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너리 오코너를 언급한 문학 관련인들이 많았다. 최고의 전미도서상 영예를 차지한 책 중의 한 권. 작가와 동명인 제목의 31편의 단편을 연대순으로 묶었다. 김영하, 이동진 등등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에서 이 작품을 언급하기에, 극복해야할 작품일 것 같아 망설임 없이 사서 읽었다. 꼬박 3주가 걸렸다. 절반의 성공 정도, 라고 말하고 싶은 건 내용 자체 때문이 아니라 중복되는 부분 때문이었다. 선별해서 반으로 줄여 출간했더라면 두께도 줄고, 더 강렬했을 것 같다. 결론은 선택하고 읽은 걸 후회하지 않는다.
작품은 시종 야멸차고 냉소적인 통찰로 허위에 쩐 당대의 인간 군상을 고발한다. 노예제가 폐지된 지 한참이나 지났지만 작품 속 배경의 미 남부 기성인들은 옛 향수에 젖어 있고, 그와 반대로 젊은 세대는 그들과 완전히 다른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 31편의 단편 중 종교적 가치관, 인종 문제 등이 나오지 않는 장면은 하나도 없다.
우리식 단편 정서와 달리 단편에 너무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와(그들 각자에게 이름이 다 부여되기 때문에 눈에 착 달라붙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림) 혼란이 야기되나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재미와 서늘함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때에 따라 잘 이해되지 않는 작품도 있는데, 그런 작품은 번역자도 곤욕스러웠을까. 매끄럽게 접수가 되지 않는 부분은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인종 차별, 기성 세대의 고루함, 시혜적 위치의 위선과 거짓 연민, 맹신적 종교관에 대한 고발 등등의 주제가 일관되는데 제법 재미있고 매우 묵직하다. 주제의 도돌이표라는 면에서 동어반복에 지겨운 면도 없지 않다. 대체적으로 서늘한, 그렇지만 예견되는 반전은 불편하다 못해 이 작가 뭐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피폐해지는 감정선을 곁에 두고 싶지 않은 독자는 건너뛰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내면 깊숙한 곳을 휘돌고 있는 인간의 어두운 면을 포착해 감정을 장전하고 단번에 폭파시켜버리는 힘. 우월한 지위가 지닌 허울 좋은 연민의 가면을 벗기는 데 탁월한 작가고나. 때론 모른 척 해야 할 순간들도 필요할 터인데, 그런 것을 지켜주지 못해도 되는가 하는 의구심과 불편함을 맛보게 하는 작가. 불편한 진실 마주하기가 고약한 통찰을 지닌 작가들이 원하는 것이니 기꺼이 작가에게 당해주는 당위도 나쁘지 않다. 위선이 까발려지는 순간의 씁쓸한 통쾌함과 서늘한 두려움만이 독자의 몫이로고나.
권선징악이니 구원이니 사랑의 순정성이니 등등을 조소하는 작가적 태도를 작가정신으로 봐도 좋을까 하는 질문이 자꾸 돋았다. 정의나 선함 구원 등은 없다고 허를 찌르듯 다부지게 보여주는 작가에게 피로감을 느낄 만큼 끝까지 읽어 나갔다. 다행하게도 폐기 불능의 그 피로감은 두꺼운 소설을 읽어냈다는 안도의 나른함에서 멈췄다.
참고로 잘 모르는 독자를 위한 작가 소개. 대다수가 열렬한 신교도인 곳에서 드물게 아일랜드계 가톨릭교도였으며, 촉망받는 작가의 길로 접어든지 얼마 안 되어 불치병에 걸려 서른아홉에 생을 마감한 작가. 단 두 편의 장편과 서른 한편의 단편으로 사후 자신의 이름을 딴 문학상을 남긴 작가. 20세기 미국 소설의 가장 독창적이고 도발적이며 강력한 목소리 가운데 하나.
<스포일러성 간단 내용>
1. 제라늄 - 남부가 고향인 더들리 영감은 딸 성화에 못 이겨 뉴욕살이를 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맞은편집은 제라늄 키우는데 성의가 없다. 고향의 제라늄은 여기와 비할 바 아니고 루티샤라면 잘 키우기도 할 것이다. 이웃 레이비와도 잘 지냈다. (검둥이 루티샤와 레이비는 더들리를 도와주는 듯) 뉴욕살이는 딸사위아들 다 눈치가 보인다. 집이 아니라 건물인 아파트는 좁아터져 목구멍 같다. 옆집에 잘 차려 입은 검둥이가 들어온 걸로 보아 그는 하인일 것이다. 그와 낚시의 즐거움이라도 나누고 싶다. 딸은 그가 아파트에 살려고 온 사람이지 하인이 아니니 괜한 짓을 하지 말라고 단단히 일러준다. 검둥이와 친하게 지낼 만큼 분별없는 아비가 아니라고 더들리는 대꾸한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창에 나오는 제라늄이 소식이 없다. 제라늄은 단순한 꽃이 아니라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그 무엇이다. 옷본을 빌리러 갔다가 옆집 검둥이를 만나 다정한 부축을 받는다. 자신의 등을 두드리고 어르신이라고 격의 없이 대하는 게 고향에서는 있을 수 없다. 불쾌하다. 제라늄 자리에 남자가 앉아서 우는 게 보인다. 제라늄이 어디 있느냐고 물으니 아래로 떨어졌단다. 6층 아래를 보니 제랴늄 화분이 깨져있다. 목구멍이 터질 것 같다.
