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와 원고 사이에 잠시 짬을 내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어느덧 11월이고 때맞춰 날도 차다. 늦가을의 정취보다는 겨울에 대한 예감이 먼저 분위기를 장악한 듯하다. 한해가 기울어가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바라건대 남은 두달, 드라마틱하게 기울어가기를..  

 

 

 

1. 문학

 

김미현 교수가 고른 책은 김연수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자음과모음, 2012)이다. 일곱번째 장편소설. 찾아보니 작가는 산문집을 포함해 올해 세 권의 책을 냈다. 꾸준한 작가라는 얘기다. 내년에도 지지 않고 '원더 라이터'의 모습을 이어가주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동시대 러시아작가인 빅토르 펠레빈의 < P세대>(문학동네, 2012)와 울리츠카야의 <소네치카>(비채, 2012), <쿠코츠키의 경우>(들녘, 2012)도 11월에 읽어보면 좋겠다.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고른 책은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2>(눌와, 2012)이다. 2010년에 나온 1권에 이어지는 책. '통일신라와 고려시대'를 다루고 있으니 앞으로도 두어 권은 더 이어질 듯싶다.

 

 

개인적으로는 얼마전에 타계한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의 여러 권 재구입했는데(장기 19세기 3부작과 20세기사 <극단의 시대>) <극단의 시대>만이라도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까치, 2012)와 함께 통독하고 싶다. 아마도 겨울로까지 이어질 듯싶지만. 한국사 책은 강만길 교수의 책들을 손 가까이에 놓아두었다.

 

 

 

3. 철학

 

박인철 교수가 추천한 책은 로제 폴드르와의 <일상에서 철학하기>(시공사, 2012)다. 저자는 생소한데(르몽드지의 고정 칼럼니스트 일한 경력이 눈에 띈다), 의외로 이미 여러 권 번역돼 있다. 추천사에 따르면 "이 책은 그 흔한 철학입문서나 해설서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딱딱한 철학적인 개념들을 가지고 철학이론을 설명하려들지 않는다. 이 책의 특징은, 철학은 진지한 사유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적 삶속에서의 사소한 체험과 활동을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함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철학교사 안광복의 책들이 비슷한 미덕은 갖고 있지 않나 싶다(아니나 다를까 <일상에서 철학하기>의 추천사도 쓰고 있다). <철학자의 설득법>(어크로스, 2012) 등도 같이 얹어서 읽어볼 만하다.

 

 

 

4. 정치/사회

 

마인섭 교수가 추천한 책은 이성재의 <지식인>(책세상, 2012)이다. 지식인 실종 시대에 "저자는 ‘지식인이란 누구인가’를 다시 정리하고 ‘왜 지식인이 실종되었나’ 그리고 ‘지식인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까’를 거론하였다." 더불어 읽어볼 만한 책은 20세기 지식인의 표상과 책임을 각기 다룬 에드워드 사이드의 <지식인의 표상>(마티, 2012)과 토니 주트의 <지식인의 책임>(오월의봄, 2012)이다.

 

 

한편 11월은 중국의 새 지도부가 들어서는 달이기도 한데 예정대로라면 시진핑과 리커창이 후진타오와 원자바오의 뒤를 잇는다. 새로운 리더 시진핑에 대한 책들이 <시진핑 리커창>(린, 2012)을 비롯해 몇 권 출간돼 있다. 중국의 정세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눈길을 줄 만하다.

 

 

 

5. 경제/경영

 

이달에 새로 합류한 김은섭 위원이 고른 책은 제윤경, 이헌욱의 <약탈적 금융사회>(부키, 2012)다.  "이 책은 가계 부채 1,000조, 집에 과도한 빚이 딸린 하우스 푸어가 150만 가구, 대한민국 가계의 60퍼센트가 빚을 진 오늘날 빚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열쇠는 금융권에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다. 더 나아가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되돌아보게 하는 책으로 <자본주의 고쳐쓰기>(한겨레출판, 2012)와 <자본주의에 불만이 있는 이들을 위한 경제사 강의>(이매진, 2012)도 더 얹어볼 만하다.

 

 

 

6. 과학

 

김웅서 위원이 추천한 책은 임소형의 <엄마, 꼬추 검사 한 거야?>(한국in, 2012)다. '과학 기자 임소형의 스마트한 육아 다이어리'가 부제다. 육아에 별로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더 원론적으로 생명과 생존에 관한 책을 손에 드는 건 어떨까. 리처드 포티의 <위대한 생존자들>(까치, 2012)과 <런던 자연사 박물관>(까치, 2009)이 흥미로운 자연의 세계로 안내한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고른 그림책은 베아트리스 퐁타넬의 <살림하는 여자들의 그림책>(이봄, 2012)이다. '중세부터 20세기까지의 인테리어의 역사'가 부제로 붙어 있다. 좀 여유가 있는 독자라면 미술사가 케네스 클라크의 <그림을 본다는 것>(엑스오북스, 2012)을 손에 들어도 좋겠다. 케네스 클라크의 <누드의 미술사>(열화당)에 도전장을 내민 프랜시스 보르젤로의 <누드를 벗기다>도 눈길을 끄는 책이다. "저자는 케네스 클라크의 고전인 <누드(1956)>가 보여주는 문명화되고 위생적이며 완벽한 예술적 누드와 원시적이고 불편하며 마음을 동요하게 만들지만 흥미를 끄는 현대 사회의 누드를 비교하고 있다."

 

 

 

8. 교양

 

내가 고른 교양서는 <하버드 교양 강의>(김영사, 2012)다. 미국에서도 하버드 대학의 교양커리큘럼은 대중적 관심사라고 하는데, 명망 있는 교수진이 직접 다양한 분야,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소개해주고 있는 책이다. 책에 빠져 있는 경제학이나 정치경제학 분야에 대해서는 천진의 <하버드 경제학>(에쎄, 2011)과 <하버드 정치경제학>(에쎄, 2012)을 통해서 직접 현장의 육성을 들어볼 수 있다. 최고 수준의 강의를 저렴하게 일람해볼 수 있다는 게 이 책들의 장점이다.

