼 수 있겠다. <근대의 역습>은 "일제 강점기의 사진, 신문, 기사 등에서 우리를 근대화시킨 증거와 흔적들을 찾아내어 그 의미를 꼼꼼하게 분석하고" 있는 책. 이덕일의 <근대를 말하다>(역사의아침, 2012)의 짝이 될 만하다.

 

 

개인적으로는 세계문학론과 혼종문화론을 주제로 한 책들도 독서목록에 올려놓고 있다. '지구시대의 문학연구'를 부제로 한 윤지관 교수의 <세계문학을 향하여>(창비, 2013)는 세계문학의 이념과 실천에 관한 다양한 쟁론적 글들을 수록하고 있는 평론집. 김용규 교수의 <혼종문화론>(소명출판, 2013)도 '지구화 시대의 문화연구와 로컬의 문화적 상상력'이란 부제대로 지구화시대 혼종문화적 양상에 대한 진단과 이론을 소개한다. 문학평론가 소영현의 <프랑켄슈타인 프로젝트>(봄아필, 2013)는 "문화를 둘러싼 이분법,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문학과 문화, 리얼리티와 가상, 실제와 재현 등의 구분법을 의문시하고, 시대와 공간을 넘나드는 다양한 텍스트들 속에서 ‘타자’와 문화에 대해 사유"를 담았다.

 

 

 3. 사회과학

 

프란시스코 페레/박홍규의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우물이있는집, 2013)과 스튜어트 프리드먼의 <와튼스쿨 인생특강>(비즈니스북스, 2013)이 추천도서다.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는 '자유교육의 선구자'의 교육론을 소개하고 간략한 평전을 덧붙인 책으로 2002년에 나왔던 책의 개정판이다. 

 

 

대선 1년을 맞아 지난 대선에 대한 평가와 성찰을 담은 책들도 읽어봄직하다. 문재인 후보의 <1219 끝이 시작이다>(바다출판사, 2013)와 홍영표 의원의 <비망록>(다산북스, 2013)이 나왔고,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진실'을 밝힌 유시민의 <노무현 김정일의 246분>(돌베개, 2013)은 두달 전에 출간된 바 있다. 바둑처럼 복기를 해서 실력을 키울 수 있다면 얼마든지 마다하지 않을 일이다. 

 

 

4. 자연과학

 

자연과학 추천도서는 길버트 웰치의 <과잉진단>(진성북스, 2013)이다. 병원에서 검진을 받아본 이라면 누구나 경험해봄직한 일인데, "조기 검진이 병에 걸린 이에게는 유용하긴 하지만, 과잉 진단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 아마 감상선 암환자의 증가 같은 게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의료기기의 발달로 조기에 병을 발견하는 건 좋은 일이겠으나 오히려 건강에 대한 염려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경우도 적지 한다. 의학상식으로라도 읽어둘 만한 책.

 

 

 

개인적으로는 마이클 거숀의 <제2의 뇌>(지만지, 2013)도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있는데, 흥미롭게도 뇌가 아닌 소화기관에 관한 책이다. "소화기 신경계의 발견에서부터 각종 신경전달물질, 식도에서 위, 대장에 이르기까지의 여정,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비롯한 소화기 질환과 신경계의 역할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와 관련된 것이기도 한데, 러셀 블레이록의 <죽음을 부르는 맛의 유혹>(에코리브르, 2013)은 MSG로 대표되는 식품 첨가물의 위험성을 고발하는 책이다. "글루탐산과 여타 흥분독소가 성장기의 뇌 발달 방식을 바꾸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밝혀낸 실험과 신경계를 손상시키는 흥분독소를 비롯해 신경계 질환과 관련한 중요한 연구 사례를 소개한다."

 

 

과학책 독자라면 물론 에드워드 윌슨의 신간 <지구의 정복자>(사이언스북스, 2013)와 스티븐 제이 굴드의 에세이들도 놓칠 수 없겠다. 개인적으론 <플라밍고의 미소>(현암사, 2013)와 <여덞 마리 새끼 돼지>(현암사, 2012)가 번역된 김에 원서도 주문했다(굴드의 소문난 글솜씨를 감상해보기 위해서다). 

