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틈

 

  오전과 오후 일 사이 약간의 공백이 있다. 집까지 다시 갔다가 나오기엔 먼 거리이고 무엇보다 그 때야말로 나만의 오롯한 휴식 시간이니 내 식으로 즐기는 편이다. 일터 근처 비빔밥집이나 분식점을 찾아 대충 끼니를 때우고 얼른 카페를 찾아 나선다. 대개 주문한 신간을 꺼내 읽지만, 피곤이 뒤따를 땐 구석자리에서 손수건 한 장 덮어쓰고 과감하고 짧은 낮잠까지도 청한다. 그야말로 나만의 황금 시간을 갖는다.

 

 

  한 줄기 소나기라도 퍼부어준다면 바깥 풍광에 시선을 저당 잡히는 것만으로도 충만한 휴식이 된다. 이 집 저 집 떠돌며 과외를 하던 젊은 시절부터 혼자 점심 먹고 혼자 시간 때우는 일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혼자 노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렇게 쓰려는데, 우연히 내리 연속 지인들의 점심 같이 하자는 연락을 받고 글 길을 틀고야 마는구나. 혼자 먹는 점심도 나쁘지 않지만, 기막힌 타이밍으로 나를 찾아준 친구들이 구세주 같았다고.

 

 

  쏜살같이 달려온 지인들과 카페에 앉아 와플 세트 곁들인 천국표(?) 김밥을 먹는다. 그 와중에도 지인은 작은 유리병 하나를 내놓는 걸 잊지 않는다. 콩잎절임이란다. 도회지로 나온 이후, 처음 먹어본 콩잎절임의 오묘하고 경이로운 맛에 매료된 적이 있었는데 그 추억담을 기억한 지인이 부러 챙겨온 것이다. 섬세한 맘 씀에 괜히 울컥해지는 것이었다.

 

 

  그 잠깐 동안 ‘틈’ 이란 말을 생각했다. 적당한 거리야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우정이다. 계단에 앉은 커플 사이에 놓인 물병, 테이블 위에 놓인 커피 한 잔, 발 담근 너와 나 사이에 흐르는 계곡물 소리만큼의 틈을 인정해야 사람 관계는 건강하고 오래 간다. 저 물병만큼의 여유, 저 찻잔만큼의 배려, 저 물소리만큼의 타자화 등이 서로의 것이 될 수 있을 때 모든 관계는 빛난다. 틈을 유보한 채 성급히 내달리거나, 적정 거리를 놓친 채 보채는 모든 만남은 구라거나 신의 영역 둘 중의 하나다. 구라도 신도 원치 않는다. 다만 한 호흡이란 ‘틈’을 새기고 새길 뿐이다.

 

 

 

  

 메리트씨산,메리트 C,

 

 

 2. 비타민보다 운동

 

  사람마다 체질과 체력이 다르다. 건강 체질에다 운동으로 몸을 관리한 사람들은 이 무더위에도 그리 지치지 않는다. 반면에 저질체력에다 운동마저 기피하는 나 같은 이들은 사계절 피곤의 연속이다. 체력에 비해 내가 가진 에너지와 기를 무리하게 쓴 날은 어김없이 탈이 난다. 채우지도 못했는데 퍼내 쓰니 쉬 지친다. 충분한 잠으로 보충해도 입술이 부르트고 잇몸은 부어오른다. 운동 부족이란 숙제를 해결하면 컨디션 회복에 도움이 되련만 쉽지가 않다.

 

 

  모임에 나갔더니 간호사 지인이 비타민을 먹어보란다. 백퍼센트 비타민은 체력 유지에 도움이 될 거란다. 단맛과 각종 첨가물로 범벅이 된 무늬만 비타민인 제품과는 다를 것 같아 그미가 추천해준 비타민을 곧장 샀다. 너무 시고 제법 써 삼키기에 고역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더 신뢰가 가기도 한다. 혼자 먹기 미안해 온 식구를 끌어들인다. 지친 몸이 나쁜 쪽으로 금세 반응하는 나는 열심인데, 다른 식구들은 비타민에 별 관심이 없다. 청춘인 아들딸은 시큰둥해하고, 나름 운동으로 제 몸을 유지·관리하는 남편도 그리 반색하지는 않는다. 챙겨주면 먹기는 하지만 나처럼 진지하지는 않다.

 

 

  누구든지 경험하고 느낀 것만큼 반응한다. 제 몸에 이상 징후가 없으면 스스로 비타민 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믿기에 건강에 대해 그다지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 반면, 감당하지 못할 몸 기운을 느끼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비타민 같은 의지처라도 찾게 된다.

 

 

  건강은 누구에게나 예측불허이다. 내 몸이 피로를 느끼면 마음까지 힘들어지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고 몸이 아무런 불편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고 건강을 자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죽음 이상으로 ‘신체의 안녕’에 관한 건 영원한 숙제이다. 비타민 같은 활력의 정점을 찍으려면 당장 뛰쳐나가 운동부터 해야 한다. 백퍼센트 비타민에만 의지하며 뒹굴뒹굴 게으름을 피우는 건 아직 급하지 않다는 걸 말한다. 굳건한 의지로 규칙적 운동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크게만 보인다.

 

 

 

  3. 저 바다의 끝은 어디일까

 

「바람의 풍경, 이창연 전」이 열리고 있다. 이곳 시립미술관이 기획한 선생의 유작전이다. 돌아가진 지 3 년이 되었는데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 선한 미소와 처연한 눈빛으로 남루의 풍경 끝자락까지 따뜻한 시선을 놓치지 않았고, 생활과 그림이 별 다를 바 없이 소박한데다 유머가 넘치던 분이었다.

 

 

  선생님과 인연이 있던 지인들과 전시회장을 찾았다. 생각보다 조촐한 규모에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전시장의 크기가 선생의 입지를 규정하는 것은 아닐 것이기에 마음만은 전우주적 공간이 되어 상상의 나래를 폈다. 사모님의 안내 덕에 그림 속에 담긴 선생님의 예술혼과 가치관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내게 선생님은 화가이기 전에 스승이다.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으로 먼저 만났다.『엄마 찾아 삼만 리』를 읽어주던 순정한 모습도, 화가로서 승승장구하던 모습도 모두 존경 받아 마땅했다. 어린 제자들을 사랑했지만 그림을 포기할 수 없어서 한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선생님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다.

 

 

  초중고 교과서에도 몇몇 그림이 실릴 만큼 선생님은 유명 화가가 되었다. 선생님의 작품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담배가게」이다. 70년대 풍의 그 담배포 풍경에는 삶에 대한 철학이, 그림에 대한 예술관이, 인간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런 선생님의 자세한 우주관은 유작 전시회 기념으로 출간된 시화집을 통해 알 수 있다. 아르코 출판사에서 나온 이창연 화백의『저 바다의 끝은 어디일까』는 ‘이창연 화가의 작가 노트’라는 부제가 딸린 시화집이다.

 

 

  그림을 삶의 꽃으로 비유한 선생님은 ‘그림이 그림이라면 그림이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삶의 현장 그 리얼리티를 보듬지 못하면 진정한 예술가가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절대 고독의 에너지로 당신만의 예술적 행보를 내디뎠던 그 흔적이 지치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아, 슬픈 노랫가락 같고 유쾌한 농담 같은 선생님의 작가노트『저 바다의 끝은 어디일까』에 관심 좀 가져주시라.

 

 

 

 

4. 노익장(老益壯)

 

  ‘노익장을 과시하다’라는 말이 있다. 젊은이에 뒤지지 않는 노년의 굳건한 패기를 표현할 때 쓰는 관용구이다.『후한서』「마원전」에 나오는 고사성어로 노당익장(老當益壯)의 준말이다. 말 그대로 비록 늙었지만 기운이 더욱 씩씩함을 일컫는다.

 

 

  후한 광무제 때의 명장 마원은 예순두 살, 지금 같으면 상노인에 해당하는 나이에 광무제를 도와 군대를 일으켜 반란을 평정하고 흉노를 토벌했다. 말 그대로 대기만성을 이뤘다. 평소 친구에게 ‘대장부는 어려울수록 굳세어야 하고, 늙을수록 건장해야 한다.’며 노익장을 역설했다. 굳이 역사서를 들먹이지 않아도 현실에서 노익장을 과시하는 사람들도 많다. 얼마 전 모친상을 당한 지인의 경우, 백수(白壽)였던 당신 어머니께서는 돌아가시기 사흘 전까지 일터에 나가셨고, 텃밭 가꾸기까지 거뜬히 하셨다고 했다. 내 친정 엄마도 마찬가지이다. 미수(米壽)가 멀지 않았건만 아직도 혼수방에서 일하신다. 천생이 부지런한 분이라 일 하지 않으면 못 견뎌 하신다.