 

 

9. 실용

 

이계성 위원이 추천한 책은 고영삼의 <인터넷에 빼앗긴 아이>(베가북스, 2012)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중독에 빠진 아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요령을 알려준단다. "저자는 구체적 해법으로 'DREAM'기법을 제시한다. Danger(위험인식하기), Reflection(서로 성찰하기), Evaluation(상태 진단하기), Appreciation(가치 인정하기), Miracle(기적 일으키기)의 앞 글자를 조합한 조어다. 이 기법은 인터넷 중독자를 둔 가정뿐만 아니라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청소년 자녀를 둔 모든 가정에서 활용할 만하다"고. 사실 테크놀로지 환경에 대한 적응과 소외의 문제는 어른, 아이를 가리지 않는다. 더글러스 러시코프의 <통제하거나 통제되거나>(민음사, 2011)와 셰리 터클의 <외로워지는 사람들>(청림출판, 2012)도 이 문제를 다룬 책으로 읽어볼 만하다.

 

 

 

10. 진리와 방법

 

이달의 주제도서로는 이번에 완역돼 나온 가다머의 <진리와 방법>(문학동네, 2012)을 고른다. 하도 오랫만에 나온 책이어서 따로 자리를 마련한 것인데, 아마도 이달에 읽을 수 있는 가장 어려운 책이기도 할 듯싶다. 이달의 책이라고 해서 이달에 다 읽어야 하는 건 아니다. 다만 이달에 읽기 시작한다는 게 의미가 있다. 여유가 된다면 영역본을 구해서 같이 읽어도 좋겠다(독어본을 읽을 수 있는 독자라면 번역본이 필요하지 않은 독자일 테고)...

 

12. 11. 01.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은 헨리 제임스의 <여인의 초상>(민음사, 2012)이다. 지난 6월에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을 고르면서 실상은 그의 대표작인 <여인의 초상>을 읽고 싶다고 했는데, 마침 이번에 번역본이 나왔다(예전 번역은 절판됐었다). 제인 캠피온의 영화도 감상하면서 일독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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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4-16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미뤄놓은 일이 많더라도 당장은 연휴 기분을 내보도록 한다(그래봐야 이달의 읽을 만한 책들을 골라놓는 것이지만). 어느덧 10월이 되는군. 가는 세월이 아쉬운 법이지만, 대선 국면이라 올해는 꽤 긴장감 넘치는 연말이 될 듯싶다. 독서 또한 그런 분위기를 타면 좋겠다. 흥미진진한 독서...

 

 

 

1. 문학

 

김미현 교수가 추천한 책은 이승우의 <지상의 노래>(민음사, 2012)다. "작가 이승우가 십수 년 전부터 구상해 온 모티프를 가지고, 인간 존재와 내면세계에 대한 다층적 사유와 철학으로 욕망과 죄의식의 근원을 파헤친 또 하나의 문제작". 소개된 줄거리만으로도 작가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을 법한 소설이다. 한국 작가의 소설로 박성의 소설집 <하루>(문학과지성사, 2012)와 백가흠의 첫 장편소설 <나프탈렌>(현대문학, 2012)도 같이 읽어볼 만하겠다. 10월이면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도 발표될 터이니 10월의 외국작가는 공란으로 남겨놓는다.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고른 역사서는 오항년의 <광해군 그 위험한 거울>(너머북스, 2012)이다. 요즘 흥행작 <광해, 왕이 된 남자> 덕분에 새삼 주목받는 군주가 광해군인데, 찾아보면 본격적인 역사서가 극히 드물다. 한명기 교수의 <광해군>(역사비평사, 2000)을 더 얹을 수 있는 정도다. 광해군에 대한 저자의 시각은 '그 위험한 거울'이란 부제에 드러나 있다. 광해군 시대에 대한 평가적 논쟁에 불을 당기는 책으로도 읽힌다.

 

 

 

3. 철학

 

박인철 교수가 고른 책은 권용혁의 <한국가족, 철학으로 바라보다>(이학사, 2012)이다. 제목이 책의 요강을 말해주고 있는 책. 서구의 철학적 개념이 한국의 가족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하에 저자는 새로운 해석의 틀을 모색한다. 말이 나온 김에 학술적인 성격의 책은 더 고르자면 양현아 교수의 <한국 가족법 읽기>(창비, 2012), 손승영 교수의 <한국 가족과 젠더>(집문당, 2011) 등이 더 참고할 만한 책들이다.

 

 

 

4. 정치/사회

 

마인섭 교수가 추천한 책은 지그문트 바우만의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동녘, 2012)이다. "바우만이 그의 유동하는 근대의 불안한 삶이라는 관점에서 세대차이, 온라인과 트위터, 프라이버시, 소비, 유행, 불평등, 교육, 공포, 종교, 운명과 성격 등의 일상의 주제를 읽기편한 문체로 쓴 44개의 편지"로 구성된 책. 그런 성찰과 더불어 변화하는 현실에 대한 진단도 우리에겐 필요한데, 독일 해적당의 탄생과 성공 비결을 다룬 마르틴 호이즐러의 <해적당>(로도스, 2012), 그리고 시사평론가 김종배의 <30대 정치학>(반비, 2012)이 안팎의 상황을 들여다보도록 해준다.

 

 

정치와는 별도로 '정치학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들이 알려주는 <그들은 어떻게 최고의 정치학자가 되었나>(후마니타스, 2012)도 이번에 완간되었기에 이달의 읽을 만한 책으로 같이 골라놓는다. "비교정치학 분야에서 지난 50년간 가장 큰 학문적 업적을 남긴 석학 15인과의 인터뷰를 담은 책"이다.