제라늄을 주우러 가고 싶은데 힘에 부쳐 포기한다. 남자가 자기 집안을 더 이상 들여다 보지 말라고 더들리에게 말한다. 꽃은 골목길에 뿌리를 하늘로 쳐들고 쓰러져 있다. - 단편의 성격에 맞게 가장 잘 직조된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데뷔작만한 작품이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을 정도로 개인적으로 맘에 쏙 든 작품.
2. 이발사 - 이발소에 들른 자유주의자 선생 레이버는 이발사에게서 검둥이에 대한 편견 섞인 말을 듣는다. 이발사는 철저한 백인우월주의자다. 레이버는 자신의 상식에서 그를 커버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동료 제이콥스라면 이때 잘 응대할 텐데. 정치적 성향이 다른 레이버가 씁쓸하게 당하는 이야기.
의문)다먼 / 보이 블루는 다른 사람?
3. 살쾡이 - 냄새로 살쾡이를 잡는 데 일조하고 싶어 하는, 앞을 잘 볼 수 없는 늙은 흑인 게이브리얼의 이야기. 두려움과 공포
4. 작물 - 소설 쓰는 윌러턴 양 이야기. 소설 쓰는 작업을 수확량에 비유했나?
5. 칠면조 - (이해가 ㅠ) 총 맞은 야생 칠면조 잡기에 성공한 룰러. 하느님께 감사하고 적선도 베풀 수 있을 정도로 들떠 있지만, 돌아오는 길에 다른 아이들 무리에게 빼앗기고 만다.
6*. 기차 – (현명한 피 일부분) 기차 안에서 검둥이 짐꾼을 만난 헤이즈 이야기. 그 짐꾼이 캐시 영감의 가출한 아들 같아서 알은 체를 하고 싶은데 아니란다. 그들의 고향 아스트로드 출신이 아니라 시카고 출신이란다. (하, 한번 읽어서는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흑인들의 회한, 가족에 대한 아련한 추억?)
7*. 감자 깎는 칼 - (현명한 피 일부분) 감자 깎는 칼을 파는 남자에게서 헤이즈 모츠는 (선심으로) 칼을 하나 산다. 그것을 보고 부자인 줄 알고 18세인 이녹이 따라온다. 칼 파는 곳에서 본 맹인과 소녀를 뒤쫓는다. 헤이즈는 칼을 소녀에게 주지만 달가워하지 않고 대신 맹인이 받는다. 헤이즈가 그들을 따라 온 것은 소녀가 전교 전단지를 찢는 자신을 사납게 쳐다봤기 때문. 맹인과 소녀는 열혈 신자이다. 헤이즈에게 예수님이 들어 있다는 맹인의 말에 이녹은 예수님 따윈 없다고 말한다. 이녹은 이웃 열혈 신도 아줌마에게 입양되어 예수님을 잘 안다. 맹인은 헤이즈에게 안수를 하며 예수님 표시가 되었다고 말하지만 헤이즈는 부정한다.
맹인과 헤어진 뒤에도 이녹은 헤이즐 계속 따라 온다. 헤이즈가 집안에 들어서자 소녀가 감자칼을 자기에게 줬다며 이녹이 그것을 보여준다. 쫓기다시피 이녹은 돌아가고 헤이즈는 여자가 있는 집으로 들어간다.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갔다 천막안의 여자를 훔쳐 본 죄가 떠오른다. 그것을 씻기 위해 자갈 넣은 신발을 신고 숲길을 걸었던 생각을 떠올린다. - 왜곡된 종교관에 대한 비판?
8*. 공원의 중심 -(현명한 피 일부분?) 이녹은 동물원 경비원이고 마치면 연결된(?) 산림원 수영장에서 모녀를 훔쳐본다. 그 사실을 아는 헤이즐 위버가 감자칼을 준 맹인 부녀집을 아느냐고 묻는다. 이녹은 그것을(?) 봐야지만 그들의 주소를 알려줄 수 있다고 말한다. 헤이즐을 동물원으로 데려가야 하고(?) 동물을 보여주고 박물관으로 이동한다. 박물관에서 쪼그라든 남자를 보고, 수영장에서 만난 두 아이를 데리고 온 여자를 만난다. 여자는 헤이즈를 보고 웃는다. 이녹은 헤이즐을 따라가다 쓰러진다. 돌멩이가 날아와 이녹을 피로 물들인다. 비밀의 피가 도시 중심부에서 고동치는 소리가 들린다. (무엇을 얘기하고 있는가?)
10*. 이녹과 고릴라 - (현명한 피 일부분) 이녹은 스타 고릴라처럼 유명해지고 싶었다. 자신과 악수하는 사람들이라니. 우연한 행운으로 고릴라의 탈을 쓰고 사람들을 만났지만 그는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에 지나지 않았다.
*극단적 편집광이자 부적응자 이녹 에머리, 맹인 행세로 돈 버는 아사 호크스, 음탕한 소녀 사바스 호크스, 섹스로 유혹하는 와츠 부인, 호객하는 가짜 목사, - 구원과 죄악의 문제
(현명한 피, 장편 6, 7, 8, 10모아서 장편, 영화 와이즈 블러드) 22세, (단편에서는 18세) 극히 보수적인 집안서 자란 헤이즐 모츠는 전쟁을 경험하면서 종교적 믿음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상실감과 타협하기 위해 헤이즐은 자기만의 교회, 즉 그리스도가 없는 교회를 세운다. 이 교회는 죽은 자가 부활하지 않는 교회이다.
