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도 중순이 지났지만 늦게나마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당초 월드컵이 끝나면 포스팅하려고 했지만, 그러고도 짬을 내기 어려웠다. 아무튼 방학과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있는지라 짧은 기간이라도 몇 권 정도는 챙겨볼 수 있으리라.

 

 

 

1. 문학예술

 

예술분야의 책으론 전문 인터뷰어 안희경의 <여기, 아티스트가 있다>(아트북스, 2014)가 추천도서다. "‘세상의 안부를 묻는 거장 8인과의 대화’를 부제로 한 <여기, 아티스트가 있다>는 제목 그대로다. 지금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며 작업하고 있는 예술가 8인과의 대화 기록이면서 그들의 작업에 대한 생생한 현장 보고이고, 다시 그들의 작품이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바에 대한 성찰이다." 표제가 된 건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퍼포먼스 작품인데, 이런 내용이다.  

 

2010년 뉴욕의 미술관에서 진행된 이 퍼포먼스에서 마리나는 3개월간 매일 미술관이 열리는 아침 10시부터 문이 닫히는 오후 5시까지 아트리움에 앉아 있었다. 이 일곱 시간 동안은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화장실에도 가지 않았다. 관객은 맞은 편 빈 의자에 한명씩 돌아가면서 앉고 싶은 만큼 앉을 수 있었는데, 그렇게 석 달, 736시간 동안 이어진 이 퍼포먼스에 매일 7,000여 명씩 몰려들었다. 5분, 또는 다섯 시간이나 일곱 시간 동안 예술가와 마주앉아서 관객들은 어떤 경험을 하게 됐을까. 마리나는 자신이 그들의 의식을 비춰주는 거울을 자임했다. 관객은 그 거울 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고통을 반추하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 고통을 함께 느끼며 앉아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전합니다. 이것이 제가 하려던 모든 것이었어요.”라고 마리나는 말한다. 책은 바로 그런 예술가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문학분야의 책으론 중견작가 성석제의 <투명인간>(창비, 2014)과 이승우의 <신중한 사람>(문학과지성사, 2014)를 고른다. 그리고 계절이 계절인 만큼 장르소설도 무시할 수 없겠는데, '세이초 월드' 시리즈로 계속 나오고 있는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선 가운데 <구형의 황야>(북스피어, 2014), 그리고 그의 에세이집 <검은 수첩>(북스피어, 2014)을 고른다. 특히 에세이집에는 " 세이초의 창작노트 속에 담긴 작품 창조의 뒷이야기와 조사와 취재의 중요성, 왜 추리소설을 읽는 여성독자가 늘었을까, 자신이 추리소설을 쓰기 시작한 이유, 현대의 범죄에 대한 고찰, 스릴러 영화를 만들 때 염두에 두어야 할 것, 추리소설이 문학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논쟁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하므로 세이초 월드의 내부 제보자 격이라고 할까.

 

 

 

2. 인문학

 

인문학 분야에선 김영수의 <명성황후 최후의 날>(말글빛냄, 2014)과 로제 폴 드루아의 <친구들과 함께 하는 64가지 철학 체험>(이숲, 2014)이 추천도서다. 휴가지에서 너무 무겁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철학적 성찰로는 로버트 노직의 <무엇이 가치있는 삶인가>(김영사, 2014)도 유력해 보인다.

 

 

여행가방에 넣을 만한 책은 아니지만 '방콕 여행자'라면 조선사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민음 한국사' 조선사 편이 17세기까지 출간됐다. 18, 19세기를 남겨놓고 있지만 중간 점검 정도는 되겠다.

 

 

 

3. 사회과학

 

사회과학 분야에선 베른하르트 부앱의 <왜 엄하게 가르치지 않는가>(뜨인돌, 2014)와 이신영의 <콘트래리언>(진성북스, 2014)이 추천도서다. 기업 경영 스토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이미 챙겨보았을 듯하지만) 논픽션 미디어 그룹 '디스커버리 커뮤니케이션즈' 창업자 존 헨드릭스의 자서전 <디스커버리>(레디셋고, 2014)를 손에 들어봐도 좋겠다.

 

 

 

교육학 분야의 책으론 소스타인 베블런의 <미국의 고등교육>(길, 2014), 하워드 가드너의 <앱 제너레이션>(와이즈베리, 2014), 그리고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쇠이유, 문턱이라는 이름의 기적>(효형출판, 2014) 등이 독서목록에 올려놓을 만한 책들이다. 특히 <나는 걷는다>의 저자 올리비에가 쓴 <쇠이유>는 걷기로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흥미로운 제안을 담고 있다. 소개는 이렇다.