 

 

5. 경제/경영

 

박원함 교수가 고른 책은 함유근, 채승병의 <빅데이터, 경영을 바꾸다>(삼성경제연구소, 2012). 과문하여 모르고 있었는데, '빅데이터'란 말이 요즘 뜨는 모양이다. 이미 관련서들도 몇 권 더 나와 있는데, 설명을 보니 "빅데이터는 정보화 시대에 인터넷과 모바일 및 활자매체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데이터를 모두 포괄한다. 데이터가 들어오는 속도도 매우 빠르다는 점에서 종래의 데이터와 다르다." 빅데이터 시대에 대한 조감도를 얻는 데 도움을 줄 만한 책 같다.

 

 

더불어, 자본주의에 관한 책 몇 권의 독서목록에 올려두고 싶다. '천박한 자본주의에서 괜찮은 자본주의로'란 부제의 <자본주의 고쳐쓰기>(한겨레출판, 2012)가 이번에 나온 책이고, <자연자본주의>(공존, 2011)와 <자본주의4.0>(컬처앤스토리, 2011) 등도 화제를 모았던 책들이다(나는 이번에 구입했다).

 

 

6. 과학

 

김웅서 위원이 고른 과학서는 정갑수의 <세상을 움직이는 물리>(다른, 2012)다. "중력에서부터 나노과학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명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 위대한 과학적 발견을 세계사의 중요한 사건들과 함께 살펴"본 책. 최근에 양자 물리학과 관련한 교양서로 <얽힘의 시대>(부키, 2012)와 <양자 불가사의>(지양사, 2012)도 출간됐는데, 이 분야의 독자들에겐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될 듯싶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고른 책은 오랜만에 사진책이다. 셔터 시스터스의 <내가 제일 아끼는 사진>(이봄, 2012). '셔터 시스터스'는 사진을 통해 마음을 나누는 사진가들의 모임이라고 하는데, '시스터스'란 말에서 짐작할 수 있지만 여성들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친한 친구의 앨범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힐링 포토북'이란 평이다.  

 

 

 

8. 교양

 

내가 고른 교양서는 전성원의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인물과사상사, 2012)다. '바람구두연방의 문화망명지' 운영자이기도 저자의 문제의식과 공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추천사를 일부 옮기면 이렇다.

자동차왕 헨리 포드에서 ‘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까지 저자가 고른 인물들은 대부분 성공적인 기업의 창업자이거나 운영자들이다. 이들 가운데는 월마트의 창업자가 샘 월튼, ‘메이드 인 저팬’의 신화를 만든 소니의 창업자 모리타 아키오를 비롯해 호텔의 제왕 콘래드 힐튼, <플레이보이>를 창간하면서 포르노제국을 건설한 휴 헤프너까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들도 있고, 대중심리를 조종하는 선전 전략의 창안자로 ‘PR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드워드 버네이스나 중남미 ‘바나나 공화국’을 농단했던 유나이티드프루트컴퍼니의 경영자 새뮤얼 제머리처럼 숨겨진 인물들도 있다. 공통적인 것은 모두가 우리의 일상을 바꾼 ‘혁명가’들이면서 동시에 ‘보이지 않는 지배자’들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이들에 대한 흥미로운 평전을 겸하면서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는 우리가 누리는 일상에 대한 빼어난 성찰을 제공한다.

교양서로 같이 읽어볼 만한 평전들로 눈길을 돌리니 크메르 루즈 살인고문관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본 티에리 크루벨리에의 <자백의 대가>(글항아리, 2012)와 터키 건국의 아버지 아타튀르크의 일대기를 다룬 앤드류 망고의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애플미디어, 2012)도 흥미를 끈다.

 

 

9. 실용

 

이계성 위원이 고른 책은 임정묵의 <좋은 아버지 수업>(좋은날들, 2012)이다. 흠, 별로 읽고 싶지 않은 책이지만, 뒤늦게 후회하고 싶지 않은 아버지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라니 '울며 겨자먹기'다. <대한민국 부모>(문학동네, 2012)와 <10대의 부모로 산다는 것>(아름다운사람들, 2012) 등도 '좋은 부모' 카테고리의 책들 가운데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책들이다. 그러고 보니 나 또한 '10대의 부모'로군...

 

 

10. 브루스 채트윈

 

이달의 주제로 고른 작가는 브루스 채트윈이다. 사실 이름도 모르고 있었는데, 여행문학이 브루스 채트윈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평판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됐다. 찾아보니 펭귄판으로도 나와 있어서 한번 더 주목하게 됐고. '여행기라면 채트윈처럼'이라고 할까. <파타고니아>(현암사, 2012)와 <송라인>(현암사, 2012), 두 권이 이번에 나왔는데, 가을 분위기를 타고 훌쩍 어딘가로 떠날 때 가방에 꼭 챙겨갈 만한 책이다. 

 

12. 09. 28.

 

 

P.S. 10월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조반니 보카치오의 <데카메론>(민음사, 2012)을 고른다. 마침 이번에 박상진 교수의 완역본 나왔기 때문인데, 그간에 몇 종의 번역본이 나와 있었지만(나도 을유문화사판을 갖고 있었다) 왠지 손에 들게 되진 않았다. 이번에 나온 새 번역본이 정본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음, 피에르 파졸리니의 영화 <데카메론>도 이 참에 챙겨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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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 태풍이 지나가니 어느덧 9월이고 가을이다. 한낮의 더위는 한동안 계속될 듯싶지만 그래도 아침저녁은 절기를 잊지 않았다. 9월은 '독서의 달'이기도 한데, 이름값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읽을 만한 책들을 골라본다.

 

 

 

1. 문학

 

김미현 교수가 추천한 책은 편혜영의 <서쪽 숲에 갔다>(문학과지성사, 2012). 지난 6월에 나온 책이니 오히려 선정이 미뤄진 감이 있다. 나부터도 지난 8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골라놓았었으니까. 8월에 나온 책으론 김연수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자음과모음, 2012)이 있다. 숲에도 가보고 바다에도 가보고 하면 되겠다. 여유가 되시는 분들은 '시카고'까지 다녀와도 될까. 정한아의 <리틀 시카고>(문학동네, 2012)도 8월에 나온 책이고 9월에 읽어볼 만한 책이다.

