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태 부모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키티의 순진성과 애잔함, 세대 간 의사 소통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게 해는 장사람 간의 정서나 교감보다 사회적 평판에 기초한 판단이 불러오는 환멸 등을 그려내고 있다.




제대로 눈 뜨게 되는 안나의 정념은 사교계를 뒤집어 놓을 만큼 팜므파탈적이다. 자기기만에서 오는 괴로움과 진정한 사랑에 대한 확신에서 오는 비감이 교차한다. 브론스키의 자책(시체를 앞에 둔 살인자 느낌)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레빈의 자연친화 사상 및 도덕적 인간 존중 사상이 전개된다. 사랑에서 개인의 삶을 의미화하려는 건실한 시도는 내 취향은 아니지만 너무나 톨스토이답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브론스키의 경마 에피소드를 통한 위기감과 안나의 임신 소식으로 인한 두 주인공의 내적 갈등은 독자로 하여금 이것이 소설이 아니라 현실보다 더한 현실임을 자각케 한다. 가만 읽기만 해도 공감이 되는 장면들, 장애물 경기에 나오는 애마를 통해 안나와의 힘든 현재와 암울한 미래를 암시한다. 생각하지 않으려도 애마 프루프루에 안나를 대입해서 생각하게 된다. 쓰러진 프루프루를 발로 차는 브론스키를 기억하라. 인간 운명의 불완전성과 비극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




적극적 비난 없이, 평온한 거짓 감정으로 안나를 대할 수밖에 없는 카레닌. 카레닌의 이런 마음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치부하고 브론스키만 생각하는 안나. 안나의 내면적 요청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되고 만다.




키티의 독일 온천장 요양과 한껏 성숙해가는 과정도 지켜볼 만하다. 바렌카를 통해 자신을 성찰하게 되는 키티. 바렌카처럼 영적인 삶을 살 수 없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러시아로 돌아와서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키티, 레빈, 안나, 브론스키, 카레닌 어느 한 캐릭터도 내 것이 아닌 것이 없다. 인간 군상의 다양한 질료들을 현실감 있게 배치하고 있다. 이 중 한 명만 선택해서 같이 아파보라면 단연 카레닌. 온건한 독종이라서 더 고통스러울 카레닌.




 

 

등장인물

*리디야 이바노브나 - 페테르부르크 상류사회를 좌지우지하는 백작부인, 카레닌 성공에 도움

*랴비닌 - 스티바에게 숲을 사려는 자, 돈만 아는 속물 귀족

*프루프루 - 브론스키의 애마

*바렌카 - 독일 온천 요양지에서 키티가 만난 아가씨, 헌신적





 

줄거리(2, 스포일러 심함)


실연당한 키티는 요양이 필요하다. 키티 아버지는 딸에게 바람 넣은 아내를 나무란다. 브론스키가 아니었다면 키티가 레빈의 청혼을 받아들였을 거라고 돌리는 엄마에게 말한다. 키티 엄마는 자책감에 괜히 화를 낸다.




돌리언니에게 키티는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지 않는다. 레빈의 사랑을 받아들이려는 대신 화를 낸다. 자신이 시장상품 같아 수치스럽다. 언니와 조카들이 있을 때만 자유롭다고 키티는 말한다.




돌리는 스티바가 또 바람피운 것 같아 괴롭다. 살림살이도 쪼들린다. 아이들 돌보는데 치인다. 조카들을 돌보려고 키티는 언니와 함께 언니집으로 가지만 차도가 없어 부모와 외국여행을 떠난다.




페테르부르크 상류사회는 세 갈래이다. 카레닌과 같은 정부관리, 관대하고 신앙심 가득한 나이든 여자들, 그리고 야심가 남편들. 리디야 이바노브나 백작부인이 그 중심이다. 카레닌도 출세하는데 도움을 받았다. 안나가 보기에 그 부류들은 위선적이고 지루하다. 차라리 무도회와 만찬 파티 세계가 안나는 더 좋다. 그쪽으로 연결해준 벳시 공작부인을 통해 브론스키를 자주 만난다.




브론스키는 사랑을 간청하고, 제어할 수 없는 안나의 눈길. 카레닌이 도착해 그 둘을 의식하며 벳시와 대화한다. 손님들이 그 둘을 못마땅하게 여긴다는 걸 카레닌은 눈치 챈다. 안나의 만류에도 파티장을 떠나버린다.




카레닌은 아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지니고 있는지 숙고한다. 더 이상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질투가 나고 혼란스럽다. 관직에서만 있어온 그는 삶 자체와 대면하니 겁이 난다. 안나와 나눌 이야기를 생각하며 자신을 달랜다. 마차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고, 안나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를 들으며 두려움을 느낀다.




안나는 남편 앞에서 거짓의 갑옷을 입었으며 쉽게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변화를 카레닌도 알아차린다. 열려 있던 영혼의 깊은 곳이 닫혀 버린 안나. 웃고 있는 안나의 눈을 들여다보며 그는 대화 나누는 게 헛수고임을 느낀다




카레닌은 안나의 처신을 경고한다. 브론스키와의 지나치게 생기발랄한 대화를 예로 든다. 카레닌은 하느님에 의해 맺어진 그들 관계의 의무를 모자 관계를 들어 상기시킨다. 안나는 별 할 말이 없어 억지로 미소 짓는다





변하지 않은 것 같지만 안나 부부는 많이 달라졌다. 공직 생활에서는 카리스마를 발휘해도 아내를 다루는 데는 무력감을 느끼는 카레닌. 유순한 황소가 되어 머리 위로 도끼를 맞는 느낌이다.




브론스키와 걷잡을 수 없는 단계에 이른 안나. 사랑을 얻은 브론스키는 살인자가 된 기분이고, 안나는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한다. 안나는 카레닌의 아내이자 동시에 브론스키의 아내인 악몽에 시달린다. / 시골에 돌아온 레빈은 거절당한 청혼에 고통스럽지만 영지 생활의 일상과 그 개선을 계획하면서 행복감을 느낀다.




스티바가 어느 저녁에 온다. 아내 소유의 숲을 팔기 위해서다. 둘은 사냥을 즐긴다. 매수인 랴비닌이 숲 값을 깎으려하는 걸 보고 레빈은 화가 난다. 스티바는 레빈이 생각하는 것보다 헐값으로 팔기로 한다.





키티가 병이 났다는 것을 알게 된 레빈. 키티 엄마의 속물근성, 환심으로 숲을 헐값에 매수하는 랴비닌, 양아치 같은 브론스키 등을 보면서 레빈은 귀족에게 반감이 생긴다. 대대로 토지를 소유한 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자원을 고갈시키고 토지 가치를 떨어뜨리는 기생충 같은 존재들은 귀족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권력자의 호의를 얻어 출세하는 것보다 물려받은 땅이나 노동을 통해 얻는 것을 소중하게 여긴다. 스티바와 둘 사이를 갈라놓을 수도 있을 고통스러운 주제이지만 둘 사이의 우정은 서로의 이해가 전제된다. 스티바는 돌아간다.





책무를 다하지만 안나에 대한 열정으로 브론스키는 내적 갈등이 심하다. 젊은 남자들은 그를 부러워한다. 바람둥이인 그의 형은 자신들이 잘 보여야 할 사람들이 그 둘의 관계를 탐탁지 않게 여기기에 동생 행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엄마는 연애 자체는 괜찮지만 그것 때문에 요직을 거절하고 페테르부르크에 남으려는 아들이 못마땅하다. 약삭빠른 연애가 아니라 물불 안 가리는 열정이란 사실이 맘에 들지 않는다. 사교계 여자들은 섣불리 안나를 비난하기보다 여론을 관망한다.





브론스키는 말과 경마에 관심이 있다. 영국산 경주마를 사서 장애물 경주 우승을 꿈꾼다. 경기가 열리는 날 암말 프루프루의 최고 컨디션에 만족하고 안나 집으로 만차를 몬다. 거짓과 속임수가 필요한 이 관계를 끝내고 싶다. 막상 안나를 보는 순간 얼이 빠진다. 안나는 애기를 가졌다고 고백한다. 이혼만이 살 길이라 생각하고 브론스키는 이혼을 권유하지만 안나는 세료쟈를 잃을까봐 결정하지 못한다. 그 맘을 브론스키에게 말하지는 않는다. 세료쟈 목소리가 들리고 브론스키는 경마장으로 향한다.





브론스키는 프루프루와 우승을 다툴 글라디아토르를 본다. 경쟁자 마호친을 따라 출발문으로 간다. 17명의 장교들이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글라디아토르를 바짝 쫓는 애마가 맘에 든다. 우승을 확신하는 순간 균형을 잃고 말과 함께 쓰러진다. 자신의 실수로 말이 일어나지 못하는 것에 화가나 말의 배를 찬다. 등뼈 부러진 말은 사살하기로 했다. 경마장을 떠나면서 돌이킬 수 없는 불운에 쓰라리기만 하다.





카레닌은 겉보기에 부부관계를 유지한다. 여름별장에 간 안나를 매주 찾는다. 안나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 하지만 적대감은 아들에 대한 냉담함으로 표출되고 세료쟈는 입을 다문다. / 경마장에서 브론스키만 쳐다보던 안나를 떠올린다. 브론스키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눈물을 흘리며, 카레닌이 내민 팔을 잡고 밖으로 나오던 안나. 마차 안에서 카레닌은 안나의 꼴사나운 처신에 대해 말하면서 체면을 지키라고 말한다. 안나는 브론스키를 사랑하며 그의 정부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카레닌의 절망에도 안나는 저녁에 브론스키와 만날 일을 고대한다.





독일 온천장에서 키티는 바렌카를 알게 된다. 슈탈 부인의 헌신적이고 예쁜 간병인인 바렌카를 본받고 싶다. 레빈의 형인 니콜라이와 그의 여자 마리야도 만나게 되는데 어쩐지 불쾌한 감정이 남아 있다. / 바렌카와 친해진 키티를 곤경에 빠진 사람들을 돕는다. 고상한 삶을 살려면 다른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런 친절이 수치스러운 부작용도 낳는다. 키티의 도움을 받은 가족의 안주인이 키티에게 반한 자기 남편을 나무란다. 그 여자는 키티에게 냉담하고 무례하게 군다. 키티는 슈탈 부인을 비롯한 경건하게 보이는 사람들에게서도 위선을 맛본다. 바렌카에게도 용서를 구하고 우정만은 식지 않았음을 말한다. 이 음울한 현실을 사랑하기 위해 억지로 노력했음을 알게 된다. 그녀는 러시아의 신선한 공기가 그리워지고 돌리와 조카들이 여름을 보내고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진다. 병이 나은 키티는 집으로 돌아오고 마음이 평온해진다. 모스크바에서 경험한 쓰라린 일은 한낱 추억에 불과할 뿐이다






 존경하는 선생님께서 주신 응원의 꽃다발. 



 김훈 작가는 <<자전거 여행>>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을 팔아서 자전거값 월부를 갚으려 한다. 

 사람들아, 책 좀 사가라.

 무명의 쓰는 사람인 나도 흉내낸다. 

 이 책을 팔아서, 이 책을 팔아서......  ......

 사람들아, 책 좀 사가라. 

 

 


눈물은 두 자매의 소통을 연결하는 기계를 작동시키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윤활유와도 같았다. 눈물을 쏟은 후, 자매는 그들의 마음을 차지한 문제와 상관없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러나 그들은 하잘것없는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서로를 이해했다. - P275

그러는 사이에 봄이 왔다. 애타게 기다리게 하거나 속이는 일 없이, 식물이나 동물이나 사람이나 모두 다 즐거워하는 보기 드물게 아름답고 다정한 봄이었다. - P331

그는 집 안에 있고, 집에서는 벽돌도 주인을 돕기 마련이다. - P373

언제 어느 때든 무슨 생각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게 되면, 그녀는 틀림없이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오직 한 가지, 자신의 행복과 불행에 대해서라고. - P405

난생처음으로 그는 가장 지독한 불행, 자신의 잘못으로 인한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맛본 것이다. (경주마 프루프루 사고로 잃은 뒤) - P432

그는 모든 걸 알고, 모든 걸 보고 있어. 저렇게 태연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니, 그가 느끼는 감정은 도대체 어떤 걸까. --그에게 필요한 건 거짓과 체면 뿐뿐이야. - P448

그녀는 바렌카를 보면서 자신을 잊고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평온하고 행복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키티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키티는 이제야8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깨달았다. - P483

그녀는 위선과 오만 없이 자기가 도달하고자 하는 그 경지를 고집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절실히 느꼈다. --그녀는 이 세계를 사랑하기 위해 억지로 노력하는 것이 괴롭게 느껴졌다. 그래서 하루빨리 상쾌한 공기 속으로, 러시아로, 예르구쇼보로 가고 싶었다. - P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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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12-10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꽃다발 선물받으셨군요. 새 책과도 잘 어울리는 꽃입니다.
이번 책도 베스트셀러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많이 알려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다크아이즈님, 좋은 밤 되세요.^^

2021-10-11 1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안나 카레니나 세트 - 전3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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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간 날 때마다 <<안나 카레니나>>를 올려야겠다. 우선 1. 스티바의 불륜으로 소설을 시작하는데 그것으로 안나의 불륜을 예고하는 셈이다. 키티를 둘러싼 레빈과 브론스키의 삼각 구도에 안나가 보태지는 형국이다. 안나와 브론스키의 운명적 만남이 그려진다.




연애사가 아닌 당대의 생활 다큐로 읽힌다. 주인공은 안나일지 몰라도, 1부부터 주제 의식을 보여 주는 대표적 인물은 레빈으로 소개된다. 러시아 농민들에 대한 애정과 신에 대한 합일적 태도만으로도 톨스토이가 반영된 인물이다. 레빈의 영지는 톨스토이의 영지 야스나야 폴랴나와 유사하며, 형의 죽음이나 키티에게 청혼하는 장면 등도 톨스토이 자신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음을 느낄 수 있다. 레빈은 스티바와도 생각이 다르고 자신의 두 형제와도 생각이 다르다.




그 외 가치관이 다른 수많은 인물들은 그들 나름의 사연과 생각을 지니고 있다. 여러 캐릭터를 통해 톨스토이는 전쟁, 농민, 부정부패, 종교, 신념, 결혼 제도 등등 당시 러시아가 직면해 있던 문제를 톺고 있다. 자신의 내면에 자리잡은 철학적이고 사상적 문제를 구체적인 소설 내용을 통해 제시한다.




일상의 기록들도 지나칠 수 없다. 개인의 경험, 사적 관계, 색깔, 냄새, , 소리, 움직임, 질투와 사랑 등 끊임없이 변하는,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여러 순간의 기록들이 톨스토이답게, 시시콜콜하면서도 방대하다.




회자되는 첫 문장을 번역본끼리 비교하며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 옛날에는 그런 열정도 있었는데, 이젠 만사 귀찮고 버겁다. 노안 때문에 돋보기 없인 한 글자도 읽거나 쓸 수 없다.)




전지적 작가 시점의 마술을 제대로 맛 볼 수 있다. 러시아 작가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각각 인물들의 내면 심리를 통해 작가 자신의 가치관과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모르긴 해도 이런 일련의 방식들이 당대 유럽 작가의 의식의 흐름 기법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제임스 조이스나 버지니아 울프의 시작이 톨스통이 같은 러시아 작가들에 기인했을지도 모르겠다.




키티 장면을 통해 당시 러시아 귀족의 결혼 문제 조망을 한 것도 1부의 잔잔한 재미라고 할 수 있다. 덤으로 사회제도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안나의 감정이나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재미도 맛볼 수 있다




톨스토이의 이분적 사고, 이를 테면 도시는 사교적이고 쾌락적인데 비해 시골은 목가적이며 도덕적이라는 설교풍에 묘하게 설득되기도 한다. 이 외 열정과 감정에 충실한 안나와 정돈과 밋밋함이 미덕인 카레닌의 갈등도 1부부터 전개되기 시작한다.

단숨에 읽을 게 아니라 몇날 며칠이 걸리더라도 조금씩 깊이 읽는 게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다.

 

 

 

등장인물

*스테판(스티바) 오블론스키 - 공작, 안나의 오빠, 바람 피워서 여동생인 안나가 중재 위해 친정을 방문하게 됨, 명예와 쾌락을 중시

*다리야(돌리) 알렉산드로브나 - 스테판 오블론스키의 예민한 아내

*안나 카레니나 - 오블론스키의 여동생, 카레닌의 아내, 브론스키를 사랑함

*알렉세이 키릴로비치 브론스키 - 부유하고 멋진 페테르부르크 터전인 백작, 안나와 애정 행각



*콘스탄친(코스챠) 드미트리치 레빈 - 고지식한 시골 영지 생활하는 노총각 귀족, 키티에게 구혼함, 자존감 부족하나 자의식 강하고 보수적이고 신념에 차 있음

*카체리나(키티) 알렉산드로브나 - 슈체르바츠키 가의 셋째딸, 돌리의 여동생, 브론스키를 사랑하나 안나에게 뺏기고 레빈의 사랑을 거절

*세르게이 이바노비치 코즈니셰프 - 레빈의 동복형, 레빈이 모스크바 왔을 때 이 형 집에서 머뭄, 유명 작가이자 지식인



*니콜라이 이바니치 레빈 - 레빈의 친형, 브나로드(v narod민중속으로, 농민계몽)

*마리야 니콜라예브나(마샤) - 니콜라이 내연의 처, 사창가 출신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 카레닌 - 안나의 남편, 우유부단하고 착함

*페트리츠키 - 브론스키 친구, 육군 중위

*쉴리톤 남작부인 - 페트리츠키 애인



*벳시 - 사교계 여성, 안나 이종사촌, 브론스키가 안나를 만나려고 연줄을 댄다

*세르게이(세료쟈) - 안나의 아들

 




 

1부 줄거리(스포일러 잔뜩)


스테판 오블론스키(스티바) 공작네 집은 시끄럽고 어수선하다. 사흘 전, 가정교사였던 프랑스여자와 바람피운 것을 아내 돌리가 알게 되었다. 돌리는 남편과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선언한다.