 

 

  며칠 전 또 다른 노익장을 과시하는 분을 만났다. 일흔을 넘긴 그분은 매일 원고지 스무 장에 가까운 글을 쓰신다. 내 짧은 소견으로 힘들고 벅차지 않으시냐고 여쭈었다. 그렇긴 하지만 글쓰기가 건강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견딜 만하다고 하신다. 원고를 채운다는 스스로와의 약속 때문에 맘대로 술도 못하고 여행도 못하지만 얻는 게 더 많단다.

 

 

  일반적으로 일을 접고 느긋이 여가를 즐기는 것이 노년을 잘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분 말씀에 의하면 사람은 할 일이 있어야 늙지 않는단다.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거나,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노화는 걷잡을 수없이 빨라진다. 늙어서 일을 놓는 게 아니라, 일을 놓으면 늙게 되는 것이다. 젊다는 게 글 쓰는 데 유리한 건 사실이겠지만, 나이 많다는 게 글 쓰는 데 불리한 것만도 아니다. 모든 건 마음먹기 나름이다. 노익장을 과시하는 그분처럼 열정이 넘치는 내 노년의 글쓰기를 그리며 오늘도 성심껏 자판을 두드린다.

 

 

 

 

5. 혀

 

  많은 사람들이 소통에 힘겨워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부부끼리의 교감, 자녀와의 대화, 친구와의 교류 등등에서 온전한 승리를 맛보기란 쉬운 게 아니다. 소통은 인류 탄생 이래 가장 힘든 숙제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일기장이 왜 생겨났겠는가. 소통 때문에 자괴하는 자들의 쓰라린 꽃 무덤이 그곳 아니던가.

 

 

  다행히 요즘은 소통 덕에 환희할 수 있는, 발랄한 꽃다발 역할을 해주는 SNS도 생겨났으니 숨통을 틀 만하다고 여기는 이도 많을 것이다. 그 둘의 경중을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매 순간마다 우리 삶은 내밀한 상처의 꽃 무덤과 드러나는 환희의 꽃다발을 오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왜 사람들은 상처를 주고받을까? 서로 다르다는 한 고비를 넘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타인을 특별한 사람으로 여기는 건 내 맘이니 식은 죽 먹기이다. 하지만 타자에게 나를 똑 같이 대접해달라고 강제하는 건 어렵다. 그건 타인의 마음일 뿐이다. 무한대로 뻗어있는, 자유롭기만 한 타자를 내 식으로 규제하려 할 때 우리는 필연의 상처와 대면하게 된다.

 

 

  상처를 옮기는 가장 큰 도구는 혀(말)이다. 사람의 혀는 환희이자 보약일 수도, 상처이자 독이 될 수도 있다. 일찍이 그것을 갈파한 선인들이 이런 이야기를 지어냈다. ‘임금이 지혜로운 두 신하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을 구해오라고 했다. 각각의 신하는 상자 하나씩을 가져왔다. 첫 번째에도 두 번째에도 사람의 혀가 들어있었다.’

 

 

  흔히 잘못 놀린 혀는 세 사람을 죽인다고 했다. 혀를 놀리는 사람과 그것을 듣는 사람과 그 대상이 되는 사람 모두. 하지만 인간에게는 양심이란 게 있기 때문에 혀를 놀린 사람의 상처가 가장 크고 깊을 수도 있다. 오죽하면 맞은 자는 뻗고 자도 때린 자는 모로 잔다는 말이 있을까. 속으로야 나라님도 팔아먹고 전 우주도 갈아치울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뱉은 언어는 타인에게 또는 스스로에게 걷잡을 수 없는 상처라는 꽃 무덤을 만든다. 그 무덤 썩어 한 줌 거름이 되어, 언젠가 보상으로 되돌아올 환희의 꽃다발이 되는 순간까지도 그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현명한 소통을 하는 자들은 타자를 향한 시선이란 끈을 느슨하게 잡을 줄 안다. 팽팽한 줄잡이야말로 상처의 근원이라는 것을 누적된 학습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혀 놀림도 훈련하면 줄일 수 있고, 소통의 문도 노력하면 언젠가는 열린다. 무더위를 이기는 것만큼의 사투지만 자기체면 걸듯 이런 훈련과 노력은 내게 필요한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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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3-08-17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서재 놀러왔다가 좋은 글, 제가 제일 먼저 보네요. *^^*
모든 글이 마음에 와 닿고 좋지만, 첫번째 글 너무 좋아요.
저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남편과 나, 아이들과 나, 부모님과 나, 시부모님과 나, 친구들과 나, 동네 아줌마 친구들과 나.
우리가 저지르는 소소한 잘못과 실수가 '사랑하기 때문인데' 그건 다른 말로 '물병만큼의 여유'를 두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찻잔만큼의 배려를 하지 않았을 때, 그 사람이 부담스럽고, 싫어지죠.

방학 마지막 토요일이에요. 이야호~~ 외치면 나쁜 엄마인가요?
팜므느와르님 방에서 외치고 갈래요.
이야호~~~

다크아이즈 2013-08-18 08:42   좋아요 0 | URL
아뇨, 아뇨 ㅋ 엄마에게 방학은 짧을수록 좋아요.
이야호, 저도 넘 좋아요.
담 주면 아들 딸 기숙사로 돌아간답니다.
단발님과 저의 자유를 위해 브라보^^*

마녀고양이 2013-08-17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팜언니, 더운 여름 잘 지내시지요?
저는 오늘 시험이 또(!) 있는데, 목이 부었네요, 구술 면접 시험인데.. ㅠㅠ

'혀', 의사 소통은 정말 어려워요.
남들에게는 이렇게 하면 된다고 쉽게 말하면서도
제가 제 속 마음을 얘기하려면 어찌나 어려운지요! 더구나 일단 벽을 깔고 있는 사람에게
나를 활짝 열어보인다는 것은, 제게 수치심이나 두려움을 주기도 하구요...ㅠㅠ

현명한 소통, 타인에 대한 기대가 커질수록 어려운거 같아요. 그래서
때론 끈을 느슨하게 잡아야만 하는데도, 그래야만 할 때 더욱 팽팽해지니.... ^^

다크아이즈 2013-08-18 08:41   좋아요 0 | URL
와우, 달여우님, 아니 마녀고양이님...
제가 마녀고양이 시절의 님보다 달여우 때의 님이 더 익숙하니 누구신가 했네요.
공부하시느라 힘드시지요?
마고님 글을 보면서 내면의 통점이 어쩌면 저랑 비슷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자주해요. 근데 타인이든 자신이든 오래 들여다보면 더 고통스럽더라구요.
공부 분야가 그러니 더 자책하고 더 스스로를 객관화할 것 같아 힘든 학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님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누군가에게 소개 받아 심리상담을 받으면 참 위안 되겠다 이런 엉큼한 꿈도 가끔 꾼답니다.^^* 더운데 학문 갈무리 잘 하시어요.

프레이야 2013-08-17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바다의 끝은 어디일까,는 당장 담아갑니다. 일전에 말씀하셨던 그 스승님의 책이군요. 그림에대한 그분의 철학도 마음에 와 닿아요. 요즘 저도 전반적으로 몸이 처지고 기운 없는데 운동이 좋은 처방이라고 하더라구요. 적당히 몸을 써주는 것! 댄스 배우고 싶어라ㅎㅎ 혀가 죽이고 살리는 세사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네요. 과일 적당히 많이 드시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전 좀있다 외출해요.

다크아이즈 2013-08-18 08:35   좋아요 0 | URL
댄스 꼭 배우시어요.
왜 부부끼리 배울 수 있는 스포츠댄스(?) 맞나, 그거 저도 엄청 하고 싶은데
(요즘 야간 강좌도 많던데) 남푠이 안 받쳐주니ㅠ
그림 좋은 이창연 화백이 널리 세상에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세실 2013-08-17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가 생일 선물로 보내준 비타민 열심히 먹고있어요.
이젠 몸 생각할 때.
가끔 틈이 생길때 혼자 커피숍에 가서 책 읽으면 진도가 빠르네요. 요즘 즐기고 있어요^^

다크아이즈 2013-08-18 08:30   좋아요 0 | URL
비타민 꾸준히 먹으면 도움 될까요?
첨가물 있는 것 말고 백퍼센트 비타민은 많이 시어요. 그래서 쓰게 느껴져요.
물 한모금에 눈 감고 톡 털어 넣어야 ~~

라로 2013-08-19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바다의 끝은 어디일까? 방금 언니에게 땡투하고 주문했어요!!!!^^
그런 멋진 선생님을 은사로 두셔서 언니도 그렇게 멋지시군요!!!!!ㅁ(이 자판은 포스용이라 하트가 안 나와요,,,저 네모를 하트라 생각해주세요~~.^^;;)
저도 저 책의 제목처럼 저 바다의 끝이 어딜지 궁금해요,,,그리고 이창연선생님의 그림을 직접 보고싶네요!!!!!>.<
그림을 보니 선생님의 성품이 고스란히 느껴져요~~~~.^^