 

 

 

외국소설로는 독일의 최근작들에 눈길을 돌려본다. 국적으론 스위스 작가인 크리스티안 크라흐트의 소설 두 편이 번역돼 나왔다. 1995년에 데뷔하여 평단의 논쟁을 불러일으킨 작가라고 하는데, 데뷔작 <파저란트>(문학과지성사, 2012)와 <나 여기 있으리 햇빛 속에 그리고 그늘 속에>(문학과지성사, 2012) 두 작품이 번역됐고, 올해 나온 <임페리움>도 곧 소개될 예졍이라고. 2006년엔 북한을 방문하고 사진집 <총체적 기억 - 김정일의 북한>을 출간했다는 이력이 눈길을 끈다(이것도 소개되면 좋지 않을까). 샤를로테 링크의 <관찰자>(뿔, 2012)도 흥미를 끄는 작품. 작년에 독일에서 출간돼 한달만에 100만부가 넘게 팔려나갔다고 한다. 독일에선 이미 '국민작가' 대열에 들어섰다고 하는데, 평판으로 보아 우리에게도 더 소개될 듯싶다.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추천한 책은 이덕일의 <근대를 말하다>(역사의아침, 2012)이다. "망국의 풍경으로부터 시작되는 한국 근대의 역사를 53가지 키워드로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대한제국의 멸망에서부터 일제의 잔인한 식민통치, 식민지시대의 다양한 풍경들, 독립운동의 씨앗과 발전과정, 망명정부와 만주의 삼부 통합운동까지 인물과 사건 중심으로 정리했다." 겹쳐서 읽어볼 만한 책은 역사문제연구소에서 펴낸 <일제 침략과 대한제국의 종말>(역사비평사, 2012)이다. 근현대 여성 공간으로서 명동을 다룬 김미선의 <명동 아가씨>(마음산책, 2012)도 흥미롭게 읽어볼 만한 책이다.

 

 

 

3. 철학

 

김형철 교수가 고른 책은 장-뤽 낭시의 <신, 정의, 사랑, 아름다움>(갈무리, 2012)이다. 프랑스의 이 고명한 철학자의 책들이 몇 권 소개돼 있지만 이 책은 가장 쉽게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철학 입문서이면서 낭시 입문서일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어린이들을 염두에 두고 쓰인 책이기 때문이다. 도올 김용옥의 <사랑하지 말자>(통나무, 2012)도 현 대선국면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총체적, 우주적 시각을 제공한다. 개인적으로는 도올 입문서로도 요긴하다는 생각이다. 서구의 동시대 철학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데이비드 에드먼즈와 나이젤 워버튼이 <철학 한입>(열린책들, 2012)가 요긴하다. 정말 '한입'만큼씩의 인터뷰를 제공하고 있는데, 그래도 먹음직스럽다.

 

 

아, '한입 철학'의 대표격으로는 황광우의 <철학콘서트>도 빼놓을 수 없겠다. 3권으로 완간됐는데(2권도 표지갈이를 했다), '철학 멀미증' 독자라도 부담 없이 들어볼 만한 '콘서트'이다.  

 

 

 

4. 정치/사회

 

마인섭 교수가 고른 책은 츠베탕 토도로프의 <민주주의 내부의 적>(반비, 2012)이다. 문학이론가에서 사상가로 폭넓은 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저자의 민주주의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거기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묵직한 저작 <정치질서의 기원>(웅진지식하우스, 2012)도 보탤 수 있겠다. 철학자 이정우의 <진보의 새로운 조건들>(인간사랑, 2012)도 '진보'라는 화두에 대한 철학적 성찰로 우리의 생각을 자극한다.

 

 

 

'진보' 얘기가 나온 김에 진보 지식인 특강을 책으로 묶은 <지금 여기의 진보>(이음, 2012)도 읽을 거리다. 소위 '진보'에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사회학자 송호근 교수의 <이분법 사회를 넘어서>(다산북스, 2012)도 같이 읽을 만한 정치비평서. 김대호, 윤범기의 <안철수의 생각을 생각한다>(필로소픽, 2012)는 이번 대선의 '최대 뉴스메이커'이자 최대 베스트셀러의 저자 안철수의 생각을 점검해보는 책.

 

 

5. 경제/경영

 

박원암 교수가 추천한 책은 에이드리언 올드리지와 존 미클스웨이트의 <경영의 대가들>(더난출판, 2012)이다. 저자들은 <이코노미스트>지의 기자와 편집장으로 <기업, 인류 최고의 발명품>(을유문화사, 2011)도 같이 낸 바 있다. 국내에서도 많이 읽히는 경영이론가들, 경영 구루들에 대한 비판적 독해로도 유용하다 한다. 경영서를 읽기 전에 읽을 책이라고도 하니 경영이론에 대한 가이드북으로 삼을 만하겠다.  

 

 

 

6. 과학

 

김웅서 위원이 고른 책은 진정일의 <진정일 교수, 시에게 과학을 묻다>(궁리, 2012)이다. "저자는 한 평생 대학에서 화학을 가르쳐온 과학자이다. 그러나 여느 과학자와 남다른 데가 있다. 평소 시를 좋아해서 시집을 늘 가까이 하였다고 한다. 자연스레 시 속에 등장하는 과학 용어에 주목하고 일반 독자들이 어려워하는 과학을 시를 통해 풀어 가면 어떨까 아이디어를 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책.