큰 실수를 저지르긴 했지만 스티바는 돌리가 쓸데없이 예민하다고 생각한다. 한창 잘 나가는 스티바에 비해, 다섯 자녀의 어머니에다 집안 관리자로서 삶에 찌든 돌리는 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 하인들 보기에도 두 사람의 별거가 임박하다.




사흘 째 아침, 스티바가 면도하고 있을 때 여동생 안나가 온다는 전보가 온다. 사람들은 다음날 도착하게 될 안나가 부부를 중재시킬 수 있다고 기대한다. 스티바는 진보 성향의 신문을 훑어본다. 다수당의 견해를 대변하는 그 신문은 그의 기질에 맞다. 두 아이가 들어오자 그는 아이들에게 과자를 주어 내보낸다.




스티바는 사과하기 위해 아내의 침실로 들어간다. 돌리는 친정으로 가려고 짐을 싼다. 그녀는 야위었다. 건강미와 신선함을 발산하는 남편을 훑어본다. 스티바는 겸손하고 불쌍해 보이려 하지만 돌리는 모든 사람에게서 호의를 받는 남편의 그런 품성이 역겹기만 하다. 스티바는 용서를 구한다. 한 번의 실수로 9년의 행복을 망칠 수는 없다며 아내를 설득한다. 돌리는 사랑을 원하지 동정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며 화를 낸다. 스티바는 그녀가 마음을 돌릴 거라 생각한다.




스티바는 모스크바 모 관청의 최고책임자이다. 내각 고관인 그의 매제 카레닌이 주선해줬다. 농땡이였기에 학교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스티바는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불알친구 레빈이 찾아온다. 사려 깊고 진중한 레빈은 영지 관리도 좋아하고 농장일도 좋아한다. 도시생활을 경멸한다. 서로 다르지만 둘은 가깝다. 레빈은 돌리의 막냇동생 키티를 좋아하는데, 키티에게 고백하기 위해 모스크바에 왔다. 평범한 레빈은 키티를 완벽녀로 착각한다. 그녀 옆에 서면 주눅이 들지만 구애를 하고 싶다.




레빈은 이복형 코즈니셰프 집에 머문다. 레빈과 달리 형은 사상가이자 작가로 러시아 정세에 민감하다. 코즈니셰프는 레빈의 친형인 니콜라이가 모스크바에 왔었다고 말한다. 니콜라이는 재산을 탕진했고 형제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 신분 낮은 사람들과 살고 있는 니콜라이를 레빈은 얼른 만나고 싶지만 키티가 있을 만한 곳으로 마차를 몬다.




레빈은 동물원 스케이트장에서 키티를 만난다. 키티만이 그의 눈에 들어온다. 키티의 가벼운 농담에도 진지해지는 스스로에 낯을 붉힌다. 키티 어머니는 레빈이 맘에 들지 않지만 집에 초대한다. 어머니 태도에 미안해진 키티는 다정한 작별인사를 건넨다. 그 미소에 레빈은 빠져나오지 못한다.




스티바는 레빈을 데리고 저녁식사를 하러 간다. 고급 식당에서 스티바는 편안함을 느끼지만 레빈은 그 분위기가 역겹고 부자연스럽다. 레빈은 시골 사람들을 옹호하고 도시인들은 쾌락만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쾌락이 문명의 목적이라고 스티바가 응수한다. 레빈이 동서가 된다면 기쁘겠다고도 말한다. 영리하고 연줄 좋은, 페테르부르크에서 온 백작 브론스키 역시 키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레빈은 창백해진다.




일부일처제 신념인 레빈은 스티바의 바람기를 이해하지 못한다. 스티바는 삶의 다양성을 설파하며 자신을 정당화한다. 일과 생각이 목적과 일치되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변명한다. 스티바와 헤어진 레빈은 키티네 집에서 보내게 될 저녁에 자신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 생각한다.




18세의 키티, 그녀의 부모는 셋째 딸 혼사를 두고 설전을 벌인다. 늙은 공작인 아버지는 레빈을 더 좋아하고, 공작부인은 장교 브론스키를 맘에 두고 있다. 키티 역시 박력 있는 브론스키가 더 맘에 든다. 혼자 응접실에 있던 키티에게 레빈이 청혼을 하지만 조심스레 거절한다. 브론스키가 다른 손님들과 함께 도착하는 것을 보고 레빈은 좋은 기회가 사라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키티는 절망 서린 레빈의 눈빛을 떠올리며 울음을 터뜨린다. 아래층에서는 브론스키에 맘을 둔 부인을 나무라는 공작의 목소리가 들린다. 불행한 언니 돌리와 같은 운명을 맞게 될 거라며 공작은 푸념한다.




사치스럽고 세속적인 브론스키는 순진한 키티에게 눈길을 주지만 결혼하고픈 마음은 없다. 어머니를 맞으러 간 역에서 누이동생을 마중 나온 스티바를 만난다. 청혼을 거절당한 레빈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브론스키는 정복자가 된 것 같다.




브론스키는 안나 카레니나를 어머니로부터 소개받는다. 어머니와 안나는 기차간에서 친구가 된 사이이다. 여덟 살 아들을 둔 안나의 매혹에 브론스키는 금세 빠져들고 만다. 노무원이 기차 바퀴에 깔린 사고를 목도한 안나가 애석함을 표하고 브론스키는 안나에게 잘 보이기 위해 돈을 쾌척한다. 안나는 그 사고에 불길한 징조를 느낀다. (이 장면은 마지막 안나의 죽음과 겹치며 복선 역할을 한다.) 마차 안에서 안나는 브론스키가 키티와 결혼하기를 바란다는 것을 스티바로부터 듣는다.




시누이 안나의 친절에 돌리는 위로를 받는다. 언니네 집을 방문한 키티는 열정과 성숙한 매력을 풍기는 안나를 좋아하게 된다. 안나는 브론스키에 대해서 들은 덕담을 얘기해주면서도 자신을 의식해서일지도 모를 브론스키의 돈 쾌척은 키티에게 하지 않는다. 저녁 후 브론스키가 들르지만 그들과 합류하지는 않는다. 키티는 그가 자신을 찾아왔다고 생각하고, 안나도 의아한 그의 방문에 심란해진다.




이튿날 저녁 무도회. 키티는 브론스키의 청혼을 내심 기대한다. 수수한 검은 드레스를 입은 안나는 매력이 넘친다. 사랑스런 자신의 눈빛에도 브론스키가 반응이 없자 키티는 수치심을 느낀다. 안나와 춤추는 브론스키. 안나에게 완전히 넘어간 표정을 지은 브론스키를 보며 키티는 깊은 절망을 맛본다.




키티네 저택에서 씁쓸하게 나온 레빈은 형 니콜라이를 찾는다. 레빈은 자신의 영혼이 진실과 선의로 가득차도 사회가 업적만을 보는 것에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결핵으로 야윈 니콜라이는 사창가에서 만난 마샤와 함께 산다. 비참한 그들 모습에 착잡해진 레빈. 귀가 중 마중나온 마부로부터 레빈은 영지의 따뜻한 소식을 들으며 마음이 개운해진다. 형이나 도우면서 잠시의 열정을 자책하며 결혼은 포기하기로 한다. 자신의 영지야말로 레빈에게 전 세계이다. 일찍 여읜 어머니는 그에게 성스러운 이미지로 남아있는데, 미래의 아내 역시 어머니 같아야 한다. 레빈에게 결혼은 인생 중대사인데 아내 자체보다는 가족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다. 차를 마시며 책을 읽으면서 레빈은 행복감에 젖는다.




안나는 브론스키를 피해 이튿날 모스크바를 떠나고 싶어 한다. 안나는 무도회에서 키티를 비참하게 만들었다고 돌리에게 고백한다.




아들과 남편이 있는 집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기차 안에서 안나는 안심한다. 브론스키를 생각하면 묘한 감정에 휩싸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다음 정거장에서 바람을 쐬는데 브론스키가 나타난다. 그녀를 쫓아왔다는 브론스키를 잊고자 하지만 여행 내내 안나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 마중 나온 남편의 모든 것이 불만스럽게 보인다. 귀가 큰 것까지 눈에 거슬리고 귀가해 만난 아들조차 덜 사랑스럽다. 하지만 아들을 쓰다듬으며 위안을 얻는다. 일상을 다시 꾸리면서 안나는 죄책감에서 벗어나려 한다.




정확히 시간을 지키는 것에 목숨을 거는 카레닌. 그의 모토는 서두르지 않고 쉬지도 않고이다. 안나는 카레닌에게 브론스키 이야기는 입에 담지 않는다. 진실한 남편을 마음속으로 옹호해본다.




브론스키가 친구들이 기다리는 페테르부르크로 돌아간다. 브론스키는 쾌활하고 활기 넘치는 이 세계가 좋다. 친구인 쉴리톤 부인은 남편이 자신의 부정에 대한 보복으로 그녀 재산을 차지하려 한다고 말한다. 부대에 출두하기 위해 제복으로 갈아입는 브론스키. 안나를 사교계로 연결해줄 벳시를 찾아가보기로 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참조))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문학동네) - P13

자유주의가 보다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자유주의가 그의 생활 방식에 더 가깝기 때문이었다. /가정생활은 스테판에게 별 만족을 주지 못했고, 그에게 거짓말과 허위를 강요했다. /자유주의파 사람들은 종교가 그저 야만적인 부류의 국민들을 위한 굴레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승의 삶도 얼마든지 즐거울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내세에 대한 무시무시하고 과장된 말들을 읊조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 P27

자네는 순수한 성격이라 인생 전체가 순수한 현상으로 이루어지길 바라지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자네는 공무 활동을 경멸해. 자네는 행위와 목적이 언제나 일치하기를 바라니까. 하지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 P99

세상에는 모든 행운을 두루 갖춘 경쟁자를 만났을 때 그 즉시 상대방의 장점을 모두 외면하고 단점만을 보려는 사람들이 있다. 반대로 그 행복한 경쟁자에게서 무엇보다 그에게 승리를 안겨 준 장점들을 발견하려 하고 가슴이 저리도록 아픈데도 그에게서 좋은 점만을 찾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레빈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 P115

그는 매우 신경질적인 사람이고 때로는 남을 불쾌하게도 해. 하지만 때로는 매우 좋은 사람이 되기도 하지. 그는 대단히 순수하고 진실한 성품을 가진 사람이야. - P134

짙은 속눈썹 때문에 검게 보이는 그녀의 빛나는 회색 눈동자가 다정한 빛을 띠며 마치 그를 알기라도 하듯 그의 얼굴을 유심히 돌아보았다. /그 짧은 시선을 통해, 브론스키는 그녀의 얼굴에서 뛰노는 절제된 활기를 포착할 수 있었다. 붉은 입술을 곡선 모양으로 만든 희미한 미소와 빛나는 눈동자들 사이에서 차분한 생기가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다녔다. 마치 그녀의 존재에서 어떤 것이 흘러넘쳐 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반짝이는 눈빛과 미소로 나타나는 것 같았다. 그녀가 일부러 눈 속의 빛을 꺼버리긴 했지만, 그 빛은 그녀의 의지에 반해 희미한 미소로 반짝였다. - P138

내일 열릴 만찬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 밤 9시 반에 친구 집에 들렀다가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는 사실에는, 전혀 특별할 것도 이상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 일은 모든 사람에게 이상하게 여겨졌다. 누구보다 이상하고 불길하게 느낀 사람은 바로 안나였다. - P169

‘하지만 그는 좋은 사람이야. 정직하고 선량하고 자신의 분야에서서도 뛰어나지.’ 그녀는 자기 방으로 돌아오면서 속으로 혼잣말을 했다. 마치 남편을 비난하며 그를 사랑해선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 앞에서 남편을 옹호하려는 듯. ‘하지만 그의 귀는 왜 저렇게 이상할 정도로 툭 튀어나온 거야! 아니면 이발을 해서 그런가?’ - P248

모스크바에 머무는 동안 그녀의 눈동자와 미소에서 뿜어져 나오던 생기는 더 이상 그녀의 얼굴에서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지금은 그녀안의 불꽃이 꺼져 버렸거나 어딘가 멀리 숨은 것처럼 보였다.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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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6 1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10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20-12-07 0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 님하고 같은 책 읽자고 하고서 어느 무더운 여름에 땀 찔찔 흘리며 안나 카레리나 읽던 생각이 나요. 속옷 바람으로 읽을 수 밖에 없었던 책. ㅎㅎㅎㅎㅎㅎ

다크아이즈 2020-12-10 17:23   좋아요 0 | URL
라로님, 저도 진작에 다 읽었어요.
일주일에 한 편씩 정리해서 올릴게요.
속옷 바람으로, 수박 쪼개면서 편하게 먹어야 제 맛?!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지음, 김이선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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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이리 잘 쓰는 작가들이 많을까. 하고 싶은 얘기들은 잘나가는 작가들이 선점해 버렸다는 부러움만이 나의 몫. 그럼에도 쓸 수밖에 없는 날들이 부끄러워지는. 저릿한 풍경 속에 아릿한 상처의 회고전이 펼쳐지누나. 


     

  균열된 진실 앞에서 자책하는 자아 -구멍

  코요테의 울음소리에 견주는, 파국을 맞고 말 존재에 대한 연민과 삶에 대한 성찰 - 코요테, 

  중년 부부의 간극과 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매개체로서의 아술 - 아술, 

  어찌할 수 없는 감정의 파고, 함부로의 잣대로 측정할 수 없는, 변명 이전의 존재 증명에 관한 이야기, 타인은 이해할 수 없고 모르는(몰라야 하는) 삶의 한 부분, 이 자체가 삶이 되어야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이야기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망나니짓을 한 형 주변에 함께 하던 나, 직접적 가담이 아니라고 죄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강가의 개들 무리에서 나는 무죄한가. 과연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이 진실일까. 내면을 건드리는 자책의 울림 - 강가의 개

  이질적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무모함이 주던 아찔하고 아련한 청춘의 외출 회고 -외출

  누구보다 소통을 원하지만 소통할 수 없는(그렇지만 소통하고 해야하는) 존재들의 향연, 먹먹하고 따스한 이야기 - 머킨

  가족의 기원과 현재, 아버지(엄마) 부재에서 오는 불협화음이자 가꾸기 힘든 씨앗 같은 버겁고 슬픈 가족상 - 폭풍우

  무거운 아픔이 아주 가까이 예견 된지도 모른 채 꿈결처럼 터치해보는 신혼의 꿈 - 피부

  레즈비언 엄마를 목도한 열세 살 소년의 저릿한 관찰기,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가슴으로 와 닿던 그 시절의 비밀 한두 개는 누구에게나 있다. -코네티컷




 

<간단 줄거리>

<구멍> 버지니아에 살던 어린 시절, 이웃 친구 탈이 맨홀에 빠져 죽은 일을 회상. 깍은 잔디 봉지를 맨홀에 빠뜨려 (호기심도 발동) 그 속에 들어가기 위해 나의 만류에도 탈은 사다리를 내려간다. 펜실베니아로 이사 후, 십 년 뒤 탈의 형에게서 그날의 진실을 알고 싶다고 편지가 온다. 답장을 썼지만 나는 보내지 못한다. 탈을 구하려다 소방관 두 명도 죽었다. 탈의 부모님은 장례식장에서도 내게 별 말을 건네지 않는다. 그때 말을 걸어왔다면 진실을 말할 수 있었을까. 내 꿈속에서 잔디 봉지를 빠뜨린 건 탈이 아니라 나다. 어떤 때는 내가 녀석을 밀어 넣는다. 또 다른 꿈에서는 녀석더러 맨홀로 내려가 보라고 부추긴다. 이 모든 진실을 말하더라도 내 꿈의 나머지 부분 - 내가 구멍 속으로 들어가고 탈은 살게 되는, 그 부분은 말하지 않을 것이다.





<코요테> 실패한 다큐 감독 아버지를 둔, 수영을 좋아하는 딸인 나. 변호사인 엄마는 아버지와 별거 중이나 마찬가지지만 아버지의 재능을 믿으며 사랑하고 있다. 작품을 찾아 떠돌이 신세인 아버지가 예고 없이 돌아오던 날 엄마는 전직 공군 조종사였던 로펌 대표인 데이브와 있었다. 아버지는 엄마의 일탈에 별 신경 쓰지 않고 지하실에서 작업에만 몰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아버지는 데이비드의 결점에 대해 얘기하며 단순하지 않은 사람일수록 단순하게 보인다고 경고한다. 엄마의 관심을 갈구하는 것 같은 아버지는 텍사스로 다시 떠난다. 그 시절, 엄마랑 데이브가 남긴 와인을 들고 지붕에 올라가, 유일한 친구인 베트남 남자애 차우랑 코요테 소리를 듣는다.