다크아이즈 2013-08-21 22:53   좋아요 0 | URL
너무 재바른 아롬님...
그림은 진짜 좋아요.
그림자를 버린 정신적 사실주의를 고수하시는데 볼수록 빠져들어요.
글은 문학을 전문으로 하는 분이 아니었으니 뭐라 말씀 드리기 그렇구요.
진정성 하나 만은 믿을 만합니다.^^*

순오기 2013-08-24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팜므님 글은 참 좋아요~ 이런 글쓰는 분이 오공주 멤버라 더 좋아요!^^
3천만원어치 구매리스트를 뽑아야 하는데 좋은 책 추천도 해주세요!
이창연 선생님 책 리스트에 넣을게요.
정식으로 페이퍼 올릴거에요~~ 일을 사서 만드는 나를 누가 좀 말려줘요.ㅠ

다크아이즈 2013-09-11 09:22   좋아요 0 | URL
순오기 언냐, 잘 계시나요?
제가 요즘 정신 못 차리고 헬렐레하고 있어요. 알라딘도 잘 못 와요.
10월에 만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어요.
삼천 만원어치 책 다 구비하셨는지 궁금해요.
시간 내서 서재에 들를게요. 오늘은 이만 또 나가 봐야 해요 ㅠ
 

 

 

 

  

 

   더 테러 라이브(2013)   설국열차 개인적인 감 

 1. 영화관이라는 피서지

 

  뭐니 뭐니 해도 최고의 피서지는 영화관이다. 피서지에 대한 합리적 대가인지는 차치하고라도 시원함의 호사뿐만 아니라 입 호사 눈 호사까지 누릴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삼조이다. 땅 좁은 우리나라에서 보통 사람들이 활동적인 여가를 즐기기는 쉽지 않다. 살림살이 좀 나아지면서 보통 사람들은 영화관을 적절한 여가 장소로 활용할 줄 알게 되었다. 그나마 편하고 경제적인 여가 활용 중의 하나가 영화 보기이기 때문이다. 한 영화당 관객 천 만 시대를 가뿐히 넘기게 된 것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보통 사람들의 이런 여가 활용법도 한몫했다.

 

  피서지로도 그만인데 영화가 좋으면 금상첨화이다. 신인감독 김병우의「더 테러 라이브」는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원래 분탕질이 심한 영화를 체질적으로 싫어해 영화 시작 십 분이면 졸기 일쑤다. 개연성도 없이 눈요깃감으로 쏘고, 부수고, 때리는 장면들이 어쩐지 현실과는 거리가 멀어 감정 이입이 쉽게 되지 않았다. 한데 이번 영화는 달랐다. 실시간 속보라는 긴장감에다 비루함과 비열함이 뒤섞인 인간군상의 아이러니 앞에서 절로 서늘해졌다.

 

  고립된 스튜디오 안이 장면의 대부분인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테러리스트와의 대화를 중계한다는 독창적인 상황도 눈길을 끌었고, 그것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긴장감으로 엮여 있어 더욱 딴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소박한 영상으로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급 영화를 뛰어넘는 관객 시선 고정을 이끌어낸 것에 점수를 주고 싶다. 등장인물에 군더더기가 없고, 대사 처리에도 늘어짐이 없으며, 내용면에서도 과장이 덜 했다.

 

 

  다만 결론 부분이 약간 신파로 옮아간 것이 아쉬웠다. 파죽지세이던 감독의 진격에도 호흡이 달렸는지 다소 급하고 억지스러웠다. 90 여분 동안, 라이브로 중계되는 테러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하다보면 관객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 있었던 사람처럼 긴박감과 울분에 온몸이 저려온다. 더위 피하기 위한 잠시의 여가에서 시원한 바람을 온몸으로 쐬었으니 이보다 더한 여름나기가 어디 있겠는가.

 

   *** 더 테러라이브가 설국열차 보다는 내게 낫게 다가왔다.

        그렇다고 더 테러라이브가 개연성 넘치는 작품이라고는 할 수 없다.

        내 취향이 그나마 전자쪽이라 더 테러라이브 단상만 올려본다.

 

 

 

  

2.  사랑의 속성 - 애지욕기생에 붙여

 

 

  느지막이 영어 공부에 매혹당한 친구가 카톡으로 영어 문자를 보내왔다. 동양고전을 쉬운 영어로 풀어쓴 것을 하루에 한 문장씩 익히는데 영어도 늘고, 마음공부도 되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란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그가 살기를 바라고, 누군가를 미워할 때는 그가 죽기를 바란다. 과거에는 그가 살아있기를 바랐지만 지금은 그가 죽기를 바란다. 이거야말로 자기기만이다.’ 이런 내용인데, 자신의 요즘 심경을 대변해주는 말 같아 맘에 새기고 있단다.

 

 

  첫 문구를 보니 어딘가 익숙하다. ‘애지욕기생’(愛之欲其生)이란 글을 풀어 쓴 것 같았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이 살기를 바라는 것’이란 의미로 사랑에 관한 단상을 말할 때 사람들이 자주 인용하는 말이다. 고 장영희 선생의 수필에서 그 말을 처음 접하고 공감했던 기억이 났다. 출처를 찾아보니 ‘논어’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애지욕기생’ 이 부분만을 인용해서 사랑의 충만함에 대한 메시지로 활용한다. 근데 따라온 뒷말을 보니 일종의 반전이 있었다는 걸 알겠다.

 

 

  원문과 해석을 찾아봤다. 덕 쌓기의 숭고함과 미혹의 어리석음에 대한 가르침을 주기 위한 예시 중에 나오는 내용이었다. ‘사랑하면 상대가 살기를 바라고 미워하면 죽기를 바란다. 이미 그가 살기를 바랐으면서 다시 죽기를 바라는 것 그것이야말로 미혹이다.’ 인간 사랑의 숭고함이나 낭만성을 말하려는 게 아니라 인간 심성의 간사함에 대해 공자는 통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 사람의 마음을 경계하는 가르침인 셈이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상처 주고 상처 받기 쉽다. 상대를 그러안는 동안에는 모든 게 사랑스럽다. 하지만 미운 마음이 한 번 들기 시작하면 자제가 어렵다. 인간의 나약함을 선현들은 일찍이 갈파하고 있었다. 친구 역시 스스로를 단속하기 위해 이 경구를 새기고 있는 중일 게다. 사랑의 솔직한 속성은 할 때는 쉬워도 끊을 땐 비루해진다는 것이다. 그걸 뛰어넘으려는 안간힘을 가리켜 인간적이다, 라고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3. 해리엇 제이콥스

 

  휴가는 게으르게 보내야 제격이다. 아무 생각 없이,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빈둥빈둥 시간을 축낼 수 있는 것이야말로 가장 달콤한 휴가이다. 잠시 지루한 타이밍에 집어들 수 있는 책 몇 권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다. 이번 휴가 때 가장 눈에 들어온 책은 해리엇 제이콥스에 관한 것이었다.

 

  흑인 노예였던 그녀는 주변의 도움으로 『린다 브렌트 이야기』라는 가명 자서전을 출간할 수 있었다. 1861년 나온 이 책은 어린 주인의 재산으로 양도된 노예 제이콥스의 처절한 투쟁기이다. 그녀는 성적 괴롭힘을 당하지만 당당하게 맞섰고, 사랑 앞에서 자신의 감정에 충실했고, 7년이란 긴 독방 생활을 처절하지만 잘 버텨냈다. 얘기에 쉽게 몰입되는 건 그녀의 글 솜씨도 한몫했다. 감각적이고 유려한 그녀의 문체 때문에 발간 당시에는 여성 편집자의 소설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받을 정도였다. 여주인의 배려로 글을 배울 수 있었던 건 노예인 그녀로서는 큰 행운이었다.

 

 

  그녀는 폭군 주인을 피해 사랑하는 백인 남자와의 사이에 두 명의 아이를 낳고 숨어서 지냈다. 그렇게 7년을 분투한 끝에 아이들도 되찾고 북부로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여성 노예 신분으로 자신의 운명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이런 모습에 당시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단순히 제 처지를 알리기 위해 글을 쓴 건 아니었다.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노예들을 위해 힘이 돼줄 수 있는 깨친 여성들의 힘이 필요했다. 처절한 환경 속에서 속박 받는 2백만 남부 여인들의 처지를 북부 여성들이 깨닫기를 바랐다. 기본 인권에 대한 그녀의 정신은 노예제도가 폐지된 이후에도 여권권리신장으로 이어졌다.

 

 

  개인적 차원이라면 침묵해도 좋을 고난사를 그녀가 기록으로 남긴 건 인간 존엄에 대한 깊은 인식 때문이었다. 그녀가 말한다. ‘오직 경험해본 자만이 악의 나락이 얼마나 깊고, 어둡고, 추악한지 깨달을 수 있다’고. 세상의 악행 앞에서 저항하는 모든 개별자들의 의지는 끝내 유의미하다는 것을 가르쳐준 제이콥스 여사였다.