 

 

 

'시에게 과학을 묻는다'고 하니까 떠오르는 책은 시 쓰는 화학자(심지어 노벨화학상 수상자) 로얼드 호프만의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까치, 1996)가 떠오른다. 울프 다니엘손의 <시인을 위한 물리학>(에코리브르, 2006)도 결과는 모르겠지만 애초의 의도는 제목대로인 책이다. 방식은 좀 다르지만 그러한 '크로스오버'의 대표주자 정재승 교수의 <뇌과학자는 영화에서 인간을 본다>(어크로스, 2012)도 빼놓을 수 없는 과학서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추천한 책은 송지원의 <한국 음악의 거장들>(태학사, 2012)이다. 저자는 드물게도 한국 음악사상사와 음악문화사를 전공했는데, <정조의 음악정책>(태학사, 2007), <마음은 입을 잊고, 입은 소리를 잊고 - 옛 음악인 이야기>(태학사, 2009) 등이 그간에 낸 책이고 <한국 음악의 거장들>은 우리 전통음악의 거장들을 망라한 '한국음악 명인열전'. 일종의 '인물사전'으로도 읽을 수 있을 듯하다. 잊고 지내던 소리들을 다시 끄집어내놓고 그와 함께 읽어볼 만한 책.

 

 

 

8. 교양

 

교양분야의 책으로 내가 고른 건 우치다 타츠루의 <일본변경론>(갈라파고스, 2012)이다. 독도문제로 껄끄러운 관계가 계속 되고 있는 일본에 대해서 좀더 알게 해주는 책인 듯싶어 골랐다.

불행한 근대사 때문에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이면서 동시에 심정적으로는 가장 먼 나라가 일본이다. 우리는 일본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독서를 통해 일본을 이해하려 한다면 일본의 역사에 관한 책을 한두 권 손에 들면 되겠지만 겸하여 일본문화론도 읽어보면 좋겠다. 일본에서도 화제와 논란을 불러 모은 우치다 타츠루의 <일본변경론>은 가장 먼저 손에 꼽을 만한 일본문화론이다. 두 가지 점이 눈에 띄는 특징이다. 먼저,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이나 이어령의 <축소지향의 일본인>이 그간에 한국 독자가 가장 많이 읽은 일본문화론이지만 모두 바깥의 시각에서 본 경우라면, <일본변경론>은 일본의 지식인이 쓴 일본문화론이다. 다음으로, 대개 ‘자국문화 특수론’에 함몰되고 마는 일본 내부의 일본문화론과는 달리 저자가 이웃나라 사람들도 ‘일본을 이해해주면 좋겠다’는 명확한 의도를 갖고 쓴 예외적인 일본문화론이다.

 

 

9. 실용

 

손수호 위원이 추천한 실용서는 김정기의 <나를 좋아하게 하는 커뮤니케이션>(인북스, 2012)이다.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커뮤니케이션 학자가 많은 나라로 꼽힌다. 신생 학문이다 보니 다른 전공자까지 몰리는 데다 헬스커뮤니케이션 등 현대사회에 유용한 영역의 확장도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학자들이 이론의 틀에 갇혀 있다 보니 실생활의 효용과는 점점 멀어져 갔다.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을 다루는 학문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것이다. 이 책은 커뮤니케이션학의 대중 교양화를 위해 썼다는 데 미덕이 있다."고 추천의 이유를 밝혔다. 덧붙이자면, 최근에 <또 다른 세계화>(살림, 2012)란 책이 출간돼 알게 된 저자인데, 프랑스의 커뮤니케이션 학자 도미니크 볼통의 <불통의 시대 소통을 읽다>(살림, 2011)도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개인적으론 어제 주문한 책이다.

 

 

10. 범죄소설

 

살인과 성폭력 사건이 이어지고 있어서 민심이 흉흉하기에 고른 주제는 '범죄소설'이다. '범죄'와 '범죄소설'은 별개라고 우기면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김용언의 <범죄소설 - 그 기원과 매혹>(강, 2012)이 가장 최근에 나온 책으로 입문서격이라면 추리소설에서 범죄소설로의 이행을 다룬 줄리안 시먼즈의 <블러디 머더>(을유문화사, 2012)와 20세기 미국 범죄소설사로 레너드 카수토의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뮤진트리, 2011)은 '깊이 읽기'감이다. 현실이 범죄적인데, 굳이 범죄소설까지 읽을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한다면 흠, 할말은 없지만...

 

12. 09. 02.

 

 

P.S. '9월의 읽을 만한 고전'은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이다. <백년 동안의 고독>이란 번역제목으로도 친숙한 작품으로 스페인어권에서는 <돈키호테> 다음으로 많이 팔리고 읽힌 소설. 그러니 군말이 필요없긴 하다. 국내에서는 안정효 선생이 옮긴 <백년 동안의 고독>이 중역임에도 아직까진 더 많이 읽히는 듯하다. 단권 번역이라는 점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원전 번역인 민음사판도 통권으로 나왔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물론 들고 다니기엔 분권이 낫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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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휴가를 다녀오기 전에 '8월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며칠 늦어졌다. 여름엔 더운 거라고 생각하는 쪽이지만 무더위가 독서의 호조건일 수는 없다. 내주엔 에어컨이 나오는 독서실에라도 다녀야 할 모양이다. 여하튼 올림픽 열기까지 겹쳐서 예년보다 더 덥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1. 문학  

 

김기현 교수가 추천한 문학서는 중국 작가 모옌의 <개구리>(민음사, 2012)다. <붉은 수수밭>(문학과지성사, 1997)으로 널리 알려진 모옌의 작품은 국내에 다수 번역돼 있는데, <홍까오량 가족>(문학과지성사, 2007) 등이 대표작이다. <개구리>는 "197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 지금까지도 중국인들의 삶에 고통을 주고 있는 ‘계획생육’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고. 지명도만큼 많이 읽히는 듯하지는 않지만, 중국 대표 작가의 묵직한 소설을 여름나기용으로 손에 들어도 좋을 듯싶다.