 

 

 5. 실용일반 

 

여문주의 <어이없이 틀리는 우리말 맞춤법 500>(인이레, 2013)이 추천도서다. "이 책은 500개라는 항목 수가 확인해 주듯이 일상에서 잘못 쓰이는 어휘와 표현들이 거의 망라된 책이다. 너무 사소하여 학교에서도 안 가르쳐주고 너무 황당해서 남들도 잘 지적해 주지 않는, 그런데 나만 모르고 잘못 써 온 말들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책의 어느 페이지든 펼쳐서 죽 넘겨보면 된다." 학생들에게도 요긴할 듯한 책. 맞춤법에 관한 책을 더 찾아보니 김남미의 <100명중 98명이 틀리는 한글 맞춤법>(나무의철학, 2013)이 인기 도서다. 전문적인 책으론 <한글 맞춤법 강의>(신구문화사, 2010)가 있다.

 

 

 

0. 글쓰기

 

내 맘대로 고르는 주제는 '글쓰기'로 정했다. 계기는 유명작가 20인의 글쓰기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 매러디스 매런의 <잘 쓰려고 하지 마라>(생각의길, 2013)인데, 퓰리처상 수상작가 제니퍼 이건, 제인 스마일리 등이 어떤 동기와 노력으로 글을 쓰는지 친절하게 안내한다.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다'는 말에 동감한다면 따라해볼 수 있는 지침서. 조금 프로페셔널하게는 윌리엄 케인의 <거장처럼 써라>(이론과실천, 2011)가 아주 요긴한 책. 헤밍웨이와 포크너 등 유명작가 18인의 소설작법을 쪽집게 선생처럼 짚어준다. 저자가 유명작가가 아닌 게 신기할 정도다. '거장'이란 말에 주눅들지 않고 좀더 평범하게 시작하고 싶다면 바바라 애버크롬비의 <인생을 글로 치유하는 법>(책읽는수요일, 2013)이 도움이 된다. 글쓰기의 부담은 낮추고 의욕은 한껏 부추겨준다.  

 

13. 12. 07.

 

 

 

P.S. 12월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논어>를 고른다. 정확하게는 <논어> 강의다. <심경호 교수의 동양고전 강의: 논어>(민음사, 2013)가 3권짜리로 출간돼서인데, <논어>에 대한 책이 중국에서도 이렇게 많이 나오진 않을 듯싶다. 도대체 무슨 새로운 얘기가 더 가능한지 궁금해서 읽어보려고 한다.

 

 

비교해볼 만한 건 물론 김용옥의 <논어한글역주>(통나무, 2008)다(최근에는 만화판까지 나왔다). 아, 리링의 <집 잃은 개 1,2>(글항아리, 2012)와 <논어, 세 번 찢다>(글항아리, 2011)도 비교대상이 될 수 있겠다. 베이징대 석학의 <논어> 강의는 어떤 것인지 맛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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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도 두번째 주말이 코앞이다. 부랴부랴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지난 달부터 선정 범주가 달라졌는데, 다섯 개 분야의 책을 고르고 내 맘대로 고른 주제 하나를 덧붙인다.

 

 

 

 

1. 문학예술

 

정이현 작가가 추천한 책은 히라노 게이치로의 <결괴>(문학동네, 2013)다(김연수 작가도 추천했군). 이미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 작가이기에 군더더기 설명은 필요없겠다. 정이현 작가의 평은 이렇다.

1999년 아쿠다가와상 수상작인 <일식>으로 '마시마 유키오의 재림'이라는 평가를 들으며 혜성처럼 등장한 히라노 게이치로는 등단 십 년 만의 이 작품에서 사람은 왜 사람을 죽이는가, 사람은 사람을 진정으로 용서할 수 있는가 등의 근본적인 문제에 깊이 천착하여 집요하도록 찬찬히 파헤쳐 나간다. <결괴>는 <일식>, <달>, <장송>의 로맨틱 3부작 이후 한동안 단편 창작에 집중했던 그의 작품세계에 새로운 방점을 찍은 대작 장편소설이며, 특유의 현학적인 필치와 한층 짙어진 문제의식을 심도 있게 파헤쳐간 수작이다.