<나는 걷는다>의 저자이자 세계적인 도보여행자로 손꼽히는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그 주인공이다. 은퇴 후 콤포스텔라 길을 걸으며 절망의 나락에서 벗어난 그는 청소년 교화 단체 ‘쇠이유(Seuil)’를 설립한다. 세 달 동안 성인 동행자와 외국에서 2,000킬로미터를 함께 걷는 쇠이유의 혁신적인 교육법에 대해 행정기관과 교육 전문가들은 냉소를 보냈다. 그러나 소년원 외엔 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무능한 세상에 지친 아이들은 마지막 출구로 쇠이유를 찾는다. 아이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어른들의 노력과 사회의 문턱을 넘으려는 아이들의 의지가 쇠이유라는 기적을 14년째 이끌어오고 있다. 아이와 동행자의 생생한 증언과 각계 전문가의 설득력 있는 분석이 담긴 이 책은 ‘앞으로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교사와 교육 행정가들이 필독해볼 만하다.

 

 

 

4. 자연과학

 

자연과학 분야의 추천도서는 샘 킨의 <바이올리니스트의 엄지>(해나무, 2014)다. <사라진 스푼>(해나무, 2011)에 이어서 과학저술가로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저자의 필력이 감정이다.

 

 

분야별로 한권씩 더 얹자면, 이명현의 <이명현의 별 헤는 밤>(동아시아, 2014), 김병수의 <한국 생명공학 논쟁>(알렙, 2014), 그리고 스티븐 스트로가츠의 <X의 즐거움>(웅진지식하우스, 2014) 등이다. 난이도는 고등학생에서 대학생까지.  

 

 

0. 교황

 

이달에는 실용일반 분야의 추천서가 없기에 바로 내 맘대로 고르는 주제로 넘어간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앞두고 눈에 띌 만큼 관련서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 가운데 몇권만 골라봤다. 신학자 김근수의 <교황과 나>(메디치미디어, 2014), 로사리오 카렐로의 <안녕하세요, 교황입니다>(중앙북스, 2014), 그리고 <무신론자에게 보내는 교황의 편지>(바다출판사, 2014) 등이다. 교황은 8월 14일 방한할 예정이다...

 

 

14. 07. 19.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메리 셸리의 <최후의 인간>(아고라, 2014)을 고른다. <프랑켄슈타인>의 저자로만 알려져 있는 셸리의 또 다른 대표작. <프랑켄슈타인>도 'B급 고전'으로 분류되는 만큼 걸작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세계문학사상 최초의 종말 문학'이라는 의의는 갖는 작품이라고. "아서 C. 클라크와 스티븐 킹 등 거장들의 작품들부터 <나는 전설이다>, <눈 먼 자들의 도시>, <로드> 등 인류의 멸종과 파괴를 배경으로 하여 창작된 수많은 소설과 영화 들이 바로 이 작품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하므로 장르문학 독자라면 필독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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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는데, 역시나 접전지역은 경합이라고 뜬다. 결과는 더 두고볼 일이지만 서울에서만큼은 좋은 결과가 예견되는 듯싶어 다행스럽다(나는 경기도민이지만). 저녁을 먹기 전 막간에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지난 몇달에 비하면 부지런을 떠는 게 되겠지만 6월에 접어든 지도 며칠 됐다.

 

 

1. 문학예술 

 

정이현 작가가 추천한 책은 <그 길 끝에 다시>(바람, 2014)다. "함정임, 한창훈, 이기호, 손홍규, 백영옥, 김미월, 윤고은 등 21세기 대한민국 문단을 이끌고 있는 대표 작가들이 대한민국 도시를 배경으로 쓴 단편소설 7편을 모은 소설집".

 

내가 고른 예술분야의 책은 이일수의 <옛 그림에도 사람이 살고 있네>(시공아트, 2014)다. <즐겁게 미친 큐레이터>(생각의나무, 2013)의 저자가 쓴 것으로 '조선시대의 문화·예술은 정말 고리타분할까?'란 질문을 던지고, 그렇지 않다는 점을 실증한다. 조선시대 그림에 대한 입문서 격의 책으로 유용하다.

 

 

 

여름은 한국 독자들에게 소설 읽기의 계절이기도 한 만큼 몇 권의 국내소설을 더 얹는 게 무리는 아니겠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창비, 2014), 박형서의 <끄라비>(문학과지성사, 2014), 엄창석의 <빨간 염소들의 거리>(민음사, 2014) 등이 지난 계절에 나온 주목할 만한 소설들이다.

 

 

 

외국소설도 보태자면 줄리언 반스의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다산책방, 2014),  다시 번역돼 나온 노먼 매클린의 <흐르는 강물처럼>(연암서가, 2014), 그리고 로맹 가리의 <밤은 고요하리라>(마음산책, 2014) 등 눈길을 끄는 책들이 적잖다(반스의 책은 죽은 아내를 추억하는 회고록이다). 취향대로 읽어보면 되겠다.