헤이즐은 배교한 거리의 목사로서 주변을 구원하려하지만 더욱 세상과 믿음에서 멀어져간다. 천주교 신자 입장인 작가가 개신교를 본 시각(비판적). 낙오자, 도둑, 사기꾼, 인간쓰레기, 거짓예언자 등의 괴상한 인간 무리가 등장한다. 이 소설은 신학적 우의이다. 그로테스크하고 말도 안 되는 코미디이다. 오코너는 그녀가 자란 남부 시골의 복잡한 시각을 보여준다.
남부의 수많은 신화와 편견을 풀어내는 동시에 그 전통과 유산, 저항 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단순하고 간결한 문장은 가장 미세한 디테일에서조차 통찰과 경이를 보여주며, 믿음과 의심의 변화를 예리하리만치 민감하게 묘사한다. 거칠고, 녹슬고, 본능적이지만, 그 안에서 은총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 “예수가 거짓말쟁이라는 사실 외에는 아무래도 좋다.”
9. 행운 - 남동생을 낳다가 서른 넷에 죽은 엄마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루비는 임신에 대한 공포가 있다. 주변에서 임신이라고 말하지만 극구 부인한다. 하지만 아기의 탄생은 삶의 행운이 아니던가. 행운, 아기라는 말을 되뇌어본다.
11.좋은 사람은 드물다 - 할머니는 플로리다에 가고 싶지 않다. 부랑자들이 교도소를 탈출해 그쪽으로 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날 가장 먼저 차에 올랐다. 아들 베일리네 부부, 손자 들과 함께 떠나는 휴가. 타워(휴게소)에서 쉬는 동안 주인 레드 새미는 이 험악한 세상, 좋은 사람은 드물다고 말하며 할머니와 옛시절 이야기를 한다.
중간에 할머니가 젊은날 가본 적 있는 대농장에 들르려다 교통사고가 난다. 대농장도 실은 딴곳에 있었다. 마침 부랑자 세 사람이 지나다 이 광경 속으로 뛰어든다. 총을 들고 불안감을 조성하는 그들에게 할머니는 좋은 사람들이라고 비위를 맞추지만 그들은 자신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베일리와 큰아들이 둘에게 숲속으로 끌려가고 할머니는 부랑자 대장에게 힘든 상황에서 기도를 했어야 했다고 말한다. 숲에서 나온 둘이 티셔츠를 가져와 대장에게 준다. 대장은 스스로에게 ‘부적응자’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말한다. “내가 저지른 잘못하고 내가 받은 벌하고 계산을 맞출 수가 없거든요.”라고 말하면서. 숲에서 세 발의 총성이 울린다. 부적응자는 할머니에게도 세 방의 총을 쏜다. 말 많은 여자라고 하면서 누가 일분에 한 번씩 총을 쐈더라면 좋은 여자가 되었을 거라고 말한다. 부적응자는 인생에 진짜 즐거움은 없다고 말한다.
12. 황혼의 대적 - 여전히 무대의 주인공이 되기를 소망하는 104세 장군, 손녀딸은 할아버지를 졸업식 무대에 세우고 싶어 한다. 졸업식이 끝나고 강당 밖으로 나와 보니, 휠체어에 실린 장군은 시체가 되어 있다.
13. 당신이 지키는 것은 어쩌면 당신의 생명 - 노파는 조금 모자라는 15살 딸과 산다. 시프틀릿이 관심을 보이자 딸을 결혼시키고 그를 따라 차에 실어 보낸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잠든 노파의 딸을 히치하이커라고 말하고 다른 사람에게 깨워달라고 말하고 차를 타고 가버린다. 심심해진 그는 다른 청년 히치하이커를 태운다. 천사 같았다는 엄마에 대한 회한에 젖자 청년은 화를 내며 차에서 뛰어내린다. 시프틀릿은 폭우를 내려서라도 모든 더러움을 씻어주기를 바란다.
14. 강 - 종교의 복잡한 속성을 안타깝고 비극적으로 그림. 어린 아이(5세?)가 술병난 엄마를 위해 (자신은 배고픈 병이 있으면서) 강물 속에서 설교하고 치유하는 목사를 만나러 이웃을 따라 간 이야기. 목사에게 세례를 받고 명단에 들었다는 소리를 듣는다. 아이는 집을 떠나 숲의 강에 가서 천국을 찾으려 한다. 강물 속에서 몸이 빠르게 움직이고 어딘가로 흘러간다. 아이를 보고 뒤따라온 패러다이스 씨는 물 속에서 빈손이었고 강물이 흘러가는 쪽만 까마득히 바라본다.
15. 불 속의 원 - 코프 부인네 집에 한 때 기숙한 적 있는 사내의 아들 무리가 찾아와 머문다. 부인은 하느님께 감사하라고 말하자 소년들은 싸해진다. 집안의 집기들을 맘대로 쓰고 분위기는 뭔가 불안하다. 이 모든 과정은 프리처드 딸아이가 보고 있다. 아이는 이 무리들을 혼내주고 싶어한다. 함부로 굴지 말라고 주위에서 말하면 이 숲과 사모님 다 하느님 것이라고 맞받아친다. 불안감을 조성하던 아이들이 사라지자 코프 부인은 감가할 게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때도 아이는 어둠 속의 비명소리를 듣느라 엄마의 기도 소리는 듣지 못했다. 아이는 소년들을 혼내주기 위해 권총을 들고 숲으로 간다. 그 무리들은 이 땅이 자기들 것이라며 주차장을 만들 거라며 불을 지른다. 맹렬히 숲이 타오른다. 엄마는 깜둥이나 유럽 사람이나 못된 놈 파월이 아닌 것에 항상 감사하라고 했는데, 지금 엄마 얼굴을 보니 그 사람들 표정과 같다. 숲에서 기쁨의 함성이 울리는데 그 소리는 예언자들이 용광로 속, 천사들이 비워 준 동그란 원 안에서 춤을 추는 것과 같다. - 구원은 있는가, 의 문제 같음.