나는 아직 게이치로의 소설을 읽은 적이 없지만(<일식>만 구입했던 듯하다) 만약 손에 든다면 가장 먼저 읽게 될 듯싶다.

 

 

 

내가 고른 예술분야 책은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감독들이 기관 설립 30주년을 기념하여 펴낸 <영화 같은 시간>(이음, 2013)이다. "허진호, 임상수, 봉준호, 최동훈 등 유수의 감독들을 배출하며 ‘한국의 영화 사관학교’라고 불린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영화인들이 기관 설립 30주년을 기념하여 엮은 <영화 같은 시간>은 그들의 학교이자 배움의 현장이었던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의 경험과 기억을 풀어놓는다." 한국영화 교육과 제작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책. 한국영화 관련서가 드문 편이어서 눈에 띄었다.

 

같이 읽어볼 만한 책은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의 실제 장편영화 제작과정을 기록한 <영화의 꿈을 향해 쏴라>(씨네21북스, 2012). '우리는 어떻게 저예산 장편영화를 촬영했나'가 부제다. 아울러 "현재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일궈낸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여덟 명의 기술 스태프들에 관한 이야기", <우리시대 영화장인>(열화당, 2013)도 참고해볼 만하다. 대략 한국에서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일별해줄 만한 책들이다.  

 

 

한국문학 작품도 더 얹자면, 알라디너들의 열띤 호응을 얻고 있는 황정은의 신작 장편 <야만적인 앨리스씨>(문학동네, 2013), 백가흠의 두번째 장편소설 <향>(문학과지성사, 2013), 그리고 정태언 작가의 소설집 <무엇을 할 것인가>(강, 2013). <무엇을 할 것인가>는 물론 체르니셰프스키의 <무엇을 할 것인가>와 레닌의 <무엇을 할 것인가>에 반향하는 제목이다. 러시아 유학파 작가답게 러시아문학의 영향이 짙게 느껴진다.

 

 

 

2. 인문학

 

인문학 분야의 책으론 크리스틴 스웬슨의 <가장 오래된 교양>(사월의책, 2013)과 차장섭의 <미얀마>(역사공간, 2013)가 추천됐다. <가장 오래된 교양>은 언급한 적이 있는 책이고, <미얀마>는 제목 그대로 "미얀마의 역사와 문화, 유적지를 종합적으로 안내하는 인문교양서". "역사를 전공하는 학자가 현지를 다섯 번이나 답사하면서 사진을 찍고 미얀마와 관련된 자료를 정리했다는 점에서 신뢰가 간다"는 평이다. 연초에 나온 <아웅산 수치 평전>(왕의서재, 2013)과 같이 읽으면 좋겠다.

 

 

거기에 더 얹자면 요즘 자주 출간되고 있는 퇴계 관련서들도 읽어볼 만하다. '도산(서당)에서 이것저것을 생각나는 대로 시로 읊다'는 뜻의 <도산잡영>(연암서가, 2013)이 최근에 나왔고, 이상하의 <퇴계생각>(글항아리, 2013)과 김병일의 <퇴계처럼>(글항아리, 2012)는 한국국학진흥원에서 기획한 같은 시리즈의 책이다.

 

 

 

3. 사회과학

 

사회과학 분야에선 레이먼드 조의 <관계의 힘>(한국경제신문, 2013)이 추천됐다. 제목은 최근의 트렌드를 보여주는데, 얀 칩세이스 등의 <관찰의 힘>(위너스북, 2013), 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갤리온, 2012)과 함께 알라딘에서는 '나를 바꾸는 힘 3종 세트'로 묶여 있기도 하다.

 

 

그렇게 묶을 수 있는 책으론 '아파트 3종 세트'도 있다. 바로 박해천의 <아파트 게임>(휴머니스트, 2013), 박인석의 <아파트 한국사회>(현암사, 2013), 박철수의 <아파트>(마티, 2013)은 올해의 기억할 만한 3종 세트다. 적어도 아파트란 주제에 관해서는 읽고 토론할 거리가 마련됐다고 할까.