 

 

 

흠, 장르소설 독자들을 위해서도 뭔가 골라두어야 할 것 같다. 가이드북의 하나로 국내 필자들이 쓴 <탐정사전>(프로파간다, 2014)이 나와서이기도 한데(장르소설을 잘 안 읽는 편이어서 이런 책은 욕심이 난다), '앨러리 퀸 컬렉션'의 두 권도 같이 보탠다. 앨러리 퀸도 '역사상 중요한 탐정' 목록에 포함돼 있다.

 

 

 

2. 인문학

 

인문학 분야의 추천도서는 이경수의 <숙종, 강화를 품다>(역사공간, 2014)와 곽철환의 <불교의 모든 것>(행성B잎새, 2014)이다. 불교 길라잡이로는 같은 저자의 <이것이 불교의 핵심이다>(불광출판사, 2014)도 나란히 나왔는데, 둘다 불교 입문서이자 사전으로 참고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트랜스내셔널 인문학 총서로 나온 책들을 이달에 훑어보려고 한다. 흥미로운 주제의 학술대회 발표문을 모은 책들이다.

 

 

 

3. 사회과학 

 

사회과학 분야의 추천도서로는 찰스 몽고메리의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미디어윌, 2014)와 중국 CCTV다큐 제작팀의 <기업의 시대>(다산북스, 2014)가 올라왔다. 전자는 도시를 주제로 한 책으로 벤자민 <뜨는 도시 지는 국가>(21세기북스, 2014)와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

 

 

 

경제분야의 책을 좀 보강하면, <경제학 콘서트>의 저자 팀 하포드의 신작 <당신이 경제학자라면>(웅진지식하우스, 2014), 미국의 두 젊은 경제학자가 쓴 <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김영사, 2014), 그리고 '전 세계 100억 인류가 만들어낼 위협과 가능성'을 다룬 대니 돌링의 <100억 명>(알키, 2014) 등이 흥미를 끄는 책들이다. 이런 정도는 똑똑한 고등학생들도 읽어볼 만하다. 

 

 

4. 자연과학

 

자연과학 쪽에서는 정부희의 <곤충의 빨간 옷>(상상의숲, 2014)이 추천도서다. <곤충의 밥상>(상상의숲, 2010)부터 시작된 '정부희 곤충기'의 다섯번째 책. 몇 권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완간된다면 한국판 파브르 곤충기를 갖게 되지 않을까 싶을 만큼 평들이 좋다. 아, 파브르 곤충기는 10권짜리로 완역돼 있다.

 

 

관찰 대상으로 곤충과 맞먹을 만한 게 별들이 아닐까 싶은데, 과학 내지 천문학 관련서도 몇 권 더 얹는다. 이준호의 <과학이 빛나는 밤에>(추수밭, 2014)는 '천체물리학부터 최신 뇌 과학까지, 우주의 역사부터 과학의 역사까지' 다룬 통합형 과학 입문서. 저자는 과학분야의 인기 팟캐스트 '과학이 빛나는 밤에' 지기라고 한다. 청소년들에게도 권장해볼 만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천문학자 이석영 교수의 인생과 우주 이야기' <초신성의 후예>(사이언스북스, 2014), 국립과천과학관 지기 이강환의 <우주의 끝을 찾아서>(현암사, 2014)도 밤하늘에 대한 상상력을 한껏 키워줄 만한 책들이다. 

 

 

5. 실용일반

 

실용일반의 추천서로 올라온 건 한복희의 동화 가이드북 <독이 되는 동화책 약이 되는 동화책>(을유문화사, 2014)이다. 이젠 동화책을 읽힐 아이가 없어서 글쓰기 관련서를 실용서로 더 고르면 상반기 베스트셀러인 강원국의 <대통령의 글쓰기>(메디치미디어, 2014), 그리고 요즘 '핫'한 <고종석의 문장>(알마, 2014)을 읽어봐도 좋겠다. 남들이 어떤 책을 읽는 것인가 염탐도 할 겸. 글쓰기는 절필했다지만 고종석의 '한국어 글쓰기 강좌'는 성황리에 이어질 것 같은 예감이다.

 

 

 

0. 영화

 

내 맘대로 고르는 주제는 오랜만에 영화로 잡았다. 관련서가 몇 권 눈에 띄기 때문인데, 주성철 '씨네21' 기자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70가지>(소울메이트, 2014)는 일반적인 가이드북이 될 만하고 김호영의 <영화이미지학>(문학동네, 2014)은 영화학의 현단계를 가늠하게 해줄 듯싶다. 덧붙여, 증보판으로 다시 나온 김서영의 <영화로 읽는 정신분석>(은행나무, 2014)은 이론과 비평의 실제에 대한 한 사례로 참고할 만하다.  