16. 추방자 – 잘못 자리 잡은 사람들, 폴란드에서 고초 받던(아마 홀로코스트로 추정) 추방자 귀작 씨네 가족 네 명이 매킨타이어 부인 농장에 들어온다. 매킨타이어 부인은 늙은 판사를 좋아해 결혼했고 재산이 많은 줄 알았지만 현금은 없고 농장 6만평밖에 없다. 두 번 더 결혼했지만 다 실패로 돌아간다. 남편 둘은 어딘가에 살아있지만 사랑한 사람은 죽은 첫 남편인 판사밖에 없다.
농장 관리일을 보는 쇼틀리 부인은 의구심 가득한 눈으로 그들을 대한다. 쇼틀리 부인은 전통적인 남부적 세계관(흑인에 대한 편견, 구교에 대한 몰이해 등)에 머물러 있다. 석 주만에 귀작 씨는 농장의 모든 일을 꿰찼다. 쇼틀리 씨를 훨씬 능가한다. 농장여주인은 그간 백인 쓰레기와 깜둥이들이 자기 피를 말렸는데 이제 쓸 만한 사람이 들어왔다고 좋아한다. 쇼틀리 부인은 위기감과 배신감을 느낀다. 쇼틀리 부인에게 각인된 유럽은 악마의 실험장 같다. 쇼틀리 씨가 양조장을 몰래 운영하는데 그것을 귀작 씨가 고자질할까봐 노심초사한다. 쇼틀리 부인은 귀작 씨를 농장에 소개시켜준 신부가 그들을 조종한다고 생각한다. 추방자의 일솜씨 때문에 해고당할 위기에 처하자 쇼틀리네는 야반도주한다.
쇼틀리네가 그다지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해고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여주인은 안도한다. 귀작 씨가 건넨 사촌 여동생 사진을 보고 깜둥이는 결혼할 여자라고 좋아한다. 여자가 이곳으로 오는 비용의 반을 대고 있다고 말한다. 깜둥이를 자극하는 일을 바라지 않았으므로 여주인은 귀작 씨에게 당장 그 계획을 취소하라고 말한다. 귀작네도 다른 일꾼들과 다르지 않다고 부인은 생각한다. 귀작 네를 내보낼 거라고 말하자 신부는 당황한다.
몇 주 뒤 쇼틀리 씨가 돌아와 여간 기쁘지 않지만 쇼틀리 부인은 뇌졸중으로 죽었단다. 귀작 씨를 해고해야 하는데 차일피일 미뤄진다. 추방자가 해고되지 않자 신부는 기회를 엿보아 부인을 개종시키는데 열을 올린다. 부인은 귀작 씨를 내보낸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실천이 쉽지는 않다. 쇼틀리 씨는 자신은 유럽을 위해 전쟁에 나가 싸웠는데, 이제 이방인들(폴란드인 심지어 아프리카 흑인들까지)이 이곳을 차지하고 있으니 울분이 쌓인다. 쇼틀리 씨는 트렉터로 (고의로) 추방자를 치고 농장을 떠난다. 깜둥이도 더 넓은 세상으로 떠났다. 일손이 사라진 상황이라 부인은 일에서 온을 떼고 남은 재산으로 살아간다. 흑인 여자의 간호를 받으며 말년을 보내는 그녀 곁에 노신부가 있을 뿐. 노신부는 부인의 공작을 거둬 먹이고 부인의 침대를 지키며 교회의 가르침을 설명한다.
17. 성령의 성전 - 집에 온 두 소녀를 관찰하는 아이의 시선. 성전에 대한 여러 은유와 시각?
18. 인조 검둥이 - 헤드 씨는 넬슨의 할아버지. 가출한 딸이 넬슨을 놓고 죽었다. 넬슨이 태어난 애틀랜타는 검둥이 천지. 그곳에 가기 위해 새벽기차 여행을 한다. 헤드 씨는 검둥이를 처음 보는 넬슨에게 검둥이를 인지시키려한다. 검둥이 앞에서 우월감을 느끼는 헤드 씨지만 넬슨의 유일한 의지처이기도 하다. 넬슨은 지나는 곳마다 여기가 내 고향이라며 소리치는 바람에 할아버지는 당황한다. 도시락도 잃고 길도 잃는다. 할아버지는 이 검둥이 천국을 고향이라 부르고 싶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하라고 호통친다. 길에서 잠든 넬슨이 깨어 뛰어가다가 노부인 발목을 부러뜨린다. 헤드 씨는 치료비를 물러내라는 성화에 넬슨이 자기 아들이 아니라며 자리를 뜬다. 이내 자책감에 휩싸이는 헤드 씨. 길을 잃고 헤매다가 검둥이 동상을 보게 된다. 어떤 자비 행위처럼 그것은 두 사람의 차이를 녹아내리게 한다. 겨우 기차를 탔고 헤드 씨는 끔찍한 죄를 짓지 않았으므로 낙원에 들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넬슨은 피로와 의심의 얼굴로 다시는 애틀란타에 안 갈 거라고 중얼거린다.
19.좋은 시골 사람들 - 완벽한 것은 없다는, 는 말을 좋아하는 호프웰 부인은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있으며, 여러 사람들이 각기 다양한 방법으로 밥벌이를 하며 살고 있다고 여긴다. 또한 그녀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된다, 라고 믿는 낙관적인 사람이다. 그녀는 오래전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농장을 경영하며, 열 살에 총기 사고로 한 쪽 다리를 잃은 서른 살의 고학력 딸과 함께 살고 있다.