외출한 엄마를 기다리려 부엌에 내려갔는데 뜻밖에 아버지가 계신다. 아직 텍사스로 떠나지 않았고, 엄마에게 편지를 전해주라고 내민다. 나더러 같이 가자고 하지만 나는 거절한다. 아버지의 부재를 나는 엄마 탓으로 돌린다. 경제력만 좀 더 나을 뿐인 데이브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베트남전 때 데이브가 동남아에 주둔했던 얘기를 할 때, 차우 삼촌이 정글에서 살해된 걸 떠올리며 사람 죽여 본 일 있느냐는 말로 데이브를 자극해, 나와 데이브 사이는 더 멀어진다.

아버지는 떠나지 않았고 시내 모텔에 있었다. 엄마와도 연락을 하는 사이였다. 어느 날 길에서 만난 아버지를 엄마 사무실로 안내한다. 그곳에서 엄마와 데이브의 친밀한 모습을 목도한다. 나더러 이 상황을 설명하기를 보채고 충분히 봤는지를 확인하는 아버지. 당신 계획에 나를 끌어들이는 아버지와 한편이 되고 싶지 않다. 코요테 소리를 듣는 밤, 엄마가 울며 돌아온다. 그날 엄마 회사로 돌아간 아버지는 데이브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그 버전 정도는 엄마의 회상마다 다르다. 그 이후 몇 년 간 아버지를 본 적 없고, 아버지는 우울증 등으로 병원 신세를 졌다. 나로섡 아버지 자의도 아님을 이해하고, 죄책감을 갖는 엄마도 탓할 마음이 없다. 다만 완성된 아버지 유일의 영화를 못 본 게 맘에 걸린다. 안전금고에 보관된 그 필름은 영혼과 육체의 밀접성에 관한 거란다. 엄마가 본 시각적으로 가장 놀라운 영화란다.





<아술> 아술은 우리집에 묵는 교환환생인데 동성인 라몬을 만나고 있다. 아내는 대학에서 강의 중이고 아술과 친하다. 하지만 라몬에게 데려다 주는 일을 내 담당이다. 동성 남자애 만나는데 태워다주는 걸 알면 아술 부모는 어찌 생각할까. 나는 아내를 임신시킬 수 없는 몸이고 아내는 아이를 원한다. 자식처럼 교환학생을 들이자는 것도 아내의 뜻이었다. 아내와는 재혼이다. 아내는 면직당할까 봐 불안한 나날이다. 아술은 대마초도 하는 것 같다. 어느날 차안에서 아술은 라몬과는 말도 섞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술을 위로해주기 위해 아내는 그 아이와 영화를 보러 간다. 라몬을 제외한 파티도 계획한다. 우리를 위해 받아들인 아이인데 그 아이를 위해 우리가 있는 꼴이 되었다. 나는 아술의 대마초를 꺼내 피운다.


아내의 자리를 위협하는 동료 그레이든 리어의 특강은 독보적이다. 불안한 아내의 모습을 지켜보지만 나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집에 돌아오니 아술이 친구들과 술 파티를 하고 있다. 난장이 된 집안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아내가 놀랍다. 초대받지 못한 라몬의 전화를 받고 아술이 보고 싶어 한다며 오지랖을 떤다. 아술의 방에서 남은 대마를 떼어 뼛속까지 들이켠다. 마흔 여섯 나이의 희극적이며 비극적인 주책이다.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뒤 아내를 의심한 적이 있다. 노교수와 친한 아내를 질투했다. 라몬이 찾아오고, ‘둘 사이에 뭐 있죠?’라고 말한 아술의 친구 말에 옛날 생각이 떠올라 나는 아내를 찾으러 마당으로 나간다. 피범벅이 되어 쓰러진 아술과 울부짖는 아내와 사라진 라몬. 아술은 자신이 실수로 넘어졌다며 라몬을 변호한다. 구급차가 오고 대마초로 약간 혼미한 상태에서 아내를 찾는다. 아내는 누가 라몬을 초대한 거냐고 말하지만 나는 대답을 하지 못한다. 아술에 대해 그의 부모와 통화할 아내를 생각하며 나는 아내를 꼭 껴안는다. 괜찮을 거야. 그렇게 몇 분을 보낸 후 우리는 우리의 지나간 행동을 직면한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기말 시험지를 유일하게 제출한 계기로 나는 로버트 교수와 친하게 되었다. 캠퍼스 근처 한국 식당 위층 아파트에 있는 로버트 아파트로 나는 초대 받는다. 내게는 나중에 남편이 된 의대생 남자친구 콜린이 있다. 로버트와 친해지자 남자 친구가 있다고 말하지만 별로 게의치 않는다. 우리의 대화가 즐거우면 그만이라고. 로버트는 아파트 열쇠까지 준다. 로버트의 아파트에서 돌아온 저녁 콜린을 안심시키고 나를 단속하듯, 나는 기숙사에서 콜린과 첫사랑을 나눈다.


로버트와는 일주일에 한 번씩 그의 아파트에서 만난다. 더 이상 물리학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내밀한 사정들을 나눈다. 콜린에게 말할 수 없는 것들도 로버트에게는 가능했다. 로버트를 미워하지 않게 될까봐 두려운 시간들. 교칙에 위배되는 이런 시간을 은밀한 기쁨으로 환원시킬 줄 아는 대화들. 바깥으로 술을 마시러 가게 되었을 때, 나는 로버트와 나란히 앉게 되고 술기운을 빌려 로버트의 손을 잡는다. 그 무난하지 않은 모습을 콜린에게 들킨다. 이후 지금껏 콜린과는 그 얘기를 한 적은 없다. 로버트와 만나 열쇠를 돌려주고 처음이자 마지막인 키스를 한다.


콜린과는 결혼 후 좋은 아내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가족 부양자로 비서실에서 일하기도 했다. 한달에 한두 번쯤 로버트와 편지 교환도 했다. 수련의 콜린은 바쁘고 잠자리는 점점 줄고 나는 피임 사실을 숨겼다. 로버트가 수련의 생활을 끝나가던 해 로버트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한다. 콜린은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우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밤, 나는 뜰로 나가 통곡한다. 콜린이 그 소리를 들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콜린과 나는 샌프란시스코에 산다. 가급적이면 로버트로부터 먼 곳에. 다른 사람이 자신을 온전히 채워줄 수는 없다. 콜린이나 로버트 똑같이 나의 중요한 일부를 채웠다고 믿는다. 로버트가 채워준 일부는 지금도 콜린은 그 존재를 모르는 부분이다. 그동안 콜린과는 유산, 파산 등을 겪었다. 로버트와의 비밀을 콜린에게 말하면 그는 내면화하고 나를 미워할 순 있겠지만 결코 내색하진 않을 것이다. 죄의식을 덜기 위해 진실을 밝힌다면 모든이에게 상처가 될 뿐이다. 로버트와의 그 시간이 떠오른다. 그와의 사랑을 위해 옷을 벗고 그의 침대에서 기다렸지만 그는 오지 않았다. 저녁을 먹기 위해 아내의 집으로 갔을 것이다. 바깥의 또래 학생들을 보며 나는 그들이 어려 보였다. 결국에는 떠나야 하리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강가의 개> 더그형은 망나니다. 꼴에 미셸이라는 여자친구도 있다. 우리는 동네 쓰레기 폐기장을 배회하곤 했는데, 그곳에서 강가에서 자란 길 잃은 개들을 보곤 했다. 강에서 놀던 여자애들의 꼬임에 그쪽 남자애들에게 죽도록 물속에 처박힌 적도 있다.

형과 트레이는 독립기념일 파티에서 수면 각성제를 먹여 캐리 휴버의 음모를 민 적도 있다고 소문난 형. 대학시절, 나는 그때 일을 떠올려 에세이를 썼다. 다음날 아침 캐리는 뒤뜰에서 벌거벗겨진 채 깨어난다. 파티가 열리던 저녁 우리 넷(, 더그형, 미셸, 트레이 형)은 강가에서 술을 마셨다. 축제를 즐기고 싶었다. 미셸을 다른 남자 무리에게 빼앗긴 더그형. 형은 두 번이나 청혼 거절당했고, 좀 전 그 강가에서 세 번째 청혼을 했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우리는 벤슨 씨네 파티장으로 쳐들어간다.



어른들이 떠난 파티장, 캐리 일행과 합류한다. 형은 기분이 좀 풀린 것 같다. 뒤뜰에서 트레이형이 캐리 선배가 완전히 뻗어 있다고 말한다. 소문이 점점 왜곡되는 것 말고는 일상은 별 변화가 없다. 가끔 캐리 선배가 생각나긴 한다. 고향에 오지나 않는지 이곳을 전부 잊었는지. 그녀에게 그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편지라도 쓰고 싶다.

형은 버지니아로 떠나게 되고,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오토바이를 형은 내게 선물로 준다. 팔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 뒤 나는 그걸 타지 않게 된다. 지금 나는 스물 여섯 살이 되었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제법 죽었지만 형은 거기 안 속한다. 그 시절을 나는 여자친구에게 말하곤 한다, 형 일당이 술에 취해 남의 차를 박살내고, 이웃이 항의하면 엄마는 배상을 한다. 이 모든 걸 지켜보던 나는, 흠집난 차 주변에서 내가 유리 파편을 털어내고 쓸기 시작한다. 차 주인이 나와서 말한다. 얘야, 이 일은 너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란다.” 이 말은 좀체 내 마음을 떠날 줄 모른다.





<외출> 아미시의 집단생활촌 여자아이들과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쯤 고속도로 쉼터에서 데이트한다. 별 볼일 없는 출신의 나와 테너는 우리 구역에서는 인기가 있을리 없다. 아미시 여자애들도 우리가 자신들과 다른 환경의 아이들이라는 것에 호기심을 느껴 만난다. 여자애들은 폐쇄적이고 보수적이다. 레이철은 아미시 아이답지 않게 매력 있다. 스무 명이 넘는 대가족에 아버지는 일흔살이란다. 두 구역 사이에 패싸움이 자주 일었는데, 아미시의 아이작 킹은 밀리지 않는 포스를 자랑한다. 아미시도 도시화 바람으로 새로운 주거지를 찾아 사람들이 떠나간다. 레이철도 그 생활을 지겨워한다.


어느 밤 우리집에서 파티가 열린 날, 맥주 열두 캔을 마시고 해롱해롱해진 우리 사이에 뭔가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어쩐지 다시 못 만날 것 같은 예감. 두 주만에 테너와 레이철을 만나러 가지만 현장감독을 하는 아이작을 만난다. 그들 구역을 침범한 우리에게 악의가 없음을 알고 아이작은 들판으로 되돌아간다. 간만에 레이철을 만나 데이트를 한 뒤 데려다 줄 때, 패싸움에서 끝까지 버티는 아이작을 대면한다. 숫자에서 밀린 아이작은 피투성이가 되어 마차에 실려 간다. 아이작은 육 주 후 뇌혈전으로 죽었고 우리는 대학생이 되었다. 지금 아미시들은 거의 떠났다. 레이철이 살던 곳에는 쇼핑몰과 상점이 들어찼다. 아미시 복장을 한 사람들은 한낱 어릿광대가 되어 관광객과 사진이나 찍는 신세로 전락했다. 스물아홉이 된 지금, 레이철을 생각한다. 높은 철로 다리를 건너며 데이트하던 그때, 발아래를 보지 않았던, 저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염두에조차 두지 않았던 그 대책 없음과 눈먼 행동에 몸이 떨려온다.

 




<머킨> 센터에서 후천성 난청 아이들을 가르치는 나는 린의 아버지 앞에서 남자친구 역할(머킨)을 하곤 한다. 중산층 이웃인 린다는 딸 조지아와 산다. 린은 양성애자이고 네 살 많은 동성애인 델핀이 있다. 델핀은 좀 까다로운 성격이다.


주말마다 나는 아이들이 커피숍에서 자작시를 낭송하도록 도와준다. 무대에서 버벅거리는 호세의 상황 같은 것을 린은 불편해한다. 어떻게 매일 마음을 다독이며 이런 일을 할 수 있는지, 린은 우울해지지 않느냐고 내게 묻곤한다. 나로선 행복한 일인데. 내 여자친구 로런은 작가인데, 오 년을 함께 살다 바람나서 떠났다. 그 즈음 이사온 이웃이 린이다. 린은 내가 떠날까봐 염려한다. 낭송시를 연습하는 호세, 나는 부재하는 사람/목소리 없는 입, 이런 시를 연습하는 호세를 보면 슬픔이 인다. 로런에게서 나를 원망하는 편지가 온다. 연락하지 말라는 그녀에게 나는 마리화나에 취해 메일을 보낸다. 유치한 자기방어가 스민 그것을 보낸 걸 후회하며 삭제한다. 그녀의 답신은 없다. 린이 부럽다. 린에게 남편이 바람 피워 이혼했을 때 화나지 않았느냐고 묻자, 결혼을 깨는 건 두 사람이고 자신은 그 둘 중 하나라고 답한다.

린의 아버지와 호텔에서 식사하기로 되어 있었고 나는 린의 머킨으로 참석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취소되었단다. 대신 델핀과 헤어졌는데, 이유가 나 때문이란다. 차안에서 린이 나이차만 아니라면 우린 결혼할 수 있었을 거라고 말한다. 나는 열 살 어린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녀에게 손을 뻗어 잡을 수도, 길가에 차를 세울 수도 있으리라. 그러면 그녀는 내게 키스하겠지.


자바하우스 앞, 린이 보모에게 전화하는 동안 나는 낭송회가 끝날까 조바심을 낸다. 통화를 끝낸 그녀가 팔짱을 낀다. 호세가 연단을 향해 걷는다. 환호성이 울린다. 안쪽을 들여다보며 나는 그녀를 꼭 껴안는다. 호세의 낭송을 청중이 알아듣지 못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녀가 허락하는 한 그녀와 함께 이 순간을 느낀다는 사실. 우리 둘은 다만 멀리서 지켜본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언어를 말하며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소통할 수 없는 한 소년을.

 

<폭풍> 나는 언제나 누나 편이다. 약혼자인 리처드 없이 파리에서 미국으로 돌아오는 누나를 마중한다. 스페인에서 둘은 싸웠다. 기차역에서 리처드는 소지품이 든 배낭을 둔 채 사라져버렸단다. 그해 여름 엄마의 새 남편인 톰과 나, 예비 누나 부부가 모여 결혼 축하를 하기로 했는데 허사가 되어버렸다. 리처드는 스페인 어디에 발이 묶여 있고, 톰은 발 부상으로 병원에 있고, 설상가상으로 심각한 폭풍까지 몰려오고 있다. 고압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의사 리처드를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외국에 버려진 채로 있다는 건 맘에 걸린다. 누나도 사귀기에 편한 사람이 아니기에 누나를 만나는 남자들을 부러워해본 적도 없다.


엄마는 톰과 병원에 있을 것 같단다. 누나의 현 사태에 대해서는 엄마에게 말하지 않는다. 테니스광인 톰은 혼합복식 경기를 하다 다쳤는데 엄마 탓이라고 비난했단다. 밖을 보니 폭풍우가 친다. 하지만 익숙한 공간에서 느끼는 향수 같은 것이 올라온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어릴 적 여러 풍경들. 잠시 후 누나 방 앞에서 우는 소리.

다음날 아침 리처드와의 상황을 알게 됐는지 아래층에서 엄마의 고성이 들리고 엄마의 차가 빗속으로 나선다. 휠체어를 탄 톰은 수영장 근처를 왔다갔다 한다. 누나와 나는 톰을 좋아하지 않는다. 조기 퇴직한 채 소명처럼 테니스에만 몰입하는 톰은 엄마의 돈을 보고 붙었다고 누나가 말했다. 엄마에게 기생하는 처지면서 혼전합의서까지 챙기던 사람이다. 엄마는 옆쪽 포치 탁자에 앉아 있었다. 엄마는 내게 근본적으로 슬픈 여인이었다. 아버지의 부재를 채우는 방법을 발견하지 못한 여인. 기쁨보다는 실망이 많았다고 말하는 엄마의 눈.


오후 늦게 낯선 남자의 전화를 받지만 잡음 때문에 리처드인지를 확신하지 못하겠다. 그 누구도 기분 상하지 않게 하려고 나는 그 일은 얘기하지 않는다. 폭풍의 눈이 지나가고 전기가 나가버린다. 리처드 걱정에 그 집 부모님께 연락해볼까 싶지만 누나는 거절한다. 교장 선생 출신답게 톰이 훈수를 두려하자 누나가 말한다. 발가락 하나 부러졌다고 망할 휠체어를 타고 있다고. 발가락이 아니고 복사뼈라고 톰이 응수한다. 누나의 방에서 당신이 미워, 라는 울부짖음이 들린다. 톰에게 하는 말인지 리처드에게 하는 말인지. 누나의 분노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마음속에 서서히 자라난 것이다.