 

14. 06. 04.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을 고른다. 19세기 영국의 대표 작가의 대표작. "빅토리아 여왕 시대, 영국의 중산계급에 널리 퍼졌던 사회적 욕망을 충실히 반영한 작품이다. 가난에서 벗어나, 일정한 수입이 있으며 적당한 교육을 받은 교양 있는 사람, 즉 신사가 되려는 주인공 핍의 정신적 사회적 성장을 그린다."

 

 

여러 차례 영화화된 작품이기도 한데, 이번 기회에 BBC에서 만든 3부작 버전으로 감상해볼 참이다. 번역본은 민음사판 외에도 최근에 나온 열린책들판을 참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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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도 중순이 지났지만 뒤늦게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사회적으로 그렇지만 달이 바뀌었다고 즐겁게 책을 고를 만한 여건은 아니었다는 게 한 가지 이유는 된다(사실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의 '이달의 읽을 만한 책' 리스트는 알라딘 추천도서 코너에 소개되고 있기에 내가 손을 보탤 이유가 없긴 하다. 선정위원으로 활동하는 올 8월까지만 연재하고 이후에는 성격을 달리한 페이퍼를 쓰려고 한다). 그래도 늦게 고르는 만큼 선종 종수는 여느 때보다 줄여야겠다.

 

 

 

1. 문학예술

 

문학예술분야의 책으론 구본창의 사진에세이 <공명의 시간을 담다>(컬처그라퍼, 2014)와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봄날의책, 2014)가 추천도서다. <불안의 서>는 <불안의 책>이란 제목으로도 나와 있다. 페소아의 책에 대해선 페이퍼로 다룬 적이 있기에 구본창의 에세이에 대해서만 언급하면, "사진 에세이는 통상 사진의 의미에 대한 해독과 작업 과정에 대한 소개 등으로 이루어지지만, 구본창이 주로 기록한 것은 자신의 이력이다. 곧 사진가로 살아간다는 것이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성찰을 담았으니 ‘구본창이 모든 것’이라고 불러도 되겠다."

 

 

개인적으로는 '태초에' 연작이 구본창의 작품이란 걸 이번에 다시 상기하게 됐다. 오래 전 작업이라 작가와 작품이 따로 기억돼 있었지만, 여하튼 인상적인 시리즈였다.

 

 

문학작품을 추가하자면 오 헨리의 단편선을 꼽고 싶다. 현대문학사에서 펴내는 '세계문학 단편선'으로 나온 <오 헨리>는 50여 편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는데, 652쪽의 분량으로 보아 주요 작품을 망라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펭귄클래식에서 나온 단편집 두 권을 합한 분량이지 않을까.

 

 

 

2. 인문학

 

인문분야의 추천도서는 이성규의 <조선과학실록>(여운, 2014)과 로널드 W. 드워킨의 <행복의 역습>(아로파, 2014)이다. <행복의 역습>의 저자는 저명한 법철학자 로널드 드워킨과는 동명이인이다. 말이 나온 김에, 작년에 세상을 떠난 드워킨의 마지막 책(으로 보이는) <신이 사라진 세상>(블루엘리펀트, 2014)도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철학분야의 책을 더 얹자면, 필로소픽 출판사에서 비트겐슈타인 관련서를 연이어 펴내고 있는데, 박병철 교수의 입문서 <비트겐슈타인 철학으로의 철학>(필로소픽, 2014)을 부담없이 읽어봐도 좋겠다. 더 관심을 갖게 되면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자전적 소설 <비트겐슈타인의 조카>(필로소픽, 2014)나 비트겐슈타인 전기에서 흥미로운 기간을 다룬 윌리엄 바틀리 3세의 <비트겐슈타인, 침묵의 시절>(필로소픽, 2013)을 더 읽어보는 것도 좋겠고. 모두 두껍지 않은 분량이다.

 

 

 

3. 사회과학

 

사회과학 쪽에선 최수웅의 <키워드로 읽는 어린문화콘텐츠>(청동거울, 2014)와 백영훈의 <조국 근대화의 언덕에서>(마음과생각, 2014)가 추천도서다. 문유석의 <판사유감>(21세기북스, 2014)도 보탠다. '현직 부장판사가 말하는 법과 사람 그리고 정의'가 부제. 개인적으로는 얼마전 민사재판정에도 처음 가볼 기회가 있어서 한국에서의 '법과 사람'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갖게 됐다. "저자 문유석이 법관 게시판과 언론 등을 통해 지난 10여 년간 국민과 법정 가운데서 균형 있는 시각으로 써 온 글들을 엮은 책이다."

 

 

 

이슈 도서를 더 꼽자면, '노무현 시대 통일외교안보 비망록'으로 이종석의 <칼날 위의 평화>(개마고원, 2014),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53인의 소견서' <우리는 군대를 거부한다>(포도밭출판사, 2014), 그리고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 이야기' <새로운 독재와 싸울 때다>(철수와영희, 2014)도 눈길을 끄는 책들이다.