 

 

 

4. 자연과학

 

이한음 위원이 추천한 책은 황선도의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부키, 2013)다. 추석 연휴엔가 언급한 적이 있는 책. 같이 읽어볼 만한 과학서로는 이한음 위원이 옮긴 책으로 윌 벤슨의 <식물의 왕국>(까치, 2013)과 일레인 폭스의 <즐거운 뇌, 우울한 뇌>(알에치코리아, 2013)도 손에 들어볼 만하다. 신뢰할 만한 역자의 번역은 고르는 수고도 덜어준다.

 

 

 

생태 관련서도 보태고 싶은데, 신승철 교수의 <갈라파고스로 간 철학자>(서해문집, 2013)도 생태학과 철학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는 책으로 눈길을 끈다. "플라톤, 데카르트, 칸트, 홉스, 니체, 푸코, 프로이트, 맑스 등 철학사의 주요 철학자들부터 스피노자, 피터 싱어, 머레이 북친, 들뢰즈·가타리 등의 생태주의 철학자에 이르기까지, 철학의 주요 사상과 개념들 속에서 ‘생태’의 키워드를 찾아 철학적 사유를 전개한다."

 

이시 히로유키의 <세계문학 속 지구환경 이야기1,2>(사이언스북스, 2013)도 생태학과 문학의 만남을 다룬다. 소개에 따르면, "30년 넘게 환경 전문 기자로 활약해 온 이시 히로유키가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 낸 재해와 파괴의 현장에서 얻은 그만의 눈으로 본 세계 문학들을 모았다. 이 책에는 <길가메시 서사시>와 「출애굽기」를 비롯해 <레 미제라블>과 <암흑의 핵심> 등 다양한 시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작품 24편이 등장하고 있다."

 

 

5. 실용일반

 

이하경 위원이 추천한 책은 조승연의 <소녀, 적절기술을 탐하다>(뜨인돌, 2013)와 클레어 콕 스타키의 <인포그래픽 세계>(마리북스, 2013), 두 권이다. '인포그래픽'은 말 그대로 정보를 전달해주는 그림. 과문했는데, 이 분야에도 관련서들이 여럿 나와 있다.

 

 

 

0. 병자호란

 

역사분야의 책이 빠진 듯싶어서, 내 맘대로 고르는 주제는 '병자호란'으로 정했다. 한명기 교수의 역사평설 <병자호란1,2>(푸른역사, 2013)이 최근에 출간됐기 때문인데, 같은 시기를 다룬 역사소설로 유하령의 <화냥년>(푸른역사, 2013)도 자매편 같은 책이다(알고 보니 두 저자가 부부라고 한다). 왜 지금 병자호란인가?

저자는 명과 청이라는 패권국 사이의 '조선'과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는 '대한민국'을 교차시킨다. 미국과 중국 중심의 G2(Group of 2)시대라 일컬어지는 현재, 그리고 G2세력의 영향권에 속해 있는 한반도. 두 강대국 간 갈등이 고조된다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가 병자호란에 주목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병자호란>에 보태어 이번에 완전판이 나온 아이작 아시모프의 대표작 <파운데이션>(황금가지, 2013)도 이달의 독서목록에 올려놓고 싶다(가능할까?). <병자호란>(역사)과 <파운데이션>(SF)의 겹쳐 읽기? 이유가 없지 않다. <로마제국 쇠망사>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작품인 만큼 최근의 '대한민국 쇠망사' 시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다...

 

13. 11. 07.

 

 

 

P.S. 11월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헤밍웨이의 마지막 걸작 <노인과 바다>를 고른다. 다수의 번역본이 나와 있고, 내가 갖고 있는 것만 해도 댓 종이 넘는데, 여력이 있으면 비교해서 읽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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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원고 하나를 겨우 써보내고(물론 그게 끝이 아니다) 생각해보니 이미 달이 바뀌었기에 '이달의 읽을 만한 책'도 새로 골라놓아야 한다. 지난달에 많이 지각한 페이퍼를 올려놓았지만 이달의 페이퍼는 생각난 김에 올려놓는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좋은책선정위원회가 9월에 개편됐고, 선정분야도 달라졌다(선정 종수는 예전과 같다). 이달부터는 바뀐 카테고리에 따라 책을 고르기로 한다(유아아동 분야를 제외하면 다섯 분야다).