 

 

 

한국문학도 몇 권 더 얹고 싶은데, 알라딘에서는 이미 마태우스님이 열광적인 지지를 표시한 심윤경의 <사랑이 달리다>(문학동네, 2012)와 함께, 내겐 언제나 '듀엣'으로 기억되는 두 작가 김애란의 <비행운>(문학과지성사, 2012)과 편혜영의 <서쪽 숲에 갔다>(문학과지성사, 2012) 등이 가까이 잡히는 책들이다.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고른 책은 김경일의 <근대의 가족, 근대의 결혼>(푸른역사, 2012)다. "1920-1930년대 한국의 가족과 혼인을 둘러싼 다양한 풍경들을 살펴본 책"으로 <여성의 근대, 근대의 여성>(푸른역사, 2004)의 속편격이다. 여러 모로 우리 시대와 비슷한 모습이 많다고 하므로 우리 자신을 들여다 보는 거울로도 삼을 수 있겠다. 유광수의 <가족기담>(웅진지식하우스, 2012)는 시기를 더 거슬러 올라가서 "고전이 감춰둔 은밀하고 오싹한 가족의 진실"을 들여다보다. '납량물'로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3. 철학

 

김형철 교수가 추천한 책은 사이먼 블랙번의 <철학을 낳은 위대한 질문들>(휴먼사이언스, 2012)이다. 케임브리지대학의 고전철학 교수인 저자는 일반 대중을 위한 교양서로도 유명한데, <생각>(이소출판사, 2002), <선>(이소출판사, 2004) 등이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모두 절판됐고 나는 중고본으로 구했다). 서양철학사의 핵심적인 질문들이 무엇이고 철학자들의 대답은 무엇인지 일독해봄직하다.

 

 

개인적으로 하이데거의 책 몇 권도 도전해보고 싶다. <언어로의 도상에서>(나남, 2012)와 <근본개념들>(길, 2012), <종교적 삶의 현상학>(누멘, 2011) 등 밀린 책들이 많다. 선풍기 바람으로도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사유의 무게를 느끼고 싶은 독자라면 선택해볼 만하다.

 

 

 

4. 정치/사회

 

마인섭 교수가 추천한 책은 조영달의 <고통의 시대 희망의 교육>(드림피그, 2012)이다. 제목에서 추정하자면 '고통의 시대'가 우리 시대에 대한 진단이고, 그런 가운데서도 '희망의 교육'에 대한 제안을 담고 있을 듯싶다. 저자는 "사회적 공존, 교육정의의 실현, 실패와 실험정신, 그리고 집단지성의 배양 등으로 교육목표를 재구성할 것을 제안하고, 교육행정과 교원양성제도, 학제의 개편에 이르는 광범위한 개혁을 제안"한다고. '희망의 교육' 하니까 프레이리의 <희망의 교육학>(아침이슬, 2002)이 생각난다. 예전에 사범대생들의 필독서였는데(그렇다고 들었는데) 요즘도 그런지 모르겠다. 프레이리의 교육사상에 대해서는 최근에 <파울루 프레이리 읽기>(우리교육, 2012)란 책도 나왔다.

 

 

'정치의 해'인 만큼 연이어 나오는 정치비평서들에도 눈길이 가는데, 이달엔 이택광 등의 <우파의 불만>(글항아리, 2012), 김기원의 <한국의 진보를 비판한다>(창비, 2012), 이진경의 <뻔뻔한 시대, 한 줌의 정치>(문학동네, 2012) 등을 이슈로 삼아볼 만하다. <안철수의 생각>(김영사, 2012)은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겠고...

 

 

 

5. 경제/경영

 

박원암 교수가 추천한 책은 지난달에 읽을 만한 책으로 골랐었던 존 퀴긴의 <경제학의 5가지 유령들>(21세기북스, 2012)이다. 저자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의 위기가 발생한 것은 지금까지 주류 경제학계를 지배했던 시장자유주의의 경제사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므로 이를 과감히 수정하고 21세기 경제 현실에 맞는 이론과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제는 다르지만 세계 각국의 경제전망을 다룬 <브레이크아웃 네이션>(토네이도, 2012)와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그리고 애플의 '전쟁'을 다룬 <디지털 워>(이콘, 2012) 같은 책도 관심도서로 눈길을 끈다.

 

 

 

6. 과학

 

김웅서 위원이 추천한 과학책은 김추령의 <오늘의 지구를 말씀드리겠습니다>(양철북, 2012)이다. '과학으로 읽는 지구설명서'가 부제. 청소년을 대상으로 "황사, 슈퍼태풍, 이산화탄소, 해수면 상승, 남극 빙하와 북극해, 아프리카의 기아, 생물 종다양성, 에너지, 기후변화협약" 등의 내용을 쉽게 설명해준 책이다. 개인적으로 거기에 더 얹자면, 제시카 스나이더 색스의 <좋은 균 나쁜 균>(글항아리, 2012)와 스튜어트 카우프만의 <다시 만들어진 신>(사이언스북스, 2012)도 손에 들어봄직하다. 복잡성 과학자인 카우프만의 책은 '좋은 삶'이라는 고대 그리스의 이상과 현대 과학을 재통합하려는 시도로서 흥미를 끈다. 물론 도킨스라면 별로 반가워하지 않을 만한 책이겠다. '자연의 신성'을 얘기한다고 하더라도.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고른 책은 조선미의 <왕의 얼굴>(사회평론, 2012)이다. 저자는 이미 여러 권의 초상화 관련서를 쓴 전문가인데, 이번 책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의 군주 초상화를 삼국의 역사 속에서 바라본다". 왕의 얼굴, 즉 어진을 다룬 책은 더 있지만 한중일, 3국의 군주 초상화를 비교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8. 교양

 

내가 고른 교양서는 이충렬의 <혜곡 최순우, 한국미의 순례자>(김영사, 2012)다. "<간송 전형필>을 통해서 우리 문화재 지킴이이면서 최대 수장가 간송의 일대기를 생생하게 되살린 저자가 이번에는 혜곡 최순우(1916-1984)의 생애를 <한국미의 순례자>라는 이름으로 담았다." 추천사는 이렇다.