 

 

 

4. 자연과학

 

이한음 위원이 추천한 책은 마크 넬리슨의 <인간 동물 관찰기>(푸른지식, 2014)다. 다윈 관련서를 더 고르자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그래픽 평전으로 유진 번의 <찰스 다윈>(푸른지식, 2014), 그리고 진화학자 장대익 교수의 <다윈의 서재>(바다출판사, 2014)도 독서목록에 올려놓을 수 있다. 장대익 교수의 책은 '3부작' 가운데 첫권이다(<다윈의 식탁>과 <다윈의 정원>이 근간이다).

 

 

 

5. 실용일반

 

이하경 위원이 추천한 책은 '오디션과 촬영장에서 주목받는 카메라연기 레슨'이란 부제를 단 안지은의 <굿캐스팅>(한권의책, 2014)이다. "저자 안지은 씨는 특별한 인물이다. 본인이 유명 연기자는 아니지만 유명 연예인들에게 연기 코칭을 해주는 '고수'다. 한 때 국립극단 최연소 단원으로 연극무대에 섰던 연기자였으나 오디션에서 실패를 거듭해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래서 일찌감치 연기선생님으로 전환해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도 간혹가다 카메라 앞에 설 때가 있는데, 매번 어색함을 겪곤 한다. 말 그대로 '실용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도서에는 '실용'라는 분류항목이 있긴 하지만, 어떤 책이 실용서인지 말하는 건 애매한데, 토리 히긴스 등의 <어떻게 의욕을 끌어낼 것인가>(한국경제신문, 2014)는 얼추 그 범주에 들 것 같다. 그리고 <한 생각 돌이켜 행복하라>(토네이도, 2014)는 제목만 봤으면 전혀 손길이 가지 않았을 텐데, 저자가 <어른을 위한 그림 동화 심리 1,2>(교양인)의 저자 오이겐 드레버만이어서 주목한 책이다. 소개는 이렇다.

 

유럽의 영적 지도자이자 심리 상담사인 오이겐 드레버만의 저서. 저자는 2008년부터 노르트베스트라디오의 프로그램 〈발언의 자유〉를 통하여 매주 토요일 세 시간씩 청취자들과 이야기를 나눠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만든 취지는 매달 한 번씩 청취자들이 드레버만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데 있었다. 이 책은 그동안 해온 대화와 상담이 누적된 결과물이다.   

말하자면 상담록이니 이 또한 실용서로 분류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

 

14. 05. 17.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은 지난 달에 세상을 떠난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을 고르려고 했지만, 한 차례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 꼽은 적이 있어서, 대신 그의 자서전을 고른다(그의 건강 악화로 이 자서전이 미완으로 남게 된 것이 아쉽다). 이젠 그의 생애가 '고전'이 된 것이니(물론 <백년의 고독>도 다시 읽는 건 얼마든지, 절대적으로 가능한 일이다!). 그의 또다른 대표작 <족장의 가을>도 다시 번역돼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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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깜박한 일인데,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4월도 1/3이 지났으니 읽을 책도 1/3은 줄여야 될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목록으로서의 의미도 있으니 하던 대로 고르도록 한다. 그 사이에 올해도 목련이 피고졌다.

 

 

1. 문학예술

 

정이현 작가가 추천한 책은 한국미니픽션작가모임에서 펴낸 <내 이야기 어떻게 쓸까?>(호미, 2014)다. "이 책은 특별히 글쓰기 훈련을 해오지 않은 일반인들도 쉽게 자기 이야기를 ‘소설화’하여 객관화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실용적인 목적을 띠고 있다. 책을 읽고 나면‘한 뼘 자전소설’이란 픽션과 픽션 아닌 것 사이의 어딘가에 놓인 새롭고 재미있는 장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평했다.

 

예술분야의 책으로 내가 고른 건 손수호 전 국민일보 논설위원의 <도시의 표정>(열화당, 2013)이다. '서울을 밝히는 열 개의 공공미술 읽기’가 부제. 문화부 기자의 이력도 갖고 있는 저자는 <문화의 표정>(열화당, 2010)이란 문화예술론도 펴낸 바 있다. 공공미술에 관한 책이 드문 편인데, 우리 공공미술의 현실을 짚어보게 해주는 책이다.

 

 

 

더불어 봄날에 읽을 만한 시집도 몇 권 골라본다. 문학동네 시인선 50권째로 자선 시집 <영원한 귓속말>(문학동네, 2014)와 이영주의 <차가운 사탕들>(문학과지성사, 2014), 신해욱의 < syzygy>(문학과지성사, 2014) 등이다.