철학 박사를 비롯한 기타의 여러 학위를 가진 딸은 시골 농장의 어머니나 주변 인물들의 안일한 모습을 보며 삶은 기본적으로 허무하고 무의미하지만, 고등교육을 받은 자신만큼은 무의미한 일상이나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현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호프웰 부인이 한쪽 다리를 잃은 자신을 언제까지나 어린아이로 대하며 보호하려는 것에 불만을 품는다. 그녀는 부모가 지어준 이름인 조이를 버리고, 헐가라는 흉칙한 이름으로 개명하는 등의 소극적인 반항을 한다.
조이는 많이 배웠지만 거친 세상을 경험하지 못했고, 어머니를 떠나 자신만의 삶을 살 용기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과 여타의 사람들을 대하는 어머니의 감상적인 태도가 못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와 같이 지낼 수밖에 없다.
어느 날 농장에 성경을 팔겠다는 열아홉 살 청년이 찾아오고, 타인에 대한 친절을 미덕으로 삼는 호프웰 부인은 청년을 거절하지 못하고 식사를 대접한다. 호프웰 부인은 그 청년을 진실하고 좋은 시골 사람으로 여겼다. 타인에 대해 그런 식의 감상적인 태도를 보이는 어머니를 경멸하는 조이는, 능청맞게 식사를 하고 앉은 청년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지만, 바로 그날 어머니 몰래 청년과 만날 약속을 한다.
다음날 청년을 다시 만난 조이는 투정하듯 아무런 조건 없는 사랑을 말하는 청년에게서 진정한 순수함을 본다. 그녀는 세상과 사람들에 대해 닫았던 마음을 열고, 비틀어진 내면의 근원인 의족을 내보인다. 바로 그 다음 순간, 순수함의 탈을 벗어던진 청년은 조이를 모욕하며 의족을 들고 달아난다. 황급히 달아나는 청년을 멀리서 바라 본 호프웰 부인은 청년이 성경을 팔러 다른 마을로 가고 있다, 라고 여기며 이렇게 말한다. ‘저쪽에 사는 깜둥이들한테 성경을 팔러 갔던 모양이야. 순진하기도 하지. 그래도 우리 모두가 저렇게 순진하다면 세상이 훨씬 좋아질 거야.’
20. 죽은 사람보다 불쌍한 사람은 없다 - 할아버지가 죽은 뒤 타워터는 농장을 관리한다. 교사 삼촌이 그 권리를 뺏지 않기를 바라면서. 교사 삼촌은 할아버지를 잠시 모실 때 글을 쓸 목적으로 그를 관찰해서 교사 잡지에 실은 적이 있다. 사이가 틀어진 할아버지는 타워터를 빼내 숲으로 이사를 갔고, 아이를 기독교인으로 키우고 싶어했다. 할아버지는 관도 직접 짜두었다. 타워터의 삼촌이 자신의 죽음을 처리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세상은 죽은 자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할아버지는 생각한다. 자신이 죽으면 타워터가 삼촌에게 가지 않기를 바란다. 타워터는 죽은 자만큼 불쌍한 사람도 없다고 생각한다.
할아버지는 유산이 조카를 거치지 않고 곧장 타워터에게 가기를 바라지만 아버지가 미리 유언한 게 있어서 맘대로 되지 않는다.
무덤을 파다가 만난 대화 속의 낯선이(악마의 영혼, 또다른 자아)는 일흔 먹은 노친네가 아기를 숲으로 데려와 키운 건 미친 짓이라고 말한다. 자신을 묻어줄 아이가 필요했을 뿐이라고. 노인이 너에게 원하는 원칙은 때가 오면 노인을 묻고 무덤에 십자가를 세워주는 것이라고. 할아버지야말로 대문 앞의 돌인데 하느님이 그것을 치워줬다고 말한다. 무덤을 파던 마당에서 뒤쪽 모퉁이로 가 불을 놓는 타워터. 자정이 되어 간선도로로 나와 차를 얻어탄다. 영업사원에게서 사업수완이 좋으려면 사람을 사랑해야한다는 것을 배운다. 가령 아무개 부인 암, 이라고 적었다가 죽으면 사망, 이라고 그 이름에 줄을 긋는 식. 사람이 죽으면 기억할 게 하나 줄어드니 고마운 거라고 말한다.
타워터는 불타는 도시를 보고 자신이 불 지른 곳으로 돌아가는 줄 알고 흥분한다. 잠깐 졸았다고 말하는 타워터에게 영업사원은 소중한 조언을 많이 해주었는데 못 들었겠구나, 라고 말한다.
21. 그린리프 – 메이 부인은 그린리프 씨를 고용하고 있는데 썩 맘에 들지는 않지만 별 다른 수가 없다. 두 아들은 농장일에는 관심이 없다. 큰아들 스코필드는 검둥이를 상대로 보험을 한다. 그린리프 부인처럼 뚱뚱한 시골여자랑 결혼할 거라고 부인 속을 뒤집는다. 그린리프는 기도 치유에 빠져 있는 지저분하고 게으른 여자이다. 둘째 아들은 매사에 시큰둥한 시간 강사인데, 시골을 싫어하면서도 떠날 생각은 못하는 자이다. 그린리프 씨네의 두 아들은 2차대전에 참가해 프랑스여자와 결혼했다. 둘 다 부상당하는데 성공해서 연금도 받는다. 정부 지원으로 대학도 다니고 땅도 샀다. 15년 뒤에 상류 계급으로 올라갈 것을 생각하면 부인은 침울해진다. 그린리프 부부는 책임감도 없었기에 늙지도 않는다. 자신이 죽으면 그린리프 부부가 두 아들을 빨아먹을 것 같다. 차라리 그린리프의 두 아들과 며느리가 자신의 식구였으면.