 

 

 

  

4.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는 영화 제목이 있다. 불안에 대한 인간의 제 상황을 생각할 때마다 영화와는 상관없이 그 제목 한 번 멋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로 우리 삶은 불안하고 그 불안 때문에 영혼이 야금야금 잠식당하는 기분이 드는 게 어디 한두 번이던가. 자족의 빛이 넘쳐나는 것만큼 불안의 그림자 또한 짙다.

 

 

  불안과 친구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한 예를 들자. 입시생 엄마들이 모이면 관심사 중의 하나가 ‘용한 점집 찾기’이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풍경일 텐데 불안의 정서와 관계가 깊다. 자식의 앞날을 좌지우지하는 대학입시야말로 부모가 느낄 수 있는 최대의 궁금증이자 불안감일 수 있다. 수험생들 속 타는 것 이상으로 엄마들도 노심초사한다. 섣불리 허심탄회하게 드러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삭이자니 속병이 날 지경이다. 그 와중에 ‘잘 본다’는 소문이 도는 역술인들의 정보라도 얻으면 성지 순례하듯 길을 나선다. 내 불안을 위무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한국인 정서 밑바탕엔 기본적으로 샤머니즘적 유전인자가 깔려 있는 것 같다. 내가 가진 종교와 관계없이 입시철이 되면 역술인들을 찾는 사람들은 늘어만 간다. 우리식 종교 정서는 기복신앙에 가깝고, 그 기복 대상 또한 내 가족, 내 핏줄이 우선이다. 내 자식의 앞날이 궁금하고, 내 남편의 재복과 건강이 궁금한 것이지 거창한 주제인 인류공영 따위는 인심 쓰는 덤에 지나지 않는다.

 

  불안의 제일 원인은 욕심이다. 사회는 급변하고 미래는 불투명하다. 당연히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며 여유를 가질 시간이 없다. 오직 나와 내 가족의 안녕과 자족만을 삶의 목표로 삼기에도 벅찬 시대가 되어버렸다. 점집을 순례한다고, 그곳에서 내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고 근본적인 불안이 해소되는 건 아니다. 그래도 맘 잃고 헤매는 영혼들에게 그보다 나은 위안처가 없으니 사람들의 귀가 솔깃해진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니 그렇게라도 위로를 간구하는 것이다.

 

 

 

 [주의] 우리 준이가 태   휴대폰 소액결제 사기

  5. 스미싱 주의보

 

  ‘우리 준이가 태어난 지 벌써 일 년이 되었어요. 축하해주세요.’ 낯선 번호에 수상한 문자이다. 링크도 걸려 있다. 접속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잠시 한 호흡 쉬어가기로 한다. 주변에 돌을 맞는 지인도 없거니와, 있다 해도 느닷없이 저런 형식으로 문자를 보낼 것 같지는 않다. 궁금한 건 포털 사이트 지식 창에 물어 봐, 라는 시대에 살고 있으므로 얼른 검색을 해본다. 아니나 다를까 문자 피싱이다.

 

  이런 신종 사기 문자를 ‘스미싱’(Smishing)이라 한단다. SMS(Short Message Service)와 피싱(Phishing)의 합성어인데 안내장, 무료쿠폰, 요금 명세서 등의 문자로 가장해 첨부된 링크에 수신자가 접속하도록 해 돈을 빼가는 수법이다. 링크된 주소를 클릭하는 순간 악성 코드가 깔리고 소액 결제를 유도하는 메시지가 뜬단다.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만 걸려들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전자기기에 능숙한 젊은 세대들도 피해를 당하기는 마찬가지다. 모바일 초대장이나 무료 쿠폰 문화 등에 익숙한데다, 이름도 그럴듯한 신제품 아이스크림 ‘악마의 쇼콜라’ 무료 시식권을 다운받으라는데 어찌 유혹당하지 않을 것인가.

 

 

  스미싱 피해 사례가 점점 늘어나는 건 그 수법 또한 날로 진화하기 때문이다. 널리 알려진 한 방법에 대처할만하면 다른 기발한 방법으로 유혹한다. 깊이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순간적으로 클릭을 유도하는 새롭고 희한한 문구들이 등장한다. 알고도 당하고 모르고도 속는다. 소액 결제 피해액이라 당하고도 귀찮아서 넘어가기도 하고, 요금 내역서를 제대로 보는 경우가 없으니 모르고도 지나는 경우도 제법 있을 것이다.

 

 

  근본적인 대책보다 그들의 교묘한 수법이 한 수 위이니 당분간은 스미싱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다.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처는 수상하거나 낯선 문자에 포함된 링크는 접속하지 않는 것이다. 혹시 그들의 낚시질에 휘둘렸다면 즉시 요금 결제를 막아달라고 통신사에 연락을 취하는 방법과 함께.

 

 

  

6. 행복 유예

 

  실로 다양화되고 다변화하는 시대이다. 한데 그 변화무쌍한 것들에도 일정 패턴이 있다. 한 해 발생한 트위터 문구 15억 건 이상을 모 소프트 회사에서 분석했다. 자료에 따르면 우리가 하는 행동에는 시간대별로 일정 패턴이 있단다. 예를 들면 커피 마시는 시간은 물론 마시는 행위도 유형화할 수 있다. 하루 세 번 특정한 시간에 ‘커피’라는 말이 등장하고, 그 각각은 속성별로 모닝커피, 테이크아웃 커피, 카페 커피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한 마디로 수집 분석 된 자료는 우리에게 적절한 ‘때’를 알려준다. 데이터 중 흥미 있는 부분은 요일별 감성 지수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는 어떤 요일에 기분이 가장 좋을까? 월요일 최악의 상태였다가 금요일로 갈수록 기분 좋음의 최절정 상태를 맞이한다. 그러다가 토요일 저녁부터 급격하게 우울 모드가 된다나. 월요일 해야 할 일이 생각나 느긋하게 휴일을 즐기지 못한다.

 

 

  연구에 의하면 유럽인이나 미국인들은 우리만큼 걱정을 앞당기지는 않는다. 그들의 토요일은 우리의 그것에 비해 훨씬 즐겁다. 미리 걱정하는 우리 정서로는 금요일 저녁이 기분 좋음의 절정이다. 오죽하면 ‘불타는 금요일’이란 말이 생겼겠는가. 토요일 저녁만 되면 월요병이 소급되어 텔레비전도 제대로 시청하지 못한다. 심지어 일요일 저녁에는 외식조차 꺼리게 된다. 다음날 맞닥뜨릴 일거리가 걱정되어 최대한 움츠리게 된다.

 

 

  행복을 유예하는 것도 일종의 문화적 관습 같다. 서구사람들은 일 년 번 돈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소비할 것인가를 구상한다. 한 달 간의 바캉스를 즐기기 위해 일 년을 일하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그에 비해 우리는 하루 삶의 무게만으로도 벅찬데 제 평생의 삶을 미리 얹어 걱정한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 정도는 유예하는 게 당연하다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미뤄진 행복이 먼 훗날에는 온다는 보장이 있기는 하던가. 다음날의 안녕을 위해 휴일 정서까지 방해 받는 소시민들에게 현재를 즐기라는 말은 너무 먼 당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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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ne_Hebuterne 2013-08-13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팜므느와르님, 더위에 무사하셨군요! 어쩐지 망망대해에서 등대 불빛을 만난 것 마냥 반가워서 흔적 남겨요.

장영희 선생의 글에서 저 문구를 보고 갸웃, 했더랬습니다. 살기를 바랐던 이가 죽기를 바라는 그 시점에서, 전 제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코요테 어글리의 자학 버전이랄까요. 이런 너를 사랑했다니 내가 미쳤다+이런 나를 사랑했다니 너도 만만치 않다 의 잡탕 이데아였던 것 같아요. 하긴, 남자의 긴 손가락에 반하는 능력을 잃은 지금에야 돌이켜 보며 괴상하게 웃을 뿐이어요. 그러고 보면 사람은 참 편리한 존재인듯 해요. 무슨 일에나 이유를 갖다붙일 수 있어서. 어쩌면 내가 바라본 이들은 정확하게 그들 인격 그대로를 보였을 뿐인데,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랐구나, 하고 팜므 느와르 님 친구분의 문자 메세지로 생각해 봅니다. 죽은 정자와 죽은 난자가 만나 죽은 아이를 만들어내기를 바라는 그런 일이요.

그런데 너무 더워요. 더워요. 더워요 ㅜㅜㅜㅜ 모쪼록 저처럼 더위먹지 마시고, 건강하셔야 해요.

다크아이즈 2013-08-13 16:37   좋아요 0 | URL
에뷔테른님 살아?!계셨군요. ㅋ 넘 더워서리... 안부 여쭙니다.^^*
확실히 장영희 선생 글은 반만 인용하셨더군요. 선생이 말하고 싶은 쪽으로만...ㅋ

아,에뷔테른 님다운 생각이에요. 대개 살기를 바랐던 이가 죽기를 바라는 게 사람 마음이거든요. 근데 자의식 강하거나 수치에 내공이 없던 순결한 영혼이라면 에뷔님 같은 생각을 할 수도 있다고 봐요. 하지만 지나친 자학은 그 누구를 위해서도 도움 되지 않는다고 봐요. 차라리 치졸한 인간 본성 그대로를 내다본 공자님 말씀처럼 되는 게 더 인간적이라고 봅니다.