 

 

2. 인문학

 

인문학 분야의 책으론 정창석의 <만들어진 신의 나라>(이학사, 2014)와 존 그레이의 <동물들의 침묵>(이후, 2014)가 추천도서다. <만들어진 신의 나라>는 "일본의 천황제와 침략 전쟁의 논리를 분석하여 현대 일본인의 정신세계를 조명한 책"이고, <동물들의 침묵>은 그레이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신에게 자신을 맡겼던 중세의 세계관뿐 아니라 근대 이후의 무신론과 휴머니즘도 과학을 통한 구원이라는 신화에 불과하다고 공격한다". 화제작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이후, 2010)의 독자라면 필독해볼 만하다(개인적으로는 한병철 교수의 책들을 흥미롭게 읽은 독자라면 존 그레이의 문체에도 쉽게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일본 관련서 몇 권도 이 참에 챙겨놓자면, 데이비드 스즈키와 쓰지 신이치의 <또 하나의 일본>(양철북, 2014)는 "캐나다에서는 일본인, 일본에서는 캐나다인인 데이비드 스즈키와 30세가 되어서야 아버지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쓰지 신이치가 2년여 동안 일본 곳곳을 찾아다니며 직접 만난 사람들 이야기"다. 최석영의 <혼신의 힘>(인물과사상사, 2014) "혼신의 힘을 다해 인생과 대결한 일본 인물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그리고 학술쪽으로 관심을 끄는 책은 윤수안의 <'제국일본'과 영어.영문학>(소명출판, 2014)이다. "영어와 영미문학이 일본 제국주의화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리고 그 제국의 언어가 식민지 조선에서 어떻게 변용되었는지를 연구한" 책이다.

 

 

 

3. 사회과학

 

사회과학 분야의 추천도서는 마이클 폴란의 <요리를 욕망하다>(에코리브르, 2014)와 공규택의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발칙한 생각들>(우리학교, 2014)이다. 후자는 청소년용인데, "엉뚱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세상을 변화시킨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번 언급한 적이 있는 폴란의 책은 사실 독서를 미루고 있는 책 가운데 하나인데, 혹시라도 요리에 관해 흥미를 갖게 될까 걱정돼서다. 원서에까지 눈길이 가는 걸 보면, 흠 손이 안 가게 주의해야겠다.

 

 


 

사회과학 쪽 책으론 연대와 공존, 공공성을 주제로 한 책 몇 권도 꼽아놓는다. 묵직하지 않아서 가볍게 손에 들 수 있는 책들이다. 개념사 시리즈로 나온 하승우의 <공공성>(책세상, 2014), 데루오카 이츠코의 <나는 사회인으로 산다>(궁리, 2014), 그리고 댄 핸콕스의 <우리는 이상한 마을에 산다>(위즈덤하우스, 2014) 등이다.

 

 

 

4. 자연과학

 

이한음 위원이 추천한 책은 안상현의 <우리 혜성 이야기>(사이언스북스, 2013)다. <삼국유사>,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일성록> 같은 옛 문헌들 속에 혜성이 어떻게 기록되어 있는지를 찾아본 이야기. 그리고 최근에 '세트'로 나왔는데, 상대성이론과 양자물리학의 100년사를 정리한 페드루 페레이라의 <완벽한 이론>(까치, 2014)과 만지트 쿠마르의 <양자혁명>(까치, 2014)도 이달에는 책장에 꽂아둘 만하다.

 

 

 

5. 실용일반

 

이하경 위원이 추천한 책은 김보경의 <낭독은 입문학이다>(현자의마을, 2014). "오랜 인문학적 사유의 과정과 낭독에 참여한 북코러스 회원들의 자기성찰 과정을 담았다." 독서모임의 실제 사례를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유사 모임에 참여하는 독자들도 참고할 만하다. 더불어 교양인문학 분야의 책들이긴 하지만, '실용적'으로 활용할 만한 책으로 박홍순의 <저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한빛비즈, 2014)와 유범상의 <필링의 인문학>(논형, 2014)도 꼽아놓는다. '필링의 인문학'에서 필링은 feeling이 아니라 peeling을 가리키는데, 이런 의미라고 한다.

필링(Peeling)의 인문학은 인간을 정치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끊임없이 눈가리개를 문제 삼아 그것을 벗겨내는 것이다. 개인의 영혼은 채찍과 눈가리개와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나를 지치게 만든 근본적인 원인을 권력관계와 구조 속에서 찾으려는 시도다. 이제 인문학은 개인의 이해와 힐링(healing)을 넘어 공동체의 갈등과 구조를 필링해야 한다. 힐링은 힐링 자체로 힐링되는 것이 아니라 필링과 필링의 정치를 통해 진정한 힐링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필링의 인문학은 진정한 힐링의 조건을 만들고, 생각하는 정치적 주체를 통해 작동할 것이다.