 

 

 

1. 문학예술  

 

문학, 예술분야가 통합됐는데, 내가 고른 책은 캐서린 부의 <안나와디의 아이들>(반비, 2013)이고, 정이현 작가는 할레드 호세이니의 <그리고 산이 울렸다>(현대문학, 2013)를 추천했다. <안나와디의 아이들>은 뭄바이의 빈민촌 안나와디를 밀착취재한 매우 강렬한 르포르타주. 호세이니의 소설에 대해 정이현 작가는 "전작인 <연을 쫓는 아이>, <천 개의 찬란한 태양>에 뒤지지 않는 엄청난 흡인력으로 독자의 시선을 빨아들인다. 작가는 가난으로 인한 어린 남매의 생이별을 서사의 중심에 놓고, 그 주변 인간군상의 다양한 생애를 넓게 펼쳐 보인다."고 평했다.

 

 

여력이 있다면 10월에는 최근 타계한 최인호 작가의 <별들의 고향>(여백, 2013)도 읽어보고 싶다. '상업소설'로 분류돼 폄하된 감이 있지만, 70년대 초반의 사회상과 연관해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아주 오랜만에 영화도 같이 볼까.

 

 

시집도 곁들이자면, 이병률 시인의 <눈사람 여관>(문학과지성사, 2013), 박주택 시인의 <또 하나의 지구가 필요할 때>(문학과지성사, 2013), 그리고 독문학자이자 번역가이기도 한 김재혁 시인의 <딴생각>(민음사, 2013) 등이 눈길을 끄는 신작 시집들이다.

 

 

 

2. 인문학

 

인문학 분야에선 김문식, 이진남 위원이 각각 주영하의 <식탁 위의 한국사>(휴머니스트, 2013)과 버트런드 러셀의 <인기 없는 에세이>(함께읽는책, 2013)를 추천했다. 예측가능한 추천으로 나도 페이퍼들에서 다룬 바 있는 책들이다. 음식문화사 쪽으로는 주영하 교수가 옮긴 <중국 음식문화사>(민음사, 2010)도 이번에 발견했다. 비교해서 읽어봄직하다.

 

 

개인적으로는 바디우의 책 몇 권도 이달에는 읽어보려고 한다. 최근 방한을 계기로 여러 권이 한꺼번에 나왔는데, <투사를 위한 철학>(오월의봄, 2013)과 <사유의 윤리>(길, 2013)은 엊그제 영역본도 구했다. <베케트에 대하여>(민음사, 2013)는 이번에 또 무대에 올려지는 산울림 극단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관람하기 전에 읽어볼 참이다.

 

 

 

3. 사회과학

 

왕상한 위원장과 전형구 위원이 추천한 책은 롭 헹거벨트의 <훼손된 세상>(생각과사람들, 2013)이다. '우리의 소비가 지구를 망치고 있다'가 부제. 쓰레기(폐기물)로 점점 훼손돼 가는 지구 생태를 다룬 책들이 부쩍 늘고 있는데, 에드워드 흄즈의 <102톤의 물음>(낮은산, 2013)과 찰스 무어 등의 <플라스틱 바다>(미지북스, 2013)도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오랜만에 교육 관련서도 보탠다. 전 거창고 교장 전성은의 <왜 교육은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가>9메디치미디어, 2013)는 <왜 학교는 불행한가>(메디치미디어, 2011)에 뒤이은 책으로 '교육 3부작'의 두번째 책이다. "‘참여정부’ 당시 교육혁신위원장을 맡아 교육혁신을 하고자 했으나 여러 가지 벽에 부딪혀 끝내 이루지 못한 대한민국 교육혁신의 방향을 책에 담았다." '교사들과 함께 쓴 학교현장의 이야기', 엄기호의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따비, 2013)와 같이 읽어볼 만하다.