사람은 자기 존재 고유의 성질대로 존재하는 건 맞습니다. 보는이가 그것을 가공하고 확대하거나 때론 왜곡하거나 축소하는 거지요. 죄 있다면 타자가 아니라 제대로 못 본 자신인 거죠. 뭐. 살아낸다는 건 항상 힘겨운 투쟁입니다.

더울 땐 더더욱... 빨리 이 여름 지나가기를 바라고 바랄 뿐입니다. 테른님도 무사히 폭서의 강을 건너시길^^*

곰곰생각하는발 2013-08-13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구 사람들이 한 달 바캉스를 위해서 일 년 동안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밑바탕에는 케어(복지) 시스템이 든든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내가 무너지면 국가가 어느 정도 책임진다는 생각이 깔려 있죠. 그런데 한국은 아시다시피 모든 것은 개인이 해야 해요. 일본인들이 재난에 대처하는 자세를 보십시요. 담담하잖아요. 집이 떠내려가도 말이죠. 복지가 잘된 국가는 일종의 보험을 든 것과 같아요. 그래서 크게 울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집 떠내려가면 대성통곡을 해요.
왜 ? 국가는 개인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기 때문에 그렇죠. 경제 10위권 국가입니다.
그만큼 이윤이 남는데 이 이윤은 모두 몇몇 재벌들이 가지고 가죠. 세금은 모두 그들 이권 사업으로 들어갑니다. 복지로 들어가야 할 것을 말이죠. 아이고 하여튼 더운 이야길 했네요
시원한 이야길 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오늘 무지막지하게 덥군요.

다크아이즈 2013-08-13 16:45   좋아요 0 | URL
이래서 제가 곰발님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지요.
복지시스템이 든든한, 한 마디로 조상 잘 만난 덕에 노후 걱정 안 해도 되는 그들 삶을 잠깐일도 엿보고 왔으면서도 단순한 기질 차이라고만 보려 한 제 시각을 깨뜨려 주시는... 감사합니다,곰발님^^*
보험 든든한 사람들은 실은 미래 걱정할 필요가 없죠. 가까운 예로 부부 교사 친구는 해외 여행 가도 심리적 위축이 덜 되지요. 퇴직후 육백만원? 정도 되는 연금이 보장되니까요. 하지만 일개 월급쟁이 아내인 저는 쫄 수밖에 없어요. 퇴직하면 뭐 먹고 사나 하는 걱정 때메 느긋할 수가 없는 거지요.
기질 상 걱정을 더하고 덜 하고도 있겠지만 확실히 미래 보장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나 없나에 따라 걱정의 순도치가 영향을 받겠네요.

오늘도 좋은 걸 가르쳐주신 곰발님, 더위 잘 견디시어요.^^*
 

 

 

   

1. 맏딸 콤플렉스

 

 

  ‘큰딸은 살림 밑천’이란 속담이 있다. 솔직히 한 번도 그 말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친정에서나 시댁에서나 오남매의 막내 입장이다 보니 맏이들이 느끼는 의무감이나 부담감이 상상 이상이라는 것을 실감하지 못했다. 그들이 느끼는 무게감 못지않게 막내들이 맛보는 피해의식이나 상실감 또한 크다고만 생각했다. 한데 맏딸 입장인 친구 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얼음주머니로 한 대 맞은 느낌을 받았다.

 

 

  딸에 대한 서운함의 토로가 발단이었다. 내 입장은 오랜 만에 집에 온 동생 밥 한 끼 정도는 바쁜 엄마 대신 차려주고, 취직하면 동생 운동화 정도는 사 줄 수 있는 게 ‘누나’ 아니냐고 했다. 그들은 정색을 했다. 그런 생각 자체가 딸을 힘들게 하는 것이라고. 친정에서나 시댁에서나 맏딸 역할이 어떻다는 걸 알기에 그들은 맏딸더러 동생 밥을 챙기라거나, 농담으로라도 돈 벌면 동생 용돈 주라는 말 같은 건 하지 않는단다.

 

 

  가부장적 효 이데올로기에 길들여진 우리의 맏딸들은 자신들의 숙명을 익히 알고 있단다. 말하지 않아도 맏딸로서 느끼는 의무와 강박에서 벗어날 수가 없단다. 하기야 큰딸은 살림 밑천이란 말이야말로 얼마나 폭력적이고 위압적이던가. 살림 밑천이 될 수 있도록 맏딸은 집안의 조력자가 되어야 했다. 맏딸이 가정 경제를 위해 학업을 포기하고 산업 현장에 뛰어 든 예는 흔해도, 맏딸을 위해 동생들이 희생정신을 발휘했다는 얘기는 드물다.

 

 

  나아졌다 해도 아직 우리 유전 인자 속에는 맏딸들에 대한 기대치가 있다. 개별자부터 그런 시각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들이 심리적 부당함을 느끼고 저항하는 사회일수골 건강한 사회이다. 오히려 힘들고 지치고 억울해하면서도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시각에 갇혀 있는 맏딸들의 불행을 자처하는 고집이 문제이다. 그들이 행복하지 않은 심리적 압박을 가지게 된 건 사회 인식 탓이다. 맏딸로서의 의무만 강조한 채, 맏딸  콤플렉스를 심어 준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지금이라도 해야 할 일은 부당함은 함께 바꿔도 좋다고 설득하는 일이다. 이 무더위에 의무감과 강박에 시달리는 모든 맏딸들에게 응원을!

 

 

 

2.옳고 그름은 의심에서

 

 

  정민 선생이 쓴『오직 독서뿐』에는 옛사람 아홉 명의 독서 전략이 담겨 있다. 허균에서 홍길주까지 독서(학문)에 대한 선인들의 자세를 알 수 있다. 그 중 실학자 이익의 단상에 눈길이 간다. 성호사설을 비롯한 여러 저서 중에서 몇 가지 생각을 가져왔는데 통찰이 깊고 생각이 서늘하다. 정민 선생의 번역이 원체 군더더기가 없어서 그런지 한 눈에 쏙 들어온다.

 

 

  이익 선생은 학문은 반드시 의문을 일으켜야 한다고 했다. 의문 없는 학문은 내 것이 되어도 여물지가 않단다. 한 예로 역사책을 읽을 때마다 의심이 생긴다나. 착한 사람은 너무 착하고, 악한 자는 너무 못됐단다. 역사책을 쓸 때 권선징악을 염두에 두다 보니 그렇게 된 거라고 안타까워한다. 착하게 그려진 사람이야 당연하다 해도, 악한 사람이 원래 지독했겠냐고 흥분하신다. 실제로는 선함 속에 악이 있고, 악 가운데 선함이 있게 마련이라고 적었다.

 

 

  어디 역사에만 그럴 것인가. 모든 시시비비는 정답이 있을 수 없다. 기울어지는 쪽은 있어도 완전히 옳거나 아주 나쁜 건 없다. 시와 비, 선과 악은 언제나 함께 한다. 그런 시비와 선악이 완전히 구별되는 것이 아니니 학문하는 자는 끊임없이 의심(탐구)해야 한다. 선생의 비유에 의하면 복숭아나 살구를 먹을 때 살은 먹고 씨는 버린다. 반대로 개암이나 밤이 생기면 씨만 먹고 껍질은 버린다. 복숭아는 살이 맛있고, 개암은 씨가 고소하다는 걸 혀의 의심(경험)을 통해 알기 때문이다. 만약 혀가 의문을 품지 않았다면 밤 껍질을 먹을 수 있다고 해도 그대로 믿고야 만다.

 

 

  세상은 필연보다 우연이 관장할 때가 많고, 시비나 선악을 가릴 수 없을 때가 허다하다. 필연의 눈으로 세상을 보려하면 우리는 무딘 단정에 길들여지고, 우연의 가능성을 열어두면 날카로운 핵심이 보인다. 역사든 현상이든 진실에 닿는 어려움을 통찰하는 이익 선생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천하의 일은 놓인 형세가 가장 중요하고, 운의 좋고 나쁨이 그다음이며, 옳고 그름은 가장 아래이다.’

 

 

 

 

 

 

 

미술 정보 썸네일

 

  3. 이중섭의 아스파라거스

 

  <아름다운 열정 박수근·이중섭> 전이 한창이다. 경주 우양미술관이 기획전으로 한국 근·현대 미술 거장전을 마련했다. 동시대를 산 두 화가는 각각 서민들의 애환을 독특한 화풍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마티에르 기법이 우뚝한 박수근과 은지화로 개성을 구축한 이중섭은 한국의 미의식에 가장 맞닿은 작가군 중의 하나이다. 소박한 그림 속에 화가의 숨결이, 창작의 고뇌가 고스란히 배어나오는 느낌이다.