 

 

0. 예수 이야기

 

알라딘에서 요즘 화제도서 가운데 하나는 인간 예수의 이야기를 다룬 레자 아슬란의 <젤롯>(와이즈베리, 2014)인데, 이번주에는 이탈리아의 전기 작가 조반니 파피니의 <예수 이야기>(메디치미디어, 2014)까지 출간됐다. 관심을 갖게 되면, 그 주제의 책이 자주 눈에 들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얼마 전에 폴 버호벤의 <예수의 역사적 초상>(영림카디널, 2010)도 구입했다. "신약성서에 있는 네 권의 복음서에 기술된 예수의 삶을 바탕으로 역사적 예수의 삶을 재구성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신약성서에 감춰진 인간 예수의 모습을 유추하고 있다." 보통의 상식으로 알고 있는 예수의 삶과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 한번 확인해보는 것도 좋겠다. 참고로 저자는 우리가 아는 영화감독 버호벤인데, 예수의 전기 영화를 찍고 싶어서 성경 세미나에 참여했다가 이런 책까지 쓰게 됐다고 한다...

 

 

 

버호벤 얘기가 나온 김에 덤으로 한권 더 고르자면 그의 영화 <스타십 트루퍼스>(1997)의 원작 로버트 하인라인의 <스타십 트루퍼스>(황금가지, 2014)가 새로 번역돼 나왔다. 기존 번역본이 절판된 상태라 아주 요긴한 번역본이기도 하다. 군국주의를 미화한다고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던 작품이다. 실제로 그런지는 읽어보고 판단해볼 일이다...

 

 

14. 04. 10.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새로 번역돼 나온 니체의 <비극의 탄생>은 고른다. 열린책들판으로 나왔는데, 기존 번역본들과 비교해가며 읽어봐도 좋겠다. 사실 유명한 데뷔작이긴 하지만 <비극의 탄생>은 그렇게 만만한 책은 아니다. 그래도 다수의 번역본이 있는 만큼 여유를 가지고 도전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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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읽을 만한 책'은 급하게 골라놓는다. 3월도 3분의 1일이 지났으니 지각 페이퍼가 됐다(그래도 시간을 쪼개 쓰느라 이틀이나 걸렸다). 여러 모로 여유가 없어서인데, 읽을 책도 줄여야 하나 싶다. 아직 아침저녁으로 쌀쌀하지만 곧 볕이 좋은 봄날이 오리라. 그때 더 읽기로 한다.

 

 

 

1. 문학예술 

 

정이현 작가가 고른 책은 <파리 리뷰>의 인터뷰집 <작가란 무엇인가>(다른, 2014)다. 군더더기 설명이 필요 없는 책. "이 책은 인터뷰를 통해 만든 새로운 형태의 ‘작가론’이자 ‘창작론’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작가로 구성된 인터뷰어들은 때론 냉철하고 때론 사려 깊게, 공들여 준비한 질문을 던지고 대가의 답을 경청함으로써, 독자에게 깊은 이해의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소개한다.

 

내가 고른 책은 <레너드 번스타인의 음악의 즐거움>(느낌이있는책, 2014)이다. 예술분야는 분야별 안배를 하게 되는데, 오래만에 고른 음악 분야의 책이다. 책은 번스타인의 클래식 해설인데, "‘레니’라는 애칭으로도 불린 번스타인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함께 동시대를 양분했던 ‘스타 음악가’였다. 이 책은 번스타인이 지휘자였을 뿐만 아니라 솜씨 있는 클래식 음악 해설가이자 탁월한 음악교사였다는 걸 보여준다." 베리 셀즈의 평전 <레너드 번스타인>(심산, 2010)도 궁금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클래식 해설서로는 톰 서비스의 <마에스트로의 리허설>(아트북스, 2013), 이영진의 <마이너리티 클래식>(현암사, 2013)을 더 꼽을 수 있다. 국내서로 번스타인과 같은 명망 있는 지휘자의 해설서로는 금난새의 <클래식 여행>(아트북스, 2012)가 대표급이다. '바흐에서 번스타인까지 위대한 음악가 32인의 삶과 음악'이 부제.  

 

 

 

2. 인문학

 

인문학 분야의 추천도서는 미셸 파스투로의 <곰, 몰락한 왕의 역사>(오롯, 2014)와 홍윤철의 <질병의 탄생>(사이, 2014), 두 권이다. 질병과 문명의 관계를 다룬 황상익의 <콜럼버스의 교환>(을유문화사, 2014)도 거기에 더 얹을 수 있겠다.

 

 

3월이라 '맘잡고 공부'라고 작심할 분들도 많을 싶은데, 몇권의 '공부책'도 읽어볼 만하다. 이원석의 <공부란 무엇인가>(책담, 2014),  한재훈의 <서당공부, 오래된 인문학의 길>(갈라파고스, 2014) 등이 새로 나온 책이고, 조지 스웨인의 <공부책>(유유, 2014)은 이미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책이다. 이원석의 책은 미리 읽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내가 붙인 추천사는 이렇다.

