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일기 110917

* 누고의 고민

 
(우리나라 나이로 4세인) 누고가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습니다. 3개의 반으로 되어 있고, 누고가 속한 반에는 8명의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가 3월에 처음 어린이집에 다닐 때는 SM이라는 친구의 이름을 자주 언급했습니다. 아이와 제일 친하게 지내는 아이로 생각했는데, 여름부터는 SM이 싫다고 합니다. 왜냐고 물었더니 SM이 터프가이로 과격한 면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후로 누고와 친하게 지내는 아이는 SI, JW, YW, MJ 등 이름을 더 자주 언급하였습니다. SI이 어머님은 누고가 SI를 자주 위로해 준다고 하여 손수 만드신 머리핀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YW이 어머님은 YW가 집에서 누고이야기만하다고 하셨고 며칠 전에는 YW집에서 한나절을 놀기도 했습니다.

 누고와 산책을 하던 중 누고에게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누고가
 “SM이 그러는데, 반 아이들이 모두 나를 싫어한대.”
 저는 “보자, 너 JW하고 친하지?”
 “응”
 “그리고 YW하고도 친하지?”
 “응”
 “SI하고 잘 지내잖아?”
 “응”
 “그러면 SM은 누구하고 친하는데?”
 “SM이는 YJ하고 친해.”
 “누고야, 모든 친구들하고 친하게 지내는 것이 옳은 것이야. 그런데, 모든 사람과 똑 같이 친하게 지낼 수는 없어. 그리고 SM이가 이야기한, 반 아이들 모두가 너를 싫어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잖아. 그러니 실망할 필요도 없고 네가 최선을 다 했으면 마음에 담아둘 필요가 없어.”

 아이가 아빠의 말을 듣고 고민이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는데, 2-3일 뒤에 다시 엄마한테 고민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엄마는 특별한 조언이 없었고, 제가 같이 이야기를 다시 해 주었습니다. (더 나은 조언이 있었을까요?)

* 소아(청소년)과에서는 ‘아이는 작은 어른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맞는 이야기지만 (박쥐) 저는 오히려 어른과 같이 대우해야 할 것을 그렇게 하지 못하는 면이 많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가짜논리> 14. 교묘한 편견 ; 자기동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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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9-17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네살인데, 어른과 같이 대우하면
사물을 통합적으로 인지하는 부분이 완전 떨어져서 제대로 이해가 될까요?
에이, 저보다 더 잘 아시잖아요.

하지만 답변은 무척 좋으신데요, 어른과 같은 대우로 말씀하신거 같지 않아요~ ^^

마립간 2011-09-19 12:20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최선의 답변이었을까요?

마녀고양이 2011-09-19 13:29   좋아요 0 | URL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라면

누고가 속상했구나..
먼저 다독이고
그담에 하셨던 말씀을 누고에게 했을거 같습니다만,
이론으로는 그렇고 실제로는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

마립간 2011-09-19 14:57   좋아요 0 | URL
제가 마녀고양이님께 물은 취지는 아이의 다독임보다 철학적 가치관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친구의 일부를 포기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상황의 설명 -> 상대의 감정 수용 -> 청유형 나의 의견 제시 -> 허락/불허 표시) 아이가 울거나 떼를 쓸때는 이런 단계로 진행을 하는데, 위의 예화에서는 그냥 고민하는 정도라 바로 제 의견 제시로 넘어갔던 경우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9-19 16:10   좋아요 0 | URL
저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요,
그리고 제가 모든 사람을 좋아하거나 사랑할 자신도 없기 때문에요..

친구 일부 포기에 대해서는 공감합니다. 그런데 저는 읽으면서
SM이란 아이가 왜 저렇게 이야기했을까 하는 부분하구요, 누고가 어머님께도 다시 여쭤봤다는 사실에서 해답이 아닌 다른 것을 원한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마립간 2011-09-19 16:27   좋아요 0 | URL
안해가 SM을 보았는데, 뭔가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라고 하고 SM은 YJ와 친하고 나머지 6명은 따로 친합니다. 4살짜리 모임에 분당이 생긴 것이죠. 아이와 안해 이야기만 들어볼 때 SM에게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그날도 SI를 주먹으로 처서 얼굴에 멍이 들게 했습니다.), 첩보를 한 쪽에서만 받으니 정확한 것은 알 수 없고, 담임 선생님도 전체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고 하십니다. 속내를 알 수가 있어야죠.

마녀고양이 2011-09-20 21:46   좋아요 0 | URL
하기사 SM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도 없고
제가 논할 바는 아닌거 같아요. 그런데 누고는 왜 아빠에게 듣고
엄마에게 또 고민을 털어놨을까 하는 점은 역시 궁금해지네요.
마립간님두 그렇지 않으셨어요?

누고는 아무래도 SM은 잘못했다, 널 좋아하는 아이는 많다, 네가 최고다 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듣고 싶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답니다.
그런데 아이의 맘 헤아리기, 너무 어려워요.. 사실. ^^

2011-09-18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른처럼 대하며 말하면 아이가 일부 알아듣지 못해도 그냥 그 태도만으로도 아이에게 좋은 영향이 될 것 같아요.^^

마립간 2011-09-19 12:19   좋아요 0 | URL
섬님, 처음 인사를 나눕니다. 위 페이퍼 '육아일기 110919'에도 썼지만 좋은 영향만 있는지 궁금합니다.