 

 

4. 자연과학

 

이한음 위원이 추천한 책은 이지유의 <처음 읽는 지구의 역사>(휴머니스트, 2013)다. <처음 읽는 우주의 역사>(휴머니스트, 2012)의 속편격. "이 책은 우주에서 본 지구의 모습에서부터 지구 속까지, 즉 천문학에서 지구과학까지를 다룬다. 저자는 과학자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재미있는 일화들을 섞어 가면서 쉽고도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자기 시대의 낡은 세계관을 넘어서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잘 드러나도록 서술되어 있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중학생 정도면 읽어볼 수 있겠다.      

 

 

말이 나온 김에 중학생도 읽을 수 있는(어쩌면 초등학생도) 다윈과 진화론 소개서들도 골라놓는다. 모두 최근에 나온 책들이다.

 

 

5. 실용일반

 

이하경 위원이 고른 책은 정재승 외, <백인천 프로젝트>(사이언스북스, 2013)와 마이클 로이젠 등이 쓴 <우리 아이를 위한 내몸 사용설명서>(김영사, 2013)이다. <백인천 프로젝트>는 과학분야로도 분류되는 책. 야구에서 4할 타자가 왜 나오지 않을까란 화두를 풀기 위해 '집단지성'이 참여했다. 대표 저자인 정재승 교수에 따르면, "트위터로 모집된 78명의 일반인이 매주 모여 진행한 이 프로젝트가 흥미로운 것은 참가자 모두 과학 논문을 제대로 써 본 적이 없는 ‘아마추어 과학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야구를 좋아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기에 평소 생업에 종사하면서 넉 달 만에 외국 잡지에 제출할 만한 논문을 완성했다는 것 자체가 쾌거라고나 할까? (이 논문의 저자는 무려 58명이다!)" <우리 아이를 위한 내몸 사용설명서>는 <내몸 사용설명서>(김영사, 2007)부터 시작된 '내몸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으로 '0세부터 6세까지 육아 가이드'이다. 

 

 

 

0. 한국현대사 다시 보기

 

내가 고른 주제는 '한국현대사 다시 보기'다. 국문학과 한국사 전공 연구자들의 성과를 담은 책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그중에서 관심이 가는 책 몇 권을 골랐다. '식민지 시기 파시즘과 시각 문화'를 주제로 한 한민주의 <권력의 도상학>(소명출판, 2013)과 '(영화의) 플롯으로 읽는 한국현대사'로, 이하나의 <'대한민국' 재건의 시대>(푸른역사, 2013), 그리고 '풍기문란의 계보와 정념의 정치학'이 부제인 권명아의 <음란과 혁명>(책세상, 2013) 등이다.

 

 

거기에 덧붙여 최근 '이승만주의자'를 자임하는 이가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돼 취임하였기에 새삼 이승만 관련서를 몇 권 구했다. 서중석의 <이승만과 제1공화국>(역사비평사, 2007)은 기본서이고, 정병준의 <우남 이승만 연구>(역사비평사, 2005)는 저자의 박사학위논문에 토대한 것으로 공들인 연구서다. 김삼웅 선생의 <'독부' 이승만 평전>(책보세, 2012)은 신랄한 비판적 시각에서 쓰인 평전이다.

 

13. 10. 03.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슬라보예 지젝의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새물결, 2013)을 고른다. 생존 철학자의 저작이지만, 동시대의 고전 가운데 하나로 꼽을 만하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정본'이 될 만한 번역본이 오랜만에 나온 것도 환영의 이유가 된다.

 

 

 

'오래된' 고전으로는 셰익스피어의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를 이달에 읽어보려고 한다. 두 종의 번역서와 원서를 오늘 주문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가장 잔인한 작품'이라는 평판이 흥미를 끌었다. 소개에 따르면, "살인만 열네 번에 강간과 수족(手足) 절단, 생매장, 식인(食人) 등 온갖 끔찍한 잔혹 행위들이 등장하는 탓에 영국의 한 평론가는 '폭력의 카탈로그'라 칭했다. 박찬욱 감독은 자신이 아는 가장 잔인한 복수극이라 했다. 셰익스피어 극작 경력의 가장 초기작 가운데 하나인 이 극은 그 미성숙함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다가올 위대한 비극 작품들의 단단한 씨앗과 어렴풋한 윤곽들을 찾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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