저자는 혜곡의 삶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 그가 남긴 모든 글을 찾아서 꼼꼼히 읽고 주변 인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일상까지 자세히 살폈다. 그 노고 덕분에 한국 현대사 최고의 ‘박물관인’의 삶과 한국 박물관 100년의 역사가 눈에 잡힐 듯 펼쳐진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와 짝지어 읽으면 부듯한 ‘한국미 산책’의 시간이 될 듯싶다.

 

 

9. 실용

 

손수호 위원이 꼽은 실용서는 <텃밭정원 도시미학>(서울대출판문화원, 2012)다. '농사일로 가꾸는 도시, 정원일로 즐기는 일상’이 부제. "미학자부터 건축가까지 다양한 직종의 종사자들이 농사와 정원일의 가치를 조명했다." 이 분야의 베스트셀러가 뭔가 찾아봤더니 사토우치 아이의 <원예도감>(진선북스, 2010) 같은 책이다. 거기에 더 보태자면 로버트 포그 해리슨의 <정원을 말하다>(나무도시, 2012)는 인문적 깊이를 갖춘 정원 이야기이다.

 

 

10. 삼국지 

 

이달의 주제로는 '삼국지'를 고른다. 지난주에 삼국지에 대한 책 몇 권을 둘러보다가 아예 김구용 번역판 <삼국지연의(전10권)>(솔출판사, 2003)를 진수의 <정사 삼국지(전4권)>(민음사, 2007)와 함께 구입해버렸다. '삼국지 유해론'도 만만찮은 만큼, 해독제로 '정사'와 같이 읽어보려는 계산이다. 물론 굳이 <삼국지>까지 다시 떠올리게 된 건 무더운 날씨 탓이 가장 크다...

 

12. 08. 04.

 

 

 

P.S. 8월의 읽을 만한 고전은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다. <삼국지>를 고른 것과 마찬가지 이유에서인데, 지난주에 '공포문학'에 대해 강의하면서 관련자료들을 좀더 모았다.

 

 

<드라큘라>는 펭퀸클래식판 외에 열림원판과 열린책들판을 갖고 있다. 거기에 코폴라의 화제작 <드라큘라>(1992)도 DVD로 구했다(거기에 벨라 루고시의 1931년작도 구했다). 드라큘라가 에어콘을 대신해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여하튼 책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자세, 혹은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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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 덕분에 그래도 개운하게 맞은 7월이다. 대학 강의는 모두 마무리됐기에(성적처리가 아직 남은 곳도 있지만) 일정과 무관하게 '방학'이긴 하다. 독서시간도 그만큼 늘어났으면 싶지만, 결과는 두고봐야 하리라. '7월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1. 문학

 

김미현 교수가 고른 책은 은희경의 <태연한 인생>(창비, 2012)이다. 은희경 소설의 애독자는 아니지만 "소설 속에 인용되고 있듯이 “이제부터는 쓸쓸할 줄 뻔히 알고 살아야 한다.”(허연, 「일요일」중에서) 최소한 이 소설을 읽으면 문학-연애-인생에서의 상실을 경험하게 될지언정 패배하지는 않게 된다."라는 소개를 보니, 역시나 '은희경 소설'다운 장편인 듯하다. 산문집 <생각의 일요일들>(달, 2011), 장정이 바뀌어 나온 데뷔작 <새의 선물>(문학동네, 2010)까지 패키지로 묶어도 좋겠다. 태연하게.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고른 역사책은 강명관의 <그림으로 읽는 조선 여성의 역사>(휴머니스트, 2012)이다. "150여 점의 그림을 통해 조선 여성의 역사를 복원해 본" 책. 조선 여성사에 관한 책이 썩 많진 않은데, <조선 여성의 일생>(글항아리, 2010), <조선의 여성들, 부자유한 시대에 너무나 비범했던>(돌베개, 2004)와 같이 읽어봄 직하다.

 

 

찾아보니 근현대 여성사 책도 세 권짜리로 작년에 나왔었다. <한국 근현대 여성사>(모티브북, 2011)이란 타이틀이다. 어찌된 일인지 전혀 기억에 없는 책이다. 세일즈포인트로 봐선 별로 주목받지 못햇던 듯하다.

 

 

3. 철학

 

김형철 교수가 고른 책은 스티븐 랜즈버그의 <경제학자 철학에 답하다>(부키, 2012). <발칙한 경제학>(웅진지식하우스, 2008), <런치타임 경제학>(바다출판사, 2005)의 저자가 쓴 신작이다. 원제는 '빅 퀘스천'. 경제학자가 철학적 문제들에 답하고자 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인 책. "철학자들이 경제학의 근거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연구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수학자 겸 경제학자가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연구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면서도 환영할 일"이란 평이다.

 

 

맘 먹고 철학 입문서를 읽어보려는 독자라면 적절한 가이드로 삼을 만한 책도 몇 권 출간됐는데, 케임브리지대학의 고전철학 교수 사이먼 블랙번의 <철학을 낳은 위대한 질문들>(휴먼사이언스, 2012)가 대표적이다. 줄스 에반스의 <철학을 권하다>(길벗, 2012)도 요긴한 길잡이가 될 만한 책인데, 개인적으론 추천사를 쓰느라 미리 훑어볼 기회가 있었다. 이렇게 적었다.

"철학은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 습관을 통해서이다. 반복적인 훈련과 실천을 통해서 철학이 습관이 될 때 삶은 바뀐다. 철학이 우리 정신의 근육이 될 때 공동체적 삶도 바뀌어간다. <철학을 권하다>는 그 철학의 기본근육을 만들어주는 최적의 학당이요 도장이라 할 만하다."