그린리프네 소가 메이 부인 농장에 들어와 방해하기에 찾아가기를 바라지만 그들은 별다른 반응이 없고, 메이 부인은 은근히 무시를 당한다. 두 아들마저 엄마 편이 아니다. 자신이 여자라서 고용인에게도 무시를 당한다고 말한다. 소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부인은 그린리프에게 총을 가지와 소를 쏘아죽이라고 말한다. 목초지에서 지루하게 시간을 끄는 동안 숲에서 황소가 나와 메이부인에게 달려든다. 그린리프는 황소의 눈을 네 차례 쏜다. 고꾸라진 부인의 모습은 자신의 마지막을 황소의 귀에 속삭이는 듯하다.
22. 숲의 전망 – 포천 노인은 딸과 사위 피츠는 못 믿지만 손녀 메리 포천은 신뢰가 간다. 비밀리에 메리 포천에게 유산을 남기는 유서도 작성해 놨다. 노인에게 상식은 땅을 팔아 미래를 확보하는 것이지만, 손녀인 메리에게 상식은 땅을 팔지 않고 숲의 전망을 보거나 잔디밭에 송아지들이 풀을 뜯어 먹게 하는 것. 피츠와 사이가 좋지 않아 메리가 자신에게 기울어졌으면 좋겠는데 쉽지 않다. 피츠는 땅을 팔아치우는 노인에 대한 원망으로 메리를 자주 때린다.
틸먼과 땅 매매 계약을 하는데 메리 포천이 병을 던져 방해한다. 피츠가 그랬던 것처럼 매를 들어 훈육하려 한다. 하지만 메리 포천이 도리어 할아버지를 구타한다. 포천이 아니라 순수한 피츠라고 확인시켜주면서. 노인은 아이의 목을 조르고 돌덩이에 머리를 몇 번 찧는다. 피츠는 1도 없다고 말한다. 노인은 호수 주변엔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걸 느낀다.
23. 깊은 오한 - 똑똑하고 예술가 기질인 에스버리는 건강을 잃고 뉴욕에서 어머니에게로 돌아온다. 에스버리는 깜둥이에 대한 희곡도 쓰는데 부인으로서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 아픈 지금은 자신을 가만 내버려두라고 말한다. 누나 메리는 시골 초등 교장인데 에스버리는 매력이 없어서 거기에 머물고 있는 거라고 폄하하고, 누나는 에스버리가 능력이 없어서 책을 출간하지 못하는 거라고 빈정댄다.
에스버리는 어머니에게 부치지 않은 긴 편지를 갖고 있다. 엄마에게 길들여진 새 같은 신세 한탄성 편지. 열망만 있고 재능이 없는 게 엄마 탓이라는. 이 편지를 읽고 엄마가 자신의 참모습을 보고 당신의 역할을 감지하기를. 그의 맘도 모르고 엄마는 의사를 불러 진료를 한다. 엄마와 에스버리는 생각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검둥이를 대하는 방식부터. 엄마는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부류이다.
꼭 누구를 만나야 한다면 블록 의사가 아니라 대화가 통할 신부님을 만나고 싶다. 메리는 그가 글을 못 써서 병에 걸린거라고 말한다. 예술가 대신 환자가 되기로 한 거라고. 막상 핀 신부를 만나지만 종교적인 대화만 늘어놓는 신부와 통할 리 없다. 검둥이들도 불러달라고 해서 곧 죽을 거라며 그들에게 이야기한다. 죽기 전 엄마에게 편지를 넣은 서랍 열쇠를 주는 것만 남았다. 그 이야기를 하지만 엄마는 못 알아 듣는 것 같다. 엄마는 아들의 병이 파상열이라고 말한다. 그는 오한을 느낀다. 그는 남은 평생 질긴 몸믕로 깨끗해지는 공포와 마주하고 살 것임을 안다. 성령은 불 대신 얼음을 입고 잔혹하게 내려오고 또 내려 올 것이다.
*선을 베풀었다가 당하는 이야기 - 선은 선 그 자체로 행해지고 받아들여져야 하지, 다른 어떤 감정이나 이데올로기가 개입되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새로운 가치관을 지닌 젊은 주인공은 대체로 글을 쓰고 싶어 다.
24. 가정의 안락 - 토머스의 어머니는 미덕을 남용하는 무모한 자선가 스타일. 부정수표 건으로 가석방 된 스타(세라 햄)를 좋은 아이라고 믿고 선을 베푼다. 세라 햄은 막무가내에 불성실하고 자살까지 시도한다. 토머스의 방에 들어와 권총까지 훔쳐간다. 살아계신 아버지라면 이 꼴을 안 보고 현명하게 대처하셨을 것이다. (아버지는 그리 착한 캐릭터는 아닌 듯)토머스가 보기엔 그 여자 앞에서 엄마가 바보짓하는 거다. 꿈결에 나타난 아버지는 보안관을 찾으라고 말한다. 총이 다시 자신의 책상 위에 있는 것을 보고 아버지(혼령)는 도로 그 여자에게 가져다 놓으라고 말한다. 총을 가방에 넣는 장면을 세라가 보고 어머니에게 이른다. 총에 대해 옥신각신하다 총을 쏘라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토머스는 쏜다. 보안관이 들어오다 그 장면을 목격하고 어머니는 세라와 토머스 사이에 누워 있다. 보안관의 통찰은 토머스가 어머니를 죽이고 여자에게 죄를 덮어 씌우려 했던 것. 보안관은 부인의 시체 위에서 살인자와 탕녀가 서로의 품으로 쓰러질 것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안관은 눈치 챘다. 아직 보안관이 안으로 들어서는 것을 그들은 몰랐다. - 선의와 미덕의 남용은 가정의 파괴(가장의 영원한 안락)을 부른다.