 

 

  입체적이고 풍성한 이야기가 소설의 재미를 보장하듯 그림도 마찬가지이다. 전시된 작품 중 유독 웃음과 슬픔과 짠함 등 복잡 미묘한 감정을 끌어내는 것이 있다. 일본인 아내에게 보낸 이중섭의 그림엽서 한 점이었다.「사랑」이란 제목이 붙은 그림은 여자의 가늘고 긴 발이 남자의 사타구니 사이를 지그시 누르고 있는 모습이었다. 여자의 오른발 붉은 발톱과 남자의 왼손 붉은 손은 닿을락 말락 부드러운 긴장 상태를 유지한다. 그것을 쳐다보는 남자의 얼굴은 장난기와 진지함이 반반이다. 사랑의 진솔한 감정을 이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한 작품이 있을까. 당연히 그림의 주인공은 이중섭과 그의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였다.

 

 

  이중섭은 크고 긴 아내의 발을 ‘아스파라거스 군’이라 불렀고, 자신의 별호는 ‘아고리’라 칭했다. 생활고로 두 아이와 아내를 일본의 친정으로 보내야 했지만 누구보다 그들을 사랑했다. ‘아스파라거스 군이 춥지 않도록 두텁고 따뜻한 옷을 입혀주오. 그렇지 않으면 다음에 아고리가 화를 낼 거요.’라고 아내의 발을 의인화해서 엽서에 적을 정도이다.

 

 

  당신을 사랑하오, 이런 말과 하트 하나를 그렸다면 아무리 깊어도 그 사랑은 얕게 보인다. 하지만 아내의 발을 아스파라거스라 애칭하며 그 발을 그렸다면 아무리 얕아 보여도 그 사랑은 깊다. 작은 그림 하나가 온몸으로 들어와 저 먼 우주를 적시는 느낌이랄까. 사랑이 오면 사랑한다고 말해선 안 된다. 다만 자기만의 ‘아스파라거스 군’을 만들 일이다. 물론 가난하고, 지친 자의 그것이 더한 감동을 주는 것은 당연할 테고.

                     

 

 

 

4. 절실하면 가식도 진심

 

 

  사람에겐 기본적으로 인정의 욕구가 있다. 포만감으로 따뜻해진 배를 두드리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SNS야말로 인간의 그런 욕구를 위한 대표적인 발명품이다. 그것의 속성은 ‘나를 알아봐 줘.’이다. 당연히 허세와 겉치레가 친구로 따른다. ‘스프링컴레인폴’ 카페에서 ‘새싹 곁들인 닭가슴살 샐러드’와 ‘두부 라이스’로 ‘브런치 타임’을 즐긴 것을 SNS에 올린들 내 삶의 본질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현실은 개수대에 담긴 설거지거리와 바구니에 담긴 빨랫감들에 한숨짓는 내 모습이다. 나를 알리고 싶은 욕망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그것들을 버리고, 과장된 일상일지라도 SNS에서 만이라도 자족감을 맛보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고 일기장처럼 그곳에다 제 속내를 드러낼 수는 없다. 별 생각 없이 걸러지지 않은 말을 내뱉을 경우 ‘무개념’의 좋은 표본이 된다. 유명인들이 구설에 오르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SNS에 올린 글 때문이 아니던가. 최근 모 뮤지컬에 출연 중인 배우도 곤혹을 치렀다. “사인회 싫어, 사인회 싫어. 공연 끝나고 피곤 피곤한데 방긋 웃음 지으며 ‘재미있게 보셨어요? 성함이?’ 방실방실, 얼굴 근육에 경련 난다.” 라고 페이스북에 올렸다. 순간의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그곳에다 넋두리를 하고 말았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사과하기에는 이미 늦다.

 

 

  누군가 말했다. 아마 퍼거슨 전 축구 감독이었을 게다.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라고. 그 말에 완전 수긍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SNS는 필요악이나 계륵쯤은 된다. 과장된 자기 소개서와 진솔한 일기 사이의 그 무엇이 SNS이다. 그러니 절실하거나 위안이 되거든 SNS를 계속하라. 다만 하거들랑 진심인 것처럼 하자. 절실하면 가식도 진심이 된다. 기부 천사 콘셉트를 유지하는 연예인도 언젠가는 진심 천사가 되는 날이 온다. 징징대고 투덜대는 것보단 건전한 가식이 한결 낫다. 캔디가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은 건 눈물이 없어서가 아니다. 남몰래 운만큼 남 앞에서 씩씩해지는 거다. 가식도 훈련하면 진심이 된다.

 

 

 

   

  5. 약자를 위한 연대

 

  아침방송에서 한 중견가수가 우스갯소리를 한다. 부부가 함께 늙는다는 것에 대해 진솔한 얘기를 하던 중이었다. 여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신랑감은 송해 씨란다. 아내 입장에서 보면 그는 구십 연세에도 돈을 벌어온다. 지방에서 녹화할 일이 많으니 집에서 잠을 자거나 밥을 먹을 일이 거의 없다. 귀가할 때에는 지역 특산물을 양손 가득 들고 온다나. 송해 씨도 잘 알고 있다는 이 유머를 처음 듣는 순간 너무 공감 되고 웃기는 거다. 이 기발한 얘기를 남편에게 재전달했더니 언제 적 이야긴데 이제 와 웃느냐고 한다. 자조 섞인 그 유머를 남자들끼리 주고받으며 씁쓸해한지 오래란다.

 

 

  남성연대의 상임대표가 한강 투신 이벤트를 벌이다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상대적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그들은 정부 지원금을 받으며 운영되는 여성부 및 각종 여성단체들을 상대로 무일푼으로 싸워왔단다. 시민들에게 호소해 모자란 일억의 활동비를 빌리고자 이런 이벤트를 벌였다니 안타깝기만 하다.

 

 

  남성연대의 시각이 모든 여성을 적으로 본 게 아니라 약자 여성을 배려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여성부가 남성을 적으로 간주하지 않듯 남성연대도 여성에 대한 적대감보다는 연대의 대상으로 봐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인다. 여성부, 남성연대 이런 식으로 성 대결을 해가며 언쟁을 하는 것 자체가 내키지 않는다. 배려의 차원이라면 세상은 남자와 여자로 구분지어지는 게 아니라 강자와 약자로 나뉘어져야 한다.

 

 

  남자든 여자든 약자가 배려의 대상이어야 한다. 남자가 항상 강자이고 여자는 항상 약자인 세상도 아니다. 여자이기 때문에 무시당해도 좋을 이유가 없듯,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배려 받아야 할 이유도 없다. 여성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고, 남자의 권위가 살아있다곤 하지만 그 짐 역시 무겁기만 하다. 남자, 여자로서가 아닌 강자와 약자가 상생하는 게 조화로운 삶이다. 남성연대 성재기 대표의 실종 사건이 단순 해프닝이길 바라며 약자를 위한 연대가 늘어나는 세상이길 바란다.  (*안타깝게도 이 글이 완성된 뒤 언론을 통해 그의 죽음을 확인했다.)

 

 

 

호반새

 

  6. 육추(育雛)

 

  벗들이랑 계곡에 물놀이를 하러 갔다. 배려하고 솔선수범하는 마음들 모여 유쾌한 수다를 떨었다. 수다의 연장으로 산책하는 길에 재밌는 장면을 보았다. 장정 허벅지보다도 크고 긴 렌즈가 달린 카메라들이 일제히 한 나무를 가리키고 있다. 그 모습이 위압적이면서도 호기심이 인다. 말로만 듣던 단체 출사(出寫) 현장이다. 한데 무엇을 찍는지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호기심 많은 한 벗의 권유로 기어이 현장 구경을 하기로 한다.

 

 

  호반새의 육추 장면을 찍는 중이란다. 육추란 말 그대로 ‘새끼를 기르는 것’이다. 조류의 경우 그것은 어버이새가 새끼새를 위해 먹이를 물어다 주는 것을 말한다. 호반새는 관심이 필요한 등급에 해당하는 귀한 새로, 그 화려한 자태 때문에 사진가들에게 인기가 많은 모양이다. 궁금해 하는 불청객을 위해 사진가들은 몇 시간을 기다려 찍은 호반새의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 단단하고 큰 부리부터 온통 주황빛인 호반새의 순간 포착 파노라마는 황홀경 그 자체였다.

 

 

  그들의 권유로 부모새가 둥지로 날아왔다 사라지는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순식간이라 눈으로는 그 움직임의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었다. 카메라에 찍힌 어미 호반새는 살찐 비단개구리를 입에 물고 있었다. 찰나의 손맛 그 짜릿함을 잊지 못해 사진가들은 조류 사진 찍기에 매료되나 보다. 새를 찍는 것은 돈이 생기는 것도,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날랜 새들을 순간 포착하는데서 작은 기쁨을 누릴 뿐이다. ‘새 관찰자’들은 그 단순한 자족을 위해 며칠씩 야영하는 수고를 감내한다. 그들에겐 그것이야말로 완전한 자유의 시간이다.