덧붙여, 동시대 철학자들의 근황이 궁금하다면 <볼온한 철학자>(이후, 2012)를 통해 8인의 철학자와 만나볼 수도 있겠다. 지난주에 방한했던 슬라보예 지젝과의 인터뷰도 포함돼 있는데, 개인적으론 이달에 푸른역사아카데미에서 이 책을 교재로 한 강의(http://cafe.daum.net/purunacademy/8Bko/33)도 진행한다('산책'에 동참하고픈 분은 참고하시길).

 

 

4. 정치/사회

 

마인섭 교수가 추천한 책은 조은의 <사당동 더하기 25>(또하나의문화, 2012)다. 사회학자가 참여관찰과 질적 연구 방법론을 동원해 기술한 "불량 주거지에 거주하는 한 빈민 가족의 가난한 삶의 기록"이다. 지난 4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골라놓은 적이 있지만, <벼랑에 선 사람들>(오월의봄, 2012)과 <가난의 시대>(동녘, 2012)도 같이 읽을 만한 책으로 한번 더 불러다놓는다.

 

 

 

빈곤과 함께 관심을 가져볼 만한 테마는 '20대'이다. <88만원 세대> 이후 하나의 트렌드를 이루고 있는 쪽인데, 최근에 20대 사회학을 다룬 몇 권 더 나왔다. 리처드 세서터텐 등의 <20대=독립은 끝났다!>(에코의서재, 2012)와 로스 펄린의 <청춘 착취자들>(사월의책, 2012) 등이 거기에 속한다. 국내서로는 <청춘을 반납한다>(인물과사상사, 2012)에서 우리시대 20대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

 

 

 

5. 경제/경영

 

경제/경영부터는 한참 쓴 걸 날려버리고 다시 쓴다(아무래도 더 짧게 쓰게 된다). 박원암 교수가 고른 책은 아비지트 배너지 외,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생각연구소, 2012). 제목을 반복하자면, 가난한 사람들의 행동이 나름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책. 빈곤의 경제학 외 요즘 트렌드를 이루는 건 경제학의 빈곤을 주제로 한 책들인데, 최근에도 존 퀴긴의 <경제학의 5가지 유령들>(21세기북스, 2012)와 이브 스미스의 <이콘드>(21세기북스, 2012)가 출간됐다. <이콘드>의 부제는 '탐욕경제학의 종말'. 말 그대로 '종말'이 범람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데, 새로운 희망을 과연 찾을 수 있을까. 지젝의 말대로, "파국적이지만 심각하진 않아..."라는 게 우리의 (대책없는) 대응 자세일까... 

 

 

 

6. 과학

 

김웅서 위원이 추천한 책은 이강영 교수의 <보이지 않는 세계>(휴먼사이언스, 2012)다. 작년에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한 (사이언스북스, 2011)의 저자가 연이어 쓴 물리학 안내서이다. 월터 르윈의 <나의 행복한 물리학 특강>(김영사, 2012)와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추천한 책은 모처럼 음악책이다. 카트린 마십의 <음악의 모험>(한길아트, 2012). 올해 음악학 분야의 관심도서로 몇 권 나온 게 있었는데, 같이 언급할 수 있게 돼 반갑다. 존 파웰의 <과학으로 풀어보는 음악의 비밀>(뮤진트리, 2012)와 크리스티안 레만의 <음악의 탄생>(마고북스, 2012)가 기억하고 있던 책 두 권이다. 좋은 세월을 만나면 모아서 읽어봐야겠다.

 

 

 

8. 교양

 

내가 고른 교양서는 후베르트 필저의 <최초의 것>(지식트리, 2012)이다. 직립보행부터 시작하여 18가지 '최초의 것'에 관한 우리의지식을 업데이트 시켜주는 책이다. 브라이언 페이건의 <크로마뇽>(더숲, 2012), 그리고 스펜서 웰스의 <판도라의 씨앗>(을유문화사, 2012)과 같이 읽으면 독서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9. 실용

 

손수호 위원이 고른 책은 오영욱의 <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페이퍼스토리, 2012)다. '오기사'란 필명으로 더 유명하다는 저자의 건축 에세이. 소개에 따르면, "오영욱 글의 특징은 건축에 대한 엄숙주의나 근본주의에 빠지지 않고 쿨하다는 것이다. 이 책 또한 거대도시 서울을 흔적, 장소, 집합, 기호, 상징, 미학, 기억, 상상 등 8개의 키워드로 가볍게 읽어낸다."

 

 

 

10. 현대 일본사상

 

내가 고른 주제는 현대 일본사상이다. 더 구체적으론 1970년대생 비평가들의 작업이 관심거리인데, 가라타니 고진과 아사다 아키라 이후의 스타 아즈마 히로키의 책 <게임적 리얼리즘의 탄생>(현실문화연구, 2012)과 <일반의지 2.0>(현실문화, 2012)가 연이어 출간된 게 계기. 동갑내기로 역시나 프랑스 현대철학이 주전공인 사토 요시유키의 <권력과 저항>(난장, 2012)도 같이 읽어볼 수 있겠다.

 

 

 

전체적인 그림은 사사키 아쓰시의 <현대 일본사상>(을유문화사, 2010)을 참고할 수 있다. 덧붙여 아사다 아키라의 <도주론>(민음사, 2012)도 재출간된 김에, 절판된 <구조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원제는 '구조와 힘')도 다시 나오면 좋겠다. 

 

12. 07. 01.

 

 

 

P.S. '7월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도스토에프스키의 <죄와 벌>(민음사, 2012)을 고른다. 작품의 배경이 7월 초순이라 언제나 7월이면 한번쯤 떠올리게 되는 작품이다. 얼마전 새 번역본이 나온 것도 좋은 이유가 되겠다. 물론 다시 읽을 만한 이유다.

 

 

지난주엔 러시아 영화 <죄와 벌>(1969)도 DVD로 구입을 했기에 오랜만에 다시 한번 보게 될 듯하다. 자막이 없긴 하지만 유튜브 버전(http://www.youtube.com/watch?v=q5s1WVYd0kE)으로도 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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