저녁 시간, 누나는 전화로 친구들에게 리처드 흉을 보고, 톰은 일기예보를 듣고, 엄마는 촛불 밑에서 책을 읽는다. 술 취한 톰과는 별 얘기를 하고 싶지 않은데 줄곧 테니스 얘기만을 하기에 관심이 없다고 솔직히 말한다. 톰은 나를 자기 친아들로 생각한다며 테니스를 쳐보라며 다정하게 군다. 다음날 아침 전기가 들어오고, 다시 리처드에게서 전화가 오고 누나가 테라스로 나가 통화를 한다. 톰은 아직도 자기의 부상을 엄마탓으로 돌린다. 리처드 걱정을 하는 엄마더러 누나가 말한다. ‘엄마가 진짜 걱정해야 될 사람은 저라고. 그 자리에서 엄마는 톰이 투자에 실패해서 결혼식 비용을 댈 수 없으니 차라리 잘 됐다고 한다. 톰더러 얼마나 날렸느냐고 물어보지만 엄마와의 일이라며 딴전을 피운다. 그날 저녁에 약혼 축하 자리가 될 터였는데 엄마는 톰을 부축해 차를 타고 나가버린다. 음식이 차려져도 먹을 사람이 없다. 누나와 나는 술에 취하기로 한다. 누나는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해준 사람이라며 나를 추켜세운다


누나는 내게 진실을 알려준다. 리처드에게 차였으며, 그날 리처드는 돈과 여권을 챙겨 좀 떨어져 지내보자고 말했단다. 더구나 용서를 빌며 내일 돌아온다고 말했단다. 엄마에게는 비밀로 하란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하다보면 익숙해지는 남녀 관계, 더구나 리처드는 둘의 미래를 위해 돈을 모으기 시작했고 그것이 누나의 발목을 잡고 있단다. 누나의 얘기를 들으며 나는 누나를 감싸 안는다. 오래전 아버지의 퇴근을 기다리며 언덕 아래, 아버지 차의 전조등 불빛을 보며 누나가 미소 짓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박한 기쁨, 그 불빛,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집으로 돌아오고 있음을 안다는 그것. (, 너무 좋은 소설이닷!)

 



<피부> 클로이와 나는 스물 셋 신혼. 꿈결인 듯 카펫에 누워 이름처럼 서늘하고 부드러운 그녀의 피부를 생각한다. 일 년 뒤, 우리가 서명함으로써 포기한 아이에게 지어줄 수 있었던 이름들을 떠올리며, 어두운 방안에 홀로 앉아 있게 될 것을 모른 채.



 

<코네티컷> 그 여름 퇴원한 아버지는 코네티컷 연안 섬, 가족 별장에서 지냈다. 우리는 코네티컷에서 엄마가 물려받은 집에서 지냈다. 몇 주에 한 번씩 페리를 타고 아버지를 만나곤 했지만 아버지의 부재에 익숙해져갔다. 수술 집도 중 정신이상이 생긴 아버지. 내가 열 세 살 때 일이다. 엄마는 잠시의 침체기라 말하지만 어쩌면 아버지의 회복에 가장 먼저 희망을 버렸을지도 모른다.


집근처 사립학교에 다녔고(기숙사 생활하지 않은 건 행운이었다!) 누나는 일등을 놓친 법이 없었지만 나는 평범했다. 일찍 귀가하는 재능은 있었다. 아버지가 편찮으신 후 이웃 벤틀리네는 발길이 뜸했는데, 그날따라 벤틀리 부인이 엄마 손을 잡고 있었는데, 우정 이상의 친밀감이 느껴져 나는 놀란다. 짐작건대, 뒤쪽 테라스에서 남몰래 포옹하면서 안전하다고 여겼을 것 같다. 어쩌면 새로운 시대인 70년대가 오고 있었으니 세간의 이목에 들키기를 바랐을지도. 그때까지 가장 가식이 없었던 여자였던 벤틀리 부인이, 훈계하고 야비했던 여자로 느껴진다.


그간 둘은 친했지만 내밀한 관계는 아니었다. 그랬는데 이번 열정적인 포옹을 목도하고 보니 (비록 내가 열세 살이긴 해도) 단순한 위로의 포옹이 아님을 알겠다. 엄마는 벤틀리 부인이 집에 들렀다는 얘기를 내게 하지 않았다. 외로이 섬에 계신 아버지. 누나에게 엄마의 일탈을 말해도 웃어넘길 게 뻔하고 도리어 일러바칠지도 모른다. 엄마에 대한 내 환상은 그 둘 사이에 있었던 것보다 훨씬 비도덕적이었을 것이다.

학습 능력이 못 미치는 나 때문에 엄마가 학교에 호출되었다. 면담 후 기대하는 위로와 달리 엄마는 차를 벤틀리네 쪽으로 몰았다. 부인을 껴안고 흐느끼던 엄마는 차안으로 돌아와 말한다. “우리 모두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십오 년이 지난 지금에야 그 둘이 확실히 연인이라는 걸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연서, 사진, 한밤의 통화들. 엄마가 벤틀리 부인에게 매력을 느꼈다면 외모에서 오는 자신감 같은 것이었을 게다. 우리집에서 파티가 있던 날, 이웃이 다 모였는데 벤틀리 부인은 오지 않았다. 벤틀리 씨도 거의 아내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 어쩌면 아저씨 위상이 아버지 같았는지도 모르겠다. 벤틀리 부인은 곧 이혼하고 다른 여자와 살기 위해 뉴욕으로 간다는 소문이 들렸다. 이 때문에 파티에 오지 못한 것. 낙담하는 엄마는 밖으로 나가 눈이 붓도록 울었다. 대접이고 뭐고 빨리 이웃이 돌아가 주었으면 하는 바람. 벤틀리씨는 레즈비언 아내를 둔 걸 하소연하며 엄마 앞에서 흐느낀다.


벤틀리 씨가 떠난 뒤에 벤틀리 부인이 찾아와 그녀의 사랑인 엄마를 만난다. 벤틀리 부인으로서는 허구의 연인, 엄마와는 완전히 다른 어떤 대상을 만드는 것이 모든 이들(저 자신을 포함해서)을 위해서 나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떠난다. 아버지처럼 떠난 사람이 되었다. 다시 부인을 본 적 없지만 가끔 맨해튼 주소로 익명의 편지가 오던 것은 기억한다.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섬으로 갈 때, 엄마는 뉴욕에서 주말을 보내고 왔는데 넋 나간 표정으로 보아 그들 관계가 끝난 걸 확신했다.


벤틀리 부인이 찾아왔던 그밤 엄마의 대화를 기억한다. 안 가도 돼요. 가지 말고 문제를 해결해요. 부인이 나간 뒤 엄마는 울었고 나는 엄마를 향해 걸어갔다. 위로하고 싶었지만 엄마는 그저 내가 자리를 피해주기만을 바랐다. 몇 년 뒤 섬에서 아버지는 돌아왔다. 아버지는 벤틀리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아버지는, 차도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믿고 그럭저럭 사시는 것 같다. 엄마는 책도 읽고 산책을 하며 아버지 상태를 살피며 일상에 빠르게 적응해간다. 나로선 벤틀리 부인이 떠난 그 저녁이 자꾸 떠오른다. 저 먼 그림자가 뜰 가장자리에서 걸어 나와 자기를 되찾아 갈 것이라고 믿는 듯, 간절히 서 있던 엄마의 모습.


45나는 때로 내가 꾸는 꿈 속에서으 진실을 말해주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꾸는 꿈 속에서 구멍에 잔디 봉지를 빠뜨리는 것은 탈이 아니라 나라고. 어떤 때는 내가 녀석을 밀어 넣는다고., 한번은, 내가 녀석에게 내려가보라고 부추겼다고. 그것이 진실이에요, 라고 나는 그분들에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구멍 속으로 들어가고 탈은 살게 되는 그 부분은. -구멍 - P45

87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렇게 몇 분여를 보낸 후에야, 우리는 마침내 뒤로 돌아 우리의 지나간 행동을 직면한다. -아술 - P87

92자만심은 물리학자에게 있어 가장 큰 방해 요인이지요. 뭔가를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발견의 기회를 없애버리게 되니까요. -빛과 물질에 - P92

106우리를 매신한 스러진 배신한 사랑들, 우리가 배신한 스러진 사랑들, 추억하기조차 고통스럽고 부끄러운 유년의 순간들, 우리가 나누는 이런 대화에는 자유가 있었다. 우리가 그곳에서 하는 얘기는 절대 그 밖으로 나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빛과 물질에 - P106

125로버트 역시 똑같이 나의 중요한 또다른 일부를 채워주었다고 믿을 뿐이다. 로버트가 채워준 나의 일부는, 내 생각에, 지금도 콜린은 그 존재를 모르는 부분이다. 그것은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만큼 쉽게 파괴도 시킬 수 있는 나의 일부이다. --유일한 진실은 우리가 서로 숨기는 비밀에 있다고 믿는 나의 일부다. 로버트는 내가 거의 십 년 동안 콜린에게 숨긴 비밀이다. -빛과 물질에 - P125

154그것은 이후 좀체 내 마음을 떠날 줄 모르는 말이다. 그는 말했다. "얘야, 이 일은 너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일이란다." -강가의 개 - P154

174나머지 우리들처럼 -내 부모님이 그러는 것처럼, 테너가 그러는 것처럼, 내가 그러는 것처럼 - 자신의 자리를 인정하지 않는 그가 미웠다. -외출 - P174

180아래쪽에 무엇이 있는지 염두에조차 두지 않았던 우리의 대책없음에, 우리의 눈먼 행동에 아직도 몸이 떨려온다. -외출 - P180

215그들이 그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 순간 내게 중요한 것은, 그녀가 내게 허락하는 동난 그녀를 곁에 안고, 그곳에 린과 함께 서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언어를 말하며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소통할 수 없는 한 소년을. -머킨 - P215

234세월이 지나면서 누나의 기분을, 그 변덕스러운 기질을, 누나의 갑작스럽고 예측 불가능한 분노를 이해하게는 됐다. 그것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세월을 지나면서 천천히 누나의 마음속에서 자라난 것이었다. 가꾸기 힘든 씨앗, 우리 가족의 상담 치료사는 그걸 그렇게 불렀다. -폭풍 - P234

240심리학자들이 어린 시절 누나와 내게 건넨 책들에는, 부모 중 하나가 죽게 되면 그 자식들은 절대 아시 행복해질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이것이 누나의 경우라고 이해했고 가끔은 어머니의 경우라고 이해했다. --더 물러졌고, 어 지루해졌다. 즐거움은 덜해졌고 고통은 그 구렁텅이의 깊이가 한없어진 듯하다. -폭풍 - P240

245오랜 시간을 같이 지내면 누군가를 알게 돼. 익숙해져버리게 된다고. 그이가 완벽하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야. 말이야 바른 말이지, 망할 새끼처럼 구는 경우가 안 그런 경우만큼 있을 거야. -폭풍 - P245

249나는 우리가 막 서명함으로써 포기한 아이에게 지어줄 수 있었던 이름들을 떠올리며, 어두운 방안에 홀로 앉아 있을 것이다. --나는 다만 클로이의 피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그녀의 이름처럼 서늘하고 부드러운, 내 젊은 아내의 창백한 피부. --창문 밖 종려나무들을 흔들고 지나는 바람 소리를 들으면서, 우리는 잔인한 짓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는 안개 속의 꿈을 믿으면서. -피부 - P249

274안 가도 돼요. 어머니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가지 말고 문제를 해결해봐요. 벤틀리 부인은 울고 있었다. 준,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걸까요? -코네티컷 - P274

277그 저녁, 벤틀리 부인이 떠난 그 저녁이 자꾸만 떠오른다. 어머니가 이윽고 자신을 추스르던 모습, 부엌으로 들어가 설거지를 하던 모습, 방에서 내려온 누나에게 미소를 짓던 모습, 그리고 그후, 개수대가에서 서서, 마치 누군가가 자기에게 와주리라고 아직도 믿는 듯이, 마치 저멀리 있는 그림자가 뜰의 가장자리에서 걸어나와 자기를 되찾아갈 것이라고 아직도 믿는 듯이, 그렇게 간절하게 서 있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코네티컷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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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11-29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은 책이에요. 다 좋았어요.

다크아이즈 2020-12-06 16:43   좋아요 0 | URL
역시, 페크님!
구멍은 강열하고, 빛과 물질은 아련하고,
소설 읽는 시간이 젤 햄볶습니다.

stella.K 2020-12-02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읽다가 포기했어요.
제가 원래 미국문학은 편차가 심해요.ㅠ

다크아이즈 2020-12-06 16:45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그래요.
책이란 호불호가 넘나 극명하니까요.
젊은 스텔라님껜 안 어울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구멍, 같은 작품이나, 폭풍, 같은 작품을 누군가 쓴다면
기꺼이 또 읽을 것 같아요.

2020-12-06 2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10 1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10 1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10 1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풋내기들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우열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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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 풋내기들 2

 

   끝까지 비교해가며 읽어냈다는 기쁨보다는 숙제를 해결했다는 해방감이 앞선다. 목표 완수 뒤에 오는 허탈감은 이 작품을 끝까지 매달고 있어야 할 이유가 있었나, 하는 의구심으로 연결되었다. 마라톤 완주하는 사람들에게 딱히 큰 이유가 필요치 않듯이 그냥 비교해 읽기로 했으면 끝까지 가보는 거지 뭐, 하는 기분이랄까.

 

   확실히 레이먼드 카버를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었다. 다만, 그의 소설에 엎어지겠는가 하는 질문을 해오는 이가 있다면 즉각 대답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

 

   17편의 길고 짧은 단편은 주로 가정 파탄, 가족의 위기 등에 관한 보고서로 짜여 있다. 술에 쩐 가장은 가끔 폭언과 폭력도 행사한다. 결혼 생활의 권태기쯤에서 오는 알콜 의존성 일탈과 폭력 그리고 후회를 직조하는가 하면, 생의 아이러니를 직감하고 받아들이는 과정과 삶은 그저 그렇게 흘러갈 뿐이라는 자각을 펼쳐보이기도 한다. 애매모호하게 처리한 심리묘사 속에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묘한 장치 같은 것이 숨어 있기도 하다.

 

   수수께끼처럼 다 말해주지 않는 노련함(이게 단순한 회피일 수도 있는데, 독자로서는 노련함으로 해석하고 싶어짐. 어떻게든 의미 부여를 해야 속은 기분이 들지 않으니까.)에도 얼비치는 비애 서린 가족애와 이웃에 대한 섬세한 시선 등등이 레이먼드 카버 특유의 연필질에 살아나는 느낌이랄까. 당분간은 레이먼드 카버를 들여다볼 일은 없을 것 같다

 

  나처럼 비교해가며 읽고 싶은 사람은 어쩔 수 없으나 굳이 시간 빼앗겨 가며 수고할 필요가 없다. 레이먼드 카버를 읽고 싶은 독자라면 <<풋내기들>>로 족하다. <<사랑을 말할 때~>>는 읽지 마시길. 고든 리시의 장난질 말고는 더도덜도 아니더라.

 

**괄호안 제목은 <<사랑을 말할 때~>>

 

 

8. 여자들한테 우리가 나간다고 해(여자들에게 우리가 간다고 말해줘)

빌 재머슨과 제리 로버츠는 불알친구이다. 제리는 대학 3학년 때 캐롤과 결혼했고, 그녀는 빌과도 친했다. 머잖아 빌도 린다와 결혼했다. 캐롤과 린다도 잘 지냈다. 권태를 느낀(?) 제리는 빌에게 일탈을 부추기고 둘은 지나던 여자애 둘을 꼬신다. 빌은 단순히 섹스를 원하고, 제리는 빌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른 채, 같은 바위에서 빌의 몫인 여자까지 섹스를 했다. (이건 뭥미? 제목과도 도저히 연관이 안 됨)

<의문점>

100제리가 보기엔 그녀가 바로 그런 방식으로 자기를 쳐다본 것 같았다? -원본에는 없는 문장. 낚시용 문장. 원본에는 <제리와 눈이 마주치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 아마 빌보다 제리가 못생겼다는 의미가 아닐지.

100다시 만나? - 소녀들이 공원(페인티드 록스, 사랑을~에서는 픽처록)에 간다는 사실을 말했기에 거기서 만나자는 뜻. 사랑을~에서는 도무지 무슨 뜻인지 이해 불가.

100그건 가방 안에 있어. -원본에서는 없는 말. 역시 미끼.

101우린 해냈어. - 여자애들을 쉽사리 꼬셨다는 뜻. 사랑을~에서는 무슨 말인지 이해 불가.

 

- 우울증과 피로(네 딸에 또 임신 중)에 찌든 제리는 어린 여자애들과 놀아날 생각을 하고 사고 방식이 제대로인 빌은 애들이 너무 어린데다 집에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리는 기어이 갈색머리를 겁탈하고 돌덩이로 여자애 얼굴을 내리치고 목을 조르고 또 돌을 내리친다. 빌은 작은 여자를 따라갔지만 해칠 마음은 없고 겁이 났다. 빌은 제리의 잔인한 모습을 목도했다. 소녀들 자전거 중 한 대만 없애버리면 이 일과 관계없을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맥 빠진 제리가 자신에게 어깨를 기대자 그를 토닥이며 눈물을 흘린다. (운명적인 우정의 장난. 세상에나 이렇게 서늘하고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의 문제작을 이도저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리나. 원제목을 몰라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빌이 여자들(아내들)한테는 내가 (바람 쐬러 나간다고) 얘기할게.” (사랑을~에서는 여자들에게 다녀온다는 얘기를 할게.” 이 장면에서 따온 것 같음. 그렇다면 <<풋내기들>> 제목이 번역을 맞게 한 것임.)