 

 

  아무리 짧은 순간이라도 자연은 거짓을 보여주지 않는다. 먹이를 물어오고 받아먹는 새들의 입은 정직하다. 새를 찍는 그들은 그 자연에서 온갖 우주의 법칙을 발견한다. 일견 무의미하게 보이는 기다림의 짜릿한 미학, 육추의 순간을 포착하고 난 뒤의 저릿한 마음, 이런 숭고한 향연은 잠시나마 인간의 못된 분별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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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08-08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스엔에스와 남성연대에 대한 글은 참 좋군요. 균형을 잃지 않은 글인 것 같아요.

다크아이즈 2013-08-09 06:08   좋아요 0 | URL
곰발님, 진짜 좋은 글 쓰는 사람들은 균형을 잃지요ㅠ
균형을 놓아버림으로써 그 균질한 통찰에 이르더군요.

곰발님 글을 마음으로 필사하는 일인~~
덜 보챌 때 빨리 전국구 언계를 접수하시길.
기왕이면 소설계와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순오기 2013-08-09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맏딸과 육추로 한편의 글이 멋진 완성이네요!
송해씨 유머에 백배공감,
요즘 혼자 사는 여자가 된 나를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며 이웃들이 부러워한답니다.ㅋㅋ

다크아이즈 2013-08-09 06:13   좋아요 0 | URL
하춘화 씨가 나와서 그 유머를 이야기하는데 저 입술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넘 웃어서.
송해 씨에 버금 가는 남편을 둔 순오기 언냐, 에헤라디여~~
저야말로 격주말 부부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부부다, 라고 외치는데
불경기라 그런지 출장도 없다는 ㅠ
전생에 좀 더 분발할 걸 ㅋ

단발머리 2013-08-10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중섭과 아내 이야기, 그림 너무 좋네요. 술술 풀어주시는 팜님 이야기도 좋구요.

"하지만 아내의 발을 아스파라거스라 애칭하며 그 발을 그렸다면 아무리 얕아 보여도 그 사랑은 깊다."

이 세상 사람 모두 깊은 사랑의 주인공이길 원하지만, 하트뿅뿅 그리는게 편하고 쉬우니까, 그냥 그렇게 사는것 같아요. 저두 그런 거 같구요.

이중섭 화가의 깊은 사랑에 느낀 점이 많아요.

다크아이즈 2013-08-12 01:32   좋아요 0 | URL
아스파라거스, 자신의 물건을 지그시 누르는 아내의 발...
이런 걸 표현하는 자야말로 예술가지요.
누구나 다 말하는 것, 누구나 다 그리는 것을 표현하는 건 ㅇㅖ술가가 아니라 생활인인 거지요.^^*

라로 2013-08-10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균형잡힌 멋진 글빨!!!!
최고에요~~~. 알라딘에 흥미를 잃을 때쯤 나타나셔서 저를 다시 알라딘에 묶어 놓으신 그 글빨~~~~. 언제나 고맙게 생각해요~~~. 모르셨죠!!!ㅎㅎㅎ

다크아이즈 2013-08-12 01:31   좋아요 0 | URL
균형 잡힌 글빨이라고 좋게 말해주시지만 저는 늘 모자람에 통탄할 지경이니 글이야말로 사랑을 얻는 것만큼 어렵다는 생각이 여전합니다.
알라딘이 좋은 점, 방치했다가도 찾아오면 그리운 이를 만날 수 있다는 것.
그래도 꾸중 듣지 않고 탓하는 이 없다는 점. ~~~
오늘 하루도 아롬님 잘 출발하시어요.^^*

세실 2013-08-12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맏딸들이 성토하는 바람에 당황하셨지요~~~~ ㅋㅋ
sns에 대한 님의 생각. 공감합니다^^ 좋은 면만 보여주려고 하니 가식일수도....ㅎ
제가 카스를 하는 이유는 특별한 날의 기록을 적어놓고 잊을만하면 보는거죠.
보림이 맹장수술은 언제 했더라? 내가 제주도에는 언제 다녀왔지? 하면서......그런 면에서 카스가 좋아요^^

다크아이즈 2013-08-13 11:26   좋아요 0 | URL
ㅋㅋㅋ 인생 공부 많이 했지요.
누구나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대상을 보는 경향이 있잖아요.
내 딸한테, 내 언니한테 나아가 이 세상 모든 맏언니들께 잘해야겠다는 반성문이 위의 글이라면 답이 될까요?
그나저나 너무 덥습니다. 오전부터 이래야 쓰겠습니까!!!
 

 

 

 

                                     

  

   짧은 만남 긴 우정

 

 

  흔히 상대와의 관계가 얼마나 돈독한가를 증명해보이고 싶을 때 사람들은 ‘우리가 만난 세월이 얼만데!’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오랜 기간 만나왔으니 그 우정의 깊이는 재보지 않아도 믿을만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꼭 시간과 우정이 비례하는 건 아니다. 학창 시절 친구가 아무리 좋다 해도 서로 도움 주는 이웃사촌만 못하고, 옆에 있는 직장 동료와 아무리 하루 종일 붙어 있다 해도 마음 먼저 주는 멀리 사는 친구만 못하다. 한마디로 때, 시간, 장소 등은 사람과의 관계를 규정짓는 절대적 매개물이 되지는 않는다. 오래 알아왔다고 우정이 깊은 것도 아니고, 자주 만나는 사이라고 다 친한 것은 아니다. 언제나 중요한 건 상대와의 공감지수이다. 다른 말로 하면 서로를 향하는 진심이 통할 때 우정은 지속된다.

 

 

  인터넷 서재인 알라딘에서 알게 된 친구들이 있다. 어느 날부터 자연스레 의기투합하여 비정기적으로 만남을 가졌다. 일부러 그렇게 모이기도 힘들 텐데 다섯 친구들은 운명처럼 전국에 골고루 흩어져 산다. (대전, 청주, 광주, 포항, 부산) 모두 책을 좋아하고 사람을 귀히 여기며 섬세한 감각을 지녔다. 좋은 날 불쑥 각자 기차를 타고 청주나 부산 또는 경주나 대전 어디쯤에 모여 점심을 먹으며 수다를 떤다. 읽은 책을 화제 삼고 가진 책을 나눴으며, 잘 쓴 작가를 부러워하며 읽고 싶은 책 목록을 공유하기도 했다. 물론 책 이야기만 한 건 아니었다. 자식 자랑도 하고 남편 흉도 보았으며, 지난 일을 후회하고 앞일을 가늠하기도 했다. 주어진 한나절의 시간이 짧다는 걸 알아서일까. 오래 만나온 사람들이 나누는 것 이상으로 인간사 희로애락을 그토록 짧은 시간에 술술 풀어내곤 했다.

 

 

  이 매혹적인 모임은 책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한 친구 덕에 가능했다. 열정과 선함이 몸에 밴 그 친구는 나머지 네 명을 적극적으로 아우르고 배려하고 챙겼다. 나머지 친구들은 그미를 신뢰했다. 그미가 마련한 멍석 마당에 자유롭게 모여 수다떨고 웃기만 하면 되었다. 그 어떤 방해꾼도 없는 온전한 한나절의 해방구가 마련되는 건 거의 그미 작품이었다.

 

 

  그렇게 우리를 이끌던 친구가 멀리 떠난다. 미국인 남편을 따라 LA로 가게 되었다. 환송회가 있던 날 키 크고 잘생긴데다 착하기까지 한 남편은 손수 그린 그림을 들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깜짝 쇼였다. 그림을 전공한 그녀의 남편이 아내와 그 친구들의 이별 선물로 각각 준비를 한 것이었다. 우리는 울고, 웃었다. 안타까움과 감동이 교차하는 시간이었다.

 

 

  이 년 뒤 LA에서 다시 만나기로 한 그녀에게서 '탑승 직전'이란 카톡이 왔다. 긴 비행 끝에 무사 안착하기를 바란다. 여기서 그랬듯 그곳에서도 그미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여러 사람에게 좋은 기를 나눠줄 것이 틀림없다. 짧은 만남, 긴 우정을 가르쳐준 그미를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이 년 뒤 그곳에서 만나자는 그녀의 진심어린 약속을 나머지 친구들과 꼭 지키고 싶다.

 

 

  *** 글 좀 올리려는데 출근(?) 시간이 되었다.                

        나머지는 갔다 와서 마저^^* 

        위의 책은 시아님께 받은 아주 인상적인 선물이라 잊을 수가 없다. 

        글 올리는 현재, 시아님은 미쿡에 안착했고, 여전히 잘 지내신다.

        닉네임을 아롬으로 바꾸기까지 하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  밑으로 새로운 단상을 쓸 작정이었는데

        시간이 넘 지나버렸다. 이 페이퍼는 단독으로 놔두는 게 맞을 것 같다.