공부란 말에 미소 짓는 한국인은 드물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는 통념상 망언에 속한다. 시험공부와 취업공부가 공부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게 우리의 통념이다. 이원석의 <공부란 무엇인가>는 그 통념을 바꿔보자고 제안한다. 공부란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짚으며 저자는 "행복은 공부 순"이라고 말한다. 진정 나를 위한 공부란 세상을 위한 공부이기도 하다는 게 비결이다. 자기계발서 권하는 사회를 '거대한 사기극'으로 지목했던 저자는 이제 공부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공부하는 사회에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당신도 공감한다면 우리에겐 아직 희망이 있다.

 

3. 사회과학

 

사회과학 분야의 추천도서는 아만다 리플리의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부키, 2014)와 HR 인스티튜트의 <로지컬 씽킹의 기술>(비즈니스북스, 2014)다. 거기에다 최근에 언급한 <기업은 어떻게 인간이 되었는가>(어마마마, 2014)도 같이 고른다. 기업의 법인화 과정과 그 파장을 다룬다.

 

 

 

몇 권의 사회학 책도 관심도서로 올려놓을 만한데, 엄기호의 <단속사회>(창비, 2014), 한병철의 <투명사회>(문학과지성사, 2014), 그리고 <감시사회>라는 제목이 붙었어도 무방했을 지그문트 바우만의 <친애하는 빅브라더>(오월의봄, 2014) 등이다. 모든 명명은 진단을 포함한다. 우리가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지 주기적으로라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4. 자연과학

 

자연과학 추천서는 존 잉그럼의 <한없이 작은, 한없이 위대한>(이케이북, 2014)이다. "미생물의 이모저모를 다방면으로 살펴본다. 제목 그대로 한없이 작은 생물이 얼마나 위대한 일을 하고 있는지를 적절히 전문 지식을 곁들여서 재미있게 들려준다."

 

미생물보다 좀 큰 걸 다룬 책으로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의 <지금 지구에 소행성이 돌진해 온다면>(갈매나무, 2014)도 흥미를 끄는 책이다. 부제가 '우주, 그 공간이 지닌 생명력과 파괴력에 대한 이야기'니까 미생물과 무관하지도 않다. 더불어 지식인, 과학자들의 에세이 모음 <미지에서 묻고 경계에서 답하다>(사이언스북스, 2013)도 일독해봄직하다. 자연과학쪽 진학을 희망하는 고등학생들에게는 진로 가이드 역할도 해주겠다. '앎의 한계에 도전하는 용감한 지식인들의 과학 이야기'가 부제.

 

 

5. 실용일반

 

이달의 실용서로는 성우제의 <폭삭 속았수다>(강, 2014)가 올라왔다. 제목으론 어림하기 어려운데, '성우제의 제주올레 완주기'가 부제다. "전직 기자인 저자는 스무날동안 26개 코스 425킬로미터의 올레코스를 완주했다. 그냥 걷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 길을 만든 사람, 길을 걷는 사람들을 만났다. 제주의 빼어난 풍광, 슬픈 역사, 다양한 풍습도 함께 만났다. 1만8000명의 신과 함께 공존하는 제주도의 숨결을 생생하게 느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탄생한 책이어서 제주올레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단순한 가이드북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평이다. 이미 이달의 책으로도 꼽은 적이 있는 듯싶은데, 이 주제의 베스트도서는 서명숙의 <제주 걷기 여행>(북하우스, 2008)과 주강현의 <제주 기행>(웅진지식하우스, 2011)이다. 병독해도 좋겠다.  

 

 

 

0. 일본 난학 

 

내 맘대로 고르는 주제는 '일본 난학'으로 정했다. 최근에 이종찬 교수의 <난학의 세계사>(알마, 2014)가 출간된 덕분인데, 알다시피 난학은 '에도시대에 일본이 네덜란드로부터 받아들인 서양 학문'을 가리킨다. 지난해에 이종각의 <일본 난학의 개척자 스기타 겐파쿠>(서해문집, 2013)가 출간됐고, 그보다 더 전에는 타이먼 스크리치의 <에도의 몸을 열다>(그린비, 2008)이 소개됐었다. '난학과 해부학을 통해 본 18세기 일본'이 부제인 책. 해부학에 대한 관심이 주도한 일본 난학의 형성과정을 살펴봄으로써 근대 학문의 특징과 성격에 대해서도 성찰해볼 수 있겠다.

 

14. 03. 11.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이번에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노예 12년>의 원작, 솔로몬 노섭의 <노예 12년>을 고른다. 영화가 계기가 돼 번역본이 무려 댓 종이나 출간됐다. 노예적 삶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는 기회가 된다면 영화를 먼저 보건, 책을 먼저 읽건 순서는 중요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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