 

 

9. 당신 뜻에 부합한다면(청바지 다음에)

패커 부부는 주말 여가로 마을의 빙고 게임장을 찾는다. 그곳에서 시건방진, 청바지를 입은 젊은 커플을 만난다. 그들은 돈을 내지 않고 게임을 하는 속임수를 쓰는데 빙고가 터져 행운을 거머 쥔다. 돌아오는 길, 그들 걸음걸이조차 건방져 보인다. 집에 돌아온 아내는 하혈(?)을 한다며 주치의를 만나야 할 것 같다며 남편에게 기댄다. 왜 그자들이 아니라 아내에게 이런 일이 닥치는지 모르겠다. 그는 문단속을 하고 자수를 놓는다. 용골(선박 아랫단 척추 역할) 위에 올라선 남자처럼 손을 흔들고 있다고 믿으려 애쓰면서.(, 애매모호해요. 제목과도 연결이 안 되고, 뒤집어진 배처럼 씁쓸한 초로의 풍경?)

 

-제임스는 뜨개질 취미가 있고, 이디스는 관심이 없다. 두 사람은 관심사가 다르다. 청바지 소녀 커플은 히피족이다. 이디스는 히피족이 속임수를 쓰든 상관하지 않지만 제임스는 그들을 신경 쓰느라 제 게임에 집중하지 못한다. 이디스는 하혈하는 것을 앞에서도 내비친다. 괜히 히피 커플의 자유와 젊음이 부러워 심통이 난다. 제임스는 알콜 중독자 모임에 나간다. 거기에서 바느질 권유를 받아 시도했고, 뜨개질도 해 소품을 만들어 손주들에게 선물했고 제법 큰 물건들도 뜨개완성을 했다.

그날밤 바느질에 몰입하지만 속임수 히피 커플을 생각하면 부아가 인다. 실은 속임수를 썼다고 해서 히피가 이길 확률이 높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아들, 교통사고로 죽은 아버지가 있다. 아내가 암이 아니고 흩어져 사는 자식들을 위해 기도했다. 끝내 히피 소녀와 미워죽을 것 같은 남자에 대해서도 기도할 수 있게 되었다. 삶과 죽음 모두를 위한 기도. “당신 뜻에 부합한다면.” - 이 역시 <<풋내기들>> 원작이 제목도 맞고, 집필 의도도 살렸다. 편집자본인 사랑을~에서는 결말 부분도 매끄럽지 않고, 제목도 전혀 맞지 않음. 독자의 상상력이 편집자에 맞추기에는 터무니없이 말이 안 되는 제목과 결말.

 

 

10. 집에서 이렇게 가까운 곳에 물이 이렇게 많은데(너무나 많은 물이 집 가까이에)

친구 셋과 낚시를 갔던 남편은 강물 나뭇사이에 낀 시체를 발견하고 낚시 캠핑이 끝난 뒤 경찰에 신고했다() 아내인 나에게 말한다. 나는 장례식에 들른다. 그곳에서 범인이 잡혔다는 소식도 듣는다. 집에 돌아오니 남편은 위스키를 마시고 있고, 아들 딘은 아직 오지 않았다. 딘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남편은 나에게 필요한 중요한 일부터 하겠다며 블라우스를 벗긴다. 그가 뭐라고 중얼거리지만 (집 주변에?) 많은 물이 흐르니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다. 나는 딘이 오기 전에 남은 단추들을 내 손으로 푼다.

(범인이 아들이라는 암시. <<풋내기들>> 읽지 않은 상태에서 그나마 가장 미니멀리즘에 가까운 소설이라는 느낌. 말할 수 없는 당혹감과 괴로움 및 소통 부재 앞에서 어떤 위로도 받을 수 없을 때의 인간 상황. 의 이 정도의 편집이라면 괜찮지만 만약 <<풋내기들>>을 읽은 다음의 내용이 내 상상과 다르다면 이 낭패감은 어찌할 것인지. 일단 <<풋내기들>>에서의 이 단편을 읽고 판단하기.

 

-어쩌면 딘(아들) 얘기일지도 모른다는 대화의 복선이 빠져 있음. 시체를 발견했지만, 여행 첫날인데다 막 도착한 참이고, 강에서 차로 돌아가려면 5마일이나 걸린다는 사실이 빠져 있어 편집본은 시신을 너무 무신경하게 다뤄 의아함을 줌. 죽은 지 5일이 지났고, 강간에 교살이라는 신문 기사, “집에서 이렇게 가까운 곳에 물이 이렇게 많은데, 왜 남편은 그 멀리까지 낚시하러 가야 했을까?” 이 문장에서 제목을 따왔음을 알 수 있다. 편집본은 애매함. 나는 심리적으로 남편을 의심하고 있으며 뭔가 서운한 나머지 남편 뺨을 때린다. 남편은 알콜에 의존하고 있으며 나는 약간의 우울증이 있다. 둘은 소통부재를 겪고 있다.

지난날 남편과의 삶에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싸움 끝에 이 정사가 폭력으로 끝날 것이라고 남편이 말한 적도 있고, 두통으로 병원에 다니면서 의사에게서 위안을 받기도 한다. 별일 없는 것 같지만 나의 내면에는 뭔가의 균열이 있는 상태. 남편은 잦은 터치(스킨십)로 어색한 상황을 모면하려 한다. 남편에게 나는 연민을 느낀다. 남편은 딘이 범인이라는 것을 희미하게나마 눈치 채고 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그 먼곳까지 낚시를 간 것일까(확인 차). “나는 딘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하고 심장이 덜컥한다.”에서 나는 확실히 알게 된다. 두 책 단편 중 편집자가 손을 많이 댄 축에 속하는데 그나마 이 작품이 원작에서 덜 멀어져 있다는 안도감 같은 게 인다.

 

 

11. 멍청이(우리 아버지를 죽인 세 번째 이유)

멍청이란 뜻을 지닌 더미는 말을 못하는데 직장인이다. 아버지가 보여준 배스가 나오는 잡지 영향으로(?) 배스를 웅덩이에서 키운다. 나와 아버지가 배스 낚시를 하려하자 강력하게 저항하는 바람에 낚싯줄이 끊어지고 만다.

강이 범람하는 겨울 더미집에 가보니 물고기 대부분이 휩쓸려나갔다. 더미의 슬픈 표정. 점점 우울해진 더미는 (무슨 갈등인지는 나오지 않지만) 망치로 아내를 때려죽이고 자신도 물에 몸을 던졌다. 시체를 건지는 것을 보러 간 나는 아빠가 여자를 잘못 만나면 저렇게 된다는 얘기를 듣는다. 아빠의 그 말은 진심이 아니고 누구를 탓해야 할지 몰라서 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더미가 그랬던 것처럼 아버지는 하는 일마다 잘 안 됐다. 아버지는 진주만과 할아버지 근처 농장으로 이사간 것 외 세 번째로 더미 때문에 죽음(인생허무)을 맞이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절반도 -”라는 의미가 아내에게 뭔가 잘못이 있다는 이야기인데 드러나지 않음. 원작에서 그 이야기를 찾아보자.)

 

-아버지를 죽인 이유가 아니라 아버지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못 박음. 고든 리시 편집본에서는 자극적인 은유로 독자를 홀리는 경우라 하겠다. 아버지가 그렇게 된 이유도 첫째가 멍청이로 먼저 나온다. 진주만도 진주만 사건이라고 분명히 이야기해준다. (이건 번역자가 다르니 단순 번역의 차이일 수도 있겠다.) 더미가 배스를 연못에 풀어놓게 된 것도 아버지의 권유에 의해서임.

아버지의 친절에 더미(여기서는 멍청이)는 아버지를 친구로 의지함. 더미의 아내는 냉정하고 의심이 많음. 아버지는 멍청이와 친구니 배스가 자라면 송어 따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배스 낚시를 할 수 있을 것에 기뻐함. 하지만 더미는 배스에 집착해 아무도 자기집에 들어오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성어가 된 배스 낚시를 허락받는데 나보다는 겨우 아버지한테만 허락한 상황이라 내가 낚는 걸 탐탁지 않게 생각해서 방해를 함.

강이 범람해 연못과 강의 경계가 없어져 배스 가두리는 무의미해짐. 더구나 더미의 아내는 멕시코 남자랑 바람이 남. 더미는 점점 외톨이가 되어 감. 바에서 아내를 데리고 나와 트럭에서 죽이고 연못으로 뛰어듬. (더미의 죽음의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 아내든, 우울증이든 혹은 설사 아버지의 권유에서 시작한 배스든 - 직간접적으로 우리는 무언가의 죄책감이나 자책에 시달림. 그냥 객관적이고 단순한 죽음일 뿐인데도.)

 

12. 파이(심각한 이야기)

버트는 크리스마스날 전아내의 집을 찾아 아이들과 선물 교환을 하고 나오면서 벽난로에 화염을 피우고 파이를 훔쳐(?) 나온다. 차문을 열다가 파이 하나를 떨어뜨린다. 다음날 사과하기 위해 베라를 찾아가는데 베라는 불을 지르려고 한 거냐고 따진다. 베라 아닌 다른 사람의 기척이 밴 것은 질투심(?)에 못견뎌한다. 남자와 통화하는 베라를 보고 코드를 칼로 잘라버린다. 접근금지신청을 하겠다고 하자 그는 재떨이를 던지려한다. 뭔가 심각한 이야기를 빼먹은 감이 있다. 그는 진입로에서 파이를 피해 차를 탄다. 재떨이를 가져오는 바람에 운전하기가 쉽지 않다. (깨져 버린 부부 관계에 집착처럼 전부인의 집 물건에 집착하는 남자의 이야기?)

 

-통나무 8개를 화로에 넣고, 쌓인 파이를 들고 나옴. 알콜의존형 버트. 딸 테리는 (엄마의) ()약에 손을 댐.

330버트는 그로써 자기가 아직도 그녀를 사랑한다는 걸, 그리고 자기가 질투한다는 걸 확실히 보여줬기를 바랐다. - 이 문장이 빠지면 안 되는 거였음. 원본에는 재떨이 가지고 나오는 장면 없는데, 이건 편집자본도 나쁘진 않지만 이미 스스로 화해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버트이기데 무의미하기도 함.

 

 

13. 평온함 (고요)

이발소에서 이발을 하면서 삼대가 사슴 사냥에 나간 수위의 이야기를 듣는 나. 친절한 이발사는 수위에게 수위의 관심사인 사슴 사냥에 대해 물어준다. 사슴을 쏘았지만 놓쳤다는 수위 이야기에 늙은이는 당장 사슴을 찾으러 가라고 말한다. 옥신각신한 끝에 수위, 늙은이는 차례로 이발을 하지 않고 나간다. 이발사는 늙은이는 폐기종으로 곧 죽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잘 모르는 남자도 망설이다 나가버린다. 이발사는 내가 모든 일의 원인이라도 되는 양 이발을 계속할까, 말까 물어온다.

이발사의 손가락이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던 캘리포니아 크레센트 시에서의 추억. 그때의 고요와 그 손가락의 감미로움과 자라기 시작한 머리칼을 생각한다. -친절했던 이발사, 그 고요한 순간에 대한 회고담?

 

- 경비는 남의 이목을 즐기며 무용담을 이야기하는 스타일이고, 늙은이는 그 잘난 척을 잘 받아주지 못하는 스타일. 대기하는 남자는 그들 싸움을 부추기고(이 장면은 편집본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음) 이발사는 중재하고 정리하는 분위기. 손님이 다 나가버리자 화가 난 이발사는 그 화풀이를 내게 하는 격(이 부분도 편집본에서는 잘 묘사되지 않아 왜 이발사가 나에게 이발을 계속할까 말까 물어오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음) 새로운 손님이 들어오는 장면도 없음. 새로운 손님이 들어오는 바람에 기분이 풀린 걸까. 이발사는 내 머리칼을 애인의 손길처럼 쓸어준다. 아내와 새 인생을 살려고 했던 그곳의 추억인데 어쩌다 그날 이발소 의자에 앉아 그곳을 떠나 뒤돌아보지 않기로 결심했는지. 머리칼 사이로 느껴지던 평온함과 손가락에 어려 있던 슬픔, 다시 자라기 시작한 머리칼을 떠올린다. -단순히 이발사에 대한 추억이라기보다 새 인생을 출발하려고 했던 그때의 순간을 이발사의 손길에 비유해서 쓴 것 같음.

 

 

14. 내 거야(대중 역학)

헤어지면서 아기를 서로 데려가겠다고 드잡이하는 부부 이야기.

-원본과 거의 같음

    

 

15. 거리(그에게 달라붙어 있는 모든 것)

중년의 부부는 크리스마스를 보내러 밀라노에 왔다. 십대에 결혼했던 그 시절을 떠올린다. 아기가 아픈데도 사냥을 가고 싶어했던 소년 남편과 그것을 말리고 싶어했던 소년 아내. 그 시절을 떠올리며 감성에 젖는다. 아내는 남편이 그 도시를 안내해 줄 것을 기대한다.

-원본에서는 사냥 같이 하기로 한 칼네 집 현관까지 간다. 그곳에서 칼이 사냥이 뭐가 중요하냐고 이야기하고 칼은 집에 가봐야겠다고 말한다.

그날 아침 이후 힘든 삶이 있었음도 편집본에서는 빠졌다. 남편과 아내가 각각 바람을 피웠지만 둘은 춤을 췄고 서로를 품에 안았다. 모든 것이 얼어붙었지만 그들은 잠시나마 웃다가 웃는다.

    

 

16. 풋내기들(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나와 여자친구 로라는 멜네 집에 놀러갔다. 내 친구 멜은 결혼 전력이 있고(나와 로라도 그렇다), 정신과 의사이고 신학교에서 오 년 보낸 적이 있다. 정신적인 사랑을 믿는다. 테리는 멜과 살기 전에 만난 남자가 자신을 사랑한 나머지 죽이려 한 적 있다고 말한다. 가학적인 사랑도 사랑으로 이해하는 쪽이고 전남친을 연민한다. 로라는 타인의 상황을 판단하는 게 가능하기나 할까 하며 회의적이다. 테리의 전남친은 그녀가 떠나자 쥐약을 먹었고 권총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지금은 죽었다. 테리와 멜을 끊임없이 위협했고, 멜은 당시 두려웠다. 멜은 테리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

로라는 나와 별일이 없이 사랑하고 있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테리는 그게 신혼이라고 그렇다고 응수한다. 멜은 전처를 사랑했다는 점에서는 테리가 전남친을 사랑한 감정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랑했고, 지치면 미워하고 새로운 사랑을 하고, 또 헤어지고 이런 것이 삶이니 사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멜이 말한다.

멜은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매는 노부부를 치료한 이야기를 해준다. 사고 자체보다 서로 볼 수 없는 안타까움을 지닌 그들에 대에 마음이 아팠다는 사실. 아내를 볼 수 없는 절망 때문에 죽어가는 노인에 대한 이야기.

멜은 아이에게 전화하고 싶지만 전처가 죽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을 정도로 전화를 받지 않기를 바란다. 전처는 파산상태로 재혼도 하지 않고 새로운 남자친구와 사는데 멜이 다 부양하는 셈. 술이 떨어져가고 방이 어두워졌는데도 서로의 심장소리만 들릴 뿐, 누구도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앉아 있었다.

217사랑에 관해 뭔가 아는 것처럼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에 대해선 창피해야 마땅해. - , 이 부분에서 편집자본 제목을 따옴.

 

-주인공 이름이 원본에서는 허브. 허브 ->,로 바뀜.

384내가 보기에 우린 사랑에 순전히 풋내기들이야. - , 이 부분에서 제목을 따옴.

385그런데 끔찍한 건, 끔찍하지만 또 좋은 일이기도 한데, 말하자면 그나마 끔찍함을 덜어주는 건 우리 중 누군가에게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진다면, 상대는, 남은 배우자는 얼마 동안은 애도하겠지만 결국 다시 사랑하게 되고 조만간 다른 누군가를 만나게 될 테고, 그럼 이 사랑이라는 것도 - 맙소사, 이걸 어떻게 이해하겠어? - 그것도 다 그저 추억으로 남는다는 거야. 추억조차도 안 될지도 몰라. 어쩌면 애초에 그렇게 생겨먹은 건지도 모르지.

노인이 아내를 몹시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한다는 것. 젊어서도 같이 거실에서 춤 추고, 눈 내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는 것. 노인이 회복해서 아내의 병실을 찾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장면, (허브)은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떠나버려서 몹시 힘들어한다는 상황, 끔찍이도 전처를 싫어한다는 사실. 이 모든 것을 술을 마시면 더 힘들어한다는 사실. 테리는 전남편의 아이를 임신했었고 낙태 시술을 멜이 했다는 사실. (언젠가는 나와 로라의 사랑도 파국이 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읽힘. 그럼에도 아직은 그대로 있기를 바라는 마음.)

413나는 창가에서 기다렸다. 아직은 그대로 있어야 한다는 걸, 바깥으로 눈길을 향하고 밖을 내다봐야 한다는 걸 알았다 볼 것이 남아 있는 동안은.

    

 

17. 한마디만 더(한 마디 더)

파탄 난 가정(술이 원인인 듯)에서 짐을 싸게 되는 남편. 아내와 딸과 함께 살면서 폭언과 기물을 부순다. 정신병원 같은 이 집에서 나가게 되는데 집을 정신병원으로 만든 건 당신이라고 아내가 말한다. 면도용품 가방과 여행 가방을 들면서 뭔가 한 마디 하고 싶은데 그게 뭔지 생각해낼 수가 없다.

 

-또 취해서 딸에게 난폭하게 군다고 원본에서는 확실하게 말해 줌.