        시아, 아니 아롬님 미쿡 생활 알라딘에서도 중계 많이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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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08-07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눈물이 핑 돌았어요^^ 이런 모임에 제가 함께한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기도 하고~~~~
우리의 아름다운 우정 변치않길 바랍니다.
시아님을 위해서도 우린 지속적으로 만나야해요.
그래야 2년후 미국 가징. 아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어라!!!!!!

팜므느와르 2013-08-08 08:5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앙, 로긴이 안 돼요. 지금 알라딘 접속하는 사람들 많아서 그런가요?

미소 담당 세실님 없으면 오공주 뭔 재민겨?^^
내년 봄엔 경주에 무조건 초대합니다.^^*
그 담 미쿡 접수 ㅋ

다락방 2013-08-07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 시간이 우정을 보증한다고는 저 역시 생각하지 않아요. 저 역시 오래된 친구보다 얼마 안되었지만 깊은 우정을 나누는 친구들이 있거든요. 마음을 주는 것도 시간과 비례하지 않죠. 어느틈에 누군가에게는 짧은 시간내에 큰 마음을 주게 되고 또 받게 되니까요.

저 역시 비슷한 걸 느끼고 있어 반가운 글이네요.
:)

팜므느와르 2013-08-08 08:5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글치요, 다락방님?!
우정과 시간은 꼭 비례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근데 다락방님은 성품 상 친구분이 많으실 듯~~

곰곰생각하는발 2013-08-07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벌써 떠났습니까 ? 우씨. 난 시아 님 한 겨울이나 떠나려나 했었는데... 흠흠...

팜므느와르 2013-08-08 09:0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네, 떠났어요.
전 후발 주자라 그래도 덤덤한 척 할 수 있었지만
눈물 많은 우리 프레님은 많이 울었을 거예요.

oren 2013-08-07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을 잘 하기로 유명한 키케로가 우정에 대해 말하기를 '인간에 관한 것 가운데 모든 사람이 한결같이 그 유용성을 인정하는 유일한 것'이라고 말하고, '우정이 없으면 인생도 없는 것'이라고도 말했다고 하죠.

키케로의 말을 무수히 인용했던 몽테뉴도 '우정은 전반적이고 보편적이며 그러면서도 절제있고 고른 열이며 거기 거칠고 찌르는 것이란 없이 아주 보드랍고 매끈한 심정이다.'라는 멋진 말을 남겨 놓았고요.

다소 멀리서(?) 그리고 다소 뒤늦게(?) 찾아온 아름다운 우정이 오래도록 한결같기를 바래요.

* * *

우정이라는 신성하고 존경할 만한 이름

젊은이들의 성급하고 맹목적이며 어리석은 친교(親交)는 통상 상격상의 사소한 유사성에 근거하고 있고, 품행과는 전혀 관계없이 서로 같은 학습, 같은 오락, 같은 취미, 또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특이한 원리나 관점에 대한 같은 의견에 근거하고 있다. 변덕이 죽 끓듯이 반복되는 이러한 친교들이 지속되는 동안에는 비록 그것들이 아무리 좋은 것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그것들은 결코 우정(友情: friendship)이라는 신성하고 존경할 만한 이름으로 불릴 가치가 없다.
- 애덤 스미스,『도덕감정론』 중에서

팜므느와르 2013-08-08 09:0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오렌님과 페크 언냐 덕에 도덕 감정론 사서 읽었는데 두고 두고 도움 되는 책이더군요. 여전히 고전 철학을 깊이 파시는 오렌님...
여행하고 책 읽고 언제 다 감당이 되시는지. 존경스러울 따름~~

테레사 2013-08-07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부럽습니다..저도 그런 모임에 합류하고 싶은 마음입니다마..

팜므느와르 2013-08-08 09:0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 테레사님 반갑습니다.
언제든지 환영인걸요.
저도 님 서재에 놀러 갈게요.^^*

순오기 2013-08-07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마음을 담은 글~ 감동이 출렁이네요.
시공간을 초월한 만남, 주욱 이어가는 우리에게 행복한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나고 쌓이고...

팜므느와르 2013-08-08 09:0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순오기 언냐가 썼으면 더 다정하고 절절했을 텐데.
어쨌든 시아님 덕에 이렇게 모일 수 있으니 얼마나 인덕이 많은지요.
무리하지 말고 일 하시어요.^^*

단발머리 2013-08-07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팜므느와르님, 오공주 모임 항상 부러워하는 알라디너예요.
사랑이 가득한 글, 잘 읽고 갑니다.
팜므느와르님이 애정해하시는 시아님이 아롬님이시고, 그 아롬님이 나비님이라는거 아는데 하루가 걸렸어요.^^
다섯분 아름다운 우정, 영원하시길~~~~

팜므느와르 2013-08-08 09:0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단발머리님 반갑습니다.
시아님 아니 아롬님이 원체 다정다감하고 에너제틱한 분이에요.
우리야 뭐 그냥 따라하기만 해도 좋은 일만 생긴다니까요.
단발머리님도 좋은 친구로 지내요.^^*

프레이야 2013-08-07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날 절대 눈물 흘리지 않을 거라 다짐했는데 결국 포옹하면서 대책없이 흐르더군요. 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뒤돌아 본 차창 밖 그녀의 모습이 또렷해요. 어디서든 행운 가득하길ᆢ 그리고 우리의 색채를 서로 사랑하길ᆢ 팜므언니 더운데 바쁘게 지내시죠. 화이팅 날립니다^^

팜므느와르 2013-08-08 09:1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마자마자, 우리 몰래 또 프레님은 얼마나 더 울었을지...
살뜰히 챙기는 두 분 보면서 눈물 안 나는 게 더 이상할 지경이었지요.
꼭 건강 챙기시어요. 프레님은 그게 우선^^*
바빠도 견딜 만해요. 프레님도 무더위에 녹음하시려면 힘드시지 않을까.
불어 공부가 그나마 위안이 될 터이니 아자아자^^*
 
소설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난생 처음 신간 평가단이란 걸 신청했다.

  벗들이 한다기에 따라나서 봤다.

  여전히 어리바리하기만 하다.

  이 페이퍼를 제대로 먼댓글에 연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시작도 소박하게 끝도 그렇게 무탈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1. 실내인간

 

   써야만 하는 사람은 끝내 쓰고야 마는가 보다.

   감각적인 에세이스트로 이석원을 먼저 만났었다.

   노란 표지가 인상적이었던 <보통의 존재>를 손에 넣은지 몇 년이 흘렀다. 섬세하고 감각적인 그의 글들이 소설에 와서 어떻게 변주되고 확장되는지 궁금하다. 첫 장편에 도전했다니 보통의 존재로서 응원 겸 부러워해볼 작정이다.

 

 

 

 

 

 

 

 


  2.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오로지 문장으로서 조해진 작가의 소설을 읽어 보고 싶다.

  스토리텔링이나 속도감 등 소설의 대중적  속성을 떠나  조해진 작가만이 하고 싶었던 얘기가 무엇인가를 찬찬히 음미하고 싶다. 지치고 상처 입은 현대인들이 보고 싶어하는 숲은 과연 무엇일지.

 

 

 

 

 

 

 

 

 

  3. 슐링크 작품은 무겁다. 소설 제대로 읽었다는 느낌을 여름 휴가가 아니면 언제 맛볼 것인가. 깊은 통찰, 서늘한 내면, 원초적 감각 등을 일상성이란 그릇에다 잘 버무려 놓는 그의 제대로 된 거짓말에 이 여름 초대받고 싶다. 내 잠복된 욕망을 작가의 섬세한 글터치를 통해 점검 받고 싶은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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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08-06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내인간 표지색이 참 예뻐요~~~
팜므님 우리 열심히 해요^^
한달에 두권의 책선물이라니....흐뭇^^

다크아이즈 2013-08-06 22:44   좋아요 0 | URL
세실님 전 따라가기도 벅찰 드슈
일단 시작했으니 끝은 봐야겠지요.
경험 많은 세실님만 믿고 따라가볼게요.^^*

프레이야 2013-08-06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역시 옹골찬 선택!
표지들이 하나같이 다 멋지고 마음에 드네요. 내용은 언니가 찜한 거라 무조건 땡기구요.
담아갑니다^^ 전 이번에 날짜도 놓치고 바보탱이 ㅎㅎ

다크아이즈 2013-08-06 22:46   좋아요 0 | URL
프레님이 신청 놓쳤다는 소식에 제가 다 실망했지 뭐에요.
님만 동참했으면 완벽한 오공주 신간 평가단이 되었을 텐데ㅠ
(시아님은 어쩔 수 없었고...)
다음 기회엔 바빠도 꼭. 흐흐~~

다락방 2013-08-07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팜므님의 소설 리뷰 제가 잔뜩 기다리고 있습니다. 후훗

팜므느와르 2013-08-08 09:1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다락방님 헉헉대지 않고 남들 반만 따라가자, 하는 심정으로 동참합니다.
뭐가 뭔지 당췌 ㅠㅠ 적응기간이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