25. 오르는 것은 모두 한데 모인다 - 줄리언은 타자기 판매원이자 글을 쓰려는 꿈이 있다. 줄리언 어머니에게 흑인은 동정의 대상이다. 세상은 변했고 사는 곳도 달라졌지만, 어머니는 여전히 검둥이는 하인이라는 사고가 뿌리박혀 있었다. 줄리언 어머니의 친절은 내가 그들보다 위에 있다는 사고에서 기인했다. 겨우 1센트 동전어치의 동정을 베푸는 어머니의 편견과 맞서 싸우는 아들. 하지만 어머니를 완전히 설득하지 못하고 좌절한다. 어머니는 아들의 단호한 태도에 온몸이 뒤틀리고 눈동자마저 돌아간다.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줄리언.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와 자기 모순.
26. 피트리지 축제 -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기획으로 파트리지 시 진달래 축제가 매년 열린다. 축제 시작 전 축제 배지를 사지 않은 죄로 모의 재판을 받은 싱글턴이 쏜 총에 고위 인사 다섯과 무고 시민 한 명 등 여섯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청년 캘룬은 자신의 내면이 싱글턴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할머니 두 분과는 깊이 있는 얘기는 불가능하다. 선량한 복음주의자이지만 도덕에 대한 상상력이 없기 때문이다. 히피적 삶을 사는, 방문 판매원이 적성에 맞는 캘룬은 글을 쓰고 싶어한다. 당장 광인 싱글턴을 옹호할 글을 생각한다. 순수한 빛에 녹아든 그의 그림자를 생각하며 자신의 죄의식을 달랠 수 있기를. 할머니들의 성화에 축제에 참가하겠다고 한 것도 싱글턴의 해방적 이미지 때문이었다. 캘룬은 싱글턴은 수단이었을 뿐 범인은 파트리지 시 자체라고 생각한다. 무고한 시민 장례식은 그가 망나니였다는 이유로 시민들로부터도 외면을 당한다. 캘룬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길에서 만난 노인과 백인소녀도 싱글턴을 이해하지 못한다. 인척인 이발사는 싱글턴이 희생양이라고 캘룬에게 공감한다. 캘룬이 보기에 싱글턴은 개인주의자요 독립된 자아가 강한 사람일 뿐이지 범법자는 아니다.
할머니들의 소개로 옆집 여자와 미인대회를 향해 출발한다. 여자도 이 축제에 냉소적이며 글을 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싱글턴에 대한 두 사람의 연민의 방식은 소설과 논문의 글 종류만큼 다르다. 구체성을 획득하고 싶다는 캘룬의 말에 여자는 싱글턴을 면회하라고 말한다. 캘룬과 여자는 티격태격하며 퀸시 병원에 도착한다. 캘룬이 보기에 여자는 가짜 학문적 성과를 위해서 싱글턴을 활용하는 것 같다. 싱글턴을 만나자 여자는 그를 이해한다고 말하려고 왔다고 말한다. 싱글턴은 제지하는 직원들이 달려들었지만 순식간에 여자를 겁탈하려 한다. 여자와 캘룬은 재빨리 차로 돌아온다. 그녀 안경에 제 모습이 비친 것을 본다. 캘룬은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특징 없는 자신의 얼굴이 미래로 달려나가 축제를 일으키는 걸 느낀다. 마치 판매의 달인처럼 오래전부터 그를 데려가려고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호의나 연민이 이해받을 수 있는 악인은 없다, 쯤의 메시지. 일관되는 플래너리 오코너식 주제.)
27. 절름발이가 먼저 올 것이다 - 셰퍼드는 아들 노턴과 살지만 매사가 못마땅하다. 교도소에서 레크리에이션 자원봉사하면서 루퍼스 존슨을 알게 되고 그를 선도하기 위해 함께 산다. 루퍼스 존슨은 다리를 절고 머리는 좋다. 셰퍼드는 루퍼스에게 연민을 느끼고 새 신발을 구해주고 구원으로 인도하고 싶다. 루퍼스 존슨보다 어린 아들인 노턴은 이러는 아빠가 싫다. 무례한 존스도 싫긴 마찬가지다. 셰퍼드는 존슨이 반항하면 할수록 사명감에 불타고 반대로 자신을 불신하는 아들 노턴에 대해서는 실망이 앞선다. 노턴은 점점 존슨의 영향 하에 있게 된다.
선의는 이긴다며 존슨의 비행을 믿지 않고 그를 감싸고도는 셰퍼드. 존슨은 보조 새신발을 거절한다. 혼자 힘으로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셰펴드는 포장해 달라고 한다. 나쁜 짓을 한 당사자가 존슨인 것을 뒤늦게 알고 셰퍼드는 그제야 그가 이 집을 떠났으면 하고 중얼거린다. 싸울 것이 노턴의 단순한 이기심과 자신의 외로움밖에 없던 시절이 오히려 그립다. 존슨의 사주로 성경을 훔치는 노턴. 성경을 찢어 삼키고 집을 떠나는 존슨. 이렇게 시시하게 끝나면 존슨이 아니라며 불안해하는 셰퍼드. 노턴 방을 열었더니 망원경으로 엄마를 찾았다고 소리를 친다. 좀 있다가 경찰에 잡혀오는 존슨. 그는 셰퍼드가 지옥이 없다며 하나님을 모욕하는 더러운 말을 했다고 반항하며 말한다. 발의 고통 때문에 도덕적 혼란에 빠진 것이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셰퍼드가 말하자 존슨은 발은 아무 상관 없다며 오히려 절름발이가 먼저 오는 법이라며 구원은 예수님이 하지 저 더러운 무신론자가 하는 게 아니라며 덤빈다. 구원의 날이 오면 절름발이가 노획물을 차지할 것이라고 소리친다. 스스로에 대한 환상을 충족하느라 자기 아이를 방치한 걸 알게 된다.