424한마디만 더 할게. 맥신, 잘 들어. 나 당신 사랑해. 너도 사랑한다, . 둘 다 사랑해.

423(무슨 뜻인지 이해가 잘 안 됨. 물어볼 것)충격적이게도 그는 이날 밤을, 이런 모습의 맥신을 기억하게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앞으로 다가올 날에 맥신이, 그가 더 이상 떠올릴 수 없는 어떤 여자를 닮아갈지 모른다는 생각에. 긴 코트를 입고 불 켜진 방 한가운데에 서서 눈을 아래로 깔고 있는 흐릿한 형상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웠다. (미래에 새로운 여자를 만나도 맥신과 다르지 않은 광경을 연출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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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5-14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번의 책에서 이어지는 느낌입니다. 제목에서 2가 있는 것처럼요.^^
읽는데도 한참 걸리는데, 찾아보고 정리하는데 시간 많이 걸리셨겠어요.
잘 읽었습니다.
다크아이즈님, 편안한 밤 되세요.^^

다크아이즈 2018-05-25 03:08   좋아요 1 | URL
맞아요, 서니데이님
너무 길어서 잘라서 두 번에 걸쳐서 올렸어요.
시간만 허락한다면 읽고 정리하는 것이 최대의 행복이지요.
편히 주무세요.

koviet2 2018-05-30 08:34   좋아요 0 | URL
아무리 찾아봐도 1편은 어디 있는지 못찾겠습니다.
죄송하지만 링크 좀 부탁 드립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5-14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갑 낀 쉽보르쉬카에서 잠시 웃었습니다.. ㅎㅎㅎㅎ
그보다는 검은 가죽 장갑을 낀 쉼보르쉬카가 더 강렬하지 않을까요.. ㅎㅎㅎ

다크아이즈 2018-05-25 03:13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어감이 ㅋㅋ
쉼보르스카 여사님, 어쩌쓰까요 ~~

2018-05-21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5 0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3 0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5 0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4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5 0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5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koviet2 2018-05-30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버 작품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플래너리 오코너 - 오르는 것은 모두 한데 모인다 외 30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12
플래너리 오코너 지음, 고정아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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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너리 오코너를 언급한 문학 관련인들이 많았다. 최고의 전미도서상 영예를 차지한 책 중의 한 권. 작가와 동명인 제목의 31편의 단편을 연대순으로 묶었다. 김영하, 이동진 등등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에서 이 작품을 언급하기에, 극복해야할 작품일 것 같아 망설임 없이 사서 읽었다. 꼬박 3주가 걸렸다. 절반의 성공 정도, 라고 말하고 싶은 건 내용 자체 때문이 아니라 중복되는 부분 때문이었다. 선별해서 반으로 줄여 출간했더라면 두께도 줄고, 더 강렬했을 것 같다. 결론은 선택하고 읽은 걸 후회하지 않는다.

 

 

작품은 시종 야멸차고 냉소적인 통찰로 허위에 쩐 당대의 인간 군상을 고발한다. 노예제가 폐지된 지 한참이나 지났지만 작품 속 배경의 미 남부 기성인들은 옛 향수에 젖어 있고, 그와 반대로 젊은 세대는 그들과 완전히 다른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 31편의 단편 중 종교적 가치관, 인종 문제 등이 나오지 않는 장면은 하나도 없다.

 

 

우리식 단편 정서와 달리 단편에 너무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와(그들 각자에게 이름이 다 부여되기 때문에 눈에 착 달라붙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림) 혼란이 야기되나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재미와 서늘함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때에 따라 잘 이해되지 않는 작품도 있는데, 그런 작품은 번역자도 곤욕스러웠을까. 매끄럽게 접수가 되지 않는 부분은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인종 차별, 기성 세대의 고루함, 시혜적 위치의 위선과 거짓 연민, 맹신적 종교관에 대한 고발 등등의 주제가 일관되는데 제법 재미있고 매우 묵직하다. 주제의 도돌이표라는 면에서 동어반복에 지겨운 면도 없지 않다. 대체적으로 서늘한, 그렇지만 예견되는 반전은 불편하다 못해 이 작가 뭐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피폐해지는 감정선을 곁에 두고 싶지 않은 독자는 건너뛰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내면 깊숙한 곳을 휘돌고 있는 인간의 어두운 면을 포착해 감정을 장전하고 단번에 폭파시켜버리는 힘. 우월한 지위가 지닌 허울 좋은 연민의 가면을 벗기는 데 탁월한 작가고나. 때론 모른 척 해야 할 순간들도 필요할 터인데, 그런 것을 지켜주지 못해도 되는가 하는 의구심과 불편함을 맛보게 하는 작가. 불편한 진실 마주하기가 고약한 통찰을 지닌 작가들이 원하는 것이니 기꺼이 작가에게 당해주는 당위도 나쁘지 않다. 위선이 까발려지는 순간의 씁쓸한 통쾌함과 서늘한 두려움만이 독자의 몫이로고나

 

 

권선징악이니 구원이니 사랑의 순정성이니 등등을 조소하는 작가적 태도를 작가정신으로 봐도 좋을까 하는 질문이 자꾸 돋았다. 정의나 선함 구원 등은 없다고 허를 찌르듯 다부지게 보여주는 작가에게 피로감을 느낄 만큼 끝까지 읽어 나갔다. 다행하게도 폐기 불능의 그 피로감은 두꺼운 소설을 읽어냈다는 안도의 나른함에서 멈췄다

 

 

참고로 잘 모르는 독자를 위한 작가 소개. 대다수가 열렬한 신교도인 곳에서 드물게 아일랜드계 가톨릭교도였으며, 촉망받는 작가의 길로 접어든지 얼마 안 되어 불치병에 걸려 서른아홉에 생을 마감한 작가. 단 두 편의 장편과 서른 한편의 단편으로 사후 자신의 이름을 딴 문학상을 남긴 작가. 20세기 미국 소설의 가장 독창적이고 도발적이며 강력한 목소리 가운데 하나.

 

 

<스포일러성 간단 내용>

1. 제라늄 - 남부가 고향인 더들리 영감은 딸 성화에 못 이겨 뉴욕살이를 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맞은편집은 제라늄 키우는데 성의가 없다. 고향의 제라늄은 여기와 비할 바 아니고 루티샤라면 잘 키우기도 할 것이다. 이웃 레이비와도 잘 지냈다. (검둥이 루티샤와 레이비는 더들리를 도와주는 듯) 뉴욕살이는 딸사위아들 다 눈치가 보인다. 집이 아니라 건물인 아파트는 좁아터져 목구멍 같다. 옆집에 잘 차려 입은 검둥이가 들어온 걸로 보아 그는 하인일 것이다. 그와 낚시의 즐거움이라도 나누고 싶다. 딸은 그가 아파트에 살려고 온 사람이지 하인이 아니니 괜한 짓을 하지 말라고 단단히 일러준다. 검둥이와 친하게 지낼 만큼 분별없는 아비가 아니라고 더들리는 대꾸한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창에 나오는 제라늄이 소식이 없다. 제라늄은 단순한 꽃이 아니라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그 무엇이다. 옷본을 빌리러 갔다가 옆집 검둥이를 만나 다정한 부축을 받는다. 자신의 등을 두드리고 어르신이라고 격의 없이 대하는 게 고향에서는 있을 수 없다. 불쾌하다. 제라늄 자리에 남자가 앉아서 우는 게 보인다. 제라늄이 어디 있느냐고 물으니 아래로 떨어졌단다. 6층 아래를 보니 제랴늄 화분이 깨져있다. 목구멍이 터질 것 같다.

제라늄을 주우러 가고 싶은데 힘에 부쳐 포기한다. 남자가 자기 집안을 더 이상 들여다 보지 말라고 더들리에게 말한다. 꽃은 골목길에 뿌리를 하늘로 쳐들고 쓰러져 있다. - 단편의 성격에 맞게 가장 잘 직조된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데뷔작만한 작품이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을 정도로 개인적으로 맘에 쏙 든 작품.

 

2. 이발사 - 이발소에 들른 자유주의자 선생 레이버는 이발사에게서 검둥이에 대한 편견 섞인 말을 듣는다. 이발사는 철저한 백인우월주의자다. 레이버는 자신의 상식에서 그를 커버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동료 제이콥스라면 이때 잘 응대할 텐데. 정치적 성향이 다른 레이버가 씁쓸하게 당하는 이야기.

의문)다먼 / 보이 블루는 다른 사람?

 

3. 살쾡이 - 냄새로 살쾡이를 잡는 데 일조하고 싶어 하는, 앞을 잘 볼 수 없는 늙은 흑인 게이브리얼의 이야기. 두려움과 공포

 

4. 작물 - 소설 쓰는 윌러턴 양 이야기. 소설 쓰는 작업을 수확량에 비유했나?

 

5. 칠면조 - (이해가 ) 총 맞은 야생 칠면조 잡기에 성공한 룰러. 하느님께 감사하고 적선도 베풀 수 있을 정도로 들떠 있지만, 돌아오는 길에 다른 아이들 무리에게 빼앗기고 만다.

 

6*. 기차 (현명한 피 일부분) 기차 안에서 검둥이 짐꾼을 만난 헤이즈 이야기. 그 짐꾼이 캐시 영감의 가출한 아들 같아서 알은 체를 하고 싶은데 아니란다. 그들의 고향 아스트로드 출신이 아니라 시카고 출신이란다. (, 한번 읽어서는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흑인들의 회한, 가족에 대한 아련한 추억?)

 

7*. 감자 깎는 칼 - (현명한 피 일부분) 감자 깎는 칼을 파는 남자에게서 헤이즈 모츠는 (선심으로) 칼을 하나 산다. 그것을 보고 부자인 줄 알고 18세인 이녹이 따라온다. 칼 파는 곳에서 본 맹인과 소녀를 뒤쫓는다. 헤이즈는 칼을 소녀에게 주지만 달가워하지 않고 대신 맹인이 받는다. 헤이즈가 그들을 따라 온 것은 소녀가 전교 전단지를 찢는 자신을 사납게 쳐다봤기 때문. 맹인과 소녀는 열혈 신자이다. 헤이즈에게 예수님이 들어 있다는 맹인의 말에 이녹은 예수님 따윈 없다고 말한다. 이녹은 이웃 열혈 신도 아줌마에게 입양되어 예수님을 잘 안다. 맹인은 헤이즈에게 안수를 하며 예수님 표시가 되었다고 말하지만 헤이즈는 부정한다.

 

맹인과 헤어진 뒤에도 이녹은 헤이즐 계속 따라 온다. 헤이즈가 집안에 들어서자 소녀가 감자칼을 자기에게 줬다며 이녹이 그것을 보여준다. 쫓기다시피 이녹은 돌아가고 헤이즈는 여자가 있는 집으로 들어간다.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갔다 천막안의 여자를 훔쳐 본 죄가 떠오른다. 그것을 씻기 위해 자갈 넣은 신발을 신고 숲길을 걸었던 생각을 떠올린다. - 왜곡된 종교관에 대한 비판?

 

8*. 공원의 중심 -(현명한 피 일부분?) 이녹은 동물원 경비원이고 마치면 연결된(?) 산림원 수영장에서 모녀를 훔쳐본다. 그 사실을 아는 헤이즐 위버가 감자칼을 준 맹인 부녀집을 아느냐고 묻는다. 이녹은 그것을(?) 봐야지만 그들의 주소를 알려줄 수 있다고 말한다. 헤이즐을 동물원으로 데려가야 하고(?) 동물을 보여주고 박물관으로 이동한다. 박물관에서 쪼그라든 남자를 보고, 수영장에서 만난 두 아이를 데리고 온 여자를 만난다. 여자는 헤이즈를 보고 웃는다. 이녹은 헤이즐을 따라가다 쓰러진다. 돌멩이가 날아와 이녹을 피로 물들인다. 비밀의 피가 도시 중심부에서 고동치는 소리가 들린다. (무엇을 얘기하고 있는가?)

 

10*. 이녹과 고릴라 - (현명한 피 일부분) 이녹은 스타 고릴라처럼 유명해지고 싶었다. 자신과 악수하는 사람들이라니. 우연한 행운으로 고릴라의 탈을 쓰고 사람들을 만났지만 그는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에 지나지 않았다.

 

*극단적 편집광이자 부적응자 이녹 에머리, 맹인 행세로 돈 버는 아사 호크스, 음탕한 소녀 사바스 호크스, 섹스로 유혹하는 와츠 부인, 호객하는 가짜 목사, - 구원과 죄악의 문제

 

(현명한 피, 장편 6, 7, 8, 10모아서 장편, 영화 와이즈 블러드) 22, (단편에서는 18) 극히 보수적인 집안서 자란 헤이즐 모츠는 전쟁을 경험하면서 종교적 믿음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상실감과 타협하기 위해 헤이즐은 자기만의 교회, 즉 그리스도가 없는 교회를 세운다. 이 교회는 죽은 자가 부활하지 않는 교회이다.

 

헤이즐은 배교한 거리의 목사로서 주변을 구원하려하지만 더욱 세상과 믿음에서 멀어져간다. 천주교 신자 입장인 작가가 개신교를 본 시각(비판적). 낙오자, 도둑, 사기꾼, 인간쓰레기, 거짓예언자 등의 괴상한 인간 무리가 등장한다. 이 소설은 신학적 우의이다. 그로테스크하고 말도 안 되는 코미디이다. 오코너는 그녀가 자란 남부 시골의 복잡한 시각을 보여준다.

 

남부의 수많은 신화와 편견을 풀어내는 동시에 그 전통과 유산, 저항 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단순하고 간결한 문장은 가장 미세한 디테일에서조차 통찰과 경이를 보여주며, 믿음과 의심의 변화를 예리하리만치 민감하게 묘사한다. 거칠고, 녹슬고, 본능적이지만, 그 안에서 은총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 “예수가 거짓말쟁이라는 사실 외에는 아무래도 좋다.”

 

9. 행운 - 남동생을 낳다가 서른 넷에 죽은 엄마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루비는 임신에 대한 공포가 있다. 주변에서 임신이라고 말하지만 극구 부인한다. 하지만 아기의 탄생은 삶의 행운이 아니던가. 행운, 아기라는 말을 되뇌어본다.

 

11.좋은 사람은 드물다 - 할머니는 플로리다에 가고 싶지 않다. 부랑자들이 교도소를 탈출해 그쪽으로 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날 가장 먼저 차에 올랐다. 아들 베일리네 부부, 손자 들과 함께 떠나는 휴가. 타워(휴게소)에서 쉬는 동안 주인 레드 새미는 이 험악한 세상, 좋은 사람은 드물다고 말하며 할머니와 옛시절 이야기를 한다.

 

중간에 할머니가 젊은날 가본 적 있는 대농장에 들르려다 교통사고가 난다. 대농장도 실은 딴곳에 있었다. 마침 부랑자 세 사람이 지나다 이 광경 속으로 뛰어든다. 총을 들고 불안감을 조성하는 그들에게 할머니는 좋은 사람들이라고 비위를 맞추지만 그들은 자신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베일리와 큰아들이 둘에게 숲속으로 끌려가고 할머니는 부랑자 대장에게 힘든 상황에서 기도를 했어야 했다고 말한다. 숲에서 나온 둘이 티셔츠를 가져와 대장에게 준다. 대장은 스스로에게 부적응자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말한다. “내가 저지른 잘못하고 내가 받은 벌하고 계산을 맞출 수가 없거든요.”라고 말하면서. 숲에서 세 발의 총성이 울린다. 부적응자는 할머니에게도 세 방의 총을 쏜다. 말 많은 여자라고 하면서 누가 일분에 한 번씩 총을 쐈더라면 좋은 여자가 되었을 거라고 말한다. 부적응자는 인생에 진짜 즐거움은 없다고 말한다.

 

12. 황혼의 대적 - 여전히 무대의 주인공이 되기를 소망하는 104세 장군, 손녀딸은 할아버지를 졸업식 무대에 세우고 싶어 한다. 졸업식이 끝나고 강당 밖으로 나와 보니, 휠체어에 실린 장군은 시체가 되어 있다.

 

13. 당신이 지키는 것은 어쩌면 당신의 생명 - 노파는 조금 모자라는 15살 딸과 산다. 시프틀릿이 관심을 보이자 딸을 결혼시키고 그를 따라 차에 실어 보낸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잠든 노파의 딸을 히치하이커라고 말하고 다른 사람에게 깨워달라고 말하고 차를 타고 가버린다. 심심해진 그는 다른 청년 히치하이커를 태운다. 천사 같았다는 엄마에 대한 회한에 젖자 청년은 화를 내며 차에서 뛰어내린다. 시프틀릿은 폭우를 내려서라도 모든 더러움을 씻어주기를 바란다.

 

14. - 종교의 복잡한 속성을 안타깝고 비극적으로 그림. 어린 아이(5?)가 술병난 엄마를 위해 (자신은 배고픈 병이 있으면서) 강물 속에서 설교하고 치유하는 목사를 만나러 이웃을 따라 간 이야기. 목사에게 세례를 받고 명단에 들었다는 소리를 듣는다. 아이는 집을 떠나 숲의 강에 가서 천국을 찾으려 한다. 강물 속에서 몸이 빠르게 움직이고 어딘가로 흘러간다. 아이를 보고 뒤따라온 패러다이스 씨는 물 속에서 빈손이었고 강물이 흘러가는 쪽만 까마득히 바라본다.