명석한 악마가 존슨의 눈으로 자신을 조롱하는 것을 보게 된다. 망원경에 몰입해 아무 것도 신경 쓰지 않던 노턴. 다시는 아이를 힘들지 않게 하고 어머니 역할까지 할 것이다. 다락방에서 그가 본 풍경은 망원경은 바닥에 뒹굴고 허공엔 아이가 매달려 있다. 우주인이 되고 싶었던 아니는 그렇게 매달린 채 우주로 여행을 떠났다. -비행 소년을 선도하지만, 정작 자신의 아들인 노턴은 돌보지 못한다. 자기 위로 같은 것. 나의 선이 누군가를 구원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오만이자 폭력일 수 있다. 무지한 선한 행동은 그 자체가 무지의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 선 자체가 그대로 받아들여지기란 얼마나 힘든가. 행하는 당사자도 당하는 수혜자도 순수한 선행은 불가능한 것인가.
28. 이교도는 왜 분노하는가? - 버지가 교통 사고를 당하자 맏아들인 월터보고 집안을 건사하라고 엄마는 말한다. 깜둥이 관리까지 하라고 하자 월터는 그러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엄마와 다른 길, 다른 세계를 꿈꾸는 스물여덟 살의 아들이 이해가 되지 않고 분노만 인다. (아들의 새로운 세계관이 진정한 종교이고, 엄마의 기존 가치관이 이교도적이라는 의미로 읽힘. 짧은 소설이 완벽하게 읽히지는 않으나 플래너리 오코너의 일관된 작가관으로 볼 때 그렇게 읽힘.)
29. 계시 - 소한테 발길질 당한 터핀 부부가 병원 대기실에 있다. 땅이 있고 살 만한 부인은 사람들을 계층별로 나누고 은근히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경멸한다. 그러면서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운다는 원칙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성격도 좋다고 생각한다. 뚱뚱한 것 빼고는 검둥이로도 백인쓰레기도 못생긴 여자로도 만들지 않은 예수님께 감사할 뿐이다. 옆자리 못 생긴 여자가 자신이 아닌 게 다행이다. 여학생도 터핀 부인 맘을 알았는지 서로의 눈길이 부딪치다가 여학생은 터핀 부인에게 책을 던지며 목을 조르고 흑돼지라며 지옥으로나 가라고 능멸한다. 그 대상이 자신보다 못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향했다는 사실에 터핀 부인은 참을 수 없다. 품위 있는 자신은 그들과 다르다고 믿었는데. 별빛 가득한 들판으로 올라가며 할렐루야를 외치는 영혼들의 목소리. - 자신은 검둥이나 백인쓰레기나 못생긴 여자랑 다른 선택 받은 하나님의 자녀라고 생각하는 허위 의식에 찬 중년 부인 이야기.
30. 파커의 등 - 못생기고 화장기 없는 아내와 사는 파커. 소작농인 그를 보는 늙은 여주인은 그를 트렉터 정도로만 여긴다. 그는 젊었을 때부터 문신을 즐겼다. 무심한 듯한 아내가 견딜 수 없을 때 문신을 새로 새기고 싶은데 남은 부위는 등밖에 없다. 아내를 설득하기 쉬운 예수를 문신한다. 집에 돌아가 등의 문신을 보라고 하자 아내는 하느님은 이렇게 생기지 않았고 우상숭배일 뿐이라고 말한다. 거짓과 허영은 참을 수 있지만 우상숭배는 원하지 않는다며 파커를 빗자루로 때린다. 나무에 기대서서 울고 있는 파커. -일상에서 구원 받을 수 없는 한 남자의 문신을 통한 구원 또는 소통에의 열망.
31. 심판의 날 - 고향을 떠나 뉴욕의 딸집에서 살게 된 테너. 흑인 이웃에게 남부식으로 잘난척하며 추근대다 밀침을 당해 드러누웠다. 사위와 딸에게 부담만 된다는 것을 알게 되고 고향에 내려가고 싶어 한다. 한때 검둥이를 부리는 농장주였지만 지금은 파산해 딸에게 의탁하고 있다. 비둘기장 같은 집, 이상한 영어, 멀쩡한 사람이 살 곳이 못 된다. 함께 했던 검둥이 집사 콜먼이 그립다.
검둥이와 함께 사는 뉴욕이라니. 하지만 딸은 그들에게 간섭하지 말고 나서지 말고 사는 게 잘지내는 거라고 따끔하게 충고한다. 그것도 무시한 채 검둥이에게 말을 건넸다가 무시를 당한다. 딸이 출근한 뒤 난간에서 뛰어내리다 걸려 허공에 매달린 채 죽는다. 처음에 따딸은 뉴욕에 묻었다가 고향으로 시신을 보낸다. 그 후 딸은 밤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있게 되었고 미모도 돌아왔다. - 남부 출신 보수 영감의 뉴욕 살이의 고달픔. 제라늄과 연결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