 

15. 불 속의 원 - 코프 부인네 집에 한 때 기숙한 적 있는 사내의 아들 무리가 찾아와 머문다. 부인은 하느님께 감사하라고 말하자 소년들은 싸해진다. 집안의 집기들을 맘대로 쓰고 분위기는 뭔가 불안하다. 이 모든 과정은 프리처드 딸아이가 보고 있다. 아이는 이 무리들을 혼내주고 싶어한다. 함부로 굴지 말라고 주위에서 말하면 이 숲과 사모님 다 하느님 것이라고 맞받아친다. 불안감을 조성하던 아이들이 사라지자 코프 부인은 감가할 게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때도 아이는 어둠 속의 비명소리를 듣느라 엄마의 기도 소리는 듣지 못했다. 아이는 소년들을 혼내주기 위해 권총을 들고 숲으로 간다. 그 무리들은 이 땅이 자기들 것이라며 주차장을 만들 거라며 불을 지른다. 맹렬히 숲이 타오른다. 엄마는 깜둥이나 유럽 사람이나 못된 놈 파월이 아닌 것에 항상 감사하라고 했는데, 지금 엄마 얼굴을 보니 그 사람들 표정과 같다. 숲에서 기쁨의 함성이 울리는데 그 소리는 예언자들이 용광로 속, 천사들이 비워 준 동그란 원 안에서 춤을 추는 것과 같다. - 구원은 있는가, 의 문제 같음.

    

16. 추방자 잘못 자리 잡은 사람들, 폴란드에서 고초 받던(아마 홀로코스트로 추정) 추방자 귀작 씨네 가족 네 명이 매킨타이어 부인 농장에 들어온다. 매킨타이어 부인은 늙은 판사를 좋아해 결혼했고 재산이 많은 줄 알았지만 현금은 없고 농장 6만평밖에 없다. 두 번 더 결혼했지만 다 실패로 돌아간다. 남편 둘은 어딘가에 살아있지만 사랑한 사람은 죽은 첫 남편인 판사밖에 없다.

 

농장 관리일을 보는 쇼틀리 부인은 의구심 가득한 눈으로 그들을 대한다. 쇼틀리 부인은 전통적인 남부적 세계관(흑인에 대한 편견, 구교에 대한 몰이해 등)에 머물러 있다. 석 주만에 귀작 씨는 농장의 모든 일을 꿰찼다. 쇼틀리 씨를 훨씬 능가한다. 농장여주인은 그간 백인 쓰레기와 깜둥이들이 자기 피를 말렸는데 이제 쓸 만한 사람이 들어왔다고 좋아한다. 쇼틀리 부인은 위기감과 배신감을 느낀다. 쇼틀리 부인에게 각인된 유럽은 악마의 실험장 같다. 쇼틀리 씨가 양조장을 몰래 운영하는데 그것을 귀작 씨가 고자질할까봐 노심초사한다. 쇼틀리 부인은 귀작 씨를 농장에 소개시켜준 신부가 그들을 조종한다고 생각한다. 추방자의 일솜씨 때문에 해고당할 위기에 처하자 쇼틀리네는 야반도주한다.

 

쇼틀리네가 그다지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해고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여주인은 안도한다. 귀작 씨가 건넨 사촌 여동생 사진을 보고 깜둥이는 결혼할 여자라고 좋아한다. 여자가 이곳으로 오는 비용의 반을 대고 있다고 말한다. 깜둥이를 자극하는 일을 바라지 않았으므로 여주인은 귀작 씨에게 당장 그 계획을 취소하라고 말한다. 귀작네도 다른 일꾼들과 다르지 않다고 부인은 생각한다. 귀작 네를 내보낼 거라고 말하자 신부는 당황한다.

 

몇 주 뒤 쇼틀리 씨가 돌아와 여간 기쁘지 않지만 쇼틀리 부인은 뇌졸중으로 죽었단다. 귀작 씨를 해고해야 하는데 차일피일 미뤄진다. 추방자가 해고되지 않자 신부는 기회를 엿보아 부인을 개종시키는데 열을 올린다. 부인은 귀작 씨를 내보낸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실천이 쉽지는 않다. 쇼틀리 씨는 자신은 유럽을 위해 전쟁에 나가 싸웠는데, 이제 이방인들(폴란드인 심지어 아프리카 흑인들까지)이 이곳을 차지하고 있으니 울분이 쌓인다. 쇼틀리 씨는 트렉터로 (고의로) 추방자를 치고 농장을 떠난다. 깜둥이도 더 넓은 세상으로 떠났다. 일손이 사라진 상황이라 부인은 일에서 온을 떼고 남은 재산으로 살아간다. 흑인 여자의 간호를 받으며 말년을 보내는 그녀 곁에 노신부가 있을 뿐. 노신부는 부인의 공작을 거둬 먹이고 부인의 침대를 지키며 교회의 가르침을 설명한다.

 

17. 성령의 성전 - 집에 온 두 소녀를 관찰하는 아이의 시선. 성전에 대한 여러 은유와 시각?

 

18. 인조 검둥이 - 헤드 씨는 넬슨의 할아버지. 가출한 딸이 넬슨을 놓고 죽었다. 넬슨이 태어난 애틀랜타는 검둥이 천지. 그곳에 가기 위해 새벽기차 여행을 한다. 헤드 씨는 검둥이를 처음 보는 넬슨에게 검둥이를 인지시키려한다. 검둥이 앞에서 우월감을 느끼는 헤드 씨지만 넬슨의 유일한 의지처이기도 하다. 넬슨은 지나는 곳마다 여기가 내 고향이라며 소리치는 바람에 할아버지는 당황한다. 도시락도 잃고 길도 잃는다. 할아버지는 이 검둥이 천국을 고향이라 부르고 싶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하라고 호통친다. 길에서 잠든 넬슨이 깨어 뛰어가다가 노부인 발목을 부러뜨린다. 헤드 씨는 치료비를 물러내라는 성화에 넬슨이 자기 아들이 아니라며 자리를 뜬다. 이내 자책감에 휩싸이는 헤드 씨. 길을 잃고 헤매다가 검둥이 동상을 보게 된다. 어떤 자비 행위처럼 그것은 두 사람의 차이를 녹아내리게 한다. 겨우 기차를 탔고 헤드 씨는 끔찍한 죄를 짓지 않았으므로 낙원에 들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넬슨은 피로와 의심의 얼굴로 다시는 애틀란타에 안 갈 거라고 중얼거린다.

 

19.좋은 시골 사람들 - 완벽한 것은 없다는, 는 말을 좋아하는 호프웰 부인은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있으며, 여러 사람들이 각기 다양한 방법으로 밥벌이를 하며 살고 있다고 여긴다. 또한 그녀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된다, 라고 믿는 낙관적인 사람이다. 그녀는 오래전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농장을 경영하며, 열 살에 총기 사고로 한 쪽 다리를 잃은 서른 살의 고학력 딸과 함께 살고 있다.

철학 박사를 비롯한 기타의 여러 학위를 가진 딸은 시골 농장의 어머니나 주변 인물들의 안일한 모습을 보며 삶은 기본적으로 허무하고 무의미하지만, 고등교육을 받은 자신만큼은 무의미한 일상이나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현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호프웰 부인이 한쪽 다리를 잃은 자신을 언제까지나 어린아이로 대하며 보호하려는 것에 불만을 품는다. 그녀는 부모가 지어준 이름인 조이를 버리고, 헐가라는 흉칙한 이름으로 개명하는 등의 소극적인 반항을 한다.

조이는 많이 배웠지만 거친 세상을 경험하지 못했고, 어머니를 떠나 자신만의 삶을 살 용기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과 여타의 사람들을 대하는 어머니의 감상적인 태도가 못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와 같이 지낼 수밖에 없다.

 

어느 날 농장에 성경을 팔겠다는 열아홉 살 청년이 찾아오고, 타인에 대한 친절을 미덕으로 삼는 호프웰 부인은 청년을 거절하지 못하고 식사를 대접한다. 호프웰 부인은 그 청년을 진실하고 좋은 시골 사람으로 여겼다. 타인에 대해 그런 식의 감상적인 태도를 보이는 어머니를 경멸하는 조이는, 능청맞게 식사를 하고 앉은 청년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지만, 바로 그날 어머니 몰래 청년과 만날 약속을 한다.

다음날 청년을 다시 만난 조이는 투정하듯 아무런 조건 없는 사랑을 말하는 청년에게서 진정한 순수함을 본다. 그녀는 세상과 사람들에 대해 닫았던 마음을 열고, 비틀어진 내면의 근원인 의족을 내보인다. 바로 그 다음 순간, 순수함의 탈을 벗어던진 청년은 조이를 모욕하며 의족을 들고 달아난다. 황급히 달아나는 청년을 멀리서 바라 본 호프웰 부인은 청년이 성경을 팔러 다른 마을로 가고 있다, 라고 여기며 이렇게 말한다. ‘저쪽에 사는 깜둥이들한테 성경을 팔러 갔던 모양이야. 순진하기도 하지. 그래도 우리 모두가 저렇게 순진하다면 세상이 훨씬 좋아질 거야.’

 

20. 죽은 사람보다 불쌍한 사람은 없다 - 할아버지가 죽은 뒤 타워터는 농장을 관리한다. 교사 삼촌이 그 권리를 뺏지 않기를 바라면서. 교사 삼촌은 할아버지를 잠시 모실 때 글을 쓸 목적으로 그를 관찰해서 교사 잡지에 실은 적이 있다. 사이가 틀어진 할아버지는 타워터를 빼내 숲으로 이사를 갔고, 아이를 기독교인으로 키우고 싶어했다. 할아버지는 관도 직접 짜두었다. 타워터의 삼촌이 자신의 죽음을 처리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세상은 죽은 자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할아버지는 생각한다. 자신이 죽으면 타워터가 삼촌에게 가지 않기를 바란다. 타워터는 죽은 자만큼 불쌍한 사람도 없다고 생각한다

 

할아버지는 유산이 조카를 거치지 않고 곧장 타워터에게 가기를 바라지만 아버지가 미리 유언한 게 있어서 맘대로 되지 않는다.

무덤을 파다가 만난 대화 속의 낯선이(악마의 영혼, 또다른 자아)는 일흔 먹은 노친네가 아기를 숲으로 데려와 키운 건 미친 짓이라고 말한다. 자신을 묻어줄 아이가 필요했을 뿐이라고. 노인이 너에게 원하는 원칙은 때가 오면 노인을 묻고 무덤에 십자가를 세워주는 것이라고. 할아버지야말로 대문 앞의 돌인데 하느님이 그것을 치워줬다고 말한다. 무덤을 파던 마당에서 뒤쪽 모퉁이로 가 불을 놓는 타워터. 자정이 되어 간선도로로 나와 차를 얻어탄다. 영업사원에게서 사업수완이 좋으려면 사람을 사랑해야한다는 것을 배운다. 가령 아무개 부인 암, 이라고 적었다가 죽으면 사망, 이라고 그 이름에 줄을 긋는 식. 사람이 죽으면 기억할 게 하나 줄어드니 고마운 거라고 말한다.

타워터는 불타는 도시를 보고 자신이 불 지른 곳으로 돌아가는 줄 알고 흥분한다. 잠깐 졸았다고 말하는 타워터에게 영업사원은 소중한 조언을 많이 해주었는데 못 들었겠구나, 라고 말한다.

 

21. 그린리프 메이 부인은 그린리프 씨를 고용하고 있는데 썩 맘에 들지는 않지만 별 다른 수가 없다. 두 아들은 농장일에는 관심이 없다. 큰아들 스코필드는 검둥이를 상대로 보험을 한다. 그린리프 부인처럼 뚱뚱한 시골여자랑 결혼할 거라고 부인 속을 뒤집는다. 그린리프는 기도 치유에 빠져 있는 지저분하고 게으른 여자이다. 둘째 아들은 매사에 시큰둥한 시간 강사인데, 시골을 싫어하면서도 떠날 생각은 못하는 자이다. 그린리프 씨네의 두 아들은 2차대전에 참가해 프랑스여자와 결혼했다. 둘 다 부상당하는데 성공해서 연금도 받는다. 정부 지원으로 대학도 다니고 땅도 샀다. 15년 뒤에 상류 계급으로 올라갈 것을 생각하면 부인은 침울해진다. 그린리프 부부는 책임감도 없었기에 늙지도 않는다. 자신이 죽으면 그린리프 부부가 두 아들을 빨아먹을 것 같다. 차라리 그린리프의 두 아들과 며느리가 자신의 식구였으면.

 

그린리프네 소가 메이 부인 농장에 들어와 방해하기에 찾아가기를 바라지만 그들은 별다른 반응이 없고, 메이 부인은 은근히 무시를 당한다. 두 아들마저 엄마 편이 아니다. 자신이 여자라서 고용인에게도 무시를 당한다고 말한다. 소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부인은 그린리프에게 총을 가지와 소를 쏘아죽이라고 말한다. 목초지에서 지루하게 시간을 끄는 동안 숲에서 황소가 나와 메이부인에게 달려든다. 그린리프는 황소의 눈을 네 차례 쏜다. 고꾸라진 부인의 모습은 자신의 마지막을 황소의 귀에 속삭이는 듯하다.

 

22. 숲의 전망 포천 노인은 딸과 사위 피츠는 못 믿지만 손녀 메리 포천은 신뢰가 간다. 비밀리에 메리 포천에게 유산을 남기는 유서도 작성해 놨다. 노인에게 상식은 땅을 팔아 미래를 확보하는 것이지만, 손녀인 메리에게 상식은 땅을 팔지 않고 숲의 전망을 보거나 잔디밭에 송아지들이 풀을 뜯어 먹게 하는 것. 피츠와 사이가 좋지 않아 메리가 자신에게 기울어졌으면 좋겠는데 쉽지 않다. 피츠는 땅을 팔아치우는 노인에 대한 원망으로 메리를 자주 때린다.

틸먼과 땅 매매 계약을 하는데 메리 포천이 병을 던져 방해한다. 피츠가 그랬던 것처럼 매를 들어 훈육하려 한다. 하지만 메리 포천이 도리어 할아버지를 구타한다. 포천이 아니라 순수한 피츠라고 확인시켜주면서. 노인은 아이의 목을 조르고 돌덩이에 머리를 몇 번 찧는다. 피츠는 1도 없다고 말한다. 노인은 호수 주변엔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걸 느낀다.

 

23. 깊은 오한 - 똑똑하고 예술가 기질인 에스버리는 건강을 잃고 뉴욕에서 어머니에게로 돌아온다. 에스버리는 깜둥이에 대한 희곡도 쓰는데 부인으로서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 아픈 지금은 자신을 가만 내버려두라고 말한다. 누나 메리는 시골 초등 교장인데 에스버리는 매력이 없어서 거기에 머물고 있는 거라고 폄하하고, 누나는 에스버리가 능력이 없어서 책을 출간하지 못하는 거라고 빈정댄다.

에스버리는 어머니에게 부치지 않은 긴 편지를 갖고 있다. 엄마에게 길들여진 새 같은 신세 한탄성 편지. 열망만 있고 재능이 없는 게 엄마 탓이라는. 이 편지를 읽고 엄마가 자신의 참모습을 보고 당신의 역할을 감지하기를. 그의 맘도 모르고 엄마는 의사를 불러 진료를 한다. 엄마와 에스버리는 생각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검둥이를 대하는 방식부터. 엄마는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부류이다


   꼭 누구를 만나야 한다면 블록 의사가 아니라 대화가 통할 신부님을 만나고 싶다. 메리는 그가 글을 못 써서 병에 걸린거라고 말한다. 예술가 대신 환자가 되기로 한 거라고. 막상 핀 신부를 만나지만 종교적인 대화만 늘어놓는 신부와 통할 리 없다. 검둥이들도 불러달라고 해서 곧 죽을 거라며 그들에게 이야기한다. 죽기 전 엄마에게 편지를 넣은 서랍 열쇠를 주는 것만 남았다. 그 이야기를 하지만 엄마는 못 알아 듣는 것 같다. 엄마는 아들의 병이 파상열이라고 말한다. 그는 오한을 느낀다. 그는 남은 평생 질긴 몸믕로 깨끗해지는 공포와 마주하고 살 것임을 안다. 성령은 불 대신 얼음을 입고 잔혹하게 내려오고 또 내려 올 것이다.

      

*선을 베풀었다가 당하는 이야기 - 선은 선 그 자체로 행해지고 받아들여져야 하지, 다른 어떤 감정이나 이데올로기가 개입되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새로운 가치관을 지닌 젊은 주인공은 대체로 글을 쓰고 싶어 다.

 

24. 가정의 안락 - 토머스의 어머니는 미덕을 남용하는 무모한 자선가 스타일. 부정수표 건으로 가석방 된 스타(세라 햄)를 좋은 아이라고 믿고 선을 베푼다. 세라 햄은 막무가내에 불성실하고 자살까지 시도한다. 토머스의 방에 들어와 권총까지 훔쳐간다. 살아계신 아버지라면 이 꼴을 안 보고 현명하게 대처하셨을 것이다. (아버지는 그리 착한 캐릭터는 아닌 듯)토머스가 보기엔 그 여자 앞에서 엄마가 바보짓하는 거다. 꿈결에 나타난 아버지는 보안관을 찾으라고 말한다. 총이 다시 자신의 책상 위에 있는 것을 보고 아버지(혼령)는 도로 그 여자에게 가져다 놓으라고 말한다. 총을 가방에 넣는 장면을 세라가 보고 어머니에게 이른다. 총에 대해 옥신각신하다 총을 쏘라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토머스는 쏜다. 보안관이 들어오다 그 장면을 목격하고 어머니는 세라와 토머스 사이에 누워 있다. 보안관의 통찰은 토머스가 어머니를 죽이고 여자에게 죄를 덮어 씌우려 했던 것. 보안관은 부인의 시체 위에서 살인자와 탕녀가 서로의 품으로 쓰러질 것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안관은 눈치 챘다. 아직 보안관이 안으로 들어서는 것을 그들은 몰랐다. - 선의와 미덕의 남용은 가정의 파괴(가장의 영원한 안락)을 부른다.

      

25. 오르는 것은 모두 한데 모인다 - 줄리언은 타자기 판매원이자 글을 쓰려는 꿈이 있다. 줄리언 어머니에게 흑인은 동정의 대상이다. 세상은 변했고 사는 곳도 달라졌지만, 어머니는 여전히 검둥이는 하인이라는 사고가 뿌리박혀 있었다. 줄리언 어머니의 친절은 내가 그들보다 위에 있다는 사고에서 기인했다. 겨우 1센트 동전어치의 동정을 베푸는 어머니의 편견과 맞서 싸우는 아들. 하지만 어머니를 완전히 설득하지 못하고 좌절한다. 어머니는 아들의 단호한 태도에 온몸이 뒤틀리고 눈동자마저 돌아간다.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줄리언.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와 자기 모순.

 

 

26. 피트리지 축제 -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기획으로 파트리지 시 진달래 축제가 매년 열린다. 축제 시작 전 축제 배지를 사지 않은 죄로 모의 재판을 받은 싱글턴이 쏜 총에 고위 인사 다섯과 무고 시민 한 명 등 여섯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청년 캘룬은 자신의 내면이 싱글턴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할머니 두 분과는 깊이 있는 얘기는 불가능하다. 선량한 복음주의자이지만 도덕에 대한 상상력이 없기 때문이다. 히피적 삶을 사는, 방문 판매원이 적성에 맞는 캘룬은 글을 쓰고 싶어한다. 당장 광인 싱글턴을 옹호할 글을 생각한다. 순수한 빛에 녹아든 그의 그림자를 생각하며 자신의 죄의식을 달랠 수 있기를. 할머니들의 성화에 축제에 참가하겠다고 한 것도 싱글턴의 해방적 이미지 때문이었다. 캘룬은 싱글턴은 수단이었을 뿐 범인은 파트리지 시 자체라고 생각한다. 무고한 시민 장례식은 그가 망나니였다는 이유로 시민들로부터도 외면을 당한다. 캘룬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길에서 만난 노인과 백인소녀도 싱글턴을 이해하지 못한다. 인척인 이발사는 싱글턴이 희생양이라고 캘룬에게 공감한다. 캘룬이 보기에 싱글턴은 개인주의자요 독립된 자아가 강한 사람일 뿐이지 범법자는 아니다.

할머니들의 소개로 옆집 여자와 미인대회를 향해 출발한다. 여자도 이 축제에 냉소적이며 글을 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싱글턴에 대한 두 사람의 연민의 방식은 소설과 논문의 글 종류만큼 다르다. 구체성을 획득하고 싶다는 캘룬의 말에 여자는 싱글턴을 면회하라고 말한다. 캘룬과 여자는 티격태격하며 퀸시 병원에 도착한다. 캘룬이 보기에 여자는 가짜 학문적 성과를 위해서 싱글턴을 활용하는 것 같다. 싱글턴을 만나자 여자는 그를 이해한다고 말하려고 왔다고 말한다. 싱글턴은 제지하는 직원들이 달려들었지만 순식간에 여자를 겁탈하려 한다. 여자와 캘룬은 재빨리 차로 돌아온다. 그녀 안경에 제 모습이 비친 것을 본다. 캘룬은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특징 없는 자신의 얼굴이 미래로 달려나가 축제를 일으키는 걸 느낀다. 마치 판매의 달인처럼 오래전부터 그를 데려가려고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호의나 연민이 이해받을 수 있는 악인은 없다, 쯤의 메시지. 일관되는 플래너리 오코너식 주제.)

 

27. 절름발이가 먼저 올 것이다 - 셰퍼드는 아들 노턴과 살지만 매사가 못마땅하다. 교도소에서 레크리에이션 자원봉사하면서 루퍼스 존슨을 알게 되고 그를 선도하기 위해 함께 산다. 루퍼스 존슨은 다리를 절고 머리는 좋다. 셰퍼드는 루퍼스에게 연민을 느끼고 새 신발을 구해주고 구원으로 인도하고 싶다. 루퍼스 존슨보다 어린 아들인 노턴은 이러는 아빠가 싫다. 무례한 존스도 싫긴 마찬가지다. 셰퍼드는 존슨이 반항하면 할수록 사명감에 불타고 반대로 자신을 불신하는 아들 노턴에 대해서는 실망이 앞선다. 노턴은 점점 존슨의 영향 하에 있게 된다.

 

선의는 이긴다며 존슨의 비행을 믿지 않고 그를 감싸고도는 셰퍼드. 존슨은 보조 새신발을 거절한다. 혼자 힘으로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셰펴드는 포장해 달라고 한다. 나쁜 짓을 한 당사자가 존슨인 것을 뒤늦게 알고 셰퍼드는 그제야 그가 이 집을 떠났으면 하고 중얼거린다. 싸울 것이 노턴의 단순한 이기심과 자신의 외로움밖에 없던 시절이 오히려 그립다. 존슨의 사주로 성경을 훔치는 노턴. 성경을 찢어 삼키고 집을 떠나는 존슨. 이렇게 시시하게 끝나면 존슨이 아니라며 불안해하는 셰퍼드. 노턴 방을 열었더니 망원경으로 엄마를 찾았다고 소리를 친다. 좀 있다가 경찰에 잡혀오는 존슨. 그는 셰퍼드가 지옥이 없다며 하나님을 모욕하는 더러운 말을 했다고 반항하며 말한다. 발의 고통 때문에 도덕적 혼란에 빠진 것이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셰퍼드가 말하자 존슨은 발은 아무 상관 없다며 오히려 절름발이가 먼저 오는 법이라며 구원은 예수님이 하지 저 더러운 무신론자가 하는 게 아니라며 덤빈다. 구원의 날이 오면 절름발이가 노획물을 차지할 것이라고 소리친다. 스스로에 대한 환상을 충족하느라 자기 아이를 방치한 걸 알게 된다.

 

명석한 악마가 존슨의 눈으로 자신을 조롱하는 것을 보게 된다. 망원경에 몰입해 아무 것도 신경 쓰지 않던 노턴. 다시는 아이를 힘들지 않게 하고 어머니 역할까지 할 것이다. 다락방에서 그가 본 풍경은 망원경은 바닥에 뒹굴고 허공엔 아이가 매달려 있다. 우주인이 되고 싶었던 아니는 그렇게 매달린 채 우주로 여행을 떠났다. -비행 소년을 선도하지만, 정작 자신의 아들인 노턴은 돌보지 못한다. 자기 위로 같은 것. 나의 선이 누군가를 구원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오만이자 폭력일 수 있다. 무지한 선한 행동은 그 자체가 무지의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 선 자체가 그대로 받아들여지기란 얼마나 힘든가. 행하는 당사자도 당하는 수혜자도 순수한 선행은 불가능한 것인가.

 

28. 이교도는 왜 분노하는가? - 버지가 교통 사고를 당하자 맏아들인 월터보고 집안을 건사하라고 엄마는 말한다. 깜둥이 관리까지 하라고 하자 월터는 그러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엄마와 다른 길, 다른 세계를 꿈꾸는 스물여덟 살의 아들이 이해가 되지 않고 분노만 인다. (아들의 새로운 세계관이 진정한 종교이고, 엄마의 기존 가치관이 이교도적이라는 의미로 읽힘. 짧은 소설이 완벽하게 읽히지는 않으나 플래너리 오코너의 일관된 작가관으로 볼 때 그렇게 읽힘.)

 

 29. 계시 - 소한테 발길질 당한 터핀 부부가 병원 대기실에 있다. 땅이 있고 살 만한 부인은 사람들을 계층별로 나누고 은근히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경멸한다. 그러면서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운다는 원칙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성격도 좋다고 생각한다. 뚱뚱한 것 빼고는 검둥이로도 백인쓰레기도 못생긴 여자로도 만들지 않은 예수님께 감사할 뿐이다. 옆자리 못 생긴 여자가 자신이 아닌 게 다행이다. 여학생도 터핀 부인 맘을 알았는지 서로의 눈길이 부딪치다가 여학생은 터핀 부인에게 책을 던지며 목을 조르고 흑돼지라며 지옥으로나 가라고 능멸한다. 그 대상이 자신보다 못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향했다는 사실에 터핀 부인은 참을 수 없다. 품위 있는 자신은 그들과 다르다고 믿었는데. 별빛 가득한 들판으로 올라가며 할렐루야를 외치는 영혼들의 목소리. - 자신은 검둥이나 백인쓰레기나 못생긴 여자랑 다른 선택 받은 하나님의 자녀라고 생각하는 허위 의식에 찬 중년 부인 이야기

 

30. 파커의 등 - 못생기고 화장기 없는 아내와 사는 파커. 소작농인 그를 보는 늙은 여주인은 그를 트렉터 정도로만 여긴다. 그는 젊었을 때부터 문신을 즐겼다. 무심한 듯한 아내가 견딜 수 없을 때 문신을 새로 새기고 싶은데 남은 부위는 등밖에 없다. 아내를 설득하기 쉬운 예수를 문신한다. 집에 돌아가 등의 문신을 보라고 하자 아내는 하느님은 이렇게 생기지 않았고 우상숭배일 뿐이라고 말한다. 거짓과 허영은 참을 수 있지만 우상숭배는 원하지 않는다며 파커를 빗자루로 때린다. 나무에 기대서서 울고 있는 파커. -일상에서 구원 받을 수 없는 한 남자의 문신을 통한 구원 또는 소통에의 열망.

 

31. 심판의 날 - 고향을 떠나 뉴욕의 딸집에서 살게 된 테너. 흑인 이웃에게 남부식으로 잘난척하며 추근대다 밀침을 당해 드러누웠다. 사위와 딸에게 부담만 된다는 것을 알게 되고 고향에 내려가고 싶어 한다. 한때 검둥이를 부리는 농장주였지만 지금은 파산해 딸에게 의탁하고 있다. 비둘기장 같은 집, 이상한 영어, 멀쩡한 사람이 살 곳이 못 된다. 함께 했던 검둥이 집사 콜먼이 그립다.

검둥이와 함께 사는 뉴욕이라니. 하지만 딸은 그들에게 간섭하지 말고 나서지 말고 사는 게 잘지내는 거라고 따끔하게 충고한다. 그것도 무시한 채 검둥이에게 말을 건넸다가 무시를 당한다. 딸이 출근한 뒤 난간에서 뛰어내리다 걸려 허공에 매달린 채 죽는다. 처음에 따딸은 뉴욕에 묻었다가 고향으로 시신을 보낸다. 그 후 딸은 밤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있게 되었고 미모도 돌아왔다. - 남부 출신 보수 영감의 뉴욕 살이의 고달픔. 제라늄과 연결됨.

 

    

 

 

 

 

 

 

 

 

 

 

 

 

 

 

 

 

 

34나는 논쟁을 안 한다니까 – 제이콥스

50그를 둘러싼 어둠은 텅 비었고, 그 깊은 곳에서 동물들의 울음이 그의 목구멍 속 고동 소리와 섞여 들었다.

52소재가 너무 많아서 윌러틴 양은 한 가지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게 소설 쓰기의 가장 힘든 부분이라고 그녀는 항상 말했다. 그녀는 실제로 쓰는 일보다 쓸 것을 생각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54첫 문장은 섬광처럼 다가와!

54‘롯 모턴은 개를 불렀다. 개는 귀를 쫑긋 세우고 어슬렁어슬렁 그에게 다가왔다.’ ‘개’라는 표현도 두 번 나오네. 으음, 하지만 그건 ‘롯’이 두 번 나오는 것만큼 귀에 거슬리지는 않는다고 그녀는 판정을 내렸다.

78무시무시한 어떤 것이 팔에 힘을 주고 손가락을 구부린 채 자신에게 달려든다고 그는 확신했다.

100여기 사람들이 원하는 건 남을 굴복시키는 게 전부인 것 같아. 너는 돈이 많을 것 같아. 돈이 있다면 아주 잘 쓸 자신이 있는데 – 이녹

90그는 어둠 속에 하얗게 서서 움직이지 않고 짐꾼을 바라보았다. 철로가 곡선을 그릴 때, 그는 열병에 휩싸여 기차의 질주하는 고요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215우리는 치유를 위해 강에 갈 거예요. 설교자 선생님은 이쪽에 자주 오시지 않거든요.

225고통을 강물에 버릴 수 있을까 하고 왔다면, 예수님을 위해 오신 게 아닙니다. 여러분은 고통을 강물에 버릴 수 없습니다.

225믿음을 가지면 여러분은 그 강에 고통을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그 강은 죄를 싣고 가도록 된 강이기 때문입니다. 그 강은 고통으로 가득하고, 그리스도의 왕국으로 천천히, 여기 제 발밑의 이 붉은 강물처럼 천천히 흘러가면서 그 죄들을 씻어 줄 것입니다.

258코프 부인은 자신이 프리처드 부인 같은 심성의 소유자를 대하는 방식에 자부심을 품었다. 프리처드 부인은 사방에서 나쁜 신호와 불길한 징조를 보았지만 자신은 차분히 그것이 공상의 산물임을 보여주었다.

269이름은 벌레 같아도 얼굴은 예쁘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271이제 게으른 깜둥이들도 하느님을 두려워하게 될 거야.

273일할 수 있는 사람을 말을 못하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일을 못해. 깜둥이를 더 들인 것보다 나을 게 없어.

295판사님은 익숙한 악마가 모르는 악마보다 낫다고 말씀하셨죠. 그는 작지만 분명한 어조로 말하고 나갔다.

348헤드 씨는 동네에서 재치로 유명했고, 넬슨은 갑자기 할아버지가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낯선 여행지에서 자신의 유일한 의지처라는 것을 깨달았다. 할아버지를 잃으면 자신은 세상에서 외톨이가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큰 충격이 밀려와서 넬슨은 할아버지의 코트 자락에 어린아이처럼 매달리고 싶어졌다.

392너는 그냥 좋은 시골 사람 아니었어?

393날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 포인터는 내 진짜 이름이 아니니까. 나는 가는 곳마다 다른 이름을 쓰고 어디서도 그렇게 오래 머물지 않아. --너는 그렇게 똑똑하지 않아. 나는 태어날 때부터 아무것도 믿지 않았어.

394어떤 사람은 순진하게 사는 게 불가능해요. 나는 일단 불가능해요. - 프리먼 부인

429좋은 여자는 스코필드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웨슬리는 그 자신이 좋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아무것도 좋아하지 않았다.

551버스 안에 우리뿐이네요. -줄리언 어머니

518어머니는 언제나 진부한 동기로 시작해서 - ‘좋은 일이니까’ -악마와 어처구니없는 계약을 맺곤 했지만 물론 어머니는 그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552어머니는 똑똑한 여자였고, 그는 어머니가 출발점만 제대로 되었다면 훨씬 괜찮은 사람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머니는 자기 환상 세계의 법칙에 따라 살았고, 그는 어머니가 그 바깥에 발을 내딛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576사람의 근본적 권리 중에는 바보처럼 행동하지 않을 권리가 있어. 남들과 다르게 살 권리지. 아, 그러니가 자기 자신으로 살 권리야. - 캘룬

601"엄마가 교도소에 있다면 어쨌든 엄마를 보러 갈 수 있겠죠." 아이가 고함치듯 말했다. 눈물이 얼굴에 흘러내리고 케첩이 뺨 위에 방울졌다. 아이는 입을 얻어맞은 것 같은 표정이 되어 자제력을 잃고 엉엉 울었다.

617루퍼스가 나에 대해 하는 말 때문에 내가 루퍼스를 돕지 않는다면 나는 이기적인 인간인 거야. 내게 다른 사람을 도울 능력이 있다면 나는 그걸 하고 싶다. 나는 속이 좁은 사람이 아니야.

618자기가 무슨 예수 그리스도인 줄 알아! -루퍼스가 셰퍼드에게

631자기가 원하는 걸 다 갖고 있을 때 남의 물건을 훔치고 부수고 싶지는 않은 법이죠.

641 너는 뭐가 될 거니, 노턴? 셰퍼드가 예민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이가 두 눈에 열렬한 빛을 띠고 소리쳤다. "우주인요!"

653우리 세대의 유일한 미덕은 진실을 말하는 데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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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8-05-10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방문합니다. 잘 지내시겠지요?
그런데 무슨 글이 이렇게 깁니까?
먼저 인사부터 하고 글을 읽고 가겠습니다. ㅋ

다크아이즈 2018-05-10 22:03   좋아요 0 | URL
와웅, 페크 언냐님~~~ 반갑습니다.
책 읽고 정리한 것, 시간 없다는 핑계로 미뤄둔 것
짬 내서 올려 보려구요.
정리한 것 올리는 것도 귀차니즘 때문에 쉽지 않아요.
새삼 꾸준한 페크 언냐가 대단하게 보입니다.

독서가 2018-06-14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약 감사드려요. 제라늄 너무 웃기고 슬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